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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과 상담의 직능이 다르다고는 해도 이미 간극이 많이 좁혀졌고 앞으로 더욱 그럴 것이기 때문에 상담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들도 심리평가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임상심리학자에게 심리평가를 아웃소싱하는 상담자들은 점점 일하기 힘들어질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담자도 심리평가를 잘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우선 심리검사의 실시,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해석 상담을 모두 하겠다는 자세부터 확립해야 합니다.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한 후 해석 상담까지 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다음에 심리평가를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험치를 늘리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임상이 상담보다 심리평가를 잘 하는 이유는 별 거 없습니다. 수련 기간 동안에 미친듯이 심리검사(수련 과정 중에 해석 상담까지 하는 임상심리 수련 레지던트는 거의 없을테니 제 기준으로 임상도 제대로 된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심리검사만 미친듯이 하고 있을 뿐이죠)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상담자가 상담이 어렵다고 느끼는 건 일의 특성 상 심리평가처럼 상담 사례를 급격하게 늘릴 수 없어서입니다. 그러니 심리평가를 잘 하고 싶으면 무조건 심리평가를 많이 해야 합니다. 만약 제가 상담심리학회 수련을 받고 있다면 저는 제가 수련받고 있는 기관의 모든 심리평가를 담당하겠다고 자청할 겁니다.
제가 보통 심리평가의 감을 잡게 된다고 생각하는 사례 수가 최소 1,000 케이스 정도인데 일 년에 100케이스씩 소화해도 10년이 걸립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상담자 중 1년에 100케이스의 심리평가를 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나요? 아마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을 겁니다. 그러니까 직접 경험이 적으면 그만큼 간접 경험이라도 늘려야 합니다. 모든 사례 회의는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거죠. 제가 진행하는 group supervision에 참여하는 선생님들은 대부분 아시겠지만 저는 당일에 참석하지 않거나 시간에 늦는 것에 대해 아무런 penalty를 부여하지 않고 뭐라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철저히 본인 손해니까요. supervision 자체가 당일 무산되지 않는 이상 저는 전혀 손해볼 것이 없습니다. 게다가 저는 지금도 꼬박꼬박 한 달에 최소 160개에서 최대 200여 개의 새로운 심리평가 데이터를 제 머릿 속에 차곡차곡 쌓고 있는 중이니까요.
자, 그러면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일반적인 상담자가 저처럼 사례 수를 늘릴 수는 없을테니 열악한 상담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편법 두 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1. 심리검사의 실시 순서와 해석 순서를 일치시킬 것
우리가 개인 PT를 받으러 가면 인바디 측정을 한 뒤 트레이너가 최적의 운동 순서를 가르쳐 줄 겁니다. 나중에 자유 운동을 할 때도 그 순서를 따를 거구요. 왜냐하면 그게 나에게 가장 효과적인 운동 순서니까요. 마찬가지로 심리검사 실시 순서를 정하고 그 순서대로 해석하면 시간도 단축되거니와 일종의 흐름이 생기면서 나름의 해석 노하우가 생기게 됩니다. 자기보고형 검사지를 주로 사용하는 상담 장면의 특성 상 수검자에게 특정 순서대로 작성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자신만의 해석 순서는 정할 수 있겠죠.
종합심리평가를 기준으로 제가 수검자에게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해석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TCI/JTCI -> MMPI-2/A -> SCT -> BGT -> 지능 검사 -> 그림 검사(KFD 포함) -> 로르샤하(TAT, CAT 포함)
저는 항상 이 순서대로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이 순서대로 해석합니다. 이 순서는 다음과 같은 기준의 조합으로 정한겁니다.
* 구조화된 검사(객관적 검사) -> 비구조화된 검사(투사 검사)
* 자기보고형 검사 -> 대면 검사
* 의식 수준의 검사 -> 무의식 수준의 검사
* general한 검사 -> special한 검사
깔대기 모양으로 밖에서 안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들어가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겁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수검자의 응답지를 먼저 보고 그 다음에 결과지를 해석합니다.
2. 수검자의 개인 정보를 가능한 한 보지 말고 심리검사 결과를 해석하는 연습을 할 것
이건 전통적인 심리검사 결과 해석 방법과 배치됩니다. 대부분의 심리검사 해석법에서는 수검자의 개인 정보와 맥락을 고려하여 해석할 것을 제안하니까요. 저도 압니다. 하지만 이건 사례 수가 많은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일종의 정석이고요. 심리평가 사례 수가 태부족인 상담자들은 배경 정보 없이 해석하는 blinded interpretation이 더 효과적으로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훨씬 더 난해하고 막막하게 느껴질 겁니다. 하지만 고비만 넘어서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실력이 늘어납니다. 이것도 제가 상담으로 넘어오면서 실제 효과를 본 방법이에요. 대형 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임상심리전문가가 되었지만 상담으로 넘어오니 제가 그동안 익혔던 케이스에 대한 노하우가 거의 쓸모가 없더군요. 대상군이 완전히 다르니까요. 조현병, 분열정동장애, 양극성 장애 환자가 아닌 도박 중독, 애착 외상에 의한 Delayed PTSD, 성격 장애 등을, 그것도 변별 진단이 아닌 치료적 개입을 위한 formulation을 새로 해야 했으니까요. 상담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심리평가의 틀을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blinded interpretation입니다.
물론 2만 사례 이상 쌓인 지금은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몰아부치지는 않지만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여전히supervision을 할 때는 지금도 개인 정보를 가능한 한 보지 않고 검사 결과만으로 formulation을 하고 그 다음에 배경 정보와 맞춰보는 역순서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외부로 group supervision을 나가도 일반 상담 수퍼비전과 달리 미리 자료를 받지 않고 현장에서 즉문즉답을 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고요.
조금 무식해보이는 방법이지만 짧은 시간 내에 실력을 급격하게 올리는데는 확실히 효과적이니 한번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리해 보자면, 심리평가 실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제 노하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심리검사 결과를 보는 routine을 정해서 속도를 높일 것
2. 개인 정보를 최대한 보지 않고 검사 결과만으로 formulation하는 blinded interpretation 연습을 할 것
모든 분에게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저에게는 확실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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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에 있는 '임상심리학자가 알아야 하는 필수 향정신성 약물 요약' 자료를 마이너 업데이트 하였습니다. 업데이트가 된 향정신성 약물 리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 플루옥세틴(Fluoxetine) : 프로작(Prozac), 프로핀(Fropine)원래 플루옥세틴 제품명의 대표 주자는 그 유명한 프로작이지만 최근에는 프로핀을 처방하는 경우가 꽤 많아져서 이것도 추가합니다.
프로핀은 10mg들이 캡슐로 처방되는데 플루옥세틴의 효능 중 하나인 식욕 억제 효과 때문에 비만 클리닉에서도 자주 사용한다고 합니다. 다른 식욕 억제제에 비해서는 부작용이 적은 편이라고 하네요.
현재 10mg들이 한 캡슐에 438원으로 급여 수가가 책정되어 있습니다.
이 자료가 필요한 분들은 업데이트된 자료를 확인하고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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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이자 임상심리학자인 재니스 A. 스프링의 베스트셀러, '흔들리는 부부관계 어떻게 할 것인가(After the Affair, 1996)'를 북 크로싱합니다.
부부 갈등을 다룬 책은 이미 많이 나와 있지만 오로지 '불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책은 보기 힘든데 그런 의미에서 참신성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단순히 주제만 참신한 것이 아니라 담고 있는 내용도 굉장히 광범위하고 불륜의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부부가 잠자리를 어떻게 다시 할 것인가처럼 매우 현실적이고 중요한 문제를 과감히 다루고 있는데다 디지털 문화와 관련된 사이버불륜에 대한 내용까지 다루고 있어서 부부 상담을 하는 상담자라면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은 책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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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이 어떤 병이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자신이 받은 훈련 베이스에 따라 입장이 갈립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임상심리학자의 생각이 똑같을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도박 중독이 치유가 매우 어려운 병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아마 같은 생각일 겁니다. 물론 왜 어렵냐는 이유에 대해서는 또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요.
저도 그랬지만 중독 분야에서 일하는 임상가라면 누구나 어떤 치료 방법이, 어떤 치유적 접근이 도박 중독에 가장 효과적인지를 찾기 위해 애쓴 경험이 다들 있을 겁니다. 저는 절충-통합적 접근으로 귀결했습니다만.
중독 치유에 대한 치료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면 특별히 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걸로 나옵니다. 그거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인데 충격적인 건 자발적 회복(spantaneous recovery)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나오거든요. 물론 이 자발적인 회복은 그냥 내버려두면 나아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문적인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사실 이 자발적인 회복을 믿지 않습니다. 인간이 갖고 있는 마음의 힘이 워낙 강력한 것이어서 그 마음의 힘을 집중하면 혼자만의 힘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믿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마음의 힘이 작동하기 위한 최초의 동력은 중독자 스스로 만들지 못합니다. 펌프로 물을 긷는 것과 비슷한데 최초의 마중물은 누군가 부어줘야 하는 것이죠.
다른 비유를 들면 도박 중독 치유가 어려운 이유는 자유 의지의 회로가 끊긴 상태라서 동력이 전달되지 못하고 그로 인해 회복의 엔진이 가동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만의 하나 확률로 그 회로가 우연히 연결될 수 있지만 그 터무니없는 확률만 믿고 손을 놓고 기다릴 수가 없고 무엇보다 그 연결된 회로가 다시 끊기지 않고 유지될 거라는 기대를 저는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왜냐하면 그 기다림의 과정에서 중독자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인 시간이 낭비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중독자가 혼자만의 힘으로 치유되고 회복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아무것도 베팅하지 않겠습니다. 그 베팅의 대가가 제 내담자의 소중한 인생이라면 더더욱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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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정신과 의사인 Roger MacKinnon과 Robert Michels가 함께 쓴 'The Psychiatric Interview in Clinical Practice(1971)'의 번역판입니다.
2012년에 2판이 번역되어 출판되었기 때문에 굳이 1판을 어렵게 구하실 필요 없고 보고 싶은 분은 2판을 구해서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1판에 비해 장애군도 보강되었고 1판 당시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이메일 상담에 대한 내용도 추가되었습니다.
번역의 질은 그다지 우수한 편이 아닙니다만 거의 모든 용어 뒤에 원어를 병기했기 때문에 많이 거슬리는 수준은 아닙니다.
제목 그대로 임상 현장에서 정신과적 면담을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룬 책인데 이 책의 장점은 임상가라면 꼭 알아야 할 핵심적인 내용은 짚으면서도 너무 전문적이지 않아서 읽기가 편하다는 겁니다.
1부에서는 면담과 정신역동의 일반 원칙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고 2부에서는 강박성 성격 장애, 연극성 성격 장애, 공포증, 우울 장애, 정신분열병, 편집성 성격 장애, 반사회성 성격 장애, 인지기능장애 환자를 면담할 때 유념해야 할 주의 사항과 정신병리 및 정신역동, 방어기제, 면담 기법 등에 대해 꼼꼼히 다루고 있어서 꽤 유용합니다. 왜냐하면
각 장애의 역동과 면담 기법을 상세하게 연결하면서 풀어서 설명하는 (한글)책이 시중에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다분히 정신과 의사가 환자를 보는 시선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임상심리학자나 사회복지전문가, 간호전문가 등 유관 전문가의 경우는 각자의 직능에 따라 적당히 가감하면서 보셔야 합니다.
책 디자인만큼은 정말 심할 정도로 무신경한 하나의학사에서 출판되었기 때문에 읽으면서도 상당히 기분이 상합니다만 내용 만큼은 한 권 소장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참고하기를 권할 정도로 좋은 책입니다.
닫기
* 성공적인 상담이었는지 여부를 말해주는 한가지 지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내담자와 상담자가 서로 이해한다는 느낌을 공유하는 정도'일 것이다.
* '내담자를 이해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상담'이 '정신병리를 도출해내려는 상담'보다 훨씬 더 진단적으로 값진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
* 노련한 상담이란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건강한 측면을 드러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 내담자가 가학적인 태도로 상담자를 대하는 것을 그냥 묵인해버리는 상담자 또한 역전이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이다.
* "걱정 마세요, 다 잘 해결될 겁니다"와 같은 일반적인 안심시키기는 대부분의 내담자에게 효과가 없다. 내담자의 문제에 대한 specific formulation에 바탕을 둔 이해의 형태로 지지를 해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 내담자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거나 혹은 부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 상담자는 항상 상담실에서의 행동에 대해 내담자에게 제한을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화가 난 내담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위협적인 태도로 상담자에게 다가온다면, 이때 "화가 많이 나신 것 같군요"라고 해석하면 안 된다. 목소리를 높여 "당장 앉으세요" 또는 "이렇게 저를 위협하시면 제가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자리에 앉으십시오"라고 말해야 한다.
* 종종 내담자의 증상은 중요한 인물(important figure)과의 동일시 문제를 보여준다. 그러므로 내담자에게 '아는 사람 중에 이와 비슷한 증상을 가진 사람이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 내담자가 상담에 많이 늦은 경우에 처음으로 늦었다면, 내담자가 자발적으로 늦은 이유를 설명할 때 상담자는 그 이유를 들어줄 수 있지만, "아,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 상담자가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내담자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것' 대신에 '상담자가 듣고 싶어하는 것'에 더 많이 신경을 쓰게 된다. 반면, 상담자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내담자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 힘들게 될 것이다.
* 내담자의 결혼 상태, 직업 등(프로이트의 일과 사랑)에 대해 알지 못한 채로 첫 상담을 끝내는 것은 좋지 못하다.
* 깊숙이 감추어져 있는 감정(deeper feeling)을 발견해내기 위한 목적의 모든 상담에서는 '내담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되는 기법이다.
* 구조화(formulation)는 주된 어려움에 대해서만 국한시켜야 한다.
* 정신역동적인 기본틀의 관점에서 보면, 행동은 가설적인 정신의 힘, 즉 동기나 충동, 그리고 이들을 조절, 억제, 분출시키는 심리적 과정의 산물의 산물로 간주된다.
< 강박성 성격 >
* 강박적인 사람에게는 '복종과 반항 사이의 갈등'이 문제가 된다. 이 때문에 두려움과 분노의 감정이 계속해서 교차된다.
* 강박적 인격에서 전통적으로 정의되어온 대부분의 성격적 경향들이 이러한 핵심 갈등으로부터 유래한다. 그의 정확함, 양심적임, 꼼꼼함, 정리 정연함, 그리고 확실함 등은 '권위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한 것들이다. 또 다른 일련의 강박적 경향들은 갈등의 분노 부분으로부터 유래된다. 단정치 못함, 태만, 고집스러움, 인색함 그리고 가학성 등은 반항적 분노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이제 이러한 경향들에는 상반된 면들이 포함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 강박성 환자의 면담 상황에서는 세 가지 핵심적인 문제들이 불가피하게 관여되는데 더러움, 시간, 그리고 돈이다.
* 강박성 환자에서 보이는 과장된 예절성은 자신의 극심한 적대적 충동을 통제하려는 의도에 의한 것이다.
* 강박성 환자는 상충되는 감정과 모든 진실한 감정들을 가능한 한 비밀로 하려한다. 이는 가장 특징적인 방어 기제 중 하나인 감정적 격리를 의미한다. 강박성 환자에서의 사고는 동기와 감정을 인식하지 않고 적응적 행동을 지연시키기 위한 것이다.
* 지루함은 환자의 사소한 것에의 몰두, 정확한 단어를 찾기 위한 노력, 관련이 없는 세부사항을 강조하는 것 등에 대한 흔한 반응이다. 의사가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환자가 성공적으로 감정을 회피하고 있으며 면담자는 이러한 방어적인 행동에 대해 효과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 강박성 환자는 미래의 행복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데에는 매우 능률적이지만, 마침내 그 시기가 왔을 땐, 행복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긴장을 풀지 못한다.
* 감정을 회피하고자 하는 필요에 의해, 환자는 회피적이고 의심이 많아지게 된다. 실제 감정은 종종 정반대의 가장된 표현 뒤로 숨는다.
* 그는 타인과의 감정적 접촉을 최소화시키는 방법을 통해 자신의 두려움과 분노를 회피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쏟는다.
* 모든 강박성 환자들은 어느 정도는 편집증적이다.
* 사랑과 애정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강박성 환자들은 대신에 존경과 안정감을 추구한다.
* 자기 주장성과 공격성의 억제에 뒤따르는 자기 존중감과 자존심의 감소로 인해 이들은 우울해진다.
* 의존성 만족이 포기된 상태에서는 타인으로부터 존경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부가되어, 강박성 환자는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주관적 느낌을 거짓으로 꾸며내게 된다.
* 남들에게 자신의 일을 맡기지 않으려 하는 모습에서 강박성 환자의 보상적 과대성이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 강박성 환자는 면담자에게 다가갈 때 역할을 역전시키려 한다. 이때에는 "오히려 당신이 저를 면담하려는 것을 보니 환자라는 역할을 받아들이기 어려우신가 보군요"라는 보편적인 언급을 해주며 공감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좋다.
* 강박성 환자의 면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진정한 감정적 접촉을 성립하는 것이다. 이를 성공시키는 데에는 면담자의 감정적 반응이 가장 훌륭한 지침이 된다.
* 강박성 환자는 면담에 오기는 하지만 면담자를 바라보지 않고, 본다 하더라도 슬쩍 엿보기만 한다.
* 강박성 환자는 동일한 목적 하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방어들을 사용한다. 면담자는 이런 모든 방어들을 해석해주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면 환자는 공격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 침묵은 감정적 라포를 피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강박성 환자는 심한 정신병 환자와 심한 우울증 환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환자들보다 긴 침묵을 훨씬 더 잘 견뎌낼 수 있다.
* 환자의 회피성을 수용해주어서는 안 되며, 대신 그의 자발적인 감정 과정에 대해 탐색해 보아야 한다. 치료자가 침묵을 깨는 경우에는 새로운 주제를 시작하기보다는 침묵의 의미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 환자가 흥정을 통해 통제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되는 두 가지 사항이 면담비와 면담시간이다. 강박성 환자는 '협잡꾼'이다. 면담비를 내려주게 되면 환자는 의사가 처음에 과잉청구를 했다고 느끼거나 또는 승리를 거두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증가하게 된다. 잦은 면담시간 변경 요청을 들어줌으로서 의사를 귀찮고 성가시게 만들도록 내버려두는 것 역시도 똑같이 파괴적인 것이다.
* 정신과 의사는 자신의 이야기에서 환자의 기술적인 용어는 일상적인 용어로 바꿔주어야 한다.
* 주지화를 사용하려는 환자의 경향은 의사가 생각이라는 단어가 포함되는 질문을 피함으로써 최소화될 수 있다. 또한 의사는 환자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질문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이런 질문은 주지화 방어의 의심하는 기제를 촉발시키기 때문이다.
* 느낌을 감추는 또 다른 방법은 부정을 사용하는 것이다. 강박성 환자는 스스로에 대해 말을 할 때 긍정문보다는 부정문으로 이야기를 한다. 무의식에는 부정형이 없다는 것을 기억할 것.
* 흔히 발견되는 부정의 구체적인 형태는 "사실대로 말하면...", "제 진짜 감정은...", "솔직히 말씀드리면..."과 같은 서두어나 삽입구를 사용하는 것이다.
* 환자들은 분노를 통제하고 감추기 위해 다른 기법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환자는 매번 면담이 끝날 때마다 면담자와 악수를 나누는데, 이는 '친한 사이에서 작별인사'를 나누는 것이고 자신의 공격성이 면담 동안에 해가 되지는 않았다는 것을 확인받기 위한 것이다.
* 환자의 감정은 그가 겉으로 드러내는 것에 훨씬 못 미친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환자가 겉으로 보여주는 감정에 따라서 면담자가 행동을 보인다면, 그는 환자를 크게 오판하게 될 것이다.
* 모든 자발성은 강박적인 사람에게는 혼란스러운 것이다.
* 면담자는 자발성을 유도해내도록 노력해야 하며, 환자가 자발성을 보일 때마다 그 자발성을 쫓아가야 한다. 환자가 자발적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이 특정 질문에 대한 특정 대답에 비해 훨씬 더 중요한 것이다.
* 초심자들은 종종 규칙이나 표준 공식을 찾는다. 강박적 환자에게는 표준 공식을 피하는 것이 규칙이다.
* 면담자는 환자와 논쟁을 벌이거나 힘겨루기를 재창출하는 것에 공모해서는 안 된다.
* 환자가 노골적으로 화가 나서 의사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할 수도 있다. 이때는 "화가 나신 것 같군요"라고 말해선 안 된다. 대신 의사는 환자가 자신의 분노를 환기시킬 수 있도록 내버려둔 뒤, "제가 당신을 무시했다고 느끼시나보군요" 또는 "저에게 실망하셨나봐요"라고 말해야 한다. 이러한 반응은 환자의 분노는 정당하다는 식의 동의는 해 주지 않으면서 방어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환자의 분노감을 수용해주는 것이다.
* 환자의 분노에 대해 보복을 하는 것이 부적절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사과를 받아들이거나 또는 그의 죄책감을 용서해주는 것 역시도 똑같이 부적절한 것이다.
< 히스테리성 성격 >
* 히스테리와 강박성 성격은 동일 연속선 상의 반대편 양끝에 놓여있다.
* 이들의 언어에서는 최상급이 매우 많이 사용된다. 강조하는 말은 너무 많이 반복되다 못해 정형적으로까지 된다.
* 강박성 환자는 감정적 접촉을 회피하려하는데 반해, 히스테리성 환자는 사적인 관계를 끊임없이 추구한다. 감정적 접촉이 없다고 느껴지는 모든 관계에서 히스테리성 환자들은 실패감을 경험하며, 종종 상대방을 지루하고, 차가우며, 목석 같은 사람이라고 비난한다.
* 히스테리성 환자는 "왜 항상 저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불평하면서, 자신이 처한 곤경에 대한 책임을 부정한다.
* 의존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경우, 전형적으로 이들은 화를 내고 요구가 많아지며 강요적이 된다. 그러나 어떤 한 방법이 의존적 보호를 얻어내는 데에 성공적이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면, 이들은 즉시 그 방법을 포기하고서 갑자기 다른 접근법으로 바꿔버린다.
* 전형적으로 여성 히스테리 환자의 남편은 강한 수동-의존적 성향을 가진 강박적인 사람들이다.
* 히스테리성 성격 경향과 증상은 대부분의 다른 방어 양상들보다 이차 이득을 제공해주는 경우가 더 많다.
* 히스테리성 증상은 억압된 불안이 다시 깨어나는 것으로부터 자아를 방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 감정 폭발은 성적 느낌과 거절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극적인 감정 진열은 또한 공격적인 부모와의 동일시와 연관되어 있다. 연기를 하고 당시에 맞는 역할을 하려는 것은 진짜로 생활에 참여하게 될 때 초래될 수밖에 없는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 여자 히스테리의 전형적인 어머니는 경쟁적이고 차가우며 지나치게 논쟁적이거나 또는 미묘한 방식으로 분노를 표현한다. 이 어머니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에 화가 나 있으며, 남성적인 역할을 부러워하고 있다. 자기 딸에 대한 과잉보호나 제멋대로 내버려두는 것은 진정한 사랑을 줄 수 없는 자신의 무능력을 보상하기 위한 행동이다.
* 히스테리성 환자와의 첫 면담에서는 방어를 해석해주기보다는 각각의 상황에서 환자 자신은 무엇이라고 말했고 어떻게 행동했는지라는 단순한 질문만을 던지는 것이 좋다.
* 히스테리성 환자들은 자신의 감정 반응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
* 히스테리성 환자들은 치료자의 시간을 침범한다.
* 히스테리성 환자들은 끊임없이 면담자로 하여금 관대한 부모와 박탈적이고 처벌적인 부모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만듦으로써 면담자에게 죄책감을 유발시키곤 한다. 히스테리성 환자들은 이내, 직접적으로든 아니면 간접적으로든 특별 대우를 바라게 된다. 일반적으로 면담자는 이러한 요청들을 허락해주기보다는 그 밑에 깔려 있는 동기를 탐색해야 한다.
< 공포증 >
* 공포증 환자들은 의사에 대한 마술적인 기대를 빠르게 형성하며 이는 저항의 주된 요인이 된다.
* 방어로서 회피를 사용한다는 점이 공포증 환자의 핵심적인 특징이다. 상징화, 전치, 합리화 등은 회피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부수적인 방어들이다.
* 공포증 환자들은 대화를 보다 편안한 주제로 전환시키는 데에 귀재들이며, 따라서 면담자의 과제는 질문을 구조화하여 환자가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부터 달아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하는 경우, 회피 기제가 노골적인 형태로 드러나게 된다.
* 공포증 환자들은 종종 자신이 치료받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하며, 따라서 공포증 환자에게 정신과 의사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누가 알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 유용하다.
* 이차 이득을 확인하기 위해 "증상 때문에 하지 못하게 된 것은 무엇이 있나요?"라고 물을 수 있다.
* 공포증 환자의 첫 개입 목표는 환자에게 증상에 대한 통찰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신경증적 억제에 대한 인식을 넓혀주는 것이다.
* 투사는 대개 다른 방어 기제들이 완전히 분석되고 난 뒤에 해석되어진다.
< 우울증 >
* 대부분의 자살 행동들은 자기 파괴적인 목적과 의사소통적인 목적을 둘 다 가지고 있다.
* 환자의 자살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에 있어서 그의 일반적인 충동성은 중요한 요소가 된다.
* 우울한 환자들은 자신의 불행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를 원하며, 따라서 의사는 환자의 건강했던 상태를 조사하기 전에 먼저 환자에게 이런 불행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우울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이끌어낸 다음, 의사는 우울해지기 전에는 어떠셨습니까? 또는 예전의 당신은 어떠셨죠? 라고 물을 수 있다.
* 우울증 환자는 이미 다른 사람들과 의존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는 상태이며, 따라서 면담 초기에 이에 대해서 탐색하는 것이 유용하다. 이러한 관계의 붕괴는 우울증상의 흔한 유발인자이며, 이들이 보여왔던 관계 양상은 이 환자에서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이를 예측할 수 있게 해 준다.
< 정신분열병 >
* 다른 증상들과 마찬가지로 기이한 증상 역시도 추동의 표현에 대한 갈등을 해결하려는 부적응적인 시도이며, 이는 부분적인 만족을 제공해줌과 동시에 그 결과 건강한 기능들은 억제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증상은 환자의 정신병리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로 사용될 수도 있지만, 보다 중요하게는 자신의 사고와 감정에 대해 잠재적 통찰력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의미있는 의사소통적 행동인 것이다.
* 정신분열병 환자들은 다른 사람과 공생적 결합체로 통합되는 것에 대한 소망과 두려움을 모두 갖고 있다.
* 정신분열병 환자와 감정적 라포를 형성하는 일은 힘들다. 거절에 대한 강한 민감성 때문에 이들은 고립과 철수를 사용하여 자신을 보호하게 된다.
* 의사는 자신의 감정 반응을 드러내 보이거나, 환자의 욕구에 대해 상징적 만족을 제공해줌으로써, 환자에게 이해한다는 뜻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달해 줄 필요가 있다.
* 면담자는 대부분의 사회적 상황에서처럼, 이해하는 척 하며 지루함을 숨긴 채, 그 만남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환자의 이야기를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솔직히 말해줘야 한다. 환자를 꾸짖는 투의 말이나 이해가 안되는 것은 환자 때문이다 라는 의미의 언급을 피함으로써 면담자는 환자를 지지해줄 수 있다.
* 환자가 면담자의 개방형 질문에 모호하게만 대답하는 경우엔, 정신과 의사를 만나보기로 결정한 것은 환자의 생각이었는지를 묻는 것이 유용한다. 자신의 생각이 아니었다고 대답한다면 면담자는 "그럼 그 사람은 왜 환자가 정신과의사를 만나봐야 한다고 생각했는지'를 조사해볼 수 있다.
* 환자의 눈을 통해 보이는 것과 같은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노력할 때, 면담자는 더욱 성공적일 수 있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환자의 외로움, 고독감, 절망감 등을 공유해 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정신분열병 환자들은 정신과 의사에게 혼란감과 강한 좌절감을 유발시킨다. 이때에는 의사가 환자에게 지금 이러한 감정들이 느껴지는데, 당신도 그러한가 라고 묻는 것이 종종 도움이 된다.
< 편집증 >
* 면담자가 환자의 망상을 믿는다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가 파괴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도록 환자를 내버려두는 것은 좋은 일이 못되므로 면담자는 면담자의 재산이나 병원의 재산에 손해를 입히지 못하도록 환자를 중단시켜야 한다. 이러한 행동을 제지받지 않은 환자들은 나중에 정신병적인 상태에서 벗어났을 때 그 일에 대해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끼게 되며, 그 당시 필요했던 통제력을 가하지 않은 의사에게 당연히 화를 내게 된다.
* 편집증적인 사람들에게 정직과 봉사에 대한 강박적인 관심은 자신의 숨겨진 분노를 감추려는 얄팍한 위장수단이다.
* 편집증적인 사람들은 자신에게 없는 감정적으로 부족한 것들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특권과 만족에 더 많이 신경을 쓴다.
* 편집증 역시도 우울증에 대한 방어로 간주된다.
* 편집증적인 사람들의 가장 큰 즐거움은 자신의 성공보다 남들의 불행과 실패를 관찰하는 것이다.
* Freud는 편집증 환자에 의해 투사되는 기본 추동은 무의식적 동성애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 원초적 부정이 모든 편집증적인 사람들의 주된 방어이다. 이는 심하게 망상적인 환자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덜 심한 편집증 환자들은 반동 형성과 투사를 더 많이 사용한다.
* 대부분의 망상들이 비판적이거나 위협적이라는 점은 초자아가 투사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더욱이 편집증적 기제들은 종종 강한 죄책감에 의해 촉발되곤 한다.
* 모든 편집증 환자들에 의해 투사되는 기본 감정은 부적절하고 무가치한 자기상이다.
* 면담을 수행하는데 있어 환자의 불신과 적개심을 다루어주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가 된다. 환자의 적개심 그 깊은 이면에는 밀접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에 대한 소망과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다.
* 모든 초심자들은 논리를 사용하여 환자의 망상 체계를 반박하려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곧 드러난다. 대신 환자에게 이런 박해의 이유-사람들이 환자를 공격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에 대해 환자는 어떤 행동을 취해왔는지-를 묻는 것이 더 유용하다. 면담자는 망상에 동의하지도, 반박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러나 환자들은 대개 면담자의 관심을 무언의 동의로 받아들인다. 면담자가 일시적으로 환자의 믿음과 신뢰를 얻기 위한 기만적인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 이후 두 사람간의 관계를 위해 필수적이다.
* 면담자는 편집증 환자에게 언젠가는 치료자에게 의심이 들기 시작할 것이지만, 그것 때문에 관계를 끝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충고해 줄 수 있다.
* 면담자는 편집증 환자에게 위트나 유머를 피해야 하며 반어법과 비유법 또한 위험한데, 왜냐하면 사고 방식이 구체적이기 때문에 환자는 그 원래의 속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곤 하기 때문이다.
* 거짓된 대답이라도 해달라는 강압적인 압력에도 불구하고 위선된 대답을 해주지 않는 것이 환자를 더욱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다.
* 저를 분석하고 싶으면 그러셔도 됩니다. 하지만 제 동기에 대해 결론부터 내리기 전에 먼저 그 사건에 대한 제 생각과 느낌에 대해 알아보시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라고 덧붙인다.
< 정신병질자 >
* 정신병질적 행동의 일차적인 목표는 충동이 충족되지 않을 때 초래되는 긴장감을 피하고, 좌절이 임박했을 때 나타나는 불안을 피하며, 더욱이 자아가 좌절감을 느끼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다.
* 정신병질자들이 보이는 대인관계의 기본적인 양상은 비위를 맞추고 무언가를 얻어내며 착취적인 스타일이다.
* 정신병질자들은 대인 관계에서의 수동성을 두려워한다. 이들의 공격적 행동 중 많은 것들이 복종감을 피하기 위한 것이며 수동성을 느끼게 만드는 직접적인 또는 상징적인 위협에 의해 난폭한 범죄 행위가 촉발될 수 있다.
* 정신병질 환자들은 종종 비교적 구체적인 목표를 추구하며, 이를 얻어내는 일에 의사가 도움을 주길 바란다. 이런 모든 상황하에서 환자는 고통스러운 내적 감정 때문에 괴로움을 느끼고 있지만, 이러한 내적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의사를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들은 외부세계와의 싸움에 대한 도움만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치료자는 전이 대상이라기보다는 현실적인 인물로 지각되는 것이다.
* 면담자의 역할은 행동의 외적 표출 행동을 기저의 감정에 연결시켜주고 전치를 지적해주는 것이다.
* 병리적 행동에 기저하는 정신역동적 기제에 대한 지적 통찰은 정신병질 환자에게는 거의 가치가 없다고 볼 수 있다.
* 정신병질 환자들의 사고 과정은 조리 있고 적절하지만 이들의 감정 생활과 주요 대상 관계 양상은 신경증 환자보다는 정신분열병 환자에 가깝다. 추상적인 해석보다는 구체적인 행동이 더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치료자와는 현실적인 관계가 필요하다.
< 뇌 기질성 환자 >
* 만성 뇌 질환 환자에게는 그의 자존심을 유지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과거의 그의 성취와 능력에 대해 회상시키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 적개심, 위기감 그리고 의존감을 의사가 받아주는 것이 이러한 환자를 치료하는데 필수적이다. 기질성 환자가 지배권을 가질 기회는 제한되어 있다. 치료자에게 어느 정도 지배권을 행사하도록 해주는 것이 환자에게는 중요한 만족감을 제공해준다.
< 정신신체장애 >
* 정신신체장애 환자에게는 의존적 관계를 상실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흔히 중요한 요인이 된다.
* 부정은 이러한 모든 일련의 심리학적 사건들에 있어 가장 핵심적으로 가동되는 방어기제이다.
* 흔히 환자에게 아는 사람 중에 자신과 비슷한 질환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지를 묻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에 대한 대답이 자기 병에 대한 환자의 무의식적 태도를 드러내주며, 병의 근원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 의사는 당신의 병 때문에 할 수 없게 된 일은 무엇입니까? 또는 좋아진다면 지금 못하고 있는 일 중에서 당신은 무엇을 할 생각이십니까? 라고 물을 수 있다. 환자의 답변은 증상의 정신역동적 의미 및 이와 연관된 이차 이득에 관한 소재를 제공해 줄 수 있다.
* 증상의 핵심적 의미와 이차 이득, 양자를 탐구하는 데 있어서 환자의 질병에 대한 주요 가족들의 반응에 대해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자신의 질병에 대해 환자가 어떻게 이해하며 느끼고 있는가 하는 것은 중요한 사항이다. 여기에는 질병의 원인, 예후, 그리고 병으로 인해 초래된 제약 등에 대한 환자의 생각들이 포함된다.
* 내적 갈등을 갑자기 많이 인식하게 되는 것이 종종 방어 기제가 너무 빨리 붕괴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 환자들은 노출될 우려가 있는 대화 내용 자체보다는 자신의 사생활을 침범하는 것에 대한 의사의 태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 종종 전공의들은 경험이 없는 젊은 의사가 경험 많은 정신과 의사로부터 지도를 받는다는 사실에 환자들이 얼마나 많은 안심을 하는지 알게되면 깜짝 놀라곤 한다. 또 다른 경우에선 환자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이며, 이때 이 환자들은 자신의 경험이 미천하다는 점에 대한 치료자의 솔직하고 정직한 태도에 안도감을 느끼며 깊은 인상을 받곤 한다.
덧. 이 책은 소장하면서 두고두고 볼 책이기 때문에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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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병원이나 클리닉에서 심리평가를 하는 임상심리학자들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문제지만 상담 현장에 있는 임상가들은 심리평가를 언제(타이밍이 아닌) 해야 하는지가 상당히 고민되는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기존의 상담 시스템에서는 심리평가를 위한 별도의 시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건 상담 업무가 주가 되는 시스템 상의 문제 때문인데 어쨌거나 상담자가 심리평가를 하려면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상담 회기를 쪼개어 심리평가를 해야 합니다.
그나마 자기 보고형 검사처럼 실시할 수 있는 TCI, MMPI-2/A, SCT 등은 상담을 마치고 옆 검사실에서 작성하고 가도록 하거나 집에서 작성한 뒤 가져오도록 편법을 동원해 실시하고 있으나 문제는 대면 검사입니다.
그래도 HTP, KFD, BGT 정도의 검사들은 많은 시간을 요하지 않기 때문에 상담 시간 내에 충분히 실시 가능하죠. 하지만 상담 1회기 내에 끝내기 어려운 검사들이 문제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능 검사이고 로샤나 TAT도 검사 실시에 익숙하지 않은 상담자에게는 1회기 내에 끝내기에는 만만치 않은 부담을 줍니다.
가뜩이나 단기 상담 위주로 재편되는 상담 시스템 내에서,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상담 회기를 심리검사 실시에 할애한다는 건 결코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심리평가를 활용하는 것이 상담에 큰 도움을 준다는 걸 알면서도 가능한 한 검사 실시를 꺼리거나 미루게 되고 정작 심리검사 도구를 선택할 때도 상담 회기 내에 실시 가능한 것들에 국한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지능, 로샤, TAT 처럼 중요도가 높은 검사를 실시하지 못함으로써 실질적인 종합심리평가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점점 더 종합심리평가 경험을 쌓을 기회가 줄게 되고 자기 보고형 검사로 구성된 선별심리평가에만 의존하게 되어 상담자 입장에서는 큰 무기를 잃게 됩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각 회기 내에 소수의 검사만 실시가 가능하다보니 여러 검사를 시행해야 하는 경우 여러 번의 상담 회기를 잡아먹게 되어 깊이 있는 상담을 진행하기 어려운데다 검사를 실시하는 interval도 늘어나게 되어 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 맨 처음에 실시한 검사 결과(예를 들어 MMPI-2/A)와 맨 마지막에 실시한 검사 결과(예; HTP, KFD 등)가 서로 상응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심리평가를 위한 별도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많은 상담 기관에서 심리평가 실시를 위한 시간과 장소를 구조화하는 것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심리평가 후 해석 상담은 상담 회기 중에 할 수도 있지만 심리검사의 실시 만큼은 반드시 충분한 별도의 시간을 확보하여 평가자와 내담자 모두 심리검사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공간도 상담실과 구분되는 별개의 검사실로 확보해야 하고요.
가장 최적화된 상담 시스템은 상담자가 상담 회기 수와 심리평가의 실시 시점, 검사 도구의 종류 등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인데 최소한 상담 회기 중에 시간에 쫓기어 부랴부랴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것만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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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TCI는 임상 현장에서 잘 쓰이는 검사 도구가 아닙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수가 문제 때문인 것 같지만 그 외에도 워낙 병리적인 문제가 심각한 환자들이 많아 변별 진단이 더 급하고 진단이 내려진 뒤에도 임상심리학자들의 개입 여지가 적은 곳이다 보니 기질이나 성격 문제까지 살펴볼 필요가 없는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작년 여름에 포스팅한 글(
'TCI를 이용한 성격 장애 진단의 개념적 이해')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종합심리평가만으로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임상심리학자가 실질적으로 치료적 개입을 할 수 없는 병원 장면에서도 성격 장애 가능성을 확인한다는 면만 놓고 봐도 TCI의 활용 여지는 적지 않습니다.
임상 현장은 그렇다치고 상담 현장은 어떨까요?
현재도 상담 현장에서의 TCI 활용 가능성이 더 큽니다만 저는 앞으로 TCI는 상담 현장에서 MMPI-2/A 이상으로 상담자들이 선호하는 검사가 될 거라 예상합니다. 왜냐하면 상담자가 내담자의 문제를 파악하는 것 이상으로 상담을 위한 접점을 파악하는데 TCI가 아주 큰 도움을 주거든요. 그래서 TCI를 익혀두시는 건 굉장히 효율적인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상담 현장에서 TCI를 사용하면 좋은 상황에는 어떤 경우가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TCI 사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내담자가 호소하는 증상들이 애매 모호하여 DSM 체계에 의한 가설을 세울 수 없을 정도일 때'
뭔가 이런저런 심리적 고통감을 호소하고, 부적응적 양상을 보이며 행동 상의 문제도 드러내지만 딱히 어떤 장애로 진단하기에는 애매하다 싶고 굳이 변별 진단을 위한 가설을 세우자니 너무 많은 진단이 떠오르는 경우에 TCI 사용을 고려해 봄 직 합니다.
왜냐하면 이처럼 애매한 증상군은 기질이나 성격 역동에 의해 나타나는 문제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증상이 다양하고 심각해 보일수록 기질도 좋지 않고 성격의 조절 기능에도 문제가 있어 기질과 성격의 부적응적인 상호작용 때문에 이러한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물론
기질은 건강하지만 성격의 조절 기능에만 문제가 있거나 성격은 괜찮으나 취약한 기질을 소유하고 있어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기는 하지만 제 경험 상 증상이 애매할수록 둘 다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TCI를 실시해서
'TCI 활용 3단계 전략'에 따라 점검해 보면 내담자의 문제가 좀 더 명확하게 이해될 수도 있으니 한번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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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이라면 상담자가 심리평가를 실시해야 할 일이 생기면 같은 기관에서 일하는 임상심리사에게 넘기거나 외부 기관의 임상심리학자에게 refer했겠지만 앞으로는 그럴 수가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미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기 때문에 선별심리평가까지 그렇게 처리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미 MMPI-2/A, SCT 조합 또는 MMPI-2/A, TCI 조합의 선별심리평가는 대부분의 상담 현장에서 상담자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앞으로는 종합심리평가까지 상담자들이 해야 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상담에 도움이 될 정보를 끌어내기 위해 심리평가를 한 것 뿐이니 보고서 따위는 안 쓰고 그냥 말로 때울래'와 같은 접근이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원래 선별심리검사만 실시했어도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맞죠. 대충 말로 때우면 안 됩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심리평가에 응한 내담자를 기망하는 직무 태만 행위입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상담자가 심리평가보고서를 쓸 때 유의해야 할 점을 몇 가지 정리해 봤습니다. 이 중 몇몇은 별도의 포스팅으로 이미 소개한 바 있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각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1. Reason for Referrals(의뢰 사유) 작성 시 평가 의뢰 사유를 항상 염두에 둘 것
: 임상 전공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담 전공자들은 상담 의뢰 사유만 생각하기 때문에 심리평가 의뢰 사유를 별도로 상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기분이 너무 울적해서 아무 것도 하기 싫고 눈물만 나오는 문제로 내방한 것이 상담 의뢰 사유라면 우울 장애 변별이 평가 의뢰 사유라고 할 수 있겠죠. 아예
의뢰 사유 영역을 작성할 때 상담 의뢰 사유와 평가 의뢰 사유를 구분해서 작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관련 포스팅 :
'상담 의뢰 사유와 심리평가 의뢰 사유를 구분할 것 : 상담자용'
2. 검사 sign으로 지지되지 않는 내용은 (절대로) 쓰지 말 것
: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주의해야 하는 점 중 하나는 '소설처럼 (생동감있게) 쓰되 소설을 쓰지는 말 것'이라는 원칙입니다. 수검자를 생생하게 그려내는 것은 좋으나 사실이 아닌 평가자의 주관을 사실처럼 써서는 안 된다는 경고이죠. 소설이 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철저히 심리검사 sign에 의해 지지되는지를 검증하면서 써야 합니다. 즉 앞서 든 예에서처럼 '수검자는 현재 우울한 정서 상태'라고 쓰려면 우울하다는 걸 지지하는 검사 sign을 찾아내 연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보고서에 기술하는지의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물론 초심자는 개별 검사 sign을 일일이 보고서에 명기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검자를 묘사하는 어떤 내용을 보고서에 썼을 때 이를 지지하는 해당 검사 sign을 말할 수 없다면 그 문구는 빼야 합니다. 평가자의 지나친 과잉 해석에서 비롯된 잘못된 결론일 수 있으니까요. 명심하세요. 검사 sign으로 지지되지 않는 문구는 쓰지 않는 게 옳습니다. 그러니 상담 전공자는 임상 전공자보다 심리검사 도구와 검사 sign에 대한 공부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죠.
3. '빼는 방식'이 아닌 '넣는 방식'으로 쓸 것
: 상담 전공자가 심리평가보고서를 망치는 대표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각 심리검사 결과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추려냅니다. MMPI-2/A에서는 68 또는 70T가 넘는 지표, 로샤에서는 별이 뜬 지표, 지능 검사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는 지표와 소검사 등등. 그 다음에는 각각의 해석집을 뒤져서 내용을 스크랩한 뒤 보고서의 해당 영역에 붙여 넣습니다. 그 다음에 자신의 수검자에게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빼는 작업을 합니다. 문제는 일단 유의미한 결과라고 해서 몽땅 붙여 넣은 뒤에는 노력이 아깝게 여겨지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 내용이라고 빼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면 그냥 모두 살리는 방향으로 가게 되고 실제 수검자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내용의 보고서가 됩니다.
무엇보다 빼는 방식의 보고서는 군더더기가 많고 지저분하며 자칫하면 앞뒤가 모순된 내용이 들어갈 위험성도 있습니다. 그저 분량이 많아서 내용이 충실해 보이는 착시 효과만 있을 뿐입니다.
심리평가보고서는 넣는 방식으로 써야 합니다. 수검자를 기술할 내용을 하나 찾으면 해당되는 검사 sign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서 교차 검증을 해 보고 이를 통과한 내용만 넣어야 합니다. 당연히 이 방식은 처음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번거롭습니다. 다 써놓고 보면 분량이 적기 때문에 부실해 보이기도 하고 통 마음에 들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수검자에게 정확히 적용할 수 있는 핵심 내용만 들어가 있기 때문에 오류가 없고 심리치료나 상담을 할 때 시작점이 되는 핵심 문제가 담겨 있어서 곧바로 치료로 연결하기도 편합니다. 그러니 처음에는 좀 어렵더라도 처음부터 '빼는 방식'이 아닌 '넣는 방식'으로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 관련 포스팅 :
'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 : 빼지 말고 넣는 방식으로 쓸 것'
4. 상담이 이미 진행중인 내담자의 경우 상담 내용을 넣지 않도록 주의할 것
: 상담 현장도 점점 단기 상담으로 재편되면서 상담자에게 배정되기 이전부터 선별평가를 실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그래도 상담 도중에 추가적인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상담자가 평가자의 역할까지 수행해야 하는 거지요. 이 때 특히 주의해야 하는 건
상담 동안에 형성되었던 내담자에 대한 인상과 가설을 심리평가 동안에는 잠시 덮어둬야 한다는 겁니다. 이 개인적인 주관과 선입견의 영향력은 의외로 심리검사 해석에 자신이 없는 상담자의 눈을 흐리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마땅한 검사 sign을 찾지 못하는 경우 상담한 내용에서 그 근거를 가져와 보고서에 대신 넣는 것이죠. 보고서를 읽다가 관련 근거를 대지 못하는 어떤 내용이 적혀 있다면 상담 내용에서 가져온 것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하고 그런 경우 원칙적으로 빼야 합니다. 상담 내용으로 수검자의 모든 문제를 알아낼 수 있다면 우리는 애꿎은 내담자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강요한 꼴이 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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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전공자들에게는 굳이 이야기 할 필요 없어서 안 하지만 제가 상담자들을 만나는 자리(강의, 수퍼비전, 세미나 등)마다 매번 마르고 닳도록 말씀드리는 주제가 하나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 공부를 해야 하고 이제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게 뭐냐...
바로
정신병리학과 정신의학진단체계입니다. 둘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니 결국은 정신의학(더 깊게는 정신약물학까지)을 공부하라는 말이 되겠습니다.
제가 수련받던 당시와 달리 상담 분야에 계신 전문가들도 이제는 심리평가의 필요성과 유용성에 눈을 떴기 때문에 심리검사도구에 대해서는 공부하려 하고 활용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정신의학에 대해서는 그걸 꼭 배워야 하는지 의구심을 갖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상담과 임상이 어느 정도 분리되어 있어 증상이 심하고 진단을 받아서 약물 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는 병원에 가고, 심리적인 문제만 있고 그 정도 역시 심하지 않아 상담으로 충분히 치유가 가능한 '내담자'는 상담 기관으로 왔기 때문에 굳이 정신병리학이나 정신의학진단편람을 공부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상담의 수요가 폭증하여 상담자의 공급이 달리는 것과 맞물려 병원과 상담 기관의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고 있는데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는 것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많이 약해져서 약물 치료까지는 필요하지 않지만 대인 관계 갈등이나 부적응 등의 문제로 상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병원에 많이 갑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점점 임상심리학자에게 심리치료의 영역을 개방하는 추세입니다(제가 수련받던 당시만 해도 병원에서 임상심리학자가 할 수 있었던 건 의사가 리드하는 집단상담의 co-therapist로 들어가는 정도가 고작이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담 현장에는 점점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심한 '환자'군이 늘고 있습니다. 살기가 힘들어지고 사람들이 버틸 수 있는 정신력이 점점 더 고갈되어 그런 것인지, 상담의 대중화로 인해 그동안 대증 요법에만 기대던 사람들이 이제는 제대로 된 도움을 받기 위해 나오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상담만으로는 치유의 한계가 있는 사람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심리평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상담자들에게 물어보면 조현병(과거의 정신분열병)인 것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내담자가 너무나 많아져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심리평가를 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답을 자주 듣게 됩니다.
그만큼 정신병리적인 지식과 진단 기준을 알아야 사례 개념화를 할 수 있는 내담자의 수가 만만치 않게 많아졌다는 것이죠.
상담자가 정신의학을 공부해야 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이미 병원 등 다른 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들이 찾아올 경우 진단서, 의료 기록, 병력 청취 등을 통해 어떤 문제로 그동안 치료를 받아왔는지 알아야 하고 그러자면 정신병리학에 대한 지식이나 진단 기준 등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DSM과 같은 정신진단편람을 임상심리학자만 익혀야 하는 시대는 이미 가고 있습니다. 물론 상담가와 임상심리학자의 직능이 엄격히 구분되어 있는 일부 기관에서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그렇더라도 상당한 불편을 느낄테고 상담자가 직접 심리평가를 실시하고 진단편람에 의거해 진단까지 해야 하는 기관으로 옮길 수가 없을테니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는 위험 부담도 감수해야 할 겁니다.
임상심리학자들이 상담을 공부해야 하는 만큼 상담심리학자들이 심리평가, 정신의학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선생님들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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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수련을 받던 과거에도 그랬고 아마 지금도 여전히 대부분의 기관에서 그럴텐데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 실시하는 심리평가는 심리평가보고서 작성까지는 하지만 해석 상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많이 늘었다고는 해도 심리치료나 상담을 임상심리전문가/임상심리사가 담당하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임상가는 refer(스스로를 격하시키는 order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받은 수검자를 심리평가하고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한 뒤 이를 chart에 끼우는 걸로 심리평가 절차를 마무리합니다.
의사 선생님들이 충실한 해석 상담을 해 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일단 환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개개인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여력이 없고 무엇보다 심리평가보고서를 꼼꼼히 해석할 능력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심리평가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는 임상심리학자가 향정신성약물에 대해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대충 눈에 띄는 내용을 중심으로 설명할 수 밖에 없고 심리평가보고서를 아예 보여주지도 않는 병원이 태반입니다. 아니 오히려 심리평가보고서를 환자에게 보여주는 병원의 수가 훨씬 더 적을 겁니다.
최근에는 상담 현장의 심리평가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에 심리평가에 대한 관심도 높고 실시도 많이 하는데 병원 장면과 달리 해석 상담의 필요성과 유용성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인식하고 있지만 내담자를 전담하는 상담자와 심리평가만 실시하는 임상가가 구분되어 있지 않은(지나치게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는 것도 사실 문제입니다만) 기관의 경우 상담자가 지속 상담 중간에 여러가지 필요(정확한 진단을 위해, 상담이 벽에 부닥쳤다고 느껴 돌파구가 될 정보가 필요해서 등등)에 의해 심리평가를 실시하게 되는 경우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고 그냥 심리검사 자료만으로 상담에 활용하고 마는 걸 자주 봅니다.
심리평가보고서란 심리평가 결과를 관련 전문가들이 손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공통의 용어로 정리한 치료 기록의 일종인데 그걸 작성하지 않는다면 결국 원자료를 각자 필요할 때마다 알아서 해석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래서는 안 되죠.
정리하자면,
병원에서는 해석 상담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고,
상담 현장에서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러나 심리평가,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해석 상담은 한 세트로 이루어진 절차라서 어느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되고 소홀히 해서도 안 됩니다.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가(상담자이든 임상심리학자이든 간에)는 반드시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시고 가능한 한 심리평가를 실시한 임상가가 수검자에게 직접 해석 상담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기관에 따라 해석 상담만 담당하는 상담자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업무의 편의성을 위한 일종의 편법일 뿐 내담자를 위한 올바른 심리평가 실시 절차가 아닙니다.
워낙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가는 반드시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시고, 이를 바탕으로 손수 해석 상담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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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자의 경우 수련 과정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심리평가이고 실제 임상 장면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일도 심리평가지만 정작 심리평가와 관련된 전문성을 배양하는 것에 관심을 두는 임상가들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수련 과정에서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은 심리평가를 실시하느라 완전히 물려서 그렇기도 하고 또 다른 이유로는 낮은 수가(수검자가 내는 비용이 적다는 의미가 아니라 심리평가를 실시하기 위해 투입되는 자원 대비 수가가 낮다는 이야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러고보면 심리평가는 그야말로 월급값을 하는 도구로 전락해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종합심리평가를 구조화된 면담+질문지 묶음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저간의 사정을 이해는 하지만 저는 여러가지 이유로 이에 반대합니다.
평가자가 아무리 숙련되어 있다고 해도 수검자의 반응 속도와 어떻게 줄이든 검사에 걸리는 최소 시간을 고려하면 종합심리평가 한 케이스를 실시하는데 두 시간에서 세 시간은 걸리는 것이 기본입니다. 게다가 평가자도 사람인만큼 기계처럼 일을 할 수가 없으니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종합심리평가의 수는 3건을 넘기 어렵습니다(간혹 이 이상의 검사를 소화하는 수련 기관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노동 착취에 준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구조화된 면담+질문지 묶음으로 대체하면 구조화된 면담을 아무리 꼼꼼히 한다고 해도 최소한 두 배 이상의 수검자를 평가할 수 있을 겁니다. 수가를 낮춘다고 해도 병원 입장에서는 후자가 훨씬 이득이죠. 그래서 병원 측에서는 이런 변화를 대놓고는 아니어도 지지할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병원에 이득이 되는게 수검자에게도 이득일까요?
또한 아직까지 자기보고형 척도들은 연구용으로 개발된 것들이 많기 때문에 상용화되지 않았고 그래서 보험 수가 청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병원에서 요구하는 어느 정도 수준의 종합심리평가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왜냐하면 가격을 매기기 나름이니까요. 즉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질문지를 끼워넣어서 마음대로 책정한 가격을 수검자에게 청구하겠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구조화된 면담+질문지 묶음이 종합심리평가를 실질적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요? 질문지 묶음으로 대체하자는 쪽의 논리는 어차피 심리학자가 대학원 과정에 이르기까지 배웠던 연구 중심의 결과물이 척도들인데 현장으로 나오면서 종합심리평가만 사용하고 질문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니 연구가 잘 되어 있는 척도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활용하자는거지요. 얼핏 보면 옳은 말 같지만 상당히 많은 척도들은 임상 장면에서 개발된 것들이 아닙니다. 학교 장면에서 개발된 척도들이 많아서 임상 장면에 적용해도 좋은지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척도들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자기보고형척도들은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고 그것을 치료진과 평가자에게 솔직하게 오픈할 자세가 되어 있는 수검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심리평가를 받으러 오는 수검자의 상당수는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며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지 않은지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보고 신뢰도가 많이 떨어집니다. 그러니 자기보고형 척도 묶음으로 측정된 것이 수검자의 문제를 정확하게 반영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자신하지 못합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숙련하는데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굳이 종합심리평가를 익히는 건 시간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수검자를 평가하는데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종합심리평가가 무조건 최고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일례로 종합심리평가는 기질과 성격적인 부분을 평가하는데 약하기 때문에 TCI같은 도구를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 대안이 좀 더 철저히 종합심리평가 도구를 공부하고 관련 지식을 쌓고 그 틀 안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지 종합심리평가를 버리고 구조화된 면담과 질문지형 도구로 가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종합병원급의 대형 병원에 환자가 너무 몰려서 검사가 밀리니 수급 조절을 위해서, 임상심리학자의 업무 로딩을 줄이기 위해서, 병원의 현실적인 요구를 감당하기 위해서 등등 이유를 대자면 끝도 없겠지만 정작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근본적인 목적인 정확한 진단과 사례 개념화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우려스럽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치열한 고민없이 수검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대충 둘러대지 마세요.
종합병원급의 대형 병원에서 종합심리평가 도구의 유용성과 한계, 각 장애군에 대한 검사 profile DB 만들기, 심리검사 도구에 대한 최신 지견 등에 대해 얼마나 공부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제가 수련받던 2000년 대 초기 이후로 그런 워크샵이나 발표회를 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솔직히 현장에 종합심리평가를 도입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정작 종합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에 대한 책은 달랑 한 권 밖에 없지 않습니까? 이게 현재 임상현장의 현실이고 민낯입니다. 달을 손바닥으로 가린다고 달이 가려진답니까?
이익을 위해 무리한 검사 요구를 하는 병원에 맞서 싸우기 어려우니 좀 더 손쉬운 부담 전가의 대상으로 수검자를 희생양으로 선택한거라면 심리평가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자랑할 일이 아니라 도리어 부끄러워 해야 할 일입니다.
덧. 종합심리평가로 진단하거나 case formulation하기 어려운 장애가 분명히 있으니 그에 특화된 질문지를 활용해야 하지 않겠냐고 반박하는 분들이 계실텐데 정말 그런 장애가 얼마나 되는지 꼼꼼히 따져는 보고 이야기한 겁니까? 본인이 모르겠으니 그냥 손쉬운 대안에 주저앉은 건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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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공저자 중 한 분인 선생님이 선물로 주셔서 읽은 책입니다. 2012년 4월에 주셨는데 거의 2년이 다 되도록 손도 못 대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네요. 죄송합니다;;;;;
역자 대표가 임상심리전문가 최승원 선생님인데 2004년에 처음 뉴로피드백을 접해 흥미를 갖고 맨 땅에 헤딩하듯이 독학하다 2008년에 결성된 뉴로피드백연구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실정을 최대한 반영한 입문서를 만들어보자는 좋은 취지로 이 책을 내놓게 되었다고 머리말에서 설명하고 계시네요.
그래서 그런지 공저자들의 면면을 보면 임상심리학자 뿐 아니라 카이스트 뇌공학과에 재학 중인 연구원과 한의사도 계시네요.
제가 일하는 기관에도 이 책에 소개된 (주)락싸에서 나온 CANS3000이 도입되어 있고 한 때 바이오피드백과 스트레스 측정을 열심히 한 적도 있었기에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뉴로피드백의 개념과 역사
2. EEG의 기초
3. 뉴로피드백과 연관된 신경해부학
4. 뇌파의 주파수 및 주파수와 연관된 심리문제
5. 뇌파 측정 및 피드백 하드웨어의 특성
6. 뉴로피드백 치료 계획
7. 뉴로피드백 프로토콜 1 : ADHD
8. 뉴로피드백 프로토폴 2 : 기타 질환
김기성 연구원이 쓰신 5장. 뇌파 측정 및 피드백 하드웨어의 특성 부분을 제외하고는 천천히 읽으니 대충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는 되더군요(5장은 그냥 전기전자공학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각오 단단히들 하세요. ㅡㅡ;;;;).
뉴로피드백연구회에서 그동안 스터디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한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각 장의 내용이 꼼꼼하면서도 참고 문헌 제공도 충실합니다. 책값에 비해 조금 얇은 게 흠이나 더 길었으면 제가 힘들어서 못 읽었을 것 같기에 개인적으로 저는 분량에도 만족합니다. ^^
뉴로피드백에 관심있는 분들의 입문서로 손색없는 책입니다.
닫기
* 뉴로피드백은 뇌파 바이오피드백(EEG biofeedback)이라고도 한다.
* 뉴로피드백을 '학습된 뇌파 정상화 과정'이라고도 부른다.
* 뉴로피드백은 효과의 법칙과 조형(shaping)이 적용되는 학습심리학의 응용분야이다.
* 고전적 조건형성을 뉴로피드백에 활용한 대표적인 예는 캐나다의 심리학자인 Swingle박사의 브레인드라이빙(braindriving)이다. 기존 뉴로피드백은 뇌파에 변화가 있으면 강화를 제공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피훈련자가 낮은 동기를 보이거나 뇌파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찾지 못할 경우, 훈련 자체가 성립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브레인드라이빙은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외부 자극에 의해 뇌파의 변화를 유발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 독일 신경정신의학자인 Hans Berger는 '뇌파'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었으며 뇌파의 창시자로 불린다.
* 정량적 뇌파(QEEG)란 각 전극에서 얻어진 아날로그 신호를 컴퓨터를 사용하여 디지털 신호로 바꾸고 이를 광학매체나 자성매체에 기록한 것을 말한다. 즉 규준 자료의 범위를 벗어난 뇌파 지표를 찾아서 정상범위로 수량화한 것이다.
* 뇌 지형도는 화려하기는 하지만, 19개의 전극에서 측정한 것이므로 '진짜' 값은 오직 19개 뿐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 값 사이의 색깔에 의해 표시된 모든 값은 추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간해상도를 높이는 유일한 방법은 채널 수를 늘리는 방법이다.
* 뉴런에서는 안정되거나, 정보를 받거나, 정보를 보내는 세 가지 형태의 전기적 신호가 일어난다.
* 전두엽의 좌반구 열세현상이 우울증 환자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비대칭현상의 교정이 우울증의 호전으로 이어지는 인과적 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최승원, 2007).
* 주요 표지점들 간 연결선의 교차점을 정중 시상부(Cz)로 삼고 Cz를 기준으로 상하 좌우 대칭으로 각 10% 또는 20%마다 전극을 부착하는데, 이것이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뇌파 전극 부착법인 10-20 국제전극배치법이다.
* 10-20 국제전극배치법은 기준 전극 2개를 귓불에 부착하고 19개의 활성 전극을 두피에 부착한다.
* 영역별 이상과 기능 장해
- 집중력 이상 : Fp1(좌측 전전두엽)
- 판단 및 충동 조절 이상 : Fp2(우측 전전두엽)
- 언어적 표현의 유창성과 자발성 이상 : F7(좌측 전두엽 외측)
- 정서적 표현 이상 : F8(우측 전두엽 외측)
- 기억 이상 : T(측두엽)
- 언어적 기억 장해 : T3(좌측 중측두엽)
- 정서적 기억 장해 : T4(우측 중측두엽)
* 뇌파의 이상성을 진단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스펙트럼이 알파파 또는 세타파 대역을 정점으로 좌우가 감소하는 산 모양을 이루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단, 상대적 크기 비교로 뇌파의 이상성을 진단할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피검자의 나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 델타파 : 신생아 때 이 대역의 뇌파 활동이 가장 두드러지며, 성인은 깊은 잠에 들었을 때 두드러지게 관찰된다. 성인이 깨어 있을 때 델타파 활동이 두드러지게 보이면 두뇌에 심각한 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 세타파 : 생후 6개월 이후부터 만 6세 정도까지는 세타파가 대표 주파수 대역인데 과도한 세타파의 활동은 주의력 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 알파파 : 주로 두뇌가 휴식 상태일 때 증가하여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서, 명상이나 편안한 이완 상태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알파파의 증가는 해당 두뇌 영역의 활동이 감소되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높은 알파파는 안정적이면서 맑은 정신으로 특정 과제에 집중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효율적인 학습 활동에 있어서 가장 적합한 뇌파이다.
* 베타파 : SMR 증가훈련이 과잉행동과 충동성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면, 낮은 베타파의 증가훈련은 부주의 증상을 훈련하기 위해 사용되어 왔다.
-> SMR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약하거나 ADS, TOVA 등의 CPT에서 오반응의 비율이 높은 경우에는 SMR 프로토콜의 사용이 추천된다. 하지만 CPT 수행에서 반응속도나 정반응률이 낮으면 베타 프로토콜의 사용이 적절하다. 베타 방추가 관찰되면 SMR이나 베타파 영역을 증가시키는 훈련은 피해야 한다. 높은 베타파가 나타날 때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할 것은 피검자의 불안이다.
* 뇌파(뇌전도)를 측정할 때에는 두피와 센서가 잘 접촉되어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센서가 두피에 접촉되어 있지 않으면, 임피던스가 커지고 이것은 신호 감쇠의 원인이 된다.
* 주의는 우세한 서파 진폭을 감소시키면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동에게서는 세타파 영역(4~8Hz)이고, 성인에게서는 낮은 알파파 영역(9~10Hz) 또는 살파 영역(6~10Hz)이다.
* 뉴로피드백에서 치료 목표에 도달한 경우, 그 상태를 일상생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무의식적으로 적절한 정신 상태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는 먼저 조작적 조건화를 이용하고, 그 다음 고전적 조건화의 과정을 이용한다.
* QEEG 평가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는 환자가 외상성 두뇌 손상, 뇌졸중, 간질이나 그 외의 ADHD 공존 증상이 의심될 때이다.
* 장기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대략 40회의 뉴로피드백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만약 내담자가 복합적인 동반 증상이 있거나 약물치료 중이라면, 40회 이상이 필요하다.
* 좌측 전두엽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에게는 우울증 증상이 나타나고, 반대로 우측 전두엽에 병변이 있는 환자들에게서는 조증 증상이 나타난다.
* 알파파(8~12Hz)는 이완 및 행복감과 관련되고, 세타파(4~7Hz)는 공상 또는 자동적인 심상과 연관된다. 베타파(13~20Hz)는 집중이나 불안과 관련되고, 델타파(1~3Hz)는 깊은 수면과 관련된다.
덧. 이 책은 선물로 받은 책이라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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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자인 파멜라 버틀러 박사가 쓴 '더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아 : 행복을 부르는 자기사랑법(Talking to Yourself, 2008)'을 북 크로싱합니다.
인지 치료에서 많이 다루는 self talk를 '심판자', '조종자', '방해자', '혼란자', '안내자' 등으로 나누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쓴 책입니다.
임상, 상담 전공자에게는 추천하기 좀 그렇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괜찮은 책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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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임상심리학자인 파멜라 버틀러 박사가 2008년에 내놓은 책입니다. 원제가 Talking to Yourself인데 자신에게 하는 내면의 말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임상이나 상담 심리학 전공자라면 그동안 지겹게 들어왔을 self talking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 책을 낸 소울메이트 출판사에서 증정본을 보내줘서 읽게 되었습니다.
인지 치료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끔 예를 들어 설명해 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죠. 조금 특이한 건 말을 거는 또 하나의 자기를 '심판자', '조종자', '방해자', '혼란자', '안내자'로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다는 겁니다.
명령, 금지, 완벽주의, 서두르기,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기, 계속 노력하기, 이분법적 사고, 파국적 사고, 실무율적 사고, 당위적 사고 등등 부정적 자동적 사고와 역기능적 신념들이 총망라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현장에서 35년이나 일했던 practitioner인 만큼 사례도 많이 소개해 놓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self talking의 예도 많이 제시해서 심리학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책입니다.
대신 임상가들은 물론이고 어느 정도의 임상/상담 수업을 들은 심리학도라면 너무 뻔하다 싶은 내용이라서 참신성이 떨어집니다.
인지 치료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이라면 읽어봐도 좋겠지만 전공자들에게는 그다지 추천하기 어려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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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빛을 보는 것보다 열을 느꼈을 때 변한다.
* 완벽하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아예 하지 않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 현대 게슈탈트 심리치료의 창시자인 Fritz Perls가 말했다. "인간은 자신의 성장을 방해하는 유일한 유기체다"
* 분노를 유발하는 메시지는 대부분 타인을 과잉 일반화하는 경향에서 나온다.
* 자신에게 "나의 자기대화가 사실인가?" "나의 자기대화가 현실적인가?"라고 묻지 마라. 이런 질문을 하면 잘못된 길로 들어가 오히려 판단의 틀에 갇히게 된다. 질문은 '~이 사실인가?'가 아니라 '~이 도움이 되는가?'로 해야한다.
* 정당화와 자기지지를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이 둘 사이에는 매우 중요한 차이가 있다. 정당화는 비판적인 믿음을 버리지 않고 부정적인 자기대화를 해명한다. 반면에 자기지지는 비판적인 믿음도 버리고 부정적인 자기대화도 버린다.
* 허용은 안도감과 부담감의 경감으로 다가온다. 이것은 부정적인 자기대화로 심한 압박을 받는 사람에게 매우 중요하다.
* 특히 어렵기 때문에 특별히 고려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세 가지 허용이 있다. 첫째, 필요에 대한 허용이다. 둘째, 한계를 수용하는 것에 대한 허용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기분에 대한 허용이다.
* 성장평가를 잘하지 못하는 내담자들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가. "당신이 사랑하는 아이가 당신이 했던 그런 실수를 했을 때 뭐라고 할 거죠?" 그리고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당신이 아이에게 하듯이 자신에게 좋은 부모가 되어 주는 것은 어때요?"
* 가능한 한 목표를 작게 만들어 실천하는 것은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서둘러라'와 '열심히 노력해라' 심판자의 명령과 자주 충돌한다. 불안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이 첫 단계를 정말 작게 만들어야 한다.
* 바쁜 사람들에게 자유시간을 선물하는 것은 자기 양육(self-nurturing)의 매우 중요한 형태다.
* 흐리게 하기(fogging)는 상대방의 말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하는 것도 아님을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것은 중립을 유지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판단을 비켜간다. 다른 사람의 의사를 방어하거나 동의할 필요도 없고 걸려들 필요도 없다. 대신 자유롭게 자신의 메시지를 반복해서 주장하면 된다.
덧. 9장 '성적 문제에서도 자기대화는 필요하다'와 10장 '분노를 유발하는 자기대화'는 딱 들어맞지 않고 뭔가 겉도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별도의 책으로 나눴으면 더 좋았을 뻔 했습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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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이 자신의 아이가 ADHD가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 건 학교에서 집단으로 실시한 정서 행동 평가 결과가 그렇다는 통보를 받거나 예민한 담임 선생님이 면담을 요청해 ADHD가 의심되니 평가를 받아보라고 권유를 하는 두 가지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두 가지 모두 별로 믿을만한 정보가 아닙니다. 간혹 ADHD 아동을 다룬 경험이 많은 선생님의 관찰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선생님의 수가 그리 많지 않고 설사 경험이 많은 선생님이라고 해도 착석 불가능과 같은 두드러진 행동 상의 특징이 아닌 ADHD 증상에 대한 변별 정확도는 많이 떨어집니다. 정서 행동 평가 결과의 경우는 정확도가 더 떨어져서 허위 긍정 오류(False Positive Error)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제 경험 상 정서 행동 평가에서 ADHD 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관심군 이상으로 분류되어 종합심리평가를 비롯한 재평가를 받은 아동/청소년의 절반 이상은 별다른 문제가 없더군요. 앞의 두 경우만으로 내 아이가 ADHD라고 섣불리 결론을 내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확실하게 확인하고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까요? 저라면 이렇게 하겠습니다.
1. 정신건강의학과가 아닌 아동/청소년을 전문으로 상담/심리치료하는 상담센터를 찾습니다.
ADHD를 전문으로 보는 소아/청소년 클리닉의 수는 굉장히 적으며(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소아/청소년 전문 클리닉이라고 해도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을 제.대.로. 전공한 전문의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이나 클리닉을 방문하실 때에는 소아/청소년 Fellow를 어느 종합병원에서 했는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또한 소아/청소년 Fellow 과정을 정식으로 이수했다고 해도 그것이 ADHD 전문가라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Big 5에 속하는 대학병원급 종합병원이라고 해도 워낙 다양한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밀려들기 때문에 ADHD에 특화된 수련을 받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물론 아주 전형적인 ADHD 아동을 변별하는 기술은 분명히 뛰어나겠지만 그 정도의 아동이라면 전문화된 심리평가 도구로도 충분히 변별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갈 필요가 없습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상당히 많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제대로 된 평가 없이 문진만으로 ADHD로 진단하고 일단 약물 치료를 시작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ADHD 문제만큼은 정신건강의학과 우선 방문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2. 아동/청소년을 전문으로 상담/심리치료하는 상담센터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정확한 진단을 위한 평가입니다. 다음과 같은 조합으로 구성된 심리평가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 부모용 선별검사도구(KPRC, K-CBCL 등) + 종합심리평가 + 전문화된 주의력 검사 도구(CAT, ADS 등의 전문화된 CPT)
CPT 도구의 경우 기계 자체의 비용이 비싸 보유한 전문기관 자체도 그리 많지 않지만 이 검사 도구의 경험적 정확도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주의력 영역의 문제를 세부적으로 보여주는 장점은 있어도 주의력의 문제가 있는지의 여부만 알려줄 뿐 ADHD와 다른 정서장애로 인한 주의력 문제를 정확하게 변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CPT 결과만으로는 ADHD를 변별하지 못합니다. 물론 결과지에는 떡하니 ADHD라고 인쇄되어 나갑니다만....
그래서 CPT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부모용 선별검사도구와 종합심리평가를 함께 실시하는 겁니다. 셋 중에서 하나만 빼라면 저는 CPT를 빼라고 할 정도로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만 아시기 바랍니다. 그러니 CPT 실시 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면 빼도 무방하겠습니다. 오히려
ADHD 검사 경험이 많은 임상심리학자가 실시하는 구조화된 면담이 CPT보다 정확도가 높은 편입니다.
3. 심리평가 결과 R/O이 붙지 않은 ADHD, combined type으로 진단이 내려졌다면 해석 상담에서 임상가에게 약물 치료가 병행되어야 할 것인지 꼭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다행히 약물 치료가 병행되어야 하는 전형적인 ADHD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약물 치료없이 심리치료만으로 호전될 수 있는 아동/청소년이라면 굳이 약물 치료를 병행할 필요가 없습니다. 약물 치료는 꼭 적용해야 하는 경우에만 제한해서 사용해야하니까요.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건 내 자녀가 ADHD인지는 학교의 정서 행동 평가 결과나 선생님의 감이 아니라 경험많은 임상심리학자가 실시한 심리평가 결과에 의해서만 확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ADHD로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그것이 꼭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ADHD가 아동/청소년에게 나타나는 심리 장애 중 비교적 흔한 장애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해도 지금처럼 너도나도 ADHD로 진단받는 수준은 결코 아닙니다. 또한 모든 ADHD에게 약물 치료가 효과적인 것도 아니고요. 그러니 지나친 두려움을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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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는 임상심리학자의 주무기이면서도 훈련 과정의 체계가 가장 부실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Clinician's Thesaurus처럼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과 관련된 세부 내용을 꼼꼼히 가르쳐주는 책이 없는 것은 물론(Zuckerman의 걸출한 이 책마저도 국내에는 아직 번역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을 가르쳐 주는 책은 성태훈 선생님이 쓰신 책이 유일할 정도입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심리평가보고서의 양식에 포함되어야 하는 필수 요소에 대해서도 수련 기관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심리평가보고서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개인 정보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
이름 :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노출하지 않으려면 정신건강의학과처럼 등록 번호로 대치할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피검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는 식별 번호/부호는 필요합니다.
*
성별 : 심리평가보고서 작성이 많은 수련 레지던트들의 경우 현재 피검자의 문제와 가장 비슷한 보고서를 찾아 덮어쓰는(overwrite) 경우가 많은데 이 때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이 성별을 그대로 두어 성별이 바뀌는겁니다. 주의를 기울여 확인해야 하는 정보입니다.
*
연령 : 심리평가에서 사용하는 나이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나이가 아닌 만 나이이기 때문에 피검자에게 들은 나이를 그대로 기입하면 절대로 안 됩니다. 많게는 두 살까지 차이날 수 있습니다.
바람직한 방법은 만 나이를 물어보지 말고 양력 생년월일과 검사 일시를 같은 영역에 기록하여 그 자리에서 빼는 것입니다. 그러면 만 나이가 정확하게 계산됩니다.
*
교육 연한 : 대부분의 심리평가에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핵심 정보는 아닙니다만
신경심리평가를 실시할 때는 꼭 필요합니다. 헷갈리면 안 되는 건
최종 졸업한 학교가 아니라 교육을 받는 년 수를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의 배경 정보 중
성별, 연령(교육 연한)을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심리검사가 요구하는 해석 규준에 이 정보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지능 검사의 경우는 만 나이를 알아야 하며, MMPI의 경우는 성별을 알아야 합니다. 신경심리평가에서 흔히 사용하는 K-BNT의 경우는 교육 연한을 알아야 하죠. 심리검사 해석을 위해 필요한 정보라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 그냥 무턱대고 수집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결혼 유무, 직업의 종류, 종교 등은 심리평가 시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정보는 아닙니다.
하지만 성별, 연령, 교육 연한 정보는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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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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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보고서,
연령,
이름,
임상심리학자,
피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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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전문가 수련 과정에 계신 선생님들께는 별로 언급하지 않는 내용입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는 임상심리학자에게 상담 의뢰 사유와 심리평가 의뢰 사유를 의도적으로 구분해야 할 정도로 상담이나 심리치료 케이스가 많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담심리전문가 등 상담을 주 업무로 하는 임상가들은 상담 의뢰 사유와 심리평가 의뢰 사유를 구분하는 것에 대해 의식하고 계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심리평가보고서의 의뢰 사유를 적는 부분에 상담 의뢰 사유를 기록하는 문제가 생기니까요.
심리평가보고서의 의뢰 사유는 그야말로 심리평가를 실시하게 된 이유입니다.
상담을 하다 보니 내담자가 호소하는 우울감의 수준이 예상보다 심각해서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하나 고민될 때, 혹은 단순한 우울증이 아닌 과거 트라우마로 인한 우울증이 의심될 때 PTSD 변별을 할 필요가 생겼을 때 심리평가를 실시한다면 그것이 바로 심리평가의 의뢰 사유가 되는 겁니다.
상담 의뢰 사유는 말 그대로 내담자가 상담을 받으러 온 이유가 되겠지요.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고 그것이 내담자를 바라보는 틀을 변화시켜서 큰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앞으로 단기 상담이 대세가 되면 상담 의뢰 사유와 심리평가 의뢰 사유가 점차 비슷해질테지만 그 때까지는 둘을 구분하는 연습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둘을 구분해서 내담자를 바라보는 연습을 하면 내담자를 좀 더 긴 호흡으로 조망할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심리치료 기법 하나 익히는 것보다 그런 눈을 익히는 것이 상담자의 내공 쌓기에 훨씬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덧. 개인적으로 효율성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단기 상담 위주의 상담에 반대하는데 그로 인한 심리평가의 남발, 증상 완화 위주의 치료적 접근 유행 등이 상당히 우려됩니다. 결국 내담자나 상담자 모두에게 독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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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새 상담을 전공하는 선생님들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MMPI-2/A, SCT의 screening battery 사용이 아무래도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만만하게 보이는 HTP 대신 처음에는 좀 어렵더라도 로샤를 공략해서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라는 것이죠.
HTP도 유용한 심리검사 도구임에는 틀림없지만 오히려 HTP는 상담을 할 때 상담 도구로 활용 용도가 더 크기 때문에 굳이 투사법 검사를 추가하려고 한다면 강력한 도구로 공인받은 로샤를 적극 사용하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임상심리학자들이야 수련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지긋지긋할 정도로 로샤를 실시하고 채점하고 해석할 수 밖에 없지만 상대적으로 상담심리학자들은 그럴 기회가 많이 없죠. Full Battery를 실시할 정도의 내담자의 수도 그리 많지 않고 로샤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부족하니까요. 책으로만 익히기에는 Exner 방식은 채점 단계부터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경향이 있고요.
그런 분들을 위한 워크샵이 때마침 나왔네요.
예전에
'Full Battery 워크샵' 때도 소개드렸던 두 임상심리전문가 선생님이 로샤만 집중적으로 다루는 4주 과정의 워크샵을 개설하셨습니다.
1주에 3시간 씩 4주 과정이니 12시간에 로샤 검사의 기초를 끝내는 워크샵입니다. 8월 집중반이고 4주 모두 참석 가능해야 신청할 수 있다고 합니다. 비용은 20만 원이네요.
자세한 사항은 해당 블로그의
'[Rorschach의 기초] 워크샵 안내' 포스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워크샵을 진행하는 두 분은 제가 신뢰하는 분인데다 Full Battery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쌓인 노하우로 로샤 워크샵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으셨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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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그 중에서도 임상심리학자들은 어찌 보면 상당히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심리검사도구를 활용해 사람들의 심리적 문제를 파악하고 돕는 일을 주로 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심리평가 결과를 모르는 임상심리학자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런 아이러니는 심리학 분야의 커리큘럼 때문에 생기는데 요새는 학부 과정에서부터 심리평가나 심리평가 실습 같은 과목이 있기 때문에 수업을 듣는 중에 주요 심리검사 도구에 대해 배우거나 아예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해석하는 과제를 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동적으로 심리검사 도구에 노출되기 때문에 자신의 순수한 심리평가 결과를 알 수 없게끔 오염되는 것이죠. 각 검사 도구가 무엇을 측정하는지 알게 되니까요.
게다가 지능 검사 같은 경우는 답까지 알게 되니 정확한 지능마저도 측정할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러니 향후 임상, 상담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심리학도라면 심리평가에 대해 배우기 전에 먼저 심리평가 전문가를 찾아서 제대로 된 종합심리평가를 받는 것을 권합니다.
대학생이라면 거의 대부분의 대학에 설치되어 있는 학생생활상담센터에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만 저라면 비용이 들더라도 제대로 된 평가와 해석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를 섭외할 겁니다.
자신에 대해 속속들이 살펴볼 수 있는, 평생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기회니까요.
덧. 그리고 심리평가를 받을 때에는 해석 상담도 꼭 받으시고 특히 심리평가보고서 뿐 아니라 심리검사 원자료까지 꼭 챙겨 두세요. 자신의 심리평가와 관련된 모든 자료는 공부를 위해서나 나중에 다시 분석해보기 위해 필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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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이 책은 현장에서 도박 중독 치료를 실제로 하고 있는 임상가들이 도박 중독에 대해 쓴 '국내 최초의 공동 저술서'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최초의 책은 이흥표 선생님의
'도박의 심리'입니다만 그 책은 혼자 쓰신 것이니 단도박 모임을 제외하고는 도박 중독 치료의 역사가 십 수년에 불과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그나마 그동안 소개된 책들이 거의 번역서에 불과하다는 걸 감안하면 상당한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이미 2007년에 선을 보였으나 KRA 유캔센터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하던 것을 심리학 전문 출판사인 학지사를 통해 최신 정보를 보강하여 개정판으로 출판한 책입니다. 저자로는 유캔센터의 전, 현직 임상심리학자 5명과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이상규 교수가 수고하였습니다.
내용은 크게 3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 개인, 사회, 도박에서는 다소 거시적인 관점에서 도박을 조명하고 있으며 특히 '바다 이야기' 사태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도박 광풍과 그로 인한 사회 변화가 도박과 도박 중독에 미친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 있습니다.
1부의 특징으로는 매스컴에서 맨날 떠들어대는 것처럼 한국이 과연 도박 공화국인지에 대해 냉철하게 비판적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도박 중독 유병율 9.5%의 허상을 낱낱히 깨부수고 있죠. 이 부분은 지금까지 출판된 어떤 도박 관련 저작물에서도 공식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은 내용입니다.
2부. 습관성 도박의 이해에서는 도박 중독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함께 생물심리사회 모형에 따라 도박을 다차원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습니다.
3부. 치료와 재활에서는 개인 심리치료, 약물치료, 가족치료, 사후관리 및 재발 예방의 4개 영역에서 도박 중독을 어떻게 치료하는지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의 장점으로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도박 중독에 대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미시적인 관점까지 빠짐없이 폭넓게 아우르고 있어 이 책 한 권만 정독해도 도박 중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함께 도박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현 실태까지 모두 알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으로는 공동 저작의 문제점 중 하나인, 부분 내용의 유기적인 연결과 통합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2부 5장 습관성 도박의 생물학적 이해에는 신경전달물질과 뇌관련 연구결과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것은 3부 7장 약물치료의 내용과 상당 부분 겹칩니다. 아무래도 여러 저자가 공동 작업을 하다보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역시나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의 대상은 도박자와 가족이 아닌 도박 중독 치료를 담당하는 현장 전문가들입니다.
특히 도박 중독 현장에서 일을 할 예정인 예비 임상가들에게 도박 중독 치료의 입문서로 추천합니다.
예전에는 도박 중독 분야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이흥표 선생님이 쓰신 '도박의 심리'를 많이 권했는데 이제는 이 책에 자리를 넘겨줘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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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 임상심리학자가 개인 심리치료(아직까지는 구조화된 접근에 국한되기는 하지만)를 담당하고 있고 그 수요가 너무 빨리 늘어나 과부하까지 걸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물론 Big 5에 해당하는 대형 병원 이야기입니다만 예전에
'임상심리전문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라는 글에서 미래를 바꾸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두 가지 중 하나로 '심리치료 분야의 강화'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제 생각 이상으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도 있어서 좀 놀랐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수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현재는 CBT 수가를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밖에 없고 또한 치료 권한이 의사에게만 있기 때문에 담당 의사의 코사인이 들어가야 하는 등의 제약은 있지만 심리치료를 담당하는 임상심리학자의 수는 점점 늘어날 것이 분명합니다.
사실 오늘 드리려고 하는 말씀은 임상심리 분야가 아닌 상담심리 분야의 이야기입니다. 임상은 심리치료 분야로 확장하게 되고 상담은 심리평가 분야를 확대하게 되어 결국은 한 곳에서 만난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임상심리 분야의 상황을 이야기한 것이지요.
오늘 드리려고 하는 말씀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상담심리 분야에서 심리치료/상담을 하고 계신 상담심리학자들께서는 좀 더 공격적으로 심리평가를 배우고, 현장에 적용하고, 전문화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또 그럴 수 밖에 없는 타당한 이유도 있습니다.
이미 대학교의 학생생활상담연구소의 경우 재학생의 상담 회기 제한을 하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상담에 대한 수요가 너무 많아져서 공급을 초과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장기 상담을 제공할 수가 없는 것이죠.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바뀌기 어려울 겁니다.
고액의 비용을 내지 않는 이상 모든 상담 현장에서 단기 상담을 하는 경향성이 강화되면 상담 프로토콜이 구조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짧은 시간 안에 내담자의 문제를 파악하고 상담 목표를 설정하고 치료 계획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초기에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Full Battery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MMPI-2와 SCT에 한 두 가지의 질문지가 추가되는 형태의 screening battery는 routine하게 실시될 겁니다.
그러니 예전처럼 심리평가는 안 해도 되고 상담만 잘 하면 된다는 식의 태도로는 금방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담심리학자들에게 심리평가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될 것인데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넘는 분들에게는 오히려 큰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임상심리학자만큼 로샤 검사를 잘 해석하는 상담심리학자라면 어떨까요? 기본적인 치료 기술과 경험에 평가 능력까지 갖춘다면 그야말로 날개를 단 것이 될 겁니다.
저는 임상심리학자로 훈련을 받았고 상담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게 잘 보입니다. 임상심리학자가 심리치료/상담을 잘 해야 하는 것처럼 상담심리학자가 심리평가에 익숙해져야 하는 시대가 이미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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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피검자는 대개 종합심리평가를 받게 됩니다. 게다가 정신건강의학과에는 수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임상심리학자가 어떤 검사를 실시할 지 선택할 수 있는 재량권이 거의 없죠.
하지만 상담 현장에서는 종합심리평가를 곧바로 실시해야 할 만큼 severe한 피검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개는 MMPI-2 + SCT 조합으로 된 선별 평가(screening evaluation)를 하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그런데 MMPI-2와 SCT로 평가를 해 보니 뭔가 문제는 있어 보이는데 그렇다고 종합심리평가를 받으라고 정신건강의학과로 refer할 정도는 아닌 것 같고 게다가 평가를 받은 곳에서 곧바로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기로 예정되어 있는 내담자라면 추가적인 투사법 검사를 실시해서 구조화된 자기 보고형 검사에서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문제를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그럴 때 상담자들이 최근에 많이 추가하는 도구는 HTP입니다. 미술치료사와 함께 일하는 기관도 많은데다 검사 도구에 대한 정보, 사례집 등을 구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고 검사를 실시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경우 가능하면 HTP보다는 로샤를 실시하도록 권하는 편입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HTP와 로샤 모두 무의식 영역을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검사 도구이기는 하지만 방어의 차원에서 보면 로샤보다는 HTP가 방어에 더 취약합니다. HTP가 대중 매체를 통해 더 많이 노출되기도 했고(대중 매체 노출의 부작용) 검사 자극 자체가 이미 익숙한 것(집, 나무, 사람 그리기)이기 때문입니다. 로샤의 경우는 피검자들이 보기에는 거의 무의미한 그림이기 때문에 방어하는 것이 훨씬 어렵죠. HTP는 평가자가 뭘 알고 싶어하는지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또 inquiry하는 과정에서 로샤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자의 의도가 노출될 위험성이 더 큽니다.
둘째. 상담자들이 HTP에 비해 로샤를 기피하는 이유는 로샤 검사의 결과를 해석하는 것이 훨씬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신역동적인 해석법도 익혀야 하고 무엇보다 Exner 방식으로 structural summary를 구성하여 해석하는 지표들을 익히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은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강점으로 작용하여 10장의 카드만 갖고 간단히 실시할 수 있으면서도 구조화된 방식의 해석과 정신역동적인 방식의 해석 둘 다 가능하기 때문에 피검자로부터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끌어낼 수가 있지요.
게다가 큰 문제는 아니지만
부가적으로 상담 현장에서 심리평가를 받는 내담자의 경우 로샤를 실시하는 것보다 HTP를 실시하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개인적으로 HTP는 상담을 하면서 상담 기법의 하나로 활용하고 심리평가에서는 HTP 대신 로샤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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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냥 개인적인 경험인데 저는 언론이나 대중매체와 좋은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칼럼을 써 줘도, 인터뷰를 해도 단 한 번도 제 의도대로 기사나 인터뷰가 나간 적이 없고 왜곡 편집 등으로 제 말과 정반대의 논조로 방송된 적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래서 저는 '대중매체는 과학적 사실에 관심이 없구나. 그냥 대중들의 관심만 끄는게 목적이구나'라고 생각하고 될 수 있는 한 거리를 두는 편입니다(월덴 3를 익명으로 운영하는 것도 그런 거리두기의 일환).
임상심리학자가 되어 현장에 나온 초기에 그런 경험들을 집중적으로 하게 된 이후 대중매체에 소개되는 심리학 관련 기사도 항상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게 됩니다.
제가 월덴 3를 처음 시작하던 때와 달리 지금은 심리학에 관심있는 분들도 많고 적극적으로 블로그 활동도 하고 그럽니다. 그런데 간혹 보면 심리학 관련 기사를 스크랩하거나 정보 차원에서 모으는 분들이 있는데 주의하셔야 합니다. 왜냐하면 심리학자가 직접 쓴 기사나 칼럼도 얼마든지 데스크의 입맛에 맞게 편집되는데 외국의 심리학 연구 결과를 인용하여 작성된 기사가 객관적인 사실은 온전히 담아낸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심리학 관련 기사를 볼 때(국내, 국외 막론) 항상 다음의 과정을 거칩니다.
첫째. 기사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관련 근거(references)가 정확히 기재(또는 링크)되어 있는가
이게 없으면 무조건 skip합니다. 더 이상 볼 필요가 없으니까요. 웃기는 건 대부분의 언론이 다루는 심리학 관련 기사는 관련 근거를 적시한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거의 대부분 볼 필요가 없는 것들 뿐입니다.
둘째. 기사의 내용이 내가 알고 있는 상식과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반드시 출처를 추적하여 내용을 확인할 것
가뭄에 콩 나듯이 출처가 기재된 기사도 정작 원문을 읽어보면 전혀 다른 내용이 적혀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대체 뭘 보고 기사를 쓴 것인지 의심될 정도이죠.
셋째. 기사와 출처의 내용이 일치하지만 아무래도 미심쩍은 경우에는 출처의 source가 어디인지 확인할 것
사설 연구소나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연구라면 무조건 신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익 단체의 lobby나 funding을 받고 실시한 연구일 수도 있으니까요. 외국에는 이런 일이 왕왕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예로 들자면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갤럭시2에 대한 연구 결과라고나 할까요. SCI, SSCI에 등재된 journal에 실린 article 정도가 아니라면 진지하게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대체 어떤 심리학 관련 기사를 읽으라는 거지?'하는 의문이 드실 수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심리학 관련 기사는, 특히 대중매체나 언론에 실린 심리학 관련 기사는 읽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대개는 시간 낭비일 가능성이 큽니다. 특정 주제에 대해 궁금하시면 주제어 저널 검색을 해서 최신 연구 경향을 살펴보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월덴 3에 심리학 관련 기사를 모아놓는 메뉴는 없는데 자료실에는 논문의 article 분석을 한 내용이 있는 이유를 이제는 아시겠죠
심리학 관련 기사를 열심히 스크랩하는 심리학도(혹은 심리학 지망생)들이 꽤 많은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포스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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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를 잘 하려면 DSM에 익숙해야 한다는 말은 임상심리전문가 과정을 밟는 임상심리학자들에게는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는 어찌보면 뻔한 조언입니다.
수련 제도 자체가 정신건강의학 관련 분야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데다 대학원부터 DSM 체계에 따른 심리평가보고서 작성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환경이니까요.
그런데 임상심리학자가 아닌 상담심리학자나 기타 정신건강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에게는 DSM에 따라 피검자를 분석하는 것이 매우 낯설고 어색한 일일 수 있습니다.
물론 DSM도 여러 가지 단점이 있고 그런 단점들 때문에 계속 개정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임상 장면에서 심리평가를 할 때, 특히 진단이 필요한 피검자를 formulation할 때에는 DSM에 따른 다양한 정신 장애를 가설로 설정한 뒤 심리검사 결과를 통해 이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뿐 아니라 피검자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는 오류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DSM을 활용하지 않을 때의 가장 큰 문제는 평가자의 사전 지식과 정신병리 지식의 수준에 따라 가설의 수준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학의 학생생활상담소에서 대학생의 진로와 연애 문제만 주로 상담한 상담자가 DSM 체계를 모르면 정신분열병이 발병해서 문 밖 출입이 어려운 피검자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평가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겁니다. 정신분열병 환자에 대한 frame 자체가 없으니까요.
그러니 아직도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심리평가를 잘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기존의 DSM 체계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DSM도 모르면서 심리평가를 잘 하려는 건 무모한 욕심입니다.
최소한 Axis 체계와 10가지 장애 범주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각 범주에 속한 장애들의 변별 진단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은 갖고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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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자가 공해를 많이 유발하는 직업은 아닙니다만 불필요한 종이 사용량은 의외로 굉장히 많습니다. 심리검사를 실시하면서 사용하는 검사지, supervision을 받거나 자료 보관을 위해 사용하는 복사지, 상담 일지, 연구를 위해 사용하는 자기 보고형 질문지 등등.
그래서 소소하지만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한 개인적인 노력을 시작합니다.
지금도 하고 있지만
앞으로 모든 상담 기록은 아이패드와 전자펜을 이용해 전자 관리하겠습니다. 저는 하루에 평균 3~4건의 상담을 하고 있는데 A4 용지 기준으로 5~6장이 소모되더군요. 한 달만 모아도 엄청난 양이 되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다음으로
제게 supervision을 받는 선생님들께서는 제게 보여주실 자료를 준비할 때 최소한 문서 파일로 작성하는 심리평가보고서와 상담 관련 정보 파일은 문서로 출력하지 말고 이메일로 미리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무겁더라도 매일 아이패드를 지참하고 다니겠습니다. 한번 보고 버려지는(그것도 개인 정보 노출 때문에 이면지나 폐지로 활용할 수도 없는) 종이가 너무 아깝네요.
조금 더 노력을 하실 선생님들께서는 검사 원자료도 스캔해서 이미지 파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분들은 이미지 파일들을 하나로 합쳐서 PDF 파일로 보내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이것은 스스로의 다짐일 뿐 강요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다만 우리의 자연 환경에 미치는 좋지 않은 영향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의 많은 동참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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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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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신건강의학과 세팅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교과서로 꼽히는 '임상에서의 역동정신치료(Psychodynamic Psychiatry in Clinical Practice)'를 쓴 대가 Glen O. Gabbard 박사의 책입니다. 저는 아직 못 읽었지만 오늘 소개하는 이 책과 함께 읽으면 더욱 좋다고 역자께서 서문에서 추천하셨더군요.
Gabbard 박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아닌 임상심리학자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알아야 하는 대가 중 한 사람이죠. 이 책은 미국의 정신과 수련의가 반드시 획득해야 하는 다섯 개 정신치료 중 하나인 정신역동치료의 교과서로 저술된 책입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얇은 책이지만 '역동정신치료의 핵심 개념', '평가, 적응증, 정신역동의 공식화', '정신치료의 기본 요소', '치료적 중재', '치료 목표와 치료 행위', '저항 다루기', '역동정신치료 시 꿈과 판타지의 사용'. '역전이의 발견과 작업'. '훈습 과정과 종결', '지도감독의 이용', '장기 역동정신치료의 핵심 능력 평가' 등 역동정신치료를 위해 꼭 필요한 내용들을 아주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Gabbard 박사도 언급하고 있듯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깊이는 다소 부족하기 때문에 각 영역에 특화된 전문 서적으로 보강해야합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입문서에 가까운 책이니까요.
하지만 굳이 역동정신치료를 따르지 않는 임상가라고 해도 충분히 도움이 될 만큼 중요한 내용들을 정확하게 다루고 있어서 치료 이론적 접근의 차이와 상관없이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은 책입니다.
다만 미국에서 출판되는 치료 관련 서적은 각 장의 핵심 요약이 발군인 책이 많은데 이 책은 아쉽게도 요약 부분이 상당히 부실하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소장을 권하는 수준은 아닙니다만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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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현적인 것과 지지적인 것 중 어느 것을 치료에서 강조할 것인가 하는 것이 회기의 빈도를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표현적인 치료인 경우 좀 더 전이를 강조하며, 주당 2~3회 정도 회기를 갖는 반면, 지지적 치료의 경우 주 1회 미만을 갖는다. 회기의 수가 증가하면 전이는 강화되고, 그 전이의 해석이 핵심적인 치료 방법이 된다. 주 1회 미만의 빈도일 때는 회기 사이의 연속성이 방해받을 수 있고, 전이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에 장기 역동정신치료를 하기는 매우 어렵다. * 전이가 치료에 저항으로 작용할 때에만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은 유용한 지침이다. * 역동정신치료의 기본 전제는 감정, 전이, 지각 등에 대해 일정 부분은 액면 그대로를 믿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 있는 복잡한 양면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 가장 흔한 형태의 저항은 이야기가 한 회기에서 다음 회기로 이어지지 않고 마치 매번 새 회기를 시작하는 듯 보이는 것이다. * 프로이트는 꿈 내용을 두 가지 수준으로 구분하였다. 즉 명시적 내용(manifest content)은 꿈꾼 이가 자각하는 꿈의 표면적인 것이고, 잠재된 내용(latent content)은 무의식적인 소망과 생각들이다. 잠재된 내용은 꿈을 꾸는 사람이 잠에서 깨어나도록 위협할 수 있기에 꿈에서는 위장되어 나타난다. * 치료자가 꿈 해석에 접근하는 유용한 방식은 환자가 자신의 꿈에 대해 말하고 난 뒤에 환자에게 "그 꿈에 대해 생각할 때 어떤 느낌이 드나요?"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 투사적 동일시와 역전이 재연은 둘 다 비슷한 과정을 포함하지만 전자는 클라인(Klein) 학파와 대상관계이론에서 발생하였고 후자는 미국 자아심리학자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 투사적 동일시의 두 가지 단계 중 1단계는 정서 상태를 동반하는 자신 혹은 타인의 표상이 무의식적으로 자기 안에서 부인되고 상대에게 투사되며, 2단계에서 투사자가 상대로 하여금 투사된 것을 무의식적으로 경험하거나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여기서 첫 번째 단계는 전이, 두 번째 단계는 역전이로 간주된다. 그런데 정신치료적 상황이라면 세 번째 단계가 일어난다. 투사를 받는 치료자는 문제자아 또는 타인 표상을 받아들인 후 이를 포용(contain & tolerate)하고 투사된 내용을 잘 소화하여 다소 변화된 형태로 투사한 사람에게 다시 돌려주거나 환자에게 다시 받아들이도록(reintroject)한다. 이 과정을 통해 환자는 자기는 참기 어려운 심리 상태를 치료자가 감내하고 있는 것을 보고 배우게 된다. 환자가 투사된 내용을 다시 돌려받을 때 자아 표상 또는 타인 표상이 수정되고, 여기에 동반된 감정도 바뀌어 시간이 지나면서 환자의 내적 대상 관계의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 치료자는 '내가 내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자신과 환자 사이에 무엇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조심스럽게 살펴봐야 한다. 투사적 동일시일 수 있다. * 환자에게 치료자의 직접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환자와 딜레마를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다. 예를 들자면, "당신의 질문은 저를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군요. 만약 제가 당신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면 당신은 매우 상심하실 것이고, 만약 제가 그렇다고 하면 당신은 이 치료가 이전에 생각한 만큼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니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대답을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와 같이 반응할 수 있다. * 훈습 과정과 치료 종결을 결정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환자가 자신이 삶의 주체로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느끼고 있느냐는것이다. 내 삶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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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소개한
'은유와 최면 : 밀턴 에릭슨 상담의 핵심(2007)'을 읽고 나서 상담 장면에서 은유를 좀 더 체계적으로 활용할 욕심으로 선택한 책인데 결론적으로 제가 너무 naive하게 생각했네요.
상담 장면에서 은유를 활용하는 것이 그리 쉬울리가 없는 것인데도 너무 욕심을 부린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임상심리학자인 George Burns가 2001년에 쓴 책으로 우리나라에는 2009년에 소개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마음을 치유하는 101가지 이야기'보다 나중에 번역되어 들어왔습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은유치료에서는 이야기의 힘에 대해 설명하고 효과적으로 이야기하는 방법, 치료 속에 어떻게 이야기를 활용하는지를 다루고 있고, 2부 치유적 이야기에서는 1) 힘 키우기, 2) 수용 익히기, 3) 부정적 자세 재구성하기, 4) 행동 양식 바꾸기, 5) 경험으로 배우기, 6) 목표 이루기, 7) 온정 키우기, 8) 지혜 계발하기, 9) 자기 돌보기, 10) 행복 키우기라는 소제목 하에 101가지 이야(진짜 101가지 이야기!!)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3부 은유 직접 만들기에서는 어떻게 치유적 이야기를 만드는지 대략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고요.
사실 제가 기대했던 것은 세상에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나 현장에서 얻게 되는 상담 내용에서 어떻게 은유를 추출하고 그것을 적용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고자 함이었는데 그렇게 상세한 가르침을 주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2부에 소개되는 101가지 이야기(450여 페이지 중 310페이지에 해당하니 책의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는 다음과 같은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치료적 특성들>* 제기된 문제 : 부족한 능력, 미비함, 열등의식, 두려움과 염려* 개발된 자원 : 이야기를 통해 배운다. 소질과 재능 공유, 결과 협의, 새로운 능력 발견* 나타난 성과 : 심신에 능력 부여, 두려움 극복, 힘과 지식 공유, 임파워먼트 모델 - 94p
이야기 속에 내담자의 문제를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자원을 심고 결과적으로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 확인하는 건 좋은데 그런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으면서 무엇이 내담자의 문제이고 자원이 무엇이고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 독자가 스스로 찾아서 연결해야 합니다.
그러니 3부에서 PRO 접근법을 통해 치유적 이야기를 창안하는 방법을 이야기해도 101가지나 되는 이야기를 읽느라 이미 진이 빠졌거나 저처럼 대충 훑고 난 뒤여서 동력이 떨어지기 쉽겠더군요. 차라리 3부를 1부 뒤에 배치했으면 더 좋을 뻔 했습니다.
나쁜 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제가 기대한 만큼의 친절한 책도 아니어서 현장에서 은유를 활용하고자 하는 임상가들에게 실전용 서적으로는 솔직히 추천하기 어렵겠습니다. 저도 다시 들여다 보게 될 것 같지 않고요.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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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출범하기 이전에 사행사업체에서 운영하던 도박중독 치료기관만 존재하던 시절에는 이 문제를 염려할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상당 수 기관에서 각자 알아서 국가 공인 자격증이나 엄격한 수련 과정을 통해 배출된 전문가만을 채용하려고 애썼고 그래서 그런지 도박중독 회복자가 치료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일은 거의 없었으니까요(제가 아는 한 전국적으로 한 명 밖에 없었습니다).
단도박 모임이야 치료자가 아닌 협심자들에 의해 유지되는 수평 모임이기 때문에 오랜 단도박 기간을 유지하는 협심자가 치료자 행세를 하는 극소수의 잘못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문제에서 자유로웠고요.
그런데 사감위가 출범한 이후 도박중독전문가 양성과정을 개설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단지 수십 시간의 교육만 받으면 자격증을 주기 시작했고 이 자격을 가진 도박중독 회복자가 실제로 치료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아무런 현장 적응 훈련도 없이 곧바로요. 몇 명을 제외하고는 강사의 대부분이 도박 중독 현장에 대한 경험이 없는데다 알코올 중독 전문가 양성 과정을 벤치마킹해서 급조한 나머지 도박 중독 현장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강의만 받은 사람들이 도박중독자를 치료하게 된 것이죠.
혹자는 말합니다. 도박에 중독되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지 않겠느냐고.
맞습니다. 그건 부인할 수 없는 확실한 장점입니다. 대부분의 치료자는 도박에 중독된 경험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도박중독 치료라는 것이 그런 공감 능력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도박중독 치료는 도박중독의 다양한 기전과 원인 분석, 도박 중독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에 대한 전문적 이해가 있어야 하고 다양한 심리치료적 기법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게다가 부부 갈등이나 가족 갈등 해결을 위한 couple therapy, group therapy 경험도 있어야 하고 특히 우울, 불안, 성격 장애 등 정신병리적 지식과 함께 이러한 공존 장애를 평가할 수 있는 심리평가 능력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임상심리학자들은 중독 분야, 특히 그 중에서도 도박 중독을 심리치료 분야의 막장이라고 부릅니다. 그만큼 전문성과 노하우가 필요한 힘든 분야라는 뜻입니다. 그냥 도박 중독에 대한 얄팍한 지식만 갖고 뛰어들어서는 안 되는 분야라는 말이죠.
그런데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암 회복자가 암 환자를 치료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도박중독 회복자는 치료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다양한 전문 기술과 지식을 갖춘 이후에 하라는 겁니다. 내가 걸려봤으니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안다는 안이한 생각만으로 다른 내담자의 회복과 치유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우울증에 걸려봤다는 것만으로 우울증 환자를 치료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종합병원에서 3년 동안 치열한 수련을 마치고 전문가가 되어 도박중독 분야에 입문하였을 때 적어도 3년 동안은 막중한 책임감에 상담을 할 때마다 긴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도박중독 치료는 사명감과 각오만 갖고 뛰어들어서는 안 됩니다. 전문 지식과 제대로 된 치료 기술, 사명감을 모두 갖춰야 하는 분야임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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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에 월덴 3에서 소개드린 적이 있는
'생각의 지도(2003)'의 저자 Richard E. Nisbett의 책입니다. 서울대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에 있는 설선혜 선생이 번역을 했고 최인철 교수가 감수를 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내가 나쁜 머리를 물려 받아서 공부를 못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듣곤 합니다. 공부를 잘 하려면 높은 지능이 필요하고 높은 지능은 좋은 유전자를 물려 받아야 한다는 유전자 결정론에서 비롯된 말이죠.
Nature VS. Nurture 논쟁에서 최전방에 해당하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지능입니다. 학교 교육에 투입되어야 할 지원의 양 뿐 아니라 교육 제도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죠. 지능이 유전되는 것이고 저소득이 낮은 지능과 관련되어 있다면 저소득층을 위한 교육 지원이라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가능하니까요.
니스벳은 지능이 환경에 의해 향상시킬 수 있으며 이는 학교를 변화시킴으로써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력으로 지능을 높일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지능이란 무엇인지, 유전 대 환경 논쟁, 똑똑해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계층, 인종에 따른 IQ차는 왜 나타나는 것인지를 풍부한 연구 결과를 통해 쉽고 명쾌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10장의 '지능 향상법'은 보너스입니다.
사실 현장의 임상심리학자들은 대부분 지능이 타고나는 것이라는 유전자 결정론보다는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쪽에 더 가깝게 서 있습니다. 정신 장애에 의해 지능이 (일시적으로) 낮아지기도 하고, 인지 미발달이나 지체에 대해 언어 또는 학습 치료를 통해 지능이 향상될 수 있다는 관점을 취하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사실 저는 이 책의 내용이 하나도 새롭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뭘 이렇게 새로운 사실 이야기하듯이 늘어놓나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오히려 미국에 유전자 결정론을 믿는 전문가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에 더 놀랐습니다.
일반인을 위한 책이어서 그런지 사회과학도라면 너무나 익숙한 통계방법론에 대한 설명을 부록으로 따로 실은 것도 좀 별로였습니다.
하지만 제 평가 점수를 더 깎아 먹은 것은 미국판이기는 하지만 지능 검사 문항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함께 세부 문항까지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 계속 아슬아슬하다는 느낌이었거든요. 니스벳 교수가 검사 문항의 노출 위험성에 대해 몰랐을 것 같지는 않은데 상당히 거슬리더군요.
일반인이라면 재미있게 읽으실 수도 있겠지만 임상심리학자들께는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생각의 지도'도 심리학도들은 챙겨서 읽을 정도가 아니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니스벳 교수의 책은 좀 골라서 읽어야겠습니다. 재미는 있지만 별로 지적 자극을 주지 않아서 말이죠.
덧. 최인철 교수의 감수사는 역자 후기처럼 책의 말미로 빼두었어야 하는데 서문보다 더 앞에 있는 바람에 산통을 다 깼습니다. 책 내용을 너무 깔끔하게 요약하는 바람에 이 책을 굳이 읽지 않아도 무슨 이야기를 할 지 다 짐작하게 되더군요. 많은 독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적 호기심을 애초부터 망쳐놓고 들어가네요;;;; 이 책을 읽는 분들은 가능하면 감수사를 읽지 말고 그냥 프롤로그로 넘어가시기 바랍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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