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워낙 자해(Non-Suicidal Self-Injury)가 유행이기도 하고 정서행동특성평가에서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의뢰되는 청소년들도 많다 보니 내담자들의 자살 가능성에 예민해진 상담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supervision 때 자살 위험성 평가나, 자살 예방 상담, 자살 방지 대책에 대한 질문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런데 질문의 요지를 정리해보면 '내담자가 과연 자살을 시도할까요?', '내담자가 안 죽게 하려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가 감당할 수 없는 내담자인 것 같은데 병원에 입원시키는 게 좋을까요?', '내담자가 죽으면 어떡하죠?'처럼 내담자가 죽게 되었을 때의 충격과 공포를 감당하지 못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묘책을 물어보는 선생님들이 굉장히 많더군요.
상담을 오래 하다보면 내담자를 잃는 경험을 하게 마련입니다. 이건 상담자의 숙명과 같은 것이어서 피하려 노력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아직까지 그런 경험이 없다고 안도할 일도 아니고, 반대로 자주 경험한다고 해서 익숙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저도 2009년에 제 내담자를 잃은 이후 그 여파가 굉장히 오래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임상심리학자들이 피검자/내담자를 자살로 잃는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포스팅 참조). 그 이후로 자살과 관련된 공부도 많이 했고 상담자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도 정리해서 연속으로 포스팅을 하기도 했죠.
자살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상담에 의뢰된 내담자를 상담할 때 많은 상담자들이 내담자를 죽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걸 자주 봅니다. 그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내담자를 더 절망에 빠뜨려서 의도와 반대로 죽음의 길로 인도하게 되기도 합니다.
무게감이 같지는 않지만 제가 주로 했던 도박 중독 상담의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가족들은 도박을 끊게 하려고 중독자를 데려오고, 상담자 역시 중독자를 망가뜨리는 도박을 멈추게 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합니다. 그러니까 도박을 못 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알고 보면 그게 효과적인 방법도 아니지만 설사 도박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해도 그 다음은요? 한 때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던(그렇다고 믿었던) 도박을 빼앗긴 도박자에게는 무엇이 남죠? 도박을 멈추는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도박을 멈추지 않고서는 도박 중독 치유가 끝나지도 않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도박을 멈추게 하려는 모든 노력이 중독자가 아닌 주변인의 관점에서 본 접근법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다시 자살 위험성 문제로 돌아와서 내담자가 자살을 이야기할 때 내담자를 죽게 내버려두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가족도, 상담자도, 하다못해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학교, 군대, 회사 등 조직조차도 내담자의 자살은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작 내담자는 어떨까요?
내담자가 왜 죽고 싶을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공통된 이유 중 하나는 살아야 할 희망이 없다고 느껴서입니다. 살 희망을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벌려면 일단 죽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려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자살방지서약서 작성을 요청하고, 자살 위험성이 있으면 비밀보장을 할 수 없으니 부모에게 알릴 수 밖에 없다며(내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나를 죽지 않게 하는데만 골몰하는 상담자를 보면 내담자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라 죽어서는 안 될 이유를 찾으려는 상담자를 보면 든든하고 의지가 되고 상담자를 한번 믿어보겠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살아보려는 마음을 먹게 될까요?
도박을 그만두더라도 어떤 행복한 삶이 가능할지를 함께 찾아보는 상담자를 도박자가 원하듯이, 자살하고자 하는 내담자는 자신이 살아있어야 할 이유를 찾기 위해 애쓰는 상담자를 더 미덥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상담자의 그런 노력이 역설적으로 내담자의 생존 확률을 높입니다.
그러니 내담자를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죽느니만도 못한 삶을 어떻게든 연명하게 하는 방법이 아니라) 살게 하기 위해, 삶이 어떤 기쁨과 희망을 줄 수 있을지 내담자가 깨달을 수 있도록 무엇을 해야 할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결국 우리는 죽지 못해 사는 게 아니라 살아있어서 행복하다는 걸 (매 순간) 느끼기 위해 살고자 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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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일 오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신건강관련 강의에서 사용한 PPT 자료입니다.
주제가 '우리 아이,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키우려면?'으로 이미 정해져 있었는데 마음이 건강한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너무나 많은 내용이 포함될 수 있겠죠.
제게 할애된 시간이 2시간 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특정한 주제로 국한하지 않고 제가 평소에 부모님들께 하고 싶었던 이야기 위주로 편안하게 담았습니다.
강의안에 포함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행복한 부모만이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
* 분재 같은 아이
* 소나무 같은 아이
* 아이가 수동적으로 행동하는 이유
* 본보기를 보여라
* 놀이의 중요성
* 자녀와 대화하는 방법
* 보상-처벌 기제 점검
* 자녀를 격려하는 방법
* 장점과 단점 다루기
* 파괴적으로 관심을 끌려는 자녀 대하기
* 체벌 무용론
* 그냥 부모가 아닌 좋은 부모가 필요하다
* 부모가 자녀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
* 부부 싸움을 감추지 말자
* 지능 바로 알기
* 진로 적성 검사에 대하여
* 정서행동특성평가의 문제
* ADHD에 대하여
* Tic에 대하여
* 게임 중독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두서없고 난삽합니다만 대신 내용은 PPT에 있는 것만 보셔도 제가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건지 대번에 아실 수 있도록 쉽게 썼습니다.
필요한 분들은 얼마든지 내려받아 사용하셔도 됩니다. 출처만 명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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