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I 결과를 해석할 때 성격 차원은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각 차원의 이름도 직관적이고 내용도 비교적 친숙하니까요. 그에 비해 기질 차원은 용어도 낯설고 개념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TCI를 익힐 때 기질 차원은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처음부터 개념을 잘 잡아놔야 나중에 헷갈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질의 경우 자극추구기질과 위험회피기질은 하위차원의 동질성이 강한 편이어서 각 점수가 규준 평균과 비교해서 모두 높거나 모두 낮은 식으로 방향이 일관된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험회피기질에서 '예기불안'과 '낯선 사람에 대한 수줍음', '쉽게 지침' 점수가 모두 규준 집단 평균보다 +1SD 이상 높은데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하위 차원만 규준 집단 평균보다 -1SD 이하로 낮게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이처럼 기질의 하위 차원은 대개 방향성이 일관되기 때문에 -1SD~+1SD 범위를 벗어나는 차원을 중심으로 해석하면 됩니다.
하지만 사회적 민감성 차원은 좀 다릅니다.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하위 차원을 보면,
* 정서적 감수성
* 정서적 개방성
-> 정서 관련 영역
* 친밀감/거리 두기
* 의존/독립
-> 관계 관련 영역
이처럼 4개의 하위 차원이 각각 정서와 관계 관련 영역으로 나뉘는데다 각 영역에서도 상반된 방향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
* 정서적 감수성 high - 정서적 개방성 low -> 상담에 많이 오는 유형
* 정서적 감수성 low - 정서적 개방성 high
이렇게 정서 관련 영역의 하위 차원에서도 정서적 감수성과 정서적 개방성의 방향이 반대인 경우가 있고,
* 친밀감 high - 독립 high
* 거리 두기 high - 의존 high -> 상담에 많이 오는 유형
이처럼 관계 관련 영역의 하위 차원에서도 친밀감/거리 두기와 의존/독립의 방향이 반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석에 주의해야 합니다.
예전에 3단계 해석 방식과 관련된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4기질 3성격 차원과 기질, 성격 유형 분석만으로는 수검자를 이해하는데 충분치 않습니다. 동일한 기질, 성격 유형이더라도 29개의 하위 차원이 어떤 양상을 보이냐에 따라 해석을 달리 해야 하고 특히 하위 차원들의 동질성이 높지 않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하위 차원의 방향을 잘 고려해야 수검자의 핵심 기질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민감성 기질을 해석하는데 더 많은 공부와 노력을 기울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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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가들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DSM-5 기준으로 C군에 속하는 성격은 강박성, 회피성, 의존성입니다. 이들을 TCI 기준으로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는 게 C군 성격의 특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오늘 포스팅은 그에 맞추어 해보려고 합니다.
강박성, 회피성, 의존성은 TCI에서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 강박성 : LHL
* 의존성 : LHH
* 회피성 : MHH
즉, C군은 위험회피기질이 높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많은 분들이 착각하는 게 강박성 성격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동적으로 강박 장애(OCD)를 떠올리거나 완벽주의를 생각하는데, 물론 그런 면도 있지만 강박성 성격에서 가장 중요한 건 C군의 공통 특징인 위험회피기질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C군의 기질을 가진 사람에게 공통된 가장 강력한 행동 동기는 위험을 피하는 것이죠.
그럼 C군 기질 들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하는 건 의존성,회피성입니다. 그리고 의존성과 회피성은 연극성과 자기애성 기질만큼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 연극성 : HLH
* 자기애성 : HMH
연극성과 자기애성은 다른 건 동일하고 위험회피기질이 낮으냐 중간 수준이냐의 차이만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의존성과 회피성은 자극추구기질이 낮으냐 중간 수준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위험회피기질과 사회적민감성 기질이 모두 매우 높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그래서 위험을 피하기 위해 높은 사회적민감성 기질에 맞춰 사람을 필요로합니다. 아, 물론 하위차원의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관계 영역인 의존, 친밀감만 낮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이 포스팅에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에 일단은 대체로 그렇다는 정도로만 이해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럼 의존성과 회피성은 어떤 차이가 있냐 하면 의존성은 사람에게 매달리는 방식으로 위험을 피하고자 하고 회피성은 사람을 방패 삼아 위험을 떠 넘기는 방식으로 위험을 피하고자 합니다. 사람이 필요한 건 동일하지만 사용하는 방식이 다른거죠.
이와 달리 강박성은 사회적민감성 기질이 낮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신변의 안전만 확보되거나 충분한 경제력만 확보되면 오히려 사람이 필요없기도 합니다. 그래서 본인이 대인 관계 문제를 호소하더라도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닐 가능성이 크죠. 경제적/물리적 안전이 확보되면 굳이 대인 관계가 필요하지 않고 친밀감, 의존 하위차원이 낮을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C군 기질의 공통점 : 위험회피기질이 높아서 위험을 피하려는 것이 행동의 주요 동기임
* C군 기질의 차이점
- 회피성과 의존성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사람이 필요하나 의존성은 사람에게 매달리는 방식으로, 회피성은 사람을 방패 삼아 회피하는 방식을 사용함
- 강박성은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으나 환경적인 안전이 충족되지 않으면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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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글은 경계선 성격장애로 진단받을 정도의 성격 문제를 보이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말씀드려야겠습니다.
경계선 기질이라고 하면 TCI 결과에서 HHH 유형으로 구분되는 기질인데 이러한 기질을 성격이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경계선 성격 문제가 되고 심하면 경계선 성격장애로 발전하게 되는거지요.
하지만 성격 발달에 문제가 없어서 건강한 성격을 발달시킨 사람이라면 경계선 기질을 가졌다고 모두 경계선 성격장애로 이환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건강한 성격으로 기질의 조절 기능에 문제가 없는 경계선 기질의 소유자는 일상 생활의 대인 관계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할까요?
자극추구기질과 위험회피기질의 상대적 상승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경계선 기질의 소유자는 자극추구, 위험회피 기질이 모두 높은 수준이고 프로이트가 이야기한 '일'과 '사랑' 중 일의 영역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해도 '사랑'의 영역인 대인 관계에서는 어려움을 겪기 쉽습니다.
왜냐하면
경계선 기질인 사람은 다가감과 물러섬의 힘이 동시에 작용하는 사람이거든요.
저는 경계선 기질인 사람을 흔히 '북극에 사는 고슴도치'에 비유하는데 북극에 살기 때문에 추우니 체온을 나눌 대상을 찾지만(자극추구 기질의 작동, 다가감의 동력) 가까이 다가가면 상대방의 가시에 찔려서 아프기 때문에 화들짝 놀라서 떨어지게 됩니다(위험회피 기질의 작동, 물러섬의 동력). 떨어지면 다시 추워지니 또 상대방을 찾게 되고 이런 일을 반복하면서 다가감과 물러섬을 계속 반복하게 되니 에너지가 소진되어 버겁다는 불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다가가면 가시에 찔려서 아프다는 건 고슴도치인 상대방만 찾기 때문에 그런 것이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상대방이 고슴도치가 아니더라도 경계선 기질의 사람은 상대방을 고슴도치인 양 대하기 때문에 결국 자기가 만든 고슴도치 이미지에 찔려 상처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경계선 기질인 사람은 적당한 거리(너무 물러서서 춥지 않고 너무 다가가서 찔리지 않는)를 유지하는 걸 배워야 하고 다가감과 물러섬을 반복할 때 에너지의 낭비를 최소화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그 적당한 거리라는게 얼마나 되는지 찾아야 합니다. 그게 스스로 안 되는 분들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좀 더 수월하겠지요.
이 포스팅을 위해 고슴도치의 비유를 들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경계선 기질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님 등의 혈육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기 때문에 나는 왜 이런 불편한 기질을 타고났는지 자책하지 않는 겁니다.
적당한 거리를 찾게 되면 오히려 자신을 착취하려는 '노예상인 유형'이나 자신에게 기생하려는 '기생충 유형'을 변별하고 걸러낼 수 있는 눈을 갖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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