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소척도에서 비슷해보이지만 같은 듯 다른 듯 헷갈리는 척도 중 하나가 '자기 비하'와 '자기 회의' 소척도입니다.
우선 각 소척도의 공식적인 해석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 자기 비하(DEP3, A-dep2) : 부정적인 자기 개념, 쓸모 없고 무력하다고 느낌. 자신의 능력에 대해 과도하게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음. 죄책감과 무가치감을 느낌
* 자기 회의(LSE1, A-lse1) : 부정적인 자기 개념,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음. 부적절감을 느낌.
자기 비하(Self-Depreciation) 척도는 Ben-Porath & Sherwood가 1993년에 분류한 척도 중 하나로 자기 불만족, 죄책감, 부정적인 자기 개념을 측정하며 높은 점수는 죄책감, 무력감, 무망감, 후회, 쓸모없는 느낌, 무가치함을 느끼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자기 회의(Self-Doubt) 척도 또한 Ben-Porath & Sherwood가 1993년에 분류한 척도 중 하나로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측정하며 높은 점수는 자기 자신의 총체적 정체성을 부정적으로 느끼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자기 비하는 Self-Depreciation이라는 원어의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기 자신에 대한 가치가 하락했다고 느끼는 겁니다. 자신의 능력이 모자라거나 감소했기 때문에 쓸모없는 인간이 되었다고 생각하는거지요. 자기 효능감이 붕괴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자기 회의는 Self-Doubt라는 원어의 의미대로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 자체를 의심하고 부정적으로 지각하는 겁니다.
따라서 수검자가 수행 실패를 자신의 무능력으로 귀인한다면 자기 비하 척도가 상승할 것이고 자신의 무가치한 존재 문제로 귀인한다면 자기 회의 척도가 상승할 겁니다. 이 두 척도는 상관이 높기 때문에 대개는 함께 상승하지만요. 만약 자기 비하 척도만 상승한다면 자신을 무능력자로 지각하는지 확인해 보시고 자기 회의 척도만 상승한다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폄하하는지 확인해 보세요.
위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기 비하 내용 소척도 : 자신의 능력에 대한 부정적 자기 개념
* 자기 회의 내용 소척도 :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부정적 자기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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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2015년 4월 10일의
'부모가 자녀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 3가지' 포스팅에 기반하여 내담자가 호소하는 문제의 원인을 추론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정리한 것입니다.
당시 저는 부모가 자녀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 3가지로
1. 버리겠다는 협박
2. 상처받은(실패한) 자녀 탓하기
3. 편애의 노출
을 들었습니다. 이 3가지 부모의 실책은 워낙 중요하기도 하고 또 상담 현장에서는 너무나 흔히 만나게 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상담자는 내담자의 어떤 문제를 봤을 때 이 3가지 원인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할까요?
* 버리겠다는 협박 : Rejection Fear
: 대인 관계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 중에 버림받는 것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른이 되고 난 이후에도 어릴 때의 경험(실제가 되었든, 가상의 위협이 되었든 간에)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을 것을 두려워하고 버림받지 않기 위해 과도한 착취를 감수하는 등 희생으로 인한 고통을 받습니다.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는 연약한 어린 아이일 때 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음으로써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춘 어른이 되어서까지도 계속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떨게 된 것이죠.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불평등한 대인 관계 상황을 참고 있는 내담자가 있다면 어렸을 때 primary caretaker로부터 버리겠다는 협박을 받고 이로 인한 정신적 외상을 입은 건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 상처받은(실패한) 자녀 탓하기 : Basic Trust
: basic trust는 성과나 결과에 의해서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만으로 수용되고 인정받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할 때 형성되는 것이죠. 바꿔 말하면 나름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결과적으로 실패했을 때 그 결과에 대해 비난을 받게 되면 과정이나 노력이 아닌 결과에만 집착하게 되고 결과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는 결과 지상주의에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부모의 의도야 당연히 조금 더 열심히 노력하기를 바라는 것이겠지만 문제는 그런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실패한 결과에 대해 비난받은 자녀는 자신이 존재만으로 사랑받고 수용될 수 있다고 믿지 않으며 그 당사자가 무려 자신을 낳아준 부모이므로 나중에는 그 어떤 사람의 말도 온전히 믿지 못하게 됩니다.
* 편애의 노출 : Low Self-esteem
: 자기 혼자 독점하던 사랑을 새로 태어난 동생에게 빼앗기고 그것도 모자라 동생을 돌보도록 강요받는 경험을 하거나 외모, 성적 등 자기가 따라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한 수행을 보이는 형제자매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건 누구에게도 기분 좋은 것은 아니지만 부모가 다른 형제자매를 자신보다더 사랑한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받는 상처는 결코 작은 게 아닙니다. 특히 부모가 편애를 할 때의 이유란 게 대부분 외모, 기질, 성품처럼 개선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뛰어난 성적처럼 따라하기 매우 어려운 것들이 많기 때문에 사랑을 받지 못한 자녀에게 큰 상실감과 좌절을 맛보게 합니다. 이런 편애가 지속되면 당사자는 자신이 원체 못났으며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는 자기 비하, 자기 회의적 사고와 무력감에 빠지게 되어 객관적으로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발휘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해하기 쉽도록 부모가 자녀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3가지 행동과 상담에서 내담자가 흔히 호소하는 문제를 짝지어서 설명했지만 자세히 보면 rejection fear, basic trust, low self-esteem 문제는 서로 연관되어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존감이 낮은 내담자가 외동이라면 부모가 편애의 노출이 아닌 실패한 자녀 탓하기를 했을 수도 있습니다. 실패에 대한 반복적인 과도한 책망도 낮은 자존감 형성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까요.
부모의 잘못된 행동과 내담자가 보이는 문제가 일 대일로 대응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내담자가 어떤 문제를 호소했을 때 이러한 영역들을 점검해 보는 게 필요하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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