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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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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제 1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수상한 식모들입니다. 이 소설을 쓴 박진규 작가는 동국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는데 재미있게도 그동안 주로 희곡을 썼고 이 소설이 첫 장편소설이라고 하네요.
100일을 잘 버텨낸 곰은 웅녀가 되어 우리민족의 뿌리가 되었지만 못 견디고 뛰쳐 나간 호랑이에게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죠. 이 소설은 바로 그 호랑이에게 초점을 맞춥니다.
그 호랑이가 스스로 사람이 되어 호랑아낙이 되었고 광해군과 동학혁명을 거쳐 10.26을 거쳐 내려오면서 수상한 식모로 변해 번져나갔고 6~70년 대 압축 성장으로 정신없이 팽창한 시대에 천박한 부르주아 가정을 붕괴시키기 위해 침투한 식모의 연대기를 추적하는 내용입니다.
이를 추적(까지는 아니고 그냥 얽혀들어간)하는 남자 주인공이 자본주의의 대표적 상징 중 하나인 초고도 비만이라는 것도 상징적입니다. 환타지와 신화와 전설을 넘나드는 상상력도 기발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시대상이 적절히 반영되어 있어 읽는 동안 길을 잃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다소 전복적인 상상력이 발휘되어 읽는 이의 취향을 좀 탈 것 같네요.
말미의 수상작가 인터뷰에서 독자들이 자신의 소설을 읽으며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처럼 자기 가치관이 흔들리는 그런 상태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던데 가치관이 흔들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상식은 확실히 좀 흔들립니다.
독특한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덧. 선물로 들어왔기에 읽은 문학동네 출판사 책이었는데 알고 보니 문학동네는 문학동네소설상과 문학동네작가상을 각각 수상하더군요. 문학동네가 출판계의 거물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이건 좀 오버라는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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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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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매사에 의심많은 회의주의자이자 냉소주의자인 제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닥치고 추종하는 게 두 가지 있는데 하나가 '본 조비'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본 조비는 제가 유일하게 모든 앨범을 사 모으는 밴드(가수?)인데 기분이 울적할 때(가 별로 없기는 하지만) 본 조비의 음악을 들으면 마술처럼 기분이 유쾌해집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노르웨이의 숲'이후로 광팬이 되어서 닥치는대로 모든 작품을 읽었는데(제가 왜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해변의 카프카' 소개글 참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주력 분야인 장편소설보다 에세이를 더 좋아라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2011년에 나온 따끈따끈한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은 닥치고 읽어야 하는 'must read' 아이템임에 틀림없지요.
30년 동안 여기저기에 써 두었던 다양한 글들을 '서문 해설 등', '인사말 메시지 등', '음악에 관하여', '(언더 그라운드)에 관하여', '번역하는 것, 번역되는 것', '인물에 관하여', '눈으로 본 것, 마음으로 생각한 것', '질문과 그 대답', '짧은 픽션', '소설을 쓴다는 것', '해설 대담'이라는 주제로 묶어서 출판한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그야말로 하루키라는 남자를 양파처럼 맛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생각이 새삼 들었는데,
1. 이 사람은 참 고양이 같은 남자로구나(실제로 고양이와 살았고 아마 지금도 함께 살고 있을 겁니다)2. 이 사람 (보기와 달리) 참 마음이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구나3. 이 사람 참 겸손한 사람이구나
마음의 구성 성분이라는 것이 있다면 제게 팔할이 넘을 것이 분명한 회의와 냉소는 하루키에게는 아예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긍정과 낙관으로 가득찬 사람 같거든요. 그래서 많이 부럽습니다.
하루키는 관찰력이 워낙 뛰어난 사람이기도 하지만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서 즐거움과 재미를 느끼는 심미안이 아주 발달되어 있어서 하루키처럼 살 수만 있다면 사는게 얼마나 알차고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에 제 가슴이 다 두근거릴 정도라니까요.
소설과 관련해서는 하루키만의 소설관이랄까, 세계관이랄까 하는 걸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읽으면서 좀 당혹스러웠는데 이 책을 보면서 혼란스러웠던 머리가 정리되었거든요.
소설을 쓸 때 마음에 새겨 놓고 있다는
'혹시 여기에 높고 단단한 벽이 있고, 거기에 부딪쳐서 깨지는 알이 있다면, 나는 늘 그 알의 편에 서겠다'는 생각과
"나는 비교적 다림질에 자신이 있다, 라고 할까 적어도 내 셔츠는 내 손으로 다려 입는다. 그렇게 하는 까닭은 그게 당연하기 때문이다"라는 삶의 자세가 저랑 비슷한 걸 확인한 것이 특히 좋았습니다.
모든 글 꼭지가 다 마음에 들지만 특히 '음악에 관하여'에 속한 글들이 개인적으로 좋았습니다.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번역자인 이영미씨가 번역을 해서 그런지 매끄럽고 읽기 편합니다. 하루키팬이라면 이런 책을 놓칠리가 없을테니 하루키를 잘 모르는 분들께도 추천드리고 싶네요. 읽는 맛이 아주 좋습니다.
덧. 완소 하루키가 어느새 환갑이 넘었다니 뭔가 아쉽고 슬프고 그렇습니다. 생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 걸 보고 싶은데 말이죠. 시간이 야속하게도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네요.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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