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읽은 책들 중 가장 좋았던 책 두 권(정확히는 세 권) 중 한 권입니다. '양철북' 출판사의 책은 아무리 못해도 '중박'을 치지만 이 책은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도 발군이었습니다.
생활 양식이 석기시대에 머물러 있는 베네수엘라의 원시부족 예콰나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인간 본성이 요구하는 육아 방식이 있음을 깨닫고 인간의 '연속성(Continuum)'을 따르는 육아법을 주창한 진 리들로프(Jean Liedloff, 1926~2011)의 고전인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큰 파장을 일으켰고 이후 서구 사회의 소위 합리적 육아법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이끌어 냈습니다.
연속성은 사실 그렇게 어려운 개념이 아닙니다. 아주 간략히 말하자면 아이가 태내에서 엄마의 감각기관을 통해 세상의 자극을 받아들였듯이 그 연속성을 태어나고나서도 유지하는 것이 인간 본성을 따르는 육아법이라는 겁니다.
그럼 연속성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하면 어머니가 아이를 임신 때 품고 다닐 때 했던 것처럼 보호자(굳이 어머니일 필요 없습니다. 타고난 모성애는 개뿔이죠)가 동일하게 대하면 됩니다. 신체적인 접촉을 유지하면서도 아이에게 '과도한 돌봄'을 주지 않는 것이죠. 보호자와 함께 움직이면서 아이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기 때문에 굳이 무언가를 억지로 교육하거나 학습시킬 필요가 없게 됩니다. 즉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는 겁니다.
심리학 전공자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하는 책이지만 가장 추천하고 싶은 대상은 아이를 가질 계획이 있거나 이미 어린(어리면 어릴수록) 자녀를 갖고 있는 부모들입니다. 분명히 도움이 되실 겁니다. 꼭 읽어보세요.
닫기* 아기의 기대치는 활기 넘치는 사람이 삶에서 기대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즉 아기는 끊임없는 신체 접촉을 통해 나중에 직접 맛보게 될 경험을 하나씩 눈에 담는다.* 아기의 주된 관심사는 어른이든 아이든 곁에서 자기를 보는 사람의 행동, 대화, 환경을 흡수하는 데 있다. 이러한 정보를 통해 아기는 주변 사람들이 무얼 하는지 이해함으로써 그 사람들 사이에서 차츰차츰 자신의 위치를 찾아나간다.
* 아기가 끊임없이 보내는 신호는 관심을 더 많이 가져달라는 신호가 아니라 적절한 경험이 필요하니 하게 해달라는 신호다.
* 짜증을 잘 내고 ‘반항적인’ 아이들의 반사회 행동은 알고 보면 어울려 행동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는 일종의 항변이다.
* 아이들이 관심을 끌려고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분출하는 이유는 그저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이 너무 받아들이기 어려우니 그걸 바로잡아달라고 호소하기 위해 보호자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진실 그 자체다. 오로지 진실만이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 전적으로 동감
* 연속성의 관점에서 보면 심리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원래는 ‘온전하게’ 태어났지만 종 특유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 채 그런 욕구를 존중하고 채워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의 독선적인 부정이나 비난 때문에 정확하게 진화한 기대를 본의 아니게 억눌렀을 가능성이 높다. -> TCI의 기본원리와 소름끼칠 정도로 똑같아서 읽으면서 상당히 놀랐습니다.
* 우리의 진정한 욕구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는 지성이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게 되면서 우리에게 무엇이 가장 좋은지를 잘 아는 우리의 타고난 감각은 갈수록 빈번하게 의심의 방해에 부닥치고 있다.
* 아이가 품 안에서 경험하는 것은 아기의 연속성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아기의 현재 요구를 채워주고 아기의 발달에 정확하게 기여한다.
* 어머니나 아버지의 역할에 여성이냐 남성이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 우리가 아는 의식은 허상일 뿐이다. 의식은 원래 연속성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의식은 연속성의 비밀에 다가가지조차 못한다. 의식을 무능한 주인이 아니라 유능한 일꾼으로 만드는 것이 연속성 철학의 주된 목표다.
* 박탈로 인해 아기 때 겪은 불편과 제약이 클수록 그 기억이 발달의 일부로 자리 잡기 쉽다. 본능은 추론하지 못한다. 다만 태곳적부터 쌓아온 경험을 통해 최초의 경험을 기준 삼아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개인에게 바람직하다고 여길 뿐이다.
* 아기가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는 사람에게 하루 종일 안겨 있을 경우 유기나 분리, 욕구 불만에서 오는 부정적인 감정은 느끼지 않겠지만 삶과 행동의 질을 배우지는 못한다. 아기가 자신을 재미있게 해주는 사람들과 활발하게 조우한다는 것은 곧 아기가 행동을 기대하고 자연스럽게 그 행동을 발달시키게 된다는 뜻이다.
* 어머니가 되는 대로 아무렇게나 대하면 아기는 다양한 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강하고 적응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면서 편안하게 느낀다. 나약하다는 느낌은 불쾌할 뿐만 아니라 발달기는 물론 성인기의 능률까지 해친다.
* 가끔씩 목격되는 장난감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변덕스런 아동기의 특징으로 간주되지만, 실은 자신을 버리지 않을 친구를 애타게 찾으며 생명 없는 물체에 매달리는 아이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박탈의 징후다.
* 독립성의 성장과 정서적인 성숙은 주로 품 안에서 맺는 관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누구든 어머니를 통하지 않고서는 어머니로부터 독립할 수 없다. 즉 어머니가 자신의 역할을 정확하게 수행하지 않으면, 품의 경험을 주면서 경험이 모두 충족되었을 때 그 단계에서 졸업할 수 있도록 해주지 않으면 누구도 어머니로부터 독립할 수 없다.
* 예콰나족 어머니는 먼저 나서서 아기와 접촉하지 않고 오직 수동적인 태도만 보인다.
* 아이든 어른이든 사회성을 타고났다는 가정만큼 중요한 것은 아마도 개개인을 스스로의 주인으로 존중하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정의한다면 그 말은 인간은 상대가 기대한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뜻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지성은 아이가 무엇을 이해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려고 든다. 이에 비해 연속성을 중시하는 교육 방법은 왜곡되지도 편집되지도 않은 전체 언어 환경에서 아이가 흡수할 수 있는 것만 흡수하게 놔둔다. 무엇을 소화할 수 있는지를 아이의 사고에 맡겨두는 한 아이가 이해하지 못하는 개념 때문에 상처를 받는 일은 절대 없다. 하지만 아이의 어깨를 붙잡고 억지로 이해시키려고 할 경우에는 아이는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것과 사람들이 기대한다고 느끼는 것 사이에서 심각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 세월이 지나 성장할수록 품 안의 경험을 되찾으려는 갈망은 매우 다양한 형태를 띠게 된다. 품 안에서 지내는 시간을 갖지 못해 행복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을 상실할 경우 그 조건을 대체할 수 있는 조건이라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렇게 되면 행복은 더 이상 일상의 일부가 아니라 삶의 목표로 바뀌고, 사람들은 그 목표를 평생 추구한다.
* 우리는 외국인은 성격이 모두 똑같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원시 부족의 경우에는 더욱 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실은 그 반대다. 그 지역 고유의 관습은 그 사회 구성원들의 행동에 어떤 동질성을 부여하지만, 연속성에 충실한 사회일수록 개인들 사이의 차이는 각자의 타고난 성격을 자유롭게 드러내는 데서 나오는 결과다. 그 이유는 사회가 구성원들을 두려워하거나 억누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연속성의 기준에서 멀리 벗어나 있는 문명사회의 경우 사람들 사이의 차이는 주로 각자가 경험하는 박탈의 질과 양이 야기하는 왜곡에 제각기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결과다. 따라서 문명사회 사람들은 반사회 성향을 보일 때가 많으며, 사회는 구성원들과 구성원들이 보이는 비협조 징후를 두려워하게 된다. 연속성이 부족한 문화일수록 개인은 공적인 행동에서뿐만 아니라 사적인 행동에서도 일정한 규범에 따라야 한다는 압력을 받기 쉽다.
* 연속성 욕구를 한 번도 박탈당한 적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반사회 성향이나 범죄성 같은 성격을 찾아볼 수 없다. 범죄자의 사회성을 가늠하는 기준은 행동이 아니라 동기다. -> MMPI-2 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 행동보다 태도를 더 중요하게 해석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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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심리학 공부한 이후로 지금까지 읽은 놀이치료, 육아 관련 책 중 최고의 책입니다. 일단 강추 드립니다.
믿고 보는 양철북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라서 최소 평타는 치겠거니 했는데 개인적으로 '심봤다~' 수준이라서 깜짝 놀랐고 읽는 내내 정말 좋았습니다.
이 책의 원 제목이 Playful Parenting이라서 제목의 어감을 그대로 살려 나왔으면 망했을 수도 있을 것을 출판사에서 제목도 잘 뽑아 냈네요.
보통 이런 류의 책은 육아와 놀이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이나 놀이치료를 할 전공자 중 하나만 택해서 특화시키게 마련인데 이 책은 한꺼번에 잡기 힘든 두 마리 토끼를 둘 다 놓치지 않았습니다.
'아이 마음을 헤아리는 부모의 특별한 기술, 놀이 육아'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주 독자층은 내 아이와 잘 놀고 싶고 놀이를 통해 아이 마음을 읽고 헤아리고 싶은 일반 부모인데 저자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경험, 놀이치료 사례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예시를 바탕으로 이해하기 쉽게 썼습니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에 놀이치료의 핵심 개념과 함께 저자가 주로 사용하는 기법을 소개하고 있어서 임상가들이 실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건질 내용이 너무 많아서 밑줄을 긋지 않고 책장을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내용이 참 많습니다.
제목만 한번 살펴보죠.
1. 왜 재미있는 부모가 되어야 하는가?
2. 아이들의 세계에 기꺼이 뛰어들어라
3. 탄탄한 결합을 맺어라
4. 자신감을 길러줘라
5. 아이에게 웃음을 줘라
6. 난리법석을 배워라
7. 현실의 일시정지 - 역할을 바꿔라
8. 딸에게는 자율적인 능력을, 아들과는 결합을
9. 아이에게 주도권을 맡겨라
10. (필요하다면) 주도권을 잡아라
11. 싫어하는 놀이도 좋아하는 법을 배워라
12. 격렬한 감정을 모두 인정하라
13. 아이의 행동을 바로잡아주는 평소의 방법을 다시 생각하라
14. 형제자매 간 경쟁심을 놀이로 극복하라
15. 부모 자신을 재충전하라
일반적인 심리학 책과 달리 이 책은 각 장의 제목만 봐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짐작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너무 당연하게 들리거든요. 아쉽지만 이 책의 진가는 직접 읽어보셔야 알 수 있습니다.
내용도 유익하고 유용하지만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재미까지 있다는 겁니다. 하다못해 매 장의 첫 페이지에 나오는 삽화까지 재미있어요. 그래서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인데도 언제 다 읽었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자인 로렌스 J. 코헨은 사실 예전에 이미 강추했던 책
'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2001)'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입니다. 그 책의 주 저자는 마이클 톰슨이라서 저도 깜박 놓쳤네요. 역시 훌륭한 책을 쓰는 저자는 다릅니다.
로렌스 J. 코헨은 '래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놀이치료 전문가로 오랜 현장 경험을 갖고 있는 전문가 중 전문가입니다. 책만 읽어도 이 사람이 얼마나 임상 경험이 풍부한 지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본원적인 치유력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강한 지도요.
제가 상담하는 아이가 놀이치료가 필요하다면 두 말 없이 믿고 맡길 수 있을만큼 신뢰가 팍팍 가는 치료자입니다.
자녀를 둔 부모는 물론이고 예비 부모들께도 강력 추천합니다. 꼭 읽어보세요. 놀이치료에 관심있는 현장 임상가들의 입문서로도 그만인 책입니다.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하지 않아요.
덧. 이 저자의 책 중 'The Opposite of Worry'도 '엄마는 아이의 불안을 모른다'로 이미 번역되어 있네요. 구매 확정입니다.
덧2. 이 책은 새 책으로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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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험프리스의 책은 월덴 3에서도 이미 두 차례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 꽤 오래전에 출판되었지만 2009년에야 국내에 소개된
'부부의 사생활(1997)'과 얼마 전에는 긍정심리적 접근을 다룬
'투덜이의 심리학(1996)'을 소개했었지요. 두 권 다 이미 90년대 후반에 나온 책인데 이제서야 국내에 소개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토니 험프리스라는 임상가가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토니 험프리스는 주로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가인데 그 중에서도 부모-자녀 관계, 부모의 양육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토니 험프리스가 가장 자신있는 핵심 분야를 다룬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5년 간의 임상 노하우를 정리해 놓은 책이라서 2004년에야 출판이 되었습니다. 84개의 질문(출판사에서는 83개라고 하는데 제가 일일이 세어 보았더니 84개더군요)을 다음의 6개 주제군에 따라 나누어 놓았습니다.
1장. 육아에 임하는 마음가짐2장. 부모의 역할3장. 육아의 기술4장. 아이들의 문제행동5장. 부모들의 문제행동6장. 아이의 교육과 미래
각 장의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문제있는 자녀의 행동을 다루는 세부 기술보다는 오히려 부모의 역할과 가치관 등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건 이 책에서 부모는 자신이 도달한 단계 만큼만 자녀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반복되는 것으로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토니 험프리스는 참 글을 쉽게 씁니다. 게다가 이 책은 번역도 잘 되어 있어서 일반인이 읽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다만 자녀의 특정 문제 행동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특효 기술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또한 임상가들에게도 별반 특별할 것이 없는 내용들이라서 이 책은 임상가들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모의 자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책이라서 어린 아동을 자녀로 둔 부모님들에게는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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