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상담 전공자 중에 로르샤하 검사를 공부하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제가 드리는 조언은 항상 똑같습니다.
MMPI-2, TCI와 같은 구조화된 검사를 마스터하고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느낄 때 도전하라고 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사람이라면 으레 뭔가 막혔다는 생각이 들면 돌파구를 찾는 과정에서 이런 생각이 충동적으로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자격증을 따고 현장에 나오기는 했는데 뭔가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을 때 박사 과정에 진학하는 걸 떠올리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현장에서 종합심리평가를 해야 하는 임상심리전문가, 임상심리사의 경우 로르샤하 검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에 반드시 익혀야 하지만 상담이 주 업무인 상담자는 굳이 익힐 필요가 없는 검사 도구일 수도 있습니다. 임상 전공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화방어기제검사나 성격강점검사 같은 검사 도구를 굳이 익힐 필요가 없는 것이죠. 그건 종합심리평가를 마스터하고 그것만으로 성이 차지 않을 때 추가로 공부해도 됩니다.
어쨌든 좀 더 많은 심리검사 도구를 사용할 줄 알면 좋지 않은가라고 반문하실 수 있지만 그 중 하나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른다면 아무리 많은 심리검사 도구를 알고 있다고 해도 현장에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런 관점에서 보면 장기간의 수련 기간이 필요한 핵심 자격을 외면하고 워크샵만 들으면 딸 수 있는 손쉬운 자격증만 수집하는 것도 같은 도피 행동입니다. 그래봤자 실력이 늘기는 커녕 계속 자신을 속이다 종국에는 현타가 올 수 밖에 없고 계속 실력없는 자신을 속이며 거짓말을 해야 합니다.
뭔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일수록 항상 'back to basics'을 명심해야 합니다.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아무리 현란한 장식을 한다 해도 결국 들통나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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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학부 때는 학력고사 후기 출신이었고, 졸업하고는 다른 학교로 진학했기에 대학원에서는 타대 출신이었으며, 대학원에서 조직 심리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병원 수련을 받을 때는 타 전공 출신이었습니다. 임상심리전문가가 되고 나서 곧바로 상담 영역으로 진출했기 때문에 시작부터 타 직군이었고, 상담 영역에서도 도박 중독 치료를 주로 했기 때문에 계속 비주류였습니다. 그러니까 항상 아웃사이더의 삶을 살았기에 무리짓기, 배제, 차별이 무엇인지는 비교적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91학번이니 심리학을 공부한 지 거의 30년이 되어 가네요. 그동안 임상심리전문가 대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전문가/정신건강임상심리사 대 산업인력공단 임상심리사, 상담심리학회 대 상담학회의 헤게모니 싸움과 알력이 반복되는 것도 충분히 봤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커뮤니티에서 임상과 상담이 내가 더 잘났네, 니가 더 못났네 하며 싸우는 꼴까지 보고 있습니다.
임상에서 수련을 받았지만 상담에서 15년 이상 일을 했고 지금도 임상과 상담 양 쪽에 모두 발을 걸치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그래봤자 편가르기에 참전하는 사람들만 점점 더 한심해지는 쓸데없는 소모전일 뿐입니다.
임상이 심리평가에 대해 뭘 아느냐고 상담을 공격하고(주로 MBTI가 요새 화두더군요), 니네는 상담 수련도 제대로 받지 않으니 어디가서 심리치료 한다고 나대지 말라며 상담이 임상에게 반격하고 싸움박질을 하는 동안....
현명한 임상가는 임상과 상담 양쪽의 강점을 무기삼아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심리평가와 정신병리 지식을 보강한 상담 전문가는 내담자를 이해하는 폭이 웬만한 임상심리전문가를 능가하고 심리치료와 상담 수련을 보강한 임상 전문가는 상담심리전문가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주관성의 늪에 빠지지 않습니다.
제가 그동안 현장에서 경험해보니 임상이 우월하냐, 상담이 뛰어나냐 하는 논쟁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더군요.
그저 실력있고 유능한 임상가와 입만 나불거리는 엉터리 임상가가 존재할 뿐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임상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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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보고서는 심리평가 결과를 수검자, 보호자, 의뢰(인, 기관)에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죠. 상담자라면 case formulation을 하는데도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꼭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심리평가보고서를 전달하는 대상이 다른 임상가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유관 분야 전문가일 경우에는 심리평가보고서의 기술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검사 sign을 동원하는데 별다른 제약이 없습니다. 검사 sign을 사용하지 않으면 설득력이 떨어져 보일 수도 있고 심하게는 전문성을 의심받기도 합니다.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시 기술 근거는 어떻게 제시하나' 포스팅에서 저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항상 매 문구마다 이를 지지하는 검사 sign을 함께 쓰는 방식을 권고한다'고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 여전히 저도 이 방식으로 기술 근거를 제시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예외 상황이 있습니다.
바로 수검자에게 심리평가보고서를 직접 제공하는 경우입니다. 수검자에게 심리평가보고서를 제공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실거라면 이 글을 더 읽으실 필요가 없습니다만 저는 그게 어떠한 이유든 수검자가 자신의 심리평가 결과에 접근할 기회를 막는 방향으로 가는 정책은 결코 치료적이지 않고 결국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면, MMPI-2/A, TCI/JTCI, 로르샤하 검사의 구조적 요약 지표 등 수검자의 응답 내용이 가공되어 수검자가 기술 근거를 알았다고 해도 재검사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 검사 sign은 제시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의도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검사들, 주로 투사 검사들인데 문장완성검사, 그림검사, 로샤 검사의 반응 내용 등은 심리평가보고서에 직접 기술하면 안 되며 가능하면 해석 상담에서도 직접적인 제시를 피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변별 진단과 치료 계획 수립이 중요한 병원 장면에서 재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검사 sign을 적나라하게 보고서에 기술하는 걸 자주 보게 되는데 학습 효과를 배제할 수 있는 정도로 충분한 시간 간격을 두고 재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실정에서 무신경한 자세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과거 포스팅을 인용하느라고 중언부언 말이 길어졌는데 핵심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 수검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심리평가보고서의 기술 근거를 제시할 때는 가공되어 수검자의 재검사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검사 sign들(MMPI-2/A, TCI/JTCI, 로르샤하 검사의 구조적 요약 지표 등)만 사용하고 그림검사, 문장완성검사, 로르샤하 검사의 반응 내용 등은 보고서와 해석 상담에서 제시하지 않는 것을 권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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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그만두고 난 뒤 올린 글,
'인생 Season 2를 시작합니다'에서 말씀드린 내용 중 실전 강의를 드디어 시작합니다. 처음은 워밍업 차원에서 'TCI의 이해(기초)' 강의를 하고자 합니다.
이 강의는 TCI의 기본을 익히고자 하는 분들을 위한 것으로 아쉽게도 (주)마음사랑의 구매자격 취득을 위한 강의 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구매자격과 상관없이 TCI에 입문하고자 하는 분들께 추천하는 강의입니다. 대신 핵심 내용을 압축해서 밀도있게 전달하고 2개의 실제 사례를 통해 TCI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번 미니 강의에 대한 기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제 : TCI의 이해(기초)
* 일시 : 2018년 10월 20일(토) 13:00~17:00(4시간)
* 장소 : 서울 신도림역 인근 월든3 아카데미
* 인원 : 선착순 8명(9월 27일 마감되었습니다)
* 비용 : 1인 당 5만 원(음료, 주차권 포함)
* 특징 : 강의 내용 녹음 가능, 제약없는 예약 취소(언제든 조건없이 100% 환불, 불이익 없음)
# 정원이 미달되는 경우에는 강의가 취소됩니다. 단 예약한 인원이 강의 전 모두 취소하고 1명만 남더라도 강의는 정상적으로 진행합니다.
* 수강을 위한 조건(매우 중요! 필독!)
: 이 강의는 TCI를 익혀 임상/상담 장면에서 환자/내담자를 이해하기 위해 사용할 임상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들으실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래의 조건 중 하나 이상을 반드시 충족하셔야 됩니다.
1.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2.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수련생(학회에 수련 등록 필수)
3. 국가공인 자격증(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사, 청소년상담사 등)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 심리학 관련 대학원 졸업 자격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졸업 후 전혀 상관없는 일에 종사하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 신청 방법 : 이메일(수신처 : walden3@gmail.com)
* 기재 내용 : 이름, 휴대폰 번호, 수강을 위한 조건 충족 여부(수련 여부, 자격증 및 자격 번호 기재)
* 선착순으로 정원 안에 들어온 분들께는 개별적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덧. 이 포스팅에 앞으로 듣고 싶은 강의 주제나 일시(예; 평일 낮 등)를 덧글로 남겨 주시면 향후 미니 강의 주제 및 일시 선정에 적극 참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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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수련을 받던 과거에도 그랬고 아마 지금도 여전히 대부분의 기관에서 그럴텐데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 실시하는 심리평가는 심리평가보고서 작성까지는 하지만 해석 상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많이 늘었다고는 해도 심리치료나 상담을 임상심리전문가/임상심리사가 담당하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임상가는 refer(스스로를 격하시키는 order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받은 수검자를 심리평가하고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한 뒤 이를 chart에 끼우는 걸로 심리평가 절차를 마무리합니다.
의사 선생님들이 충실한 해석 상담을 해 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일단 환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개개인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여력이 없고 무엇보다 심리평가보고서를 꼼꼼히 해석할 능력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심리평가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는 임상심리학자가 향정신성약물에 대해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대충 눈에 띄는 내용을 중심으로 설명할 수 밖에 없고 심리평가보고서를 아예 보여주지도 않는 병원이 태반입니다. 아니 오히려 심리평가보고서를 환자에게 보여주는 병원의 수가 훨씬 더 적을 겁니다.
최근에는 상담 현장의 심리평가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에 심리평가에 대한 관심도 높고 실시도 많이 하는데 병원 장면과 달리 해석 상담의 필요성과 유용성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인식하고 있지만 내담자를 전담하는 상담자와 심리평가만 실시하는 임상가가 구분되어 있지 않은(지나치게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는 것도 사실 문제입니다만) 기관의 경우 상담자가 지속 상담 중간에 여러가지 필요(정확한 진단을 위해, 상담이 벽에 부닥쳤다고 느껴 돌파구가 될 정보가 필요해서 등등)에 의해 심리평가를 실시하게 되는 경우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고 그냥 심리검사 자료만으로 상담에 활용하고 마는 걸 자주 봅니다.
심리평가보고서란 심리평가 결과를 관련 전문가들이 손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공통의 용어로 정리한 치료 기록의 일종인데 그걸 작성하지 않는다면 결국 원자료를 각자 필요할 때마다 알아서 해석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래서는 안 되죠.
정리하자면,
병원에서는 해석 상담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고,
상담 현장에서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러나 심리평가,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해석 상담은 한 세트로 이루어진 절차라서 어느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되고 소홀히 해서도 안 됩니다.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가(상담자이든 임상심리학자이든 간에)는 반드시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시고 가능한 한 심리평가를 실시한 임상가가 수검자에게 직접 해석 상담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기관에 따라 해석 상담만 담당하는 상담자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업무의 편의성을 위한 일종의 편법일 뿐 내담자를 위한 올바른 심리평가 실시 절차가 아닙니다.
워낙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가는 반드시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시고, 이를 바탕으로 손수 해석 상담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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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임상/상담심리 Job DB를 오픈합니다.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제가 예전부터 노래를 불렀던 숙원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2014년을 넘기지 않고 드디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임상/상담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산업인력공단 임상심리사 등 전문 자격을 소지한 임상가들께서 어떤 처우를 받고 계신지 비교 선택하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최신 정보를 수집해서 업데이트 할 예정입니다.
포함된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기관명 : 분쟁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일부 익명 처리해 공개하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 프렌차이즈 여부
* 지역(지점명)
* 환자/수검자에게 청구하는 심리평가비(Full Battery 기준)
* 평가자가 받는 실제 금액
* 환자/내담자에게 청구하는 상담/심리치료비(회기 당)
* 치료자/상담자가 받는 실제 금액
* 급여 형태(비율, 고정급 등)
* 근무 형태(주 5일 상근, 주 2회 파트 타임 등)
* 4대 보험 적용 여부
* 특징 : 이 부분이 본 임상/상담심리 알바 DB의 핵심이자 알짜 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나라합니다;;;
모든 정보는 해당 임상가들이 실제로 일을 하면서 경험한 내용만을 담았습니다. 월덴3의 임상/상담심리 Job DB는 ~카더라 통신을 지양합니다.
혹시라도 DB에 수록된 기관의 정보가 새롭게 변경되었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지체없이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최초 포스팅에서는 part-time job인 알바 정보만 포함했으나 full-time job 정보까지 포괄하도록 폭을 넓히겠습니다. 근무하고 계신 직장 또는 이직 후 이전 직장에 대한 full-time job 정보 제보도 환영합니다.
2014년 8월 4일 현재 9개의 기관이 포함되어 있으며 새로운 기관이 추가될 때마다 즉시 업데이트하겠습니다.
덧. 이 포스팅은 8월 한 달 동안 유지하고 이후 공지글 영역으로 옮기겠습니다.
덧2. 나도 DB 공유에 기여하고 싶다는 임상가들께서는 연락주세요. 당연히 제보 환영합니다. 본 DB의 양식대로 채워서 제게(walden3@gmail.com) 보내주시면 됩니다. 단, 신뢰성 확보를 위해 최근 2년 이내의 정보로만 부탁드립니다.
: 2014년 8월 19일 현재(20140819 Version)
* 오O영 아카데미에서 수검자에게 청구하는 심리평가비가 35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올랐답니다 : 8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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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임상심리전문가는 한국심리학회 산하 임상심리학회에서 관리하는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2007년 1월 초에
'임상심리학의 위기'라는 글을 쓴 적도 있지만 어찌 보면 그 글은 총론적인 위기에 대해 쓴 것이고 오늘 내용이 각론에 해당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제 맘대로의 예측이며 개인적으로는 제발 틀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원래 임상 현장에서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이 가장 먼저 만들어졌습니다. 학회 차원에서 만든 자격이지요. 이후에 국회에서 관련 자격에 대해 입법을 하게 되자 임상심리전문가를 국가공인자격증으로 만들려고 학회에서 애를 썼지만(개인적으로는 전략의 부재로 평가합니다만)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그 결과로 보건복지부에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자격이 만들어지고 두 개의 자격 제도가 생기게 됩니다. 정신보건임상심리사는 급조된 자격으로 수련 제도가 정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임상심리학회에서 수련위원회를 꾸려 수련 감독을 대행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수련을 받았던 임상심리 레지던트 중 일부는 3년의 기간 동안에 임상심리전문가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 자격을 동시에 취득하는 행운을 누리게 됩니다.
그러다 보건복지부에서 정신보건전문요원의 관리를 국립정신병원에 이관해서 총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나오니 반발하지만 역시나 진압되고 결국 정신보건전문요원의 관리를 국립정신병원에서 담당하게 되면서 임상심리전문가와 정신보건임상심리사의 자격을 동시 취득하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됩니다. 왜냐하면 예전과 달리 자격 요건을 상당히 까다롭게 심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 당시 수련 인정때문에 불이익을 당한 수련 레지던트가 꽤 많았지만 학회에서는 아무런 대책 마련도 못 했습니다. 그 피해는 레지던트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습니다)에 이전처럼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을 하면서 대충 정신보건센터에서 시간을 때우고 수련 시간을 조작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 본격적인 이원화가 일어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때까지는 임상심리학자가 두 가지 자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때부터 두 자격 중 하나만 갖고 있는 전문가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심리학 전공자가 아니면서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 자격을 갖춘 전문가의 수가 늘면서 임상심리학회의 기반을 위협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심리학회 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소속감이 없거든요. 상담 심리학회 회원들에게 모 학회인 심리학회에서 회비를 통합 징수하려고 할 때 일어났던 문제의 이유와 유사하죠. 임상심리학회에서는 산하의 임상심리전문가들을 정신보건전문요원협회에 가입하도록 독려하면서까지 밀월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임상심리학회와 상관이 없는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온 궁여지책이 바로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에게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을 인정해서 그대로 자격을 수여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아는 몇 몇 교수들이 바로 이 혜택을 받았습니다. 즉,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 자격은 갖고 있지만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이 없는 임상심리학 교수에게 학회에서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을 그냥 준 것이죠. 당연히 정상적인 수련 과정 없이요. 물론 이런 부당한 혜택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현재도 심리학과에서 강단에 서고 있는 임상/상담 심리학 교수 중 상당수가 정상적인 수련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 자격을 갖고 있습니다. 소급해서 그냥 준 것이죠. 뭐 원로 대우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필요악으로 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이런 불공정한 정책이 임상심리학계의 발목을 붙잡는 족쇄의 뿌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부실한 수련마저도 받지 않고 자격을 얻은 교수들이 심리평가, 심리치료에 대한 개념이 있을리가 만무하니까요. 뭘 알아야 가르치죠.
어쨌거나 이런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신보건임상심리사와 임상심리전문가의 관계는 좀 껄끄럽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두 자격 중 하나만 갖고 있는 전문가들의 위치가 어정쩡한 것이지만요.
문제는 이후에 산업인력공단에서 임상심리사 자격이 국가 공인 자격으로 또 만들어진 것이죠. 이 자격은 수련 과정 없이 시험으로만 취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원자가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제가 알기로 지금 임상심리사 2급의 수가 임상심리전문가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을 합한 수보다 많을 겁니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2급 자격자만 있다가 최근에 1급 취득과 승급이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에 향후 몇 년 안에 임상심리전문가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산업인력공단의 임상심리사가 현장에서 각축을 벌이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 그럼 임상심리전문가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제가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종합병원급의 수련병원에서 임상심리전문가가 아닌 전문가(심리학 전공자가 아니며 심리학회 회원이 아닌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이 대표적인 경우)가 supervisor가 되는 순간부터 임상심리전문가가 마음 편히 누리던 수련 과정의 핵심축이 붕괴되기 시작할 겁니다. 현재는 supervisor가 임상심리전문가이기 때문에 암묵적인 카르텔에 의해 모교 출신이나 최소한 심리학회 회원만 수련 레지던트로 받는 것이 가능하지만 심리학회 회원이 아닌 정신보건임상심리사가 supervisor가 되면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 아니, 오히려 기피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심리평가의 차별성이 없어집니다. 그런데 이건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제 예상보다 속도가 더 빨라졌거든요. 임상심리전문가는 지금까지 '정신과 병동 수련'과 '심리평가'라는 유용한 tool을 가진 이득을 배타적으로 누려왔습니다. 하지만 상담심리학회에서 심리평가 수련을 위해 문호를 대폭 개방하고 상담심리전문가 자격까지 갖추고 있는 임상심리전문가가 그 교육을 담당하면서 임상심리전문가의 유일한 무기였던 심리평가의 잇점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런 일이 정신보건임상심리사와 산업인력공단의 임상심리사에게도 일어나지 말란 법이 있을까요?
저만 해도 제게 심리평가 supervision을 받는 supervisee 선생님 중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을 받지 않는 수가 이미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정신보건임상심리사나 산업인력공단의 임상심리사 자격만 취득하는 분들이 더 많다는 말입니다. 이게 저에게만 해당되는 특수한 상황일까요?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말씀드리면 심리평가 보고서의 quality만 놓고 볼 때 임상심리전문가와 정신보건임상심리사의 격차는 이미 그리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supervisor의 지도를 받았느냐가 더 큰 차이를 낳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앞으로 이 격차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임상심리전문가의 가장 큰 무기였던 심리평가가 앞으로는 현장에서 그다지 우위가 되는 기술이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투입된 노력과 시간 대비로 비교해보면 임상심리전문가는 메리트가 별로 없습니다. 더 적은 비용으로 동일한 quality의 일을 할 수 있다면 굳이 임상심리전문가를 써야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아직까지는 현장에서 임상심리전문가를 우위로 생각하지만 과연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요? 저는 얼마남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은 각 병원의 supervisor의 실력에만 맡겨놓고 수련 제도를 방기하고 있는 학회의 책임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학회가 수련 제도 정비를 위해서 뭘 했습니까? 심리평가 보고서 작성법에 대한 기본 교재가 있습니까? 아니면 supervision을 위한 manual이 있습니까?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미 자격 번호 600 번대의 junior supervisor가 종합병원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supervisor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아무런 orientation도 없이요. 이런 supervisor에게 수련을 받은 레지던트들이 전문가가 되어 현장에 나오는 건 금방입니다. 당장 내년부터 나오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대적인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임상심리전문가가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 안에 산업인력공단의 임상심리사에게도 밀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론 학교가 아닌 임상 현장 이야기입니다. 저는 솔직히 학교는 생각도 않고 있고 기대도 안 합니다. 이미 개혁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암울한 임상심리전문가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두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수련 제도를 정비하고 supervision을 표준화, 강화해야 합니다. 수련 현장 나름에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학회 차원에서 표준화된 manual을 만들어서 최소한 이것만큼은 교육이 되어 임상심리전문가 자격만 취득하면 임상 현장에서 이 정도는 기대할 수 있겠다는 정도의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supervisor가 자신이 수련받을 때 배웠던 것만 달랑달랑 가르치는 수준으로는 질적 하락이 불보듯 뻔합니다. 게다가 supervisor가 심리평가, 심리치료 하나 안 하면서 수련 레지던트만 착취하는 구조를 그대로 두는 한 임상심리전문가의 앞날은 매우 어둡습니다.
둘째, 심리치료 분야를 강화해야 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일하면서 가장 답답한게 뭔지 아십니까? 제 분야가 아닌 내담자의 문제를 의뢰하고 싶어도 전문가가 하나도 없다(혹은 모른다)는 겁니다. 가정 폭력 문제가 있는 도박자의 가정에 개입하고 싶어도 가정 폭력 전문 치료자가 없어서, 하다 못해 청소년 우울증을 전문으로 다루는 전문가가 누군지 몰라서 속앓이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현행 의료보험 제도가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정신과 의사들은 약물 치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근본적으로 의사들이 심리치료를 할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상담과 심리치료에 대한 요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걸 누가 충족시켜줘야 하나요? 임상심리전문가가 뛰어들지 않는다면 계속 심리평가나 하면서 수지 타산이나 맞추고 있을 겁니다. 언제까지요? 정신보건임상심리사와 산업인력공단의 임상심리사가 심리평가 분야를 잠식해서 벼랑으로 떠밀릴 때까지요. 심리치료만 놓고 보면 임상심리학회는 아무 것도 없는 불모지나 다름 없습니다. 수련 레지던트의 사례 발표나 하는 수준이지 전문가의 사례 발표는 눈씻고 봐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안 하니까요. 고명하신 교수님들은 정년 보장이 되니까 심리학의 치솟는 인기에 힘입어 달콤한 꿀빨기에 여념이 없으시겠지만 미안하게도 현장이 죽으면 학교도 죽습니다. 아닐 것 같습니까?
수련 제도의 대대적인 개혁과 정비, 그리고 심리치료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매진, 이 두 가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임상심리전문가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제 예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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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임상심리학과 관련된 자격증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 포스팅에서 소개하는 자격증을 제외한 것들은 그것이 아무리 근사한 미사여구로 포장되어 있더라도 소위 '허접'임을 명심하시고 현혹되시면 안 됩니다.
제대로 된 자격증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교재만 딸딸 외워서 시험만 통과하면 주는 자격증은 제대로 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자격증은 1~3년의 현장 수련을 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requirement를 충족시켜야만 시험을 치를 자격이 주어지게 됩니다.
1. 정신보건 임상심리사
* 자격 수여 기관 : 보건 복지부
* 급수 : 1급과 2급
* 수련 자격
- 1급 :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 2급 : 대학에서 심리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 후
* 수련 방법
- 1급 : 보건 복지부에서 지정한 수련 시설에서 3년간 수련
- 2급 : 보건 복지부에서 지정한 수련 시설에서 1년간 수련. 2급 자격 취득자는 5년간 정신보건현장에서 근무하면 1급으로 승급할 자격이 주어짐.
* 수련 기관
: 정신과 전문의 수련 기관인 병원, 국/공립 정신병원, 보건소 및 각종 사회복귀시설에서 수련 가능. 단 병원 이외의 수련 기관에서 수련을 받을 때에도 정신과 병원에서 1/3 이상의 수련을 받아야 함. 2급의 경우는 1/2.
* 시험
: 수련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마치면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생김
* 특징
- 국가 공인 자격증으로 국/공립 기관에서 반드시 요구하는 자격증
2. 임상심리 전문가
* 자격 수여 기관 : 한국 심리학회 산하 임상심리학회
* 수련 자격
: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다면 수련을 받을 자격 부여. 단 재학 중 수련은 1년만 인정
* 수련 방법
: 학회가 인정하는 임상심리 전문가의 감독하에 3년(박사는 2년)의 수련을 받음. 수련 기관 동안 각종 학술대회 참석, 사례발표 및 논문발표를 해야 함.
* 수련 기관
: 정신과가 있는 종합병원, 각종 정신병원, 재활기관, 상담소 등 임상활동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단, 입원시설이 있는 정신과에서의 수련이 1년 이상이어야 함).
* 시험
: 모든 수련 과정을 마치면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을 거쳐 자격증을 받게 됨.
* 특징
- 국가 공인 자격증은 아니나 수련 과정이 다른 자격증에 비해 엄격하고 논문, 사례 발표 등의 요구 사항이 많아 질적으로 가장 우수함.
3. 임상심리사
* 자격 수여 기관 : 한국산업인력공단
* 급수 : 1급과 2급
* 수련 자격
: 없음.
* 시험
: 임상 심리와 관련하여 2년 이상 실습 수련을 받은 자 또는 4년 이상 실무에 종사한 자로 심리학 분야에서 석사 학위 이상의 학위를 취득한 자 및 취득 예정자, 임상 심리사 2급의 경우 현장에서 5년 이상 실무에 종사하면 응시 가능
* 특징
- 국가 공인 자격증이나 최근에 생긴 자격증으로 기존의 자격증과 차별성이 없고 수련 자격과 응시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질적으로는 아직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현장의 인식이 있음.
소개한 순서는 제가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순서입니다.
- 온라인 문법/맞춤법 점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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