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Ica)는 페루 남서부에 있는 작은 도시로 저 같은 여행자는 이카에서 5km 떨어진 와카치나를 방문하기 위해 주로 들릅니다. 와카치나는 모래언덕인 Sand Dune을 오르기 위해 나즈카로 가는 길에 잠시 들르는거구요.
와카치나로 진입하는데 오른쪽 차창으로 얼핏 보이는 Sand Dune의 존재감이 장난 아니네요. 벌써 점심 시간이 지났기에 일단 식사를 하고 Sand Dune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점심 메뉴로는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를 메인으로 골랐고 베지터블 샐러드라는 게 있길래 호기심에 주문했더니 사진과 같은 비주얼의 음식이 나왔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페루의 전통 에피타이져 같은데 겉보기에는 스시롤 비슷하지만 겉에 싼 옥수수 피가 카스테라 식감입니다. 부드럽지만 조금 짜서 속에 든 채소와 함께 먹어야 합니다. 입맛을 돋우기에는 좋네요.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는 사진을 못 찍었지만 새우 대신 버섯을 넣어달라고 했더니 꽤 만족스러운 요리가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달걀을 넣어서 갖고 왔는데 미안하다 우리는 달걀도 안 먹는다고 했더니 아무래도 다시 새로 만든 것 같았습니다. 일행이 주문한 음식 중에서 가장 늦게 나왔거든요. 조금 미안했습니다. 파스타 2개와 샐러드 합쳐 74솔.
점심 식사를 한 뒤 원하는 사람만 Dune Buggy를 타고 Sand Dune에 올랐는데 저희 일행 중에서는 열정 호주 어르신인 '샬롯' 커플과 Chinese-Canadian인 막내 '유지', 그리고 저희 커플만 신청했습니다.
체험 프로그램 가격은 1인 당 45솔이고 Sand Dune 입장료 포함입니다. Sand Dune 입장료는 2016년 론플 기준으로 4불이고 별도로 내야 한다고 소개하고 있지만 제가 갔을 때는 체험 프로그램 가격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비용을 지불하고 짐을 챙겨 레스토랑 뒷마당으로 가니 육중한 Dune Buggy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스타워즈 영화에 나올 법한 외관인데 정말 딱정벌레처럼 생겼더군요. Dune Buggy는 4륜 오프로드인 자동차에 9~10인승이고 거의 놀이공원에서 타는 롤러코스터에 버금가는 안전벨트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앞에는 안전바까지 있더군요. 안전벨트를 결속하면서 왜 이렇게 타이트하게 조이는거냐고 투덜거렸는데 Sand Dune에 오르자마자 그 이유를 단박에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운전석 바로 뒤에 앉았는데 내부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차 보다는 군에서 사용하는 전차나 험비에 더 어울리는 인테리어지요. 천정바에 새겨진 깨알같은 'Tips for Driver' 문구가 인테리어의 포인트입니다;;;;
중간에 현지인 관광객 커플을 태워 총 7명이 체험 프로그램에 동승했습니다. 와카치나 시내를 주행할 때는 속도를 높이지 않고 안정적으로 갑니다. 와카치나 시내를 벗어나 Sand Dune에 도달하면 입장료를 징수하는 게이트가 나오고 거기를 통과하면 곧바로 속도를 올려 질주하는데 슬슬 사막을 돌아다니면서 투어하는 걸 예상했던 저는 그야말로 깜놀했습니다. 모래 언덕을 무섭게 질주하는 것도 모자라서 언덕을 롤러코스터타듯이 올라가 곧바로 다운힐을 감행하면 비명이 절로 나옵니다. 스릴감이 보통이 아닙니다. 이거 안 했으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
시속은 3~40킬로미터 정도에 불과하지만 지붕이 없고 사방이 개방되어 있어 바람이 휘몰아치기 때문에 체감 속도는 그야말로 아찔한 수준입니다.
초반에 어땠는지 아이폰으로 동영상을 찍어서 유투브에 업로드하고 트위터에 링크로 걸어 두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어느 정도의 속도감인지 간접 체험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 페루 와카치나 Sand Dune의 Dune Buggy 체험 동영상~
와카치나로부터 떨어져 사막 속으로 완전히 들어왔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다른 Dune Buggy와 근처에서 샌드 보딩을 하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보입니다.
몽골 여행 때 고비 사막의 홍고링 엘스에서도 Sand Dune에 올랐지만 그 때는 이렇게 넓은 느낌이 아니었거든요. 아무래도 폭이 좁아서 그렇게 넓다고 느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질주하다가 포토존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에 들어가면 드라이버가 사진을 찍으라고 친절하게 안내 해 줍니다.
높은 언덕에 서면 샌드 보딩도 경험해 보라고 뒷좌석에 실어둔 보드를 꺼내줍니다. 바닥에 왁스를 문질러서 마찰력을 줄인 뒤 배를 깔고 타는건데 포복 자세로 엎드리면 드라이버가 언덕 아래로 밀어줍니다. 얼굴을 아래로 하고 타기 때문에 처음에는 살짝 무서웠는데 이것도 재미있습니다. 모래가 들어가지 않도록 입을 다물고 타야 하는데 절로 비명이 나오거든요. 사진에 보시는 게 초급 코스이고 두 번을 더 탔는데 마지막 최상급 코스에서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마지막에 울퉁불퉁한 모래 바닥을 통과하느라 배에 충격을 좀 받았는지 조금 울렁거리더군요.
샌드 보딩은 보드만 빌려서 할 수도 있지만 내려올 때는 즐거워도 보드를 들고 다시 올라가는 걸 고려하면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Dune Buggy를 탈 때 샌드 보딩도 함께 할 수 있는데 기사가 핫 스팟으로 데려다주기 때문에 초, 중, 고급 코스에서 한번씩 해 볼 수 있습니다.
Dune Buggy의 속도감에 질려서 샌드 보딩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여기 아니면 언제 해 보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 함께 간 일행이 자꾸 권하길래 눈 딱 감고 시도했는데 안 했으면 이것도 후회할 뻔 했습니다. 페루 와카치나 가시는 분들은 Dune Buggy 시승하고 샌드 보딩은 놓치지 말고 꼭 경험해 보세요. 최고의 activity였습니다.
샌드 보드를 타고 내려가 언덕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Dune Buggy가 내려와 태우고 다음 코스로 갑니다.
이곳은 1년 내내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완전 건조 지역으로 예전에는 와카치나 주변에 7개의 오아시스가 있었지만 대부분 말라서 현재는 2개만 남아 있다고 하네요. 여긴 마른 오아시스 중 하나입니다.
늦은 오후가 되니 사진 찍기에 좋은 골든 타임이 되었습니다. 사막의 풍광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마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 사막이나 초원을 참 좋아라 합니다. 몽골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이제 슬슬 돌아갈 시간입니다. 푹푹 빠지는 모래가 아니라고는 해도 여기에서 길을 잃으면 자력으로 빠져나가기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와카치나 외곽으로 돌아왔습니다. 여기가 사진찍기 근사하다고 드라이버가 다시 차를 세워주네요. 와카치나(Huacachina)는 '아름다운 여인', '우는 여자'라는 뜻으로 300m 높이의 모래언덕으로 둘러싸인 오아시스 지역입니다. Dune Buggy들이 계속 출발하는 게 보이네요.
와카치나를 둘러싼 모래 언덕이 특히 높기 때문에 샌드 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있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한번 탈 때는 재미있겠지만 다시 언덕을 올라가는 게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출발했던 레스토랑으로 돌아온 뒤 모래 때문에 일부러 두고 갔던 지갑을 챙겨 친절했던 드라이버에게 팁을 주려고 들른 사무실에서 귀여운 모형 Dune Buggy를 만났습니다.
와카치나 activity와 관련된 준비물과 유의할 사항은
'와카치나 Sand Dune을 방문하실 분들을 위한 팁' 부분을 참고하시고요.
버스에 올라 오늘 묵을 Casa Andina Nasca로 향했습니다. 사막 지역이라서 그런지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평선에 걸렸습니다.
금방 도착할 줄 알았는데 거의 두 시간이나 걸렸네요. 나즈카 시내 한복판에 있는 체인 호텔이고 꽤 큽니다. 호텔 사진은 다른 여행기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
저녁 6시 쯤 도착해서 가이드 Cheo에게 내일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방 열쇠를 받아 해산했습니다. 역시나 엘리베이터가 없기에 포터에게 부탁해서 짐을 옮겼습니다.
저녁을 먹으러 시내로 나갈까 하다가 어차피 내일도 나즈카에서 묵는데다 오늘 체험 때문에 몸이 고되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싸온 건조 콩나물 국밥과 과일로 대충 저녁을 때우고 일찍 쉬기로 했습니다.
나즈카에서는 이틀을 묵기에 빨래도 간단히 해서 널고 깨끗하게 샤워도 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닫기 * Ballestas 섬 투어 가이드 팁 : 10솔
* 빠라까스 호텔 메이크 업 룸 비용 : 10솔
* Ica 와이너리 투어 쇼핑
: 커피가 들어간 와인, 미니어쳐 술 1박스 = 73솔
* 와카치나 점심 식사
: 알리오 올리오 2개, 베지터블 샐러드 1개 = 74솔
* 와카치나 Dune Buggy 시승 체험 : 45 X 2 = 90솔 + 가이드 팁 20솔 = 110솔
* Casa Andina Nasca 포터 팁 : 10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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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 돌아와 부리나케 짐을 싸고 40분 후 쯤 체크아웃을 했습니다.
11시쯤 Ica Valley로 출발했습니다. Ica Valley는 페루에서도 유명한 와이너리들이 밀집한 곳이라서 winery tour를 하러 많이들 찾아오는 곳입니다.
확실히 나즈카 지역이라서 그런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좀 황량하네요.
빠라까스를 떠난 지 1시간 쯤 지나 도착한 Ica Valley 초입 풍경은
라오스 여행 때 루앙 프라방 근처의 술마을에 들렀을 때와 비슷합니다.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중 하나인 'Tres Generaciones'에 들렀습니다.
굉장히 다양한 와인이 있는데 대부분의 와인이 말이 와인이지 도수가 40도가 넘는데다 맛도 거의 보드카에 가깝습니다. 예상과 전혀 다른 와인(와인 맞남???)인데다 시음하라고 이 술 저 술 계속 주기때문에 나중에는 다들 불콰하니 취했습니다. 나름 술이 세다고 자부하는 저도 알딸딸했을 정도니까요. 술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최고의 와이너리 투어인듯;;;;
기념품으로 진열장 아래에 있는 커피가 들어간 술(이거 맛있습니다. 시음할 때 반했어요)과 위쪽 진열장 중간에 보이는 미니어쳐 세트 1박스를 샀습니다.
이 와이너리 뿐 아니라 주변에도 와이너리가 많은데 관광객들이 시음하느라 끊임없이 드나듭니다.
시음(이라고 쓰고 부어라마셔라 라고 읽는다;;)을 마치고 와인을 제조하던 전통 시설을 견학하러 이동 중입니다.
포도밭은 안쪽에 있나 봅니다. 스페인어를 모르는 이상 겉만 봐서는 와이너리라고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한눈에 포도를 압착하는 기계인걸 알겠더군요.
으깨서 압착한 포도를 증류하는 구역입니다. 왼쪽에 어디서나 마피아 포스를 뿜뿜 뿜어내는 가이드 Cheo가 보이네요;;;
사진 찍느라고 설명을 제대로 못 들어서 지금도 사용하는 시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얼핏 봐서는 그냥 관광객 관람용으로 유지하는 것 같지만요.
피스코(Pisco)라는 말은 와인을 담는 용기라는 케차우 말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피스코'가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사진만 봐도 느껴지지만 햇볕이 정말 뜨겁고 강렬하기 때문에 기온이 높지는 않아도 그늘을 벗어나면 오래 서 있기 힘듭니다.
피스코 와이너리 투어를 마치고 와카치나로 향했습니다. Ica에서 가까운 곳이기 때문에 차량으로는 금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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