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완성검사는 종합심리평가에 포함된 심리검사 도구 중 가장 홀대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종합심리평가가 국내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지 몇 십년이나 지났는데 최근에 와서야 표준화된 버전이 나왔을 정도니까요. 그런 실정이니만큼 공부를 하려고 해도 참고할 만한 자료가 거의 없습니다.
문장완성검사도 실전에서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을 미니 강의안으로 만들까 고민하던 차에 학지사에서 이 책이 나왔다기에 참고하려고 구입해서 읽어 봤습니다.
이 책은 서울 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이우경 선생님이 쓰신 것인데 인싸이트와 손을 잡고 본인이 개발한 문장완성검사를 소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문장완성검사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보다는 새로 나온 문장완성검사의 지침서나 메뉴얼 같은 느낌의 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목차도,
Part I. 문장완성검사의 이론적 배경
1장. 검사의 역사 및 발달
2장. 검사의 특징
3장. 이론적 근거
4장. 검사의 종류 및 채점 체계
5장. 심리측정적 특징
Part II. 인싸이트 문장완성검사의 개발과 적용
6장. 인싸이트 문장완성검사의 개발 개요
7장. 인싸이트 문장완성검사의 유형과 특징
8장. 인싸이트 문장완성검사의 실시와 채점
9장. 인싸이트 문장완성검사의 분석 및 해석
10장. 인싸이트 문장완성검사의 사례
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두 개의 파트 중 하나가 온전히 새로 개발한 문장완성검사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Part I은 문장완성검사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문장완성검사에 대한 감을 잡기 위해 한번쯤 읽어보면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래와 같은 내용인데,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문장완성검사에서 긍정적인 자기 개념과 자기 평가 내용을 더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적 장애가 아니라 방어적인 응답 경향을 보이는 수검자들이 긍정적인 내용을 보고하는 경우가 더 많죠.
특히 문장완성검사의 장점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았는 데 1) 다른 투사검사에 비해 검사 실시와 해석에 걸리는 시간이 더 짧다, 2) 수검자가 검사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자유롭게 반응할 수 있다, 3) 실시나 해석에 특별한 훈련이 요구되지 않는다, 4) 문항 반응 내용 분석만으로도 정신병리 선별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처럼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습니다.
이 책과 별개로 이번에 개발된 인사이트의 문장완성검사는 어떠냐 하면, 꽤 괜찮은 편입니다. 성인용, 청소년용, 아동용 3개의 버젼으로 나왔으며 문항의 내용이 현장에서 임상가들이 필요한 내용을 잘 담아낸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도 내용 및 주제 분석을 위한 '분류표'를 제공하는 점은 실망스럽고요(이와 관련해서는 '문장완성검사의 내용을 타이핑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포스팅 참조).
또 한 가지 실망스러운 점은 저자인 이우경 선생님이 임상심리전문가이고 그동안 계속 병원 장면에서 일을 하셔서 그런지 해석을 위해 정신병리적 지식이 필요하거나 임상 쪽 전문가여야 한다는 식으로 임상 편향적인 주장을 계속 하시는 겁니다. 사실 임상에서는 문장완성검사를 별로 중요한 검사 취급도 안 하거든요. 그저 관례적으로 종합심리평가에 포함시킨 것 뿐이죠. 임상 편향적인 시각으로 봐서인지 10장에서 각 장애 별 문장완성검사의 사례 분석한 걸 보면 우울증이라고 진단한 사례부터 제가 볼 때는 진단이 틀렸습니다. 전형적인 Delayed PTSD 같거든요. 4번의 ADHD 진단 아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볼 때는 기질 상의 취약성과 부모-자녀 관계 문제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미 ADHD로 가정하고 분석했더군요.
그래서 문장완성검사를 공부하기 위해서, 특히 문장완성검사에 익숙하지 않은 임상가들이 이 책을 읽는 걸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 책이 도움이 될 분들은 이미 문장완성검사에 어느 정도 숙달되어 있는데 이번에 출시된 인싸이트 문장완성검사를 도입하기 위해 지침서 형태로 살펴볼 분들 뿐입니다. 이 경우 Part II만 읽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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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완성검사를 사용한 연구(Rohde, 1957)에서는 1) 반응 속도, 2) 무응답 항목, 3) 문장완성의 길이, 즉 방어적 반응을 의미하는 긴 반응, 4) 수정을 하거나 내용을 바꾸는 것, 5) 사용된 언어의 강도, 정서적 언어 표현의 사용 혹은 강한 정서적인 색채 항목에서 성차를 비교하였으며 연구 결과 반응 속도나 무응답 항목 등에서는 성차가 뚜렷하지 않았지만 반응 내용에서는 성차가 드러났다.
* Sherman은 반응 내용(contents) 요인보다는 형식적인(formal) 요인이 감별 진단에 더 도움이 될 거라는 가설을 검증하였다. '형식적' 요인은 표현 행동, 즉 반응 양식, 태도를 의미하며, '내용' 요인은 문장완성검사 상에서 표현된 것이 무엇인지를 의미한다.
* 1인칭으로 시작되는 자극이 3인칭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반응을 유도한다. 3인칭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사용하였을 때의 장점은 아버지나 권위상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와 관련된 반응이 현저히 늘어난다는 점이다.
* 레빙거의 자아 발달 이론과 머레이의 욕구 이론 뿐만 아니라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 이론도 문장완성검사 해석에 적용이 가능하다.
* 심리치료 장면에 오래 남아 있는 사람은 문장완성검사 상에서 개인적 감정을 더 많이 드러내고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더 많이 개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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