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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런드 러셀 연구가인 로버트 E. 에그너 교수가 버트런드 러셀의 대표 저작들 중에서 최고의 문장만을 발췌하여 정치, 심리, 윤리, 교육, 종교, 성과 결혼이라는 6개 주제로 묶어 펴낸 책입니다.
이 책의 원고는 버트런드 러셀이 9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 몇 주 전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버트런드 러셀은 성 윤리에 대한 자유로운 사고를 옹호한 것 때문에 1940년 대 뉴욕에서 큰 곤경을 겪어야 했고 지금까지도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 철학자이죠. 100여 권이 넘는 책과 수많은 저술 중 정작 성과 관련된 것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데도 말이죠. 그런 점에서 앙리 베르그송에 이어 철학자로서는 두 번째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이유가 '결혼과 도덕(1929)'이었다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고 할 수 있죠.
개인적으로 버트런드 러셀의 글을 참 좋아라합니다. 독단이 인류에게 미치는 폐해에 대해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가치관을 행동으로 옮기는데 전혀 주저하지 않았던 행동가였죠.
월덴 3에서도 이미
'행복의 정복(1930)',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2005)',
'게으름에 대한 찬양(1997)' 등을 통해 러셀의 사상을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습니다.
버트런드 러셀의 글 중 '교육', '성과 결혼' 주제로 분류된 내용에 해당하는 책들은 전혀 읽은 적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내용을 접하게 되어 신선하고 좋았습니다만....
해학이 넘치는 버트런드 러셀의 명문을 읽는 재미는 좋았는데 여러 저작에서 발췌한 내용들을 묶어 싣는 바람에 자꾸 흐름이 끊기고 산만해져서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책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각 장마다 '편집자의 여는 글'과 '해설자의 닫는 글'을 앞뒤로 배치해서 버트런드 러셀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게 배려한 건 좋았습니다.
버트런드 러셀의 저작을 대부분 읽은 분들이 총정리하는 차원에서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최소한 대표 저작 정도는 다 읽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책에 소개된 러셀의 저작들을 다시 한번 뒤져 봐야겠습니다.
닫기
* 나는 근엄하게 굴어야만 진지한 사람으로 대접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근엄함에 맞설 최고의 무기는 재치이다. 재치가 아닌 다른 무기를 쓸 경우 대개는 또 다른 독단주의적이고 분파주의적인 근엄함이 나타날 뿐이다.
* 러셀의 방대한 저작 목록에서 유일하게 찾을 수 없는 철학적 주제는 미학에 관한 것인데, 그 이유는 아마도 이성과 합리성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과학적 세계관과 논리적 방법으로 철학에 접근한 그에게 미학은 적절한 관심을 끌지 못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 러셀의 주된 관심사는 무수한 형태로 행사되는 독단적 권위가 인류의 진보를 심각하게 가로막아왔고, 이런 상황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데 있었다.
* 인도주의를 기억하라.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무시하라.
* 러셀의 견해에 따르면 정치학 이론의 핵심적인 문제는 진보에 필요한 개인적 창의성과 생존에 필요한 사회적 결속력을 어떻게 결합시키느냐였다.
* 만일 성취욕이 경쟁심보다 강하다면 세상은 더 행복한 곳이 될 것이다.
* 훌륭한 삶은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이다.
* 설사 신이 있다 해도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자들에게 노여움을 느낄 만큼 위태로운 허영심을 지녔을 것 같지는 않다.
* 나는 신념은 죄다 해로운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신념은 아무런 증거가 없는 것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어느 누구도 증거가 있는 것을 신념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우리는 증거를 감정으로 대체하고 싶을 때 신념이라는 말을 쓰는 것 뿐이다.
* 불가지론자들은 죄가 유용한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도 어떤 행위는 바람직하고 어떤 행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들은 바람직하지 않은 처벌은 고통을 줄 목적으로 인정되어서는 안 되며, 예방이나 계도의 목적으로만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인생에 맞서기 위해서 어떤 신념이나 신앙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겁이 많은 사람이다. 이런 태도는 다른 영역에서는 경멸받지만 종교의 영역에서는 훌륭한 태도로 취급받는다. 그러나 나는 그 어떤 영역이라고 해도 비겁한 태도를 칭찬하고 싶지 않다.
* 죄란 명시된 법, 곧 신의 계시에 의해서 신의 뜻이라고 알려진 도덕 법규에 의식적으로 맞서고자 하는 의도적인 행동이다. 이 논리를 따른다면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은 죄를 지을 수 없다.
* 신이 세계를 창조하고 그 속에 죄로 인한 해악을 포함시켰다면 그 신은 최소한 부분적으로나마 사악한 존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낙관적인 신념을 받아들이는 것은 최선의 삶의 방식이 아니다. 두려움에 호소하는 종교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할 뿐이다.
* 내가 기억하는 한, 어느 복음서에도 지성을 칭송하는 내용이 들어 있지 않다.
* 근거가 없을 때는 판단을 보류하도록 훈련받지 못한 사람들은 독단적인 예언자의 말에 넘어가고 무식한 광신자나 엉터리 협잡꾼이 지도자가 되기 쉽다.
* 멜서스는 인구 증가를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은 도덕적 자제와 악덕과 빈곤, 이 세 가지뿐이라고 보았다.
* 죄에 대한 신념이 덕망 있는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막대한 보상은 바로 아무 거리낌 없이 고통을 가할 수 있는 기회이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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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신건강과 관련된 현장의 실태는 이렇습니다.
정신과 의사들 이외의 관련 분야 전문가들에게 심리치료를 허락하지 않는 현행 의료법에 발목이 묶여 있는 동안 정작 의사들은 약물 치료에만 의존함으로써 오히려 심리치료 및 상담 영역은 퇴보하는 추세입니다. 이런 작금의 실태에 대한 정신의학계 원로들의 개탄과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자성의 목소리로 인해 변화의 낌새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과연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회의적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정작 중요한 내담자의 권리와 사생활 보호, 상담자의 윤리관, 가치관 문제 등이 소홀하게 취급될 수 밖에 없습니다. 5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임상 심리학회만 하더라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session이 한번도 없었으며 최근에서야 겨우 치료자의 직접 윤리에 대해 routine한 교육 과정을 개설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윤리 문제가 적절히 다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현장에서 일을 하는 임상가들은 나름대로 고민을 하고 필요한 지침서를 읽어야 하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척박한 우리나라 임상 윤리 분야의 황무지에 내리는 단비와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사실 제대로 된 윤리 관련 서적이 전무합니다).
심리치료 분야에 발 좀 담궜다는 분이라면 한번쯤은 접했을, 그 유명한 Corey 부부가 쓴 이 책은 2007년에 발행된 7판입니다. 그걸 서경현, 정성진 두 분이 번역을 했고요.
그래도 2년 밖에(?) 지나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간이기 때문에 최근에 쟁점이 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윤리적 문제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종류의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이와 역전이 문제 뿐 아니라 상담자의 가치관, 종교관 문제, 다문화적 관점과 다양성의 문제, 비밀 보장 및 사생활 보호 문제, 다중관계 문제, 치료자의 자격과 수련 문제, supervision 문제, 연구와 관련된 윤리적 쟁점, 부부 및 가족 치료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 집단 상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 문제 등 현장에서 심리치료와 상담을 하는 임상가가 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윤리 문제를 망라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전개 방식이 참 마음에 드는데 우선 각 장의 맨 처음에 Likert 형 척도를 이용한 자기 점검 문항이 제시됩니다. 이 문항에 나름대로 답을 하면서 앞으로 소개될 내용의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일종의 예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주 유용합니다. 또한 중간 중간에 윤리적 딜레마를 이해하기 쉽도록 사례를 배치하고 있는데 이 사례 제시가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라면 무릎을 칠 정도로 안성맞춤입니다. 그리고 말미에는 각 장의 내용 요약과 함께 role playing을 통해 그 장에서 다룬 내용을 실습할 수 있도록 '추천 활동'을 소개해 놓아서 차근차근 읽어나가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윤리 문제에 대한 맥을 잡을 수 있는 책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다소 생소한 의료관리체계(managed care system)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보 공개 문제와 다문화적 관점을 다룬 부분은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와 닿지는 않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미리 숙지하시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읽는데 극복해야 하는 문제는 600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과 25,000 원이라는, 학생들은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책값 뿐입니다.
소장까지는 권장하지 않지만 현장에서 심리치료나 상담을 담당하는 전문가라면 반드시 최소한 한 번은 읽어보셔야 하는 책입니다. 빌려서라도 꼭 읽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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