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현장은 몰라도 상담에서는 MMPI-2/A와 TCI가 거의 주력 검사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이 두 검사를 마스터하고자 하는 상담자들의 욕구 수준이 매우 높고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이 포스팅은 그 질문에 답하는 일종의 Q&A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분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MMPI-2/A와 TCI 해석이 어려운 분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겁니다.
* MMPI-2/A : code pattern 분석 이상을 생각하지 못함
* TCI : 기질, 성격 유형 분석에서 더 나아가지 못함
MMPI-2/A와 관련해서는 제가 강의 때 자주 드리는 말씀인데 이제 code pattern 분석은 그만 할 때가 되었습니다. code pattern 분석이 가능하려면 임상척도와 재구성 임상척도의 code pattern이 동일해야 하는데(6-8, RC6-RC8처럼) 이런 사례는 매우 드물 뿐 아니라 설사 있다 해도 병원에서나 가능하지 상담 장면에서는 거의 보기 힘듭니다. 그러니까 상담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가 code pattern 분석에만 매달린다면 수많은 code pattern 가능성 때문에 혼란스러울 뿐 아니라 겨우 부합하는 code pattern을 찾았다고 해도 그 해석이 자신의 수검자의 심리 상태와 매우 다르다는 걸 깨닫고 좌절할 수 밖에 없습니다.
TCI도 마찬가지입니다. 극단적인 기질, 성격 유형, 예를 들어 LHL기질-LLL성격 유형으로 평가된 수검자가 있다고 해 보죠. 이 기질-성격 유형 조합은 실제로 상담 장면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 수검자들이 모두 동일한 문제 양상을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기질, 성격 유형은 그 하위차원의 조합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죠.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low level이라고 해도 정서적 감수성, 정서적 개방성 차원만 낮은 사람과 친밀감/거리두기, 의존/독립 차원만 낮은 사람은 아주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드리는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 MMPI-2/A : 임상, 내용 소척도 공략
* TCI : 하위 차원 공략
MMPI-2/A를 마스터 하려면 임상, 내용 소척도를 집중적으로 공부하셔야 합니다. 비슷한 이름의 척도들이 어떤 의미 차이가 있는지, 두 척도가 동시에 상승했을 때와 어느 한 척도만 상승했을 때의 차이는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고 봐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자기비하 소척도와 자기회의 소척도의 차이는 무엇인지, 신체적 기능 장애 소척도와 신체증상 호소 소척도의 차이는 무엇인지 등을 이해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이 궁금한 건 Pd척도가 단독 상승했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왜 상승했냐는 이유입니다. 그게 가정 불화 때문인지 사회적, 내적 소외 척도가 상승했기 때문인지를 이해해야 내담자를 적절히 도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소척도를 파고드셔야 합니다.
TCI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27개의 기질 유형과 27개의 성격 유형을 이해하기 위해 유형집의 내용을 그대로 채택해 옮기는 건 MMPI-2/A의 code pattern 해석 내용을 copy&paste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론적으로야 27 X 27 조합으로 인한 엄청난 경우의 수가 있지만 실제로는 몇 개의 기질-성격 조합이 대부분을 차지하거든요(위에서 든 예가 그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동일한 기질-성격 조합을 보이는 내담자의 차이점을 이해해야 하죠. 공통점만으로는 부족해요. 무엇을 봐야 차이를 알 수 있나요? 바로 29개의 하위차원입니다. 이 하위차원이 바로 MMPI-2/A의 소척도와 같은 겁니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MMPI-2/A의 cope pattern 해석집과 TCI의 기질/성격 유형 해석집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소척도와 하위차원을 공부하세요. 그래야만 이 두 검사를 마스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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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A 매뉴얼이나 관련 전문서적을 보다 보면 해석 부분에 항상 나오는 내용 중 하나가 낮은 척도 해석에 유의하라(사실상 하지 마라)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척도들이 낮은 해석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 아니어서 그런데 걔 중 거의 유일한 예외는 임상 척도 중 5번과 0번 척도입니다. 이건 5, 0 척도가 임상 척도가 아닌 성격 척도라서 그렇습니다. 그러니 성격 척도를 제외한 나머지 척도들은 낮은 점수일 때 해석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닙니다. 몇 개의 척도는 낮은 점수일 때의 해석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갖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6번(Pa)과 7번(Pt) 척도입니다.
특히 6번 척도가 극단적으로 낮을 때(T점수 35이하)는 자신이 의심이 많아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를 평가자에게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지나치게 애를 쓰다보니 심하게 낮아지게 되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6번 척도가 낮을수록 오히려 피해 의식이 심하고 의심이 많다고도 뒤집어서 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척도의 낮은 점수를 곧이곧대로 해석할 수는 없으니 어떤 기준이 필요한데 제가 추천하는 기준은 원점수 0점인 척도들의 해석에 유의하라는 것입니다.
모든 척도가 그런 건 아니지만 원점수가 0점이라면 T점수로는 30T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기껏해야 35T를 넘기 어렵습니다. 원점수가 0점인 경우에는 그 척도가 의미하는 내용만 골라서 부정하려고 애쓰다보니 지나치게 낮아졌을 가능성에 대해 의심해봐야 합니다.
특히 원점수가 0점일 때 이런 해석 방식을 적용하면 좋은 영역은 내용 척도와 내용 소척도입니다. 그 다음이 임상 척도와 재구성 임상척도입니다. 간혹 성격 병리 척도에서도 AGGR이나 DISC 척도 등의 원점수가 0점인 경우가 있으니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요약하겠습니다.
* 원점수가 0점(T점수가 35이하)인 척도는 수검자가 그 척도가 측정하는 내용을 선택적으로 부인하려다보니 정도 이상으로 낮아졌을 가능성에 대해 고려할 것
* 이러한 해석이 잘 들어맞는 척도는 순서대로 내용(내용 소척도)>임상 및 재구성 임상척도>성격병리척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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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충북대학교 심리학과의 조혜선, 황순택 선생님이 한국 임상심리학회지(2009, Vol. 28, No. 1, 281~297)에 publish한 'MMPI-2 재구성 임상척도의 타당도' 논문의 요약입니다.
이 논문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연구 대상 : 393명의 대학생
* 사용 척도 : MMPI-2, SCL-90-R, MCMI-III
* 분석 방법 : 상관 분석
* 연구 결과
: MMPI-2의 재구성 임상 척도는 임상척도와 유사한 성분을 측정하면서도 임상척도에 비해 척도 내 동질성이 보다 높고 재구성 임상척도들 간의 변별이 보다 뚜렷해진 것으로 판단되며 높은 수준의 타당도가 확인됨.
* 월덴지기가 이 논문의 핵심 내용이라고 생각하는 것
1. RC3 척도의 경우는 모 척도인 임상척도 3(Hy)과 부적 상관을 보였으며 오히려 내용 척도 CYN, 보충 척도 Ho, 성격병리 5요인 척도 중 AGGR과 매우 높은 수준의 정적 상관을 보임.
->
RC3 척도가 측정하고자 하는 구성 개념이 임상척도 3이 측정하는 히스테리, 애정 욕구, 신체증상 호소보다는 냉소적 태도, 적대감, 공격성과 더 가깝다는 것을 의미(Butcher, Hamilton, Rouse, & Cumella, 2006).
2.
우울감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RC2 보다는 임상척도 2가 더 나을 수 있음. 이는 우울감 측정 문항이 4문항 밖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실제로 Nichols(2006)는 RC2를 재구성 임상척도 중에서 가장 취약한 척도라고 지적한 바 있음.
3. 임상척도 4(Pd)는 반사회적 성향이 있는 경우 뿐 아니라 실제로 반사회적 성향은 없지만 소외감이나 우울, 또는 의기소침을 많이 보고할 경우에도 상승할 수 있지만
RC4는 반사회적 성향에 대한 평가를 분명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임.
4.
RC9는 다른 재구성 임상척도들이 상승할 때 같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해석 시 유의할 것.
* 월덴지기의 comment
: 경험적으로 볼 때, MMPI-2의 경우에도 임상척도에 비해 재구성 임상척도가 피검자를 훨씬 더 정확하게 formulation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근거가 마련되어 기쁘고 앞으로 재구성 임상척도를 더 요긴하게 사용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음.
-> 최근에 평가한 피검자의 경우 MMPI-2 임상 척도에서 2-7-0 profile, 재구성 임상척도에서 1-7 profile로 매우 다른 양상을 보였는데 다른 검사 결과와 통합해 본 결과 재구성 임상척도가 피검자를 제대로 평가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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