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쳐상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한낮의 우울'로 유명한, 앤드루 솔로몬의 역작 '부모와 다른 아이들 1,2(Far from the Tree, 2012)'를 북 크로싱합니다.
10년에 걸쳐 300가구가 넘는 가족을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고 그 범위도
'청각 장애', '소인증', '다운증후군', '자폐증', '조현병', '장애', '신동', '강간', '범죄', '트랜스젠더'에 이릅니다.
지금까지 제가 읽은 '다름'을 다룬 책 중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건 1,600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 뿐입니다. 그래도 번역이 워낙 뛰어나 읽기가 어렵지는 않습니다. 분량에 사전 압도되지 마시고 한번쯤 꼭 읽어보셨으면 하는 강력 추천작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805
세상에는 정말 많은 책이 있습니다. 인간의 삶은 유한한데다 충분히 길지도 않아서 아무리 많은 책을 읽는 다독가라고 해도 지금 이 시간에도 끊임없이 세상에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책들 중 평생동안 만날 수 있는 수가 극히 한정적입니다. 그러니 정말 마음에 드는 좋은 책을 만나는 건 아주 큰 행운이자 행복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책의 저자인 앤드루 솔로몬(Andrew Solomon)은 퓰리쳐상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한낮의 우울'로 더 잘 알려진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데 저는 이 책을 먼저 읽고 감명을 받아 한낮의 우울을 추가로 구매했죠.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좋은 책을 만나는 건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기쁜 일인데 그것이 인생의 역작 수준의 책이라면 그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죠. 올 2월 초에 소개한
'잃어버린 육아의 원형을 찾아서(1985)' 포스팅에서 2018년에 읽은 최고의 책이 두 권 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한 권이 읽어버린 육아의 원형을 찾아서 였고, 다른 한 권이 바로 이 책(정확하게는 두 권으로 구성된 시리즈)입니다.
무려 1,600페이지에 달하는 44,000 원짜리 하드커버 시리즈가 어떻게 제 책 구매 리스트에 들어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제 인생 책 중 한 권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무려 10년에 걸쳐 300가구가 넘는 가족을 대상으로 진행한 4만 페이지의 인터뷰 내용의 집대성입니다.
내용은 책 제목대로 '부모와 다른 아이들'을 자녀로 둔 부모와 당사자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 '다름'의 범위가 '청각 장애', '소인증','다운증후군', '자폐증', '조현병', '장애', '신동', '강간', '범죄', '트랜스젠더'에 이릅니다.
그 '다름'은 거의 대부분 선택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 당사자와 부모 상당수는 때로는 용기로, 때로는 체념으로, 때로는 운명으로, 때로는 신의 시험으로 받아들이고 나름의 자리에서 나름의 방법으로 그 운명을 선택하고 용감하게 살아나갑니다.
제 전공과 관련하여 평소 익숙한 주제도 있었지만 상상도 못했던 내용이 많아서 읽으면서 많이 놀랐습니다. 예를 들어 청각 장애와 관련해서는 농문화를 지키기 위해 인공 와우 수술에 반대하는 청각 장애 커뮤니티의 입장이라든가, 자신과 같은 장애아를 갖기 위해 유전적 취약성을 가진 대리모를 일부러 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제가 얼마나 생각이 좁은 사람인지 새삼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일의 특성 상 나름 '다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깨인사람이라고 자평하고 있었는데 그런 오만함을 산산히 부숴주는 고마운 책이었네요.
도전하기 쉽지 않은 분량의 책이지만 심리학 전공자 뿐 아니라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셨으면 하는 좋은 책입니다. 일단 읽어보시면 출판사가 띠지에 '인류에 대한 관점을 바꿀 21세기 심리학적 권리장전'이라고 인쇄해 놓은 것을 보고 코웃음을 치기 어려울 겁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닫기* 가족은 차이를 둘러싼 관용과 불관용의 시험대이며, 차이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이런 과정이 강조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이고 시급한 장소이다. * 우리들 대부분은 자신이 부모와 다르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아이들이 우리와 다르다는 사실에 우울해한다.
* 이례적인 사람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오히려 완벽하게 정상인 것이 드물고 고독한 상태다.
* 자녀가 행복하지만 남들과 다르게 사는 것보다 불행하더라도 남들과 비슷하게 사는 것을 더 바랄 정도로 우리는 너무나도 명백하게 수평적 정체성을 증오한다.
* 가끔은 그 다양성 때문에 지치고 힘들기도 하지만 다양성이 감소한다는 사실 자체가 싫다. 특별히 누군가 게이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 세상에 게이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벌써부터 나 자신이 그리워진다.
* 사회 경제적인 지위가 높은 사람들일수록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고, 인지된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것을 더욱 힘들어한다.
* 고치려는 태도는 질병 모델이고, 수용하려는 태도는 정체성 모델이다.
* 나는 차이의 범주를 탐구하면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를 키우는 일이나 부족한 능력을 가진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어느 면에서 비슷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 다양한 문제를 안고 태어난 아동들을 관찰한 연구에 의하면, 명백하게 ‘의미를 찾으려고 보다 열심히 노력했던 어머니의 아이들이 보다 나은 발달 결과를 보였다’
* 위계 때문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조차 그들 사이에 또 다른 위계를 세우고자 하는 충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 빛은 상처 난 곳을 통해 들어온다.
* 수화는 대개 좌뇌(언어를 관장하는 영역이며 수화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에는 이 영역에서 소리와 문자화된 정보를 처리한다)의 영향을 받는다. 우뇌(시각적인 정보와 몸짓의 감정적인 내용을 처리한다)의 영향력은 훨씬 미미한 수준이다.
* 청각 장애 아동은 건청인 아이가 제1언어를 습득할 때와 정확히 똑같은 방식으로 수화를 배운다.
* 수화를 금지한다고 청각 장애 아동이 발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언어 능력을 저하시킬 뿐이다.
-> 2장 '청각 장애'까지만 줄을 치면서 읽었고 줄을 쳐야 할 곳이 너무 많다고 느껴져서 이후에는 줄치며 읽는 걸 포기했습니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802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454
개인적으로 진단명을 남발하는 것에 알러지가 있습니다만 심리평가의 주 의뢰 사유가 진단인 경우 의심되는 공존 장애가 많다고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노파심에서 말씀드리지만 R/O을 붙여서 되는대로 나열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주 의뢰 사유가 치료 계획 수립이나 향후 대처 방법의 모색인 경우는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간단한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주의집중을 잘 못하는 초등학교 1학년 남아가 심리평가 의뢰 되었는데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면서 등교를 거부하고 밤에는 혼자서 안 잘려고 심하게 떼를 쓰는데다 억지로 혼자 재우면 어김없이 야뇨를 하고, 시험 기간이나 학습지 선생님이 방문하는 날이 되면 눈을 심하게 깜박이는 문제를 보일 때 어떻게 formulation해야 할까요?
정확한 변별 진단만 필요하다면 ADHD, Transient Tic Disorder, Enuresis, Adjustment Disorder, Separation Anxiety Disorder 등등의 가설을 세운 뒤 검사 sign으로 검증하면 될테지만 아동에게서 관찰되는 증상이 다양하고 여러가지 진단이 동시에 의심될 만큼 혼재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핵심 문제가 무엇인지 찾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검사 sign을 정리하면서 진단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각 장애로 단독 진단을 한다면 어떤 것이 피검자의 심리적 상태를 가장 잘 설명하는지를 특히 염두에 두고 보는 것입니다.
위에서 예로 든 아동의 경우 핵심 문제가 평가 불안의 문제인지, 애착의 문제인지, 파괴적 관심 끌기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주의력 문제인지 말이죠.
핵심적인 문제를 찾아내면 거기부터 시작해서 다른 장애의 중복 진단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예상되는 진단 가설이 많을 때에도 좀 더 손쉽게 피검자의 문제를 formulation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연습이 평소에 잘 되어 있지 않으면 핵심적인 문제를 골라내는 눈이 안 생기기 때문에 전에
'임상심리평가보고서 이렇게 쓰면 안 된다 II'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R/O 진단을 남발하게 됩니다.
그러니 다양한 진단이 동시에 의심되는 경우에는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단독 진단을 먼저 찾고 그 진단을 통해 피검자의 핵심 문제를 찾는 것을 연습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302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293
★★★★☆
이미지 출처 :
YES24
책 내용을 소개하기에 앞서 장애인에 대해 공부하고 이해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 분들에게 입문서로 더 없이 좋은 훌륭한 책이라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내용이 그리 밝지 않은데다 출판사가 책 디자인에 별로 공을 들이지 않은 것 같더군요. 추천을 받은 책이 아니었다면 저도 선뜻 집어들기 어려웠을 겁니다. 책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디자인 또한 중요한(어찌보면 내용보다 더 중요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요.
이 책은 장애와 관련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공부하고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장애와 관련있는 학과의 교수도 있고, 국가인권위원회에 계시는 분도 있고 NGO에서 일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필자 중에는 실제 장애인도 있고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는 소설가도 있습니다.
내용도 장애인 정책에 대한 내용, 장애 문화사, 장애와 인권의 관계, 차별과 배제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장애를 다루고 있어요.
이 책은 크게 4부로 내용을 나누어 놨습니다. 1부에서는 장애와 차별이라는 제목으로 장애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과 장애의 사회사, 사회 속의 장애를 다루고 있습니다. 2부에서는 신체 장애, 3부 에서는 정신 장애, 4부에서는 여성과 장애를 다루고 있는데 어찌 보면 별로 특별할 것이 없는 내용이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거리들이 참 많습니다.
특히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김형수 씨의 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라는 글을 인상깊게 읽었는데 이 책을 읽는 분들도 이 글 꼭지를 좀 더 진지하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장애에 대한 인식을 새로 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장애(신체 장애, 정신 장애)를 다루고 있는 책 중에서 굉장히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고 추천드립니다.
닫기
* 공식적인 장애인 실태 조사에서도 전체의 89.4%가 후천적 장애(2000)일 정도로 장애는 우리 가까이 있다.
* 다양함 혹은 '다름'에 어떻게 반응을 보이는가 하는 것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선택이다.
* 국가가 인구를 정상/비정상의 틀에서 보기 시작하면, 다음 순서는 비표준을 규범화시키는 것이고, 이것이 곧 우생학의 목표가 된다. 장애인에 대한 근대 과학주의의 대응이 바로 이 우생학이었다.
* 우생학에 입각한 사회 운동은 1890년대에 미국에서 태동했다.
* 인간의 사회 행동은 환경이 아니라 유전 형질이 결정한다는 우생학적 명제는 사회 개혁가들의 실패를 정당화해 주었다.
* 스웨덴이나 노르웨이는 193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대대적으로 유전적 질병이나 장애인들에 대하여 강제 불임 수술을 시행하였다. 스웨덴의 경우 이 기간에 6만 여 명이 강제 불임 수술을 당해야 했다.
* 운동회는 체육의 종목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전시장이면서 마을 공동체를 국가에 끌어들이는 접점이었다. 학교 운동회는 대부분 전쟁 동원에 필요한 육체적 단련을 체육의 대상으로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 1980년대 중반 이후 장애인이라는 용어가 국내에 정착되었다.
* 1980년 세계보건기구가 발간한 'WTO 국제장애분류시안'에는 의학적 측면에서의 기능 장애(impairment), 개인 생활적 측면에서의 능력 장애(disability), 그리고 사회 생활적 측면에서의 사회적 불리(handicap)로 분류하고 있다.
* 미국에서 1960년대까지의 장애인 삶의 역사를 시혜의 역사라고 이름 붙인다면, 1970년대 이후는 권리의 역사라고 이름지을 수 있다.
* 자립 생활 운동이란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self-determination)'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장애인이 스스로 결정할 수 없도록 만드는 사회적 구조와 장벽을 변화시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상이한 취급 금지의 법리'는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구별하여 명백하게 다른 취급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장애인은 작업 능률이 떨어지고 결근이 잦다'는 등의 일반적인 통념을 기준으로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으면 이는 '상이한 취급'으로 간주된다. 장애인의 결근율이나 산재율 등 객관적인 데이터를 들이대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에 대한 평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간접 차별 금지'란 형식상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구별하여 상이한 취급을 하지는 않지만 비장애인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현저하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간접 차별에는 본인이 직접 차별하지는 않지만 차별 행위를 하는 단체를 지원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에 의하면 차별적 성향이 강한 단체에 후원금을 내는 것도 차별이다. '적절한 배려의 법리'란 합리적인 편의를 제공하지 않으면 이 또한 차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 미국의 ADA는 정상화와 차별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독특한 것이 있다. 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장애인이 된다. 즉 현재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현재에는 장애가 나타나지 않지만 과거에 장애가 나타났던 경우, 그리고 장애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모두 장애인으로 인정을 받는다.
* 온전한 평등이란 것은 누군가에게 상대적으로 우월한 관념과 가치관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과정과 그 가치관까지도 이렇듯 평등하게 되는 과정을 거쳐야만 되는 것이다.
* 장애인에게는 사랑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가 주어져야 하는 것이고, 봉사와 희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함께 해결할 전문가가 필요하다.
* 국가나 사회가 우리 나라처럼 편견과 차별에 대한 해답으로 사랑과 봉사를 강조할수록, 그만큼 국가와 사회의 실질적 책임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징벌의 문제를 사랑과 봉사의 이데올로기로 풀려고 하면 할수록 본질에서는 멀어진다. 사랑과 희생으로 봉사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국가와 사회는 임금을 줘야 하는 '프로'의 기용을 그만큼 피할 수 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