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P 상담을 하다 보면 분노 조절을 못하는 내담자를 의외로 자주 만나게 됩니다. 가장 많이 보고되는 대상은 직장 상사이나 오래된 문제인 경우 가족과 지인 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 대해서도 분노 조절이 잘 안 되어 대인 관계 문제가 심화된 상태에서 상담실을 찾게 됩니다.
MMPI-2처럼 구조화된 자기 보고형 질문지를 활용하면 Anti-Social Personality Problem이 있는 사람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변별이 되나 성격 문제가 아닌 경우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 난감하죠. 그럴 때 점검해야 하는 point를 정리해 봤습니다.
상담자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가장 나중으로 미뤄야 하는 건 바로 '분노 조절 프로그램'입니다. 분노를 수용하든, 발산하든 간에 특정한 기술이나 기법을 활용해 접근하는 모든 프로그램은 상담 초반에는 거의 대부분 효과가 없습니다. 분노 조절 프로그램의 효과는 내담자에게 내재된 혹은 내담자가 느끼는 분노의 원인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혀지고 이를 내담자가 정확하게 인지한 상태에서만 발휘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분노 조절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상담자라고 해도 맨 뒤로 미루는 것이 낫습니다. 그게 급한 게 아니에요.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부분은 이
내담자의 좌절된 욕구가 무엇인지 찾는 겁니다. 상당수의 분노는 욕구 좌절에서 비롯되거든요. 다만 제발로 상담을 받으러 찾아왔을 정도로 오래된 문제라면 상당히 반복적으로 좌절된 욕구일 수 있으니 꽤 먼 과거까지 탐색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로 고려할 부분은
아버지와 내담자의 관계 양상 탐색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버지 상에 대한 동일시 정도와 권위적인 존재에 대한 가치관 탐색입니다. 이건 좌절된 욕구 탐색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는데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반복적으로 좌절되어 분노가 쌓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담자가 이미 가정을 꾸려 자식을 낳았다면 자녀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친부와 맺은 관계 양상이 대물림되어 자신의 자식과 동일한 관계 맺기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죠.
모든 내담자에게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면 저는 분노 폭발 문제를 호소하는 남성 내담자가 아버지와 따뜻한 애착을 형성한 걸 아직까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분노 폭발 문제로 상담을 받으러 온 남성 내담자의 경우는 일차적으로 아버지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살펴 봅니다.
세 번째로 고려할 부분은
paranoid tendency와 행동화 경향성이 모두 강한 사람입니다. paranoid하기만 하다면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 의도를 오해하고 왜곡해 지각하더라도 분노를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고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수동-공격적으로만 대응하는데 비해 유독 행동화 경향성이 강한 내담자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paranoid한 내담자에 준해서 상담해야 합니다(
'paranoid한 내담자 상담하기' 참고). 물론 paranoid한 내담자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MMPI-2와 같은 도구에 의해 그리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paranoid한 경향성이 의심되는 내담자는 미루지 말고 선별 평가를 실시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분노 폭발을 호소하는 내담자의 분노를 발산하겠다고 맹목적으로 분노 조절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건 거의 대부분 효과가 없습니다. 대개는 시간을 벌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고 그마저도 한시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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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에서 수가 문제로 많이 두들겨 맞는다고 요새 울상이지만 다른 과에 비해서는 아직도 멀었습니다. 그동안 비급여 수가로 잘 먹고 잘 살았지요.
약물 치료 부분은 제가 잘 모르니 심리평가 부분에서 환자/피검자를 등쳐먹는 대표적인 몇 가지 경우를 고발할까 합니다.
검사 비용을 일정 수준 맞춘다는 명목 하에 환자를 등쳐먹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전혀 엉뚱한 급여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검사 내용이 중복된 비급여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입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환자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무리하게 시킴으로써 환자의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고 그러면서도 그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아주 악랄한 짓입니다.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
첫째, 엉뚱한 급여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작년 4월에 포스팅 한
'전두엽 관리기능 검사(EXIT)를 모든 피검자에게 실시한다고?'에서 이미 말씀드렸는데 급여 검사이기는 하지만 그 환자에게는 불필요한 검사를 추가하는 것이지요. EXIT의 경우는 전두엽 기능을 측정하는 검사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전두엽 기능을 측정해야 하는 특정 장애가 의심되지 않는 한 실시해서는 안 됩니다. 환자들이야 심리검사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니 병원에서 해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하는 것으로 알고 비싼 검사비를 부담하지만 아는 사람이 보면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는 것이죠. K대 병원에서 이런 짓을 많이 하는데 거기에서 수련받고 갓 전문가가 된 supervisor가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 소문을 최근에 들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자기가 배운 그대로 검사 battery를 구성하고 있다면 무능한 supervisor일 것이고, 알면서도 그런다면 임상가로서의 자질이 없는 형편없는 인간이죠.
둘째, 내용이 중복된 비급여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입니다. 주로 자기 보고형 질문지를 추가하는 방식을 씁니다. 자기 보고형 질문지는 초진을 보고 검사 예약을 한 뒤 집에서 작성해 오도록 미리 줄 수 있어 환자의 불평이나 의심을 줄이는 효과도 있죠. 착취당하는 것도 모르고 심리평가비가 비싼데 이것 저것 하게 해 준다고 좋아하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_-;;; 예를 들어 MMPI-2만으로도 충분한 것을 우울 관련 질문지인 BDI, CES-D, HAM-D 질문지를 몽땅 시키는 방법(이 검사지들이 급여 검사에 추가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수련받을 때에는 모두 비급여 항목이었습니다)을 씁니다. 게다가 구조화된 면담을 실시한다고 하면서 이마저도 몽땅 검사 비용에 포함시키는 곳도 있습니다. 이 방법은 연구를 많이 하는 종합병원급 병원에서 많이 사용하는데 제약 회사의 fund나 국책 과제의 연구비를 받는 연구를 수행하면서도 연구 자료는 자료대로 모으고 이 때 발생한 검사 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하는 파렴치한 짓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이 두 가지 방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병원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주 일반화된 방법이고 두 가지 방법을 한꺼번에 사용하는 정신과도 꽤 됩니다.
심리평가에 포함된 심리검사 도구의 수가가 현실화되지 않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힘을 합쳐 정부와 싸울 일이지 그게 귀찮고 힘들다고 병들고, 돈 없는 환자의 등을 칩니까?
덧. 조만간 월덴3에 심리평가에 포함된 검사 도구와 비용의 적절성을 익명으로 심사하는 신고 센터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병원과 임상심리학자들이 대오각성하지 않으면 소비자인 환자/피검자를 통해 단매를 치겠습니다. 나중에 손해배상 청구소송 당하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정신차리기 바랍니다.
덧2. 최근에 제가 자꾸 정신과와 임상심리학계의 실태를 고발하는 포스팅을 하는데 이니셜로 표시할 때 정신차리기 바랍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점점 표시하는 강도를 올릴 예정이니까요. 이미 법적 자문을 위한 변호사도 확보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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