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병의 특징이기 때문에 치유가 어려운 겁니다. 바꿔 말하면 도박자가 자발적으로 단도박 모임에 나가거나 전문기관에서 상담을 받기 시작하면 이미 치유가 시작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도박 중독 뿐 아니라 모든 중독의 공통점이기도 한 문제 부정(또는 부인)은 임상가들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고 치유 과정에서 중요한 관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막상 치유가 시작되면 도박자나 상담자 모두 마음을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해서 항상 순방향으로만 진행하라는 법이 없습니다.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뒤로 퇴보하거나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거든요.
특히 치유가 순조로워서 단도박 상태를 비교적 쉽게 유지하고 도박으로 인해 발생한 여러가지 문제들에 쉽게 대응하게 되면 전에도 한번 말씀을 드린 것처럼 자만심과 싸우는 것이 오히려 핵심 문제로 부상하게 됩니다.
단도박 모임을 나가면서 자신감이 붙고 상담에도 익숙해져서 웬만한 도박 충동에도 끄떡없거나 도박 충동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수준이 되면 이제는 혼자서도 충분히 도박을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만심이 머리를 들게 됩니다.
그러면 단도박 모임과 상담에 지각하거나 개인적인 일 핑계로 한번 두번 빠지게 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말도 없이 나오지 않게 됩니다.
물론 단도박 모임의 협심자나 상담자가 챙기기는 하지만 공교롭게도 연락이 되지 않거나 하면 연결 고리가 완전히 끊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겁니다.
가족의 중요성이 이 시점에서 부각되는데
상담에 빠진 것 자체를 문제삼지 말고 상담자와 충분히 상의하여 합의 종결하였는지를 물어보고 그렇지 않다면 상담을 그만두더라도 반드시 상담자와 합의하여 공식적으로 종결하도록 도박자를 설득하세요.
공식적으로 합의 종결하지 않으면 연결 고리가 끊겼기 때문에 혹시 재발하더라도 도박자가 다시 상담을 재개하기가 매우 어렵고 대부분의 경우 치유 과정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중단한 것이기 때문에 도박자가 스스로 도박 충동을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소위 말하는 '불완전한 회복' 상태에서 그만두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 상담을 그만 받더라도 반드시 상담자와 상의하여 합의 종결할 수 있도록 점검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공적인 치유를 위해 가족이 꼭 챙겨야 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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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는 기본적으로 충동성과 조급함 때문에 치료 기간을 줄였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만 좋아지는 속도에는 분명히 개인차가 있습니다.
자신에게 도박 문제가 있음을 마음 속 깊이 받아들이고 도박을 그만해야겠다고 결정한 경우는 대개 상당히 빨리 좋아지는 반면 자신에게 도박 문제가 없다고 계속 부인하는 경우에는 치료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그런데 빨리 좋아진다고 해서 안심할 수만은 없는 것이, 빨리 좋아진 도박자가 더 쉽게 도박에 다시 빠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 상, 빨리 좋아진 도박자가 더 쉽게 도박에 빠지는 이유는 딱 하나뿐입니다.
바로 자만해서 그렇습니다.
'별다른 금단 증상도 없고 도박 생각도 더 이상 나지 않는 것을 보니 이제 도박 중독이 다 치료되었나 보다'하는 생각이 조금씩 발전하여 나중에는 '이제는 자제력도 충분히 생긴 것 같으니 예전처럼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나 자신을 통제하면서도 적절히 즐길 수 있을거야'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는 것이죠.
도박을 두려워하지 않고 우습게 보는 그 자만심 때문에 빨리 좋아진 만큼이나 더 빠른 속도로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됩니다.
도박이 자신의 인생을 얼마나 처참하게 망쳤고 얼마나 돌아가게 만들었는지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도박이 자신의 손 안에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도박은 겉보기에만 약해 보일 뿐 또 다시 도박자를 갖고 놀면서 파멸의 늪으로 몰아넣을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겉으로는 아무리 좋아보일지라도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꼴이 되지 않으려면 평생 도박의 두려움을 상기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그것만이 살 길입니다.
도박을 이길 수 있다는 자만심을 가지는 순간 파멸의 시계는 작동을 시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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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박 모임(GA)에서 흔히 하는 말로 도박 중독을 100일 병이라고 합니다.
단도박 기간 100일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죠.
금단 증상도 심하고 도박 충동에 의한 유혹도 많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에게는 100일이 참으로 힘든 기간입니다. 그래서 GA에서는 단도박을 한 지 100일이 지나면 백일 잔치를 열어 100일을 넘겼음을 축하하고 다시금 의지를 다지는 행사를 합니다.
묘한 우연의 일치이지만 도박 중독을 치료하는 임상 현장에서도 100일을 의미있는 기간으로 생각합니다. 보통 현장의 치료자들이 치유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기는 상담 10회기입니다. 상담자가 내주는 과제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10회기를 빠짐없이 오면 보통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담을 열 번도 오지 못하는 내담자는 대개 재발의 위험성이 높고 조기 종결 가능성도 큽니다.
일주일에 한 번 상담을 한다고 했을 때 10회기는 70일 정도가 됩니다. 그런데 보통 상담일이 휴일과 겹치거나 내담자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상담 일정을 변경하거나 하기 때문에 10회기를 넘어서는 시점을 보면 대략 3개월 남짓 걸리게 됩니다. 거의 100일에 가깝죠. 그래서 도박 중독자에게 100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 치료자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어렵다는 100일만 지나면 도박 중독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100일까지는 금단 증상과 유혹에 맞서 자기만의 힘든 싸움을 해야 하지만 100일이 넘어서게 되면 또 다른 싸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자만심과의 한판 대결입니다.
단도박 100일에 성공한 도박자는 일반적으로 상당한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이제는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유혹을 당해도 쉽게 이겨낼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사실 100일이 지난 도박자는 이제 겨우 자리를 털고 일어난 병자와 다를 바 없습니다. 섭생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고 체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죠. 전혀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닙니다.
도박 중독을 1년 병이라고도 하는데 100일이 지난 도박자 중에도 1년을 넘지 못하고 무너지는 사람이 꽤 되기 때문입니다.
100일이 지난 시점에서 1년이 되기까지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바로 자만심입니다. 나는 이제 도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 자만심 말입니다.
특히 초기에 빨리 단도박 환경을 조성하고 자제력을 회복한 도박자가 이 자만심에 의해 재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최소한 1년은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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