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제가 심리평가 supervision을 하면서 '이 수검자가 정신증인가요?', '병원에 보내 약물 치료를 해야 할까요?'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상담 장면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에게는 주요우울장애와 함께 가장 긴장되는 정신 장애가 정신증(Psychosis)이라는 이야기지요. 정신증이라는 걸 간과하고 상담에만 집중하다가 증상이 악화되어 약물 치료를 할 시기를 놓치는 것만큼 땅치고 후회하는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까요.
물론 레알 정신증 환자는 병원으로 곧바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상담자가 정신증이 발병한 환자를 만날 일은 매우 드물지만 그래도 한번 정리해 둡니다.
MMPI-2로 국한해 설명하는 이유는 주요우울장애의 전형적인 검사 sign들을 설명할 때와 마찬가지로 청소년기에 발병하는 정신증이 성인의 경우보다 더 드물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MMPI-2를 기준으로 정신증(Psychosis)이라면 다음과 같은 전형적인 양상을 따릅니다. 이걸 모두 충족해야 정신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지만 이 조건들에서 멀어질수록 정신증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좋습니다.
* 타당도 척도 : 정상 수준
: 진짜 정신증이라면 현실 검증력이 손상되므로 고통감을 호소할 겨를이 없습니다. 특히 F척도가 상승한다면 정신증일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F척도는 당연히 임상 척도, 그 중에서도 정신증 4척도(Psychotic Tetrad)인 6, 7, 8, 9척도와 상관이 높으니 6, 7, 8, 9번 척도가 상승했다고 해도 F척도가 상승했다면 정신증이라서가 아니라 수검자가 고통감을 호소해서 F척도가 상승했기 때문에 덩달아 상승한 겁니다. DSM-IV 기준으로 편집성 조현병이라면 오히려 K척도 등의 방어 타당도 척도가 상승했으면 상승했지 F척도가 상승하지는 않습니다.
정신증이 아닌데 정신증처럼 보이려는 의도를 반영하는 F(P)척도나 이차 이득을 반영하는 FBS 척도가 상승했다면 더더욱 정신증이 아닙니다. 그러니 정신증을 고려하려면 일단 타당도는 깔끔하게 normal 수준으로 나와야 합니다.
* 임상 척도 : 6-8/8-6, 7-8/8-7, 8-9/9-8 코드 패턴
: 임상 척도에서 정신증을 고려할 수 있는 코드 패턴은 위의 3개 뿐입니다. 8번 척도만 단독 상승하는 정신증은 아주 드물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임상 척도는 상승하면 안 됩니다. 특히 1, 2, 3 척도와 같은 신경증 척도가 함께 상승한다면 십중팔구는 정신증이 아닙니다. 5번, 9번 척도만 하강하고 나머지는 모두 65T 이상으로 상승하는 양상을 보인다면 정신증이 아니라 적응 장애나 PTSD를 고려하셔야 합니다. 또한 위의 코드 패턴은 누가 봐도 확실한 수준으로 상승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코드 패턴에 포함된 척도를 제외한 다른 척도들은 확실히 낮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 재구성 임상 척도 : 임상 척도의 코드 패턴과 동일해야 함
: 예를 들어 6-8 코드 패턴이라면 재구성 임상 척도에서도 당연히 RC6-RC8 코드 패턴이 나와야 합니다. 다른 재구성 임상 척도가 함께 상승하거나 특히 RC8 척도가 유의미하지 않은 경우(매우 자주 발생합니다) 정신증이 아니며 소척도 연결 분석을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 성격 병리 척도 : 모든 척도 normal
: 성격 병리 척도 해석에서 주의할 사항은 PSYC 척도가 유의미하면 오히려 정신증이 아닐 가능성이 커진다는 겁니다. 보통 PSYC 척도는 F척도와 상관이 높아서 수검자가 증상을 심하게 호소할수록 상승합니다. 따라서 F척도가 상승했다면 굳이 해석할 필요가 없고 만약 F척도가 상승하지 않았는데 PSYC 척도가 유의미하다면 내용 소척도 중 BIZ2(조현형 성격 특성) 척도가 유의미한지 확인해보세요. 보통 BIZ2 척도가 상승할 때(A군 기질인 경우) PSYC 척도가 동반 상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상 PSYC는 정신증과 거의 관련성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게 좋습니다.
* 내용 척도 :∧패턴 + BIZ 척도 유의미
: MMPI-2의 경우 가운데 5개의 내용 척도만 상승하고 양쪽의 10개 척도는 상승하지 않는 패턴을 보입니다. 특히 상승하는 척도 중 BIZ 내용 척도만큼은 반드시 유의미해야 합니다.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에 소척도 연결 분석을 해야하지만 어쨌거나 최소한 BIZ 내용 척도는 유의미해야 합니다. 임상 척도 때와 마찬가지로 FRS, DEP, OBS, HEA와 같은 신경증 관련 척도들이 함께 상승하면 정신증일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 보충 척도 : 물질 중독 척도 미상승
: 임상 소척도에서 설명드리겠지만 지각의 왜곡을 반영하는 Sc6 임상 소척도가 유의미하더라도 MAC-R, AAS와 같은 물질 중독 척도가 상승하면 술이나 마약, 불법 약물 등에 의해 환청, 환시 등이 발생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에 지각의 왜곡이 물질 중독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보장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물질 중독 척도는 모두 유의미하지 않은 수준에서 유지되어야 합니다.
* 임상 소척도 : Sc6 소척도 유의미
: 8번 척도에는 6개의 소척도가 있는데 정신증과 가장 상관이 높은 건 Sc6(기태적 감각 경험) 소척도입니다. 환청, 환시처럼 지각의 왜곡을 평가하는 척도이기 때문에 정신증이려면 반드시 Sc6 소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해야 합니다. 거기에 애착 외상에 의해 영향을 받는 Sc1, Sc2 소척도의 점수가 Sc6 소척도 점수보다 높으면 안 됩니다. 전형적인 정신증이라면 Sc3, Sc4, Sc5, Sc6 소척도 위주로 상승하고 특히 Sc5, Sc6 소척도 점수가 가장 높게 나타납니다.
만약 6-8 코드 패턴이라면 Pa3가 아닌 Pa1, Pa2 소척도가 6번 척도의 상승을 견인해야 하고 8-9 코드 패턴이라면 분열정동장애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Ma1, Ma2, Ma4 세 소척도가 9번 척도의 상승을 견인해야 합니다. 이외의 경우라면 6-8, 8-9 코드 패턴이라도 정신증이 아닐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 내용 소척도 : BIZ1 소척도 유의미
: 전형적인 정신증은 '지각의 왜곡'과 '사고 장애'라는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각의 왜곡을 측정하는 게 Sc6(기태적 감각 경험) 임상 소척도라면 사고 장애를 측정하는 게 BIZ1(정신증적 증상) 내용 소척도입니다. 그러니까 BIZ1 소척도까지 상승해야 정신증 진단이 완성되는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모든 정신증이 위에서 언급한 조건들을 그대로 충족하는 건 아니지만 위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수검자는 정신증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리고 조건에서 벗어날수록 정신증일 가능성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니 선생님들이 만나는 수검자의 MMPI-2 검사 sign들이 제가 제시한 조건들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한번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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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0번 척도와 SOD(A-sod) 내용 척도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0번 척도는 임상 척도 영역에 속한 성격 척도이고 SOD(A-sod) 척도는 내용 척도인데, 단선적으로만 보면,
Si1(수줍음/자의식) = SOD2(A-sod2)(수줍음)
Si2(사회적 회피) = SOD1(A-sod1)(내향성)
위와 같이 1:1 matching을 통해 0번 척도와 SOD(A-sod) 척도의 관계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SOD 내용 척도는 0번 척도와 75%의 문항을 공유(25문항 중 18문항)합니다. 18개의 공유 문항 중 10문항이 Si1 척도와, 8문항이 Si2 척도와 중복되죠. 그래서 SOD 내용 척도도 0번 척도처럼 양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는겁니다.
그럼 Si1 척도와 SOD2(A-sod2) 척도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 두 척도는 상관이 .94로 매우 높습니다. 둘 다 수줍음으로 해석되지만 Si1 척도는 타고난 기질적인 수줍음을 반영하는 것에 비해 SOD2(A-sod2) 소척도는 수검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수줍음을 측정합니다. 따라서 보통은 두 척도가 동시에 상승/하강하지만 만약 수검자가 스스로 자신이 수줍음이 많다고 느끼지만 이것이 타고난 기질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러니까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여긴다면 SOD2(A-sod2) 척도는 상승하지만 Si1 척도는 유의미하지 않게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럼 Si2 척도와 SOD1(A-sod1) 척도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 두 척도 또한 상관이 .92에 달할 정도로 매우 유사한 척도입니다. 하지만 SOD1 소척도가 Si2 척도보다 행동 경향성을 더 잘 측정합니다. 즉 Si2는 기질 상의 내향성이라고 할 수 있고 SOD1 소척도는 내향성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그래서 보통은 두 척도가 함께 상승/하강하지만 둘 중의 하나만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Si2 척도가 유의미하지 않은데 SOD1(A-sod1) 척도가 유의미하다면 내향적인 기질의 소유자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행동 방략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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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A의 F척도는 임상 척도와 상관이 높기 때문에 임상 척도, 특히 정신증 4척도(psychotic tetrad)라고 부르는 6, 7, 8, 9번 척도가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임상 척도들이 유의미하게 상승했을 때 F척도도 유의미한 수준이라면 심각성을 어느 정도 감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6-7-8-9 척도들이 패턴 상승했을 때인데요. 이 때 F척도가 높게 상승했다면 수검자의 문제가 정신증일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죠. 수검자가 증상을 과하게 호소하고 이것이 F척도에 반영되어 상승했다면 F척도와 상관이 높은 임상 척도, 그 중에서도 6-7-8-9 척도가 반응하여 동반 상승했을 수 있거든요. 수검자에게 약물 치료를 병행할 지의 여부는 상담자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임상 척도와 F척도는 반드시 함께 해석해야 합니다.
반대로 6-7-8-9 척도군이 상승했는데 F척도가 유의미하지 않다면 과장없이 순수하게 증상을 드러낸 것이므로 수검자가 실제로 정신증이거나 정신증 관련 증상을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살펴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F척도는 유의미한데 상승한 임상 척도가 하나도 없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F척도가 상승했다는 건 수검자가 고통을 호소했다는 말이고 평가자는 수검자가 호소하는 내용이 임상 척도에 어떻게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를 살펴봐야 하는데 정작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한 임상 척도가 전혀 없다면 이는 수검자가 호소하는 문제가 임상적 진단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뜻이고 더 나아가서 코드 패턴 분석을 할 수 없는 경우라는 말입니다. 실제로 재구성 임상 척도를 살펴보면 코드 패턴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F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는데 임상 척도가 상승하지 않는다면 임상 소척도를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임상 척도의 모척도는 유의미하지 않은데 소척도 수준에서 유의미한 경우가 꽤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임상 소척도의 해석 기준선인 65T-65T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심리평가보고서의 해석 근거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수검자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내용은 임상 소척도에서 찾을 수 있으니 임상 척도가 유의미하지 않다고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임상 소척도를 자세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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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포스팅한
'FBS 척도의 이해'에서 제가 드린 말씀의 핵심은 FBS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단독 상승했을 때 임상 척도 상승으로 인한 이차 이득을 탐색해 보라는 거였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FBS 척도와 관련해서는 조금 더 업그레이드한 아래의 해석 기준을 추천드리고 있습니다.
1. 타당도 척도 중 FBS 척도가 유의미하게 단독 상승했을 때 임상 척도 상승은 반드시 이차 이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탐색할 것
2. 타당도 척도 중 FBS 척도가 가장 높은 점수값(유의미 여부 무관, 성별 기준 적용)일 때는 기질 상의 취약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K 척도가 40T 이하로 하강 시에는 성격 장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함. 따라서 TCI/JTCI를 추가 실시할 것
하지만 FBS 척도가 유의미하게 단독 상승했음에도 TCI/JTCI에서 기질 취약성이 두드러지지 않는 경우도 가끔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다음의 순서로 살펴보시는 게 좋습니다.
1단계. TCI에서 기질 취약성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가운데 몰아쓰기' 응답 경향성 때문은 아닌지 응답지를 확인할 것
2단계. 기질 유형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 하위차원 수준에 기질 취약성이 숨어 있는 지 확인할 것
3단계. 이 모든 단계에서 나타나지 않을 경우 기질 취약성이 아닌 순수한(?) 이차 이득 때문은 아닌지 점검하기 위해 MMPI-2의 임상 척도를 소척도 연결 분석을 통해 꼼꼼히 살펴볼 것
1단계에서는 실제로 기질 취약성이 있기는 하지만 응답 경향성 때문에 나타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점검하고 2단계에서는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민감성 차원에서 두드러지지 않는 취약성이 하위차원에서 나타나지 않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거기에서도 나타나지 않을 경우, 많지는 않지만 이차 이득만을 반영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탐색해보는 순서로 진행하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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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A에는 한글로 번역했을 때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원어 이름을 보면 다른 뜻을 가진 척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원문 용어로 기억하는 게 더 유용하죠.
하지만 가끔은 원 이름도 비슷한 뜻인 것 같은데 서로 다른 카테고리에 속한 척도들도 꽤 많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Pd5와 Si3 소척도가 바로 그렇습니다.
Pd5는 임상 척도인 4번 척도에 속한 5개의 소척도 중 하나이고 Si3은 성격 척도인 0번 척도에 속한 3개의 소척도 중 하나입니다. 임상 척도와 성격 척도라는 어마어마한 차이 뿐 아니라 모척도의 구성 개념 또한 전혀 비슷할 것 같지 않은데 두 척도 모두 내적 소외라는 이름으로 번역되고 원문 이름도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꽤 헷갈립니다. 그래서 두 척도의 공통점과 차이가 무엇인지 정리해 봤습니다.
우선 두 소척도 각각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Pd5(내적 소외, Self-alienation) : 일상 생활에서 즐거움이나 보람을 찾지 못하며 과거의 행동에 대한 후회, 회한을 나타냄. 죄책감으로 인해 삶의 즐거움이 상실되었음을 의미함(Nichols & Greene, 1995).
* Si3(내적/외적 소외, Alienation-Self and Others) :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하여 자신의 운명을 선택하지 못할 것처럼 느끼며 일상 생활의 흥미 저하를 의미함(Sieber & Meyers, 1992)
보시는 것처럼 두 척도의 공통점은 일상 생활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하고 흥미가 저하된 상태를 나타낸다는 겁니다. 그래서 DEP2(기분 부전) 내용 소척도가 동반 상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이는 그러한 상태가 된 원인인데 Pd5는 그 원인이 죄책감인데 비해 Si3는 통제감 상실이 원인입니다. 재미있는 건 그 차이 역시 하나의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는 거지요. Delayed PTSD의 원인으로 애착 외상을 의심할 수 있는 수검자의 profile을 보면 임상 소척도 중 '소외'로 해석되는 5개의 소척도(Pd4, Pd5, Sc1, Sc2, Si3)가 함께 상승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내담자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증상이 죄책감, 통제감 상실이라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그래서 Pd5, Si3 소척도의 의미 차이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두 척도가 동시에 상승했을 때 애착 외상을 의심하고 원 가족의 부모-자녀 관계 역동을 탐색해 보는 게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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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0)척도는 임상 척도는 아니지만 임상 척도군에 속해 있고 SOD1는 내용 소척도이며 INTR은 성격 병리 척도입니다. 셋 다 흔히 '내향성'으로 번역되는 척도들이죠.
이 세 척도가 동시에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을 때 많은 임상가들이 수검자를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쉽게 해석하고 넘어가곤 하는데 그렇게 해석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세 척도의 차이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양상은 Si, SOD 척도가 모두 평범한 수준인데 INTR 척도만 65T 이상으로 상승하는 겁니다. 이 때 수검자가 내향적인 성향이라고 해석하면 안 됩니다. INTR은 내향성이 아니라 우울에 취약한 성격 병리를 드러내는 척도이기 때문에 TCI/JTCI로 측정되는 기질 상의 취약성과 결합하여 해석하거나 우울 장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MMPI-2/MMPI-A의 관련 척도들을 살펴봐야 합니다(이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에서 자세히 설명드릴 예정입니다). Tellegen(1982, 1985)과 Watson(1997)은 이 척도의 핵심 개념이 내향성이 아니라 정서적인 성향이라고 강하게 주장한 바 있죠. 실제로 INTR 척도가 65T 이상 상승할 때의 의미 해석 내용을 살펴보면,
- 기쁨이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없음
- 사회적으로 내향적임
- 성취에 대한 욕구가 낮음
- 슬프거나, 울적하고, 우울한 느낌을 보고함
- 신체적 증상을 보고함
- 걱정이 많고 불안을 자주 느낌
- 미래에 대해 비관적임
1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우울과 관련이 높아 보이는 내용들이죠. 그러니 INTR 척도는 내향성과 별 상관이 없으며 오히려 우울과 관련성이 크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 다음, Si척도는 Social Introversion이라는 명칭 그대로 내향성을 측정하는 척도로 사용되지만 정확하게는 임상 소척도 중 두 번째인 Si2 척도가 내향성을 드러내는 척도입니다. 이를 확인해 보면,
* Si1(수줍음/자의식) : 다른 사람과 있을 때 수줍음을 타고, 사회적 상황에 서툴며, 쉽게 당황함
* Si2(사회적 회피) : 집단 활동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 있는 것을 매우 싫어하고 연락을 회피함
* Si3(내적/외적 소외) : 자신감과 자존감이 낮고 자기 비판적이며 두려움이 많음
측정 내용을 보면 아시겠지만 내향성을 드러내는 소척도는 Si2 소척도입니다. 그래서 Si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을 때, Si1 소척도만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다면 이 수검자는 내향적인 성향이 아니라 그냥 수줍음이 많은 걸로 해석해야 합니다. 극단적으로 보면 실제로는 외향적이지만 수줍음이 많아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일 수 있는거죠.
SOD 내용 척도도 마찬가지입니다. SOD 내용 척도는 사회적 불편감으로 해석되지만 소척도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죠.
* SOD1(A-sod1)(내향성) :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싫어하고 거리를 둠
* SOD2(A-sod2)(수줍음) : 새로운 사람과 상호작용하는데 어려움을 느낌
Si척도와 마찬가지로 SOD(A-sod) 내용 척도가 유의미한 상승을 보였을 때에도 SOD1 소척도가 이러한 상승을 견인해야지 SOD2(A-sod2) 소척도만 상승했다면 이 수검자를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해석하면 안 됩니다. 그냥 수줍음이 많은 shy한 사람으로 보셔야 합니다.
결론을 요약해 보면,
* INTR은 내향성과 별로 상관이 없으며 유의미한 상승을 보였을 때 기질 상의 취약성이나 우울 상승 고려
* Si, SOD(A-sod)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섣불리 결론내서는 안 되며 반드시 Si2, SOD1(A-sod1) 소척도가 상승했는지 확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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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3일 은평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강의 때 사용한 4
시간 분량의 PPT 자료입니다.
MMPI-2와 MMPI-A에 포함된 척도들이 상담자의 관점에서 무엇을 측정하는 것이고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 또는 하강 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의 해석 노하우를 담았습니다.
모든 척도를 거의 빠짐없이 다루다 보니 MMPI-2/A의 전반적인 사례 이해를 위한 내용을 많이 못 다루었는데 이건 나중에 다시 한번 정리해서 강의안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이 강의에서 다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타당도 척도
* 임상 척도
* 임상 소척도 분석
* 재구성 임상 척도
* 성격병리 5요인 척도
* 내용/내용 소척도 분석
* 보충 척도
* 케이스 스터디
가능한 한 MMPI-2/A 분석 결과지의 제시 순서대로 살펴볼 수 있도록 배열했고 MMPI-2와 MMPI-A의 차이나는 척도들은 따로 구분해서 정리했습니다.
케이스 스터디 부분은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강의 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작성하다보니 현장 임상가라면 꼭 알아야 하고 자주 만나는 상황인, '만 18세 수검자는 어떤 version을 실시해야 하나', '전체규준과 성별규준 사용의 차이', 'Code Pattern 분석을 해도 되는 상황', 'F척도와 6-7-8-9 척도의 관계', '임상/내용 소척도 연결 분석 기준과 예외 경우의 해석 문제', '1-3-3-3법칙'만 실었습니다.
MMPI-2/A의 기본은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좀 더 실질적인 해석 노하우를 원하는 분들이 보시면 좋은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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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장면에서는 아직까지 TCI를 적극 도입/실시하는 곳이 많지 않지만 상담 장면에서는 TCI를 사용하는 곳이 계속 늘고 있고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병원 장면에서는 성격 장애를 제외하면 TCI를 실시하지 않더라도 변별 진단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심각한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기존의 종합심리평가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상담 장면에서는 아직까지도 특별히 진단을 내리기에는 충분치 않지만 그렇다고 그냥 상담만 하기에는 뭔가 찜찜한 내담자들이 많은데 설명이 어려운 영역을 TCI를 통해 가려낼 수 있어서 TCI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재 MMPI-2와 SCT로 구성되어 있는 선별심리평가 도구에 TCI를 routine하게 실시하도록 추가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예산 확보 문제도 그렇고 검사 도구가 추가되면 내담자에게 동의를 구하기도 한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MMPI-2와 SCT 조합을 MMPI-2, TCI 조합으로 갑자기 바꾸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고요(개인적으로는 처음부터 선별심리평가도구를 TCI, MMPI-2 조합으로 구성하는 걸 적극 추천합니다).
그래서 보통 접수 시 routine하게 MMPI-2와 SCT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종합심리평가를 비롯한 추가 검사 실시를 고려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TCI의 추가 실시를 고려해 봐야 하는 상황이란건 대체 어떤 걸까요?
개인적으로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TCI 추가 실시를 고려해 보라고 제안드립니다.
1. MMPI-2의 FBS 척도 단독 유의미 상승
: FBS 척도가 단독으로 상승(타당도 척도 중 혼자만 70T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했을 때의 의미는 이전에 한 포스팅(
'MMPI-2 FBS 척도의 이해')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임상 척도로 지지되는 문제로 인한 이차적인 이득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경우 어떤 임상 척도가 상승했냐와 상관없이 성격 상의 문제 및 이로 인한 대인 관계 갈등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TCI 결과를 살펴보는 것이 내담자의 문제를 이해하고 그에 따른 상담 목표를 설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2. 주 호소와 MMPI-2 임상 척도 양상이 맞지 않을 때
: 내담자가 주로 호소하는 증상과 MMPI-2 임상 척도가 서로 많이 어긋날 때 이러한 증상의 원인이 기질이나 성격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하나 서로 연관성이 별로 없고 결정적으로 MMPI-2에서 신체화 관련 척도의 상승이 두드러지지 않을 때, 이는 단순한 신체화 기제가 아닌 histrionic trait의 소유자가 보이는 관심 끌기 행동의 일환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TCI를 통해 어떤 기질과 성격 유형의 소유자인지 확인하는 것이 이 간극을 설명하게끔 도와주기도 합니다.
당연히 두 조건 각각을 충족하는 것보다 두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경우가 TCI 추가 실시로 도움을 얻을 확률이 커지겠죠.
둘 다 중요한 조건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FBS 척도가 단독 상승했을 때 TCI를 추가 실시하는 것이 더 유용했다는 것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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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에
'MMPI-2는 code type 분석보다 소척도 연결 분석이 더 유용하다'는 포스팅을 통해 code pattern(이제는 code type 대신 code patter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분석에 한계가 있고 소척도 연결 분석을 통해 하위 척도의 내용을 살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code pattern 분석은 더 이상 고려 대상이 아니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쌓인 code pattern 관련 자료들이 풍부하기 때문에 대략적인 수검자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방법 중 하나로 여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MMPI-2애 익숙하지 못한 초심자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죠.
그럼 언제 code pattern 분석을 고려해야 하느냐면,
저는 다음의 몇 가지 기준을 제안합니다. 아래의 기준들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code pattern 분석을 고려해 보세요.
1. 타당도 척도 기준
- FBS 단독 상승 패턴(70T 이상)이 아닐 것
- F(P) 척도가 유의미하지 않을 것
- F, F(B) 척도가 지나치게 높지 않을 것(80T 이하)
꼭 code pattern 분석이 아니더라도 타당도 척도가 미심쩍은 결과를 보여줄 때는 결과 해석에 주의하는 게 좋습니다.
2. 임상 척도와 재구성 임상 척도의 code pattern이 일치할 것
: 아시다시피 MMPI-2에서는 성격 척도에 해당하는 5, 0척도를 제외한 나머지 척도의 재구성 임상 척도를 제공합니다. code pattern 분석을 위해서는 임상 척도와 재구성 임상 척도에서 동일한 code pattern이 나타나는지를 반드시 확인하세요. 예를 들어 임상 척도에서 6-8 code pattern이 시사될 때 재구성 임상 척도에서도 RC6-RC8 척도가 동일한 code pattern을 만들어내는지 보세요. 만약 RC6 spike, RC8 spike pattern이라면 6-8 code pattern 분석은 하지 않는게 낫습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임상 척도와 재구성 임상 척도가 일 대일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건데
재구성 임상 척도 중 RC2와 RC3는 2, 3 임상 척도와 code pattern의 유사성을 비교할 수 없습니다.
3. code pattern에서 빠진 임상 척도들이 유의미하지 않을 것
: code pattern에 포함되는 임상 척도를 제외한 나머지 척도들이 모두 유의미 수준 이하에 머물러야 합니다. 가장 합리적인 위치는 메뉴얼에서 유의미하다고 이야기하는 65T 이하이나 그런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최소한 70T 이하 수준에 위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6(80T)-8(78T) code pattern인 경우 나머지 1, 2, 3, 4, 7, 9번 척도가 모두 70T 이하일 때 code pattern 분석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종합적으로 정리하자면,
1. F, F(B) 척도가 80T 이하, F(P) 척도가 유의미하지 않고, FBS가 70T 이상으로 단독 상승하지 않아야 함
2. 7(85T)-4(80T) code pattern일 때 나머지 1, 2, 3, 6, 8, 9번 척도는 모두 70T 이하여야 함
3. 재구성 임상 척도에서도 RC7-RC4 code pattern이 나타나야 함.
이럴 경우 7-4 code pattern 분석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이제 code pattern 분석 가능성 자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걸 아시겠지요?
덧. 참고로 저는 code pattern 분석을 거의 하지 않고 분석 결과도 별로 신뢰하지 않습니다. 너무나 다양한 수검자의 심리 역동을 몇 개의 정형화된 code pattern으로 분석하는 건 무리라고 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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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A의 결과지를 이미 입력되어 있는 기본값으로만 출력해서 사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부분 출력 옵션이 있는지 모르거나 알고는 있지만 귀찮아서 그냥 전체 출력을 하기도 하고요. 저는 불필요한 종이 낭비를 싫어하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항상 1~6번 결과지만 출력(MMPI-A의 경우 1~5번)합니다.
결과지를 전체 출력하게 되면 맨 앞 장인 0번 결과지가 요약표이죠. 간혹 전체 출력을 한 뒤에도 요약표만 갖고 해석하는 임상가들이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제가 부분 출력을 하라고 권하는 이유 중 하나는 0번 요약지 사용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0번 요약지는 왜 사용하지 말아야 할까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 임상, 내용 소척도가 제시되지 않는다
: 0번 요약지를 사용하면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code pattern 분석을 주로 하기 때문에 소척도를 전혀 보지 않는 분들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소척도 연결 분석을 주로 한다면 임상 소척도와 내용 소척도가 반드시 필요한데 0번 요약지는 이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결국 뒤쪽의 결과표를 뒤져봐야 합니다. 참고로 code patttern 분석을 안 하는 분들은 제가 예전에 쓴
'MMPI-2는 code type 분석보다 소척도 연결 분석이 더 유용하다' 포스팅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MMPI에서는 code type 분석이라고 했지만 MMPI-2/A에서는 code pattern 분석이라고 합니다).
둘째. 상승 척도의 해석이 과장될 수 있다
: 0번 요약지의 경우 타당도, 임상 척도만 그래프로 제시하고 나머지 척도들은 표로 제시됩니다. 병원 장면에서처럼 척도 상승 수준이 충분히 유의미하다면 별 상관없지만 mild한 수준의 상승만 나타나는 경우가 꽤 많은 상담 현장에서 이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재구성 임상 척도들이 다음과 같은 양상이라고 해 보죠.
RC1=45T, RC2=52T, RC3=47T, RC4=50T, RC6=62T, RC7=43T, RC8=49T, RC9=44T
대부분의 척도가 40~50대의 T점수 분포를 보일 때 RC6 척도가 62T를 기록한다면 실제로는 의미있는 수준의 상승이 아닌데도 굉장히 높은 수준인 것처럼 착시 효과를 일으켜 결과를 기술할 때 그 의미를 과장해서 보고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왜냐하면 시각적 상대 비교가 용이한 그래프가 아닌 표로 결과가 제시되기 때문이죠.
셋째. F-K 지표를 간과하기 쉽다
: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역시 상담 현장에서는 중요한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F, K 타당도 척도 각각은 유의미하지 않아도 F-K index가 해석 가능한 수준인 경우가 상담 장면에서는 꽤 많아서 F-K 지표를 꼭 챙겨서 살펴봐야 하는데 1번 결과지와 달리 0번 요약지에는 F-K 지표를 별도로 표시하지 않기 때문에 각자 알아서 원점수 차를 계산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이란 참 간사해서 뭐든지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되어 있으면 습관적으로라도 사용하지만 안 보이면 따로 챙기기 어려운 법이죠. 그래서 0번 요약지만 사용하는 임상가는 F-K 지표를 결과 해석에 활용하기 쉽지 않습니다.
불필요한 종이 낭비도 막고 그보다 더 문제인, 부정확한 해석 위험도 있는 0번 결과지는 처음부터 아예 출력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렇다면 0번 요약지는 전혀 쓸모없는 것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은게 다른 기관으로 심리평가보고서를 보낼 때 모든 심리검사 자료를 첨부할 수 없으니 MMPI-2/A의 0번 요약지 정도를 붙여서 보내면 친절한 배려가 될 수 있겠죠. 그 외에는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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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거창합니다만 그리 대단한 내용은 아니고 선별평가도구로 많이 사용하는 MMPI-2의 D, RC2 척도를 활용해 우울 관련 장애를 개념적으로 구분하는 방법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예전에 MMPI를 사용하던 시절에는 흔히 2-7-0 또는 2-7 code tyep이 전형적인 우울 장애 프로파일이었습니다. 물론 요새도 이 code type 양상이 분명하면 우울 장애를 고려하기는 합니다만 요새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유행하는 진단은 Mixed Anxiety and Depressive Disorder입니다. 아무래도 7번 척도의 상승을 무시하기는 힘드니까요.
하지만 불안까지 함께 고려하면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지기 때문에 오늘은 임상 척도 D, 재구성 임상 척도 RC2 딱 두 개만 갖고 우울 장애와 관련된 진단 가설을 설정하는 걸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원래 임상 척도의 재구성 임상 척도 모두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해석 기준 점수는 65T이나 편의 상 즉각적인 심리치료 또는 약물 치료를 요하는 수준의 개념적 진단 기준인 70T로 설명하겠습니다.
D 척도 상승 : Depressed Mood 상승
RC2 척도 상승 : Positive Emotion 하강
경우의 수는 크게 3가지입니다.
* D 척도 70T 이하, RC2 척도 70T 이상
* D 척도 70T 이상, RC2 척도 70T 이하
* D 척도 70T 이상, RC2 척도 70T 이상
1. D 척도 70T 이하, RC2 척도 70T 이상 -> 기분 부전 장애(Dysthymic Disorder) 고려
depressed mood는 별로 보고되지 않고 positive emotion만 낮은 경우입니다. 상담이나 구조화된 면담에서 내담자가 '사는 재미가 별로 없고 웃을 일도 별로 없다'고 보고하는 것이 전형적인 양상입니다. 우울해 죽을 지경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즐거운 일도 없는 상태가 꽤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작은 스트레스에도 취약할 수 있습니다.
2. D 척도 70T 이상, RC2 척도 70T 이하 -> 우울 장애(Depressive Disorder) 고려
1번 경우와 반대로 depressed mood는 높은 수준인데 positive emotion가 하강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수검자가 우울감을 느끼고 있고 cognitive triad에 해당하는 문제도 보고하는데 그래도 삶의 즐거움이 완전히 소실되지는 않아 buffer 역할을 어느 정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경우는 약물 치료가 필요한 수준인지 알아보기 위해 D척도의 하위 척도에서 D2 정신운동지체 소척도가 어느 정도 상승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로샤 같은 투사법 검사를 추가로 실시하는 게 좋습니다. emotional support를 제공하는 가족 및 주변 사람들이 많을수록 우울에서 빠져나오는게 쉬워집니다.
3. D 척도 70T 이상, RC2 척도 70T 이상 -> Double Depression(Major Depressive Disorder) 고려
depressed mood도 높은 수준이고 positive emotion까지 하강한 경우로 예후가 가장 좋지 않습니다. 대개는 기분부전 장애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오다 발병 시점 앞뒤로 강력한 stressor를 만나 한번 더 추락한 형국입니다. 그래서 double depression이라고 하는거죠. depressive해지기 오래 전부터 긍정적인 정서도 고갈되어 온데다 이러한 긍정적 정서의 고갈이 주변의 지지 체계 부족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작 심각한 우울이 찾아왔을 때 도움을 받을 곳이 아무데도 없습니다.
이 경우는 대개 응급실을 통해 종합병원급의 보호 병동에 입원하는 경우가 많으며 자살 위험성도 높기 때문에 주의 관찰을 요합니다.
DSM-5 기준으로는 Persistent Depressive Disorder가 가장 부합하는 진단명입니다.
덧. 우울 장애의 임상적 진단이 이렇게 쉽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정확한 변별 진단을 위해서는 D, RC2 척도의 조합만 믿지 마시고 다른 심리검사결과와 면담, 배경 정보, 치료력 등을 포괄적으로 함께 고려하셔야 합니다. 위의 내용에만 너무 의존하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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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를 할 때 검사 전에 수검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일별하다 보면 DSM의 여러 진단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딱히 어느 것 하나로 수렴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진단들을 떠올려서 비교하고 몇 개의 진단 가설로 정리한 뒤 심리평가를 통해 변별 진단을 하려고 시도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 상 위와 같은 경우는 심리검사 sign들도 기대만큼 전형적인 profile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심리평가를 마치고 나서도 어떤 진단을 내려야 할 지 분명한 그림이 떠오르지 않아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단계까지 평가자를 곤혹스럽게 만들게 됩니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평가자가 오로지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에만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수검자가
이런 저런 증상을 호소하는데 함께 묶이지도 않고 어떤 진단을 내려야 할 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변별 진단을 해야 하는 사례가 아니라 두서없이 보고되는 증상의 핵심을 찾아야 하는 문제일 가능성을 떠올려 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진을 할 가능성도 있고 이에 따라 치료 방향 설정도 잘못될 위험성이 있는데다 무엇보다 증상이 계속 변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무기력감, 시시때때로 엄습하는 걱정, 만성적인 짜증, 통제되지 않는 눈물, 수면 장해 및 피로감과 같은 증상들을 호소하는 수검자가 있다고 해보죠.
얼핏 스쳐 지나가는 생각으로도 우울 장애, 홧병, 불안 장애 등등의 진단들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증상들이 어느 하나의 진단으로 딱 묶여지지 않죠.
심리평가를 해도 구조화된 검사에서는 대부분의 임상 척도가 상승되어 있고 투사법 검사에서도 고통감이 두드러지는데 전형적인 양상이 아니라서 수검자가 힘들어 하는 건 분명한데 특정 진단을 내리기에는 결과 양상이 애매한 겁니다.
진단에만 집중해서 수검자를 case formulation하게 되면 이런 사례의 경우 증상이 계속 바뀌게 됩니다. 우울 장애처럼 보였던 증상은 어느새 사라지고 신체화 장애처럼 보이는 증상이 새로 등장하는 것이죠.
이럴 때는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서 이런 증상들을 만들어 내는 기저의 핵심 문제가 무엇일까에 초점을 맞추고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런 증상이 수검자에게 어떤 이차적 이득(secondary gain)을 가져다 주는 지를 포함해서요.
문제의 뿌리를 찾으려고 노력해야지 이파리나 꽃만 보면 오히려 핵심을 놓치게 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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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분위기가 점차 달라지고 있지만 아직도 임상현장이라면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상담 현장에서는 MMPI-2/A와 SCT를 갖고 일단 선별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담을 진행할 지, 병원 등에 의뢰해 종합심리평가를 추가로 실시할 지 결정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MMPI-2 결과 해석에서 자살 사고 척도(DEP4)만 유의미한 수준까지 상승하면 이 수검자의 자살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죠.
임상 척도, 재구성 임상 척도 뿐 아니라 DEP 내용 척도와 4개의 관련 소척도가 모두 상승했다면 해석이 그리 어렵지 않지만 간혹 임상 척도, 재구성 임상 척도, DEP 내용 척도, DEP4를 제외한 나머지 3척도 모두에서 의미있는 상승이 관찰되지 않을 때가 꽤 많습니다. 그러니까 자살 사고(Suicidal Ideation)를 반영하는 DEP4만 상승한거죠.
그런데 자살 사고 척도가 상승했다고 무조건 자살 위험성이 높아지는 건 아닙니다. 왜냐햐면 최근에 자살을 생각한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죽겠다고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죽고 싶을만큼 괴롭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자살 사고 척도가 상승한 수검자를 그냥 내비둬도 상관없냐 하면 그건 아니죠.
그래서 자살 사고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기준점 65T,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70T)까지 상승했을 때 함께 뜨면 자살 시도 가능성을 높이는 내용 소척도 몇 개를 정리해 봤습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각 소척도들이 포함된 내용 척도의 다른 소척도는 유의미하지 않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폭발적 행동(ANG1)은 의미있는 수준까지 상승해야 하고 성마름(ANG2)은 상승하지 않아야 조합 해석이 가능합니다.
* 폭발적 행동(ANG1)
* 염세적 신념(CYN1)
* 반사회적 행동(ASP2)
폭발적 행동(ANG1) 척도는 용어 그대로 폭발적 행동과 발끈하는 성질을 측정하기 때문에 함께 상승하면 충동적 자살 시도 위험성을 증가시킵니다. 손목을 긋는 등의 방식은 덜 위험하지만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달리는 차에 뛰어드는 등의 치명도(fatality)가 높은 방식을 택하는 경우 자살 성공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위험하죠.
염세적 신념(CYN1)은 사실 저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상승 조합입니다. 왜냐하면 이 척도가 측정하는 건 다른 사람을 이기적이라고 믿고 자신의 복리에만 관심이 있다는 내용이라서 오히려 자살 위험성을 낮출 것 같거든요. 하지만 경험적으로 CYN 내용 척도에서 대인적 의심(CYN2)가 의미없고 염세적 신념 척도만 상승했을 경우는 자살 위험성이 현저히 높아지는 걸 자주 봤기에 일단 주의하며 보자는 척도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척도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나 지지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상승 관계가 생기지 않았을까 추론하고 있습니다.
반사회적 행동(ASP2)은 반사회적 행동이나 법적 문제, 물질 남용 문제 유무를 측정하는 내용 소척도지만 경험적으로 이 척도 역시 상승하면 자살 시도 가능성을 증가시킵니다. 아마도 성을 잘 내고 충동적이고 쉽게 분개하는 특성을 측정하기 때문에 동반 상승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리해 보면 자살 사고(DEP4)척도가 의미있는 수준으로 상승하였을 때 폭발적 행동(ANG1), 염세적 신념(CYN1), 반사회적 행동(ASP2) 소척도가 모두 상승되어 있다면 충동적인 자살 시도 가능성을 염두에 두셔야 하고 좀 더 깊은 수준의 자살 위험성 평가를 하셔야 합니다.
이런 조합 해석 시 먼저 충족되어야 할 조건으로는,
1. 우울 장애 등 자살 위험성이 높은 전형적인 주요 장애가 아니어야 함
2. 위에서 언급한 4개의 내용 모척도와 다른 하위 내용 소척도가 모두 의미있는 수준으로 상승하지 않아야 함
덧. 이 포스팅은 내용 소척도만을 이용해 '비전형적인 자살 위험성'을 평가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기는 하지만 성격 병리 척도 중 DISC의 상승도 충동적인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척도이니 염두에 두고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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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에서 과장된 자기제시 척도로 번역되는 S(Superlative Self-Presentation)척도는 1995년에 Butcher & Han이 개발했으니 사실은 이미 20년이 다 되어 가는 오래된 척도입니다.
이 척도를 개발할 때 극단적으로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 취업 응시자 집단(항공사 파일럿 응시자들)과 MMPI-2의 규준 집단 반응을 비교하여 반응율의 차이를 보이는 문항을 선별하여 예비 척도를 구성했더랬죠.
보통은 방어적인 응답 경향을 점검할 때 K척도를 많이 해석하지만
제 경험 상 진짜 방어 척도의 갑은 바로 이 S척도입니다. 왜냐하면 K척도의 문항들은 370번 문항 앞쪽에 포진되어 있지만 S척도의 경우는 검사 전반에 걸쳐 퍼져 있기 때문에 S척도가 상승했다는 건 문항에 응답하는 내내 시종일관 방어적인 태도를 견지했다는 말이거든요.
S척도가 70T에 근접하거나 over하는 경우(임상 장면에서 S척도가 70T를 넘어서면 무효 프로파일을 고려해야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70T에 근접하는 경우만 고려해도 충분합니다) 거의 모든 임상, 재구성 임상, 내용 척도가 50T 아래로 주저 앉기 때문에 해석 불가능해집니다.
특히
임상 소척도에서 다음의 척도들이 65T 이상으로 상승할 때는 내용 소척도의 TRT1(낮은 동기), TRT2(낮은 자기 개방) 척도의 상승과 상관없이 심리치료/상담 장면에서 rapport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어려우니 각오를 단단히 하시기 바랍니다.
* Hy1(사회적 불안의 부인)
* Pd3(사회적 침착성)
* Pa3(순진성) : 이건 항상 상승하지는 않으니 참고만 하세요.
* Ma3(냉정함)
마지막으로 상담을 하시는 분들께 tip을 하나 드리자면,
S척도가 70T에 근접할 만큼 상승한 남자 중에 보충 척도에서 ES, GM 척도가 70가 넘어서는 분들은 가부장적이고 완고하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특성을 보이는데 정작 상담자 앞에서는 매우 협조적이고 예의바르게 행동하기 때문에 혼란에 빠지는 상담자가 많습니다. 이런 profile을 보이는 분을 상담할 때는 어줍잖은 설명, 해석, 직면, 교육 등은 전혀 효과가 없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다른 내담자들보다 더 한층 공감에 신경써야 하는 내담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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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 MMPI를 사용하던 임상가들은 code type 분석에 주로 의존했습니다. 그래서 김중술 선생님의 '다면적 인성검사'의 two code type을 열심히 공부하기도 하고 좀 더 욕심을 부려서 Friedman의 three code type profile을 뒤지기도 했지요.
그런데 MMPI-2가 출시되면서 사정이 확 바뀌었습니다.
임상 척도를 근간으로 하는 code type 분석의 한계가 재구성 임상 척도의 등장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MMPI 임상 척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른 문제는 타당성이 의심스러운 모호 문항이 적잖게 포함되어 있다는 것)는 임상 척도 간 상관이 매우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구성 임상 척도가 개발되었는데 임상 척도와 재구성 임상 척도를 비교해 보니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예를 들어 흔히 MDD profile이라고 말하는 2-7-0 type도 재구성 임상 척도를 보면 우울하거나 불안하지 않는 경우가 드물지 않더군요.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MMPI 만으로 얼마나 많은 오진이 내려졌을지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오싹합니다.
어쨌거나 이런 실정이다 보니 임상 척도에만 의존해서 code type을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해석집을 뒤적여 formulation하는 것은 정확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자칫하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보통 MMPI-2를 해석할 때 더 이상 code type에 매달리지 말고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사용할 것을 제안합니다.
1. 재구성 임상 척도(RC척도) 대응 분석
2. 소척도 연결 분석
임상 척도와 비교해 볼 때 재구성 임상 척도는 5번, 0번에 해당하는 척도가 없고 RC2, RC3 척도의 해석이 다르기는 하지만 나머지 척도는 임상 척도와 일대일 대응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임상 척도 7번이 상승하였다면 RC7 척도도 상승하였는지, 8번 척도가 상승하였다면 RC8 척도도 상승하였는지, 상승폭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반드시 비교 분석해 봐야 합니다. 임상 척도에서 4-6 code type인데 재구성 임상 척도에서 RC4-RC6이 아니라면 code type 분석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임상 척도의 code type이 재구성 임상 척도와 그것과 전혀 달라 profile을 설명하기 어려울 때에는 소척도 연결 분석을 하는 것이 유용합니다.
MMPI-2에는 임상 척도와 내용 척도 두 가지에 대해 소척도가 제공됩니다. 따라서 4번 척도가 상승하였다고 해서 단순히 반사회적 성향이 높다고 결론내리는 것이 아니라 다섯 개의 소척도 중 어떤 것이 상승했는지 확인하는 것이죠. 4번 척도 상승과 관련하여 많이 하는 해석 실수는 반사회적 성향으로 봤는데 소척도 연결 분석을 했더니 Pd4(사회적 소외), Pd5(내적 소외)만 의미있는 수준으로 상승한 경우입니다.
조금 곁가지로 빠진 이야기지만 내용 척도 중 SOD(사회적 불편감)도 소척도 연결 분석을 해 보면 SOD2(수줍음)만 상승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피검자가 사회적으로 불편감을 느끼고 있구나 하고 naive하게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라서 사회적 상황에서 불편감을 느낄 수 있겠구나 라고 봐야 좀 더 매끄럽게 해석이 되는 것이죠.
다시 요약해 봅니다.
1. MMPI 임상 척도를 해석할 땐 먼저 재구성 임상 척도(RC척도)와 대응 분석을 해서 일대일 대응이 되지 않으면 code type 분석에 연연하지 말 것
2. code type 분석을 신뢰할 수 없는 profile인 경우는 반드시 소척도 연결 분석을 해서 어떤 소척도 때문에 해당 임상 척도가 상승하였는지 밝힐 것
그래도 재구성 임상 척도는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분들이 많은데 의외로 소척도 연결 분석을 안 하는 임상가들이 많길래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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