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여행 9일차에 접어 들었습니다. 오늘은 마추픽추에 한걸음 더 다가갑니다.
아침 6시 30분 출발이라 4시 30분에 일어났습니다. 마추픽추에는 캐리어를 갖고 갈 수 없기 때문에 GAdventures에서 미리 나눠 준 더플백에 1박 2일 동안 생활할 수 있는 짐만 나눠 담았습니다. 캐리어는 여기 숙소에 맡겨 둘 예정입니다.
이른 아침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내려갔습니다. 꽤나 넓지만 목재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어 그런지 따뜻하고 안락한 느낌을 줍니다.
너무 일찍 일어나 입맛이 없기에 주로 과일 위주로 간단히 배만 채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먹던 강냉이가 있기에 신기해서 몇 개 가져왔습니다. 당연하겠지만 맛이 똑같네요. :)
식사를 마치고 잠시 산책도 할 겸 정원으로 나갔습니다. Villa Urubamba는 여행 당시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우루밤바 지역 10위권에 랭크된 숙소였습니다.
객실 앞쪽에는 작은 수영장도 있지만 물이 깨끗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수영을 할 시기가 지나서 관리를 안 하나 봅니다. 분수대도 물이 말라 있네요.
아침 식사를 했던 식당 밖에서 본 모습입니다. 바깥 벽도 목재로 덧댄 것 같네요. 아니면 통째로 목재일 수도 있겠네요.
6시 30분이 되어 모두들 숙소 로비로 집결했습니다. 더플백 모양이 똑같기에 헷갈리지 말라고 네임택을 붙여 차에 실은 뒤 오얀따이땀보로 40분 정도 이동했습니다. 오얀따이땀보에서 아구아스 깔리엔테스까지는 기차로만 이동할 수 있거든요. 차량 접근이 안 됩니다.
역 구내로 들어가는데도 티켓과 여권을 일일히 확인합니다. 역 구내에서 기다리다가 예약한 기차가 오면 탑승하게 됩니다. 역 구내까지 들어와 물건을 파는 잡상인들이 많은데 혹시 몰라서 모기 퇴치 스프레이를 하나 샀습니다. 20솔이나 하는데 정작 마추픽추에 올라갈 때는 다른 가방에 넣어두는 통에 가져가지 못해 모기에 10방 이상 물렸습니다. ㅠ.ㅠ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페루 레일은 티켓 가격이 50불에 18% 세금이 붙어서 59불(편도)입니다. 페루 물가를 고려할 때 이것도 싼 가격이 아닌데 럭셔리 열차인 잉카 레일은 티켓 가격이 무려 600불이나 합니다. ㅡ.ㅡ
쿠스코 내지는 오얀따이땀보에서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로 가는 기차표를 현장에서 구매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 예약을 하는 게 좋습니다.
이게 우리들이 타고 갈 페루 레일입니다. 출발 전에 전망이 잘 보이라고 지붕 쪽 창을 닦고 있습니다.
이게 그 비싼 럭셔리 기차인 잉카 레일입니다. 대체 어떤 수준이길래;;;;;
발차 시간이 되어 기차에 탑승했습니다. 객차 내부의 인테리어는 대충 이렇습니다. 대략 KTX의 4인 가족석처럼 생겼죠.
기차에 탈 때 티켓을 가져가기 때문에 Cargo 이름(A or B)과 좌석 번호는 기억해둬야 합니다. 저는 스마트폰으로 찍어두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제 자리를 찾아갈 수 있었죠. 사실 외국인은 A Cargo에만 타기 때문에 좌석 번호만 기억해 두면 됩니다.
중앙의 조명 양쪽으로는 환기 시스템이 있고 나머지는 모두 유리창입니다. 기차를 타고 아구아스 깔리엔테스까지 가는 동안 멋진 풍광을 최대한 감상할 수 있도록 해 놨습니다.
거의 썬루프 수준으로 유리창을 곳곳에 만들어 놨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사진을 안 찍은 것 같은데 가는 동안 만년설이 덮인 베로니카 마운틴(케추아어로 와카이 윙카라고 불리는)의 멋진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습니다. 와카이 윙카의 뜻은 '성스러운 낙루'라고 하네요.
기차가 출발한지 20분 정도 지나면 free 음료를 제공합니다. 생수, 물, 치차 모라다, 주스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오얀따이땀보를 떠난 지 1시간 20분 정도 되면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 도착합니다.
아구아스 깔리엔떼스(Aguas Calientes)는 '뜨거운 물'이라는 뜻으로 실제로 온천수가 나오는 곳입니다. 해발 고도 2,040미터에 위치한 마추픽추의 관문으로 쿠스코에서 출발하는 기차의 마지막 종착역이기도 합니다.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서 마추픽추까지는 버스로 15분에서 20분(대부분의 가이드북에서는 30분을 이야기하지만 정체가 있을 때 이야기고 보통 15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정도 걸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여기에서 숙박을 하고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마추픽추 등정에 나섭니다.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관광버스에도 온통 마추픽추가 랩핑되어 있어 드디어 마추픽추에 거의 다 왔다는 실감이 납니다.
숙소의 방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기에 일단 더플백만 기다리고 있던 직원에게 넘기고 곧바로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습니다.
시내에서 어떻게 할까 갑론을박하다가 가이드인 Cheo의 의견에 따라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박물관에 갔다가 거기에서 버스를 타고(마추픽추로 가는 버스가 박물관 앞으로 지나갑니다) 마추픽추에 올라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원래 일정은 내일인데 오늘 미리 한번 올라가보기로 한거죠.
사람들이 시끄럽게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도 곤히 자는 페루 댕댕이들~~~
동물을 학대하는 못된 인간이 없어서일까요? 너무나 평화롭게 단잠을 즐기는 중입니다.
지금까지 만났던 개들은 페루 전통견이 아니고 얘가 페루 전통견입니다. 온몸에 털이 하나도 없고 머리에만 모히칸족처럼 털이 났습니다. 정말 신기하죠. 보호종인가 그리 많지 않은가 보더라고요. 저도 이번 여행 중에 딱 한번 봤습니다.
우선 마추픽추 입장권을 사야 했기에 시내 가운데에 있는 매표소에 가서 입장권을 구입했습니다. 12시 이후 입장하는 경우는 꽤 할인을 받는데도 1인 당 100솔입니다. 가히 살인적이죠. 마추픽추 입장권을 구매할 때는 여권을 보여줘야 합니다. 티켓에는 입장 시간이 찍혀 나오는데 아마도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는 걸 방지하려고 입장 시간을 정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다음에는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왕복 버스 티켓을 구매했습니다. 오른쪽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마스터 카드를 사용할 수 있고 유니온 페이 카드도 되는데
희안한 건 비자 카드 결제가 안 됩니다. 저는 비자 카드만 가져갔기에 어쩔 수 없이 현금 결제를 했죠.
여권을 보여줘야 하지만 매표소 직원이 제대로 살펴보지는 않습니다. 다분히 형식적이에요. 왕복 버스 티켓은 78솔(정확하게는 77.8솔)입니다. 이것도 만만치 않은 금액이죠. 왕복 티켓은 세 가지 색깔로 구분하는데 갈 때는 파란색을 뜯어서 내고, 올 때는 빨간색을 내면 됩니다. 노란색은 승객 보관용으로 영수증의 기능을 합니다.
사실 박물관에 가자고 Cheo가 제안했을 때 시내에 있는 줄 알고 흔쾌히 오케이 했는데 막상 가 보니 시내 밖으로 나가는 건 물론이고 대략 숲길을 1킬로미터 이상 걸어가야 하더군요;;;;;
양쪽으로 깎아지른 산에 둘러싸인 숲길을 트래킹하는 코스입니다. 길이 좋지 않지만 공기 하나는 확실히 좋더군요. 삼림욕이 절로 됩니다.
이런 다리를 건너서 왼쪽으로 가면 마추픽추, 오른쪽으로 가면 박물관입니다.
박물관에 도착했습니다. 티켓 비용은 22솔입니다. 역시나 여권을 내야 합니다.
페루에서는 티켓을 살 때 신분증을 내는 게 통상적인 절차입니다. 박물관에서는 여권 번호를 입력하는지 티켓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박물관 관람 비용에는 식물원 입장료도 포함되어 있지만 버스 시간이 간당간당해서 식물원은 못 봤습니다.
규정이 꽤나 엄격합니다. 가방도 못 갖고 들어가고 아무것도 만지면 안 되고(이건 당연하지만), 사진이나 비디오 촬영도 안 됩니다(그래서 내부 사진이 한 장도 없습니다)
박물관의 전시물은 대부분 마추픽추와 관련된 것들인데 발굴 과정 이야기, 출토된 유물들입니다. 영상관에서 보여준 짧은 영상물이 꽤 유익했습니다. 마추픽추에 오르기 전에 한번 보면 좋겠더군요.
박물관을 후다닥 둘러보고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때가 12시 쯤이었는데 마추픽추 티켓에 입력된 입장 시간이 1시이므로 버스를 12시 30분 정도에는 타야했죠.
다행히 버스가 레스토랑 옆으로 지나간다기에 여기에서 간단히 점심 요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점심으로는 야채 샌드위치 2개, 바나나 2개, 콜라 1캔을 주문했는데 바나나는 엄청 큰 것이 1솔이라서 아주 저렴했는데 정작 야채 샌드위치가 엄청 부실해서 14솔이라는 금액까지 비싸게 느껴졌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니 어쩔 수 없이 먹어야겠죠.
이제 드디어 마추픽추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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