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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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정신과 전문의 김혜남 선생이 2002년에 내놓은 에세이집입니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2008)'의 소개글을 보신 분이라면 '아니 그렇게 까대더니 그 사람 책을 왜 또 읽었대?라는 의문을 가지실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를 보고 난 뒤 김혜남 선생의 책은 앞으로 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월덴 3의 열혈 북 크로서인 dung님이 북 크로싱을 해 달라고 보내주신 책 중 한 권이어서 읽지도 않고 북 크로싱하기가 곤란(많은 분들이 그냥 북 크로싱 해도 된다고 하시지만 제 마음이 편치 않거든요)해서 제 눈에 띈 김에 그냥 후딱 읽었습니다. 내용이 어렵지는 않아서 하루면 읽을 수 있습니다.
의외로 내용은 괜찮았습니다. 오히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처럼 억지스러운 내용도 없고 상당히 잘 쓴 책이었습니다. 이 책부터 접하기 시작했다면 김혜남 선생에 대한 선입견도 생기지 않을만큼 괜찮았습니다.
다만 괜찮기는 한데 대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추천을 못 드리겠습니다. 왜냐하면 항상 시간은 부족하고 읽어봐야 할 대단한 책은 많으니까요. ^^
일반인들을 위한 책이라서 쉽게 쓰려고 노력해서 그런지 뭔가 2% 부족합니다. "응, 응, 옳은 소리네. 맞다"로 시작해서 "그래서 뭐 어쩌라고?"로 끝난달까요?
내용 상 드라마틱하게 보여야 하기 때문에 성격 장애가 의심되는 내담자의 케이스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것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사랑이라는 이름의 중독'처럼 관계 중독자를 주 내용으로 다루었으면 더 좋았겠어요.
일반인들에게는 모르지만 현장에서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하는 임상가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그 시간에 위에 적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중독'과 항상 제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연애를 앞둔, 혹은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는 책
'당신이 나를 위한 바로 그 사람인가요?'를 읽으시기를 바랍니다.
김혜남 선생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일반인이면서 사랑에 대한 정신 역동적 접근이 궁금한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겠지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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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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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미리암 그린스팬(Miriam Greenspan)은 여성심리학의 태두라고도 할 수 있는 상담자입니다. 국내에는 늦게 소개되었지만 사실 이 책은 이미 출판된 지 30년 가까이 되는 고전입니다. 그래서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조금은 구닥다리 내용이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자면 저자 스스로 상담자임에도 정신과 의사의 지도 하에 수련을 받은 점이라든가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심리검사의 특정 검사 sign을 하나의 문제에 연결하는 식으로 배워 결국은 심리검사를 불신하게 된 계기가 된 것 등 현재의 상황과 다른 점이 많습니다.
이 책에서 가부장적인 치료 틀의 예로 들고 있는 Freudian의 정신 역동적 접근과 Rogerian의 인본주의적 접근만 하더라도 이 책이 씌여지던 당시에나 주류에 해당했지 요새는 흐름이 많이 바뀌었지요. 요새 어떤 정신과 의사가 이 책에 묘사된 것처럼 toxic하게 정신 역동적 접근과 진단 체계만을 고집하나요. 오히려 약물 치료에만 의존하게 된 것이 더 문제이죠.
저자는 자신이 받았던 상담 경험에서 그 당시 상담 접근이 지나치게 가부장적인 틀에 의해서만 이루어짐으로써 여성들의 경우에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되는 부작용이 있다는 점에 착안하고 여성주의 심리상담의 틀을 마련합니다.
이 책에는 그러한 저자의 임상 경험이 녹아있는데 기존의 상담 내지는 심리치료적 접근이 가부장적인 시스템에 의거하여 세 가지 신화(1. 모든 문제는 자신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다, 2. 모든 심리적 문제는 곧 의학적 문제이다, 3. 진단과 치료의 전문가만이 이를 치유할 수 있다는)에 의해 사회 구조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여성들의 문제를 제대로 치유해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가하고 있습니다.
즉 사회 환경까지 포함된 삶의 맥락에서 내재된 분노를 이끌어내어 해소해줘야 한다는 것이죠. 간략히 말하자면 정치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여성주의 심리 상담의 궁극적인 목적은 여성 자신이 가진 개인적인 권력이 전체 여성의 총체적인 권력과 어떻게 뒤얽혀 있을 수 밖에 없는가를 깨닫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여성주의 심리상담이 여성의 억압을 종식시킬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억압을 인식하게끔 하여 스스로 억압을 내면화하고 좇는 것을 최소로 줄이도록 도울 수는 있다는 것이죠.
여성들의 분노를 표면에 끌어내어 적절히 다룰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점과 , 사회적/제도적 환경에 의해 발생하는 심리적 문제를 내면화시켜 다뤄줘야 한다는 것에 저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남편에게 상습적으로 구타당하는 아내를 상담하면서 불면과 우울한 기분 증상만 다루고 다시 지옥같은 환경으로 돌려보내는 건 치료가 아니니까요.
현재도 대부분의 심리상담이 온통 개인의 내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가운데 사회 구조적인 영향, 특히 착취와 이로 인한 소외의 문제로 직접 타격을 받는 여성의 문제를 다루는 소중한 틀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을 상담하는 상담자라면 한번쯤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번역자가 공을 많이 들였는지 내용이 쉽지 않은 책인데도 잘 읽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입니다.
다만 미국의 경우, 그것도 저자가 이 책을 쓰던 당시의 미국 문화에 치중된 내용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서 읽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 책에는 심리학자가 대부분 남자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내용이 나오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반대입니다. 임상심리학자의 90% 이상이 여성이거든요. 또한 빈곤층이 경계선 성격 장애로 주로 진단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제 경험 상 이것도 한국에서는 반대일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지엽적인 세부 내용에 집중하지 마시고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여성주의 상담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감을 잡겠다는 마음으로 읽으시면 분명 도움이 되실 겁니다.
덧. 저자가 상담 훈련만 받은 사람이어서 그런지 정신 병리적 문제까지 상담으로만 접근하는 것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는데 역시나 정진경 선생님이 추천사에서 지적을 하셨더군요. 의학적 접근이 요구되는 '환자'까지 상담으로만 접근하는 건 굳이 약물 치료가 필요없는 '내담자'에게 약을 먹이는 것 만큼이나 위험천만하고 client를 배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읽는 분들의 주의가 요망됩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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