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한번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 사감위(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서 하는 일 중 개인적으로 가장 높게 평가하는 것 중 하나가 '잃어버린 나를 찾는 희망 안내서' 시리즈의 발간입니다.
도박자를 대상으로 하는
'1편'이 2010년 1월에 나왔고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2편'이 2011년 6월에 나왔고 올 2월에 3편이 나왔으니 1년 6개월 단위로 새로운 안내서를 내놓고 있는 셈입니다.
기획은 야심찼지만 1편은 완성도가 좀 떨어지는 듯 했는데 2편에서는 단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보완하더니 이번 안내서는 아예 국내에서는 어느 기관에서도 아직 시도하지 않은 법률, 재정 문제를 다루었더군요.
국내 최초라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기 때문에 이 안내서의 장점은 굳이 더 설명드리지 않고 아쉬운 점만 몇 가지 지적하려고 합니다.
우선 이 책을 읽는 대상이 현장에서 도박자와 가족을 상담하는 상담자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필요할 때 참고하는 책으로 최고)이겠지만 제가 판단하기에 이 책은 도박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쓰였다고 봅니다. 그런데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받다 보니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치중하는 바람에 난도가 너무 높아졌습니다. 법 조항의 제시까지는 좋았지만 사건 번호와 각종 판례, 게다가 법률 지식까지 너무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바람에 자꾸 주의가 분산되어 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안내서의 좋은 내용 중 몇 가지만 추려서 조만간 정리 포스팅을 다시 하겠습니다.
법률 전문가의 comment를 인용할 때에도 각 글 꼭지의 후반부에 좀 더 쉬운 말로 풀어서 설명했어야 하는데 정작 도박자와 그 가족이 궁금해 하는 내용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2페이지의 제목인 '불법 도박을 하면 감옥에 가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즉결 심판에서 징역형까지'라는 소제목 하에 설명을 하고 있지만 명확하게 답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저라면 좀 더 명확하게 즉결 심판으로는 20만 원 미만의 벌금이나 과료형처럼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지만 검찰로 사건이 넘어가게 되면 벌금형이나 징역형에 처해질 수도 있으니 불법 도박을 하게 되면 분명히 감옥에 갈 수도 있기 때문에 도박 중독 문제에다가 더 큰 어려움이 가중되므로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를 할 겁니다.
또, 법률문제와 재정문제를 하나의 책에서 다루다 보니(분명 연결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한 이유는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구성이 더 복잡하게 되었습니다. 차라리 법률과 관련된 내용과 재정 문제를 다루는 내용을 두 권으로 분리해서 재정 문제는 재정 관리 능력 배양까지 묶어서 따로 펴 냈으면 훨씬 좋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안내서를 바탕으로 조금 더 개선된 안내서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도박 종류별 신고기관 일람표(14~15p)', '불법/부당 추심행위 목록(39~41p)', '유채동산 가압류 배제 재산 목록(48~49p)', '채무조정 프로그램 비교 설명표(60~67p)', '신용카드 신규발급중지서비스 신청 요령(71p)' 등의 정보는 상담자 입장에서 아주 유용합니다. 자주 참고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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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도박 중독의 가장 큰 피해는 재정적인 부분에서 일어납니다. 도박으로 잃어버린 돈도 돈이지만 도박 중독이 드러났을 때 튀어나온 빚은 가계에 큰 부담이 됩니다. 갑자기 경제적으로 쪼들리게 되면서 보호자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죠.
또한 재정 관리 능력을 상실한 도박자를 대신해서 일시적으로라도 모든 재정적인 부분을 보호자가 책임지게 되기 때문에 치료에만 전념하는 도박자에 비해 보호자가 받게 되는 압박은 가히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엄청납니다.
그렇다면 보호자가 일상 생활에서 도박자에게 돈 문제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도박 중독자들이 보호자가 돈 문제를 꺼내는 이유를 착각하는데 그들은 이미 벌어진 문제를 다시 화제에 올림으로써 자기를 탓하고 이로 인해 보호자가 의사 결정의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고 생각하거나 더 많은 경우 돈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투정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빨리 돈을 벌어다 보호자의 입을 틀어막고 싶은데 현재 상황에서 갑자기 큰 돈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자신에게 익숙한 도박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대부분의 도박 중독자는 도박을 하는 과정에서 대박(big win) 경험이 한 두 번은 있기 때문에 '이번 한번만'의 심정으로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되고 결국 재발하게 됩니다.
그런데 정작 돈 문제를 화제로 꺼낸 보호자의 생각은 이와 전혀 다릅니다. 보호자가 도박자에게 돈 문제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인데 하나는 자신이 돈 문제로 고통받고 있음을 도박자가 알아주고, 이해해주고, 위로받고 싶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힘들더라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살자는 의지를 다지는 의미입니다. 도박자가 착각하는 것처럼 재정적인 문제의 해결 방법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도박자보다 재정적인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마술과 같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절대로 없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도박자는 보호자의 마음을 잘못 읽고 보호자가 이것만큼은 절대로 피했으면 하는 바로 그 '도박'을 통해 어설프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을 먹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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