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도박 중독자는 실수(또는 재발)를 하고 난 직후 본인이 도박을 안 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인 경우가 많습니다.
도박을 하던 게 들통이 나면 한바탕 난리가 나고 모든 계좌를 가족에게 탈탈 털리고, 빼앗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용돈은 삭감 당하고 그나마 매일 내역을 조회당하죠. 출, 퇴근을 비롯한 일거수 일투족도 감시당해서 아무나 만날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마침 도박 충동도 가라앉기 때문에 도박 생각도 별로 나지 않으니 도박을 안 하고 있다고 충분히 착각할 수 있죠.
하지만 그게 자존감 하락을 방지하려는 자기 합리화 기제라는 건 몇 가지 상황만 변화시켜도 금방 드러나게 됩니다.
새로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면, 우연히 가족이 해외 여행을 떠나고 자신만 며칠 동안 아무도 모르게 국내에 남아 있을 수 있다면, 잃어버려도 티 나지 않는 몇 백만 원의 공돈이 생긴다면, 예전에 도박을 하던 친구가 연락을 해 와 예전에 빌려갔던 돈을 갑자기 갚는다면, 해외 출장을 갔는데 공교롭게도 묵었던 호텔에 카지노가 있다면, 휴대 전화를 바꾸었는데도 예전에 이용하던 불법 도박 사이트의 운영자가 어떻게 알았는지 바뀐 번호로 사이트 주소를 보내면서 10만 원을 무료 충전해 준다면.... 등등등.
실제로 제 내담자들에게 일어난 일들이고 이러한 일들 중 몇 가지라도 겹쳐서 일어난다면 다시 도박에 손을 댈 확률이 월등히 높아지겠지요.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안 한다는 건 도박을 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갖춰진 상태에서도 본인의 의지로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을 하고 그것을 지키는 겁니다. 결코 쉬운 게 아니에요.
도박을 못 하는 운 좋은 상황을 자신의 의지로 도박을 안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아무런 노력도 없이 그대로 있으면 정작 자신이 얼마나 도박에 취약한 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경계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쉽게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됩니다.
그러니 결코 자만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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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에게 자기 반성과 자아 성찰은 매우 중요합니다. 도박으로 인해 자신과 가족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졌는지, 그로 인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앞으로 이런 상황이 재현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등을 꼼꼼히 살펴봐야만 도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기회를 잡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가족에게 상처를 주었으니 어떠한 즐거움도 느껴서는 안 되고 계속 고통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치유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치유를 더디게 만듭니다.
간혹 도박(또는 재발) 사실을 고백하고 난 후 얼굴이 편안해진 도박자에게 울화가 치밀어 잔소리를 하거나 바가지를 긁는 가족들이 있습니다만 그것 역시도 치유 효과는 별로 없기 때문에 상담자는 이를 만류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도박자가 스스로 자신을 학대하고 사소한 즐거움마져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이유가 가족의 눈치 때문이라면 그런 자학은 가족을 편안하게 만들지도 않을 뿐 아니라 도박자 스스로에게 치유의 희망을 불어넣지도 않습니다.
그건 시쳇말로 피해자 코스프레와 다를 바 없습니다.
가족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도박자가 자신을 자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짐으로써 신뢰를 회복하고 희망을 엿볼 수 있도록 일관되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도박자가 잠시 행복해 한다고 해서 기분이 나빠지고 울컥하는 가족도 있을 수 있으나 그건 그 가족 구성원의 문제이지 도박자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도박 중독 치유는 장거리 마라톤과 같습니다. 한 방울의 물도 마시지 않고 완주할 수는 없습니다. 가끔은 급수대에서 목도 축이고 열이 오른 몸도 식혀야 합니다. 그래야 퍼지지 않고 끝까지 달릴 수 있는 겁니다.
대신 달릴 때 곁눈질하거나 뒤를 돌아보며 눈치 보지 말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달리면 됩니다. 가족들에게는 그걸로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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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단순히 도박을 하지 않는 상태인 '단도박'보다 도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탈도박' 상태가 되는 것을 도박 중독 치유의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단도박이라는 용어에 좀 더 익숙한 분들을 위해 이 포스팅에서는 단도박이라는 말을 사용하겠습니다.
도박에 중독된 분들 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 주변인, 때로는 일반인들까지 도박 중독이 치유되었냐의 여부를 따질 때 도박을 하지 않고 보낸 기간, 즉 단도박 기간을 염두에 두고 단도박 기간이 길면 길수록 좋다(죽을 때까지 안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도박을 계속 하지 않는다면 도박을 하게 됨으로써 부수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재정적 손실을 비롯한 도박 중독의 여타 폐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므로 일견 맞는 소리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에 다른 글에서 말씀드린 적도 있고 제 책에도 썼지만 재발이 도박에 손을 대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 듯(도박에 손을 대는 건 재발의 마지막 확인 행동입니다) 단순히 도박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도박 중독으로부터 벗어난 게 아닙니다. 좀 더 과격하게 말씀 드린다면 도박을 하지 않는 기간을 연장하는 것에만 치중하는 건 도박 중독 치유와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현재 내가 도박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해서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 있다고 안심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사실 단도박 기간이 아무리 길다고 해도 도박 중독에서 완전히 탈도박하지 못한 분들은 여전히 불안하고 자유롭지 않으며 매사에 안심이 되지 않을 겁니다).
도박에 손을 대지 않는 기간이 그다지 의미없다면 대체 무엇이 중요한 걸까요?
바로
도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생각, 감정, 행동의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가 중요합니다. 돌려 말하자면 도박장에 앉아서 도박 행위를 하지 않으며 겉보기에 일상 생활을 잘 영위하고 있다고 해도 평소에도 도박과 관련된 생각을 자주 하고 도박을 할 때 느꼈던 감정을 쉽게 다시 느낄 수 있으며, 도박과 연관있는 행동(스포츠 도박을 했던 사람이라면 응원했던 팀의 최근 전적을 뒤져본다든가, 과거에 작성했던 자신의 승률 스크랩을 다시 본다든지, 베팅을 하지는 않지만 경마공원에 놀러간다든지 등등)을 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 시간이 깨어 있는 시간 중 상당수를 차지한다면 그 사람은 베팅만을 하지 않을 뿐 실제로는 여전히 도박에 빠져 있는 것이고 도박 중독 상태로 봐야 합니다.
다시 한번 정리하겠습니다.
실제로 베팅을 하지 않은 단도박 기간이 아니라 도박에 대한 생각, 감정, 행동 모두로부터 자유로운 기간을 늘려야 합니다.
그게 진정한 탈도박으로 가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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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원인 찾기를 그만둬라'라는 포스팅에서 도박 중독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단일 원인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어렵고 설사 모든 원인들을 다 찾아냈다고 해도 그것이 도박 중독 재발을 완벽하게 막아낸다는 걸 보장하는 것도 아니므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것과 관련하여 일단 다음의 게시글을 보시죠. '오늘의 유머'에 올라온 '실험으로 밝힌 중독의 진짜 이유.jpg'라는 제목의 이미지입니다.
'실험으로 밝힌 중독의 진짜 이유.jpg'
저 게시글의 내용 중 물질 중독의 신체적 금단 증상이 소통의 재개로 치유될 수 있다는 식의 접근은 지나친 비약이기 때문에 저는 동의하지 않지만 함께 살펴보고자 하는 요점은 좀 다른 겁니다.
같은 내용을 도박 중독에 적용해 보죠. 도박 중독자는 왜 도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걸까요? 제일 간단한 의학적인 설명은 '내성'과 '금단 증상' 때문에 그렇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왜 많은 도박 중독자들이 자발적 회복을 하는 걸까요?
위의 예에서 브루스 알렉산더는 소통부재의 위기 때문에 중독이 발생한다고 보았는데 저는 중독의 시작과 유지, 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결핍'이라고 봅니다. 소통부재도 큰 틀에서 결핍이라고 볼 수 있겠죠.
사람마다 욕구가 다르고 그 크기도 다릅니다. 누군가는 신체적 어루만짐을 원하고, 또 누군가는 받아들여지는 느낌을 원하고, 다른 누군가는 정신적인 편안함을 원합니다. 그리고 원하는 정도 또한 제각기 다르죠.
문제는 이러한 욕구가 어떠한 이유에서든 강하게, 지속적으로 억압됨으로써 채워지지 못하고, 이로 인해 커다란 결핍의 구멍이 생겼을 때 우리는 말 그대로 굶어죽지 않기 위해 그 구멍을 빠르게 채워줄 무언가를 찾게 됩니다.
그것이 근본적으로 어떤 목적을 갖고 있었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 구멍을 채워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느냐만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게임, 도박, 섹스, 술, 담배, 마약, 종교, 운동 등에 빠지게 됩니다. 어떤 것에 빠지느냐는 내가 어떤 성질의 결핍 구멍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심리학자인 브루스 알렉산더는 소통부재가 해결되면 중독에서 자연스럽게 빠져나올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저는 중독자가 갖고 있는 구멍이 어떤 결핍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찾고 이를 중독적인 물질이나 대상이 아닌 건강한 욕구로 채워줄 때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어찌보면 결핍의 구멍을 찾는 것 역시 중독의 원인을 찾는 것과 같은 거 아니냐고 말할 수 있지만 접근법이 좀 다릅니다. '원인 찾기를 그만둬라'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결핍된 구멍을 찾는 건 도박 중독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해결 방안을 모색해서 그 구멍을 도박이 아닌 대체제로 메우기 위해서니까요.
사실 저는 이 결핍의 구멍을 제대로 메우지 못하면 도박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탈도박에 이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까지 생각하는 편입니다. 반대로 이 구멍을 제대로 메우기만 한다면 약물 치료를 받지 않아도, 전문적인 상담을 받지 않아도, 단도박 모임을 다니지 않아도 치유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단 7회기 상담을 받고 상담을 종결한 뒤 지금까지 도박에 손을 대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제 내담자는 아마도 그 짧은 시간 동안에 결핍의 구멍을 발견하고, 그 결핍이 무엇인지 이해한 뒤 그걸 확실하게 메웠기 때문에 그런 짧은 시간 동안에 탈도박 한 것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그러니 도박에 중독된 분들은 자신에게 결핍된 구멍이 무엇인지, 그것이 무엇이길래 도박으로 메우려고 하는지 한번 생각해보시기를 바랍니다. 필요하다면 단도박 모임의 협심자들이나 도박 중독 관련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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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제 책을 읽었다면서 단도박 모임을 다니는 어떤 여자분이 연락을 해 오셨습니다. 처음에는 도박자의 가족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본인이 완전히 치유되었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 예전에 도박 중독자였나 봅니다.
이 분 말씀은 제 책의 내용 중 대부분을 수긍하지만 도박 중독이 완전히 치유될 수 없다는 것과 도박 중독이 치유되어도 갈망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내용은 틀렸다면서 제게 잘못을 인정하라고 하십니다.
혹시나 여쭈어 보니 역시나 제 책을 다 읽지 않으셨더군요. 제대로 읽으셨다면 제가 도박 중독이 완전히 치유될 수 없다고 한 적이 없다는 걸 아셨을텐데요(관련 포스팅
'도박 중독은 과연 불치병인가'). 더구나 제 책의 홍보 문구 중 하나가 앞 표지에 떡하니 박혀 있는 '도박 중독은 결코 불치병이 아니다'이니 겉표지도 제대로 안 보신 것 같아서 좀 아쉽습니다.
하여간 도박 중독은 완전히 치유된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강조해서 드립니다.
그건 그렇고 오늘 드리려고 하는 말씀은 도박 중독이 치유되면 과연 갈망이 완전히 사라지는가에 대한 것인데요.
제게 연락하신 분의 주장으로는 본인이 도박 중독에서 완전히 치유되고 보니 갈망이 사라지고 생각조차 전혀 나지 않더라는 겁니다. 그리고 제가 도박에 중독된 적이 없으니 갈망이 사라지는 완전한 치유 상태를 경험하지 못해 그런 틀린 이야기를 썼다는거지요.
과연 그럴까요? 도박 중독에서 완전히 치유되면 갈망이 완전히 사라지는 걸까요? 그렇다면 더 이상 도박을 겁낼 필요가 없어지는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도박 중독에서 치유되어도 갈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평생 주의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2011년에 포스팅한 글이 있습니다(관련 포스팅
'도박 중독이 치유되면 도박 충동은 어떻게 되는가').
예를 들어 격한 운동을 하다가 인대를 다치면 몸이 완전히 나은 뒤에도 인대가 손상된 부위의 기능이 예전처럼 100% 발휘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일종의 취약점이 생긴 것이죠. 취약점이 생긴 부위는 또 다시 다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도박 중독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박에 한번이라도 중독되었던 사람은 완전히 치유된다고 해도 도박에 한번도 중독된 적이 없는 사람과 달리 중독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갈망을 느끼지 못하는 건 왜 그럴까요? 그건 갈망이 의식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무의식 수준으로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갈망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뿐이죠. 정말 무의식 수준에서는 갈망이 숨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도 있습니다(치료자 입장에서는 말리고 싶습니다만).
예전에 본인이 하던 도박과 관련된 자극을 조심스럽게 접해 보는 겁니다. 경마를 하던 분들은 경마공원에 가 보거나, 고스톱을 하던 분들은 화투패를 손에 쥐고 만지작거려 보는 것이죠. 그러면 있는지도 몰랐던 갈망이 어느새 불끈 치밀어 오르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동안 철저히 도박과 관련된 자극을 피하고 열심히 치유의 길을 걸어온 사람일수록 갈망이 사라진 것 같다고 느낄 수 있지만....
명심하세요. 도박에 대한 갈망은 절대로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갈망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오판과 자만심이 재발의 재앙을 불러온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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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3일 광주전남중독연구회 주최의 워크샵에서 강의한 PPT 자료입니다.
오전에는 인터넷중독에 대해 이형초, 이재원 선생님이, 오후에는 도박중독에 대해 강북삼성병원의 신영철 선생님과 제가 발표했습니다.
강의 시간이 질의 응답 시간을 포함해 1시간 30분 밖에 안 되고 참석자가 대부분 중독관리센터에서 일하는 현장 임상가들이었기 때문에 도박이나 도박 중독의 개념과 같은 기초적인 개념은 모두 빼고 도박중독자와 가족을 상담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핵심적인 내용 위주로 구성하였습니다.
기존에 자료실에 올린 도박중독 자료들과 큰 차별점은 없지만 도박중독자나 가족의 입장이 아닌 상담자의 입장에서 알아야 할 내용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강의안에서 다루고 있는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왜 중독을 알아야 하는가
* 물질중독과 행위중독은 얼마나 다른가
* 금단증상이 없을수록 더 위험한 도박자이다
* 도박중독의 치유 목표
* 도박 문제를 다루지 않는 도박중독 상담은 무의미하다
* 도박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환경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
* 도박자는 놓쳐도 가족은 꼭 잡을 것
* 도박중독 상담 시 점검 포인트
* 도박중독 상담의 기간 설정
* 도박중독 치료에서 약물치료는 반드시 필요한가
* 도박중독에 가장 효과적인 개입방법은
* 도박중독의 일반적인 접근법
* 도박중독 상담의 종단적 개입
* 하지만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
* 도박중독 치유에서 진단평가는 반드시 필요한가
* 도박중독의 심리평가
* 어떤 상태가 도박중독인가
* 진단도구 외에 필요한 심리검사는
* 도박중독 상담은 얼마나 오래 해야 하나
* 도박중독 치유의 제 1원칙
* 기계적인 중립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도박의 장점을 인정하라
* 돈 문제는 꼭 다뤄야 한다
* Controlled Gambling은 꿈도 꾸지 말 것
* 도박중독은 과연 마음만의 병일까
* 도박중독 상담 종결의 가늠자
* 실수는 재발과 다르다
도박중독 상담을 하거나 하시려는 임상가들이 한번 훑어보면 좋은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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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3일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강의에서 사용했던 PPT입니다.
중독 상담에서 상담자가 알아야 할 핵심적인 내용을 정리한 자료로 4시간 분량인데 뒤의 2시간 분량은 중독을 다루는 상담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동기강화상담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이론편에 해당되는 앞 부분의 2시간 분량은 기본적으로
'도박중독자의 가족교육 강의자료'를 토대로 작성하였기 때문에 도박 중독과 같은 행위 중독에 더 잘 들어맞지만 알코올, 마약 등 물질 중독에 적용해도 크게 무리가 없는 내용을 선별해서 다시 정리하였습니다.
목차는
* 왜 중독을 알아야 하는가
* 중독의 임상적 특징
* 중독 in DSM
* 중독의 핵심 특징
* 중독에 대한 오해
* 중독의 치유
* 중독 상담의 쟁점
* 동기강화상담
이며, 주된 내용으로는
* 중독은 더 이상 드문 문제가 아님
* 중독의 공존 장애 문제
* 향후 중독 문제의 증가 추세
* 중독의 임상적 특징 : 금단증상, 내성, 자제력 상실, 충동성, 집착, 지나친 사용, 강한 갈망
* DSM-IV-TR과 DSM-5에서 중독을 보는 관점 차이
* 중독의 역설
* 중독의 핵심 특징 : 상습적인 거짓말과 무책임, 인식 부족으로 인한 부인
* 중독에 대한 오해 : 대리 책임과 게으름
* 중독 치유의 절충/통합적 접근
* BioPsychoSocial Model
* 효과적인 중독 치유법
* 중독자의 치유 거부 이유
* 중독자를 설득하는 방법
* 충동(갈망) 인정하기
* 부부/가족 치료의 필요성
* 가족의 잘못된 대처 방식
* 중독자의 가족이 걸린 병 : 조급증, 의심병
* 가족이 중독에 맞서지 못하는 이유
* 중독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 중독 치유의 제 1원칙, 제 2원칙
* 거짓말이 해로운 이유
* 중독 상담자를 위한 조언
* 중독자의 가족에 대한 개입
* 중독자의 가족을 위한 몇 가지 조언
* 재발 예방 : 실수 vs. 재발
* 중독의 명현 현상
* 중독 치유의 시작
* 심리사회적 재활
* 단~ vs. 삶의 변화
* 중독 상담의 쟁점 : 치유가 어려운 이유, 심리평가와 진단은 꼭 필요한가, 직접적인 조언, total abstinence
* 변화에 대한 이해
* 동기의 3요소
* 변화동기
* 양가감정
* 동기강화상담의 기본 개념
* 동기강화상담의 일반원리
* 동기강화상담자가 하지 말아야 할 반응
* 동기강화상담 초기부터 유용한 기법들
* 변화대화를 이끌어 내는 열린 질문
* 변화대화를 이끌어 내는 방법들
* 변화의 단계
* 변화의 단계 점검
등 입니다. 동기강화상담 부분은 2시간 분량이기는 해도 그야말로 기초편에 해당되는 부분만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그다지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니니 다른 자료로 심화 학습을 하고 무엇보다 현장 실습 및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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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
동기,
동기강화상담,
명현 현상,
무책임,
물질 중독,
변화,
변화대화,
변화동기,
변화의 단계,
부부/가족 치료,
삶의 변화,
상습적인 거짓말,
실수,
심리사회적 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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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질문,
의심병,
자제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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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충동을 통제하는 힘을 기르는 것은 단도박 유지 뿐 아니라 재발 예방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치유 과제입니다.
바꿔 말하면 도박 충동을 통제할 수 없으면서 도박 중독을 치유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게다가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원인이 도박자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각 중독자에게 중요한 원인을 찾고 그 원인에 맞춘 조절 방법을 익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 중에서 특히 중요한 두 가지가 바로 '가족 갈등(부부 갈등)'과 '재정적 어려움'인데 이 두 가지 원인에 의해 야기되는 도박 충동을 다루는 방법은 조금 다릅니다.
예를 들어 아내가 신세 한탄을 하면서 도박 중독자인 남편의 과거 행동을 탓할 때와 수입이 일정치 않아 이자 납부가 늦어져서 전화로 채권 추심을 당하는 경우를 비교해 보죠.
어느 것이 더 강한 도박 충동을 야기하느냐를 구분하는 것보다 충동을 통제하기 위한 접근법이 다르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상황에 대한 통제 권한이 자신에게 없어 노력에 의해 바뀌기 힘든 상황일수록 대체로 충동이 잘 줄어들지 않습니다. 위의 예에서는 배우자와 말싸움하는 상황보다 빚 독촉을 받는 상황이 도박자의 통제 권한이 더 적습니다. 부인의 마음을 달래주거나 대화로 감정이 더 격화되는 건 충분히 막을 수 있지만 이자를 내지 않는 이상 빚 독촉을 피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통제력(controllability)은 도박 중독자에게 특히 중요한 문제로 이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마저도 어떻게든 해 보겠다고 매달리다가 높아진 도박 충동을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금 도박에 손을 대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원인 중 객관적인 상황 자체를 바꿀 수 없는 경우에는 수용(acceptance)과 내려놓기 혹은 바라보기 같은 기법을 활용하도록 guide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태그 -
acceptance,
controllability,
내려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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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자,
바라보기,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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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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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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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에 중독된 도박자와 가족들에게 가장 무서운 말 중 하나가 바로 '재발'입니다. 그 말만큼은 절대로 듣고 싶지 않다고 할 정도로 두렵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무서운 재발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도박자 개개인에게 재발을 가져올 수 있는 나름의 위험 요인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번 싸우더라도 위태롭지 않은 법이니까요(지피지기 백전불태).
재발을 야기하는 위험 요소는 도박자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중독자에게 공통되는 위험 요소도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위험한 3가지 요소를 정리해 봤습니다.
첫째는 부정적인 정서 상태입니다. 예전에 이미 한번 소개드린 적이 있는데 HALT라는 약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HALT는 각각 '배고픔', '분노감', '외로움', '피곤함'의 영문 앞글자입니다.
배고픔, 분노감, 외로움, 피곤함은 모두 부정적인 정서 자체이거나 부정적인 정서를 유발하는 선행 요인으로 이러한 부정적인 정서를 해소하고자 하는 후속 행동을 야기하는데 도박 중독자의 경우 가장 긴밀하게 연결된 행동이 바로 도박이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따라서 HALT 상태인 도박자는 도박 행동으로 연결되기 전에 각각의 문제를 건강한 방법으로 즉시 해결해야 합니다. 첫 번째 요소인 부정적인 정서 상태는 도박자 내면에 있습니다.
둘째는 대인 갈등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HALT 중 절반에 해당하는 외로움과 분노감이 관련되어 있을 정도로 대인 갈등이 도박의 재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합니다.
대인 관계는 도박을 계속하려는 이유와 그만두려는 이유 모두에 대해 도박자가 가장 많이 보고하는 이유 중 하나인만큼 대인 관계에 갈등이 생길 경우 단도박 의지가 약화되는 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런데도 내가 단도박 상태를 유지해야 할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불러 일으키는 주범 또한 대인 갈등입니다. 그러니 대인 갈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고 그대로 방치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가족 상담이나 부부 상담이 도박 중독 치유에 필수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인 관계는 도박자의 바깥에 있지만 비교적 근거리에 있는 요소입니다.
마지막
셋째는 사회적 압력입니다. 대인 갈등과 마찬가지로 도박자의 바깥에 있으며 약간 떨어진 원거리에 있는 요소입니다. 사회적 압력은 함께 도박을 했던 도박 동료, 친구를 비롯해 도박을 하도록 만들 수 있는 모든 외부 영향을 의미합니다. 명절 때 내기 윷놀이를 하는 친척들이나 게임비 내기 당구를 하자는 친구들도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압력 요소가 무서운 이유는 두 번째 요소인 대인 갈등을 피하려다 촉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인 갈등을 피하면서 사회적 압력을 무마하려면 상당히 정교한 대인 관계 기술이 필요하거든요. 물론 상담과 연습을 통해 이 기술을 습득할 수 있지만 그 때까지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 원칙 준수가 생명입니다.
다시 한번 도박 중독 재발의 최대 위험 요소 3가지를 정리합니다.
1) 부정적인 정서 상태(HALT)
2) 대인 갈등
3) 사회적 압력
이 세 가지는 반드시 명심하고 매사에 주의해야 합니다. 세 가지 위험 요소를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아직 도박 중독에서 치유된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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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도박을 하지 않는 것(단도박 상태의 단순 유지) 보다 삶의 변화를 통한 탈도박이 치유에 훨씬 더 중요하다는 말씀을 몇 차례 드린 적이 있습니다.
오늘 드릴 말씀은 재발에 대한 것이지만 역시 탈도박과 관련 있습니다.
다행히 도박 중독에서 빠져나온 분들도 누구나 재발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도박장 근처에 가지도 않거나 도박을 할 수 있는 상황 자체를 아예 피하기도 합니다. 이는 혹시라도 다시 도박에 손을 댈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인데 행동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혹시라도 도박에 다시 손을 대는 것이 재발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도박에 다시 손을 대는 순간부터 재발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박에 손을 대는 것으로 재발의 종지부를 찍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재발하신 분들의 과정을 함께 살펴보면 도박에 손을 대기 훨씬 이전부터 삶의 변화가 퇴보하기 시작하고 도박을 하던 당시의 삶의 패턴으로 돌아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도박은 안 하고 있지만 가족이나 일에 흥미를 잃고, 생활에 즐거움이 없으며, 이유없이 짜증이 쉽게 나거나 집중이 되지 않고 초조한 감정 문제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남보다 뒤쳐진 상태에서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다 포기하고 싶기도 합니다.
이미 재발 과정이 시작된 것입니다.
상담을 무사히 마치고 종결하는 시점에서도 저는 내담자들께 도박에 다시 손을 대면 상담을 재개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삶의 길에서 이탈해 곁길로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 순간에 곧바로 오시라고 신신당부합니다.
차가 도로에서 이탈하면 당장 사고가 나지 않을지라도 목적지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게 되니까요.
그러니 이전과 달리 내 삶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 때, 바로 그 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거기에서부터 재발이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그 빈틈을 틀어막지 않으면 반드시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도박을 하지 않고 있다고 안심하고 앉아 있으면 안 됩니다. 도박에 중독되어 한번 무너진 둑은 훨씬 쉽게 다시 무너질 수 있거든요.
그러니 재발의 위험 신호는 도박에 다시 손을 댔느냐가 아니라 내 삶이 가고 있는 길을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도박에 다시 손을 대는 것은 재발의 원인이 아니라 이미 결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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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 치료에 있어 투명성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에서 몇 차례나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만 오늘은 투명성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상담을 할 때 내담자들에게 도박과 관련이 있는 일이건 도박과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건 간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솔직하게 이야기하라고 조언하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아직도 도박 생각이 나느냐는 가족들의 의심섞인 질문에도 솔직하게 생각이 난다고 대답을 해 가족들이 발칵 뒤집어지는 일이 상담 초기에 일어나기도 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에는 가족들의 마음을 미리 헤아려서 생각나지 않는다고 대답을 해야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 하는 그런 뻔한 답변을 가족들이 믿을리도 만무하고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건 상식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므로 도박 생각이 난다고 대답하는 것이 솔직한 겁니다. 가족들의 분노와 실망감을 피하려고 잔머리 굴리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하는 도박자의 우직함이 결국 신뢰 점수를 따게 됩니다.
그렇다면 무조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저는
자신과 타협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박자라면 대개 동의하시겠지만 도박을 하다 보면 자신과 타협하고 야합하고 합리화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정교하게 계획해도 그런 타협은 결국 들통나게 되어있죠.
그래서 모든 것을 가족에게 털어놓은 뒤 차라리 속 편하다고 고백하는 도박자가 많습니다. 그만큼 도박 충동의 먹이가 되는 거짓말은 그 자체로도 사람의 마음을 옥죄는 족쇄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매사에 투명하게 모든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음모를 꾸미려는 외부 사람에게도 별 매력이 없는데다 스스로를 속이거나 포장할 필요가 없게 되니 언제나 떳떳하고 당당합니다.
그래서 도박을 하게 될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재발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항상 감추고 숨기고 음모를 꾸미는 것에서부터 재발은 시작되거든요. 그러니 무조건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물론 재발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으니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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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도박 중독자와 가족들이 '재발'을 두려워하지만 현장에서는 '재발(Relapse)'과 '실수(Lapse or Slip)'를 구분합니다.
이건 전에 포스팅한
'도박중독치료에서 재발은 불가피한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실수'가 '재발'이 아니라고는 해도 도박자와 가족 모두에게 가슴 철렁한 경험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실수를 재발로 착각한 가족들이 더 이상 도박자를 참아줄 수 없다며 포기하기도 하고 도박자도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자포자기하게 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한번 실수라고 해서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실수를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은 재발로 이어지게 됩니다.
많은 임상가들이 다시 도박에 손을 대는 것을 재발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도박에 다시 손을 대기에 앞서 이미 재발은 시작된 것이고 그 결과로 다시 도박에 손을 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실수는 이미 재발의 길에 접어든 것으로 간주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실수를 한 도박 중독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도박자가 치료자와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결심함으로 인해 재발의 길을 걷고 맙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일단 도박에 손을 댄 것을 인지하는 순간 그 즉시 가족과 치료자에게 모든 것을 사실 그대로 알려야 합니다.
물론 용기가 나지 않을 겁니다. 자신을 믿어준 가족과 치료자를 또 다시 실망시켰다는 자책감에 너무나 마음이 괴롭고 착잡할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말해야 합니다. 한 점 숨김없이요. 진실의 힘을 믿어야 합니다.
모든 것을 open하지 않으면 무시무시한 자기 합리화 기제가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다시 잃은 돈의 액수가 많지 않으니 요것만 잘 메꾸면 아무도 모를거야', '술김에 실수한 건데 굳이 가족들에게 이야기해서 충격받게 하고 싶지 않아', '요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실수한거야. 다시는 안 할 수 있어' 등등의 말로 말이죠.
그러나 이런 자기 합리화는 내 마음이 아닌 도박 충동이 만들어낸 거짓말입니다. 또 다시 도박자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끌어들이려는 악마의 속삭임이죠.
철벽같이 튼튼한 줄 알았던 마음의 벽에 작은 구멍이 뚫렸습니다. 이 구멍은 즉시 보수하지 않으면 점점 커져서 나중에는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러니 실수를 하게 되면 open했을 때의 결과를 고민하지 말고 즉시 가족과 치료자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래야 실수가 재발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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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의 가족을 가장 심하게 괴롭히는 것 중 하나는 '대체 무슨 이유로 이 사람이 도박에 중독되었을까'하는 의문입니다.
도박에 중독되기 이전부터 돈에 대한 관념이 희박하거나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도박자들은 승부욕이 강하고 지루하고 반복적인 것을 못 참기는 하지만 대개는 집중력이 강하고 한번 일을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주변 사람들에게 실력으로 인정을 받곤 합니다. 게다가 착하고 성실한 사람도 많아서 가족들의 고민이 더 크죠.
도박에 중독될 성격이 아니라면 개인적인 요인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인데 그렇게 찾자면 잘못된 양육에 의해(부모의 내부 귀인), 살면서 내조를 잘못해서(배우자의 내부 귀인)와 같이 도박자가 아닌 외부 환경, 더 나아가서는 자신에게 그 탓을 돌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예전에
'적절한 죄책감과 부적절한 죄책감'이라는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부적절한 죄책감이 생기게 되어 자괴감에 빠지거나 스스로를 괴롭히게 되는데 가족의 지원이 간절한 도박자에게도 이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도박 중독은 하나의 단일 원인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병입니다.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모든 원인을 다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고 설사 모두 찾아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도박 중독 재발을 완벽하게 막아내는 걸 보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도박 중독의 원인을 찾으면서 오히려 더욱 감정이 상하거나 자칫하면 번지수를 잘못 짚어 엉뚱한 이유를 원인으로 착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도박 중독의 원인 찾기는 도박 중독 치유에 별로 도움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치유 과정에서, 혹은 재발을 예방하는 과정에서 도박자 개인에게 중요한 요인들이 부각될 수 밖에 없는데 그러한 요인들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러니 불필요한 원인 찾기를 그만두고 도박 중독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 찾기를 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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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는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마음으로만 미루어 짐작하는, 정작 도박자의 가족이 상담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도박 중독이 과연 나을 수 있는 병인가요?"입니다.
대중 매체는 연신 도박 중독이 불치병이며 몇 십년이 흘러도 재발하는 무서운 병이라고 도박 중독의 폐해를 강조하는 선정적인 나팔을 불기 바쁩니다. 단도박 모임에서도 완치라는 말을 쓰는 걸 두려워합니다. 도박 중독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니 단도박 모임을 절대로 빠지면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하물며 도박 중독이 과연 나을 수 있는 병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치료자들도 있습니다.
심리학에는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라는 것이 있습니다.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와 반대의 개념으로 사용하는 용어인데 희망을 잃거나 더 나빠질 것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실제로 병이 더 악화되거나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는 걸 말합니다.
도박 중독 치료에도 어김없이 노시보 효과가 작용합니다. 당연히 완치된다고 생각해도 치료하기 쉽지 않은 병이 도박 중독인데 절대로 완치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제대로 된 치료 효과가 나타날 리 만무하죠.
단도박 모임에서 자만심을 경계하기 위해 도박 중독을 완치가 없는 병이라고 이야기하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초심자와 그 가족을 좌절시키고 싸워보기도 전에 자포자기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아셔야 합니다. 첫 단도박 모임에서 절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더 좌절했다고 보고하는 가족들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제가 볼 때 단도박 모임을 그렇게 오래 다니면서도 여전히 불안하고 자신을 믿지 못하는 협심자는 단도박 모임의 효과가 없어서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 도박 중독이 절대로 나을 수 없는 병이라고 단정짓고 지레 겁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에 다른 글(
'단도박이 아니라 탈도박이다' 참조)에서 저는 단도박이 아니라 탈도박이라고 부르자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도박 중독 치유는 도박을 하지 않는 단도박 기간을 단순히 연장하거나 도박을 하기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관과 마음가짐으로 무장한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탈도박하게 되면 더 이상 재발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진정한 치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도박 중독은 절대로 불치병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박 중독은 분명히 나을 수 있는 병입니다. 재발에 주의해야 하는 병임에는 틀림없지만 두려움에 떨고 불안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도박 중독이 불치병이라고 믿는, 그래서 평생 재발을 두려워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치료자는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상담해서는 안 됩니다. 구원이 없다고 믿는 목사가 구원에 대해 설교하면 되겠습니까? 자살 관련 분야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 Paul Quinnett이 한 말, "자살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상담자는 자살하려는 사람을 상담하지 마라"는 말은 도박 중독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도박 중독이 나을 수 없는 병이라고 믿는 치료자는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상담하지 마세요! 그것이 오히려 도박자와 가족을 돕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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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도박 중독자라는 사실을 내면에서부터 인정하고 치유 과정을 시작하는 도박자가 거의 없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중독이 그렇지만 도박 중독은 특히 이런 병식의 부족이 심한 편이죠. 겉으로는 자신에게 도박 문제가 있다고 시인하지만 속으로는 이를 인정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여러가지 이차적인 이득을 재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치유가 상당히 더딘 편이죠.
저는 요새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한 집단 상담에 푹 빠져 있는데 개인 상담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치료적 역동을 체감하면서 전율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다음의 내용은 몇 주 전 집단 상담에서 나온 이야기를 정리한 것으로 도박자들이 치유되면서 상담에 임하게 되는 자세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증언한 내용입니다.
1단계는 가족에 의해 억지로 끌려서 오는 단계입니다. 도박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어렴풋이 하고 있지만 가족들이 극성을 부린다고 생각하며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면 도박을 끊거나 조절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진정으로 상담을 받아 치유되고픈 마음이 거의 없습니다. 상담을 받지 않으면 이혼하겠다는 배우자의 협박이나 노부모의 간절한 애원에 못 이기는 척 오곤 합니다. 물론 상담이 제대로 진척될리가 만무하죠.
2단계는 도박으로 인한 문제를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고 가족과의 갈등이 격화되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상담에 임하는 단계입니다. 당장 도박 빚 독촉이라든가 재정적인 문제로 인해 가족 간의 갈등이 심해져서 스트레스가 급증하고 이를 해소할 마땅한 방법도 모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상담자의 도움을 받기 위해 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의 도박 문제가 이 모든 결과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가슴 깊이 인정하지 않으며 표면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곧바로 상담을 종결하려고 하거나 자신이 다 나았다고 착각하곤 합니다.
제가 볼 때 대부분의 실수(slip)나 재발(relapse)은 2단계와 3단계 사이에서 나타나는 것 같더군요.
3단계는 상담자가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고맙고 좋아서 오는 단계입니다. 도박 충동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고 가족 간 갈등도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는데 그럼에도 아직은 상담을 종결할 자신이 없는 도박자가 이 단계에 많습니다. 사실 도박자가 자신의 도박 문제를 마음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나 사람이 주변에 없죠. 가족에게 이야기 해 봤자 가족을 걱정하게 만들거나 반대로 핀잔이나 듣기 일쑤라서 도박자를 지지적으로 대하는 사람은 상담자가 유일하다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상담자는 항상 준비되어 있지만 이전 단계에서는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느라고 그런 상담자가 보이지 않을 뿐이죠. 상담자와 깊은 유대 관계를 맺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4단계는 자신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얼마나 행복한지, 얼마나 즐거운 삶을 살고 있는지 상담자에게 자랑하러, 상담자의 인정을 받고 싶어 오는 단계입니다. 그동안 상담자가 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삶에서 직접 체험하면서 되돌아보게 되고 이제 자신이 상담자의 도움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구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단계이죠. 도박자가 이 단계에 이르면 상담자는 다소의 섭섭함을 느끼는 한편 상담 종결을 준비하게 됩니다.
상담을 받고 있는 도박자라면 본인이 어떤 단계에 속해 있는지 한번쯤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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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단계 이론에 따르면 진정한 변화는 일직선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변화란 원을 그리며 순환하는 과정이며 문제 행동을 교정하는 과정에서는 변화시키고자 했던 그 행동을 다시 하게 될 수(재발) 있습니다.
재발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의 개념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재발을 했다고 해서 무관심 단계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며 대부분 심사숙고 단계나 준비 단계로 돌아가 이내 다시 실행 단계로 이동 가능합니다.
재발에 당황하지 않고 재발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을 정리해 봅니다.
* 첫번째 시도에서 종결에 이르는 경우는 드물다.* 시행착오는 비능률적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라.* 변화는 많은 대가를 요구한다.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정확한 정보를 습득하고 변화의 과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변화에 따라올 수 있는 사회적 압력 같은 부작용에 대비해야 한다. * 변화로 가는 길은 탄탄대로가 아니다.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는 것과 같다. *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된다. * 정서적 고통이 재발을 부른다. 가장 흔한 재발의 원인이 바로 정서적 고통이다.* 교훈을 실행에 옮긴다.
출처 :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변화 프로그램'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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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하면서 도박 중독자에게 일주일 동안 도박 생각이 났던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대개는 별로 없었다고 보고합니다. 물론 상담을 하면서도 상담자에게 숨기면서 여전히 도박을 하고 있는 도박자도 있으니 그 경우는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말 자체가 거짓말이지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는 경우에도 정말 도박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도박자가 많습니다.
특히 도박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충천한 상담 초기에는 정말 도박 생각이 별로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건 쓰나미가 지나가고 나서 폐허가 된 집을 치우는데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어서이지 도박에 대한 충동 자체가 없어져서가 아닙니다. 언젠가는 쓰나미가 다시 몰려올테니 그동안 대비를 갖추어야 합니다.
도박에 대한 생각은 관련된 자극을 접하게 되면 짧은 시간이기는 해도 문득 문득 날 수 있습니다. 스포츠 신문을 보다가 경마의 일정표가 눈에 들어오거나 스포츠 경기 중계를 보면서 갑자기 배당이 궁금해진다든지, 카지노를 다룬 영화를 보면서 예전에 카지노에 드나들었던 생각이 나는 것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도박을 하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끼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고 계속 머물러 있으면 충동이 강해지면서 도박을 행동으로 옮기고픈 욕망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래서 도박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빨리 주의를 돌려 벗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도박 생각 자체가 잘 나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되는 것이 정작 재발로 이끄는 것은 단순한 도박 생각이 아니라 '도박 충동'이기 때문입니다. 도박 충동은 파도처럼 끊임없이 몰려오고 맞상대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커져서 압도될 수 있기 때문에 건드리지 말고 관찰자 시점에서 응시하기만 해야 합니다. 섣불리 싸우겠다고 충동과 업치락뒤치락하면 반드시 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도박을 그만하겠다고 결심하는 것만으로도 도박 생각은 쉽게 줄어드는데 왜 도박 충동은 쉽게 없어지지 않고 생각만큼 줄어들지도 않는 걸까요?
그것은 도박 충동이야말로 도박 중독의 에너지원이자 도박자를 가동하는 핵심 엔진이기 때문입니다. 도박 중독자는 일반적인 도박자에 비해 엔진이 훨씬 크고 강하기 때문에 엔진을 끄기가 쉽지 않고 설사 끈다고 해도 식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우리가 풍선을 터뜨리지 않고 바람을 빼려고 하면 풍선이 클수록 바람을 빼는 것이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전방위로 압력을 가해야 바람이 빠지는 풍선처럼 도박 충동이 강한 도박 중독자는 충동이 가라앉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도박 충동이 생각보다 잘 없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강하다고 해서 좌절하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피하고 도박 충동을 관리하는 기술을 배워서 몸에 밸 정도로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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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에게 왜 도박을 하느냐고 물어보면 나오는 답은 몇 가지 되지 않습니다.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이 빚을 갚을 목적으로이고, 잃어버린 돈을 단 얼마라도 복구하기 위해서라는 답도 많이 나옵니다. 재미있어서 도박을 한다고 대답하는 도박자는 드문 편이며 간혹 자신도 모르게 하게 된다고 대답하는 도박자도 매우 적지만 있기는 합니다.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대는 이유 중 대부분이 돈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도박으로 생긴 빚만 갚는다면, 잃어버린 돈을 회복한다면 언제든 도박을 그만둘 수 있다고, 도박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도박자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가족들이 도박 빚을 갚아줘도 잠시동안은 잠잠하지만 결국은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되며 유산을 물려받거나 가족의 도움으로 잃어버린 돈을 모두 상쇄할 만큼 재력을 다시 회복해도 언젠가는 다시 도박을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도박 중독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도박은 돈 때문에 하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도박 중독자를 만나는 치료자는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냐 없냐, 도박으로 잃어버린 돈을 포기하는 방법 등을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도박으로 인해 없어지는 돈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 자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그건 바로 시간입니다.
도박을 하는 동안 훌쩍 커 버린 자녀들, 나이들어 몸이 불편해지신 부모님, 주름살이 늘어가는 배우자를 보라고 하세요.
돈은 그야말로 있다가도 없어질 수 있고, 없다가도 기회가 오면 다시 벌 수 있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가 없고 설사 도박으로 돈을 딴다고 해도 잃어버린 시간만큼은 절대로 다시 살 수 없습니다.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하고 있는 동안, 도박을 생각하고 있는 동안, 도박 충동으로 흔들리고 있는 동안에도 너무나 아까운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습니다.
돈만 다시 회복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도박 중독자는 흘러간 시간은 어떻게 할 것인지, 그 잃어버린 시간은 어떻게 되돌릴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원 중 절대적으로 가장 소중한 자원은 시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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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고 있기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제대로 된) 집단 상담을 하고 있는 곳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거의 다 단기 프로그램의 형태에 불과했지요. 올 상반기에 제가 진행했던 동기강화 집단상담도 8회기짜리 폐쇄형 집단치료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집단 상담이란 그런 것이 아니죠((제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집단 상담은 전문적인 상담자가 있고 구조화된 프로그램에 의존하지 않는 개방형 장기 집단 상담입니다).
그래서 동기강화 집단상담이 끝난 후 도박 중독자를 위한 제대로 된 집단 상담을 해 보고 싶어서 개방형 집단상담을 시작해 현재 8회기까지 진행된 상태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진행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속 해 보고 싶습니다.
아직 경험은 일천하지만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한 집단 상담에 관심이 있는 상담자들께서 알고 계셔야 할 지식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 경험에 입각한 것이기 때문에 각자의 상담 장면에 맞게 조정하셔야 할 겁니다.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집단 상담을 할 때 상담자가 주의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절대 돈 거래를 하지 못하게 할 것
: 가능하면 각 내담자가 집단 상담에 들어올 때 작성하는 informed consent에 아예 문구로 넣어서 강조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도박 모임에서도 이 문제로 불미스러운 일이 몇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내담자 간 돈 거래는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집단 상담에서 상당히 파괴적입니다. 차를 가져왔는데 기름이 떨어졌으니 기름값을 빌려달라는 정도의 가벼운 돈 거래도 못하게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모든 내담자가 단도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칫하면 집단 상담이 도박 자금을 융통하거나 도박 빚을 갚기 위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자금원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도박 중독 집단 상담에서 일어나는 돈 거래는 가장 중요한 효과 요인인 응집성을 깨뜨립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위험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2. 가능한 한 연락처를 주고받거나 상담 장면 밖에서 만나는 것도 못하게 할 것
: 도박자끼리 연락을 주고받는 것을 알게 되면 해당 도박자의 가족은 대체로 불안이 상승하게 되는데 이를 상담자가 일일이 다루기 어렵기 때문에 통제 못할 가정 불화로 이어지거나 재발의 위험성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도박자가 밖에서 서로 만나는 것을 상담자가 일일이 감시하고 통제할 수는 없지만
사적인 만남을 갖게 되었을 때에는 반드시 집단 내에서 open하고 다뤄야 한다는 걸 처음부터 분명하게 주지시켜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상담 장면 밖에서 도박자끼리 만나게 되면 상담의 목표와 친목이라는 주객이 전도되어 상담의 동력이 저하됩니다.
3. 상담 장면 내에서는 무엇이든 완벽하게 공개토록 할 것
:
상담자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건 집단 상담 안에서든 밖에서든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지역에 사는 도박자끼리 카풀을 해서 집단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 상담에 참석하지 않은 도박자의 배우자에게 거짓말을 함으로써 공범 역할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안은 집단 상담 중 재발을 하거나 법적 처벌 때문에 부득이하게 집단 상담에서 빠지게 된 내담자가 있을 경우에도 그 내용을 집단에 남아 있는 다른 도박자에게 감추지 않고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상담자는 이 상황에서 비밀 보장의 원칙을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전문적이고 안전하게 정보를 다룰 것만을 약속해야 합니다. 집단 상담에서 빠지는 도박자의 마음만 헤아리려다 상담자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는 소탐대실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상담자는 비밀을 가져도 된다는 인식을 집단원들에게 심어줌으로써 상담자의 권위가 강화되어 상담자를 중심으로 둔 방사형의 상담 구조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 역시 아주 치명적인데 '지금-여기'를 다루지 못하고 상담자의 눈치만 보게 됩니다.
4. 상담 장면 밖에서는 철저히 비밀 보장의 원칙을 지키도록 할 것
: 3번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집단 상담 내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되지만 반대로
집단 내에서 있었던 이야기는 가족이나 집단 밖의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도록 비밀 보장의 원칙을 반복적으로 강조해야 합니다. 상담을 통해 얻은 통찰이나 자신의 생각은 이야기해도 되지만 다른 내담자의 경험이나 개인 정보를 절대로 노출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안전하게 비밀 보장이 되고 있다는 확신이 깨어지면 어떤 내담자도 상담 시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지 않고 그렇게 되면 상담이 계속 겉돌게 됩니다.
5. 가능한 한 동질적인 집단으로 구성할 것
: 도박의 유형까지 동질화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연령대 정도는 비슷한 수준(저는 대개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한정합니다)으로 맞추는 것이 초반 탈락자를 감소시킵니다. 그리고 개방형 집단 상담이라고 해도
개인 상담을 통해 어느 정도 채무 변제 문제나 금단 증상과 같은 도박 중독의 핵심 문제가 다루어진 도박자를 집단 상담에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탈락자가 많이 발생하여 더 이상 집단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서 개인 상담의 라포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도박자를 집단 상담에 involve하는 건 무모한 시도입니다.
만약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집단 상담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동일한 상담자가 개인 상담과 집단 상담을 모두 진행하는 병행 치료(Combined Therapy)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개인 상담과 집단 상담의 상담자가 다른 연합 치료(Conjoint Therapy)는 각 상담자 간 긴밀한 협력 체계가 구축되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하고 저는 그런 협력 관계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연합 치료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계속 집단 상담을 진행하면서 또 다른 시사점이 생기면 정리해서 포스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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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때문에 그 고초를 겪었으면서도 재발로 악몽과 같은 순간을 반복하는 도박자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말은 안 하지만 마음 속에 '만약'이라는 조건을 항시 걸어놓고 있다는 것이죠.
'만약 가족이 이 빚을 해결해준다면'
'만약 도박에 대한 통제력을 다시 갖게 된다면'
'만약 도박으로 잃었던 돈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된다면'
'만약 혹시 은퇴하고라도 도박을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만약 ~한다면'이라는 가정을 품고 사는 도박자는 결코 현재 이 시점에서 치유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지 않습니다. 그저 그 조건이 이루어진 뒤에 올 꿈같은 착각에만 빠져 있을 뿐이죠.
도박자가 항상 '만약'을 생각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자신이 외면해도 되었던 절박한 현실과 드디어 직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너무나 고통스럽기 때문에 자꾸 회피할 곳을 찾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도박 중독자가 배수진을 치고 자신의 앞에 놓인 거대한 적과 한 판의 일전을 벌이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만약'이 만들어 놓은 구멍에 반드시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구멍의 끝은 또 다른 절망의 시작일 뿐입니다.
도박 중독자에게 '만약'이란 없습니다. 현재만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그러니 마음 속에서 '만약'이란 단어를 아예 지워 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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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쓴
'도박중독치료에서 재발은 불가피한가?'라는 글에서 재발(relapse)은 없어야 하지만 실수(lapse or slip)는 있을 수 있고 때로는 꼭 있어야 할 필요도 있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포스팅을 한 이유는 실수를 재발로 착각한 나머지 더 이상의 치유 노력을 포기하고 자포자기한 채 다시 도박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도박자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은 어찌 보면 그 때의 주장과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물론 도박 중독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을 수 있고 때로는 재발 위험 요인을 찾아내기 위한 절호의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수를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실수가 반복되면 재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도박 중독자의 실수는 재발의 미끄럼틀을 타는 것과 같습니다. 워터월드와 같은 물놀이 공원에 놀러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물 미끄럼틀을 일단 타기 시작하면 중간에 멈추는 것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합니다. 바닥도 미끄럽고 계속 물이 흘러 내려오기 때문에 잠시 멈출 수는 있지만 다시 뒤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도박 중독자의 실수는 이와 같아서 한번 실수를 쉽게 생각하면 다시금 또 그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도박 중독자의 실수는 구덩이로 미끄러지는 것과 같습니다. 도박으로 인한 쓰라린 경험을 하고 난 뒤 구덩이의 중간쯤에서 정신을 차리고 기어 올라가다 실수로 미끌어지게 되는 것이 실수입니다. 문제는 실수를 하게 되면 처음에 시작했던 중간 아래로 굴러 떨어지게 된다는 겁니다. 게다가 자꾸 반복해서 굴러 떨어지게 되면 기운이 빠져서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까지 들게 됩니다. 그래서 실수를 반복하면 재발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실수를 했다면 왜 실수를 했는지 분석을 하는 것 뿐 아니라 그만큼 재발에 다가갔다는 위기감을 갖고 다시는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다져야 합니다. 실수는 재발이 아니니 뭐 상관없겠지 하는 안이한 마음으로 치유에 임한다면 반드시 실수는 반복됩니다. 이 점을 꼭 명심하셔야 합니다. 한 두 번의 실수는 그야말로 실수지만 실수가 반복되는 건 뭔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신호니까요.
더 큰 문제는 실수가 반복되면 도박자가 치유를 포기하지 않고 더욱 힘을 낸다고 하더라도 지켜보는 가족들이 먼저 지쳐서 도박자의 손을 놓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작 당사자는 용기를 잃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데 가족들이 도박자를 포기함으로서 훨씬 어려운 길을 가게 됩니다.
그러니 가벼운 실수라고 우습게 보지 말고 긴장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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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도박 중독자가 자신의 도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상담을 받았습니다. 도박을 끊어야 하는 나름의 이유도 찾았고 의욕도 충만했습니다. 그는 상담자가 권하는 모든 조치와 숙제를 충실히 이행했고 그 결과 도박 충동도 거의 가라앉아서 드디어 상담을 종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사회로 복귀하여 열심히 일을 시작했고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들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도박 중독자였던 이 가장은 자신의 일상이 너무나 무료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이런 말이 들려옵니다.
"전문적인 상담도 받은데다 그동안 2년이 넘게 도박이라고는 손도 안 댔잖아. 넌 충분한 자제력을 갖고 있어. 이제 다시 도박을 조금 한다고 해도 예전과 같은 수준으로 빠지지 않을거야. 네 자신의 인생과 도박을 저울질할만큼 어리석은 결정에 대해서는 충분한 댓가를 치렀잖아. 도박의 위험을 너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을테니 사교성 도박의 수준에서 도박을 즐길 수 있어"
과연 이 말은 누구의 말일까요?
많은 도박자들이 마음이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이 말은 도박 충동이 도박자를 꼬드기기 위해 하는 말입니다. 따라서 이 말을 그대로 믿고 따라했다가는 영락없이 재발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떤 속삭임이 들려왔을 때 그것이 내 마음이 하는 말인지 도박 충동이 하는 말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그 말이 도박을 허락하는 것이냐 아니냐로 구분합니다. 그 말을 따르게 되면 결국 도박을 하게 된다면 그 말은 내 말이 아닙니다. 바로 도박 충동이 나를 유혹하는 말입니다. 그렇게나 힘들게 도박을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상담까지 받았는데 내 마음이 다시금 그 힘든 과정을 처음부터 반복하게 만들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도박을 허락하는 말이라면 내용이 무엇이든 도박 충동의 유혹으로 간주하고 단호히 거절해야 합니다.
그것이 재발을 막는 유일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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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자신이 도박중독치료 전도사가 되어 도박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함께 도박하던 사람들에게 예방 홍보를 하고 다닌다는 도박 중독자가 있습니다.
이처럼 다른 도박자에게 도박중독의 폐해를 알리고 다니는 것이 정작 도박 중독자 본인에게 도움이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도움이 됩니다.
우선 다른 도박자에게 경고를 하려면 자신이 도박중독으로 인해 고통을 겪었다는 것을 어느 정도 open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를 받고 있다는 수준까지 이야기를 하지는 못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문제를 알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많이 알면 알수록 도박 자금을 빌리기 어렵고 감시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재발 방지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도박 중독자 중에는 다른 사람에게 경고함으로써 도박을 끊어야만 한다는 자기 세뇌를 반복하고 이로 인해 약한 의지를 다 잡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반복해서 다른 도박자에게 경고를 하는 것은 도박을 끊어야 한다는 자기 의지를 강화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도박 중독자가 그동안 자신의 도박 문제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주었음을 인정하고 그로 인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름대로 시도하는 행동일 수 있기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자가 다른 도박자에게 경고를 하고 다닌다고 해서 주제도 모른다고 면박을 주지 마시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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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은 아직까지 원인조차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병이기 때문에 왜 재발하느냐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말씀드리지 못합니다.
게다가 도박 중독은 매우 다양한 요인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주 세심하면서도 꼼꼼하게 도박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점검해야 하죠.
그런데 어느 도박자에게나 제일 조심해야 하는 재발 요인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치료자와 가족에게 이야기하지 못(또는 안) 한 소규모의 도박빚입니다.
전문적인 치료기관의 도움을 받기 이전에 가족들이 도박자의 빚을 대신 갚아주겠다고 나서도 거의 모든 도박자가 자신의 모든 도박빚을 가족들에게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현장의 치료자들은 도박자가 털어놓은 빚 이외에 분명히 다른 도박빚이 있을거라고 가정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도박자는 왜 가족이 빚을 다 갚아주겠다고 하는데도 많지도 않은 빚을 이야기하지 않고 숨기는 것일까요?
도박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이 정도의 빚만이라도 스스로 갚고 싶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부분적으로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도박자도 적지 않으니까요. 다만 적은 액수의 빚이라도 원래 결심했던대로 스스로 벌어서, 용돈을 아껴서, 계획을 세워서 갚으면 괜찮은데 문제는 도박자들이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죠. 도박에 중독되면 참을성이 없어지고 충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얼마 되지도 않는 빚을 갚겠다고 쪼들린 생활을 하느니 한번만 도박을 더 해서 한번에 갚고 손을 털어야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지긋지긋한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더 문제는 본인들도 모르는 무의식 속에 도박을 완전히 끊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도박을 계속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빚을 갚아야 하는데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하는 도박자가 대부분인데 빚을 갚을 필요가 없게 되면 더 이상 도박을 할 핑계가 없어지니까요. 그래서 일말의 여지를 자신도 모르게 남겨두는 겁니다.
그래서 초반에 채무 변제 계획을 세울 때 가능하면 모든 빚이 포함되도록 도박자를 충분히 설득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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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가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은 치유의 시작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 도박자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도박을 끊을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지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택하기 쉽습니다.
대개 도박자들이 먼저 선택하는 것들은 도박 빚을 갚는 것, 벌금을 내는 것, 구직 활동을 하는 것 등입니다. 치료보다 이것이 더 급하다고 생각하는 도박자가 많습니다.
물론 이것도 중요한 활동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모두 자신의 힘만으로는 어렵고 환경의 도움이 필요한 것들이죠. 도박 빚을 갚기 위해서는 돈의 쓰임새를 다시 결정해야 하는데 가족, 특히 배우자의 협조가 필요하고, 벌금을 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직 활동을 하는 것도 소비 지출에 대한 점검과 자신을 고용할 구인자를 찾아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즉 도박자 혼자 열심히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동안 도박을 하면서 많은 것들이 정상 수준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혼자의 힘으로 무리하게 돌려놓으려는 시도는 자칫 도박자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게 되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시 도박에 안주하는 재발의 위험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도박자에게는 실패가 가져오는 두려움이 일반인에 비해 더 크니까요.
따라서
스스로의 힘으로 충분히 할 수 있고 쉽게 성공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일과표 짜기, 계획 세워 운동하기,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도박자의 의지만 굳건하다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시도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처럼 자신의 힘으로 뭔가를 성취해나가는 느낌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되면 자존감이 높아지면서 환경의 도움이 필요한 일을 할 때 필요한 용기를 얻게 됩니다.
그러므로 도박자는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부터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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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포스팅 한
'도박 중독 치료법 중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치료 기법 간 차이가 없으며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치료 방법도 없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게다가 자발적인 회복도 가능하다고 했으니 도박 중독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도박자들에게 전문적인 치료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가능한 한 받으시는 것이 좋다고는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아주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서 비유를 들겠습니다.
도박 중독은 집에 도둑이 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도둑은 언제나 활개를 치고 다니지만 내 집에 들어오지 않는 이상 사실 상 문제가 되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도둑이 들면 피해가 큽니다. 재산 상의 손실 뿐 아니라 운이 없다면 사람이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일단 도둑이 들고 나면 얼마동안은 문단속도 열심히 하고 집안의 귀중품 관리라든가 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이것이 자발적 회복입니다.
하지만 우리 집에 내가 모르는 취약한 보안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 도둑이 다시 침입할 수 있죠. 게다가 사람의 기억은 간사한 것이어서 시간이 흐르면 마음이 점차 해이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전문 보안 업체에 의뢰해 우리 집의 보안 상태를 샅샅이 점검하고 취약한 부분에 경보 장치를 다는 등 안전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전문적인 치료입니다.
당연히 전문 보안 업체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서 도둑이 다시 들어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안전이 한층 강화되겠지요.
도박 중독의 재발을 야기하는 요인은 매우 많으며 도박자에 따라 다양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므로 도박자 개인이 이 모든 요인을 점검하고 도박 충동의 상승을 감지하는 일종의 경보 장치를 스스로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이죠.
전문적인 치료기관에서는 단순히 도박과 관련된 환경 요인 뿐 아니라 도박자의 심리적 문제, 관계적 문제 등 도박 중독의 재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꼼꼼하게 분석해서 재발 가능성을 최소화하므로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전문적인 치료도 함께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서 도박 중독 치료는 비용이 전혀 들지 않으니까 경제적인 부분을 염려하실 필요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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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재발은 없어야 한다. 그러나 실수는 있을 수 있고 때로는 꼭 있어야 할 필요도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모든 중독 분야가 다 그렇지만 도박 중독 치료에 있어서도 재발은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열심히 치료받았는데 재발을 해 버린다면 그동안의 고생이 도루묵이 되버리니까요.
앞선 포스팅에서 도박 중독 치료는 '완치'가 없고 '관리'만 있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그건 항상 조심해야 하는 마음가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고 실제로 현장에서는 재발 예방을 위한 기술을 완전히 습득하고 몸에 익혔다면 치료를 종결하는 시점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우선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중요한 것은 '재발'과 '실수'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재발(Relapse)은 말 그대로 도박 중독의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도박 충동에 굴복하여 다시 도박을 시작하고 삶의 의미와 가족의 소중함을 잊게 되며 치료 과정에서 습득한 기술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말합니다.
실수(Lapse or Slip)는 말 그대로 도박에 다시 한번 손을 댄 것을 말합니다. 물론 도박에 다시 손을 대게 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도박자는 도박을 하지 않기 위해 습득한 다양한 기술을 기억하고 있으며 이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과 불안감을 느끼는 상태입니다.
많은 보호자와 몇몇 도박자들은 실수를 재발로 착각하고 절망에 빠지곤 합니다. 그리고 치료를 중단하고 재발의 길에 접어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장의 치료자들은 '실수'를 치료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재발 위험 요인을 찾아내는 절호의 기회로 여깁니다. 그러므로 실수를 하게 되면 자신을 학대하거나 분노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치료 현장으로 돌아오라고 주문합니다. 망각이 시작되기 이전에 왜 실수를 하게 되었는지 바둑을 복기하듯이 도박자와 함께 그 상황을 살펴봐야 하니까요.
도박 중독은 평생 재발을 걱정해야 하는 병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속담을 기억하면서 다시 마음의 끈을 단단히 매는 기회로 활용한다면 결코 두려워해야만 하는 상황도 아닙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실수를 경험한 분들이 한번도 실수 없이 치료를 종결하는 분들에 비해 재발하는 비율이 현저하게 낮았습니다. 그들은 그만큼 단련이 된 것이지요. 노지에서 자란 식물이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식물보다 생명력이 더 강하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시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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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중독 관련 질환이 그렇지만 특히나 도박중독은 치료의 종결 시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단순히 단도박 상태를 일정 기간 유지하는 것만으로 치료가 끝났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간만 갖고 생각할 때 10년동안 도박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어디 끊었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도박중독자들은 어느 정도 주변 정리가 되고, 단도박 상태가 일정 기간 유지되면 치료를 그만 받겠다고 하거나 치료 횟수를 줄이겠다고 치료자에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저는 치료를 시작할 때 아예 최소한 1년은 치료받을 생각을 하라고 못 박고 들어가는 편이지만 대략 6개월(보통 20회기에서 30회기) 정도가 되면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이 치료된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물질중독과 달리 도박중독은 신체적인 금단 증상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아주 경미하기 때문이지요.
그럴 때 저는
다음과 같은 간단한 질문을 해 봅니다.
"당신이 도박중독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아는 모든 사람이 당신만 남겨두고 보름 동안 해외 여행을 간 사이 아무도 모르는 공돈 1천만 원(액수는 중독자에 따라 변경 가능합니다)이 생겼다면 그동안 그 돈으로 도박을 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대부분의 도박중독자들은 그럴 수 있다고 대답하지만(못할 것 같다고 대답할 정도의 상태라면 치료 횟수를 줄이거나 치료를 종결하겠다는 말을 아예 꺼내지도 않습니다)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Yes or No'의 답변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답을 하는데 걸린 시간이지요. 정말 치료를 종결할 수 있을 정도로 자제력을 회복한 사람은 시원시원하게 곧바로 대답을 합니다. 하지만 아직 때가 되지 않은 중독자는 대답을 하는데 있어 누구라도 알아챌 수 있을 정도의 delay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점을 지적하면 대부분 충동이 올라왔거나 갈등을 겪었노라고 시인합니다.
사실 도박중독치료에 있어 중독자 본인보다 더 종결 시점을 정확하게 아는 이는 없습니다. 치료자가 머리 싸매고 고민할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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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자와 그 가족의 간절한 열망과 달리 현장에 있는 치료자들은 도박중독자의 완치 가능성에 대해 (매우) 회의적입니다. 저만 해도 완치란 용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으며
도박중독에는 완치가 없으며 평생 관리만 존재한다고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알코올 중독의 경우 가장 심각한 만성금단증상을 해결하는데만도 2~3년이 걸리며, 정상수준의 회복을 보이려면 평균적으로 8년에서 10년이라는 기간이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도박중독이 중독을 야기하는 매개 물질이 없다고 해서 알코올 중독보다 치료하기 쉬울거라는 믿음은 그저 믿음에 불과합니다. 도박중독자들이 모여 재활의 의지를 다지는 단도박 모임(GA)에 가보면 10년 이상의 단도박 상태를 유지하다가도 재발하는 도박중독자의 사례를 왕왕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도박중독은 빠져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한번 도박에 중독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도박과 관련된 자극에 취약하기 때문에 항상 재발의 위험성을 안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발 예방이 치료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재발은 절대로 경고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하지 않으며 재발 예방 프로그램의 핵심은 이러한 경고 신호를 미리 잡아내는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도박중독자와 그 가족들은 도박을 하지 않는 단도박 상태를 유지하면 재발이 없을거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사실상 재발은 도박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며 도박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재발 과정의 결과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도박은 생활 상의 어려움으로 인한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도박에 다시 손대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재발은 진행이 되어온 것이죠. 따라서
도박을 해야만 재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회복 단계를 실천하지 않으면, 효과적인 치료 프로그램을 따르지 않으면 저절로 재발하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특히 재발 예방 프로그램을 통해 재발의 경고 신호를 찾아내는 훈련을 받지 않으면 부인(denial)이라는 심리 기제가 재발의 경고 신호를 찾아내지 못하도록 방해하게 됩니다.
출처 : '온전한 마음(by 이덕기 역)'에서 일부 발췌 및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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