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만의 집을 짓고 싶은 사람 중에 EBS의 '건축탐구 집' 프로그램을 한번도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많은 건축가들이 진행자로 등장하지만 개인적으로 노은주, 임형남 부부 건축가를 좋아합니다.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집을 흥미 위주로 소비하지 않고, 지나치게 기능적으로만 접근하지 않으면서도 건축주가 자신의 집에 투영한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읽어내려고 노력하는 점이 마음에 들거든요.
이 책은 EBS '건축탐구 집'에서 소개된 집들을 1장. 나 탐구, 2장. 기초 탐구, 3장. 동선 탐구, 4장. 공간 탐구, 5장. 재료 탐구로 나누어 건축주의 가치관, 집을 짓기 위한 기초 과정, 배치와 구조, 공간 나누기, 재료 고르기 등 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이 고민해야 하는 모든 내용을 알차게 담았습니다.
'건축 탐구 집'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그동안 봐왔던 익숙한 집들이 많이 등장해서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그러면서도 집 짓기에 필요한 내용 소개에도 충실해서 자신만의 집을 지으려는 분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하는 책입니다.
null
* 지적 공사에서 실시하는 측량에는 경계측량과 현황측량이 있고 한국국토정보공사(www.lx.or.kr)에서 지적측량 의뢰서를 접수해 측량할 수 있다. 측량 날짜가 나오면 인접 대지 소유주와 함께 입회해 확인하는 것이 추후 분쟁의 소지를 줄이는 방법이다. 이 외에 대지의 경사도나 지장물을 조사하는 측량이 있는데 대지가 위치한 지역의 토목업체에서 주로 담당한다. 측량은 농지나 산지를 대지로 전용하는 '개발행위허가'를 위한 토목설계 시에 필요하다
* 설계한 도면대로 집을 짓도록 조정하는 것이 '감리'다. 설계자가 직접 감리하는 것이 건물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으므로 가능하다면 설계와 감리를 함께 맡기는 게 좋다.
* 설계를 맡겨 도면이 나오면 해당 지역의 허가권자인 관청에 신고하고 허가를 받는 작업을 한다. 허가를 받았다면 특별히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는데 허가 기간이다. 건축 허가 유효 기간은 1년이고, 1년 연장이 가능하다. 허가 후 2년 이내에 착공하지 않으면 허가는 무효가 된다.
* 천장 높이에 대해 고민 중이라면 3미터를 기억해야 한다. 또 하나 알아두어야 하는 것은 층고와 천장고의 차이이다. 층고가 3미터라면 아래 바닥에 난방이나 전기 배관 등을 깐 높이를 제외하고 실제 공간의 내부 치수는 2.6미터 정도가 된다. 천장고는 방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를 말한다. 그러니까 층고가 3미터인 집의 천장고는 2.6미터인 셈이다.
* 입면도를 보면서 특히 신경 쓸 것은 창의 높이, 문의 위치, 지붕의 경사도이다.
* 경첩이 버텨내야 하기 때문에 문은 가벼운 게 좋다. 갈수록 경량화되는 추세지만 기밀성을 꼼꼼하게 따지는 것이 좋다.
* 단열 기준에 맞춘 고성능 창들이 많아지면서 창값이 평균적으로 공사 비용의 10%를 차지할 만큼 높은 편이다. 나는 건축주들에게 창에 아낌없이 투자해 좋은 창을 쓰고 이왕이면 설계에 창을 많이 넣는게 좋다고 권한다. 창을 줄일 수는 있어도 작게 만든 창을 크게 만들기는 어렵기 때문에 일단은 시원시원하게 계획하고 검토하는 게 좋다.
* 벽지나 페인트의 색상은 주로 흰색을 기본으로 하는데, 일부 공간에 좋아하는 색상을 과감하게 선택해보는 것도 좋다. 보통 무난하고 어중간한 색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정쩡한 색보다 과감한 원색이 집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 바닥재로 마루를 선택할 때 가구 색과 비슷한 톤으로 하면 실패가 적다.
* 포세린 타일은 흙으로 반죽해 고운에 구운 것으로 무광 무채색 계열의 타일이 주를 이룬다. 유행하는 북유럽 인테리어에 자주 사용되는 재료로 포세린 타일을 바닥 재료로 쓰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 도기질 타일은 세라믹 타일이라고도 하며 접착성이 좋고 수분 흡수율이 높아 바닥보다 벽에 많이 사용된다. 두께가 얇고 무게가 가벼워 자기질 타일보다 강도는 약한 편이다.
* 석재 타일은 돌 성분을 혼합해 만든 자기질 타일을 말한다. 항균 효과가 있고 반영구적이며 미끄럽지 않아 욕실, 테라스 등의 바닥 혹은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 처마가 길게 있는 집은 빗물이 알아서 잘 흐르기 때문에 홈통을 두지 않아도 된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5522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652
★★★★☆
이미지 출처 :
YES24
지금은 약간 마음을 비운 상태지만 예전에는 제가 평생 살 집을 지을 욕심을 많이 냈더랬습니다. 그래서 한 때 유행이었던 땅콩집은 어떨지 알아보려고
'두 남자의 집짓기 : 땅부터 인테리어까지 3억으로(2011)'도 열심히 읽고,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집을 생각한다 : 집이 갖추어야 할 열두 가지 풍경(2004)'도 줄 쳐 가면서 봤습니다. 김에 한 권 더 추천하자면
'집짓기 바이블 : 건축주, 건축가, 시공자가 털어놓는 모든 것(2012)'도 좋은 책이죠.
내 집을 짓고 살아야겠다는 집착을 살짝 내려놓을 때 쯤 만난 게 임형남&노은주 부부 건축가의
'나무처럼 자라는 집 : 임형남, 노은주의 건축 진경(2011)'이었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류의 책은 아니었지만 두 건축가의 삶과 집에 대한 철학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던 책입니다.
내 집을 짓는다고 해도 결국 어떤 건축가와 시공자를 만나느냐가 가장 중요할텐데 특히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집을 구현하려면 저와 생각이 비슷한 건축가를 찾아내는 게 중요할 것 같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 부부 건축가는 삶의 모습까지는 아니지만 저와 생각이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읽으면서도 친근감이 들었습니다.
'작고 소박한 집에 우주가 담긴다'는 부제처럼 지나친 욕심 내지 않고 작은 집, 몸은 조금 불편해도 마음이 편한 집, 억지로 채우지 않고 빛과 공기를 담기 위해 조금 덜어낸 집에 대한 두 건축가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만약 제가 집을 짓게 된다면 이 부부 건축가도 강력한 후보자 중 하나가 될 것 같네요.
이 책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는 두 건축가의 마인드가 구현되어 상까지 받은 '금산주택'을 짓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1부. 작은 집을 짓다)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산 산자락에 위치한 작고 허름한 집에서 자연을 벗삼아 1년 정도 살았던 실제 이야기(2부. 작은 집에 살다)입니다.
금산주택은 제가 꿈꾸던 집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지만 이 부부 건축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집을 설계하고 건축하는지를 알게 된 것이 제게는 큰 수확이었습니다.
집은 'buy'하는 것이 아니라 'live'하는 것이라는 명제에 동의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닫기
* 우리는 건축을 시작한 이래 과연 한국 건축의 본질은 무엇인가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일본이나 중국의 건축과 다른 한국 건축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간이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건축은 정지된 화면이 아니라 동영상처럼 공간과 공간 사이로 끊임없는 흐름이 있다. 그리고 내,외부의 방들은 그 흐름들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빛과 바람 같은 자연의 요소들이 지나가는 흔적을 담는다.
* 결국 한 사람에게 필요한 절대 면적은 4평 정도다. 거기에 일반적인 취사도구와 위생 도구를 가져다 놓고 음식을 만들고 화장실을 이용하는 공간을 덧붙인다고 생각하면, 한 평 반 정도가 더해진다. 즉 18제곱미터(5.5평)정도면 한 사람이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그 이외의 면적은 사람들 사이를 연결해 주는 공간, 즉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를 위한 여백이다.
* 현실적으로 한옥을 지을 경우 공사비는 서양식 목구조의 두세 배 이상이 들게 된다.
* 집의 규모를 헤아리는 우리의 단위는 ‘칸’의 개념이었다. 칸이란 기둥과 기둥의 사이로 대략 7~10자 정도의 길이를 뜻한다. 아마도 2.17미터~3.1미터 정도였을 것이다. 즉 1칸은 일정한 길이가 아니다. 가로 세로 각각 1칸이면 하나의 방이 되고, 여기에 마루나 부엌이 붙어 세 칸 집이 되는 식이다.
* 조감도는 신의 시선이고, 투시도는 인간의 시선이다. 으리으리한 규모의 건축을 제안할 때 보통 하늘에서 내려다 본 그림을 그리고, 주택이나 동네에 들어서는 건축을 설계할 때는 눈높이에서 올려다본 그림을 그린다.
* 지금 여기저기에 짓고 있는 목조주택과 디자인적으로 큰 무리가 없는 일반적인 건축물의 경우 대부분 단열이 문제가 아니라 바람의 순환 혹은 공기의 순환이 문제다.
* 예전에 우리나라 집에는 다양한 형태의 부속공간과 수납공간이 있었다. 물건을 수납하기 위해 처마 밑을 이용하여 덧달아낸 공간을 반침이라고 하고 방 옆에 붙인 반칸 크기의 조그만 방을 골방이라 불렀다. 물건을 수납하기 위해 아궁이 상부공간을 이용하여 덧붙인 공간은 벽장이라고 하고, 부엌 혹은 외양간 등의 상부공간을 막아서 물건을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을 다락이라 했다. 또한 신주를 모시기 위해 대청 상부에 만들어진 조그만 벽장을 벽감이라 불렀다.
* 벽지와 바닥재는 한지를 사서 발랐다. 한지는 질기고 온도 및 습도 조절이 용이하고 공기를 걸러주는 역할까지도 수행한다. 비싼 것도 아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646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735
★★★☆☆
이미지 출처 :
YES24
이 책은 2002년에 나온 '나무처럼 자라는 집'의 개정 증보판입니다. 부부 건축가인 임형남, 노은주 건축가가 함께 쓴 책이죠.
저는 두 가지 이유로 집에 대한 책을 평소에 찾아 읽습니다. 나중에 제가 집을 지을 때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정보나 아이디어를 주는 실용서가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집에 대한 건축가들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류의 책입니다.
이 책은 다분히 후자에 속하는데(뒷부분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임형남, 노은주 건축가가 그동안 지은 집을 바탕으로 집에 대한 이야기를 조곤조곤 풀어놓습니다.
집의 최종 완성을 집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과의 원만한 합의와 조화가 이루어질 때로 본다든가 하는 건 마음에 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집에 대한 철학이 제 생각과 조금 핀트가 어긋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용도 일정한 흐름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집에 따라 들쑥날쑥하게 주제가 바뀌는데 전 이렇듯 산만하게 느껴지는 편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특히 뒷부분은 건축 실용서처럼 특정한 집을 어떻게 지었는지를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던데 읽으면서 이게 뭔가 하는 생경함마저 들었습니다. 두 권의 책을 억지로 붙여놓은 듯 하달까요?
사실 이 책은 내용보다 집에 대한 삽화가 훨씬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그림이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 정도로요.
실용서와 건축 에세이의 중간에 발을 걸친 책이라서 선뜻 추천드리기가 어려운데 집을 그린 멋진 삽화를 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혹시 모르겠네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