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에 권석만 선생님의
'현대 심리치료와 상담이론(2012)'을 소개하면서 그 포스팅 말미에 대상관계이론을 접목하고 싶다는 제 욕심을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그 공부의 시작으로 읽은 첫 책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번역 제목에 낚였습니다. ㅠ.ㅠ
'초보자를 위한 대상관계 심리치료'라는 제목만 보면 대상관계 심리치료를 적용하고 싶은 초보 현장 임상가에게 딱인 것 같지만 내용은 전혀 아닙니다.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주 대상이 학부생과 대학원생이거든요. 거기에 일부 관련 영역의 수련 임상가가 포함될 뿐입니다.
이 책은 Jill Savege Scharff, David E. Scharff 부부에 의해 씌여졌는데 이들은 모두 영국 대상관계이론의 흐름을 따르는 분석가들입니다. 서문에도 나와있지만 미국에서 순회 세미나를 이끌면서 기본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들에 대한 Q&A 형식으로 짤막하게 답변을 정리한 게 이 책의 주된 내용입니다. 구성이 다소 산만하더라도 핵심을 꿰뚫고 있다면 상관없지만 일반적인 대상관계이론을 다룬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국 대상관계이론과 비교해서 설명한 것도 아닌데다 대상관계의 대가들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것도 아니어서 대상관계이론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나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주 독자층인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에게는 맞지 않는 수준이 되는거라서 '대체 어쩌라고!'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이 책은 대상관계이론(특히 영국 대상관계이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어느 정도 있으며 이 책을 번역한 한국심리치료연구소에서 강의를 듣거나 수련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에 가깝습니다. 대상관계이론에 대한 문외한인 제가 영국 대상관계이론을 이해할 리가 만무하지요.
또 한 가지 문제는 이 책이 나온 시점이 1995년이라는 겁니다. 출판된지 무려 25년이나 지난 책입니다. 입문서이니 상관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최신 지견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으리라는 건 짐작하실 수 있겠죠. 게다가 이 책 안에 DSM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오는데 DSM-IV도 아니고 무려 DSM-III-R 버전입니다;;;;
이 책의 우리나라 출판 연도인 2008년에 제가 하나의학사에서 출판한
'프로이드와 인간의 영혼(2001)'을 악평하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이 책도 독서 의욕을 꺾는 하나의학사만큼이나 디자인이 조악합니다. 한국심리치료연구소는 대부분의 책을 자체 출판하는 것 같은데 연구소와 관련된 분들만 사라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90년대 사상서 디자인에서 한걸음도 못 나간 것 같습니다. 게다가 230페이지 밖에 안 되는 책이 15,000원(5% 할인하여 14,250원)이나 합니다. 분량으로만 책값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이 책 다음으로 읽은 박학사의 '대상관계이론과 자기심리학(2004)'이 350페이지에 18,000원이니 대충 비교해봐도 터무니 없는 가격입니다.
첫 책에 워낙 실망했기에 앞으로도 한국심리치료연구소의 책들은 믿고 거르게 될 것 같습니다.
덧. 개인적으로 다시 볼 것 같지 않아서 전공서로서는 드물게 북 크로싱 할 예정이니 필요한 분들은 구매하지 마시고 국민도서관을 통해 읽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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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관계란 심리내적 차원과 대인관계적 차원 모두를 일컫는 포괄적인 전문 용어이다. 대상관계는 성격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 사이의 관계를 일컫는 말이다.
* 자기라는 용어는 자아와 내적 대상들이 매우 독특하고 역동적인 관계로 조합된 것을 지칭하는 것이다.
* 대상관계 이론가들은 무의식이 자아의 일부라고 보는 반면, 프로이트는 자아와 분리되어 그가 이드라고 부른 인격의 한 부분에 위치하고 있다고 보았다.
* 7세경에 오이디푸스 컴플렉스가 어떻게 해소되는가가 성격 구조의 성질을 결정짓는다.
* Bion은 유아가 근본적으로 압도적인 성질의 불안을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 모성 기능의 측면을 '담아주기'라고 불렀고, 따라서 엄마를 담아주는 사람이라고 불렀다.
* 담아주기와 안아주는 환경은 어떻게 다른가?
: 위니캇은 엄마와 유아 사이의 영역에 관심을 둔 반면, 비온은 유아의 불안을 처리해주는 엄마의 마음속 공간에 관심을 갖고 있다. 위니캇이 말하는 '안아주는' 이라는 용어는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외적 과정을 말하는 반면, 비온이 말하는 '담아주기'는 생각 안에서 발생하는 내적 과정을 말한다.
* 영국 대상관계 이론은 투사적 동일시를 건강한 사람으로부터 편집증 환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정상적일 수도 있고 병리적일 수도 있는 과정으로 보았다.
* 치료자가 들어야 할 과거의 이야기는 현재의 관계와 경험 속에서 표출되는 내적 대상관계들과 연관된 것이어야 한다.
* 우리는 환자의 전이에 의해 자극되는 역전이의 경험은 두 종류로 구분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환경적 역전이(contextual contertransferences)와 초점적 역전이(focused countertransferences)이다. 환경적 전이란 치료자가 제공하는 치료적 공간에 대한 환자의 반응, 즉 '환경 엄마'에 의해 제공된 돌봄에 대한 반응을 말한다. 초점적 역전이란 환자가 유아기에 직접적인 관계를 맺었던 대상 경험을 치료자에게 전치시키는 감정, 즉 유아 시절에 경험했던 '대상으로서의 엄마'에 대한 반응을 말한다.
* 대상관계 이론의 용어에서 전이는 투사적 동일시와 같은 것이다. 치료자는 그에게 투사된 대상의 일부 또는 자기의 일부와 동일시되며, 따라서 내적 대상관계는 환자와 치료자 사이에서 재창조된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것은 재작업될 수 있다.
* 대상관계 심리치료사로서 당신은 무엇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는가?
: 대상관계 심리치료사로서 우리는 통찰, 심리적 자질, 그리고 역전이에서 경험하는 무의식을 의식화하고 그것의 의미를 해석의 양태로 되돌려주는 일의 중요성을 가치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우리는 성숙과 성장 그리고 발달 과정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긴다. 우리는 심층적 재구성 없이 증상만을 제거하는 것에는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 당신은 증상을 어떻게 보는가?
: 증상은 수용할 수 없는 관계 방식과 현재 관계에서 요구되는 것 사이에서 발생한 타협으로 보인다. 증상 제거는 대상관계 심리치료의 목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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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의 책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출판이 되었죠. 그동안 월덴 3에서 소개한 책들만 정리를 해 보면,
1.
몰입의 즐거움
2. 몰입의 재발견 <- 오늘 소개할 책
3.
몰입,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
4.
몰입의 경영
이렇게 됩니다.
'몰입,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가 다분히 일반인 독자를 염두에 두고 씌여진 책이라서 그런지 '몰입의 즐거움'의 확장판인데도 쉽게 읽힌다면 그 둘 사이에 낀 이 책은 조금 난도가 있는 편입니다.
전작인 '몰입의 즐거움'을 읽고 난 독자라면 아마도 이런 생각이 들 겁니다. '옳거니, 몰입이 정말 중요하구나. 그런데 순간순간의 삶 속에서 몰입의 기쁨과 만족을 끌어내면서 살면 행복해질 수 있는걸까?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게 가능은 할까?'
이 책에서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몰입을 방해하는 장막과 힘들을 우리 내면에서 기만하는 장막(유전 명령, 문화, 자아의 요구)과 외부에서 작용하는 힘(착취, 기생, 인간의 창조물)으로 나누어 보여주고 있습니다.
2부에서는 진화를 통해 미래에 추구해야 할 자아상으로 복합성이 증진되는 방향으로 이끄는 자아인 초월적 자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몰입의 즐거움'에서 이야기하는 몰입이 개인 수준의 몰입이라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몰입은 인류 진화의 수준까지 넓힌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칙센트미하이 교수가 말하는 이 책의 논제는 '진화 과정의 능동적이고 의식적인 일부가 되는 것이 현재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과정에서 매순간 즐기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점입니다.
'몰입의 즐거움'과 '몰입,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에 비해 조금 어렵지만 지적인 자극의 강도는 더 강해진 책입니다. 좀 더 학문적으로 몰입을 공부하고 싶은 심리학도라면 이 책이 더 맞을거라 생각해요.
각 장이 끝나면 충분히 이해했는지를 점검하기 위한(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자기 진화를 위한 질문이라고 썼지만) 질문이 제공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복습까지 되는 책입니다.
제가 추천하는 몰입(flow) 관련 칙센트미하이 교수의 책을 읽는 순서는 1 -> 3 -> 2 -> 4(이건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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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월적 자아를 만들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삶을 즐겨야 한다.
2. '복합성'을 더해야 한다.
3. 지혜를 개발해야 한다.
4.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
5.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조화로운 미래 건설'에 힘을 쏟아야 한다.
* 기대와는 달리 '플로우'는 여가나 놀이 시간처럼 긴장을 풀 때보다 어떤 어려운 작업, 신체적/정신적 능력의 한계를 끌어내야 하는 작업에 매달릴 때 일어난다. 사실 플로우 이론의 가장 중대한 공헌은 심리학적 견지에서 일과 놀이가 반드시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는 점이다.
* 플로우의 첫 번째 징후는 명확하게 규정된 목표에 주의가 집중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지루한 일조차도, 기술을 끌어내야 할 상황을 만들어 목표를 명확히 하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질 때가 있다.
* 자유의지에 따라 사는 사람은 외부 요인이 미래를 절대적으로 결정한다는 논리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 우연과 필연은 고민할 줄 모르는 사람들의 유일한 통치자다.
* 의식이라는 제 3의 결정 요인은 우리를 안전으로도, 파멸로도 이끌 수 있다.
*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들의 총합이 곧 우리의 인생이다.
*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왜 그런 방식으로 느끼고, 무엇이 우리 행동의 동기가 되는지 평생 모르는 채 살아간다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 즉 밀도 있는 경험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
* 마음은 정돈된 정보가 있어야만 정돈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명확한 목표가 있고 피드백을 받을 때만 마음은 잘 작동한다.
* 기술과 집중이 필요한 활동을 하게 되면 마음이 무질서에 사로잡혀 광적으로 뛰어다니는 현상을 예방할 수 있다.
* 어딘가에 집중하지 않을 떄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이 십중팔구 우울한 이유
1. 부정적인 가능성이 언제나 긍정적인 가능성을 압도한다. 우리 삶에는 한마디로 '나쁜' 일이 '좋은' 일보다 많이 일어난다.
2. 그런 부정적인 성향이 적응에 유용하기 때문. 단 '적응'이라는 말이 생존 확률의 증가를 의미한다고 가정할 때.
* 논리도 과학적 담화도 의사소통에서 일어나는 비틀림을 피할 수는 없다. 언어로 현실을 파악하기란 불가능하고, 일반화는 모두 의심스러우며, 사람 사이에 의미를 공유한다는 것은 환상이다.
* 집단과 함께 생활하기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사람만 살아남았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외향적인 선조(살아남은 자들)의 후예이기에,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 쾌락을 느끼도록 진화했다. 그러나 이제 사회성도 우리 시대에는 과도해지고 해로워지기 쉽다.
* 쾌락과 즐거움(혹은 플로우)의 차이는 이렇다. 쾌락은 유전으로 프로그램 된 필요(먹기, 마시기, 쉬기, 성행위, 사교성 등)에 항상성이 깨어질 때 그것을 되찾아주면 발생하는 반면, 즐거움은 대개 유전으로 프로그래밍되지 않은 일에 기술을 활용한 결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 자신이 동일시하는 집단이 커질수록 근본적인 진실에 더 가까워진다. 온 지구를 자신의 세계로 보는 사람만이, 유해물이 어디에 폐기되든 그것을 해롭다고 여긴다.
* 자신에게 왜 어떤 충동이 일어났는지, 왜 어떤 습관에 따라 행동하는지 고민하는 것은 정신력을 통제하는 첫걸음이다.
* 유전자가 우리 몸을 번식 도구로 활용하듯이, 문화 역시 존속과 성장을 위한 도구로 개개인을 활용한다. 그러한 목적을 위해 문화는 우리에게 그 우월성을 확신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사회화가 잘된 사람이란 국가나 당파, 종교를 위해 자기 목숨을 기꺼이 바치려는 사람이다.
* 자국 문화가 제시되는 현실 묘사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다. 대중매체가 세상을 '문화의 영향력에 따라' 제시한다는 점을 깨닫기만 한다면 속을 확률은 줄어든다.
* 일단 자아가 존재하게 되면, 그 최대의 목적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된다. 좀 더 작게 보자면, 만족을 모르는 자아는 거의 모든 고대 집단에서 사람들의 정신 에너지를 집어삼켰다.
* 자기성찰 의식이 출현하면서 자아가 자아를 상징하는 수단으로 재산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자아가 외부 상징물과 자신을 동일시할수록 더욱 약해진다는 점이다.
* 사람이 정신력을 가장 많이 투자하는 곳이 어디인지 알면 그 사람의 자아를 나타내는 핵심적 관념이 드러난다.
* 만족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 과거나 미래와 조화롭게 사는 사람들, 한마디로 소위 '행복한' 사람들은 보통 스스로 만들어낸 원칙에 따라가는 사람들이다.
* 인간사에서 밈이 더 큰 역할을 하기 시작하자마자 사람들은 타인을 착취할 수 있게 되었다.
* 타인의 야망에서 자신을 보호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없다.
* 현 상태가 자연스럽고 옳으며 바꿀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방식은 우리를 지배하는 이들에게나 이로운 일이다. 우리에게 이로운 일은 그것이 늘 옳지는 않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이다.
* 심리학적 차원에서 기생이란 타인의 정신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자다. 직접 명령하는 방식이 아니라 약점이나 부주의를 악용하는 방식으로 다른 존재의 에너지를 빼앗는 존재다. 기생의 형태는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데, 그 가운데 일부만 알아두어도 부지중에 다른 생명을 편안하게 해주느라 우리 삶을 허비하지 않는데 도움이 된다.
* 억압은 저항하고 기생은 무력화할 수 있지만 각각의 정신 에너지를 착취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의태이다.
* 문제는 창시자의 손에서 떠난 후에도 밈이 우리 목적에 부합하겠는가 하는 점이다.
* 한번 밈이 확립되고 나면 우리 마음에 타성이 생겨서 필연적으로 쓰디쓴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 위대한 작품이 매우 적은 까닭은 우리가 예술적 밈 감상에 충분한 정신 에너지를 투자하지 못하거나 그러려고 하지 않기에 소수만 살아남기 때문이다.
*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밈을 우리 목적에 맞게 활용하지 않는다면, 대개 밈이 주도권을 잡고 자기 목적에 우리를 이용한다. 물론 밈은 자기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우리도 대부분의 경우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 진화의 첫 번째 원칙은 '유기체는 모두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자신을 증식하려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원칙은 '생존하고 증식하기 위해서, 유기체는 외부 에너지를 흡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화의 세 번째 원칙은 앞의 두 원칙에서 비롯된다. '유기체는 모두 주변 환경에서 에너지를 최대한 많이 흡수하려고 할 것이고, 자기보존에 위협이 되지 않는 한 그렇게 할 것이다'. 네 번째 원칙부터는 드디어 진화의 역할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주위 환경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다른 유기체보다) 더 많이 얻어낼 방법을 찾아내는 유기체는 더 오래 살고 복제본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남긴다'. 이는 또 다른 중요한 원칙으로 이어진다. '유기체가 서식지에서 지나치게 잘 에너지를 흡수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환경과 자신마저 파괴하기도 한다'. 진화의 마지막 원칙은 이것이다. '대개 유기체의 복합성이 증진되는 방향, 즉 분화와 통합이 증진되는 방향으로 진화를 끌어나갈 때 조화를 이룰 수 있다'.
* 서로 다른 종교, 정체, 민족, 가치관, 철학 사이의 다툼은 모두 밈이 우리 마음을 차지하려고 경쟁하는 사례들이다.
* 자본주의 이전 사회에서 사랑과 출산이 자유롭고 마음대로였다는 낭만적인 이야기는 그만두자.
* 가장 자주 언급되는 플로우의 한 가지 특징은, 자신에 관해 혹은 주위에서 찾아오는 다양한 기회를 활용할 가능성에 관해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는 흥분감이다.
* 플로우 경험의 특징
1. 명확한 목표, 즉 목적이 뚜렷이 정의된다. 즉각적인 의견(피드백), 즉 자신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바로바로 알 수 있다.
2. 단호하게 행동할 기회가 많고, 그렇게 할 기회와 자신의 능력이 맞아 떨어진다. 다시 말해 도전해야 할 일에 필요한 능력과 그것에 도전하려는 개인의 기술이 잘 맞는다.
3. 행동과 자각이 하나로 융합되어 마음이 한 곳에 집중된다.
4. 현재 하는 일에 집중한다. 하는 일과 무관한 자극들이 의식에서 사라지고, 걱정과 근심이 일시적으로 없어진다.
5.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6. 자의식 상실, 자아 경계 초월, 성장하는 느낌, 더 큰 존재의 일부가 된다는 느낌이 든다.
7. 시간관념이 바뀌어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8. 경험 자체가 목적이 된다. 활동 자체가 목적이 되거나 그 자체로 몰두할 가치가 있는 것이 된다.
* 우리가 그것을 즐기는 까닭은 그것이 잠재력을 드러내고 한계를 배우고 경계를 넓히게 해주는 기회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 기회는 다름 아닌 '자신과의 소통'이 함축하는 바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플로우는 진화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것이 없으면 우리는 유전 명령에 따라서 과거에 '좋았던' 것들만 계속 추구하게 된다.
* 자신을 덜 의식하면 지금 하는 일에 정신 에너지를 더 집중할 수 있다.
* 사람은 더 흥미로운 기회를 인식하는 기술이 부족하면, 단순하고 잔혹한 길로 퇴보하게 마련이다.
* 플로우가 없으면 일어나는 일
: 그런 상황에서 전형적으로 일어나는 일은 사람들이 쓸모없거나 파괴적인 활동에 빠져든다는 점이다. 다양한 약물에 중독되는 현상은 분명 인위적인 수단으로 최적 경험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반복해서 경험하려는 시도이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유도된 플로우는 2가지 면에서 위험하다. 첫째, 그 개인의 기술을 향상시켜주지 않고 따라서 복합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둘째, 생리적으로 중독되면 개인과 집단에 막대한 엔트로피를 야기한다.
* 플로우를 평가하는 방법은 ESM(경험표집방법)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 우리가 가장 즐거워하는 일이 '자신의 존재를 펼쳐 보이는 것'이라는 점이 진실이라면, 플로우가 자유시간보다 업무시간에 더 자주 나타난다는 점은 이치에 맞는다.
* 온갖 종류의 영성에서 공통적인 요소는 인간 의식에서 엔트로피를 줄이려고 한다는 부분이다.
* 일상의 경험을 의미 있고 목표 지향적인 활동으로 바꾸는 능력은 강력한 힘이다. 그리고 그 어떤 문화적 게임도 착취나 악용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덧. 제가 좋아하는 김우열 번역가의 담백하고 깔끔한 번역 덕에 조금은 힘을 빼고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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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병욱 선생님이 쓰신 책입니다. 잘은 몰라도 한국정신분석학회 회장까지 역임하신 분이니 정신분석에는 일가견이 있으실테고 그렇다면 정신분석에 대해 잘 풀어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당연할텐데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실망스러운 책이었습니다. 실망한 이유에 대해서는 뒤에서 말씀드리기로 하고 일단은 이 책의 장점부터...
사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은 책의 맨 앞장에 출판사에서 덧붙여 놓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다음과 같은 말이 총정리한다고 봐도 됩니다.
"정신분석의 목적은 거창한 것이 아니고 다만 현실적인 불행을 자신의 내면적인 갈등의 영향을 받아서 지나치게 불행한 것으로 경험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신분석을 다루었던 많은 책들처럼 수많은 전문용어를 난사하면서 머리 아프게 하지 않고 '무의식',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반복 강박' 정도의 개념만 갖고 인생 어려움의 원인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모든 문제의 원인 규명이 깔끔하게 떨어져서인지 몰라도 인터넷 서점의 리뷰들은 대체로 호평 일색입니다. 실제로 이병욱 선생님이 글을 쉽게 쓰시는데다 글 읽는 맛도 괜찮아서 책장도 술술 잘 넘어갑니다.
자, 그럼 저는 왜 실망했을까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제 기준으로도 별로 새롭게 공부가 되는 내용이 별로 없는 것도 실망스러웠지만(그래서 나중에 다시 보려고 챙겨둔 내용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가장 실망스러운 점은 내용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는 겁니다. 아마도 정신분석에 대한 칼럼들을 모아 두었다가 책으로 엮으신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칼럼 분량의 토막글들이 서로 연결되지 못하고 따로 놉니다.
칼럼을 읽듯이 쉬는 틈틈이 펼쳐서 짧게 읽기는 좋지만 저처럼 뭔가 기승전결의 흐름이 있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래도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정신의학, 심리학, 임상/상담 전공자들께는 추천하지 못하겠습니다. 일반인들이 공부 부담없이 편하게 읽기에는 괜찮습니다만...
닫기
* 프로이트의 정신 결정론(psychic determinism)
* 프로이트의 반복 강박(repetition compulsion) 개념
* 성숙한 자아의 형성이 바로 정신분석이 지향하는 목표다
* 프로이트는 초자아의 기능을 이드의 충동을 억제하는 차원에서 주로 언급했지만, 오히려 초자아가 이드를 충동질해 잔혹한 행동을 저지르게끔 유도하기도 한다. 초자아에 심각한 왜곡이 생길 경우 특히 그렇다. 이때 무력해진 자아가 하는 일은 자신이 저지른 부도덕한 행위를 적절하게 합리화시키는 것이다.
* 인간의 잔혹행위들에 대해 프로이트의 자아심리학이 설명해줄 수 있는 부분은 실제로 많지 않다. 그러한 부분은 오히려 대상관계이론이 답해줄 수 있다.
*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컴플렉스(complex)란 억압된 욕구를 중심으로 무의식 안에 결집된 관념들의 복합체를 가리킨다. 그래서 정신분석에서는 열등감이 아니라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 더욱 중점을 두어 인간의 내면을 탐색한다.
* 영국의 저명한 정신분석학자 도날드 위니콧은 유아기에 형성되는 이행기 환상 및 공간에 대한 이론을 통해 성인기의 심리현상을 설명하고자 했다. 그는 인간의 종교, 예술, 과학적 영감의 원천으로 이행기 현상에 주목하고 이 모든 현상들이 엄마와 떨어져 홀로 남겨진다는 불안을 해소하는 대용물, 다시 말해 이행기 대상(transitional object)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 프로이트는 금욕을 요구하는 종교 자체를 신경증적인 현상으로 간주
덧. 이 책은 소울메이트 출판사에서 선물로 보내주셔서 감사히 읽었습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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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인생에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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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역동치료에서 보는 발달 모델을 '동기', '발달의 기본 구성' '정신병리'의 세 가지 기준에 따라 간략하게 비교 정리해 봤습니다.
* 자아 심리학
- 동기 : 욕구 만족
- 발달의 기본 구성 : 원본능, 자아, 초자아
- 정신병리 : 갈등/타협 형성
* 대상관계이론
- 동기 : 대상 추구
- 발달의 기본 구성 : 감정으로 연결된 자신과 타인에 대한 표상
- 정신병리 : 내면화된 대상관계가 외적으로 표현되면서 비적응적인 관계가 반복되는 패턴을 보임
* 자기 심리학
- 동기 : 자기통일감/자신감
- 발달의 기본 구성 : 자기/자기 대상
- 정신병리 : 자기 분열/자기애적 취약성
* 애착이론
- 동기 : 신체적 안전감
- 발달의 기본 구성 : 내적 작동 모델(internal working model)
- 정신병리 : 불안정 애착/정신화(mentalization)의 실패
출처 : '장기 역동정신치료의 이해(Long-Term Psychodynamic Psychoterapy, 2004)'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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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 대학 정교수가 된 강상중 교수가 쓴 에세이입니다.
저자는 청년 시절 재일 교포 2세로 살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다 1972년 한국 방문을 계기로 정체성 문제에 대한 답을 알아내면서 일본 이름을 버리고 강상중이라는 본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치열한 고민 속에서 삶의 돌파구를 찾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고민하는 힘을 알리는 이 책을 썼습니다.
하지만 평생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았던 사람이었는데도 치열한 고민의 끝이 결국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가능한 자아(자아라는 것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즉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나'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 39p, 확실하게 말하면 타자를 배제한 자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 41p), 사회 속에서 존재하는 의미를 찾기 위해 일하는 인간을 찾는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지도 않고 읽으면서 계속 측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온전히 자신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결국은 경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관계망에 들어가는 것으로 타협한 것 같은 찝찝함을 느끼게 만들더군요. 게다가 후반부에는 노령화 사회의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려운 것인지 '늙어서 최강이 되라'와 같은 다소 보기 민망한 장으로 책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장은 안 쓰느니만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청춘은 아름다운가?',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왜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와 같은 제목처럼 그야말로 굵직굵직한 인생의 화두들을 던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저자의 해답은 별로 참신하지도 않고 감동적이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의 저작을 일별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나간 시도가 신선했고 말미에 제시한 연보와 나쓰메 소세키의 저작 소개가 되레 유익했습니다.
그처럼 치열한 고민의 결과가 타인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는 깨달음이라면 저는 그런 깨달음은 거부하겠습니다.
별로 추천드리기 어려운 책이네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강상중 교수의 내한 강연 동영상도 함께 크로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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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표지가 '피리부는 사나이'인데다 제목이 '옛 이야기의 매력'이고 거기에 출판사인 시공주니어에서 어린이 문학 이론서 범주로 묶어서 내 놨으니 뭔가 아이들을 위한 동화 평론같은 책일 것 같습니다만 전혀 아닙니다.
이 책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심리학자로 자폐아 치료와 교육으로 유명한 브로노 베텔하임이 쓴 것으로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서양의 전래 동화에 숨겨진 정신분석적인 의미를 분석하고 아이들의 정신적 발육과 정서적 성장에 옛 이야기가 얼마나 좋은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어린이들을 돌보면서 지내는 어른들에게 옛 이야기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읽기보다는 될 수 있으면 부모가 직접 읽어주라고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옛 이야기를 통해 환상 속에서 어른의 지배로 생기는 위협에 보복하는 공상을 부모가 인정한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고 하네요.
옛 이야기의 장점은 세상을 사실 그대로 적나라하게 묘사하면서도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한다고 섣불리 충고하지 않는 것입니다. 어른들의 도덕과 양심을 강요하지도 않죠. 오히려 그래서 아이들은 옛 이야기를 들으면서, 혹은 읽으면서 자아를 통합하고 건강한 정체성을 갖게 됩니다. 옛 이야기에 나오는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측면은 오히려 옛 이야기의 장점으로 바로 이 장치를 통해 아이들은 개인의 내면 심리로 관심을 돌리게 됩니다.
또한 옛 이야기에는 신화와 달리 항상 행복한 결말이 보장되어 있기에 아이들은 무의식이 의식의 표면으로 떠올라 옛 이야기의 내용에 빨려들어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즉 환상 속에서 외디푸스 컴플렉스를 비롯해 다양한 정신역동적인 문제를 안전하게 해결하는 것이죠.
1권의 목차만 보셔도 이 책에서 무엇을 다루는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1. 내면에서 들여다 본 삶
2. <어부와 지니> - 옛 이야기와 우화의 비교
3. 옛 이야기와 신화 - 낙관주의와 비관주의
4. <아기 돼지 삼형제> - 쾌락원칙과 현실원칙
5. 마법의 필요성
6. 대리만족과 의식적 깨달음
7. 외부화의 중요성 - 환상적인 인물과 사건
8. 변형 - 사악한 계모의 환상
9. 내면의 혼돈에 질서 부여
10. <여왕벌> - 통합에의 도달
11. <오누이> - 이중적 본성의 통합
12. <뱃사람 신드바드와 짐꾼 신드바드> - 환상과 현실
13. <천일야화>의 액자이야기
14. 두 형제 이야기
15. <세 가지 언어> - 통합하기
16. <세 개의 깃털> - 얼간이 막내둥이
17. 오이디푸스적인 갈등과 해결 - 빛나는 갑옷의 기사와 위기에 처한 소녀
18. 환상에 대한 공포 - 왜 옛 이야기는 금지되는가?
19. 환상의 도움으로 유아기를 넘어서기
20. <거위치는 소녀> - 자율성 획득
21. 환상, 회복, 도망, 그리고 위안
22. 옛 이야기의 구연에 대해서
이 책은 한 권의 책을 일부러 두 권으로 나눈 것 같이 보입니다. 2권의 첫 페이지가 267p부터 시작되니까요. 1권이 이론적인 부분을 설명한 것이라면 2권은 실전편으로 '백설공주', '세 마리 곰', '헨젤과 그레텔', '잭과 콩나무',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등의 실제 옛 이야기를 들어 정신역동적인 해석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책은 두 권을 함께 연달아 읽어야 합니다.
번역은 역자가 심리학 전공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정확하여 읽는데 어려움은 없습니다. 다만 심리학, 정신분석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지식 정도는 필요합니다.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의 경우 조금 어려울 수 있겠습니다.
옛 이야기에 숨겨져 있는 정신역동적인 측면을 통해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눈을 넓히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개인적인 추천 대상은 현장의 치료 전문가, 심리치료/상담 전공자, 특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분들이 되겠습니다.
매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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