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며 혼이 깃든 작품을 위해 세속의 부와 명예를 멀리한 채 일흔 평생 흡사 구도자와 같은 길을 묵묵히 걸어온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마루야마 겐지 선생이 쓴 '독한 인생론',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2012)'를 북 크로싱합니다.
제목부터 느껴지는 포스가 내용에서도 전혀 희석되지 않아 처음부터 끝까지 강펀치를 연신 날리는 쎈 책입니다.
부모, 가족, 직장, 사랑, 국가, 신까지 모두 개나 줘 버리고 독하게 홀로 서서 주먹 불끈 쥐고 자신의 인생에 맞서 턱을 꽂꽂이 들고 당당하게 살아가라고 뒤통수를 후려치는 일갈이 일품인 책입니다.
달달한 힐링을 기대하는 분들은 아예 읽으실 생각을 안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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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부러 전시회를 챙겨 보러 다니는 건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맨날 좌반구만 쓰면서 일을 하니 가끔은 우반구에도 좋은 걸 좀 해야한다는 의무감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유명한 전시회가 아니라면 새로운 전시회에 대한 정보가 들어와도 그동안 시큰둥하게 넘겨 버리곤 했죠.
더욱이 그림을 파는 게 주 목적인 상업 갤러리를 일부러 찾아가 그림을 본다는 건 상상도 못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쓴 문희정 작가는 갤러리 순례야말로 가성비 최고의 문화 생활이라며 서울 시내 곳곳에 숨어 있는 매력 만점의 갤러리와 미술관을 알차게 추려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나열식으로 정보와 뻔한 내부 사진들만 제공했다면 참으로 심심했을텐데 큐레이터나 갤러리스트 인터뷰, 미술관에서 즐겁게 놀기 위한 다양한 Tip들, 그리고 근처 맛집과 데이트 코스 소개까지 깨알같은 정보가 그득합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미술관과 갤러리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 선 컨템포러리
* 표 갤러리
* 헛
* 아르코 미술관
* 국제 갤러리
* 보안 여관
* 간송 미술관
* 상상 마당
* 재지마스
* 리움
* 경인 미술관
* 서울시립미술관
* 오페라 갤러리
* 서울대학교 미술관
* 테이크아웃드로잉
* 그림집
* 쇳대박물관
* 플래툰 쿤스트할레
* 서울 토탈미술관
* 소마 미술관
* 청춘 건투를 빈다 갤러리
* 대림 미술관
* 갤러리 팩토리
* 공근혜 갤러리
* 덕수궁 미술관
* 대안공간 루프
* 신세계 갤러리
* 갤러리 라이프
이 중에 제가 방문해봤던 곳이라고는 서울시립미술관, 덕수궁 미술관, 경인 미술관, 이렇게 세 곳 뿐이니 그야말로 무식이 통통 튀는 월덴지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 덕분에 보석같은 갤러리와 미술관들을 많이 알게 되었으니 잘 챙겨 두었다가 곶감 빼 먹듯이 야금야금방문할 예정입니다.
그림이나 전시에 문외한인 저 같은 일반 사람들도 미술관에 놀러갈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는 활기찬 문체도 좋았지만 그림이나 전시품 감상에 정답은 없으니 부담없이 자기만의 페이스에 맞춰 즐기라는 응원이 내용에서 절절하게 묻어나는 게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한번 용기를 내 볼까 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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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30대 싱글들의 정신적 지주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마스다 미리의 여자 만화 3종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인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입니다.
이 만화의 주인공인 수짱은 겉으로 보기에 어느 것 하나 탁월해 보이지 않는 평범한 여성입니다. 예쁜 것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남들이 선망하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죠. 하지만 수짱에게는 아주 큰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는 겁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자답하지 않습니다. 그저 뭔가 있어 보이지만 그게 뭔지도 잘 모르면서 소위 멘토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만 질문을 퍼붓습니다. 그래봤자 아무런 해답을 얻을 수 없는데도요. 왜냐하면 자신의 인생에 대한 답은 자신만 아는 거거든요.
변하고 싶으면 길을 찾아야 하지만 그러려면 자신에게 자꾸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솔직하게 답을 해야죠. 그 과정에서 길이 보이는 법이니까요.
이 만화의 주인공 역시 좌절하고, 기분이 울적해지고, 자신감도 없어지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자신만의 길을 찾아나가죠. 게다가 그러면서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수짱은 지금 그대로도 멋집니다.
마스다 미리 만화의 장점은 작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독자에게 이러쿵 저러쿵 어설픈 조언을 하지 않는 겁니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은 제공하되 일체 부담을 주지 않는거죠.
그래서 무거운 주제가 끊임없이 나오지만 읽으면서 마음이 무거워지지 않습니다. 읽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는 만화입니다.
30~40대 싱글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만화라고 하지만 행복해지고 싶은, 그런데 행복이 대체 뭔지 모르겠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으면 좋은 만화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감명깊게 읽었던 구절 몇 개를 소개합니다.
'이런 때에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는 안 된다. 수다 떨면서 기분을 풀기에는 이르다. 상처받은 자신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지금은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자. 상처받는 건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자신의 마음이 보이지 않을 때는 그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상담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이 옅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할 것이다. 계속 그렇게 해왔으니까. 그리고 계속 그렇게 해왔던 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 여러 모습의 내가 모여서 하나의 내 모습을 만들고 있다.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를 늘려간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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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출판사의 책을 보이코트 하기 전에 사 둔 책이니 꽤나 오랫동안 묵혀두었다 읽은 셈이 된 히라노 게이치로의 장편소설입니다.
사실 히라노 게이치로라는 걸출한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그의 소설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책을 읽는 방법(2006)'이라는 slow reading을 주장하는 책이었죠. 그 책이 워낙 인상깊게 읽혔기에 이후로 최연소 아쿠타가와 수상작이었던 '일식(1999)', '달(1999)'도 연이어 읽었더랬죠. 물론 두 권 다 생각만큼 좋았습니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소설은 처음 볼 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지지만 금방 적응되어 쉽게 읽히면서도 흡입력이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일식'에서는 의고체를 사용한데다 배경이 15세기 후반인데도 그랬고 '달'에서는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리는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는데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200자 원고지 5,500매에 달하는 초대작 '장송'입니다. 국내에는 두 권의 책으로 발매되었고 1권이 709페이지, 2권이 903페이지로 총 1,612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소설이죠.
그가 일식과 달 이후로 3년 만에 내놓은 작품인데 1840년 대 혁명의 파리를 중심으로 음악가 쇼팽과 화가 들라크루아, 쇼팽의 연인이었던 작가 조르주 상드를 중심으로 그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가들의 삶과 고뇌, 예술을 대하는 그들의 시각을 그야말로 촘촘하게 구성한 소설입니다. 쇼팽이 연인이었던 조르주 상드의 곁을 떠나 파리로 돌아온 날로부터 이 소설의 프롤로그이기도 한 쇼팽의 장례식 장면까지 약 3년 동안의 기록을 소설로 옮긴 겁니다.
저자 스스로 '일식(중세에서 르네상스로 전환)', '달(일본의 근대화 시작)', '장송(입헌군주제에서 공화제로 전환)'을 전환기 3부작이라고 명명하고 있으니 이 책은 그야말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작가가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소설은 구상 단계까지 포함해 4년을 온전히 쏟아부었다고 말할 정도로 방대한 양의 자료 수집 및 조사, 현지 답사를 진행하였는데 그 강박에 가까운 집착과 열정이 흡사 움베르토 에코를 연상케 하더군요.
작가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고 말하는 그 자신감에 저도 모르게 동의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입니다. 게다가 엄청난 분량인데도 숨쉴 틈 없이 읽히네요. 이렇게 혼신의 힘을 기울인 작품을 읽는 건 그것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죠. 시오노 나나미도 염려하고 있듯이 혼신의 힘을 기울인 나머지 젊은 나이에 스러져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마음에 드는 작가의 한 마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책을 읽히는 게 작가의 임무다. 그 시대의 세계관을 사회에 알리고 세상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게 소설쓰기다"
덧. 개인적으로 조르주 상드의 딸 솔랑주는 정말 짜증나는 캐릭터였습니다. 저렇게 심성이 비뚤어진 자식이 있다면 아무래도 제 명에 못 죽을 것 같네요.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두 권을 한 세트로 북 크로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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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부역 청산을 하지 못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는 책입니다. 친일파를 숙청한다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기준으로 부역자를 선별하고, 어떤 벌을 가해야 할까요? 대전제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각론과 행동 수칙으로 들어가면 만만치 않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치에 협력한 지식인들을 엄중하게 처벌한 프랑스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도서 전문 월간지 '리르(Lier)'의 편집장이며 유명한 전기 작가인 피에르 아술린(Pierre Assouline)이 썼는데 1940년 6월 18일 샤를 드골 장군이 프랑스의 패배를 인정한 뒤 독일군에게 점령된 파리가 1944년 8월 21일 해방된 이후로 진행된 나치 부역자에 대한 숙청 기록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언론과 문단에서 활약한 지식인들을 특별히 가혹하게 처벌했는데 이는 자신의 지적 능력을 통해 잘못된 생각과 신념을 퍼뜨려서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정작 물질적인 이득을 톡톡히 챙긴 기업가들 중에는 면죄를 받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하죠. 나중에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구형의 강도가 현저히 낮아지기는 했지만 최소한 1만 명이 넘는 기자와 작가가 처벌을 받았고 그 중 상당수가 자신의 목숨으로 죄값을 치렀습니다.
당연히 그 중에는 이중간첩처럼 행동하거나 박쥐처럼 잽싸게 레지스탕스 측에 붙어 목숨을 구걸한 사람, 인맥을 활용해 법망을 빠져 나간 사람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추잡한 모습도 엿볼 수 있죠.
프랑스와 달리 이미 해방된 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친일 부역자와 그 자손이 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공고한 기득권층을 형성한 우리나라의 경우 설사 청산이 가능하다고 해도 판사의 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부역 혐의가 짙은 판사들이 공판의 선고를 담당해 같은 부역자를 처벌했던 프랑스의 희비극이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되지 말란 법이 없을 겁니다. 그 과정에서 대어는 빠져나가고 피래미만 처벌받는 일도 당연히 생길테고요.
그냥 막연히 친일 청산이라는 대전제만 생각하다가 구체적인 그림을 한번쯤 그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와 먼 프랑스의 이야기라서 몇몇의 유명 작가를 제외하고는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인물 대부분을 잘 모르는데다 이 책이 연대기의 형식을 빌고 있어 완급이 없고 문체까지 건조한 바람에 지루하고 꽤 힘든 독서였습니다. 그래서 차마 추천은 못 드리겠네요.
덧. 그래도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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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는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릴 정도로 필력을 인정받는 국민작가입니다. 천엔짜리 지폐에 등장할 정도의 존재감을 가진 인물이죠.
1905년에 발표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일약 스타 작가가 되었으며 이후 10여 년 동안 일본 근대문학사에 큰 획을 긋는 훌륭한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
이 책에는 주로 장편을 집필했던 나쓰메 소세키로서는 다소 드문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그 중 '런던탑', '칼라일 박물관', '취미의 유전'은 직업 작가가 되기 이전의 초기 작품들이고, '문조', '꿈 열 밤', '긴 봄날의 소품'은 중기의 작품들입니다.
나쓰메 소세키는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문체로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한 작가인데 바로 이 책에 실린 여섯 편의 단편에서 본인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번역자인 김정숙 선생이 소세키 문학 전공자이기 때문에 소세키만의 문체가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잘 번역한 것 같고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구입을 해 놓고도 아직 못 읽고 있는데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세계를 먼저 맛보기한다는 의미를 두고 읽었는데 다 읽고 나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도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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