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인 이흥표 선생님이 쓰신 다른 책에 대해서는 월든3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 도박 중독 치료계의 선구자이시니 도박 중독과 관련된 소개는 따로 드릴 필요 없을 것 같고요. 제가 심리학 서적 분야에서 별 다섯 개로 평가한 책은 그리 많지 않은데 한 저자의 다른 책을 5개로 평가한 책은 Nancy McWillams를 제외하면 아마 이흥표 선생님이 유일할 겁니다. 국내에서는 더더욱 유일하고요. 그만큼 이흥표 선생님이 쓰신 책은 좋습니다. 유익도 유익이지만 문학적인 향기까지 물씬 풍기는 책이라서 읽는 맛까지 좋죠.
제가 낯가림이 워낙 심하기도 하지만 냉소적이라 사람에 대한 평가가 박한 편이라서 그럴 수는 있지만 그래도 이흥표 선생님은 제가 우리나라 임상가 중에서 유일하게 존경하는 분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흥표 선생님은 정서중심치료만 한 길로 파고 계신 분이어서 그에 대한 조예도 깊은데 이 책은 정서중심치료의 대가 Leslie S. Greenberg의 가장 중요한 고전 중 한 권입니다. 1997년에 나온 책인데 이흥표 선생님이 2008년에 번역하실 때까지 묻혀 있던 책이죠.
제가 이흥표 선생님과 한 직장에 있을 때 이 책을 번역하시는 바람에 초고를 읽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도 참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후에 책이 정식 출판된 이후에 저자 증정본으로 선물받았죠.
저는 이흥표 선생님만큼 정서중심치료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의 임상 현장에서 정서가 가장 중요한 주제라는 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래서 정서를 다루려는 임상가라면 이 책 만큼은 꼭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하죠.
목차를 보면,
1장. 심리치료에서의 정서의 중심성
Part 1. 이론적 체계
2장. 정서란 무엇인가
3장. 정서의 평가
4장. 정서장애의 근원
Part2. 치료적 개입
5장. 변화의 과정
6장. 정서 지향적 개입의 단계
Part 3. 정서에 따른 치료적 개입
7장. 분노
8장. 슬픔과 괴로움
9장. 두려움과 불안
10장. 수치심
11장. 긍정적 정서
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서가 무엇인지, 정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정서장애의 원인에 대한 이론적인 개념 정의도 충실하고, 정서 지향적 개입의 단계와 그에 따른 변화 과정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임상가라면 당연히 너무나 자주 만날 수 있는 핵심적인 정서인 분노, 슬픔, 괴로움, 두려움, 불안, 수치심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지에 대해서도 꼼꼼히 다루고 있습니다.
이흥표 선생님이 워낙 글을 잘 쓰시기도 하지만 유학파나 전문 번역가가 아닌데도 이렇게 번역을 잘 하기는 쉽지 않죠. 전혀 막히지 않고 잘 읽힙니다. 번역의 질에 대해서도 전혀 염려할 필요 없습니다.
저처럼 정서중심치료에 큰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도 한번은 꼭 읽어보셔야 할 책이라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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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서 지향적 접근에서는 정서적 경험과 그 의미 기제를 유발하는 기본적인 심리적 단위를 '정서 도식(emotion scheme)'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정서 도식이 오로지 정서에만 기반한 것은 아니다.
* 치료자는 내담자가 자신의 경험 세계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적절한 시점에 적당한 자극이나 강화를 활용하여 각성을 증가시키고 도식이 활성화되도록 점화하기도 한다. 이런 정서적 작업을 우리는 과정 지향적 경험적 접근이라고 부른다.
* 안내자로서 치료자는 여러가지 요인을 염두에 두어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현재 내담자에게 나타나는 경험들이 보여 주거나 품고 있는 정서적 생동감(emotional aliveness)이 가장 중요하다.
* 과정 지향적 경험적 접근에 따르면, 경험을 결정짓는 것은 핵심 갈등, 역할 관계 주제, 혹은 핵심 신념이 아니라 타인과의 상호교류 속에서 경험하는 것이 매 순간 활성화되면서 통합되어 가는 도식이다.
* 진화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정보처리 체계를 발전시켰는데 하나는 정서 기반적, 경험적인 체계이며, 다른 하나는 이성 기반적, 개념적인 체계다. 이 두 가지가 통합되어 적응적 행동이 최종적으로 산출된다. 일단 기분이 경험되면 의식이 이를 반영한다.
* 정서는 인지로 하여금 해결해야 할 목표를 설정하도록 만든다. 따라서 정서는 기본적으로 동기와 행위에 관한 것이며, 목표를 설정하고 개체가 행위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다. 반면 인지는 지식에 관한 것이며, 상황을 분석하고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다.
*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긍정적 정서는 삶을 고양시키는 데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부정적 정서와 같이 다양한 신호로 분화되지는 못한 것 같다. 반면, 인간에게는 수많은 위험한 상황을 다룰 필요가 있었고, 이에 따라 다양한 부정적 정서가 필요하였다. 따라서 부정적 정서는 예방해야 할 나쁜 침투물이 아니며, 제거되거나 방출되어야 할 해로운 독소도 아니다.
* 정서와 반응을 매개하는 신체적 단서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신경증의 한 요소이다.
* 치료적으로 중요한 정서는 의식적 사고에 의해서가 아니라 복합적인 내적 패턴에 의해 자동적으로 활성화된 정서다. 사람들이 특정한 사건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가는 보이지 않는 이면의 욕구와 목표, 관심사, 그리고 가치에 달려 있다.
* 인지치료에서는 자동적 사고가 행동이나 정서에 선행한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정서 지향적 치료에서는 자동적 사고가 반응에 선행한다고 가정하지 않으며, 이런 자동적 사고를 탐색하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몸이 느끼는 감각이나 행위 경향성에 일차적인 초점을 맞춘다. 정서를 유발하는 내적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그 복합적인 이면의 의미와 연결망을 풀어 내고 벗겨 내다 보면 기저의 감정과 욕구, 목표가 무엇인지 만날 수 있다. 탐색해야 할 것은 사고 자체가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신체적 경험, 상황 단서, 기억, 욕구, 목표, 기대, 그리고 개인적 효능감 같은 것들이다.
* 자극에 대한 무의식적, 생리적 반응으로 나타나는 정동은 대부분 부적응적이다.
* 치료자들 간에 의견이 일치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기의 감정과 '접촉하는 것'이 유용하다는 점이다.
* 도식에서는 먼저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출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일차적 정서(primary emotion) 반응을 기술하고 있다. 일차적 정서는 이차적 정서, 도구적 정서와 구별되는데 후자의 두 가지 정서는 일차적 정서 후에 출현하고 사회적 영향을 많이 받으며 보다 중재적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 일차적인 적응적 정서는, 첫째 정보와 구체적 행위 경향성을 제공하는 분노나 두려움, 슬픔과 같은 분화된 정서, 둘째, 신체가 느끼는 감각이나 복합적인 의미와 경험으로 느껴지는 감정, 셋째, 심리적 외상이 유기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정서적 고통이라는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정서 중 감정과 정서적 고통에는 구체적인 행위 경향성이 수반되지 않지만 적응적인 정보를 우리에게 제시하여 준다.
* 분화된 정서는 가장 핵심적이고 비가역적 반응이기 떄문에, 그 이면에 있는 인지적-정동적 요소가 무엇인지를 밝힐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부당한 대우에 화를 내는 것은 일차적이고 비가역적이며 가장 핵심적인 정서 반응이다. 따라서 공격자를 물러서게 하고 적절한 경계선을 설정하게 하려면 오히려 이를 촉발하고 상징화할 필요가 있다.
* 두려움과 수치심은 치료 장면에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일차적인 부적응적 정서다.
* 이차적 정서는 '나쁜 감정'과 '복합적인 감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차적 정서와 달리 이차적 정서는 인지와 정동의 복합적인 내적 작용에 의해 일어난다.
* 정서 상태를 평가할 때 치료자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에 의지한다.
- 공감적 조율(empathic attunement)로 다른 사람의 내면 세계에 상상적으로 들어가 그 기저에 흐르는 정보의 작용 방식을 묵시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 비언어적 단서(nonverbal cues)
- 전형적인 상황에서 사람이 보편적으로 보이는 반응을 아는 것
- 내담자가 살아온 개인적 이력과 정서구조
- 다양한 성격양식과 장애
* 정서적 고통과 달리 나쁜 감정은 손상이나 외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부조화, 즉 기능적으로 적절하지 못했거나 자연스럽지 못했더 어떤 것으로부터 기인한다.
* 정서장애의 근원
- 스트레스, 정서를 회피하거나 부인하는 문제, 정서적 강도를 조절하지 못하는 문제, 심리적 외상, 역기능적 의미구성 과정(dysfunctional meaning construction process)
* 신념을 합리적으로 논박한다고 해서 항상 정서적 반응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다. 이보다는 먼저 도식에 의해 부호화된 규칙성에 기반하는 목표 획득에 대한 기대치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이성이 아니라 바로 새로운 경험에 의해 가능하다.
* 정서 지향적 치료에서는 신념을 합리적으로 논박하는 것이 아니라 도식에 의해 부호화된 구조를 촉발하고 이를 새로운 경험에 개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그래야만 했던 것들을 명확히 표현하는 것이 개인적 자각과 통제감을 증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정서 지향적 치료자들은 내담자의 핵심적인 욕구와 목표, 관심사 그리고 정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의식적 인지는 독립 변인이 아니라 종속 변인이며 정서 구조가 변할 때 비로소 사고가 변한다. 치료적 주의를 두어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정서적 의미구성 과정이다. 그러므로 치료적 변화를 이루려면 먼저 내담자의 일차적인 정서 반응과 그 목표를 확인해야 한다. 일단 욕구와 목표, 관심사를 확인하고 나면 이에 따라 자기 조직화가 일어나고, 그러면서 새로운 목표를 지향하거나 이전에 충족될 수 없었던 욕구나 목표를 포기하게 된다.
* 사건에 대한 반응으로 최초에 일어나는 슬픔이나 괴로움과 같은 일차적 정서가 부적응적인 정서 도식을 활성화하고 두려움과 수치심, 약하고 나쁜 자기감을 유발한다. 이런 약하고 나쁜 자기감과 부정적 사고가 활성화되면서 절망감이나 우울증 같은 이차적인 정서 반응이 유발된다.
* 정서적 반응은 이렇게 욕구와 관련된 평가에 기반한다. 만일 내면에 사랑받거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작용하지 않는다면 거절당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해서 반드시 특정한 정서가 활성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도식이 활성화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어떤 특정한 정서 도식이 작동하고 있다면 그 이면에 현재 작동하는 욕구나 목표가 무엇인지, 그래서 상황을 어떻게 지각하고 평가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정서가 변화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요소
- 감정을 치유한다는 것은 단계적인 과정이다.
- 치료의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안전감과 지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내담자가 안전감을 느끼고 경험을 스스로 통제하거나 숙달할 수 있다고 느낄 수 있을 때까지는 어떤 치료적 작업도 불가능하다.
- 고통스러운 일차적 정서와 달리 나쁜 감정을 다룰 때는 그 나쁜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 반드시 치료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차적인 정서에 접근하는 것이다.
- 감정의 회피와 차단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 사랑받지 못한 상처나 침해당한 것에 대한 분노와 같은 일차적 감정을 일단 수용하고 나면, 이를 의식 속에 상징화하여 경험하고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그 감정이 어떻게 생성되었고, 원인이 무엇이며, 그 결과가 어떠한지를 의식적으로 경험할 필요가 있다.
- 나쁜 감정을 느끼고 그것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그 발생 과정을 자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은 정서에 기반하는 대안적인 욕구나 관심사, 그리고 다른 건강한 내적 자원에 접근하는 것이다.
* 도식의 변화는 이전에는 접근하거나 이용할 수 없었던 내적 경험을 새로이 만들어 내고 경험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 일차적인 적응적 정서를 다룰 때 그 치료적 목표는 우리에게 유용한 정보를 가르쳐 주는 일차적 감정을 인식하고 그 행위 경향성에 접근하는 것이다. 반면, 나쁜 감정에 대한 치료적 작업에는 심리적 고통을 다룰 때와 같이 경험의 단순한 허용이나 재보유, 재처리가 포함되지 않는다. 나쁜 감정은 일차적인 부적응적 정서 도식이나 이차적 정서, 그리고 복합적인 인지적-정동적 연쇄 반응의 산물이기 때문에 보다 복잡한 개입 전략이 필요하다. 나쁜 감정은 재구성되거나 조절되어야 한다.
* 휴식에 대한 욕구는 대개 너무 쫓기는 듯한 느낌에 대한 반응으로, 자기 보존이나 자기 강화의 욕구는 학대받는 듯한 느낌에 대한 반응으로, 위로에 대한 욕구는 버림받은 듯한 느낌에 대한 반응으로, 그리고 생존에 대한 욕구는 견디지 못하고 자기가 부서지는 듯한 느낌을 인식한 후에 출현한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바로 이와 같은 건강한 내적 욕구와 관심사로, 자기를 재구성하려면 이런 내적 자원의 역할을 증진시켜야 한다.
* 나쁜 감정을 변화시키는 과정에는 단순히 감정을 허락하고 수용하는 것, 통찰이나 새로운 이해, 다른 사람의 지지, 혹은 단순한 신념의 변화만이 포함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욕구와 목표, 정서적 반응에 기초한 자기 조직화가 필요하며, 이는 다시 누군가에 의해 지지되어 확증되고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을 정서적 재구성(emotional restructuring)이라고 한다.
* 고통을 해결하는 열쇠는 고통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데 있지 않다. 진정한 변화는 오히려 그동안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회피했던 고통을 허용하고 수용할 때, 그리고 고통이 완결될 때까지 그 감정을 경험하고 표현할 때 이루어진다.
* 환자가 받아들이고 견딜 수 있는 적절한 각성 수준을 조성하고, 여기에 점진적으로 노출시키는 정서적 재처리가 가장 바람직하다.
* 정서 지향적 치료는 우울하고 불안한 내담자, 대인관계 문제나 아동기 학대 혹은 삶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개발되었다.
* 치료 장면에서 일차적 경험이 치료자에게 수용되고 타당화되는 경험은 자신의 내적 경험을 신뢰하고 자기감을 강화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다. 일차적 정서를 다룰 때는 우선 감정을 언어적으로 상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정서를 경험할 때 수반되는 생리적 감각을 내담자로 하여금 묘사하게 할 수도 있다.
* 우리는 고통을 실제로 경험하면서 그 고통이 누군가로부터 공감을 받을 때만 스스로에게도 공감적일 수 있다. 내담자는 고통을 스스로 경험하면서도 이와 동시에 충분히 거리를 두고 몰러나 그런 자신에게 공감하면서 고통과 괴로움을 상징화할 필요가 있다.
* 우리는 일차적 슬픔과 고통 때문에 흘리는 눈물을 좌절이나 절망 혹은 분노 같은 다른 정서 경험에 대한 반응으로 흘리는 눈물과 구분해야 한다.
* 슬픔을 다룰 때 중요한 몇 가지 원리
- 내적 경험(몸이 느끼는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기
- 현재에 머물기
: 슬픔과 고통을 다룰 때 치료자는 고통을 섣불리 없애거나 도망가려 하지 않고, 스스로 타인의 고통 속에 들어가 이를 감지하고 깊이 만날 수 있어야 한다
- 경험의 강화 : 은유나 함축적인 언어, 공감적 반영을 통해 슬픔을 깊이 경험하도록 할 수 있다
* 정서적, 신체적 학대나 성적 학대를 당한 내담자를 치료하다 보면 이전에 학대받았던 사건에 대해 말할 때보다 학대가 자신의 삶에 미친 결과나 영향, 상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슬픔과 고통이 출현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의 학대 상황에 대해 말할 때는 분노와 두려움, 모욕감, 수치심 등의 감정이 수반되지만 학대 때문에 잃어버린 것들을 이야기할 때는 슬픔이나 고통이 출현하는 것이다.
* 자신을 학대한 사람에게 슬픔을 느낀다고 해도 가해자와 직접 접촉을 유도하거나 슬픔을 표현하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 치료자는 내담자와 논쟁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담자가 자신의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사람이다.
* 치료자는 불안과 두려움을 평가하고 구분하면서 여기에 따라 적절한 치료적 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대개 불안과 두려움을 다룰 때는 부적응적이고 복합적인 정서 도식에 다가가 이를 재구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일차적인 분노나 슬픔을 다룰 때와는 다른 것이다. 내담자가 경험하는 산만하고 혼란스러운 불안감을 그 불안이 원래 생겨났던 구체적이고 특정한 상황(자극)에 대한 두려움(fear)으로 전환하고 교정할 필요가 있다.
* 내적 경험을 회피하는 이유
- 자신이 약하다는 것을 두려워하며 의존적 욕구를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
- 재앙적 기대, 수행 불안, 실패를 예견하고 두려워하기 때문
- 부정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
* 적응적 두려움이든 부적응적 두려움이든 간에 안전감에 대한 욕구에 먼저 다가가야 건강한 자기 진정 능력을 동원할 수 있다.
* 외상은 심각한 무기력감을 유발하기 때문에 회복의 필수 조건은 권능과 숙달감을 회복하는 데 있다.
* 행동치료에서 지향하는 체계적 둔감법이나 실제 노출이 외현적(explicit) 구조에 초점을 맞춘다면, 정서 지향적 치료에서 지향하는 노출은 탐색과정 자체에 내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 수치심은 인간으로서 자신의 가치나 중요성에 관한 핵심적이며 근본적인 감정이고, 죄책감은 핵심적이며 근본적인 감정이 아니라 특정한 행위나 행동에 대한 (학습된) 평가를 포함한 보다 복합적인 감정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수치심의 적응적 기능은 자신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될 때 뒤로 물러서 숨거나 철수함으로써 기존의 사회적 지위와 관계를 보고하기 위한 것이다.
덧. 이 책은 소장하면서 참고할 예정이므로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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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일이지만 아동/청소년 상담에서 부모-자녀 관계가 건강하기 때문에 아무런 개입도 필요없는 가정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단순한 부모 교육이나 당부 등으로 개입 수준을 한정할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심하면 현재 가정의 부모-자녀 문제 뿐 아니라 부모 각자의 원가정에서부터 문제가 있고 그것이 현재 가정에 대물림되어 재현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누구의 잘못을 따질 것도 없이 이미 부모-자녀 관계가 너무 심하게 악화되어 있어서 상담자가 곧바로 개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담자는 일단 아동/청소년이 상담을 받으러 오면 부모-자녀 관계 갈등도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없다면 참으로 다행이겠지요.
많은 경우 부모-자녀 관계 갈등이 폭언이나 폭행 등으로까지 나타나면 심각도는 높지만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보기는 상대적으로 쉬운데 현장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는 건 대화가 단절되어 아동/청소년과 부모의 보고가 상반되기 때문에 상담자가 감을 잡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그래서 제 경우는 상담 초기부터 아동/청소년에게는 실시 가능한 범위 내에서 JTCI, MMPI-A, SCT를, 부모에게도 각자 TCI, MMPI-2, SCT를 실시해서 그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부모-자녀 관계 역동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분석하고 상담 목표를 설정하곤 합니다. 이 작업만 충실하게 해도 상담 회기의 수를 많이 줄이고 실제 개입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거든요.
심리평가를 통해 아동/청소년과 부모의 기질/성격, 정서 상태, 대인 관계 양상을 파악하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건 당연히 도움이 되는데 그 밖에 부모를 파악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바로
부모-자녀 관계에서 부모가 아동/청소년을 대하는 언행 패턴을 상담 장면에서 상담자가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상담을 받으러 부모가 자녀를 끌고 상담실로 오는 경우라면 이미 자녀의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개인적인 결론을 내린 경우가 많고 MMPI-2 등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자신의 문제를 faking good하거나 방어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그래서 궁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모의 변화를 유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자녀에게 어떻게 대해왔는지 그 패턴을 알게 되면 상담자는 그 잘못된 패턴을 피할 수 있고 아동/청소년과 조금 더 쉽게 라포를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일반적인 용어로 설명하자면,
상담자가 부모를 파악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부모를 변화시키기 위해서가아니라 상담자가 부모와 달리 행동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태그 -
JTCI,
MMPI-2,
MMPI-A,
SCT,
기질,
대인 관계,
부모 교육,
부모-자녀 관계,
부모-자녀 관계 갈등,
상담,
상담자,
성격,
심리평가,
아동,
정서,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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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보고서를 쓸 때 평가자마다 조망이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 평가자는
각 심리검사의 sign이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에 온통 신경을 씁니다.
목질을 중요하게 보는 사람입니다.
어떤 평가자는
각 심리검사의 sign이 수검자의 어떤 기능 영역을 설명할 수 있는지에 온통 초점을 맞추고 봅니다.
나무를 중시하는 사람입니다.
또 어떤 평가자는 심리검사의 개별 sign보다는 그것으로 설명되는
수검자의 심리적 특성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래서 결국 심리평가를 통해 알아낸 핵심 개념이 무엇인지에 넓게 초점을 맞추고 봅니다. 이것이
숲을 보는 사람입니다.
심리평가를 실시할 때는 당연히 목질과 나무와 숲을 모두 볼 수 있으면 좋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심리평가의 목적에 따라, 선택한 심리검사도구가 무엇이냐에 따라, 수검자가 어떤 반응 양상을 보였는지에 따라 수검자의 심리평가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영역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목질보다는 나무에, 나무보다는 숲을 보기 위해 조망을 넓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질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so what?' 질문에 걸려 넘어지게 됩니다. 각 심리검사도구의 해석집을 열심히 공부하고 검사 sign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는 알지만 그것이 수검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래서 뭘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나무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수검자의 각 기능에 대한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 인지 기능이 어떻게 발휘되고 있는지, 현재 어떤 정서 상태에 있는지에 대해서는요. 하지만 인지 기능의 저하와 심리적 고통감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평소에 숲을 보는 훈련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런 평가자가 쓴 보고서는 틀린 구석은 없습니다. 하지만 연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각 기능 영역을 단순히 병렬로 나열한 느낌이라서 읽는 사람이 지루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 모르는 모호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특정 심리검사 sign의 해석에 다소 자신이 없다고 해도, 특정 기능 영역의 기술이 매끄럽지 않다고 해도 평가하고자 하는 수검자의 전체성(wholeness)을 염두에 두고 각 기능 영역의 연결성에 초점을 맞추는 연습을 평소에 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목질보다는 나무가, 나무보다는 숲이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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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내담자는 대체로 자신의 정서 상태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상담자가 내담자의 정서 상태를 알아채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동/청소년 내담자의 경우에는 정서 분화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거나 어휘력의 부족으로 인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제대로 표현하는 게 결코 쉽지 않죠.
내담자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인색(?)하다보니 상담자도 자연스럽게 밖으로 드러나는 내담자의 행동에 치중하게 되고 숙련된 상담자도 인지와 사고 내용만을 중심으로 상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아동/청소년이라고 해도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담자가 상담 중 사용하는 감정 단어를 그냥 흘려 듣지 않도록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아동/청소년(특히 청소년) 내담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감정 단어는 '죽겠다'인데 보통 두 가지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실제로 심적 고통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입니다. '힘들어 죽겠다'. '괴로워 죽겠다', '민망해 죽겠다'라고 구체적인 감정과 연결해 사용되면 그나마 알아듣기 편하지만 앞의 내용은 생략되고 그냥 '죽겠다'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내담자가 심적 고통을 표현하기 위해 '죽겠다'를 사용할 때는
앞에 생략된 감정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상담자의 정서적 지지를 원할 때입니다. 구체적인 감정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내담자와 라포를 형성하는데 중요하기 때문에 지나치지 말고 공감, 경청, 반영 등으로 다뤄야 합니다. 게다가 상담을 받으러 오는 대부분의 아동/청소년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충분한 정서적 지지를 받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담자는 내담자의 affection need를 충족시켜주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내담자가 상담 중 '죽겠다'는 감정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 우선 실제로 심적 고통을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한 것인지 먼저 확인하고 그게 아니라면 상담자의 정서적 지지를 원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그에 따라 대응하면 됩니다.
태그 -
감정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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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심리평가보고서의 기본 형식을 유지하려고만 지나치게 애쓰지 말고 과감히 빼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저는 아예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시 결과 부분을 '인지 기능(Cognitive Functioning)'과 '성격 및 정서(Personality & Emotion)'의 두 영역으로만 나누어 쓰는 걸 연습하라고 권하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지각 & 사고' 영역을 어떻게든 끼워넣으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통합적인 기술에 문제가 생기는 걸 너무나 많이 봤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인지 기능 영역이야 지능 검사 결과로 기술하면 되고 성격 및 정서 영역이야 참고할 검사 sign들이 많지만 '지각 및 사고' 영역은 좀 애매합니다. 게다가 '지각'과 '사고'를 한데 합치다 보니 더더욱 마땅치 않게 되었죠. 그래서 결국 로샤 검사의 Structural Summary의 지표 몇 개에만 의존하여 '지각 및 사고' 영역을 기술하는 임상가들이 대부분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작성한 뒤 제대로 cross checking하지 않으니 보고서를 작성한 후에 다시 읽어보면 '지각 및 사고' 영역만 생뚱맞고 통합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이 작성하기를 권합니다.
1. '지각'이 피검자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닌 대부분의 경우 '지각 및 사고' 영역을 따로 만들지 말고 인지 기능 영역의 맨 뒷부분에 BGT 결과와 로샤 검사의 일부 결과를 참고하여 간략하게 기술할 것. 즉 인지 기능 영역과 성격 및 정서의 두 영역을 중심으로 작성할 것2. 정신분열병 등의 SPR spectrum 장애나 양극성 장애처럼 사고 과정 또는 사고 내용 상의 장해를 별도로 기술할 필요가 있는 경우는 '지각 & 사고'가 아닌 '사고 과정 및 내용(Thought Process & Contents)' 영역을 따로 만들어 기술할 것3. 1에서 언급했듯이 '지각'이 피검자에게 중요한 문제인 경우(이 경우는 이미 지각을 주로 측정하는 검사를 실시했을 것이므로) '주의 집중력(Attention & Concentration)', '기억 기능(Memory Functioning)'처럼 별도의 영역을 만들어서 기술할 것
제가 볼 때 이 문제는 '지각'과 '사고' 영역을 어설프게 한데 붙여놔서 생기는 것이니 별개의 영역으로 구분해 다루는 것이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피검자의 기능 영역을 좀 더 명확하면서도 통합적으로 기술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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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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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덴지기님과 효주란님께서 심리평가 보고서의 인지와 정서/성격 중간에 있는 [지각 & 사고] 영역 기술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저도 이 부분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많았던 시절이 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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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산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연구회의 회원인 6명의 임상심리학자들이 공동 번역한 Jon G. Allen 박사의 책입니다. 이 책은 2005년에 출판된 2판을 번역해서 2010년에 내놓은 것입니다.
저자가 머리말의 말미에서 외상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심리학과 정신의학만 갖고는 부족하며 생물학과 철학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 이유는 외상이 신체적인 질병임과 동시에 실존적인 고민에 직면하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듯이 이 책은 철학과 신경과학의 관점에서도 외상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제가 전적으로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만).
방대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이 책의 구성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1부 기초편에서는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고, 2부 외상의 영향에서는 외상이 미치는 영역을 정서, 기억, 자기, 관계, 질환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3부에서는 우울, PTSD, 해리성 장애, 자기파괴적 행동 등 외상과 관련된 정신과적 장애를, 마지막으로 4부 치유에서는 정서 조절과 치료적 접근, 희망 등의 내용으로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하는지 알아봅니다.
특징적인 것은 1부 기초편에서 트라우마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별도로 애착 외상에 대해 별도의 장을 할애하여 다소 깊이있게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애착 외상에 대한 저자의 관심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 애착 외상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전문가용 책입니다만 트라우마에 관심있는 일반인이 읽기에도 크게 어렵지 않게 씌여진 책으로 트라우마에 대해 관심있는 임상가들의 입문용 책으로 좋습니다. 2011년 11월에 소개드린
'트라우마(Trauma and Recovery : The Aftermath of Violence, 1997)'와 함께 읽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트라우마가 impersonal trauma에 초점을 두고 쓴 책이라면 이 책은 그보다 초점을 더 넓게 잡고 있습니다. 시간 순서로는 트라우마(1997)를 먼저 읽고 트라우마의 치유(2005)를 읽어야 하겠지만 반대로 읽는 것을 더 권장합니다.
트라우마에 관심있는 임상가라면 이 책과 Judith Herman의 '트라우마(1997)'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두 권 다 추천합니다.
닫기
* 단지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변화시킬 수도 있다.
* 외상을 당한 사람에게 가장 해로운 것은 회피다.
* 학대는 권한 이상의 행위를 하는 것이며, 방임은 의무 이하의 행위를 하는 것이다.
* 방임은 신체적 방임과 심리사회적 방임으로 구분하는데 심리사회적 방임에는 정서적 방임(아동의 정서적 상태에 반응을 보이지 않음), 인지적 방임(아동의 인지적이고 교육적인 발달을 지원하지 않음), 사회적 방임(아동의 사회적/대인관계적 발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음) 등이 포함된다.
* 아동기의 애착 외상에서는 학대와 방임의 결합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외상의 핵심은 두려움과 외로움이다.
*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외상 대처의 중점은 추가적인 외상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 우리는 보통 외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태풍, 전쟁, 성폭행, 학대와 같은 객관적인 사건에만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객관적인 사건에 대한 주관적 경험이 외상이 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 애착의 안정 기반은 외부 세계에 대한 탐색을 촉진할 뿐 아니라 내적 세계를 탐색하는 것 역시 촉진한다.
* 전두엽의 뇌파(EEG)를 측정하면 부정적 정서의 경우 우반구가 상대적으로 활성화되고 긍정적 정서의 경우에는 좌반구가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 억제 기질의 사람이 외상 경험에 가장 민감하고 영향을 크게 받는다.
* 수치심은 핵심적인 자기(core self)가 나쁜 것인 반면, 죄책감은 특정 행동이 나쁜 것이다. 수치심이 좀 더 광범위하게 나쁘다는 느낌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죄책감보다 좀 더 파괴적인 경향이 있다.
* 수치심이 외상의 공통적인 측면이라는 사실은 놀라울 것도 없다. 외상적 사건은 무력감을 유발하는데, 이 무력감이 수치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 플래시백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현실감각(grounding) 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 현실감각 기법이란 감각 입력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현재로 주의를 돌리는 것을 말한다.
* 외상을 탐색해야 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침습적 기억으로 고통을 겪고 있거나, 혹은 외상적 사건을 행동으로 재연하고 있는 경우이다.
* 외상 치료의 목표는 외상적 기억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치료의 목적은 회상을 더 의미 있고 정서적으로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 매 맞는 아내들은 구타하는 배우자의 기분을 좋게 하고 진정시키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며, 그 노력이 실패해서 폭행이 일어났다고 스스로를 비난한다. 이처럼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통제감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방어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무력감을 느끼기보다는 비난받을 만하다고 느끼는 것이 낫다고 여기는 것이다.
* 자기 가치감을 향상시키는 관계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자기 가치감을 감소시키는 관계와의 접촉은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 외상 경험에 대해 말하는 목적은 갇혀 있는 정서를 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에 대한 더 양호한 통제력을 얻는 데 있다.
* 외상 집단 치료는 첫 번째 단계에서는 안전에, 두 번째 단계에서는 외상 경험에 관한 기억하기와 이야기하기에, 세 번째 단계에서는 지속적인 관계를 발전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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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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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인지 치료나 인지 행동 치료는 요새 쏟아져 나오고 있는 MBSR, ACT, EMDR, DBT(요건 좀 된 것 같지만) 등의 기법에 비하면 뭔가 오래된 구닥다리 취급을 받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CT, CBT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쉽게 말하지 못할겁니다.
그냥 오래되었으니까, 미국에서 민영 보험때문에 수가 인정받으려고 어쩔 수 없이 쓰는 거니까 낡고 별로 효과가 없을거라는 잘못된 선입견 때문에 그런 취급을 받는 것 뿐이죠.
그런 의미에서 인지치료에 대해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중심을 잘 잡으면서도 동시에 인지치료의 핵심을 잘 정리하고 있는 이런 책이 반갑습니다.
비록 이 책의 대표 역자인 이종호 선생님이 작년에 직접 쓰신
'그 남자를 사랑해도 될까요?(2011)'는 개인적으로 거의 혹평에 가까운 소개글을 올렸지만(지금도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 책은 꽤 좋은 책입니다. 번역도 깔끔하니 잘 되었고요.
저자인 Michael Neenan과 Windy Dryden 둘 다 영국의 임상가인데 개인적으로는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입니다.
오~ Windy Dryden은 RECBT의 선구자 중 하나라고 하네요.
목차를 보시면,
1부. 인지치료의 이론(1~11)2부. 인지치료에 대한 오해(12~21)3부. 인지치료의 실제- 첫걸음(22~31)- 부정적 자동 사고(32~48)- 부정적 자동 사고의 검토와 대처(49~62)- 과제(63~66)- 내재된 가정과 규칙을 알아내는 방법(67~72)- 가정과 규칙 수정하기(73~80)- 핵심 믿음 드러내기(81~84)- 새로운/기존의 핵심 믿음을 발전시키고 강화하기(85~93)- 저항(94~95)- 종결 및 그 이후(96~99)- 인지치료는 문제가 있는 내담자만을 위한 것인가(100)
으로 주 내용은 3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읽으면서 2부는 빼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인지 치료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려고 애쓴 나머지 무리한 흔적이 많이 보였거든요. 예를 들어 13. '인지 치료는 감정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에서는 정서 자체가 치료적 개입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지만 사실 인지 치료가 감정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는 말은 인지 치료가 감정을 다루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인지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있다는 비판이거든요. 해명의 번지수가 다른 것이죠. 감정을 치료 목표 중 하나로 고려하지 못하고 수단으로만 활용한다는 비판인데 해명이 좀 어거지처럼 들리더군요.
실제로 이 책에서도 감정이 실렸다는 '뜨거운' 인지에 접근하기 위해 정서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정작 활성화된 정서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거든요(인지 치료이니 당연하겠지만)
하지만 그 외에는 비판할거리가 별로 없습니다. 깊이가 좀 부족한 건 있지만 그건 100가지 소제목으로 배열한 책의 나열식 구성때문에 그런 것이지 내용의 충실도는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추천 대상은 심리학과 대학원생 이상이고 인지치료 입문을 앞둔 임상가의 워밍업용 교재로도 괜찮습니다. 인지 치료자는 아니지만 인지 치료적 기법을 활용하고 싶은 현장 임상가도 한번쯤 읽어보시면 분명히 도움이 되실 겁니다.
덧. 이 책은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은 책입니다.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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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예전에
'아동에게 지능 검사가 과연 도움이 되는가'라는 글에서 인지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정신 장애가 아닌 이상 인지 발달이 완료되지 않은 초등학교 이하 아동들에게 지능 검사를 실시하는 것에 개인적으로 반대하며 중, 고등학교 청소년들에게 실시하는 지능 검사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하는 이야기는 그 글의 주장과 상반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요지는 정확한 문제 파악을 위해 필요한 검사를 제대로 선별해서 실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니까요.
중, 고등학교 청소년이 호소하는 문제 중 상당수는 학교 적응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등교 거부처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문제 뿐 아니라 부모-자녀 관계 갈등, 가출, 각종 일탈 행위 등이 학교 부적응과 연관되어 있죠
흔히 local NP에서 Adjustment Disorder로 진단을 받는 상당수의 청소년들이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또래 관계가 좋지 않은 이유를 많은 평가자들이 선생님으로 대변되는 권위 불화, 사춘기, 또래의 부정적 영향, 따돌림 등에서 찾지만 정작 많은 경우가 지적 제한으로 인한 학습에 대한 관심 및 동기 저하에서 비롯됩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학습지나 학원 수강 등의 사교육을 통해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지만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선행 학습이 요구되는 중학교에서는 지적 제한이 있는 청소년의 경우 수업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수업 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학교에 가기가 싫고 수업 시간에 졸거나 딴짓을 하는 등 수업 태도를 지적받게 되면 선생님과의 관계 역시 악화됩니다. 친구들 또한 수업이 끝나면 사교육 때문에 뿔뿔이 흩어지기 때문에 충분한 정서적 지지를 받지도 못하므로 학교에 가는 것 자체의 의미를 잃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에 청소년 심리평가 영역에서도 검사 케이스를 늘리고 수가를 다양화 한다는 미명 하에 검사 시간을 줄이기 위해 지능 검사를 빼고 성격 및 정서만 평가하는 곳이 생기고 있어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자칫 평가자가 학교 부적응과 관련하여 성적이나 생활기록부의 내용 챙기는 것을 놓치게 되면 인지 기능 제한이라는 매우 중요한 요인을 빠뜨림으로써 심리평가 결과를 엉뚱하게 해석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중학교 이상 청소년의 심리평가에서 학교 성적이 좋지 않다는 보고가 있으면 지적 제한 문제를 변별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능 검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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