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임상심리학회 상벌 및 윤리위원회 명의로 심리검사 문항 노출을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나왔습니다.
그간 대중매체 특히 방송을 통해 심리검사의 문항 자체가 노출되는 일이 반복되었고 최근 들어 더욱 빈번해지는 느낌이었는데 드디어 나왔네요. 만시지탄인 감은 있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공식적인 학회 차원에서 공지가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심리검사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 특히 심리학회 회원이라면 아래의 윤리 규정과 대응 방안을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윤리 규정>
제50조 검사의 보안 유지
1항. 심리검사의 대중적 노출이 검사의 타당도를 손상시킬 가능성을 고려하여 검사의 보안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2항. 능력검사(지능검사, 신경심리검사, 적성검사 등)와 투사적 검사의 요강, 도구, 자극, 또는 문항이 대중 매체, 인터넷 등을 통해 대중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검사에서의 특정한 반응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이 대중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3항. 검사의 보안을 위한 노력의 의무는 심리검사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는 서적에도 적용된다. 단 심리학 전공자들이 심리검사를 연구하고 사용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제작되는 검사 요강, 핸드북, 해설서, 사례집, 워크북 등의 서적에 대해서는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
4항. 심리검사를 제작하여 판매하려는 심리학자는 그 검사의 특징을 감안하여 검사 구입자의 자격 범위를 규정하고, 그러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에게 판매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응 방안>
1. 촬영 전 미리 검사의 보안 유지와 관련해 윤리규정을 제시하며 검사 자극 촬영을 거부할 것.
2. 방송사 등에서 검사 자극 노출 없이 검사 장면만을 촬영하겠다고 하여 허락을 하더라도 촬영 즉시 촬영 영상을 확인할 것.
3. 방송사에서 촬영 즉시 영상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경우, 방송 전 편집본 사전 확인을 거칠 것을 담당 PD 또는 책임자에게 문서로 확약 받을 것.
4. 검사 자극 촬영이 꼭 필요한 경우 실제 사용되는 검사 자극이 아닌 유사한 자극이나 문항을 사용할 것.
* 월덴지기의 comment1. 윤리 규정과 대응 방안을 숙지하라고 하면서 정작 게시판에는 이미지 파일로만 게시하는 센스. 문서 파일 하나 첨부해 주면 어디 덧납니까? 널리 알리는 게 필요한 조치인데 하나하나 입력해야겠습니까?;;;;2. 저는 방송이든 뭐든 대중매체가 심리검사와 관련된 촬영을 하자고 하면 무조건 거절하기 때문에 별로 걱정할 일이 없지만 대응 방안 2, 3번은 현실성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촬영 영상을 현장에서 보여주는 방송사는 제가 알기로 없으니까요. 아마 외주사도 그렇게 안 할 것이고 문서로 사전 확인을 받는 것도 불가능할겁니다. 구두로야 얼마든지 해 주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러는 방송사는 거의 없죠. 인터뷰, 칼럼도 사전 확인 없이 그냥 내보내고 필요하면 논조도 얼마든지 뒤집는 곳이 대중매체인데 너무 naive한 대응입니다. 3. 자기 평판을 높이려 적극적으로 대중매체를 이용하는 소수의 회원을 제외한 대부분은 아마도 자기가 속한 직장에서 협조하라고 강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촬영에 임하는 것일텐데 회원 보호에 대한 학회 차원의 의지가 별로 안 보여서 속상하네요. 윤리 규정을 위반한 회원만 징계하면 끝입니까? 최소한 그런 압력이 있을 때 연락할 수 있는 상벌 및 윤리 위원회의 비상연락망 정도는 함께 게시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학회 차원의 대응 방안(학회 차원의 성명서 발표, 공식 항의, 변호사나 법무사 등의 자문을 통한 법률적 조치 등)도 당연히 고려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381
심리치료나 상담을 하는 임상가들에게 특히 강조되는 윤리 규정 중 하나가 다중 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아주 간략하게 하나만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 상담을 하는 내담자와 잠자리를 하지 말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상담자-내담자 관계에 연인 관계가 추가되기 때문에 치료적 경계를 침범하게 되어 내담자에게 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금하는 행동이죠.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심리치료나 상담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다중 관계는 해롭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모든 대인 관계 갈등과 대부분의 심리적 문제가 이런 다중 관계 때문에 발생한다고까지 생각하는 편입니다. 뒤집어서 말씀드리면
애초부터 다중 관계를 맺지 않거나 이미 맺고 있는 다중 관계를 정리해서 하나의 관계만 남기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걸 경험하였습니다.
제가 주로 다루고 있는 도박 중독 문제만 해도 도박자와 배우자, 도박자와 원가족의 문제는 엄밀히 말하면 도박 때문에, 혹은 도박으로 파생된 문제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주로 다중 관계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아내와 남편의 관계만 유지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내가 도박자인 남편의 빚을 대신 갚아줌으로써 채권자-채무자 관계가 추가되게 됩니다. 또는 도박자 남편이 저지른 일을 아내가 돌아다니면서 일일히 변명, 거짓말, 해결함으로써 엄마-아들의 관계가 추가되는 것이죠.
물론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들'이 '별다른 문제 없는 상태'에서 맺은 다중 관계는 안정된 평형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는 괜찮아 보입니다. 하지만 다중 관계는 변화에 취약하기 때문에 조금만 흔들려도 균형이 깨지고 결국은 갈등을 가져오게 됩니다.
공과 사를 구분하라는 말도 다중 관계를 경계하는 말이죠. 너무 각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다중 관계를 맺는 순간 얇은 얼음판 위에 올라섰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 동료와는 일만 함께 하고, 친구와는 우정만 나누고, 연인과는 사랑만 하세요.
거리 두기가 어렵다고 생각되는 분들일수록 다중 관계를 맺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다중 관계도 빨리 정리하세요.
덧. 이중 관계도 다중 관계이니 관계는 하나만 국한하도록 애써보세요.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0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