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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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교토대 학생들이 '가장 수업받고 싶은 교수 1위'로 뽑았다는 가마타 히로키 교수가 쓴 책입니다. 부키 출판사에서 위의 문구를 띠지에 박아넣어 홍보를 했습니다만 가장 수업받고 싶은 교수라면 강의를 잘 하는 교수라는 뜻인데 강의를 잘 하는 교수가 책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니 대체 뭔 홍보를 이렇게 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깊게까지 생각하지는 않겠지요. 학생들이 수업받고 싶은 교수라면 어려운 과학 고전도 쉽게 풀어서 재미나게 설명했을거라고 단순히 생각할 것을 염두에 두고 홍보한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는 그런 어림짐작이 먹힌 것 같습니다. :)
히로키 교수는 화산학을 전공한 지구과학자인데 14권의 과학 고전을 선정하고 이를 잘 알려지지 않은 뒷 이야기를 토대로 과학의 본질과 내용을 쉽게 풀어냅니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생명을 이야기하는 책
1. 생물학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진화론 사상으로 : 종의 기원(다윈)
2. 전 세계 모든 어린이들이 탐독하는 : 곤충기(파브르)
3. "나는 내 과학 연구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 식물의 잡종에 관한 실험(멘델)
4. 노벨상을 쟁취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욕망과 경쟁 : 이중나선(왓슨)
* 환경과 인간을 생각하는 책
5. 생물학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다 : 생물로부터 본 세계(윅스킬)
6. 마음 현상을 물질의 변화로 설명하다 : 대뇌 양 반구의 작용에 관한 강의(파블로프)
7.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과학으로 : 침묵의 봄(카슨)
* 인간을 둘러싼 물리를 탐구하는 책
8. 목성의 네 번째 위성으로 지동설을 증거하다 : 시데레우스 눈치우스(갈릴레오)
9. 눈앞의 힘이 아닌 자연계에 존재하는 힘 : 프린키피아(뉴턴)
10. 시간은 늘었다 줄었다 하고, 시공은 일그러지고 : 상대성 이론(아인슈타인)
11.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 성운의 세계(허블)
* 지구의 신비를 밝히는 책
12. 고대 로마의 백과사전 : 자연사(플리니우스)
13. 지구의 역사와 메커니즘을 설명하다 : 지질학 원리(라이엘)
14. 그린란드의 빙산에서 대륙이동설을 떠올리다 : 대륙과 대양의 기원(베게너)
파브르의 곤충기나 다윈의 종의 기원처럼 귀에 익숙한 책이 있는 반면 플리니우스의 자연사나 라이엘의 지질학 원리처럼 과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생전 처음 들어봤을 낯선 책들도 있습니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각 장의 끝부분에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을 다양하게 소개하는 것인데 히로키 교수는 아쉽게도 일본에서 발행된 책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다행하게도 이 책의 감수를 맡은 이정모 교수가 국내에서 출판된 관련 책을 추천하고 있더군요. 저도 몇 권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습니다.
여행 전문이기는 하지만 정숙영 번역가가 깔끔하게 번역하기도 했고 내용 자체가 워낙 쉬워서 읽어볼 엄두를 내기 어려운 과학 고전을 맛보기에 좋은 책입니다. 과학 고전에 대한 입문서 정도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 추천드립니다.
닫기
* 환세계 관점은 칸트의 인식론의 생물학 버전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환세계란 인간에게 있어 주변 세계를 인식하는 '환상'이다.
* 파블로프는 소화기를 조절하는 신경에 관한 연구로 1904년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했다. 그 유명한 '조건반사'의 발견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것이 아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뒤에서 이야기할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이 아닌 광양자설로 노벨상을 받은 것도 비슷한 예라 하겠다.
* 1992년 로마 교황청이 과거의 종교 재판에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무려 350년의 세월이 지나 갈릴레오는 종교계로부터 명예를 회복했다.
* 천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인 케플러의 제1법칙, 즉 태양의 주위를 도는 행성은 타원형의 궤도를 그린다는 법칙에 뉴턴이 발견한 연동방정식(힘과 질량과 속도 변화에 대한 관계)을 적용하자 수학적으로 간단히 설명되었다. 사실 자연계를 기술하는 케플러의 법칙을 성립시키기 위해 만유인력 법칙이 고안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 1955년에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이 핵 폐기 주장을 세상에 알리는 공동 성명을 내자고 아인슈타인에게 권유했다. 아인슈타인은 곧 그것을 수락하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그러나 그 편지가 러셀에게 도착했을 때 아인슈타인은 76세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마감한다. 같은 해 7월 9일에 발표된 '러셀-아인슈타인 성명'에는 각국의 저명한 과학자들이 셔명을 하여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캐나다의 국가 원수들에게 보내졌다. 이 성명은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켜 그 후에 일어난 핵무기 폐기운동의 훌륭한 디딤돌이 되었다.
닫기
* '다윈의 식탁(2014, 바다)' - 장대익
* '곤충의 유혹(2004, 휘슬러)'
* '도둑맞은 미래(1997, 사이언스 북스)' - 테오 콜본 등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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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종교를 동시에 다룬 책 중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책입니다. 일단 강력 추천부터 하고 소개 시작합니다.
이 책은 2008년 4월부터 8월까지 인터넷 언론인 '프레시안'에 온라인으로 연재된 이메일 내용과 오프라인 대담을 엮은 서간집입니다.
세 명의 공동 저자가 등장하는데 각각의 프로필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신재식. 호남 신학 대학교 신학과 조직 신학 교수, 신학자, 진화론적 유신론자* 김윤성. 한신 대학교 종교 문화학과 교수, 종교학자, 불가지론자* 장대익. 동덕 여자 대학교 교양교직학부 교수. 과학 철학자, 절대적 무신론자
사실 이 세 분은 추천사를 쓴 김용준 한국학술협의회 이사장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고, 최재천 교수는 장대익 교수의 은사, 정진홍 교수가 신재식, 김윤성 교수의 은사라고 하니 그야말로 신학, 종교학, 과학 철학의 최전선에 선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목이 종교 전쟁이지만 오히려 내용은 종교 전쟁을 끝낼 대화의 시작에 가깝습니다. 이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4부까지는 세 저자가 주고받은 이메일을 정리한 것이고 5부는 태국에서 실제로 만난 세 사람의 대담을 정리한 것입니다.
1부에서는 장대익 교수가 '과학의 시대에 종교의 유통 기한이 끝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으로 종교를 향해 먼저 포문을 열고 2부에서는 종교를 해부하려는 과학의 시도에 대해 신재식 교수가 반격합니다. 3부에서는 장대익 교수가 미국에서 과학적 무신론의 두 거두인 에드워드 윌슨과 대니얼 데닛과 함께 한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소개하면서 종교가 과학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묻습니다. 4부에서는 '왜 한국 교회가 창조 과학에 열광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세 저자가 각각 한국의 창조 과학과 지적 설계 운동에 대한 경험담을 풀어놓습니다. 5부에서는 앞서 소개한 것처럼 태국 치앙마이에서 세 저자가 직접 만나 나눈 대담을 정리하고 종교의 미래에 대해 각자의 예측을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고요.
후기로 김윤성 교수가 프레시안에 연재되던 당시 받았던 질문에 답하는 글과 신재식 교수가 종교와 과학의 관계에 대해 좀 더 궁금해 하는 독자를 위해 다양한 책들을 추천한 것도 큰 선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별 생각없이 구매한 책인데 로또 맞았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내용이 훌륭한 책입니다만 세 저자의 균형비 만큼은 시비를 걸고 싶습니다.
사실 신재식 교수는 진화론적 유신론자라서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진화론을 수용하는 분이고 김윤성 교수도 종교학자이기는 하지만 가치 판단을 적용하지 않는 학문적 관점에서 종교를 바라보는 분이니 종교보다는 과학 쪽에 무게가 많이 실린 느낌입니다. 그래서 제게는 종교가 과도하게 공격받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절대적 무신론자인 장대익 교수보다 유신론자인 과학 철학자를 대척점에 세웠다면 좀 더 흥미로운 토론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추천사에서 최재천 교수가 비움, 귀 기울임, 받아들임을 이 책의 장점으로 언급했지만 저는 별로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장대익 교수는 지나치게 도킨스의 밈 이론에 경도된 나머지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신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종교는 없어져야 하고 없어질 수 밖에 없다는 자신의 견해를 조금이라도 수정하거나 다른 두 교수의 의견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는 듯 느껴졌습니다. 신학자인데도 진화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신재식 교수나 중도의 입장에서 균형감을 잃지 않았던 김윤성 교수에 비해 상당히 concrete하고 rigid하게 보이더군요. 특히 5부에서 그랬는데 약간은 떼를 쓰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해서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실제로 전체 내용을 읽어보면 장대익 교수가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인정하고 다른 두 교수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는 부분이 (제 기억으로는) 하나도 없습니다.
어쨌거나 종교(그 중에서도 개신교)와 과학의 애증 관계와 숨겨진 이야기들을 책 한 권으로 훑어볼 수 있어 행복한 독서였습니다.
과학과 종교 모두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필독서로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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