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만족 시리즈 두 번째 포스팅입니다.
저는 원래 예쁜 볼 것(?)을 좋아합니다. 2010년 대 초반까지는 자주는 아니더라도
전시회 다니는 걸 좋아했고 해외 여행을 가도 유명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챙겨서 일정에 넣는 편이었거든요. 여행 기념품으로 현지 화가의 개성있는 그림을 사와서 액자에 넣어서 모아 두기도 했습니다. 이건 언젠가 따로 포스팅을 할 기회가 있으면 재미있겠네요.
그래서 인테리어를 할 때도 그림을 걸고 싶었지만 항상 남의 집에 세들어 살면서 액자를 걸기 위해 함부로 못을 박을 수는 없기에 그동안 언감생심이었죠. 그러다 올해 초에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 이사는 집을 지은 뒤에 내 집으로 들어가는 것일텐데 그 때까지 계속 기다리면서 살기 싫었습니다. 그동안이라도 누릴 수 있는 건 누리고 살자고 마음을 먹었거든요.
그렇다고 그동안 모아둔 그림을 걸자니 컨셉을 맞추기도 쉽지 않고 거실 책장 위에 올려놔보니 금방 질리더군요. 그래서 주기적으로 교체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매번 신경 쓰기도 쉽지 않다고 느끼던 차에 예전에 참신하다는 생각을 했던 핀즐 정기구독 서비스가 떠올라서 이 참에 신청했습니다.
2017년에 창업한 핀즐은 우리가 월 사용료를 내고 VOD 서비스를 구독하듯이 매 월 다른 그림을 제공받는 서비스입니다. 넷플릭스로 영화가 있는 일상을, 애플 뮤직으로 음악이 있는 일상을 누리게 되었다면 핀즐로 그림이 있는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거지요. 2018년에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2018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진품이 아닌 UV 오프셋 방식으로 인쇄된 포스터 형식이라서 월 2만 원 안쪽의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하는 게 가능한거죠. 핀즐은 매월 국내 외 핫한 아티스트 1명을 선정해 인터뷰한 뒤 해당 작가의 이야기가 담긴 안내문과 그의 작품을 인쇄한 A1 사이즈의 대형 포스터 1점을 배달해줍니다. 현재 핀즐은 40여 명의 소속 아티스트와 세계 1,100여 점 그림 작품에 대한 IP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1,500명 정도가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하니 생각보다 많지는 않네요. 그래서 더 희소성이 있는 서비스를 받고 있는 느낌입니다. 핀즐은 독일어로 '화풍'을 뜻한다고 하니 이름도 서비스와 잘 맞네요. 정기구독 서비스 이외에도 '12장 한정판 에디션'을 런칭했고 올 하반기에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 구독 서비스도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림을 내가 선택할 수 없으니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이 올 확률도 있지만 반대로 랜덤박스처럼 선물같은 그림을 받게 될 수도 있으니 처음 아이디어를 접했을 때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설사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한 달만 참으면(?) 또 새로운 그림이 오니까요.
저는 Vol 55부터 구독을 시작했습니다.
매 월 15일이 되면 그 달의 그림이 발송되는데 이처럼 단단한 지관통에 잘 넣어서 배송됩니다.
첫 그림부터 마음에 들길래 침실에 걸 액자만 추가로 하나 더 주문했고요. 현재 거실에 한 개, 침실에 한 개를 걸어 두었습니다. 거실에서 한 달 걸려 있던 그림은 다음 달이 되면 침실로 옮기고, 침실에 있던 그림은 지관통에 넣어서 보관하는 것이죠. 액자를 하나 더 사서 3달 동안 돌려가며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실에 걸려 있는 그림은 대략 이렇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A1 사이즈(841mm X 594mm)로 시원시원한 크기라서 보는 맛이 있습니다.
보시는 그림은 Vol 46. 'Chasing the Sun'인데 마음에 들어서 33,000원에 추가 구매했습니다. 과월호도 sold out된 작품이 아니면 따로 구매할 수도 있더라고요. 더블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인 '푸시아 맥커리' 작가의 그림입니다.
이게 이번 달 배송된 Vol 56. House입니다. 그래서 Chasing the Sun은 침실로 옮겼습니다. 이 그림은 베트남 호치민 시티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인 '쑤안 록 쑤안'의 작품입니다. 이번 달 그림도 마음에 드네요. 꽃밭에 둘러싸인 집이라니...
보통의 액자는 뒷면의 고정쇠를 열어서 뒷판을 빼고 그림을 넣고 역순으로 조립하는 식이라 복잡한데 핀즐에서 제공하는 이지스냅프레임은 전면 개폐형 액자로 액자 앞 부분의 프레임 네 개를 열어서 교체하는 방식입니다. 1분도 안 걸리고 아주 쉬워요. 액자를 고정한 고리는 다이소의 '꼭꼬핀'을 이용했습니다. 아래의 이미지처럼 생겼는데요.
다섯 개의 바늘같은 핀을 이용해 벽에 못을 박지 않고 벽지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액자를 걸 수 있는 제품입니다. 1개가 하중을 2kg까지 감당하는데 핀즐 액자 무게가 2kg이니 2개면 충분하죠.
매 월 그림과 함께 제공되는 Editor's Letter입니다.
작가 소개와 편집장의 편지, 그리고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을 QR 코드로 애플 뮤직과 유튜브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후면에는 작가의 Limited Edition(대략 20만 원 선) 12점 소개와 추가 액자 구매를 위한 15% 할인 쿠폰, 핀즐페이 이벤트 소개가 있습니다. 작지만 알찹니다.
그림이 많이 모이면 나중에 마음에 드는 것들로만 기분에 따라 교체하면서 감상해도 좋을 것 같더군요. 나중에 집을 지을 때 복도 공간을 갤러리로 만들 생각인데 핀즐의 액자로만 구성해서 매 월 그림을 바꾸도록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핀즐의 그림 선구안도 마음에 들어서 6개월 정기구독 기간이 끝나도 구독을 연장할 예정입니다. 한 달에 2만 원의 비용이 주는 시각적 만족감이 기대보다 커서 좋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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