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일하는 상담자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너무 당연한 사실인데 일반인 중에는 의외로 모르는 분이 많은 것 같아서 경고 포스팅합니다.
내용인즉슨 간단합니다. 정말로 상담을 잘하는 실력자는 절대로 스스로 자신이 상담을 잘한다고 떠들고 다니지 않습니다. 물론 "내가 좀 상담을 잘하지"라고 대놓고 뻔뻔하게 이야기하는 막 나가는 상담자는 거의 없습니다만 이들은 자신이 속한 전문가 집단의 권위 뒤에 숨어서 "내가 근무하는 센터의 상담자들은 다른 곳과 달리 전문성이 뛰어나다", "이 정도 상담 비용은 받아도 될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어떤 어떤 분야의 경험이 많다"는 식으로 자신을 우회적으로 과시하곤 합니다.
그런데 정말 상담의 고수라면 자신의 상담 능력에 대해 자신하지 않을까요? 제가 그런 고수급의 상담자가 아니기 때문에 단언할 수는 없어도 아마 안 그럴겁니다. 제가 상담 12년차인데 하면 할수록 어렵게 느껴지고 공부할 게 끝도 없다고 생각되는 것이 상담이니까요. 상담을 얼마나 오래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건방을 떠는 상담자가 진짜 고수일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그런 식으로 잘난 척을 하는 걸까요?
제가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그런 상담자는 대개 허세와 달리 실력이 없는 엉터리들이더군요. 자신이 갖고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란게 없는데다 열등감이 폭발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니 상담을 받으려는 분은 최소한 상담을 잘한다고 자랑하는 상담자만큼은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상담자를 어떻게 구별하느냐~
그런 상담자의 특징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1. 다른 전문가에게 자신의 실력을 노출하지 않고 그럴 수 있는 상황도 가능한 한 피함. 전문가 사례 회의에서 케이스를 발표하는 일이 없고 자신의 노하우이기 때문에 노출할 수 없다면서 숨기기만 하기 때문에 과연 이 사람이 상담에서 뭘 어떻게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음.
2. 이런저런 자격증(서로 관련도 없는)을 많이도 갖고 있지만 실제로 상담에서 활용하지도 않음.
3. 학회, 협회, 연구회, 지회 등의 감투를 맡는 걸 좋아라 하지만 정작 맡으면 제대로 일하지도 않음. 능력이 없어서 맡아도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함. 이들은 자신의 무능력을 감춰줄 경력 한 줄이 필요한 것 뿐임.
이도 저도 복잡하면 그저 이거 하나만 기억하면 됩니다. 상담할 때 잘난 척 한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나빠지는 상담자만 피하세요. 잘난 척하는 느낌이 드는 상담자가 고수일 가능성도 거의 없지만 설사 고수라 해도 그런 느낌이 드는 상담자와 제대로 된 상담 작업을 하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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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해보이는 이 말은 단순히 상담자도 계속 공부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설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의외의 돌발 상황이 수도 없이 발생하게 됩니다. 상담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빨리 떠나는 사람을 제외하고 상담자로 끝까지 남아 있으려면 계속 직면하는 문제들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합니다.
또는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최선의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그래서 스스로 이런 저런 관련 서적과 자료를 찾아보게 됩니다.
학교에 있을 때에는 그저 주어지는 대로, 강의를 따라가느라 바빠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 구분도 못하면서 그저 지식을 머릿속에 주워담느라고 바빴지만 현장에서 항상 실전에 투입되는 상담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가 눈에 탁탁 들어옵니다. 일종의 '현장눈'이 생겼달까요
그래서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도, 새로운 책을 읽어도 읽는 속도가 훨씬 빨라지는 것은 물론 새롭게 습득한 지식을 어떻게 현장에 응용할까 고민하기 때문에 쉽게 잊어버리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이를 실제 상담에 적용해 체화한 지식은 책에 씌여진 것과는 다른 형태와 색깔을 갖춘 나만의 노하우가 됩니다.
그러니 현장에서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실제로 하는 분들은 학교에 있을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내담자를 위해,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의 계발을 위해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공부 자체가 잘 될 뿐 아니라 이를 실제 상담 장면에 적용하는 경우에는 자신만의 전문성을 구축하는 계기가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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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심리학회는 한국 심리학회 산하 분과학회 중 가장 많은 회원 수를 자랑하는 명실상부한 전문가 집단입니다.
그동안 양적으로는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사회적인 인지도도 높아져서 학교와 병원에만 국한되던 일터가 국 공립 기관, 군과 경찰, 다양한 민간 기관과 기업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이 많이 확장되었습니다.
하지만 양적인 성장에 비해 질적인 성장은 전혀 뒷받침되지 않아 임상 심리학 전공의 인기에 힘입어 매년 쏟아져 나오는 석사들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수련 기관의 수가 태부족입니다. 최근에 들어서야 신규 수련 기관의 수를 늘리느라 애쓰지만 그 효과는 극히 미미하여 여전히 유급 수련을 받을 수 있는 레지던트가 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당연히 대부분의 수련 레지던트들은 무급 수련의 늪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거기에 임상 심리학회는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강 건너 불구경을 하는 신세입니다. 그저 그나마 있던 수련 자리도 없어질까봐 전전긍긍하면서 현장에서 묵묵히 버티고 있는 레지던트에게만 모든 짐을 지우고 있습니다.
2년 전에 수련 레지던트의 처우가 문제가 되어 수련생 협의회가 결성되었을 때에도 수련 레지던트의 처우 개선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당히 목소리를 낸 senior supervisor가 한 명도 없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 일을 계기로 저는 임상 심리학회에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저 병원의 supervisor만 되면, 학교로 돌아가 임상 심리학 교수 자리만 꿰차면 수련 레지던트가 무급으로 수련을 받든, 그나마 수련받는 기관의 supervisor가 무능하여 자기 돈으로 유료 supervision을 받든 알 바 아니라는 것이죠.
험한 이야기를 하느라고 길어졌습니다만 오늘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것입니다.
임상 심리학회가 환골탈태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바로 (실속 없는) 대접 받기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신경정신의학회가 학회를 열면 당연히 제약회사들이 지원을 합니다. 의사들이 약물을 처방하니까요. 임상 심리학자들은 겉으로는 그들의 유착 관계를 비난하면서 속으로는 부러워해왔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저렇게 돈 걱정 안 하면서 학회를 하나' 하면서요.
임상 심리학회는 돈이 없습니다. 풍족했던 적이 없죠. 이사가 되면 일을 하는 댓가로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반회원보다 회비를 더 내야 합니다. 명예직이니 어쩌니 하는 입바른 소리들으면서 말이죠. 그렇게 희생을 강요당합니다. 그러면서도 아무도 학회재정을 위해 기금을 끌어오고 후원금을 받을 생각을 안 합니다. 제대로 된 댓가를 받지 못하니 명예욕이 있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회장과 이사를 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억지 춘향 격으로 일을 하게 되니 창의성을 발휘할 여지가 없고 그냥 시간이나 때우면서 다음 회장단으로 넘기려고만 합니다. 그러니 발전이 없습니다. 누가 회장이고 누가 운영진인지는 아는 사람만 알고 일반회원은 알지도 못하고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누가 해도 똑같으니까요. 회비 완납율이 낮다고 항상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회비 완납 안 하면 전문가 자격 안 주고, 논문 안 실어주는 식의 징벌적인 보완책 밖에 못 내놓습니다.
그러면서 정작 민간 기업에서 후원을 할 수 있다고 하면 알량한 체면 따지면서 그냥 돈만 주면 되는 거지 뭐가 그렇게 조건이 까다롭냐면서 배부른 소리를 합니다. 기업이 학교 같은 줄 아나요? 윈-윈 하지 않으면 한푼도 안 내놓는 곳이 기업입니다. 그리고 후원에 있어서만큼은 기업이 '갑'이고 학회가 철저히 '을'입니다.
학회 재정만 제대로 확충하면 더 좋은 조건에서 더 좋은 강사 모시고 더 좋은 교육을 받아서 회원들의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데 지금 이런저런 거 재게 생겼나요? 후원금을 주는 기업이나 기관에 임상 심리학회 회장이 찾아가서 고개를 숙이는 것이 그렇게 자존심 상하는 일인가요?
이제 더 이상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거짓말하지 말고, 학자는 돈을 밝혀서는 안 된다고 되지도 않는 소리 씨부리지 말고 당당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그 돈으로 회원을 위해 써 달라고 지극히 정당한 요구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회원의 요구를 제대로 전달하고 회원을 위해 자존심을 잠시 접을 수 있는 그런 회장이 나와야 합니다.
전문성은 대접해달라고 떼를 쓴다고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전문성을 키우면 자연스레 대접받게 됩니다. 그런데 그놈의 전문성은 당당함과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고 배가 부르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배가 고프지 않아야 생기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내 생계가 위태로운데 전문가가 되면, 박사가 되면 뭐한답니까?
지금 임상 심리학회는 굶주리고 있습니다. 임기를 마치고 난 후 나는 학회의 재정을 위해 얼마의 후원금을 모아들였노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회장과 이사진을 저는 보고 싶습니다.
참으로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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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분명히 다릅니다. 할 수 있다고 해도 하기 싫은 것이 있고, 반대로 하고 싶다고 해도 능력이 부족해서 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까요. 물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면 더 할 나위 없겠지요.
임상심리학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둘 중의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무엇이 더 중요할까요? 저는 요새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느냐는 단순히 능력의 문제에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임상심리학자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마다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심리적으로 힘든 사람을 돕기 위해서, 자아 성찰을 위해서, 가운이 뽀대나니까(^^;;;), 또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임상심리학자가 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임상심리학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하고 싶은 이유를 찾기 이전에 내가 과연 이 일을 할 수 있는가, 더 나아가서 내가 임상심리학자가 되기에 적합한 자질을 갖고 있는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임상심리학자는 정신건강을 책임지는 사람들이고 자리에 따라 무능이 엄청난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적, 심리적 문제는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상처가 훨씬 크고 오래가는 법이죠.
최근에 내담자나 환자를 대하면 안되는 사람들이 임상심리학자라는 타이틀을 걸고 해악을 끼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되면서 임상심리학자라는 직업이 그저 하고 싶다고 해서 해서는 안되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전문성과 능력의 부족도 당연히 문제가 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자질의 부족(이건 사실 규정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만)이라고 봅니다. 내담자를 수익의 대상으로만 여기거나 자기의 기술을 시험하는 도구로 보거나,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하는 일 등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재미있을 것 같아서 선택한 길이고 그리 사명감을 갖고 시작한 일이 아니기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 직업이 주는 무게감을 체감하는 요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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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는 절반이 경영학과야?
위는 전공 자율 선택제에 따라 취업에 유리한 인기학과에만 학생이 몰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한 미디어 다음의 기사입니다.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요즘의 취업 전쟁에 임하는 학생들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참으로 생각이 얕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는 상관없이 무조건 취업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나요?
제가 있는 직장에는 E여대 영문과를 나온 직원이 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나름대로 공부를 잘했고 성적도 잘 나왔기에 적성과 상관없이 집에서 원하는 대로 E여대 영문과를 들어갔고 큰 고민 없이 졸업을 했다고 합니다. 졸업 후 영어 성적을 우대하는 입사 제도를 잘 이용해 좁은 관문을 뚫고 지금의 직장에 입사했죠. 그 후 3년, 이 직원은 자신의 전공과 아무런 상관없는 일반 사무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하는 일은 기안 작성과 회계 업무로 웬만한 사무직이면 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영어를 손에서 놓은 지 오래되어 얼마 전 외국 출판사에 order 문제로 e-mail을 보내는 것을 부탁했더니 제대로 못하더군요. 지금 이 직원은 야간 경영 대학원에 진학을 할까 고민중입니다.
이 직원의 경우가 이 직원 개인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겁니다. 취업에 유리하다고 해서 적성과 상관없는 전공을 선택하거나 냉큼 전공을 바꾸는 학생들의 미래가 과연 어떨까요? 이제 곧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해서는 아무것도 보장받을 수 없는 사회가 도래할 겁니다.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전문성이 필요한 일, 그러한 일을 하는 사람만이 인정과 대우를 받는 사회가 올 겁니다. 그런 사회가 오면 그때 가서 또 전공을 바꾸시겠습니까?
- 온라인 문법/맞춤법 점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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