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이렇게 썼지만 당연히 약물 치료는 상담자의 일이 아니죠. 약물 치료는 의료법 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선생님의 고유 권한입니다. 설마 약물 처방이 상담자의 일이라고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분은 안 계시겠죠?
저는 항상 내담자와 관련된 일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상담자가 알아야 할 일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상담도, 심리평가도, 약물 치료와 관련된 정보도, 내담자의 신체적 건강 상태도 모두 상담자가 알고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자신의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면 심리평가는 임상 심리학자의 일이고, 약물 치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일이고, 내담자의 학업/직업은 코칭 심리학자나 직업 상담자의 일이니 나는 그저 상담만 하면 된다는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게 되고 그런 자세로 임하는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지게 됩니다. 내담자가 치유될 리 만무하고요.
이 중에서 약물 치료에 대해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통제 불가능한 변인이다.
: 내담자를 둘러싼 다양한 환경 요소 중에서 약물은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내담자가 약물을 복용하면 내담자의 의지나 동기와 상관없이 신체 기전에 의해 작동하기 때문에 약물을 계속 복용할 것이냐 중단할 것이냐만 결정할 수 있고 이러한 결정을 현명하게 내리기 위해서는 어떤 약물을, 얼마나 복용하고 있으며 부작용은 어떠하고 이것이 진단에 맞는 것인지에 대해 내담자와 상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내담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 우울 장애 하나만 해도 처방할 수 있는 약물의 종류가 굉장히 많고 다른 약물과 조합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방식으로 처방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약물마다 기전이 다르고 부작용이 다르고, 내담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각양각색입니다. 반응이 좋다면 dramatic하게 좋아질 수도 있고 반대로 원래 완화시키려고 의도했던 증상보다 부작용이 커서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심리평가를 진행한다면 약물이 미치는 영향까지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고려해야 하는 변수가 많아집니다.
셋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꼼꼼히 챙기기 어렵다
: 이는 의사의 문제라기보다는 현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현재의 의료계는 아무리 사명감이 투철한 의사 선생님이라고 해도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재진 기준으로 10분 이상 시간을 낼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내 내담자만 1시간 씩 꼼꼼히 진료하고 약물에 대해서도 충분히 점검하라고 요구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상담자가 약물과 관련된 문제를 어느 정도 커버해 줘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소한 이미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내담자라면 처방전을 복사해서 가져오라고 해야 합니다. 자신이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 상세히 아는 내담자는 거의 없기 때문에 처방전을 직접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이 때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는 약종(어떤 약인지)과 복용량입니다. 약의 이름을 검색 엔진을 통해 검색해 보면 주로 어떤 장애에 처방하는 약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그 약을 처방한 전문의가 내 내담자의 문제를 뭘로 보고 있는 지 짐작할 수 있고 각 약물의 최대 복용량과 권장 복용량 정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로 심각한 수준으로 보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를 파악하고 나면 이를 고려하여 심리평가 보고서를 작성하고 내담자를 통해 담당 전문의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좀 더 내담자의 현 상태에 맞는 맞춤형 약물 치료가 가능하도록 도울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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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진 선생님의 '마음에도 길이 있다(2015)'를 북 크로싱합니다. 예전 '마음의 구리거울'의 개정판입니다.
대표적인 방어기제인 억압, 전치, 투사, 합리화, 동일시가 사람을 어떻게 힘들게 만드는지 풍부한 사례와 함께 쉽게 설명하는 책입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쓴 책이라서 심리학 전공자 및 관련 분야 종사자는 굳이 읽을 필요 없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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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진 선생님이 쓰신 책입니다. 2012년에 나온 책의 원제는 '마음의 구리거울'이었는데 2015년에 개정판으로 나오면서 제목이 '마음에도 길이 있다'로 바뀌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표지가 좀 더 화사한 색으로 바뀌었는데 온라인 서점의 책 소개 이미지는 예전의 칙칙한 걸 그대로 두었네요.
김진 선생님은 정신역동분석에서 흔히 말하는 방어기제를 정신의 길, 마음의 길로 부릅니다. 사람들이 의도치 않게 말하고, 행동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이유를 잘못된 정신의 길로 가는 버릇이 들어서 그렇다고 보는거지요. 그래서 자신의 마음에 잘못 나 있는 길을 알아차리고 다른 길로 가도록 하자는 게 이 책의 목적인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이 분야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다음의 방어 기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억압 : 눌러두기
* 전치 : 옮겨 놓기
* 투사 : 자기 밖으로 내던지기
* 합리화 : 둘러대기
* 동일시 : 자기 것으로 삼기
각 방어기제의 부제만 보셔도 아시겠지만 이 책은 일반인들이 대상입니다. 각 방어기제를 쉽게 풀어쓴 정도가 아니라 아무런 기초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썼기 때문에 심리학과 대학원생 정도만 되도 유치하다 느낄 정도로 쉽습니다. 그래서 심리학 전공자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400페이지가 넘는 책인데 새로 익힐만한 내용이 없습니다. 전공 관련 책인데 밑줄 하나 안 긋고 읽은 책은 저도 처음인 것 같습니다(그래서 이 포스팅에 '월덴지기가 흥미롭게 읽은 구절들'이 없죠). 책장이 빠르게 넘어가는데도 꽤 지루하다고 느꼈을 정도입니다.
반대로 너무나 쉽게 쓰여진데다 굉장히 현실적이고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기 때문에 정신역동분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들도 자신도 모르게 사용하는 방어기제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또 하나, 이 책은 그런 경향이 덜하지만 김진 선생님의 다른 책들, '그리스도인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그리스도인은 인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정신병인가 귀신들림인가', '구원 이후의 여정은' 같은 책들의 제목만 보셔도 알 수 있듯이 개신교적 신앙심이 투철하기 때문에 얼핏얼핏 종교적인 관점에서 방어기제(이 책에서는 정신의 길)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보여서 이 점도 고려하셔야 합니다. 종교가 인간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해악에 알러지가 심한 저 같은 분들은 충분히 껄끄러울 수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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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 전문의 김현정 선생님의 '의사는 수술 받지 않는다(2012)'를 북 크로싱합니다.
현직 정형외과 전문의, 그것도 의료 현장의 최전방에 있는 전문가가 쓴 도발적인 제목의 이 책은 출판 당시 꽤 큰 주목을 받고 반향도 일으켰었죠.
현대 의학이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느냐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촉구하는 책은 이미 많이 나왔지만 확실히 전문의가 진심을 담아 쓴 책이라서 울림이 컸던 것 같습니다.
내용에는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 대부분이라서 그다지 흥미로운 독서는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허술한 편집과 조악한 디자인이 독서욕을 확 떨어뜨린다는 게 가장 큰 단점입니다.
개인적으로 구매해서 읽으시라고 추천은 못 드립니다. 읽으실 분들은 근처 도서관이나 국민도서관을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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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병원에서만 꼬박 3년 동안 수련받은 임상심리전문가로서 주된 수련 현장이 병원 장면인 임상심리전문가 선생님들께 꼭 드리고 싶은 조언이 몇 가지 있습니다.
여러가지를 말씀드리겠지만 핵심은 이것입니다.
'client를 병리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교정해야 한다'
조금 심한 표현을 쓰자면 병원 독을 반드시 빼야 합니다. 대표적인 병원 독으로는 진단을 남발하는 것(진단을 붙이지 않은 심리평가보고서를 쓸 때 불안해지는 증상), 성격적인 문제가 기본적으로 내재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나르니 히스니 하는 딱지를 붙이는 낙인찍기, 내가 치료할 거 아니니 보고서만 내면 땡이라는 식으로 치료적 관점에서 수검자를 바라보지 않는 무사안일주의 등이 있습니다.
저는 다행히 전문가가 되자마자 곧바로 상담 현장에서 상담을 시작했기 때문에 제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상관없이 병원 독을 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임상가로서의 길을 걸어가는데 있어 이게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3년이 채 안 된 junior 전문가 선생님들께는 이 말씀을 꼭 한번쯤 드리고 싶었습니다.
1. 어떻게든 개인 상담을 많이 할 것
: 요새는 병원 수련 현장에서도 개인 상담 수련을 늘리고 있지만 제가 볼 때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여전히 집단 치료의 보조 치료자로 들어가서 자리만 채우고 앉아 있는 정도이고 낮 병원 등에서 activity를 진행하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걸로는 어림 없습니다. 전문가가 되자마자 최대한 빨리 개인 상담을 시작해야 합니다. local NP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든, 개업을 하든, 상담 센터에 취업하든 간에 무조건 개인 상담을 빨리, 많이 해야 합니다.
개인 상담을 많이 하는 것이 수련 중에 얼마나 인간을 병리적으로만 바라봤는지를 체험하고 교정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2. 진단명을 붙이지 않고 심리평가보고서를 쓰는 노력을 기울일 것
: 병원에서야 진단이 붙지 않으면 여러가지로 곤란해집니다. 처방을 하는 것도, 추가 치료를 하는 것도 껄끄러워지죠. 그래서 꼭 진단이 붙지 않아도 되는 client들까지 진단을 붙여야 한다는 암묵적인 압력을 내,외부에서 받게 됩니다. 하지만 상담 현장으로 나와보면 도움을 줘야 하는 수많은 client들 중에서 진단을 꼭 붙여야 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극히 소수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문제는 수련 과정에서 습관적으로 진단을 붙이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진단 없이 심리평가보고서를 쓰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정확하지 않아도 그냥 비슷한 진단을 내리는 비슷비슷한 보고서를 자동적으로 쓰게 되는데 이래서는 안 됩니다. 진단명을 붙이지 않고 심리평가보고서를 쓰려고 노력해야만 내가 이 수검자를 담당한다면 어떻게 치료해야 할 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상담을 진행해야 할 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진단만 내리기 위한 심리평가를 진행했을 때와 다른 내담자의 심리적 면모가 비로소 보이게 됩니다. 동일한 문제를 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죠. 이게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니 진단을 붙이지 않고 수검자의 문제를 formulation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세요.
3. chart 등을 보지 말고 case formulation에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이끌어 내도록 연습할 것
: 병원에서야 chart만 훑어봐도 전문의가 이미 임상적 진단도 붙여 놓았고, 사회복지전문가가 history taking도 꼼꼼히 해 놓았기 때문에 별도의 면담이 필요없을 정도입니다. 그저 변별 진단에 필요한 진단 기준들만 몇 가지 확인하면 됐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진단적 면담일 뿐입니다. 진단명을 붙이지 않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쓰려면 그 정도 정보로는 어림 없습니다. 대부분의 진단은 현재 이 수검자가 어떤 상태인지를 보여줄 뿐이지만 치료적 관점에서 client를 보려면 영향을 미쳤거나 현재도 미치고 있는 다양한 원인들을 일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전문가 수련을 받을 때보다 훨씬 더 넓은 조망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멀게는 부모-자녀 관계에서의 애착 외상 문제부터 분리-개별화 문제, 성역할 동일시의 문제, 성 정체감의 문제, sibling rivalry 문제, 가족 내 소외 문제, 기본적인 신뢰의 형성 및 일반화 문제, 의존 대 독립의 문제까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다양한 영역의 공부를 새로 해야 합니다. 대학원 때의 텍스트로 돌아가야 할 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정신병리학과 심리평가에 대한 공부만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4. 종단적인 관점을 제공하는 심리검사 도구를 추가할 것
: 앞서 병원 수련 과정에서 히스니 나르니 보더니 하는 성격 문제를 기본으로 깔고 보는 못된 버릇이 생긴다는 지적을 했습니다만 우스운 건 그러면서도 정작 성격 장애를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현재 심리상태를 횡단적으로 잘라서 보는 종합심리평가로는 한 개인의 사회화 과정이 종단적으로 녹아들어간 성격 문제를 명징하게 보여주지 못하니까요. 로샤 검사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며 특히 Exner 방식의 양적 해석 방식만으로는 어림없습니다. 그래서 수검자의 기질이나 성격, 성격 역동을 살펴볼 수 있는 추가적인 검사 도구를 공부해서 심리평가 과정에 추가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TCI, TAT, 로샤의 질적 해석 방법을 추천합니다. TCI로는 좀 더 구조화된 방식으로 기질 및 성격 문제에 접근할 수 있으며 TAT로는 성격적인 문제가 녹아들어간 관계 역동을 살펴볼 수 있고 로샤의 질적 해석 방법으로는 원가족 역동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병원의 임상심리실에 소속되어 의사가 이미 내린 임상적 진단을 그대로 베껴 내는 보고서만 줄창 쓰면서 살 게 아니라면 제 조언을 한번쯤은 심각하게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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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수검자를 이러저러하다고 기술한 뒤에는 두 가지 방법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검사 sign을 근거로 대지 않고 그냥 마무리하는 방법이죠. 보통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비롯한 관련 전문가에게 보여주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이런 방식으로 작성합니다. 즉, 관련 근거는 보고서를 작성한 평가자의 머릿속에만 있는 겁니다. 물론 나중에 어떤 경로로든 보고서의 내용에 대한 근거를 요구받으면 원자료에서 찾아서 제시할 수 있어야겠죠.
심리평가보고서가 수검자에게 노출되었을 때 보고서에 기록된 검사 sign을 기초로 추후 평가에서 수검자가 반응 조작을 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때문에 일부러 검사 sign을 감추는 식으로 작성하는 평가자도 있습니다. 특히 이차적인 이득이 평가에 중요한 고려 사항인 장면(병역 문제, 법적 다툼이 벌어지는 상황 등)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이 민감할 수 있는데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저는 그다지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평가자들이 기술 근거에 해당하는 검사 sign을 모조리 제시하는 것이 아닌데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full battery에 포함된 모든 심리검사도구의 검사 sign들의 복잡한 역동 관계를 심리검사도구의 비전문가인 일반인이 알아차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심리평가에 익숙하고 경험이 풍부한 평가자라고 해도 심한 우울증 환자처럼 보이게끔 검사 sign을 편향적으로 왜곡할 수는 있지만 반대로 완전히 정상처럼 보이게끔 조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죠. 그만큼 심리평가 결과를 조작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항상 매 문구마다 이를 지지하는 검사 sign을 함께 쓰는 두 번째 마무리 방식을 권고하는 편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첫째, evidence-based approach에 입각한 보고서 작성법 연습이 절로 되며, 둘째, 제대로 된 formulation이 되었는지 추후 점검해 볼 수 있으며, 셋째, 재평가를 실시하는 다른 평가자에게 중요한 근거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수검자에게 득이 됩니다.
이 방법은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각 문구마다 해당 문구를 지지하는 검사 sign을 괄호 안에 넣거나 문장에 자연스럽게 넣어서 기술하면 됩니다. 다만 여러 검사에서 다양한 검사 sign을 찾았다 치더라도 이를 모두 나열하기 보다는 핵심적인 몇 개의 검사 sign만 선별해서 제시하는 것이 좋은데 이 때 가능하면 구조화된 검사(예, MMPI-2)에서 한 개, 비구조화된 검사(예, HTP)에서 한 개씩 찾는 연습을 하는 게 좋습니다.
또한 문장을 완성한 뒤 검사 sign들을 한꺼번에 나열하지 말고 조금 지저분하게 보이더라도 각 문구마다 함께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 한꺼번에 나열하면 어떤 검사 sign을 어떤 문구를 쓰는 근거로 사용하였는지 알아보기 어렵거든요. 게다가 한꺼번에 나열하는 방식으로 보고서를 써 버릇하면 정확한 근거를 찾기보다는 뭉뚱그려 대충 넘어가려는 나쁜 습관이 들 위험성도 있습니다.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검사 sign을 제시하는 방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보고서의 각 문구마다 대응하는 정확한 검사 sign을 찾아서 함께 제시할 것
2. 많은 sign들을 찾았어도 구조화된 검사와 비구조화된 검사에서 각기 한 개 정도의 핵심 sign만 제시할 것
3. 문장 끝에 한꺼번에 나열하지 말고 각 문구마다 일 대일 대응이 되도록 제시하도록 연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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