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를 자주 방문하는 분들은 제가 평소 '자기 돌봄'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아실 겁니다.
'프리랜서일수록 삶의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중요하다' 같은 류의 포스팅도 많이 했고 식단, 운동, 영양,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죠.
물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개인적인 목적도 있지만 그것이 돌봄 직업에 종사하는 임상가의 의무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2018년에 독립(
'인생 Season 2를 시작합니다')을 한 뒤로 병에 걸리거나 몸이 아파서 일정을 취소한 일은 그야말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일정을 취소하는 경우는 상사(喪事)가 생겼을 때에 한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현재 심리평가 해석 상담을 제외한 어떠한 상담도 하지 않는데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상담자는 건강하고 행복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상담자는 내담자를 위해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을 '익수자'를 구하는 구조 요원에 빗대어 설명합니다. 상담자는 물에 빠진 익수자를 구하는 구조 요원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익수자가 스스로 물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면 구조 요원이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주변에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구조 요원에게 익수자의 생사가 달려 있습니다. 단순히 수영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어떤 상황에 처한 익수자도 건져낼 수 있는 준비가 늘 되어 있어야 합니다.
상담자도 구조 요원과 마찬가지입니다. 내담자가 언제 어떤 상태에서 도움을 요청할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내담자에게 응답할 수 있도록 신체적, 정신적으로 완벽한 준비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니 항상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야 하고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바꿔 말하면 번아웃이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심신이 건강한지를 항상 체크해야 합니다.
게다가 도움을 줘야 할 내담자가 한 명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더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내담자에게는 상담자 밖에 없으며 상담자의 도움이 절대적이기 때문입니다.
특정 질병에 걸렸다면, 전반적으로 건강하지 않다면, 무기력하다면, 행복하지 않다면, 지쳤다고 느낀다면,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면 상담을 멈춰야 합니다. 더 이상 내담자를 만나면 안 됩니다. 자신을 먼저 돌봐야 합니다. 바로 내담자를 위해서요.
그런 의미에서 상담자에게도 '자기 돌봄'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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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제가 짓고 싶은 집 설계 계약을 했습니다'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현재 집 설계가 진행 중인데 아직은 계획 설계 단계라서 현황 측량 결과에 따른 최종 계획 도면이 나오기 전까지는 제가 신경 쓸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 동안에 인테리어에 대한 아이디어나 좀 얻으려고 여러 건축 관련 영상 클립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우연히 EBS의 '건축탐구-집' 방송 중 '7인분 노비의 집'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괴테 연구가인 전영애 (전) 교수의 '여백서원'을 소개한 영상이었는데 인트로 영상에서 자신을 7인분 노비라고 소개할 때부터 느낌이 쌔했는데 역시나 3,200평이나 되는 면적에 펼쳐진 도서관, 손님방을 쉬지도 못하고 관리하면서도 자신은 1평도 되지 않는 협소하고 지저분한 공간에 거주하는 걸 보면서 역시나 싶었습니다. 이 영상의 댓글을 보면 칭찬 일색이던데 저는 전혀 동의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이 분이 너무나 불쌍하고 안타까웠습니다. 그동안 제가 만났던 자기 돌봄을 못하는 전형적인 내담자의 모습과 판박이었거든요. 진심으로 상담을 꼭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돌봄을 못하는 건 굉장히 큰 문제입니다. 자기 돌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건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뼛속 깊은 생각에 기인하는 겁니다. 제 경험 상 애착 외상을 겪은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심한 경우 '너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반복적인 가스라이팅을 자신도 모르게 오랫동안 당했을 수도 있습니다.
충분한 자기 돌봄 없는 타인 돌봄은 자신이 받고 싶은 사랑과 돌봄을 타인에게 투사하는 것일 뿐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타는 듯한 갈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건 일시적인 착각일 뿐이고 일종의 중독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타인에게 바치고 타인의 인정과 수용에만 매달리게 됩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타인 돌봄은 자기 돌봄이 잘 된다는 전제 하에서만 가치가 있고 지속 가능합니다. 전 지금까지 자기 돌봄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타인 돌봄에만 몰두하면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경우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당연히 심리평가를 해 보면 예외없이 심신이 엉망진창인 상태로 나타났고요.
자기 돌봄이 안 되는 분들은 자기 돌봄을 단순한 욕망 충족으로 폄하하고 타인을 돌보는 것만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숭고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자기 돌봄은 그렇게 간단한 개념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을 온전히 '보호'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자기 돌봄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신체적 건강을 챙기고, 심리적 안정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영혼이 편안함을 느끼고 이를 위해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으로 자기 돌봄을 제대로 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wholeness를 이루게 되는데 이것이 사실 상 행복한 상태에 가장 가깝습니다. 당연히 에너지와 시간, 관심, 사랑이 남아돌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충실한 타인 돌봄을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더 많은 행복감을 느끼는 선순환을 이루게 됩니다.
그러니 열심히 타인 돌봄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허하고 외로운 분들은 자기 돌봄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부터 꼼꼼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어디엔가 구멍이 뚫려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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