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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출판되어 이미 4년이나 지난, 한물 간 책을 아마존 별점이 양극단으로 갈린 최대의 논쟁서 어쩌고 소개하는 출판사의 낚시에 걸리지 않으려고 그냥 패스했던 책인데 최근에 제 주위에서 잡식을 하는 분들이 채식하면 죽는다고 채식을 해서는 안 되는 근거로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자꾸 이야기하기에 대체 뭔 소리가 쓰여 있길래 그러는지 궁금해서 읽어봤습니다. (일단 눈물 좀 닦고요. ㅠ.ㅠ)
비유를 들자면
'이단 종교를 기독교라고 착각하고 몸 주고 마음 주고 사랑도 줬건만 20년이나 지나서야 자기가 헛짓한 걸 깨닫고 분노의 하이킥을 기독교도 아닌 불교에 뜬금없이 날리는 격'이라고나 할까요? 그 모양새가 예전에 제가 혹평한 바바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2011)'과 완전 판박이입니다. 저자가 같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쌍동이처럼 똑같아요. 재미있는 건 '긍정의 배신'도 부키 출판사에서 번역했다는 거. 재미 좀 보더니 배신 시리즈로 독자층을 계속 배신하려나 봅니다.
예전의 부키 출판사는 이렇지 않았습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2007)',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2010)'와 같은 훌륭한 책들을 많이 내놨죠. 최근에 사장이라도 갈린 겁니까? 대체 왜 이러죠?
출판사 욕은 그만하고 저자 이야기를 좀 해보죠.
일단 책 제목처럼 채식의 배신 혹은 원제의 Vegetarian Myth처럼 채식은 이야기 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저자가 20년 동안 먹은 건 채식이 아니라 정크 푸드 편식이니까요. 저자가 20년 동안 뭘 먹고 살았는지는 책에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GMO 옥수수 시리얼이나 싸구려 두유, 콩고기 버거만 먹고 산 듯 합니다. 책 내용 중에 신선한 샐러드, 채소와 같은 단어 자체가 전혀 안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채식에 대해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동물성 식품을 안 먹는답시고 백미밥에 김치만 먹다가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일이 왕왕 있는데 딱 그 꼴입니다. 채식에 대해 조금만 공부를 하신 분들이라면 건강을 위한 채식마저도 단순히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균형잡힌 식생활을 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래서 탄수화물 중독도 조심해야 하고, 가공 식품도 안 먹게 되고, 무엇보다 정크 푸드를 피하게 되죠. 제가 볼 때 저자는 비건이 아닐 뿐 아니라 채식주의자도 아니고 그냥 정크 푸드 편식의 희생자입니다. 이 사람이 진정 비건이었다면 친구와 같이 차를 달려 로컬 레스토랑에서 피자를 흡입한다든가 참치 통조림을 먹으면서 온몸의 세포가 절규하는 히스테리컬한 경험을 하는 일 따위는 없을 겁니다. 참치 통조림 에피소드에서는 그냥 고소만 나오더군요. 에휴~
저자가 제대로 된 채식인이 아니라는 건 책 곳곳에 등장하는 주변 사람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 사람 주변에 있는 채식인들은 하나같이 제정신이 아니라서 아프리카 세렝게티 공원에 담을 세워 포식동물과 초식동물을 갈라놔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자신의 삶과 존재가 다른 생명을 죽이지 않고도 지속할 수 있다고 믿고 있거나(저자 본인도 그랬답니다) 아니면 공기만 먹고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 호흡주의자(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런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채식과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동일시해서 식이장애에 걸린 사람들만 득시글합니다. 어디에서 이런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만나는 건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미국이라서 그런걸까요? 아님 유유상종?
무엇보다도 저는 이 저자의 아집("이 문제는 논쟁으로 결론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경험을 했고, 내 신념에 자신 있다". 65p)에 일단 어이가 가출하더군요. 아~ 그래서 자신의 경험에 대한 자신감이 너무 넘친 나머지 이 책에 인용한 자료의 출처 중 1/3이 위키피디아였나 봅니다. 하도 이상한 자료들이 많아서 references를 보니 그냥 웹사이트 10개 달랑 소개한 게 답니다. 흔해빠진 영양학 journal이나 article 하나 없습니다. 개인적인 경험만 갖고 말하자면 겨우 1년 9개월 채식을 한 저도 할 말 있습니다. 채식 1년 만에 고지혈증, 고도의 지방간을 고쳤고 중성 지방 등 몸에 안 좋은 수치를 모두 정상으로 돌려놨습니다. 그러니 저를 믿고 채식하세요. 무병장수 하실 수 있습니다. 할렐루야~
그 다음은 책 내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시 눈물 닦고. ㅠ.ㅠ)
저자는 세 가지 방향에서 채식주의를 비판합니다. 일단 이 책은 온통 자가당착, 아전인수격의 자료 선별과 해석의 왜곡이 난무한다는 걸 미리 말씀드립니다.
1. 도덕적 이유의 채식주의
2. 정치적 이유의 채식주의
3. 영양학적 이유의 채식주의
저자에 따르면 도덕적 이유의 채식주의가 놓치고 있는 것은 농업이 본질적으로 파괴적이라는 것이고 특히 일년생 곡물의 단일 경작이라고 주장합니다. 농업에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그리고 로컬 푸드를 먹는게 좋다는 것도 동의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저자는 채식주의자가 동물을 죽이지 않기 위해서 농업에 중독되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농업을 위해 미생물, 곤충, 작은 동물들을 죽일 수 밖에 없으니 아무 것도 죽이지 않으려는 채식주의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그런 걸 주장하는 채식주의란 걸 저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가능하면 불필요한 살생을 피하자는 것이지 아무런 죽음도 인정하지 않는 채식주의란 것이 어디 있습니까? 왠 허수아비 공격?). 게다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채식이란 건 불가능하니 그냥 고기를 먹자고 합니다. 어떻게? 직접 길러서 잡아먹자고 합니다(응?). 모두 자급자족식 농업을 하자는거지요(그러면서 참치 통조림은 왜 먹나?).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인, 질소 등의 제공없는 지속가능한 농업은 불가능하고 그러려면 가축이 필요하고 기왕 가축이 있으니 고기를 먹자는 겁니다. 동물이 전혀 없이 지속가능한 유기 농업을 하고 있는 veganic farm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은 그냥 고기가 먹고 싶은 것 같습니다. 그러면 그냥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지.
게다가 이 사람이 책에서 자주 먹는 유제품은 결국 낙농업에서 나온 산물인데 이 사람이 그렇게 칭송해 마지않는 수렵 채집 생활에서는 그런 양질의 유제품이 없었고 정착 농업이 시작되면서 가능해졌는데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앞뒤가 안 맞아서 당췌 이해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단일 경작하는 옥수수 등의 곡물은 주로 고기 생산을 위한 가축들의 사료로 사용하기 위해 기르는 건데 단일 경작을 하지 않으려면 고기 소비부터 줄이는 데서부터 시작을 해야지 뜬금없이 채식은 왜 끼워넣는답니까? 아항 자기가 20년 동안 먹었던 옥수수 시리얼을 만드는데 사용된 GMO 옥수수를 까야하니까?
도덕적 이유의 채식주의 장에 나오는 동물 권리 옹호론에 대한 저자의 무지와 몰상식은 거론하기 창피한 수준입니다. 동물 권리 옹호론자들이 죽음이 생명의 일부라는 걸 부정하기 때문에 다른 생명을 전혀 죽이지 않고도 먹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말(142p)을 합니다. 대체 그렇게 주장하는 동물 권리 옹호론자들이 누굽니까? 자기가 죽음이 잘못된 것이라고 믿었다네요(150p). 자기가 그렇게 오해해놓고 엄한 동물 권리 옹호론자들에게 덤터기를 씌웁니다. 그래놓고 이 사람이 내린 결론은..... "나는 마침내 대답을 찾았다. 나는 선을 긋지 않을 것이다(160p)" 그냥 다 먹겠답니다;;;;; 그래서 참치 통조림을 흡입했지요~
정치적 이유의 채식주의가 놓쳤다고 저자가 주장하는 건 동물을 먹지 않고 채식을 하는 것으로 세계 기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장에서 저자가 비판한 공장형 축산을 위한 단일 경작 문제는 저도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채식주의가 표방하는 곳도 같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저자는 중간에 방향을 틀어서 공장형 축산이나 채식주의나 똑같다고 한통속 취급을 합니다(읭?). 단일 경작은 공장형 축산을 위한 사료 생산도 하지만 저자가 20년 동안 먹었던 GMO 시리얼을 만들기 위한 옥수수를 생산하기도 한다면서요. 그러면서 갑자기 이 사람은 지구 상에 사람이 너무 많다고 합니다(204p). 지구가 수용 가능한 지속 가능한 인구의 수를 6억으로 산정한 머컬(그냥 미국 작가랍니다;;;;)의 추정치도 너무 많다면서 이 책의 막판에 아이를 낳지 말자는 극단적인 주장을 합니다. 본인도 안 낳았다면서요;;;;; 아 놔~
마지막 3부의 영양학적 이유의 채식주의가 놓치고 있는 것으로 저자가 주장한 것은 현재의 인간을 만든 건 육식이지 채식이 아니라는 겁니다. 드디어 저자의 구석기 시대 찬양론이 등장하는데 수렵, 채집 시대에는 이렇다 할 질병이 없었다거나(p243), 들소 떼가 영양분 가득한 자신들의 몸으로 인간의 뇌를 성장시킨 결과 라스코 동굴 벽화가 탄생했다거나(241p), 게다가 이런 내용들에 대해 고고학적으로 논쟁의 여지 없이 증명된 사실(244p)이라면서 출처 표기 하나 안 하는 멋진 생까기를 보여줍니다.
제가 영양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하나하나 반박하지 못하나 상식적으로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저자의 주장을 몇 개 열거하면(당연히 출처는 하나도 없습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이 포스팅의 말미에 영양학자의 반박 포스팅 링크를 걸어둘테니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보세요.
* 식생활에서 글루텐(밀에서 많이 발견되는 식물성 단백질)을 제거하면 정신분열병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가 수없이 많이 나와 있다(252p)
* 중간 크기의 구운 감자를 먹는 것과 대용량 청량음료 한 병을 마시는 것은 대사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사실 감자 쪽이 살짝 더 나쁜 음식이다(258p)
*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피 속에 든 콜레스테롤의 80%가 우리 몸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266p).
* 동물성 지방보다 포화 지방이 더 많은 것이 코코넛 오일이다(279p).
* 비타민 A를 함유한 식물성 식품은 존재하지 않는다(293p).
* 비타민 D를 함유한 식품은 대구 간유, 동물 간, 달걀 노른자, 기름진 생선, 버터 등 동물성 식품 뿐이다(293p)
* 사실 심장은 지방을 연료로 사용할 때 가장 잘 돌아간다(295p).
* 의학박사 비어트리스 골롬은 1965년 이후에 발표된 모든 연구 결과를 샅샅이 훑어 낮은 콜레스테롤 수치와 폭력이 관계가 있는지 고찰했고, 둘 사이의 상관성에 인과 관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296p).
* 식물성 기름에 오메가6 지방산은 많이 들어있는 반해 오메가3 지방산은 거의 들어있지 않다. 오메가6 지방산은 각종 염증과 고혈압, 소화기 자극, 면역 기능 저하, 불임, 세포 증식, 그리고 암을 유발한다(299p).
이 포스팅을 하는 중에 5분 정도 구글링을 해 봤는데도 위에서 저자가 주장한 내용 중 4가지 이상을 반박하는 증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대체 뭘 갖고 이런 얼토당토 않은 주장들을 하는 건지...
그 밖에도 대부분의 비건들이 단것 중독증이라고 주장(312p)하거나(난 그 좋아하던 아이스크림도 전혀 생각 안 나는데?) 비건 식사를 시작한 지 6주가 지나자 탈진했다거나(굶어서 그랬겠지~ 난 몸만 가볍고 쌩쌩해지더구만)하는 허무맹랑한 주장이나 경험담이 난무합니다.
6장의 제목은 더 재미있습니다. "만병통치약 콩의 진실" 대체 어느 채식인이 콩을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한답니까? 아무리 홍삼이 몸에 좋아도 이 사람처럼 홍삼을 먹으면 몸이 견뎌내겠습니까? 아무래도 이 사람은 콩 혹은 두유 중독증이었나봅니다. 그러니 콩이 미워 죽겠지(난 콩 하나만 줄창 패~).
7장에서는 채식주의자들을 찾아오는 식이장애라는 제목으로 채식을 하면 식이장애에 걸린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헐~). 식이장애 환자들이 거식하는 걸 주변 사람들이 방해하지 못하게 하려고 흔히 대는 핑계 중 하나가 자신이 채식을 한다고 둘러대는 건데 이 사람은 그런 건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을 겁니다. 그냥 채식하면 식이장애에 걸린다고 주장하고 싶겠지요.
처음부터 끝까지 투사(projection) 기제의 끝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저자가 우울증, 식이장애, 공황장애, 퇴행성 디스크, 저혈당, 암까지 걸렸다는데 그러게 제대로 된 채식을 하지 왜 정크 푸드만 20년을 먹으면서 고행을 한건지 참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본인이 기른 고기와 유제품 중심의 식단을 쭈욱 밀고 나간다니 더 안타까워요. (마지막으로 눈물 닦고)
꼼꼼히 읽느라고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데 보면서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울렁거리고 자꾸 멘붕이 오는 통에 참 힘들었습니다. 비건이나 채식하시는 분들은 정신 건강을 위해서 안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볼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여러분~ 채식을 하면 인슐린 수용체가 마모되어 저혈당증에 걸리고 뼈와 관절이 파괴되며 염증에 뒤덮이게 됩니다. 알츠하이머 병에 걸릴 확률이 급증하고 전신 통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갑상선도 손상되고 위도 망가지고 언제나 너무너무 춥습니다. 게다가 신경 손상 가능성이 있고 지능이 낮아지는데다 우울, 불안증에 걸릴 수 있답니다.
이 증상의 대부분을 저자가 경험했고 아마도 콩을 많이 먹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ㅡㅡ;;;;
잡식하시는 분들은 채식을 공격할 때 더 이상 이 책 들고 오지 마세요. 웃음거리가 되고 싶지 않으면...
덧. 반박 리뷰 링크 몇 개 겁니다. 모두 영어이기는 하지만 읽어볼 만 합니다. 채식의 유혹을 쓴 김우열 번역가가 트윗해 주신 겁니다. 허락없이 무단 링크걸어서 죄송합니다~
http://www.theveganrd.com/2010/09/review-of-the-vegetarian-myth.html
http://skepticalvegan.com/2010/03/19/myths-of-the-vegetarian-myth/
미국 아마존에서 이 책을 검색하시면 최고의 추천 리뷰로 선정된 중립 입장의 리뷰도 읽어보세요.
덧2.
'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2008)'라는 제가 극찬한 좋은 책을 쓴 유진규 PD가 추천사를 썼던데 유진규 PD 정말 실망입니다. 책을 보는 눈이 이 정도 밖에 안 될 줄은 몰랐습니다.
덧3. 그래도 혹시나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 북 크로싱 할테니 사지 마세요. 이런 책을 위해 더 이상 나무가 희생되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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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SBS에서 환경 관련 다큐멘터리를 주로 찍었던 유진규 PD가 쓴 책입니다. 유진규 PD는 이미 방영된 'SBS스페셜, 인간동력 당신도 에너지다'를 제작하기 위해 6개국 20여 개 도시를 직접 날아가서 발로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은 제가 지금까지 읽은 생태, 환경 관련 서적 중 가히 최고라고 부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는데 딱딱하지 않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하고 환경 관련 서적이 빠지기 쉬운 함정인 지루한 지식의 나열이 없습니다.
'인간동력'이라는 말은 'Human Powered'라는 말을 번역한 것인데 흔히 인간동력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기껏해야 자전거와 연결된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력으로 TV를 보는 정도의 상상력만 발휘합니다. 저도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 책에는 오로지 인간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승용차, 버스, 호버크래프트, 잠수함, 하물며 비행기까지 등장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인간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기계들이 결코 느리거나 효율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미국 오리건주의 발명가인 찰스 그린우드가 발명한 '휴먼카'는 조정 경기에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그립을 앉아서 앞뒤로 당기는 힘으로만 작동하는데 4인승인 이 승용차의 최대 속도는 무려 90km/hr입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특히 이 책은 단순히 석유 위기에 대항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인간의 힘을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즐기면서 전력을 생산하는 Fun Energy 개념까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아이들은 소위 '빙빙이'라고 불리는 플레이 펌프를 돌리면서 노는데 이것이 지하수를 길어올립니다. 아이들은 재미나게 노는 것에 불과한데 고질적인 문제인 식수난을 해결하는 것이지요.
후반부로 가면 이 책은 단순한 인간의 근육 에너지가 아닌 소모 열량과 체열, 밟는 압력, 정전기까지도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신기술을 소개하는 단계까지 나아갑니다. 자기가 내딛는 발걸음에서 에너지를 얻어 걸으면서 휴대폰을 자동으로 충전하는 신기한 기술(이미 개발되어 실용화 단계라고 합니다)과 같은 것들이죠.
'Fun Power'와 'Hightech'가 결합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소개하는 후기마저도 재미있습니다. '4륜 구동 오프로드 머신', '탑승객이 직접 페달을 밟아 구동하는 기차인 그린 익스프레스', 사람이 걸으면서 들썩이는 위치 에너지로 발전을 하는 '발전 배낭', 군중들의 체열을 이용해 난방을 해결하는 '군중 보일러'와 같은 아이디어들이 참으로 기발합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인간동력이 단순히 석유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 에너지가 아니라 인간의 정신을 갉아먹는 게으름과 싸울 수 있는 훌륭한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유익함과 재미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환경 서적으로 강력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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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다섯 번째 발간을 한 지식 e 시리즈 다섯 번째 책의 키워드는 '사람'입니다.
전 국가인원위원회 위원장인 서울대 안경환 교수의 권두언을 보니 '인권, 시대의 상식'이 제목입니다. 인권침해가 상식이 되버린 이 엄혹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참 씁쓸한 권두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책은 다른 책들과 달리 20개의 '사람' 이야기를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싣고 있습니다. 하나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관련있는 사람들의 인터뷰로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이야기는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텐징 노르가이와 에드먼드 힐러리경(제시 순서 주목!!)의 이야기인데 뒤이어 우리나라의 고산 거벽 등반 전문산악인 김세준씨의 인터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축구저널리스트 서형욱, 팝아티스트 낸시 랭, 판화가 이철수, '노리단' 퍼포머 강희수, 마임이스트 유진규, 공연연출가 탁현민, 진보네트워크 활동가 장여경,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도법 스님, 뮤지션 한대수, 친환경에너지 발명가 황성순, '미디어몽구' 운영자 김정환, 뮤지션 신해철, 용산 철거민 참사 유족 김영덕, 성공회대 연구교수 보노짓 후세인, '슬로 라이프 운동' 지도자 쓰지 신이치의 인터뷰를 싣고 있습니다.
낸시랭과 신해철은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인데 인터뷰 기사를 보니 생각 외로 다른 면도 있어서 선입견을 조금이나마 깰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저는 제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깨 주는 책을 참 좋아라 합니다.
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행복의 경제학'을 쓴 쓰지 신이치씨를 다른 지면에서 만날 수 있어 반가웠고요.
역시나 강력한 메시지를 마음의 울림과 함께 전하는 완소 서적, 지식 e 5권입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