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매일 죽음을 만나거나 다루는 특수한 직업에 종사하지 않는 한은요.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 깊게 고민하게 되는 때는 가까운 사람들의 부고를 접하거나 실제로 본인이 죽을 뻔한 흔치 않은 경험을 하게 되었을 때 뿐입니다.
하지만 인간을 포함해 죽음을 영원히 피할 수 있는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죠. 결국 우리는 언젠가는 죽음을 맞게 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떠한 방법으로 당면하게 될 것인가를 모를 뿐이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보다 먼저 죽음에 맞닥뜨린 사람들의 기록은 일부러라도 찾아서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은 질병에 의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사람 뿐입니다. 돌연히 사고사를 당한 사람들은 그런 기회조차 없었겠죠.
장영희 교수와 위지안 교수의 책에서 삶의 에너지와 역동성, 힘이 느껴졌다면 김진영 선생님의 이 책에서는 남은 삶을 담담히, 그러면서도 섬세하게 관조하는 세심함이 느껴져서 대조적이었습니다.
2017년 7월 암 선고를 받은 후 2018년 8월 임종하실 때까지 김진영 선생님은 그동안의 삶과 주변과 사람들과 세상을 돌아보면서 비로소 만나고 발견하게 된 의미있는 순간들을 묵묵히 적어나가셨고 그 결과를 묶은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감사와 사랑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존재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면 사람마다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게 된다는데 김진영 선생님은 사랑으로 가득한 분이었나 봅니다.
고통과 싸우는 중에도 사적인 기록을 공적인 매개물인 한 권의 책으로 묶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토로하셨지만 아직 존재의 위기를 맞이하지 않은 제게도 넘치는 성찰과 위안의 독서가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부디 영면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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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생. 상하이 자오퉁대학교를 졸업하고 노르웨이로 떠나 오슬로 대학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30살의 젊은 나이에 세계 100대 대학 중 하나인 상하이 푸단 대학교의 교수로 임명됨. 숲에서 화석 연료를 대체할 에너지 숲 프로젝트를 정부에 제안하고 거대 프로젝트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던 촉망받던 신진 학자. 역시 명문 대학 교수인 남편과 갓 태어난 건강하고 똑똑한 아들까지 완벽한 가정을 이룬 여성. 2009년 10월 그야말로 갑작스럽게 말기 암 선고를 받음. 이것이 이 책을 쓴 위지안 교수의 약력입니다.
출판사의 북 리뷰에서도 묘사하였듯이 이륙 준비를 마친 우주선이 카운트다운 직전에 어이없이 폭발해 버린 것처럼 절정의 순간에서 갑자기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버린 그녀는 어처구니없는 절망 속에서 자신에게 남겨진 많지 않은 시간에 체념하고 분노하기보다는 앞으로 남겨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며 깨달은 것들을 일상의 에피소드와 함께 블로그에 연재하기 시작했고 이 책이 바로 그 결과물입니다.
여러 번 눈물을 흘리면서 읽었습니다. 사그러드는 생명을 가까스로 붙잡고 있으면서도 그녀가 고통으로 점철된 매일의 삶 속에서 깨닫는 지혜와, 의식이 혼미해지는 고통 속에서도 잃지 않는 위트와 유머가 참으로 부럽고 고맙더군요.
이 책을 읽으면서 흡사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읽을 때와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찌 보면 둘이 이란성 쌍둥이가 아닐까 싶게 닮았다는 생각도 했고요. 우리는 고통이 자신을 강하게 만든다고 알고 있지만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사람만을 강하게 만드는게 아닐까요?
위지안 교수와 장영희 교수 모두 그 고통과 두려움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 사람들이었기에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고 용기있게 떠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을 읽던 도중에 제가 굳게 믿고 있는 삶의 지혜를 또 발견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의 답은 시간이었다’(e-book 169p)
이 책의 제목마저도 시간이 주는 소중한 교훈의 연장선 상에 있습니다.
‘오늘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
저는 여기에서 ‘이유’보다 ‘오늘’이 더 중요한 낱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고, 모든 것을 뒤로 미룬 채 미친 듯이 앞만 보며 달려 온 저자가 투병 중에 깨달은 삶의 지혜라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습니다.
2011년 4월 19일 새벽 4시에 세상을 떠난 그녀의 명복과 남은 가족의 평안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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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곤하면 어디든 앉아 쉬고 가는 게 인생이다
* 결혼의 상대방을 고를 때 중요한 것은 단 하나뿐이다. 인생이라는 차가운 벌판 위에서 끝까지 손을 놓지 않는 존재, 그런 사람인가 하는 점이다.
*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우리가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건강한 몸이 있기 때문이다.
* 나중에 더 많은 미소를 짓고 싶다면 지금 삶의 매 순간을 가득가득 채우며 살아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나 남았든
* 우리는 가족과 친구, 소중한 이웃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사랑의 빚을 지며 살고 있다. 그러니까 행복한 것은, 언젠가 갚아야 할 빚이다.
* 실력의 끝마무리는 언제나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향해 진정으로 열린 마음이 없는 한, 그저 ‘실력자’ 수준에 머무를 뿐이다.
* 어쩌면 병이란, 우리가 평생 살아도 깨닫지 못할 그런 사랑을 일깨워주기 위한 가장 극단적인 처방일지도 모른다.
* 나는 상황에 대항해 싸우거나 부정하기보다는,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소중한 시간을 더 알차게 보내고 싶을 뿐이다.
* 현실의 고난은 맞부딪혀 싸우거나 괴로워할수록 더 집요하게 구는 경향이 있다. 마치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에게 말대꾸를 하면 할수록 더 기세등등하게 달려드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반대로 콧방귀도 뀌지 않고 무시해버리면, 서서히 힘을 잃고 마침내는 사라져버린다. 상대가 반응이 없으면 싸움이 싱거워지고 재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 가진 것 하나 없고 인생의 맨 밑바닥으로 떨어진들 어떠리. 넉넉한 마음만 지킬 수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한때는 나만 아프다고 생각했고, 그게 너무 억울해서 세상을 경멸하고 증오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아무리 아파도, 세상에는 나보다 더 가슴이 아픈 사람이 있다는 것을.
* 뭔가를 이루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보다, 곁에 있는 이의 손을 한 번 더 잡아보는 것이 훨씬 값진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사랑은 나중에 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하는 것이었다.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에
덧. 이 책은 새 책으로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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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월덴 3의 새 책 북 크로싱은 장영희 교수의 유고 산문집인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2009)'입니다.
이 책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삶이 힘들고, 용기가 없고, 기적이 필요한 분들에게 힘이 되는 책입니다. 저는 보통 에세이는 소장하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두고두고 보고 싶어서 새 책으로 북 크로싱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제도 안내에 있는 내용대로 제게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이 북 크로싱은 월덴 3에서 매달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새 책 북 크로싱이므로 맨 처음 신청하신 분은 새 책을 받게 됩니다.
* 월덴 3의 북 크로싱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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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크로싱 신청을 하시기 전에 반드시 경고 제도를 숙지하세요!
* 신청자 명단(2011년 2월 11일 13:52 현재)
- 혜란님(독서 완료)
- 궁금님(독서 완료)
- Hzin님(독서 완료)
- ojy님(독서 완료)
- cam님 :
연락 두절
- 월덴지기(보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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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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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장영희 (샘터사, 2009년) 상세보기 이번에 읽은 책은 에세이 입니다. 쉽고 빠르게 읽히는게 강-_-렬한 집중을 하지 않아도 되서 읽기 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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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세상을 떠난 장영희 교수의 유고 산문집입니다. 장영희 교수가 5월 9일에 세상을 떴고 이 책의 출간일이 5월 15일이니 그야말로 유고 산문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이렇게 마음에 울림을 주는 사람의 글을 더 이상 읽을 수 없다는 것이 참 안타깝고 아쉽고 마음이 그렇습니다.
그런데다 이 책은 제목이 무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입니다.
프롤로그를 보면 저자가 이 책의 제목을 정하면서 했던 고민을 토로한 대목이 나오는데 정작 저자는 살아갈 기적을 만나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떠나고 말았네요.
그럼에도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는 살아온 기적과 살아갈 기적을 힘있게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운명, 인연, 가능성, 다시 시작하기와 같은 내용들로 꽉꽉 채워 놓아 마음이 무겁거나, 용기가 없거나, 기운이 떨어질 때 읽으면 마음의 위로가 확실하게 됩니다.
'진짜 슈퍼맨'이라는 글에서 저자가 덧붙인 멘트를 인용합니다.
"2001년에 썼던 이 글이 참 새삼스럽다. 리브도, 윤이도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진짜 슈퍼맨'이 되기 위해서, 내 가족들, 내 학생들, 그리고 내 독자들의 '잘 싸워 주리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그들이 했던 용감한 싸움을 계속한다"
저자가 이 말처럼 살아 생전에 결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용감하게 싸웠음을 믿습니다.
그리고 이 말을 꼭 들려주고 싶습니다. '괜찮아!!'
덧. 이 책은 새 책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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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집인 '문학의 숲을 거닐다(2005)'를 북 크로싱합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는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뒤늦게 이 분의 글을 접하게 되어서 안타깝고 아쉬우면서도 동시에 참 고마웠습니다.
이처럼 좋은 에세이를 뒤늦게나마 읽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제도 안내에 있는 내용대로 제게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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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제게 장영희라는 이름은 그저 다리가 불편했던 영문학 교수이자 최근에 암으로 작고한 작가에 불과했습니다.
어찌 보면 그의 죽음으로 인해 이미 2005년에 출판된 이 책이 다시 사람들에게 주목받게 되어 제 손에도 들어오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게는 참 행운이고요.
조선일보에 3년 간 연재되었던 문학 칼럼을 엮어 내놓은 이 책은 제가 쓰레기 취급하는 조선일보였기 때문에 이런 보석같은 글들을 볼 기회를 그동안 놓쳐왔다는 것이 새삼 아쉬운 그런 책입니다.
각각의 에세이에 포함된 주옥같은 책과 시의 소개도 발군이지만 저자 자신의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사랑에 대한 찬미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것이 정말 일품입니다.
저자가 확신하는 문학의 힘에 동의할 수 밖에 없는 힘있는 에세이입니다. 그리고 읽는 내내 행복하고 좋았습니다.
양장 하드커버에 불과(?) 12,000 원이라는 착한 가격으로 무장한 이 책은 최승미의 삽화가 아름다움을 더 했습니다.
누구든 이 책을 읽는 분들이라면 참 좋다고 느끼실거라고 확신합니다. 신종플루가 창궐하는 뒤숭숭한 올 가을에 마음을 위로할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 강력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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