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6년 전 쯤에 포스팅한
'심리평가에서 건강한 심리적 자원을 찾아내는 것의 중요성'이라는 글에서 임상 심리 파트의 수련 과정이 수검자의 문제점을 골라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정작 현장에 투입되어 심리치료나 상담을 진행해야 할 때 꼭 필요한 장점과 건강한 심리적 자원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검자의 장점과 건강한 심리적 자원은 어떻게 찾아낼 수 있는 걸까요? 검사를 할 때마다 '이 수검자의 장점은 뭐지? 어떤 자원이 있는 걸까?'하고 고민만 하면 찾아낼 수 있는 걸까요?
물론 그런 조망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수련 과정이 문제점만 찾아내는 것에 온통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개인이 그런 마음만 먹는다고 그게 쉽게 되나요?
하지만 몇 가지 도움이 되는 실천 방법은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꼭 필요한 건 평가자가 수검자를 상담 또는 심리치료를 직접 하는 겁니다. 이것만큼 수검자의 장점 찾기에 도움이 되는 연습은 없습니다. 얼핏 보면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정작 심리치료/상담을 하려면 내담자의 장점과 자원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합니다. 치유 효과를 가져오는 건 바로 그거거든요. 그러니 자신이 평가한 수검자를 상담/심리치료를 한다고 하면 심리평가를 할 때도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하지만 이건 실질적으로는 좀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이, 심리평가를 담당하는 임상가가 심리치료와 상담까지 원 스탑으로 진행하는 기관이 많지 않죠. 오히려 요즘 추세는 분업화를 통해 상담자와 평가자, 사례관리자를 엄격히 구분하는 겁니다(물론 저는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반대합니다만).
그래서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평가자가 심리치료나 상담까지 진행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좀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자신이 심리평가만 실시하고 상담이나 심리치료는 다른 사람이 담당하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 경우는 최소한 평가자가 수검자에게 직접 해석 상담을 해야 합니다. 임상심리 파트의 수련 과정에서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해서 의뢰자(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회복지전문가, 정신보건전문간호사 등)에게 넘기고 난 뒤를 가르치지 않는데 수검자의 문제점으로 빼곡한 심리평가보고서를 들고 해석 상담을 하는 곤혹스러움을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다음부터는 저도 모르게 수검자의 장점과 심리적 자원을 찾을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정리해보면
평가자가 수검자에게 직접 해석 상담을 해야 하는 이유는 수검자의 장점과 심리적 자원을 찾기 위한 연습을 독려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상담 및 심리치료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더 좋지만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해석 상담만이라도 꼭 직접하도록 노력해보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도움이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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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왜 그렇게 교수와 박사를 미워하느냐는 질문을 하는 지인들이 많아서 조만간 포스팅을 하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최근에 또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지라 김에 정리를 좀 해 보려고 합니다.
우선 어느 정도 상통하는 점은 있지만 제 생각은 심리학, 그 중에서도 임상 심리학 분야에 국한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다른 분야의 사정에 대해서는 관심 자체가 없으며 다른 심리학 분야에 대해서도 관심은 있지만 제 역량이 부족해서 다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심리학 하위 분야 중에서도 임상 심리학은 임상심리전문가라는 전문가를 양성하기 때문에 영역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하는 대상입니다. 즉 사회 심리학 교수와 임상 심리학 교수가 책임져야 하는 영역이 많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그리고 제가 교수와 박사에 대해 각각 갖고 있는 감정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현재의 제 입장은 임상 심리학 박사 무용론에 가깝기 때문에 제가 박사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동정심이나 안쓰러움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임상 심리학 교수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혐오감'에 가깝기 때문에 비교할 대상이 전혀 아닙니다.
왜 임상 심리학 교수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느냐...
이유를 대자면 뭐 수도 없이 많지만 가장 큰 이유는 파렴치하기 때문입니다. 파렴치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자신이 임상 심리학 분야에서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범하고 있는 직무유기에 대한 반성과 뉘우침, 개선 노력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혹 인식 자체가 없다면 면죄부를 받을 수도 있겠으나 임상 심리학 교수들은 그런 멍청한 인간이 아닙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기득권에 안착한 존재들이며 대개 지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에 인지 결함으로 면피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대개는 임상 심리 분야의 현실을 잘 아는 전문가 출신들이지요. 그러니 전혀 면책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혐오하지 않는 임상 심리학 교수가 현재 있느냐....
아주 드물게는 있습니다만 그렇게 희망적인 수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제가 혐오하지 않을 수준의 역할을 하는 임상 심리학 교수의 기준은 뭘까요. 아래와 같습니다.
앞에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임상 심리학 분야는 임상심리전문가를 양성하기 때문에 교수들도 이를 위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첫째, 자격입니다.
모든 임상 심리학 교수는 최소한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대학원이 있는 학교의 경우 부속병원에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과정이 개설되어 있어야 합니다. 전문가 자격을 갖추고 있지 못하거나 부속병원에 연결된 수련 과정을 개설하지 못한 임상 심리학 교수는 부끄러워 해야 마땅합니다. 그리고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참고로 바로 이 조건의 희생자가 바로 접니다. 결과적으로는 제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지만요.
둘째, 역할입니다. 이건 자격보다 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조건이야 개선하면 되는 것이지만 역할은 곧 교수의 실력이고 지도 학생의 실력과도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명색이 임상 심리학 교수라면
심리평가/치료/연구 및 supervision의 세 핵심 영역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심리평가의 경우 1주일에 최소 1case의 Full Battery 심리평가를 실시해야 하며(연 52회/비교를 위해 제 경우 연 평균 150여 회를 실시합니다), 심리치료의 경우 역시 1주일에 최소 2case의 치료를 실시해야 하며(연 104시간/제 경우 연 평균 750시간),supervision의 경우에도 심리평가와 심리치료 각각 최소 주 1회 대면 supervision을 실시해야 합니다(각각 연 52회/제 경우 심리치료와 심리평가 supervision 각각 연 평균 150여 회)연구의 경우 학술진흥재단에 등재된 A급 학술지에 단독 저자로 최소 2년에 1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해야 합니다.
아무리 강의를 많이 하고 보직을 맡아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임상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와 비교해 볼 때 최소한 1/3의 심리평가/심리치료/supervision도 소화하지 못한다면 임상심리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수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현장과 유리되어 심리평가와 심리치료의 감을 잃어버리고 나면 그 다음에는 이론에만 경도되기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전혀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수련 현장으로 나가야 하는 얼뜨기 수련 레지던트만을 양산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부담이 수련 기관에 그대로 전달되게 되는데 문제는 현재의 수련 기관도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능력 부족의 supervisor로 점차 채워지고 있는데다 그나마 숫자 자체가 태부족이라서 점차 임상 현장으로 나오는 전문가의 quality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체 심리평가를 못하는 임상 심리학 교수, 심리치료를 못하는 임상 심리학 교수가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그게 당연한 것으로 용인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러면서 교수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창피하지도 않습니까? 대체 당신들이 일반 강사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요새는 오히려 강사가 정교수보다 더 강의를 잘 하지 않습니까? 강의만 잘하면 된다고 억지 부리지 마십시오. 임상 심리학 교수 자리는 그 정도로 대충 앉아 있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제가 제시한 기준은 어디까지나 최소 기준입니다. 이 기준은 충족하지 못하면 욕을 먹어야 하는 수준이지 충족했다고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기준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정도도 하지 않으면서 대접해 달라고 에헴하는 교수들은 현재 임상 현장에서 구르고 있는 전문가들과 수련 레지던트들이 속으로 얼마나 자신들을 경멸하고 있는지 똑똑히 파악하고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겁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수련 기관의 정신빠진 supervisor들에게도 경고합니다. 수련 레지던트는 당신의 심리평가 일을 줄여주기 위해 부려먹는 노예가 아니며 미래에 당신의 자리를 이어나갈 동료이자 후배입니다. 무능한 당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유망한 supervisee들이 혹독한 수련 환경에서도 제대로 된 지식을 습득하지 못하고 그 결과로 소속된 수련 기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사비를 털어 유료 supervision을 받으러 헤매고 있습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 언젠가 당신이 얼마나 한심하고 무능하며 성격적으로 문제있는 supervisor였는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알도록 해 주겠습니다. 그 때에는 어느 누구도 당신을 동정하지 않으며 침을 뱉을 것입니다.
지금 제가 한 저주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는 임상 심리학 교수나 supervisor가 있다면 그는 임상 심리학계의 현실을 모르는 바보이거나 알고 싶지 않아 애써 외면하고 있는 무능력자이거나 그도 아니면 바로 저주를 받아야 하는 당사자임에 틀림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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