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12/14 [북 크로싱] 죽은 자의 집 청소(2020)(국민 도서관에 보관 중)
- 2023/12/10 [서적] 죽은 자의 집 청소(2020) (8)
- 2021/04/22 반사회성 성격 장애의 자살 위험성 : 상담자용 (2)
- 2020/09/06 죽지 않게 하려고가 아니라 살게 하려고 상담하라 (10)
- 2018/01/16 [북 크로싱] 돌이킬 수 없는 결정, 자살(Suicide: The Forever Decision, 1992)(국민도서관에 보관 중)
- 2018/01/14 돌이킬 수 없는 결정, 자살(Suicide: The Forever Decision, 1992) (4)
- 2015/10/01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AMPQ-II)의 이해 (7)
- 2015/03/01 [만화] 자살토끼(The Book of Bunny Suicides, 2003) (2)
- 2014/04/22 세월호 침몰 사건을 지원하는 임상가들이 읽으면 좋은 서적 소개 (12)
- 2014/02/21 MMPI-2 내용 소척도로 '비전형적인 자살 위험성' 평가하기 (8)
- 2014/01/26 왜 나는 늘 허전한걸까(2013) (4)
- 2012/09/27 왕따의 유형 (4)
- 2012/07/15 자살하고 싶을 때 : 자살의 인지치료(Choosing to Live, 1996)
- 2011/11/25 [심리치료] 자살 위험 내담자의 고통을 분리시키는 질문들
- 2011/11/23 [심리치료] 자살 위험 내담자의 상담 전략 (2)
- 2011/11/17 [심리치료] 자살 위험 내담자를 대하는 상담자의 자세
- 2011/11/12 [심리치료] 자살하려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7단계
- 2011/04/06 [북 크로싱] 2011년 4월 :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Counseling Suicidal People: A Theory of Hope, 2000)(국민도서관에 보관 중) (61)
- 2011/03/10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Counseling Suicidal People: A Therapy of Hope, 2000) (14)
- 2010/07/20 임상심리학자들이 피검자/내담자를 자살로 잃는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18)
- 2010/04/01 [북 크로싱] 자유죽음 : 삶의 존엄과 자살의 선택에 대하여(Hand an sich legen Diskurs uber den Freitod, 1976)(국민도서관에 보관 중) (18)
- 2010/03/31 [서적] 자유죽음 : 삶의 존엄과 자살의 선택에 대하여(Hand an sich legen Diskurs uber den Freitod, 1976) (4)
- 2008/10/08 최진실의 죽음과 관련해서 안타까운 일과 짜증나는 일
김완 작가의 '죽은 자의 집 청소(2020)'를 북 크로싱합니다.
저자가 특수청소업체를 운영하면서 만난 다양한 죽음에 대한 소회와 느낌을 담담하게 풀어내는데 시인 출신(?)이어서인지 글솜씨가 굉장히 좋습니다.
소개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타인의 불쌍한 죽음을 전시하지도 않고, 타인의 불행한 죽음을 보면서 삶의 가치를 되새기라고 강요하지도 않으며, 무엇보다 자기 멋대로 망자의 생각과 마음을 지레짐작하지 않아서 정말 좋았던 책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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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죽습니다. 하지만 혼자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1) 고독사(요즘은 고립사라는 말을 쓰자는 분위기더군요), 2) 자살, 3) 살해당하는 경우. 이 세 가지 죽음의 공통 문제는 빨리 발견되지 못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유기체의 당연한 귀결인 부패로 인해 아무나 수습을 하기 어려운 상태가 됩니다. 이를 책임지는 것이 특수청소업 종사자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김완 작가는 대학에서 시를 전공했고 전업 작가로 살다가 일본에 살면서 경험한 개인적인 일로 인해 특수청소업 회사를 설립하고 '죽은 자의 집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정해진 결말이지만 그 순간이 다가오기 전까지는 가능하면 생각하고 싶지 않고 미뤄두고 싶은 마지막 이벤트입니다. 하물며 쓸쓸이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그들의 마음에 귀 기울입니다.
자살 직전에 분리 수거를 다 해놓고 떠난 사람, 자살 전에 자신의 흔적을 지우는 가격을 문의한 사람, 매일 죽네사네 싸웠지만 함께 저 세상으로 떠난 부부...
저자가 타인의 불쌍한 죽음을 전시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타인의 불행한 죽음을 보면서 삶의 가치를 되새기라고 강요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자기 마음대로 망자의 생각과 마음을 지레짐작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만 담담하게 말해줘서 좋았습니다.
제 직업이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제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읽는 이마다 달리 받아들이겠지만 확실한 건 정말 울림이 큰 책이라는 겁니다. 꼭 읽으세요. 이 책을 놓치면 큰 실수하시는 겁니다.
덧. 저는 우리나라 사람이 저자인 모든 문화 상품에 깊은 불신과 뿌리깊은 혐오를 갖고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중국, 일본, 한국으로 대표되는 동북아 3국에 대한 편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중국은 무례하고 일본은 음흉하며 한국은 중간에서 이 두 가지 악덕을 모두 갖고 있지만 정이라는 포장지로 잘 감추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부러 외면하려고 애쓰지만 우연히 엿보게 된 화려한 무대 뒤의 추악한 민낯처럼 제 편견을 입증하는 상황들을 접할 때마다 인간에 대한 혐오로 토악질이 나올 것 같아서 우리나라 문화 상품을 접할 때는 아주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고 그렇기 때문에 정말 가끔 제 예민하기 짝이 없는 거름망을 통과한 괜찮은 영화, 음악, 책 등을 만나면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올해 만난 우리나라 저자의 책 중 단연코 첫 손을 꼽을 작품입니다. 내용도, 문체도, 하다 못해 작가의 성품까지도요. 언제든 다른 작품을 내 주시면 꼭 다시 읽고 싶습니다.
덧. 이 책은 국민 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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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성격 장애에 비해 반사회성 성격 장애는 상담 현장에서도 보기 쉽지 않습니다. 성격 역동의 특성 상 기능이 좋은 반사회성 성격 장애는 다른 사람을 착취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상담을 받으러 오지 않거든요. 하지만 기능이 좋지 않은 반사회성 성격 장애는 다릅니다. 최근에 기능이 좋지 않은 반사회성 성격 장애 케이스를 보게 된 참에 정리를 해 봅니다.
기능이 좋지 않은(단순히 지능이 낮다거나 사회 부적응 문제가 있다거나 하는 말이 아니라 심리 상태가 불안정할 정도로 damage를 입은 경우를 말합니다) 반사회성 성격 장애가 (자발적으로든 비자발적으로든) 상담을 받으러 왔을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뭘까요?
바로 자살 위험성입니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반사회성 성격 장애의 자살 위험성은 의외로 굉장히 높은 편이고 자살 시도를 했을 때도 성공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이를 다른 B군 성격 장애의 양상과 비교해 보겠습니다.
연극성(HLH) 성격 장애는 가장 중요한 역동이 최대한의 관심을 끌어내는 것입니다. 게다가 위험회피기질도 낮아서 두려움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자살 시도 빈도는 가장 높고 자살에 대한 보고도 많지만 대개는 제스쳐(gesture)에 그칩니다. 왜냐하면 자살 시도의 의도 자체가 죽음으로 고통을 끝내려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의 관심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얼핏 보기에는 가장 위험해 보이지만 사실 상 자살 위험성은 가장 낮은 편입니다.
이에 비해 자기애성(HMH) 성격 장애는 자기애 상처(Narcissistic Injury)의 고통을 둔화시키려고 자살 시도를 합니다. 일반적으로 자기애성 성격 장애는 평소 죽음에 대해 숙고하지 않지만 자기애 상처를 심하게 입은 경우 이 상처를 곰씹는 것보다는 자신을 해함으로써 고통을 견디는 것이 더 낫다고 믿기 때문에 자해를 하는 빈도가 높고(연극성 성격에 비해서도 자해 심각도가 높은 편입니다) 자살 시도까지 연결되는 경우는 죽으려는 의도가 없음에도 선택하는 도구의 치명도(fatality)가 높기 때문에 자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연극성 성격이 손목을 긋는다면 자기애성 성격은 목을 긋는 식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도가 지나쳐 사망하는 경우이죠.
마지막으로 반사회성(HLL) 성격은 연극성이나 자기애성과 달리 사회적 민감성이 낮은 유형이므로 다른 사람을 개의치 않습니다. 반사회성 성격이 자살을 고려하는 이유는 자신의 평판과 명예, 지위가 추락하는 걸 참지 못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살 도구도 가장 치명적인 걸 택하기 쉽고 다른 사람의 이목을 고려하는 다른 B군 성격과 달리 사후에 자신이 자신이 어떻게 보이든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목을 매거나 투신처럼 육신의 손상 정도가 큰 방법을 택하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자살 위험성을 기준으로 대략 순위를 매기면,
반사회성 > 자기애성(수동-공격성) > 연극성 순이 됩니다.
그러므로 B군 성격인 내담자를 상담하실 때는 겉으로 느껴지는 느낌과 자살 위험성이 반대 방향이라고 가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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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워낙 자해(Non-Suicidal Self-Injury)가 유행이기도 하고 정서행동특성평가에서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의뢰되는 청소년들도 많다 보니 내담자들의 자살 가능성에 예민해진 상담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supervision 때 자살 위험성 평가나, 자살 예방 상담, 자살 방지 대책에 대한 질문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런데 질문의 요지를 정리해보면 '내담자가 과연 자살을 시도할까요?', '내담자가 안 죽게 하려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가 감당할 수 없는 내담자인 것 같은데 병원에 입원시키는 게 좋을까요?', '내담자가 죽으면 어떡하죠?'처럼 내담자가 죽게 되었을 때의 충격과 공포를 감당하지 못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묘책을 물어보는 선생님들이 굉장히 많더군요.
상담을 오래 하다보면 내담자를 잃는 경험을 하게 마련입니다. 이건 상담자의 숙명과 같은 것이어서 피하려 노력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아직까지 그런 경험이 없다고 안도할 일도 아니고, 반대로 자주 경험한다고 해서 익숙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저도 2009년에 제 내담자를 잃은 이후 그 여파가 굉장히 오래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임상심리학자들이 피검자/내담자를 자살로 잃는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포스팅 참조). 그 이후로 자살과 관련된 공부도 많이 했고 상담자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도 정리해서 연속으로 포스팅을 하기도 했죠.
자살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상담에 의뢰된 내담자를 상담할 때 많은 상담자들이 내담자를 죽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걸 자주 봅니다. 그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내담자를 더 절망에 빠뜨려서 의도와 반대로 죽음의 길로 인도하게 되기도 합니다.
무게감이 같지는 않지만 제가 주로 했던 도박 중독 상담의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가족들은 도박을 끊게 하려고 중독자를 데려오고, 상담자 역시 중독자를 망가뜨리는 도박을 멈추게 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합니다. 그러니까 도박을 못 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알고 보면 그게 효과적인 방법도 아니지만 설사 도박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해도 그 다음은요? 한 때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던(그렇다고 믿었던) 도박을 빼앗긴 도박자에게는 무엇이 남죠? 도박을 멈추는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도박을 멈추지 않고서는 도박 중독 치유가 끝나지도 않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도박을 멈추게 하려는 모든 노력이 중독자가 아닌 주변인의 관점에서 본 접근법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다시 자살 위험성 문제로 돌아와서 내담자가 자살을 이야기할 때 내담자를 죽게 내버려두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가족도, 상담자도, 하다못해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학교, 군대, 회사 등 조직조차도 내담자의 자살은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작 내담자는 어떨까요?
내담자가 왜 죽고 싶을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공통된 이유 중 하나는 살아야 할 희망이 없다고 느껴서입니다. 살 희망을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벌려면 일단 죽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려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자살방지서약서 작성을 요청하고, 자살 위험성이 있으면 비밀보장을 할 수 없으니 부모에게 알릴 수 밖에 없다며(내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나를 죽지 않게 하는데만 골몰하는 상담자를 보면 내담자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라 죽어서는 안 될 이유를 찾으려는 상담자를 보면 든든하고 의지가 되고 상담자를 한번 믿어보겠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살아보려는 마음을 먹게 될까요?
도박을 그만두더라도 어떤 행복한 삶이 가능할지를 함께 찾아보는 상담자를 도박자가 원하듯이, 자살하고자 하는 내담자는 자신이 살아있어야 할 이유를 찾기 위해 애쓰는 상담자를 더 미덥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상담자의 그런 노력이 역설적으로 내담자의 생존 확률을 높입니다.
그러니 내담자를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죽느니만도 못한 삶을 어떻게든 연명하게 하는 방법이 아니라) 살게 하기 위해, 삶이 어떤 기쁨과 희망을 줄 수 있을지 내담자가 깨달을 수 있도록 무엇을 해야 할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결국 우리는 죽지 못해 사는 게 아니라 살아있어서 행복하다는 걸 (매 순간) 느끼기 위해 살고자 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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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예방 분야의 권위자인 Paul G. Quinnett의 '돌이킬 수 없는 결정, 자살(Suicide: The Forever Decision, 1992)'을 북 크로싱합니다.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내담자를 만나는 임상가에게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가 있다면 실제 자살을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서는 이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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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YES24
자살은 당사자의 소중한 목숨과 미래를 앗아가는 치명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남은 사람들(가족, 지인들)과 이들을 만났던 정신건강분야 관련자들에게도 큰 충격과 지우기 힘든 상처를 남깁니다.
분야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평생 임상/상담 분야에 몸을 담는다면 환자/내담자를 자살로 잃는 경험을 피하기는 쉽지 않고 그래서
이 책을 읽으라고 추천드렸던 것이고요.
오늘 소개하는 '돌이킬 수 없는 결정, 자살'과 2011년에 소개드렸던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 모두 자살 예방 분야의 최고수인 Paul G. Quinnett이 썼습니다.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가 임상가를 위한 전문적인 서적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실제로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 씌여졌습니다.
정리해 보자면,
* 돌이킬 수 없는 결정, 자살 -> 자살을 고민하고 있는 당사자용
*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 -> 임상가용
단순히 자살을 하면 안 된다며 무턱대고 말리는 내용이 아니라 자살의 여러가지 측면에 대해 충분히 고민할 수 있도록, 그 고민을 통해 소중한 시간을 벌 수 있도록(자살 충동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간과하기 쉬운 내용까지 꼼꼼히 챙겨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자살 시도에 실패한 사람들, 자살에 성공하면 남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 자살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자살 숙고자/시도자들을 만나 그들의 목숨을 구하는데 일생을 바쳐온 전문가의 노하우와 진심이 담겨 있는 책입니다.
시기 상으로는 이 책이 먼저 나왔고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가 나중에 나왔는데 대상자가 읽어야 하는 책을 먼저 쓰고 나중에 임상가용으로 다시 정리한 것 같습니다. 제가 '왜 우리는 도박에 빠지는 걸까'를 먼저 쓴 것과 같은 이유죠. 앞으로 도박 중독 치료자를 위한 책을 쓰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요. :)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도 좋은 책이지만 이 책은 당사자를 위해 쓴 책이라서 그런지 더욱 잘 썼습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곳이 없는 책이에요.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자살을 고민하고 있는 분께 딱 한 권의 책만 권할 수 있다면 이 책을 드리고 싶습니다.
닫기* 사람들이 목숨을 끊는 것에 대해 생각할 때, 일반적으로 그들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지 못합니다. 자살하려는 사람 대부분이 우울하고 명확하게 사고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알 것은 다 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살은 영원한 해결책이고 돌이킬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사실을 고려한 다음에 결정을 내려야만 합니다. 내 말은 모든 요인을 다 고려해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결국 자살을 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에게 배운 것 중 하나는 이들이 일단 결심을 하고 나면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 자살을 하고 싶은 분들은 지금 당장 1분만 시간을 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언제부터 나는 자살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을까?”,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자살로 죽은 사람이 있는가?” 이 질문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자살로 죽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누군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배웠다는 사실입니다.
* 당신이 처한 비참한 현실을 당신이 아는 누군가와 비교하여 그가 자살을 할 만했다면 나도 할 만하다고 마음먹지는 않았습니까? 만일 당신의 대답이 ‘그렇다’라면 나는 당신에게 간단한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당신의 인생, 당신의 문제, 당신의 고통이 정말로 그들의 것과 똑같습니까? 당신이 그 사람과 똑같은 위기를 겪고 있고 그 사람과 똑같은 사람입니까?“
*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가 할 일은 당신에게 다른 대안을 고려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당신이 정말 죽기를 원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살을 고려했던 대부분의 사람이, 기분이 차츰 나아지고 위기가 지나가면서 조만간 살고 싶어 할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것을 알기 때문에 그들이 도움을 거부하더라도 시간을 좀 주려는 것입니다. 이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 우리 중 누구도 죽음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죽음(우리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 되는 것보다 삶(우리가 아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 되기가 더 쉽습니다. 우리가 자신의 죽음을 직면했을 때에야 비로소 죽음이 더 이상 그럴듯한 것으로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 혼자인 것과 외로운 것 사이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당신이 어디에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당신 주변의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그들과 어떻게 말하는가, 그들이 당신의 말을 어떻게 듣는가, 그리고 그들이 당신에 대해서 무엇을 아는가 하는 것입니다. 요점은 혼자라는 것이 우리의 적이 아니라, 혼자인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적이라는 겁니다. 우리 모두는 외로움을 견디는 방법이 아니라, 그것을 즐기고 그것에서 배워 성장하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만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입니다.
* 한번은 아주 우울한 젊은이에게 뭔가 불안하냐고 물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아니요, 너무 우울해서 불안할 수도 없어요”
덧. 이 책은 저도 소장하면서 가끔 참고해야 하기 때문에 새 책으로 북 크로싱하겠습니다.
덧2. 디자인이 구리기로 유명한 학지사에서 나왔기 때문에 역시나 디자인은 눈을 돌리게 만들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책이 좋은 책이라는 사실이 달라지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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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에 대해 알고 싶으시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간한 manual을 보시는 게 좋습니다만(사실 제대로 공부하려면 그래야 하지만), 내용이 너무 방대한데다 현장 임상가에게는 불필요한 내용도 많기 때문에 아주 간략하게 핵심만 요약을 해 봤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간한 manual 전문이 필요한 분들은 이 링크(
클릭!)에서 다운로드 받으세요. 2010년에 발간한 manual이라 현재는 검사에 대한 명칭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참고하세요.
* 대상
- 초등학교 1~4학년 : 아동 정서행동특성검사지(CPSQ) 실시
- 중고생 : 청소년 정서행동특성검사지(AMPQ-II) 실시
* 실시 절차
- 1차 선별 검사 : CPSQ 또는 AMPQ-II 실시
- 2차(3차) 선별 검사(심층 평가)
-> 내재화 : 우울(CDI/BDI), 불안(SAIC/BAI)
-> 외현화 : ADHD(RS-IV/CASS), 반항/품행문제, 충동성(DIS)
-> 자 살 : BECK, SIQ
: 2차 평가 이상에서는 전문가가 실시하는 대면 검사를 곧바로 실시하는 게 더 낫습니다. 2차 선별 검사에 포함된 자기 보고형 검사 도구들이 별로 신뢰롭지 않거든요. 또한 주의군(위험군) 선별을 위한 과정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골든 타임을 놓칠 위험성도 있습니다.
* AMPQ-II에서 측정하는 문제
- 내재화 문제 : 정신증, 우울증, 기분장애, 불안, 신체화, 의존성, 식이장애, 학습이해
- 외현화 문제 : ADHD, 강박증, 비행, 품행장애, 성 문제, 대인 관계, 폭력 피해
* AMPQ-II의 다섯 영역
- 1요인 : 걱정 및 생각 (10문항)
- 2요인 : 기분 및 자살 (9문항)
- 3요인 : 학습과 인터넷 (5문항)
- 4요인 : 친구문제 (3문항)
- 5요인 : 규칙 위반 및 가해 행동 (4문항)
+ 위험문항 2문항 (자살 7번, 경련 19번)
* AMPQ-II의 절단점
- 중학생 남 : 학생총점 25점 이상(65T), 교사총점 11점 이상(70T)
- 중학생 여 : 학생총점 27점 이상(65T), 교사총점 10점 이상(70T)
- 고등학생 남 : 학생총점 32점 이상(65T), 교사총점 9점 이상(70T)
- 고등학생 여 : 학생총점 30점 이상(65T), 교사총점 7점 이상(70T)
-> 위험문항은 각 2점 이상
* AMPQ-II의 문제
1. Sensitivity가 너무 높아서 관심군에 속하게 되는 학생 수가 지나치게 많아 2차 선별검사를 담당하는 Wee 센터 등의 담당자 업무 부하가 많이 걸림. 특히 위험 문항에 2점 이상 체크하면 무조건 선정되는 부분이 큰 문제임.
2. AMPQ-II 자체의 문제는 아니지만 관심군에 속한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2차 선별검사에 포함된 자기보고형검사의 false-positive error가 높아 관심군에 속한 학생들이 주의군(위험군)에도 속할 가능성이 큰데 비해 평가에 걸리는 시간이 많이 걸림.
* 대안
: 1차에서 실시하는 AMPQ-II의 규준을 손 봐서 false-positive error를 줄이고 지나치게 높은 민감도를 낮춰야 함. true positive인 경우만 선발될 수 있도록 변별력을 높이고 대신 3단계 절차를 줄여서 1차 관심군에 속하게 되면 곧바로 대면 검사가 포함된 평가 과정을 거치도록 절차를 간략화 할 필요가 있음.
태그 -
ADHD,
AMPQ-II,
BAI,
BDI,
Beck,
CASS,
CDI,
CPSQ,
DIS,
false-positive error,
RS-IV,
SAIC,
Sensivity,
SIQ,
true positive,
WEE센터,
강박증,
걱정 및 생각,
경련,
관심군,
규칙 위반 및 가해 행동,
기분 및 자살,
기분장애,
내재화,
대인 관계,
반항/품행문제,
불안,
성 문제,
식이장애,
신체화,
외현화,
우울,
우울증,
위험군,
의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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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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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만화가 Andy Riley의 작품으로 출판되자마자 미국과 영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만화입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그 이후에 '돌아온 자살토끼', '자살토끼의 귀환' 등 후속작이 계속 나왔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표정한 흰 토끼가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이 나오는 독특한 만화입니다.
표지를 보시면 전원을 켠 토스터기에 들어가 있는 흰 토끼를 보실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타죽겠지요.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자살을 시도하는 토끼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표지의 만화는 강도가 좀 약한 편입니다.
이 만화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앤디 라일리가 역설적으로 자살에 대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죽음만을 연이어 보여줌으로써 삶이 얼마나 치열하게 계속되는지를 유머러스하게 풍자하고 있다는거지요.
개인적으로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 만화를 보면서 그걸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도 의심스럽고요.
물론 기발한 상상력이 빛을 발하는 몇몇 컷도 있습니다(그래서 간신히 별 하나로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의 만화가 끔찍한 죽음을 묘사하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데다 죽음 이후의 장면을 묘사하는 컷도 거의 절반 정도에 이르고 있어 더욱 참혹합니다. 그냥 죽음 직전의 모습만 그렸으면 조금 나을 수 있었는데 나중에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어떤 내용이 등장할지 겁이 나기까지 하더군요.
여러모로 작가의 머릿속이 궁금해지는 만화입니다.
하드고어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은 재미있게 보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별로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만 굳이 보겠다는 분은 북 크로싱해서 보세요.
덧2. 내용이 끔찍해서 그런지 하드커버 양장본인데도 7,800 원이라는 책값이 아깝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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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는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제대로 피어 보지도 못한 애꿎은 어린 생명들이 너무나 많이 희생되었습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고 그 악몽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고요.
총체적으로 무능한 대한민국은 세월호와 함께 동반 침몰 중입니다. 이런 나라에 과연 희망이 남아있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신상 변화도 있었고 세월호 침몰 사건이 너무나 마음 아파 거의 한 달 가까이 블로그를 방치했더랬습니다. 일반 언론은 더 말할 것도 없고 SNS도 가능하면 접하지 않으려고 했죠. 그렇게나 애써 피해다녔는데도 많이 힘들더군요.
그래서 지난 주에 임상심리학회에서 세월호 피해자 및 가족들을 지원하는 심리치료인력 모집을 한다기에 지원했습니다. 원래 제가 일하는 직장에서 먼저 도움을 주고 싶다고 생존자들이 입원해 있는 안산시 인근 병원에 직접 제안을 했습니다만 거절 당한 터에 임상심리학회에서 나서길래 지원했죠.
학회에서 지침과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것으로 예상하지만 저도 그렇고 PTSD를 만나는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가 아닌 분들은 이 엄청난 심리적 재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지 난감하실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참고가 될 만한 책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순서는 제가 생각하는 중요도 순입니다.
* 트라우마의 치유(관련 포스팅 http://walden3.kr/3150)
: Jon G. Allen 박사가 쓴 책으로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책 중 가장 comprehensive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 한 권 만큼은 꼭 읽으세요.
* 트라우마(관련 포스팅 http://walden3.kr/2713)
: Judith Herman이 쓴 트라우마 관련 명저입니다. 성폭력 피해와 관련된 PTSD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만 역시나 읽어두시면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트라우마의 치유와 함께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 상실 수업(관련 포스팅 http://walden3.kr/2130)
: 죽음 연구의 대가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여사의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자 유고작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읽은 유족과 관련자들을 상담하실 때 필요한 책입니다. 2000년에 나온
'인생 수업'(관련 포스팅 http://walden3.kr/1184)과 함께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관련 포스팅 http://walden3.kr/2508)
: 자살 관련 분야의 최고수 중 한 명인 Paul G. Quinnett이 쓴 책입니다. 생존자와 유가족 중 자살 충동을 느끼는 분들을 돕기 위해 필요한 책입니다.
* 그들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관련 포스팅 http://walden3.kr/2560)
: 언뜻 보면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 책은 생존 심리학 서적입니다.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생존자들의 심리나 재난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팁을 많이 얻으실 수 있을 것 같아 추천합니다.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생존하신 분들과 유가족의 빠른 치유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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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분위기가 점차 달라지고 있지만 아직도 임상현장이라면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상담 현장에서는 MMPI-2/A와 SCT를 갖고 일단 선별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담을 진행할 지, 병원 등에 의뢰해 종합심리평가를 추가로 실시할 지 결정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MMPI-2 결과 해석에서 자살 사고 척도(DEP4)만 유의미한 수준까지 상승하면 이 수검자의 자살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죠.
임상 척도, 재구성 임상 척도 뿐 아니라 DEP 내용 척도와 4개의 관련 소척도가 모두 상승했다면 해석이 그리 어렵지 않지만 간혹 임상 척도, 재구성 임상 척도, DEP 내용 척도, DEP4를 제외한 나머지 3척도 모두에서 의미있는 상승이 관찰되지 않을 때가 꽤 많습니다. 그러니까 자살 사고(Suicidal Ideation)를 반영하는 DEP4만 상승한거죠.
그런데 자살 사고 척도가 상승했다고 무조건 자살 위험성이 높아지는 건 아닙니다. 왜냐햐면 최근에 자살을 생각한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죽겠다고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죽고 싶을만큼 괴롭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자살 사고 척도가 상승한 수검자를 그냥 내비둬도 상관없냐 하면 그건 아니죠.
그래서 자살 사고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기준점 65T,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70T)까지 상승했을 때 함께 뜨면 자살 시도 가능성을 높이는 내용 소척도 몇 개를 정리해 봤습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각 소척도들이 포함된 내용 척도의 다른 소척도는 유의미하지 않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폭발적 행동(ANG1)은 의미있는 수준까지 상승해야 하고 성마름(ANG2)은 상승하지 않아야 조합 해석이 가능합니다.
* 폭발적 행동(ANG1)
* 염세적 신념(CYN1)
* 반사회적 행동(ASP2)
폭발적 행동(ANG1) 척도는 용어 그대로 폭발적 행동과 발끈하는 성질을 측정하기 때문에 함께 상승하면 충동적 자살 시도 위험성을 증가시킵니다. 손목을 긋는 등의 방식은 덜 위험하지만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달리는 차에 뛰어드는 등의 치명도(fatality)가 높은 방식을 택하는 경우 자살 성공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위험하죠.
염세적 신념(CYN1)은 사실 저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상승 조합입니다. 왜냐하면 이 척도가 측정하는 건 다른 사람을 이기적이라고 믿고 자신의 복리에만 관심이 있다는 내용이라서 오히려 자살 위험성을 낮출 것 같거든요. 하지만 경험적으로 CYN 내용 척도에서 대인적 의심(CYN2)가 의미없고 염세적 신념 척도만 상승했을 경우는 자살 위험성이 현저히 높아지는 걸 자주 봤기에 일단 주의하며 보자는 척도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척도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나 지지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상승 관계가 생기지 않았을까 추론하고 있습니다.
반사회적 행동(ASP2)은 반사회적 행동이나 법적 문제, 물질 남용 문제 유무를 측정하는 내용 소척도지만 경험적으로 이 척도 역시 상승하면 자살 시도 가능성을 증가시킵니다. 아마도 성을 잘 내고 충동적이고 쉽게 분개하는 특성을 측정하기 때문에 동반 상승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리해 보면 자살 사고(DEP4)척도가 의미있는 수준으로 상승하였을 때 폭발적 행동(ANG1), 염세적 신념(CYN1), 반사회적 행동(ASP2) 소척도가 모두 상승되어 있다면 충동적인 자살 시도 가능성을 염두에 두셔야 하고 좀 더 깊은 수준의 자살 위험성 평가를 하셔야 합니다.
이런 조합 해석 시 먼저 충족되어야 할 조건으로는,
1. 우울 장애 등 자살 위험성이 높은 전형적인 주요 장애가 아니어야 함
2. 위에서 언급한 4개의 내용 모척도와 다른 하위 내용 소척도가 모두 의미있는 수준으로 상승하지 않아야 함
덧. 이 포스팅은 내용 소척도만을 이용해 '비전형적인 자살 위험성'을 평가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기는 하지만 성격 병리 척도 중 DISC의 상승도 충동적인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척도이니 염두에 두고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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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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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전문가 조영은 선생님이 작년에 내신 책입니다. 일반적인 임상심리전문가와 달리 상담실에서 마음 아픈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으시고 치유에 대한 관심도 많은 분이어서 그런지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공감도 잘 되었고요.
이 책에는 저자가 상담하면서 만난 22명의 이야기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 담겨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충분히 각색되어 있고요.
Part 1은 사랑하는데도 외로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애착 문제, 각종 성격 장애, 기분 장애를 다루고 있고요. Part 2는 집착과 중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쇼핑 중독, 알코올 중독, 게임 중독이 등장합니다. 도박 중독도 있었다면 저로서는 더 재미있게 읽었겠지만 도박 중독자는 일반적인 상담 장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문제라서 게임 중독으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Part 3에서는 불만족과 완벽함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인해 삶이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었습니다. 거식증, 강박적 성격, 신체 변형 장애와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고요. 마지막으로 Part 4에서는 분노와 두려움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화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전환 장애, 자살 문제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정신 병리 문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쉽게 썼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이해하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을 정도입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임상심리학자들은 대개 심리평가를 통한 정확한 진단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조영은 선생님은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평소 그러한 문제의 원인 탐색과 해결 방안 찾기까지 염두에 두고 계시는지 똑같은 병리 현상을 보는 시각이 좀 남다릅니다. 그게 일반인 독자에게 어필하지 않나 싶은데요.
아쉬웠던 점을 딱 하나만 이야기 해 보자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례들 중에는 사실 일반 상담 현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심각한 병리적 문제가 많아서 자가 치유가 쉽지 않고 대부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각 문제에 대해 개인이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범위와 당장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수준을 변별하는 일종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으면 실제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의사 결정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부록에 전문가를 찾는 방법,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리스트를 상세하게 소개하셨지만 이 책을 그냥 재미삼아 읽는 사람보다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고 싶어 읽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이 책을 읽는 정도로 자신의 문제를 이 참에 해결해야겠다고 결정하는 계기가 될 것 같지는 않거든요.
임상심리전문가의 입장에서 새로운 정보가 기대보다 많지 않아 별 3개로 평가했을 뿐 어차피 일반인을 대상으로 썼다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별 평가때문에 좋은 책이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이미 현장에서 일하고 계신 전문가들에게는 권하지 않지만 현재 수련 중이거나 수련 예정인 임상/상담 전공자와 일반인들은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부록의 '심리학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블로그 리스트'에 월덴 3도 올라 있어서 깜놀했습니다. 이 바닥이 좁다고는 해도 조영은 선생님도 제 블로그를 아시다니... ^^
소울메이트 출판사에서 선물로 주셔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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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정 애착 유형인 사람도 안정 애착 유형인 연인을 만나면 애착 유형이 바뀌기도 하고 안정되고 행복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는 양가형과 회피형의 만남이다.
* 건강한 사람은 상담이나 정신과 치료를 전혀 받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제 발로 상담가를 찾는 사람이다. -> 절대 동감!
* 질투 망상의 경우에는 낮은 자존감과 배우자에 대한 깊은 열등감이 기반이 된다.
* 온라인 게임 자체가 가진 중독성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게임 중독에 빠지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현실에서 좌절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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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진단이 중요한 심리평가에서는 왕따는 Adjustment Disorder를 진단하기 위한 identifiable stressor로 작동하느냐, 그 정도가 PTSD로 진단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느냐 등에만 관심의 초점을 맞추지만,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접근방법을 찾아야 하는 심리치료와 상담 영역에서는 왕따를 임의로 구분하는 것이 유용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집단 따돌림(소극적 왕따)과 집단 괴롭힘(적극적 왕따)로 구분하는 것이죠.
집단 따돌림과 집단 괴롭힘을 동시에 당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지만 둘 중 어느 하나에만 국한된 경우 주로 당하는 왕따의 종류에 따라 아이들이 보일 수 있는 증상과 대처 행동, 치료적 접근 방법이 조금 다릅니다.
집단 따돌림의 경우에는 주로 사회적 철회(social withdrawal)가 일어나는 대신 고통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을 비롯한 주변의 지지 체계가 공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장기간 방치될 수 있고 적절한 개입의 시점을 놓칠 가능성이 큽니다. 지적 제한이 있거나 사회적 기술이 부족한 아이의 경우에는 집단 따돌림에 더욱 취약합니다.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아이는 부족한 지적 능력 및 사회적 기술, 의사소통기술 등을 보강하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집단 괴롭힘의 경우에는 집단 따돌림에 비해 아이가 겪는 고통감이 훨씬 더 두드러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게 눈에 띕니다. 고통감이 너무 심한 경우에 자해나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이 나타나기도 하고 일부 아이의 경우에는 집단 괴롭힘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다른 아이를 희생양 삼는 경우도 있습니다. 능력 부족보다는 외양을 포함한 신체적 특징의 차이 등 다른 아이들과 다른 모습 때문에 집단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따라서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환경의 개선이 주가 되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인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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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Thomas Ellis는 미국 자살학회 임상 분과의 위원장이었고 저서와 논문도 자살과 관련된 영역에 치중하고 있는 등 주력 분야가 자살인 임상가입니다.
그런데 인지치료협회의 founding fellow이기도 하고 함께 이 책을 쓴 Cory Newman 역시 인지치료 분야의 전문가이다보니 한국어판 부제가 '자살의 인지치료'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내용이 너무 인지치료적 접근에 치우쳐 있습니다. 추천사도 인지치료의 대가인 Aaron Beck이 썼죠.
따지고 보면 자살을 인지치료적으로 접근한 것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사실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대상과 내용의 불일치, 그리고 난도 조절의 실패입니다. 우선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대상인데 비해 인지치료적 접근을 다루는 내용은 정작 임상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게다가 기왕 임상가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좀 더 전문적인 노하우를 소개했으면 좋겠는데 다소 일반적인 내용에만 그치고 있다는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인지 치료에 대한 전문성이 거의 없는 제가 봐도 특별한 내용이 별로 없더군요.
인지 치료에서 많이 다루는 worksheet를 충실하게 제공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자살 충동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이 이 책을 보면서 혼자 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대개는 치료자의 도움을 받으면서 함께 수행해야 하는 것들이죠.
정체성이 인지 치료자인 임상가가 현장에서 자살을 다루고 싶을 때 읽는 입문서로는 적절하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비추천입니다. 게다가 이미 15년이나 된 책이어서 최근 지식을 습득하기에도 그다지 좋은 책이 아닙니다.
차라리 2011년 3월에 추천드린 Quinnett의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Counseling Suicidal People : A Therapy of Hope, 2000)'를 읽으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제가 별 4개로 평가한 소장 권장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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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하려는 사람에게 심리적 고통은 끔찍한 생각, 통제할 수 없는 사고, 지독하게 고통스러운 감정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경험입니다.
그러므로 밀려드는 고통을 자신과 분리된 것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죠.
이를 위해 상담자가 활용할 수 있는 질문을 정리해 봤습니다.
* 우울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식으로 느낍니다. 하지만 이것은 진정한 당신이 아니죠, 그렇지 않습니까?
-> 이 질문은 이전의 긍정적인 자기를 찾아보도록 내담자를 자극합니다.
* 당신이 그렇게 기분이 안 좋을 때 정확하게 어디가 아픈건가요?
-> 이 질문은 고통을 분류하고 정리하여 좀 더 다룰 만한 것으로 만들어 줍니다. 많은 사람이 고통을 자신의 머리와 심장에, 때로는 신체 전체와 연관시킵니다. 그것에 이름을 붙이고 위치를 확인하는 언어를 공유한 뒤에만 고통을 관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 당신이 취한 상태에서만 자살을 생각한다면 술이 어떻게 당신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습니까?
-> 이 질문은 우울한 감정을 심화시키고 실패했다는 느낌을 증가시키는 술의 역할에 도전합니다.
* 당신이 최악이라고 느낄 때 누구의 이름이나 얼굴이 마음속에 떠오릅니까?
-> 이 질문은 내담자와 갈등 상태에 있는 사람의 명단을 만들 수 있게 해 주며, 생산적인 대인 관계를 시작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줍니다.
* 이번과 같은 고통을 지난번에 겪었을 때 결국 어떻게 되었습니까?
-> 이 질문은 이전에 위기에서 살아남은 적이 있다는 것을 회상하게 해 줍니다. 또한 환자 주변의 보호 요인, 예를 들면 친구나 목사, 상담자, 또 다른 자원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 아버지가 자살을 한 것이 당신도 그래야만 한다는 의미일까요?
-> 이 질문은 자살 내력을 물리칠 수 없다는 잘못된 결론에 도전합니다.
*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살펴 보았을 때 지금 당신이 생각하는 것을 정말로 믿어도 되는 걸까요?
-> 이 질문은 그가 모든 것을 제대로 생각하고 있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도록 돕습니다.
* 당신은 자신을 죽이고 싶을 만큼 화가 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모든 분노가 당신 자신 때문입니까?
-> 이 질문은 좌절의 외적 근원으로 초점을 다시 돌리고 자신을 범인으로 보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 이 모든 고통을 어머니(아버지, 연인, 남편, 아내 등)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온당한 일이라고 생각합니까? 그들이 정말로 의도적으로 그랬을까요?
-> 이 질문은 내담자가 다른 사람에게 종종 잘못된 귀인을 하는 동기에 대해 재고하도록 합니다.
* 당신이 겪고 있는 고통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을 때 당신만큼 비참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 자살을 하라고 충고하겠습니까?
-> 이 질문은 내담자가 고통받는 사람이 아니라 지혜로운 상담자 역할을 하도록 하여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보도록 돕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흥미롭고 치료적인 것일 수 있습니다.
출처 :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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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위험 내담자를 상담할 때 꼭 알아야 할 몇 가지 전략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 현명한 상담자라면 적어도 내담자가 능숙한 기술을 가진 사람을 찾아왔다고 믿게 해야 한다. 이러한 신념은 희망의 불을 지피는데 결정적이다.
-> 뒤집어 말하면 상담자로서의 자질을 의심케할만한 어설픈 짓을 하지 말라는 것이죠. 일반적인 상담에서 상담자에게 요구되는 덕목과는 조금 초점이 다른 말입니다.
* 당신이 문제라고 보고 있는 것을 명명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내담자에게 무엇이 문제라고 믿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 중요한 건 진단이 공식적이냐, 비공식적이냐, 그 진단이 정확한 것이냐가 아니라 상담자가 진단내린 것과 내담자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를 확인하는 겁니다.
* 사랑하는 사람을 자살로 잃는 경험은 사람의 인생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는 사건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자살 유가족인지의 여부'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이 상담의 일부가 되도록 노력하라.
* 내담자에게 권한을 부여하라. 예를 들면 내담자가 첫 상담과 그 다음 상담의 약속 시간을 정할 수 있게 하라.
-> 내담자가 자신의 삶의 일부분이라도 통제 권한을 갖도록 하는 건 꼭 자살 위험 내담자가 아니라도 중요합니다.
* 어쩔 수 없는 것은 그냥 놔 두고 나머지를 고쳐라. 여기서 해 볼 수 있는 좋은 연습은 내담자에게 기정사실인 것과 아닌 것. 두 가지의 목록을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각각의 제목 아래 기정사실이라서 변화시킬 수 없는 것과 기정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각각 적어 내려가는 것이다.
-> 부정적인 사고의 확산을 막고 연상의 악순환을 끊는데도 효과적입니다.
* 다음 주 계획을 물어라. 많은 자살하려는 사람이 "다음 주에 무슨 계획이 있는지 이야기해 보시겠어요?"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 미래를 계획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치유되기 시작했다는 최고의 증거 중 하나이다. 매일 하루씩 더 살라는 것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큰 계획임을 명심할 것.
* 내담자가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 하라. 수치심은 거의 항상 역기능적인 가족 기원을 가지고 있으며, 자살하려는 사람이 죽고자 하는 소망의 원동력이 된다.
-> 수치심은 죽음의 두려움을 잊게 만들어주는 마취제와 같습니다.
* 갑작스럽게 평화로워진 내담자를 경계하라.
* 내담자가 어디에서 자살이 인생의 문제에 대해 수용할만한 해결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아주 상세하게 탐색할 것. 반드시 이 기본적인 신념의 기원을 찾아야 한다.
-> 개인적으로 이걸 찾아내지 못하면 결국 상담이 실패한다고, 그래서 내담자를 잃게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 죽음에 대한 논리와 싸우고, 내담자의 생존 가능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당신은 그가 한 모든 긍정적인 진술을 잘 모아 둘 필요가 있다.
출처 :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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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위험 내담자를 대하는 상담자가 상담 중 명심해야 할 몇 가지 지침을 정리해봤습니다.
*
상담 첫 회기부터 상담자가 전적으로 내담자 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라. 자살하려는 사람은 대부분 세상에 자기 편은 아무도 없다고 느낀다. 그러므로 당신이 그의 편이 되어 주거나 아예 "나는 당신의 편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 내담자가 존중받고 진심으로 보살핌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하려면 어떤 것도 내담자와 당신 사이를 가로막지 않도록 상담실 공간을 배치하라. 커다란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것은 내담자에게는 "너무 가까이 오지 마시오"라는 의미이다. 자살하려는 사람과는 가능한 '가까이' 할 필요가 있다.
* 자살하려는 내담자를 상담하는 도중에 내담자의 감정 몰입과 집중을 방해하고 상담의 흐름을 끊어놓을 수 있는 어떠한 방해(전화벨, 상담실 안으로 누가 들어오는 것 등)도 막아야 한다.
* "원하는 곳에 앉으세요"라고 말하는 것도 자살하려는 사람에게는 커다란 배려가 될 수 있다.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어디에 앉고 싶은지를 정하는 것도 통제감을 느끼는데 도움이 된다.
* 신뢰라는 주제에 대해 개방적으로 이야기하라. "과거에 당신을 도와주었던 사람이 있었나요?"라고 물어보라. 그렇다고 대답하면 그의 노력이 도움이 되었는지 물어보라.
*
자살하려는 사람의 일생에 대해 어떤 긍정적인 측면도 알아내지 못한 채 첫 상담 회기를 끝마쳐서는 안 된다. 최소한 과거의 성공, 성취 또는 삶을 긍정하는 행동이나 꿈, 욕구 같은 것이라도 알아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에 자살하려는 사람은 처음 몇 번의 상담 회기 대부분을, 또는 거의 전부를 자신이 얼마나 괴롭고 혐오스러운 존재인가에 대해 설명하는데 사용하며, 그리하여 그가 자살할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받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
치료 동맹을 형성하는데 있어 당신이 연합할 부분은 자살하려는 내담자의 건강하고 삶을 긍정하는 부분이라는 점을 명심하라. 죽고 싶어하는 부분이나 죽으려는 부분과 연대를 해서는 안 된다. 관계 형성 시 당신이 만들어 놓은 인간적 연결로 말미암아 자살 위험성이 직접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출처 :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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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하겠다고 공언한 사람 혹은 임상가가 판단하기에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과 접촉하게 되었다면
가장 중요한 건 '뭔가를 하는 것'입니다. 뭔가 잘못할까봐 두렵다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바로 사람을 죽게 하니까요. 잠재적으로 자살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가족이나 임상가와 함께 있다면 적어도 그의 일부에는 살기를 소망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고 간주해야 합니다. 그러니 가만히 있지 말고 뭔가를 하세요.
자살을 막기 위해 임상가가 할 수 있는 그 '뭔가'를 단계별로 살펴보겠습니다.
1단계. 질문을 하라.
자살에 대해 물어보세요. 질문하지 않으면 그 잠재적인 자살자는 자신이 스스로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암시한 것에 대해 상담자가 말도 꺼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믿을 수 있습니다. 전문적인 상담자인 당신이 자살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없다면 과연 누가 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자살에 대한 생각과 계획에 대해 물어보세요.
자살에 대해 질문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최상의 결과는 질문을 받은 사람이 즉각적으로 안도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누군가 자신의 고통을 알아보았고, 그것을 물어봐 줄 정도로 관심을 기울여 준 것이죠. 이것이 생명을 구하는 개입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어떤 사람의 자살 감정이나 생각을 부정하거나 최소화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축소하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내담자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자살에 대해 물어보려면 상담을 시작한 지 20분 이내에 물어봐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그 대답이 '그렇다'일 때 적절한 평가 과정을 거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2단계. 시간을 벌어라.
내담자가 자살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1단계의 질문을 통해 알게 되었다면 그 다음은 심각성의 정도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아래의 두 가지 질문에 답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 사람은 자살을 조금 뒤로 미룰 수 있는가?
* 우리가 이야기를 나눌수 있을까?
두 질문의 답이 모두 '그렇다'이면 아직은 시간이 좀 있는 것이니 비상벨을 울릴 필요는 없습니다. 이제 내담자의 이야기를 경청할 준비를 하세요.
3단계. 안전한 치료적 환경을 마련하라.
자살을 잠시 뒤로 미루고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면 아래의 두 가지 중요한 사항을 확인해야 합니다.
* 안전한 환경을 조성한다.
* 자살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알아본다.
자살의 수단을 갖고 다니거나 집에 있다면 그것을 버리겠다는 동의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로 이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지만 반드시 해야 합니다.
불안정하고 불안하며 절망에 빠진 사람이 자살 수단을 가지고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도와주려는 사람이 자신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으니까요.
4단계. 자살하려는 사람이 계속 이야기할 수 있게 하라.
중요한 건 내담자가 자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때까지 계속 살아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다 들어줘야 합니다. 전심을 다해.
자살에 대해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듯 담담하고 개방적으로 이야기하세요.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따뜻하고 유능하고 차분한 사람을 애타게 찾습니다. 자살 생각에 쉽게 놀라지 않으며 자살에 대해 말로 표현하기를 꺼리지 않는 사람을 원합니다.
자살 생각에 대해 비난하지도 좋게 말하지도 마세요. 자살을 가능한 대안 중 하나로 수용하긴 하지만 현재 당면한 문제에는 가능한 해결책이 그것 말고도 많이 있다는 입장을 취해야 합니다.
"당신이 어떤 기분인지 저는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라거나 "내일 아침이면 기분이 좋아질거에요. 그러니 푹 주무세요"처럼 상투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꾹 참으세요.
5단계. 안전망을 형성하라.
자살하려는 사람이 상담자가 자신을 이해했다고 더 많이 믿을수록 상황은 잘 풀리는 겁니다.
이제 정보를 좀 더 얻으세요.
가족에게서 정보를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합니다. 자살 위험성을 정확하게 평가하는데 있어 가족의 정보는 때로 결정적일 수 있습니다.
5단계는 전문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을 개입시킬 수 있는 단계입니다. 이들의 개입을 위해서라도 상담자는
자살하려는 사람의 상태에 대해 비밀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비밀을 지키겠다고 합의하는 것은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습니다.
6단계. 생존 계획을 수립하라.
자살하려는 내담자가 당장 병원에 입원하지 않을거라면 안정성, 전화 연락, 상황이 악화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지침 등의 요소를 포함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수입니다.
내담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자살하려는 사람을 언제든지 그리고 진심으로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을 가까이에 배치해야 합니다. 같이 살면 더 좋겠지요. 또한
자살하려는 사람이나 생존 계획의 일부가 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 적어도 세 가지 전화번호를 알려줘야 합니다. '그 지역의 위기상담전화', '즉각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응급실 전화번호', '상담자의 사무실 전화번호나 상담자에게 곧바로 연결되는 다른 전화번호'.
7단계. 안전에 대한 동의를 구하라.
별로 적절한 용어는 아니지만
'자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도록 노력하세요.
자살하지 않겠다는 계약에서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자살로 죽지 않겠다는 약속을 성실하게 지키라고 요구하지만 이것은 상호 관계이기 때문에 상호적 의무는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에게 부과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자살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는 상담자의 제안은 내담자의 어떤 제안과 교환하는 걸까요?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제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당신은 내담자가 당신 휴대폰으로 개인적으로 전화하는데 동의합니까?
* 당신은 내담자가 상담료를 지불할 능력이 있든 없든 간에 계속 상담하기로 약속할 수 있습니까?
* 당신은 내담자가 당신을 필요로 할 때라면 언제나 거기에 있을 것이라고 약속할 수 있습니까?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상담자는 '긍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확신하기 전'에 안전에 대한 합의나 위기 관리 계획에 참여할 것을 내담자에게 절대로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
신뢰로운 관계 확립이 최우선이고 합의나 계획 참여는 나중입니다.
출처 :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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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월덴 3의 새 책 북 크로싱은 임상 바닥의 자살 관련 최고수 중 한 명인 Paul Quinnett이 지은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2000)'입니다.
'인간은 왜 낚시를 하는가(1998)'는 제가 거품을 물고 혹평했지만 자살을 다룬 이 책 만큼은 명품입니다.
제가 심리학 관련 책 중에서도 임상 심리학 책을 평가하는 기준은 철저히 현장 중심의 임상가가 전문적인 노하우를 담아냈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별 네개가 아깝지 않은 책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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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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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G. Quinnett은 제가 2009년 3월에 혹평했던
'인간은 왜 낚시를 하는가?(Pavlov's Trout, 1998)'라는 책을 쓴 임상심리학자입니다. 못말리는 낚시광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이 분은 자살 관련 분야의 최고수 중 한 명입니다.
보통 자살이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연예인 자살이나 생활고에 시달려 목숨을 끊는 사람들을 떠올리곤 하는데 임상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에게는 훨씬 더 자주 접하는 문제입니다. 우울증에 의한 자살이 아니더라도 자살로 귀결되거나 자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은 매우 많거든요. 속된 말로 임상 현장에 있으면서 환자나 내담자를 자살로 잃어 본 경험이 없는 임상가는 초보이거나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봐도 됩니다. 그리고 환자나 내담자를 잃을 때마다 경험하게 되는 정신적 타격은 임상가를 burn-out시킬 수 있습니다. 저만 해도 2009년에 도박 중독이었던 내담자, 2010년에 우울 증세가 동반된 적응 장애 피검자를 각각 자살로 잃었습니다. 1년이나 지난 시점이었는데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해 썼던 글이 바로
'임상심리학자들이 피검자/내담자를 자살로 잃는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였습니다.
제가 일하는 도박 중독 분야에서는 다행히 자살 시도를 하는 빈도가 적은 편이지만 자살 사고를 경험하지 않은 도박자를 찾기가 힘들 정도로 흔한 문제이고 도박 중독자들은 충동성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언제든 불행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도 전문가 자격을 갖추고 현장에 투입되는 임상가 중 자살 위험성이 있는 환자/내담자를 다루는 법을 제대로 배운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제 나름대로 대비를 하는 차원에서 고른 책인데 결과적으로 현명한 선택이 되었습니다. 30년 이상 현장에서 자살 환자를 치료한 전문가의 노하우가 그대로 녹아 있는 훌륭한 책입니다. 이런 책은 실제 현장에서 일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면 절대로 쓸 수 없습니다. 저도 이런 책을 꼭 한 번 쓰고 싶군요. ㅠ.ㅠ
이 책에 담긴 몇 가지 중요한 내용들은 정리해서 포스팅도 할 생각이지만 현장에서 자살 위험성이 있는 환자/내담자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임상가라면 꼭 한번은 읽어보기를 권하는 책입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저도 소장하면서 가끔 참고해야 하기 때문에 새 책으로 북 크로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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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는 다른 과에 비해 환자를 잃지 않는 과로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만으로도 꼭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울증이야 두말 할 나위도 없지만 다른 장애의 경우에도 충동적인 자살 시도가 꽤 많으며 상당수가 성공해 소중한 목숨을 잃습니다.
죽을 것을 예상하지 않고 시도하는 소위 '파괴적 관심끌기'와 이차적 이득을 위한 시도가 예상치 않게 도를 지나쳐 불행한 결과로 귀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일선 현장에서 환자를 가장 많이 만나는 정신과 의사 뿐 아니라 임상심리학자, 사회복지 전문가들도 이에 대한 education과 함께 정신적 충격에 대비해야 합니다.
저만 해도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작년에 충동적인 자살로 내담자를 잃은 뒤 일주일 동안 도저히 일손이 잡히지 않고 방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도움을 받을 곳이 전혀 없더군요. 시스템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결국 혼자서 힘들게 마음을 추스렸습니다.
최근에는 감정 노동을 하는 직군을 중심으로 정서적 소진(emotional burnout)을 예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제 생각에는 내담자/피검자를 suicide로 잃는 문제의 해결이 더 시급합니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단 한번의 경험만으로도 현장의 임상가에게 강력한 trauma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supervisor급의 임상가들이 치료에 종사하지 않고 있는 현재의 임상 여건 상 이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이런 문제를 접할 때마다 임상가란 정말 야전에서 각개격파로 외롭게 싸워야 하는 운명인가 하는 회의가 많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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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생존 3대 작가 중 한 명인 장 아메리의 '자유죽음(1976)'을 북 크로싱합니다.
자살을 단순히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막아야 할 도덕적 죄가 아니라 개인의 선택 차원에서 조명한 책입니다. 저자가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의 환경적인 측면이 아닌 내면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기울인 책입니다.
실제로 이 책의 저자 장 아메리는 이 책을 지은 2년 뒤 수면제 복용으로 '자유죽음'을 선택했습니다.
이 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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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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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죽음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장 아메리 (산책자, 2010년) 상세보기 내가 대학에 입학하던 시기부터 자살에 관한 책들이 참 많이 보였다. 자살에 대한 오래된 고전 뒤르케임의 책 말고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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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공교롭게도 이 책을 읽고 있는 사이 고 최진실씨의 동생 최진영씨가 유명을 달리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명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항상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을 용기가 있으면 그 용기를 갖고 살라는 어줍잖은 충고이죠. 이 말에는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든 옳지 않으며 정당화될 수 없다는 관점이 숨어 있습니다.
특히 자살을 죄악시하는 개신교에서는 신이 주신 목숨을 스스로 버리는 것은 그야말로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짓는 것이었습니다. 중세에는 교회 묘지에 묻히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시신을 훼손하여 영혼을 모독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현대에도 남아있어서 지인이 자살을 하면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고인의 가족들도 죄를 지은 양 극구 숨기려고만 합니다.
저는 아직도 왜 신이 우리에게 자신의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자유 의지를 주었으면서도 그 책임을 지옥에 가는 것으로 속죄해야 하는 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자신을 본 따 지은 인간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면서도 왜 신이 수많은 전쟁과 기아와 학대와 폭력을 방치하는지에 대해 물으면 항상 하는 말이 '신의 뜻이기 때문'이면서 말이죠. 그 논리라면 자살도 신의 뜻의 일부 아닐까요?
자살에 대한 많은 접근은 지금까지 인간은 왜 자살을 하는가의 원인 분석이나 어떻게 하면 자살을 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가만 다루었는데 이는 자살을 방조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깔려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굳이 종교적이 아니더라도 자살을 방조하게 되면 사회 체제를 유지하는데 문제가 됩니다. 개인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살아 있어야 사회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책은 1970년대에 이미 개인의 선택권 측면에서 자살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또한 늙고 병들어 죽는 자연적인 죽음이 반드시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며 손발을 묶어두고 자연적인 죽음만 기다리라고 하는 게 훨씬 반자연적일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책은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에서 생존한 작가 장 아메리가 쓴 책입니다. 프리모 레비, 엘리 위젤과 함께 아우슈비츠 생존 3대 작가로 꼽히는 그는 "죽는 것만 못한 삶이라면, 치욕스러운 좌절과 냉혹한 실패 상태에서의 인생이 추한 것이라면 존엄성과 자유를 가지고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자유죽음이라고 불렀습니다. 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서 자유죽음을 좇는 사람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자살'이라는 현상만을 추적하는 과학적 연구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 책을 썼노라고 힘있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입장에 완벽히 공감하는 바입니다. 안락사의 문제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는 편이며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기본적으로 당사자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자살(저자의 표현으로는 자유죽음)'의 관점에서 깊이 살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원저의 내용이 난해한 것인지,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 참고하세요.
덧. 이 책의 저자 장 아메리는 이 책을 지은 2년 뒤 잘츠부르크의 한 호텔에서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자유죽음을 선택합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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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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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세대 가운데, 가장 유명한 세대가 있습니다. 바로 386세대죠.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태어난 사람을 일컫는 이 말은 1990년대부터 널리 쓰였죠. 한국전쟁이란 ‘생존공포’를 평생 끌어..
개인적으로 최진실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이라는 광고 문구도 '남자들은 참아달라'는 캔디바 광고 이상으로 짜증을 불러 일으켰고(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 남자, 여자 구별하는 말투들이 싫었는지), 약간은 코맹맹이 소리처럼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도 귀에 거슬려서 지금도 최진실은 제게 박경림과 비슷한 수준의 비호감 연예인입니다.
그래서 비슷한 시대를 살아왔던 또래들이 겪는 허무함과 비애, 충격이 제게는 없습니다. 국민배우라는 칭호도 솔직히 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요. 김광석, 유니, 정다빈과 마찬가지로 아까운 생명 하나 또 스러졌구나 하는 감상 정도 밖에는 없습니다.
오히려 최진실의 죽음을 앞에 두고 드는 감정은 안타까움과 짜증인데 안타까움은 남겨진 두 아이에게 향하는 것입니다. 떠나간 최진실과 남겨진 가족들 어느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두 아이는 피치 못하게 외조부모와 친부 사이의 상속과 양육권 분쟁의 대상으로 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게 될 것이 뻔합니다. 그것이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습니다. 그들은 엄마를 잃은 슬픔을 가누기에도 버거운데도 말이죠. 승냥이떼는 이들에게 엄마와의 이별을 슬퍼할 시간마저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또 하나 짜증나는 감정은 '견찰'에 대한 것입니다. 안재환씨가 사망한 이후에 안재환씨의 누나가 의혹을 제기하고 정선희씨가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고 이상한 루머가 돌았을 때 최소한 최진실과 사채업자의 연루설에 대해 몇 가지 기본적인 부분만 규명했어도 최진실씨가 아직 살아있을지도 모릅니다. 자꾸 루머라고만 일축하고 덮으려고 하니까 루머의 속성 상 점점 더 크기와 정도가 불어나서 감당을 할 수가 없게 된 것이죠. 산불이 지나가고 희생양이 생긴 다음에 소방법을 개정하면 뭐 합니까? 산불은 초기 진화가 생명인데요.
죽은 사람은 말이 없는데 자기 앞가림 못하는 저 같은 못난이들만 장맛비에 집 떠내려간다고 왁왁대는 청개구리처럼 쳐짖고 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늘에서 지상에 남은 두 아이를 지켜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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