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능 환상은 멜라니 클라인이 주창한 개념인데 상담에서는 상담자가 내담자의 치유를 위한 조력자 역할에 그치지 않고 내담자의 치유가 오로지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오판하게 되는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전능 환상은 내담자가 진정한 치유와 회복에 이르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담자의 성장도 저해하는 대표적인 문제라서 상담자는 전능 환상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고 주의해야 합니다.
상담자가 초심자일 때는 전능 환상보다 낮은 자존감 문제나 전이-역전이 문제를 해결하느라 전능 환상이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지만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고 상담이 몸에 익으면 어떤 상담자라도 한번쯤은 전능 환상의 시험대에 서게 됩니다.
전능 환상의 무서운 점은 자신이 거기에 빠져 있을 때는 그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저 뭔가 상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기분좋은 느낌과 함께 상담 전반이 어렵지 않게 파악되고 내담자에게 어떤 말을 할 지 깊이 고민하지 않고도 대화가 술술 풀려가는 기분이라서 상담이 재미있다고 느끼고만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자신이 전능 환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할 상황을 한 두가지 정리해봤습니다. 두 상황 모두 건설적인 비판은 없고 칭찬만 난무한다는 큰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 경우는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에서 일어나는데 내담자가 상담 장면에서 더 이상 갈등이나 어려움을 드러내지 못하고 상담자를 칭찬만 하는 경우입니다. 보통 상담자를 이상화하기 때문에 상담자의 눈치를 보게 되고 상담자의 일거수 일투족에만 의존하게 됩니다. 출석 및 과제 수행이 완벽하기 때문에 당연히 상담자는 라포가 굳건히 형성되고 상담이 효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믿습니다만 두 가지를 통해 전능 환상 유무를 점검해봐야 합니다. 하나는 상담 목표의 중간 점검입니다. 상담 목표가 무엇이고 어디까지 진행이 되었는지를 살펴보면 상담자가 내담자보다 높은 곳에 앉아 내담자를 내려다보며 지적 유희를 즐기고 있던 것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다음은 내담자가 상담자의 상담 기법이나 가치관에 반하는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어떤 역전이가 일어나는지를 분석해 봐야 합니다. 생각의 차이는 당연한 것임에도 자신만이 옳고 내담자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니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른다면 전능 환상일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두 번째 경우는 상담 현장과 조금 다른 상황이지만 자신의 동료나 선후배, supervisee들이 더 이상 건설적인 비판이나 조언을 하지 못하고 첫 번째 경우처럼 칭찬만 할 때입니다. 물론 실제로 상당한 내공을 갖춰 칭찬받을만한 실력을 보이는 상담자일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런 칭찬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기분이 마냥 우쭐해지는 경우입니다. 아무리 가까운 곳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지인이라고 해도 자신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아는 것은 불가능할텐데도 그들의 칭찬을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넙죽 받아들이는 건 전능 환상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일 수 있으니까요.
두 번째 경우보다는 첫 번째 경우가 좀 더 상담자에게 익숙하면서도 쉽게 전능 환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전능 환상의 영향을 받고 있다면 상담자가 되기로 결심했던 초반으로 다시 한번 돌아가 초심을 점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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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으로 상담 시간은 일 대 일 대면 상담의 경우 50분인 경우가 많고 길다고 해도 90분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담 기법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적으로 50~90분을 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죠.
물론 사안에 따라 특정 회기는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초과되더라도 꼭 다뤄야 할 주제라면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특수한 상황이 아닌데도 언제나 상담 시간이 예정된 시간을 많이 초과하는 상담자라면 다음의 경우가 아닌지 한번쯤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첫째. 상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 background information을 수집하고 있거나 history taking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 자신의 상담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상담자일수록 상담의 목표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중언부언 내담자의 호구 조사를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런 정보를 많이 알수록 rapport가 공고히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상담자에 대한 불필요한 의존만 강화된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둘째. 내담자에게 질질 끌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 특히 상담 초기의 경우 내담자들이 핵심 문제를 회기의 초반에 이야기하지 못하고 마칠 때 쯤에 꺼내곤 합니다. 문제는 이것 또한 상담자-내담자 역동으로 다뤄야 한다는 생각을 못하고 내담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내담자에게 질질 끌려가는 상담자가 많습니다. 상담은 누가 주도를 해야 하는 일방적인 상호작용이 아니므로 내담자가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건 결과적으로 그리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셋째. 상담을 자신의 전능 환상을 충족하는 장으로 활용하는 것은 아닌지
: 상담자의 입장이 두 번째 경우와 반대되나 결과는 마찬가지로 상담 시간이 초과되는 경우입니다. 상담자가 자만심에 가득차 자신의 상담 기술을 자랑하고 내담자에게 들이붓느라고 예정된 상담 시간을 훌쩍 넘어버리게 되기도 합니다. 내담자의 피로도나 개인적인 사정을 고려하지도 않으나 언뜻 보면 열정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내담자가 불만을 터뜨리지도 못합니다. 나르시스틱한 상담자에게서 자주 나타납니다.
그 오랜 심리치료와 상담의 역사에서 상담 시간이 50~90분으로 정해진 것이 그냥 가위바위보나 주사위를 던져서 한 것이 아닙니다.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가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주제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시간으로 오랜 세월 동안 반복 검증된 것이지요.
그러니 매번 상담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상담자라면 자신의 사명감이나 열정으로 손쉽게 내부 귀인하지 말고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점검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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