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확천금을 꿈꾸고 시작했지만 빚을 갚느라고 발목 잡혀 고생하는 도박자는 도박에 빠져 있는 기간 동안에 돈에 대한 마인드가 건강하지 않은 방향으로 바뀌기 때문에 도박을 그만두겠다고 결심하더라도 매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이상 자신의 재정을 관리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이는 특히 현금을 직접 만지지 않고 칩이나 사이버 머니 등을 사용하여 돈에 대한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도박에 빠졌던 사람일수록 더 심합니다. 예를 들어 직접 현금을 판돈으로 거는 불법 하우스 도박보다 사이버 머니를 충전하여 사용하는 온라인 도박이나 선물, 옵션 등을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주식 중독이 돈 관리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이지요.
그래서 많은 도박자들이 배우자나 부모님 등의 가족에게 당분간 대리 관리를 부탁하고 꼭 필요한 용돈만 받아서 생활하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도박 중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재정 관리 방법으로 저는 두 가지를 추천합니다.
첫째.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돈에 대한 현실감을 되찾기 위해 가능하면 현금을 직접 만지도록 해야 합니다. 계좌 이체 대신 무통장 현금 이체를 하고,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대신 현금 거래만 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불편하지만 도박자가 들고 다니는 돈의 액수 자체가 많지 않을수록 더욱 빨리 돈에 대한 현실감을 되찾게 됩니다. 돈의 소중함, 땀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이죠. 제 내담자 중 한 분은 자신이 경비일을 해서 번 돈으로 1,000원짜리 붕어빵을 사 먹었을 때 땀의 소중함을 벼락같이 깨닫고 도박에서 영원히 빠져나올 것을 결심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둘째.
가능한 한 뭉칫돈을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치유 초기에는 빚을 갚는 등 마이너스 인생을 원점을 돌리는데 주력하기 때문에 이 말이 먼 나라 이야기같지만 도박빚을 다 갚는 날은 언젠가 반드시 오게 되고 지금부터 돈이 모이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나중에 낭패를 겪게 됩니다. 돈은 어차피 벌기 위해 쓰는 것이니 어떻게 모아서 어떻게 쓸지에 대해 계획을 세우는 것 또한 필요한 일이지만 도박자는 그 돈을 모을 때에도 일반 사람들과 달리 뭉칫돈을 만들지 말고 계정을 최대한 잘게 쪼개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50만 원짜리 적금 하나보다는 10만 원짜리 적금을 5개 만드는 겁니다. 사실 이 방법은 종잣돈부터 모아서 그 다음에 굴리라는 일반적인 재테크 방법과 정반대이기 때문에 일견 어리석어 보입니다. 이자만 놓고 봐도 당연히 후자가 손해니까요. 하지만 뭉칫돈을 만들면 안 되는 이유는 도박자가 도박에 손을 대게 만드는 최저 금액의 선을 넘게 되면 도박 충동이 자극되기 때문이므로 돈을 보관할 때에도 하나의 통장에 큰 돈을 보관하지 말고 쪼개서 여러 개의 통장에 분산해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박 중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재정 관리 마인드를 간략하게 다시 한번 정리해 봅니다.
첫째. 돈에 대한 현실감을 되찾기 위해 가능하면 현금만 다룰 것. 다루는 현금의 액수는 가능하면 적게둘째. 계정을 최대한 작게 쪼개서 뭉칫돈을 만들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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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라디오 방송을 들으니 신혼 부부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례사 1위로 5분 이내에 끝내는 간략한 주례사가 뽑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 추세에 발맞춰 저도 5분 이내에 끝내고 주례 잘 모셨다는 인사 한번 들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딱 4가지입니다. 이래놓고 한 말씀 더 한 말씀 더, 이런 짓은 안 하겠습니다. 정말 딱 4가지만 말씀드리죠.
첫 번째와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와 네 번째 내용은 서로 관련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도 아니고, 정도 아닙니다. 바로 신뢰입니다. 신뢰를 잃으면 부부 관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신뢰는 어떻게 쌓아야 할까요?
첫 번째 말씀은 바로 신뢰를 쌓는 방법에 대해서입니다.
무조건 상대방 배우자의 편이 되십시오. 부모도 자식도 형제자매도 배우자의 앞에 두어서는 안 됩니다. 혈육의 인연과 정은 쉽게 끊어지지 않지만 부부가 쌓은 신뢰의 성은 너무나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반드시 배우자가 최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부부가 왜 무촌이라고 하겠습니까? 그만큼 가까워서요? 아닙니다. 헤어지면 아무 사이도 아닌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무조건 배우자의 편이 되어주셔야 합니다. 배우자는 자신의 등을 맡길 수 있는 응원군을 원하지 정의의 재판관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두 번째 말씀 역시 신뢰를 쌓는 방법에 대한 것입니다. 무조건 배우자의 편이 되라는 말은 총론에 해당하는 것이고 이 말씀은 각론에 해당합니다. 실천 기술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아주 쉽습니다.
어설픈 마음 읽기를 하지 말고 무조건 사실을 말하라는 겁니다. 우리는 보통 상대방에게 사기를 칠 의도로 행한 적극적인 거짓말만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보를 모두 알리지 않는 소극적인 거짓말도 분명히 거짓말입니다. 필요한 정보를 주지 않으면 그 빈자리를 추론과 마음 읽기로 메워야 하는데 여기에서부터 오해와 왜곡이 발생하게 됩니다. 배우자에게 상처를 주지 않겠다고,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사실을 숨기는 것도 하지 마세요. 책임은 자신이 지되 배우자에게만큼은 모든 것을 숨기지 않고 말해야 합니다. 배우자에게만큼은 완전히 투명함을 유지해야 합니다.
앞서 두 가지의 말씀은 부부 사이에 가장 중요한 신뢰를 쌓고 지키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부부 사이를 붙여놓는 접착제와 같은 것들이었지요.
그런데 이제부터 드릴 말씀은 부부 사이를 떼어놓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앞의 내용과 사뭇 다르다고 생각되어 의아한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잘 들어보면 큰 맥락에서 다른 말은 아닙니다.
바로 독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결혼을 한다고 하면 싱글의 삶이 끝나고 상대방에게 헌신하는 밀착된 삶이 새로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래서는 건강한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적당한 거리 두기를 해야 하고 개인으로서의 독립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세 번째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바로
희생하지 말고 배우자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희생을 미화하고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이 팽배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댓가가 없는 희생이라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희생은 항상 기대를 낳습니다. 물질로 환산할 수 없는 기대라면 괜찮겠지 싶겠지만 사실은 그게 더 우리를 괴롭힙니다. 내가 열심히 내조하면 내 고마움을 알아주겠지 하는 기대가 좌절되었을 경우 더 큰 분노를 생성하게 됩니다. 그러니 희생하지 마시고 기대하지 마시고
배우자가 없었다면 어차피 자신이 했어야 할 일이니 모든 일을 자신이 해야 할 일로 생각하고 하세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그러려면 뭐하러 결혼하느냐고 묻는 분이 계셔서 그 차이를 설명하는게 참 쉽지 않지만 모든 기대를 내려놓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주도적으로 살면 배우자의 사랑과 존경은 저절로 얻게 된다는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찌 보면 이것이 오히려 고난도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도 독립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보통 결혼을 하게 되면 둘 중 한 사람이 재정 관리를 전담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용돈을 받아서 쓰는 사람은 항상 불만스러울 수 밖에 없고 전담하는 사람도 자신의 돈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인 지출을 극도로 억제하게 되니 욕구 불만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재정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지 않으면 용돈을 받아서 쓰는 사람은 재정 상태에 대한 정보가 지극히 부족하기 때문에 돈을 관리하던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기게 되면 혼란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니 결혼을 하더라도 독립 채산제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면 여자분들께서 반발하시는데 과연 재정을 관리하면서 본인에게 득 되는 일이 뭐가 있었는지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화장품이라도 돈 걱정 안 하고 제대로 사신 적이 있던가요? 알뜰살뜰 모아서 집 마련했다고 누가 제대로 알아주던가요?
요점은 니 돈 내 돈 나누자는 것이 아니고 각자의 재정 관리 능력을 극대화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산다는 것을 전제하고 반드시 가계부를 써야 합니다. 가계부를 쓰지 않으면서 미래의 재정을 이야기하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우리 가정의 빚이 얼마인지, 수입이 얼마인지, 지출이 얼마인지도 정확하게 모르면서 미래 계획을 세운다는게 어디 가능하기나 하겠습니까? 그러니
꼭 가계부를 쓰십시오. 재정 전문가들이 그럽디다. 가계부를 쓰는 것만으로도 생활비가 30% 정도 감소한다고요. 빨리 시작하면 할수록 득이 되는 것이 가계부 쓰기입니다.
신혼 부부를 앞에 두고 상대방에게 기대를 하지 말라는 둥, 니 돈은 니 돈 내 돈은 내돈으로 살라는 둥 다소 생경한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이니 그냥 객적은 소리이겠거니 하고 넘기지 마시고 한번쯤 신중하게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벌써 5분이 지난 것 같으니 이 정도로 주례사를 끝내려고 합니다. 행복한 결혼, 행복한 인생이 되시기를 기쁜 마음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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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좌충우돌, 우왕좌왕 정책 혼선과 각종 실기를 거쳐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몇 군데의 치료 센터가 설립되고 향후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현재 현장에서 일하는 치료자의 수가 태부족인지라 전문가를 교육, 양성, 충원하는 문제가 당연히 대두되었죠. 그런데 일각에서 관련 학부에서 일정 과목을 수강한 후 졸업한 학부 출신을 대상으로 수십 시간의 교육 과정을 거쳐 자격증을 주고 현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시험을 보든 말든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거의 쓸모가 없으니까요)하고 있는 것 같은데 현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탁상공론의 전형이거나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고 시장(이 말 참 마음에 안 들지만)을 선점하려는 파렴치한 짓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도박 중독 치료를 하기 위해 현장에 투입되었을 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손꼽힐 정도로 수련 과정이 엄격하고 치열한 수련 병원에서 3년을 수련한 전문가였는데도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도박 중독자를 대하게 되기까지 3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아마 현장에서 일을 하는 치료자들은 제가 무슨 말을 하는 지 다들 이해하실 겁니다.
그만큼 도박 중독 치료는 어렵습니다. 단순히 도박자가 병에 대한 인식이 없고 재발이 잦아서가 아니라 온갖 다양한 문제가 중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도박 중독은 대부분 집중적인 대면 상담을 기반으로 치료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본적인 상담 기술에 익숙해야 하고 병식이 전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동기 강화 상담을 자유자재로 해야 하며, 인지적 오류 교정을 위한 인지행동치료에 능해야 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재정 파탄으로 인해 나타나는 부부 갈등, 가족 갈등 해결을 위해 부부 상담과 가족 상담을 할 수 있어야 하며, 기본적인 재정 관리와 채무 변제, 법적 문제를 다룰 수 있을 정도의 전문 지식을 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알코올 중독, 우울증, 불안 장애, 자살 위험성 등의 공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정확하게 진단, 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과 함께 적절한 시점에서 약물 치료를 포함한 정신과적 치료를 의뢰, 관리할 수 있는 판단력과 전문 지식이 필수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학부 수준의 상담자가 다룰 수 있다고요?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도박 중독 치료를 위해서는 최소한 3년 이상의 정신과 수련을 기본(이것도 제대로 된 수련 기관에서 받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으로 하는 정신보건전문요원 1급 또는 임상심리전문가 수준의 자격을 갖추고 거기에 집중적인 교육을 통한 재훈련을 해야만 현장 투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도 기관 자체적으로 상당히 intensive한 보수 교육과 사례 관리를 실시해야만 됩니다. 미안하지만 석사 수준의 인력도 도박 중독 치료 현장에서는 물가에 내놓은 철부지나 다름 없습니다. 저 같아도 제 내담자를 못 맡기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일하는 기관은 모든 전문가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과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을 모두 갖추고 있고 2년 이상의 현장 상담 경력이 있는 지원자를 모집합니다. 그러고도 매우 엄격한 면접 절차를 거쳐 전문가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박사, 교수라도 충분한 상담 경험이 없는 사람은 뽑지 않습니다.
자주 이야기를 하지만 도박 중독 치료자는 누구를 위해 존재합니까? 내 밥그릇을 위해서? 학회를 위해서? 도박 중독 치료자는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의 치료와 재활을 위해 존재하는 겁니다. 그러니 얼렁뚱땅 엉터리 자격증이나 따서 엉덩이 들이밀려는 수작 부리지 말기 바랍니다. 충분한 실력과 전문성을 갖추고 거기에 사명감까지 기본으로 장착한 뒤 도전하기 바랍니다.
덧. 전에도 이야기를 한번 한 적이 있는데 급수가 나누어지는 자격증이 있다면 하급 자격을 가진 사람을 모두 포괄해도 모자랄 정도로 현장의 수요가 정말 많지 않은 이상 일을 할 때 업무의 기준은 대체로 하급 자격이 아니라 상급 자격에 맞추어지게 되고 하급 자격자는 거의 단순 사무 업무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한된 인건비를 갖고 현장의 수요에 대처해야 하니 싼맛에 하급 자격자로 자리를 채우게 되고 제대로 된 치료는 요원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심리학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중독심리전문가 자격의 하급 자격인 중독 심리사나 중독전문가협회의 중독전문가 2급 자격은 잘못된 정책 판단입니다. 임상심리학회에서 왜 임상심리사 자격을 폐지하고 임상심리전문가 자격 하나로 통일했는지 그 과정을 benchmarking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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