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소개드린
'아무튼, 피트니스(2017)'와 궤를 같이하는 책입니다. '아무튼, 피트니스'를 쓴 류은숙 선생님이 50대 현장 인권 운동가로 운동을 시작했다면 이 책을 쓴 이영미 선생님은 40대의 고참 에디터일 때 운동을 시작했죠.
둘 다 말과 글로 먹고 사는 분이고 운동을 시작하기 전까지 운동과 담을 쌓았던 저질 체력의 소유자였지요. 류은숙 선생님은 헬스 클럽에서 제대로 운동을 시작했는데 이 책의 저자는 아예 철인 3종 경기 선수가 되었습니다. ㅡㅡ;;;;;
40대에 시작한 운동으로 마라톤 풀코스 10회, 철인 3종 경기 15회를 완주한 강철 체력으로 거듭났다고 합니다.
두 권 모두 글빨이 뛰어난 분들이 쓴 책이라 재미 하나만큼은 보장합니다.
'아무튼, 피트니스'를 읽으면서도 그랬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요새는 좀 덜하지만 저도 운동에 중독되었던 적이 두 번 있거든요. 한번은 2003년에 붐이었던 인라인 스케이트였고, 또 한번은 채식을 시작하기 전인 2011년에 매일 7km씩 걷던 때였습니다. 인라인 스케이트는 완전히 독학으로 배우느라고 거짓말 안 보태고 수천 번을 넘어졌는데도 매일 7시간 이상씩을 스케이트 위에 올라가 있었고 걷기에 중독되었을 때는 제주도 여행을 가서도 자정이 넘은 시간에 챙겨간 워킹화를 신고 콘도 주위를 1시간 이상 돌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질거려서 참지 못하겠는 그 느낌을 잘 압니다.
여러가지로 자극이 되는 책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해지는 이 시대에 갖고 태어난 몸을 최대한 잘 사용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주 잘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일하는 지식 노동자들은 꼭 읽고 나름의 운동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저도 또 한번의 자극을 받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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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YES24
매사에 의심많은 회의주의자이자 냉소주의자인 제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닥치고 추종하는 게 두 가지 있는데 하나가 '본 조비'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본 조비는 제가 유일하게 모든 앨범을 사 모으는 밴드(가수?)인데 기분이 울적할 때(가 별로 없기는 하지만) 본 조비의 음악을 들으면 마술처럼 기분이 유쾌해집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노르웨이의 숲'이후로 광팬이 되어서 닥치는대로 모든 작품을 읽었는데(제가 왜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해변의 카프카' 소개글 참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주력 분야인 장편소설보다 에세이를 더 좋아라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2011년에 나온 따끈따끈한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은 닥치고 읽어야 하는 'must read' 아이템임에 틀림없지요.
30년 동안 여기저기에 써 두었던 다양한 글들을 '서문 해설 등', '인사말 메시지 등', '음악에 관하여', '(언더 그라운드)에 관하여', '번역하는 것, 번역되는 것', '인물에 관하여', '눈으로 본 것, 마음으로 생각한 것', '질문과 그 대답', '짧은 픽션', '소설을 쓴다는 것', '해설 대담'이라는 주제로 묶어서 출판한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그야말로 하루키라는 남자를 양파처럼 맛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생각이 새삼 들었는데,
1. 이 사람은 참 고양이 같은 남자로구나(실제로 고양이와 살았고 아마 지금도 함께 살고 있을 겁니다)2. 이 사람 (보기와 달리) 참 마음이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구나3. 이 사람 참 겸손한 사람이구나
마음의 구성 성분이라는 것이 있다면 제게 팔할이 넘을 것이 분명한 회의와 냉소는 하루키에게는 아예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긍정과 낙관으로 가득찬 사람 같거든요. 그래서 많이 부럽습니다.
하루키는 관찰력이 워낙 뛰어난 사람이기도 하지만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서 즐거움과 재미를 느끼는 심미안이 아주 발달되어 있어서 하루키처럼 살 수만 있다면 사는게 얼마나 알차고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에 제 가슴이 다 두근거릴 정도라니까요.
소설과 관련해서는 하루키만의 소설관이랄까, 세계관이랄까 하는 걸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읽으면서 좀 당혹스러웠는데 이 책을 보면서 혼란스러웠던 머리가 정리되었거든요.
소설을 쓸 때 마음에 새겨 놓고 있다는
'혹시 여기에 높고 단단한 벽이 있고, 거기에 부딪쳐서 깨지는 알이 있다면, 나는 늘 그 알의 편에 서겠다'는 생각과
"나는 비교적 다림질에 자신이 있다, 라고 할까 적어도 내 셔츠는 내 손으로 다려 입는다. 그렇게 하는 까닭은 그게 당연하기 때문이다"라는 삶의 자세가 저랑 비슷한 걸 확인한 것이 특히 좋았습니다.
모든 글 꼭지가 다 마음에 들지만 특히 '음악에 관하여'에 속한 글들이 개인적으로 좋았습니다.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번역자인 이영미씨가 번역을 해서 그런지 매끄럽고 읽기 편합니다. 하루키팬이라면 이런 책을 놓칠리가 없을테니 하루키를 잘 모르는 분들께도 추천드리고 싶네요. 읽는 맛이 아주 좋습니다.
덧. 완소 하루키가 어느새 환갑이 넘었다니 뭔가 아쉽고 슬프고 그렇습니다. 생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 걸 보고 싶은데 말이죠. 시간이 야속하게도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네요.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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