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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환경학 강의를 듣던 평범한(?) 한 여대생이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가던 도중에 무심코 봤던 쓰레기 봉지들이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말끔하게 없어진 것에 호기심을 느껴 쓰레기 봉지들의 행선지를 따라가게 됩니다. 그리고는 2001년 공식적으로 폐쇄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악명높은 쓰레기 매립지였던 프레시 킬스(Fresh Kills)의 쓰레기 산에서 충격적인 경험을 한 이후로 이 여대생은 20년 동안 그린피스, 세계반소각로연맹 등에서 일을 하면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우리가 날마다 쓰고 버리는 물건들의 일생을 추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 되었습니다.
애니 레너드라는 이 걸출한 환경 운동가는 그야말로 말 그대로 전 세계를 샅샅이 뒤져 '물건'의 일생을 추출 -> 생산 -> 유통 -> 소비 -> 폐기의 다섯 단계로 나누어 단계별로 숨겨진 어마어마한 비용과 과다소비사회의 문제점을 깔끔하면서도 조목조목 짚어냈습니다. '타임'은 올해의 환경 영웅으로 그녀를 선정하면서 환경의 정의를 다시 썼다고 극찬한 바 있습니다. 100% 동의합니다.
예전에 인간동력을 다룬
'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2008)'를 생태, 환경 관련 서적 중 최고로 평가한 적이 있는데, 이 책도 그 책에 결코 뒤지지 않는 훌륭한 책입니다. (저자가 미국인이니) 많은 사례들이 미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당연한 단점을 제외하면 뭐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책입니다.
종이 1톤을 만드는데 각종 다른 자원이 98톤이나 들어간다든가, 평균적인 결혼 반지용 금반지 하나에 들어가는 금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20톤의 유독한 광산 폐기물이 발생한다든가, 지구 상에 사는 우리 모두는 이미 지구가 연간 생산하는 '생명 수용 가능 자원'의 1.4배를 사용하고 있다든가, 도시 생활 폐기물이 1톤 나올 때 이전의 생산 과정에서는 산업 폐기물이 적어도 40톤은 나온다든가 하는 충격적인 사실을 소개하는 책은 이미 많죠
하지만 이 책처럼 각 단계에서 희망적인 움직임과 우리가 할 수 있는 다른 대안들, 그리고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연대를 통해 이뤄낼 수 있는 작지만 큰 변화를 빈틈없이 말하는 책은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소비주의와 과다소비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행복과 평등, 계급, 자아, 존중과 같은 철학적인 담론까지 잘 녹여냈습니다. 그래서 더 읽을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녹색 사막(green desert), 자원의 저주(resource curse), 환경인종주의, NOPE,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EPR), 계획적 구식화(planned obsolescence), 인식된 구식화(perceived obselescence) 등 새로운 개념을 많이 알게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익한 독서였습니다만....
저자도 서문에서 강조하고 있지만 이 책은 물건의 사용을 반대하는 것도, 가난을 낭만화하려는 목적도 없습니다. 그저 과다소비 사회가 아니더라도 더 적은 시간을 일하고, 더 긴 휴가를 떠나고, TV를 덜 보고, 친구나 이웃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리고 물건에 에너지를 덜 낭비하게 되면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소박한 이야기를 아주 설득력있게 하고 있을 뿐입니다.
어쨌거나 이 책을 읽고 나면 면 티셔츠 하나를 사는데도, 커피 한 잔을 마실 떄에도, 새로 나온 아이폰으로 바꾸고 싶어도 한번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실 겁니다.
모든 분들께 추천합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읽은 시간이 절대로 아깝지 않은 좋은 책입니다.
덧. 작년 말에 채식 관련 포스팅에서 다룬 적 있는
POPs가 이 책에도 당당히(!!) 등장합니다. 젠장, 결국 다 연결되어 있다니까요~
덧2. 이 책을 읽고 최소한 알루미늄캔과 PVC 만큼은 제 주변에서 몰아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덧3.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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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SBS에서 환경 관련 다큐멘터리를 주로 찍었던 유진규 PD가 쓴 책입니다. 유진규 PD는 이미 방영된 'SBS스페셜, 인간동력 당신도 에너지다'를 제작하기 위해 6개국 20여 개 도시를 직접 날아가서 발로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은 제가 지금까지 읽은 생태, 환경 관련 서적 중 가히 최고라고 부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는데 딱딱하지 않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하고 환경 관련 서적이 빠지기 쉬운 함정인 지루한 지식의 나열이 없습니다.
'인간동력'이라는 말은 'Human Powered'라는 말을 번역한 것인데 흔히 인간동력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기껏해야 자전거와 연결된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력으로 TV를 보는 정도의 상상력만 발휘합니다. 저도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 책에는 오로지 인간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승용차, 버스, 호버크래프트, 잠수함, 하물며 비행기까지 등장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인간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기계들이 결코 느리거나 효율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미국 오리건주의 발명가인 찰스 그린우드가 발명한 '휴먼카'는 조정 경기에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그립을 앉아서 앞뒤로 당기는 힘으로만 작동하는데 4인승인 이 승용차의 최대 속도는 무려 90km/hr입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특히 이 책은 단순히 석유 위기에 대항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인간의 힘을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즐기면서 전력을 생산하는 Fun Energy 개념까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아이들은 소위 '빙빙이'라고 불리는 플레이 펌프를 돌리면서 노는데 이것이 지하수를 길어올립니다. 아이들은 재미나게 노는 것에 불과한데 고질적인 문제인 식수난을 해결하는 것이지요.
후반부로 가면 이 책은 단순한 인간의 근육 에너지가 아닌 소모 열량과 체열, 밟는 압력, 정전기까지도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신기술을 소개하는 단계까지 나아갑니다. 자기가 내딛는 발걸음에서 에너지를 얻어 걸으면서 휴대폰을 자동으로 충전하는 신기한 기술(이미 개발되어 실용화 단계라고 합니다)과 같은 것들이죠.
'Fun Power'와 'Hightech'가 결합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소개하는 후기마저도 재미있습니다. '4륜 구동 오프로드 머신', '탑승객이 직접 페달을 밟아 구동하는 기차인 그린 익스프레스', 사람이 걸으면서 들썩이는 위치 에너지로 발전을 하는 '발전 배낭', 군중들의 체열을 이용해 난방을 해결하는 '군중 보일러'와 같은 아이디어들이 참으로 기발합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인간동력이 단순히 석유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 에너지가 아니라 인간의 정신을 갉아먹는 게으름과 싸울 수 있는 훌륭한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유익함과 재미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환경 서적으로 강력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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