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어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쓴 '내면아이는 없다'는 칼럼을 우연히 읽고 안타까운 마음에 포스팅합니다.
이 칼럼에서 저자는 내면 아이 이론이 심각한 가짜 과학 중 하나라며 폄하합니다. 그리고 가족 치료사이자 내면 아이 치유 전문가인 John Bradshaw를 이 사기의 원조로 지목합니다. Bradshaw의
'가족(Bradshaw on: The Family, 1988, 1996)'은 월든3에서도 소개 포스팅을 한 바 있죠. 내면 아이와 관련하여 Bradshaw만 찾아봤다면 오해할 만 합니다. 가족 치료사이기는 하지만 신부가 되기 위한 사제 수업을 받은 적도 있어서인지 신학적 지식과 영성적인 접근을 결합했기 때문에 저도 저 책을 읽으면서 살짝 거부감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Bradshaw에 앞서 내면 아이 개념을 이야기 한 전문가는 많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내면 아이의 상처 치유하기(Inner Bonding, 1992)'를 쓴 Margaret Paul 박사만 하더라도 1984년에 이미 내면 아이 개념을 이용한 내면적 유대감 치유 과정을 도입했고요.
사실 내면 아이는 Eric Berne이 주창한 Transactional Analysis의 ego state에 가까운 개념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라면 이미 익숙한 개념일텐데 저는 왜 내면 아이 개념을 부정하는지 칼럼을 읽으면서도 참으로 의아했죠.
사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내면 아이 상태를 흔히 경험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술에 많이 취하면 깨고 나서 몇 년을 이불킥 할 법한 언행을 잘도 하는 것이죠. 세상 어른스러운 의젓한 남자가 자신의 연상 연인 앞에서는 엄마 앞에서 젖달라고 보채는 아이 같은 재롱을 부리는 걸 흔하게 목격하기도 하고요. 나도 대체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후회하는 지인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사실 임상심리전문가가 되고 난 이후 중독 상담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내면 아이(Inner Child)라는 개념 자체를 몰랐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상담을 하면 할수록 내면 아이 개념을 갖고 접근하지 않으면 치유가 되지 않는 내담자를 계속 만나게 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중독 분야 뿐 아니라 내면 아이 문제가 대부분의 정신적, 심리적 문제의 기저에 자리잡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애착 외상과 내면 아이 문제를 파고들게 되었죠.
그러다 내면 아이 개념을 부정하는 사람들의 특징도 알게 되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중 하나더군요.
1. 자녀의 내면 아이 상처를 책임지고 싶지 않은 부모인 경우
2. 자신의 내면 아이 목소리를 부정하고 싶은 경우
이 둘은 보통 연결되어 있어서 가정 폭력의 피해자가 가해 부모가 되듯이 어렸을 때 애착 외상을 입어 내면 아이 돌봄을 받지 못하고 어른이 된 부모가 자녀의 내면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대물림을 하더군요.
이 포스팅을 하게 된 계기가 된 칼럼을 쓴 선생님의 다른 칼럼 '정신병이 가족 탓이라고?'를 보니 왜 내면 아이를 부정하고 싶은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녀가 나아지지 않는 이유를 의사, 상담사에게서는 그렇게나 열심히 찾으면서 왜 끝끝내 부모로서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지는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자녀가 어떤 정신 질환에 걸렸는지, 어떤 고통을 받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부모였다면 내가 혹시라도 내 아이의 내면 아이 욕구를 놓친 것은 없는지, 만약 그랬다면 그게 혹시 내 내면 아이의 돌봄이 부족해서인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볼 것 같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내면 아이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랍니다. 그게 자신의 자녀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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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병원에서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과정을 밟고 있을 때는 쏟아지는 심리평가 케이스를 소화하는데만도 벅찼죠. 심리치료나 상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전문가가 되고 병원 장면을 떠난 이후부터였습니다. 그래서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선생님들에게는 필독서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을 접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제대로 된 상담/심리치료 supervision을 받은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제가 늘상 말씀드리지만 저는 맨땅에 헤딩하면서 독학과 실전으로 상담과 심리치료를 익힌 길거리 파이터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전문가가 된 지 19년 차가 되는 올해가 되어서야 읽은 Gabbard의 명저인 이 책을 수련을 받던 중에 읽었다면 지금처럼 마음에 와 닿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상담 수련을 받고 계신 분들이라면 실습을 하게 되는 대학원생들에게도 당연히 추천하겠지만 임상 수련을 받고 계신 분들은 대학원 때 읽으셔도 큰 감흥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뭐랄까요. 이 책은 상담을 준비하는 예비 상담자보다는 상담의 어려움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초보 상담자에게 더 적절한 책 같거든요. 특히 저자도 서문에서 말했지만 이 책의 주안점은 성인 개인치료이니 만큼 성인 상담을 하는 상담자들이 읽으면 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임상, 상담을 나누지 않고 성인 개인 상담을 하고 있는 초보 임상가라면 '상담면접의 기초'와 이 책, 두 권은 꼭 읽으시기 바랍니다. 상담을 하기 전에 미리 읽거나 저처럼 이미 나쁜 습관이 몸에 많이 밴 뒤에 읽지 마시고요.
1. 역동정신치료의 핵심 개념
2. 평가, 적응증, 정신역동의 도식화
3. 정신치료의 기본 요소
4. 치료적 중재
5. 치료 목표와 치료 행위
6. 저항 다루기
7. 역동정신치료 시 꿈과 판타지의 사용
8. 역전이의 발견과 작업
9. 훈습 과정과 종결
10. 지도감독의 이용
11. 장기 역동정신치료의 핵심 능력 평가
목차를 보면 아시겠지만 역동정신치료의 기본적인 개념에서 평가, 치료 목표와 행위, 저항, 역전이, 훈습, supervision에 이르기까지 역동정신치료를 익히는 데 꼭 필요한 모든 것을 300페이지 밖에 안 되는 얇은 책에 알차게 담았습니다.
제목이 역동정신치료라고 해서 선입견을 가질 필요 없습니다. 치료를 상담으로, 환자를 내담자로, 치료자를 상담자로 바꿔 읽으면 충실한 상담 실전서와 크게 다를 바 없거든요. 상담을 하고 계신 임상가라면 쉽게 이해되고 잘 읽힐 겁니다.
작년의 마지막 날에 '대상관계 심리치료 실제(2014)'라는 걸출한 책을 소개드렸는데 새해 벽두부터 또 다시 좋은 책을 소개할 수 있다니 왠지 올해는 좋은 전공 서적을 많이 만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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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동정신치료의 기본 원리
- 정신 활동의 상당 부분은 무의식적이다
- 유년기의 경험과 유전적 영향이 함께 모여 성인의 성격을 결정한다
- 치료자에 대한 환자의 전이가 환자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정보를 제공해 준다
- 치료자의 역전이는 환자가 타인에게서 무엇을 유발하게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 환자의 치료에 대한 저항이 치료의 주요 초점이 된다
- 증상과 행동은 여러 기능을 수행하며, 주로 복잡하고 무의식적인 힘에 의해 결정된다
- 역동정신치료사는 환자가 자신을 확실하고 유일무이한 존재로 인식하도록 돕는다
* 치료자는 환자를 역동정신치료에 준비시키고 환자의 치료에 대한 적합성을 평가하기 위해서, 환자가 과거의 경험이나 현재의 상황에서 자신의 어려움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성격에 기본적으로 다음 네 가지 요소가 있다고 본다(Gabbard, 2001)
- 생물학적인 요소인 기질(Temperament)
- 감정 상태와 연결되어 대인관계 속에서 표현되는 자신(Self)과 다른 사람(Others)에 대한 내적 표상(Internal Representation)
- 특징적인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
- 관련된 인지 양식(Cognitive Style)
* 방어기제의 위계
- 원시적 방어기제(Primitive Defenses)
: 분열, 투사적 동일시, 투사, 부인, 해리, 이상화, 행동화, 신체화, 퇴행, 분열성 환상
- 신경증적 방어기제(Neurotic Defenses)
: 내재화, 동일시, 전치, 이지화, 감정의 분리, 성애화, 반동 형성, 억압(repression), 취소
- 성숙한 방어기제(Mature Defenses)
: 유머, 억제(suppression), 금욕주의, 이타주의, 예견, 승화
* 역동정신치료에서는 환자로 하여금 전이 감정으로 말미암아 인식하는 치료자와 실제 치료자 자체의 구분을 가능하도록 해 주는 이런 '~인 척'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진단평가 과정에서도 사실과 인식 혹은 신념을 구분할 수 있는 환자의 능력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가 진짜로 당신을 미워하는건가요, 아니면 당신이 그렇다고 오해를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는 건가요?"라고 물어볼 수 있다.
* 경계침범과 경계위반
- 경계침범(boundary crossings)
: 그리 나쁘지 않고 도움이 될 때도 있음. 대체로 산발적이며 경미함. 치료 시 의논할 수 있음
- 경계위반(boundary violations)
: 착취적이며 대체로 반복적임. 막중하고 막심하여 치료자가 의논을 못하도록 함. 환자와 치료에 해가 됨
* 초심자들은 치료적 관계란 우정이나 가족관계, 로맨틱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치료비가 항상 상기시켜 준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 무료로 하는 치료는 환자에게 '거저 얻은 것은 쓸모없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
* 정신치료는 어느 정도 환자의 희생을 수반해야 한다. 만약 희생이 필요하지 않다면, 환자는 이 과정이 평생 지속되기를 원하게 되고 목표 달성을 위해서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원칙을 역동정신치료자가 환자를 이해하는 데 있어 환자의 소망, 바람, 그리고 행동의 일정한 부분에 있어서도 비판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으로 보는 것은 비교적 타당한 견해일 것이다. 환자는 자신이 평가받고 있다고 느끼기보다는 이해받고 있다고 여길 때, 치료자에게 자신을 더 많이 열어 보이기 때문이다.
* 일반적인 원칙으로 전이에 대한 해석은 환자가 그것을 거의 알게 되었을 때까지 미루어야 한다. 시기적으로 너무 빨리 해석을 해 주면, 환자는 치료자가 말하는 것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이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때로는 전이에 대한 해석을 미루는 것이 환자가 자신의 전이 감정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 회기의 수가 증가하면 전이는 강화되고, 그 전이의 해석이 핵심적인 치료 방법이 된다. 주 1회 미만의 빈도일 때는 회기 사이의 연속성이 방해받을 수 있고, 전이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에 장기 역동정신치료를 하기는 매우 어렵다.
* 전이가 치료에 저항으로 작용할 때에만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은 유용한 지침이다. 부정적 전이가 그 중 가장 확실한 예가 될 수 있다.
* 치료자는 전이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임을 명심해야만 한다. 치료자는 환자가 치료 밖의 여러 중요한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전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 역동정신치료의 기본 전제는 감정, 전이, 지각 등에 대해 일정 부분은 액면 그대로를 믿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 있는 복잡한 양면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 역동정신치료의 목표
1. 갈등의 해결 : 무의식의 갈등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것이 만드는 증상을 해결하는 것
2. 진실 추구 : 스스로에 직면하고 그들이 되고자 하는 자기가 아닌 진정한 자신을 찾는 것
3. 적절하게 자기대상을 구하는 능력 향상시키기 : 자기대상을 성숙하고 적절하게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
4. 자신의 내적 대상관계를 이해함으로써 대인관계를 개선시키기
: 자신과 타인의 내적인 표상이 어떻게 외부 사람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이해시키는 것
5. 치료적 대화 안에서 의미찾기
: 이전에는 알지 못하고 모호하였던 의미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무의식의 의식화
6. 성찰 기능을 향상시키기
: 사람에 대한 자신의 내적 표상과 실제 외부 세상의 사람을 구분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더 나아가 타인의 내적 표상을 알 수 있고 자신의 것과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 시드니 스미스(1977)는 정신분석과 장기간의 역동정신치료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황금 판타지(golden fantasy)를 설명하였다. 이는 '완벽하고 축복받은 관계를 통해 개인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소망'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판타지의 주된 특징은 환자가 자신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 줄 특별한 한 사람이 어디엔가는 존재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환자는 완전한 돌봄을 받는다고 생각하기에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수동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환자는 종종 판타지에 집요하게 집착하는데, 판타지를 잃게 되면 현실적인 절망 속에 허우적대며 삶의 의미를 잃은 것처럼 느낀다. 판타지가 규명되고 상세하게 기술할 수 있게 되면, 이는 장기간의 역동정신치료에서 주로 동반되는 애도 과정으로 이어진다.
* 투사적 동일시와 역전이 재연은 둘 다 비슷한 과정을 포함하지만 전자는 클라인(Klein) 학파와 대상관계이론에서 발생하였고 후자는 미국 자아심리학자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 투사적 동일시는 자신의 모습이나 자신 안에 존재하는 타인의 모습을 투사할 수 있다. 치료자가 환자가 투사한 환자 자신의 모습과 동일시할 때 '조화된 역전이(Racker, 1968)'라고 부르고 이러한 과정은 공감과 밀접하에 연관된다. 만약 치료자가 투사된 환자의 타인의 모습과 동일시하면 이는 '상보 역전이(Racker, 1968)'라 한다.
* 환자에게 치료자의 직접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환자와 딜레마를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다.
* 구원자 판타지에 대한 최선의 대처법은, 실제로 치료적인 경계를 벗어나기 전인 초기에 이를 깨닫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 환자의 바람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 치료자가 가학적이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역전이 판타지가 생길 수 있고, 이 때문에 치료 한계의 설정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환상을 충족시켜 주는 것은 잘못된 희망을 심어 주어 결국은 환자에게 더 잔인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훈습 과정과 치료 종결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환자가 자신이 삶의 주체로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간다는 것을 느끼고 있느냐는 것이다. 내 삶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 훈습 과정의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치료자의 관심이 1인칭 관점에서 3인칭 관점으로 변화하는 것이다(Goldberg, 1999). 심각한 환자들, 특히 경계선 수준 정도로만 성격의 통합이 이루어진 사람들에게 1인칭 관점에서 3인칭 관점으로의 변화는 정신화(mentalization)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산다는 것은 춤을 추는 것이라기보다는 레슬링을 하는 것과 더 유사하다고 하였으며, 이는 정신치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 치료자의 정확하고 유익한 해석에도 불구하고 점차 악화되는 치료 상황을 부적 치료 반응(negative therapeutic reaction)이라고 한다. 최근의 정의에 의하면, 부적 치료 반응은 환자들이 치료자에게 도움을 받게 된 이후 더욱 악화되는 상황을 말한다. 복수와 관련된 판타지들이 종종 부적 치료 반응의 핵심이 된다(Gabbard, 2000).
* 치료자가 치료자 자신의 역전이 소망을 면밀히 관찰할 수 있다면, 환자를 변화시키려는 지나친 노력으로부터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오히려 환자의 조망을 변화시킨다는 점을 알게 된다. 병이 낫는 것을 거부해도 치료자가 쉽게 압도되지 않는다는 점을 환자가 깨달으면, 더 이상은 치료자의 노력을 좌절시키는 재미를 추구하지 않게 된다. 그 대신 환자는 관점을 안으로 돌려,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과연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성찰해 보게 된다.
* 환자가 치료를 종결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해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할 핵심적인 요소는, 환자가 충분히 치료 과정을 내재화하여 치료자가 제시한 하고 및 감정의 처리 과정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치료 시간에 배웠던 것들을 치료 시간 밖의 생활 속에서 적용할 수 없는 환자에게는 치료가 더 필요할 것이다.
덧. 이 책은 소장하고 틈틈이 참고할 예정이므로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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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유상우 선생님의 '공황장애에서 벗어나기(2013)'를 북 크로싱합니다.
사실 20년 이상을 공황장애를 비롯한 불안장애 치료에 매진하셨다기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공황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일부러 쉽게 썼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많이 실망스러운 책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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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는 정신장애 중에서도 주관적 고통감이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예후가 가장 좋다고 하죠. 아무래도 치료자가 하자는대로 성실히 따르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클 겁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유상우 선생님은 불안장애, 그 중에서도 공황장애라는 한 우물만 쭉 파신 분 같습니다. 약력을 보면 20년 이상을 공황장애 치료 분야에만 매진하신 것 같은데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집단 치료 경험도 많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애플리케이션까지 만들어서 보급하는 현장 전문가인데 책 내용이 의외로 부실하거든요.
공황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쓴 책이기 때문에 최대한 쉽게 썼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다양한 사례에 맞는 치료 과정을 충실히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본인의 프로그램을 상세히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공황장애의 진단 기준조차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습니다(공황발작 여부 확인 질문만 소개하고 있음). '우리가 미처 몰랐던 공황장애에 대한 진실'이라는 출판사의 소개글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심리학과 대학원 임상심리전공 1학기생이 발제한 내용보다도 부실합니다.
게다가 어찌된 일인지 비슷한 내용이 계속 반복해서 나옵니다. 이경규 씨가 자신의 공황장애를 커밍아웃하면서 일반인의 인식이 극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감사하다는 이야기가 제가 기억하는 것만 3번이 나옵니다. 이 책을 낸 소울메이트와 일을 같이 해 봐서 아는데 편집 담당자가 굉장히 꼼꼼하거든요. 중복되는 내용을 그대로 실을 리가 없는데 읽으면서 계속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추천사를 쓴 면면도 화려해서 권준수 서울의대 교수,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채정호 대한불안의학회 이사장, 김영신 예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세주 신촌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까지 총동원되었는데 과연 다들 이 책을 읽어보고 추천사를 써 준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얼마나 내용이 없으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핵심 내용은 다음의 몇 줄로 정리될 정도입니다.
* 공황장애는 약물치료(초기)와 인지행동치료(중기 이후) 두 가지 방법이 모두 매우 중요하다
* 약물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 없고 감량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서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 인지행동치료(+ 호흡훈련, 이완훈련 등)가 습관화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
저라면 공황장애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제가 10년도 더 전인 2006년에 소개한
'공황장애 : 공황, 그 숨막히는 공포'가 훨씬 더 낫습니다. 더 유용하고 더 얇기까지 합니다. :)
유상우 선생님은 2015년에 '불안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라는 다른 책도 내셨던데 저는 안 읽을 생각입니다.
닫기 * 공황장애 치료약물은 치료 초기에 증상을 완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약물치료는 일정 기간 이상(통상적으로는 1년 이상의 기간) 유지되어야 하고, 이 기간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한편 인지행동치료에서 다루는 호흡훈련, 이완훈련, 인지훈련은 치료 후기에 약물을 감량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꾸준히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훈련은 굉장히 중요하다.
* 공황장애 첫 발병 시기, 즉 호발 연령은 10대 중반에서 20대 중반 사이다.
* 공황장애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들을 잘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뇌를 혹사시킨다는 점이다.
* 공황장애 인지행동치료는 집단치료로 진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 일정 치료 기간 (통상적으로 2∼3개월) 동안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증상 호전 이후에도 최소한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유지치료 기간이 필요하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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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진 선생님의 '마음에도 길이 있다(2015)'를 북 크로싱합니다. 예전 '마음의 구리거울'의 개정판입니다.
대표적인 방어기제인 억압, 전치, 투사, 합리화, 동일시가 사람을 어떻게 힘들게 만드는지 풍부한 사례와 함께 쉽게 설명하는 책입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쓴 책이라서 심리학 전공자 및 관련 분야 종사자는 굳이 읽을 필요 없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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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진 선생님이 쓰신 책입니다. 2012년에 나온 책의 원제는 '마음의 구리거울'이었는데 2015년에 개정판으로 나오면서 제목이 '마음에도 길이 있다'로 바뀌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표지가 좀 더 화사한 색으로 바뀌었는데 온라인 서점의 책 소개 이미지는 예전의 칙칙한 걸 그대로 두었네요.
김진 선생님은 정신역동분석에서 흔히 말하는 방어기제를 정신의 길, 마음의 길로 부릅니다. 사람들이 의도치 않게 말하고, 행동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이유를 잘못된 정신의 길로 가는 버릇이 들어서 그렇다고 보는거지요. 그래서 자신의 마음에 잘못 나 있는 길을 알아차리고 다른 길로 가도록 하자는 게 이 책의 목적인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이 분야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다음의 방어 기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억압 : 눌러두기
* 전치 : 옮겨 놓기
* 투사 : 자기 밖으로 내던지기
* 합리화 : 둘러대기
* 동일시 : 자기 것으로 삼기
각 방어기제의 부제만 보셔도 아시겠지만 이 책은 일반인들이 대상입니다. 각 방어기제를 쉽게 풀어쓴 정도가 아니라 아무런 기초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썼기 때문에 심리학과 대학원생 정도만 되도 유치하다 느낄 정도로 쉽습니다. 그래서 심리학 전공자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400페이지가 넘는 책인데 새로 익힐만한 내용이 없습니다. 전공 관련 책인데 밑줄 하나 안 긋고 읽은 책은 저도 처음인 것 같습니다(그래서 이 포스팅에 '월덴지기가 흥미롭게 읽은 구절들'이 없죠). 책장이 빠르게 넘어가는데도 꽤 지루하다고 느꼈을 정도입니다.
반대로 너무나 쉽게 쓰여진데다 굉장히 현실적이고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기 때문에 정신역동분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들도 자신도 모르게 사용하는 방어기제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또 하나, 이 책은 그런 경향이 덜하지만 김진 선생님의 다른 책들, '그리스도인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그리스도인은 인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정신병인가 귀신들림인가', '구원 이후의 여정은' 같은 책들의 제목만 보셔도 알 수 있듯이 개신교적 신앙심이 투철하기 때문에 얼핏얼핏 종교적인 관점에서 방어기제(이 책에서는 정신의 길)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보여서 이 점도 고려하셔야 합니다. 종교가 인간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해악에 알러지가 심한 저 같은 분들은 충분히 껄끄러울 수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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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이 어떤 병이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자신이 받은 훈련 베이스에 따라 입장이 갈립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임상심리학자의 생각이 똑같을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도박 중독이 치유가 매우 어려운 병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아마 같은 생각일 겁니다. 물론 왜 어렵냐는 이유에 대해서는 또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요.
저도 그랬지만 중독 분야에서 일하는 임상가라면 누구나 어떤 치료 방법이, 어떤 치유적 접근이 도박 중독에 가장 효과적인지를 찾기 위해 애쓴 경험이 다들 있을 겁니다. 저는 절충-통합적 접근으로 귀결했습니다만.
중독 치유에 대한 치료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면 특별히 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걸로 나옵니다. 그거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인데 충격적인 건 자발적 회복(spantaneous recovery)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나오거든요. 물론 이 자발적인 회복은 그냥 내버려두면 나아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문적인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사실 이 자발적인 회복을 믿지 않습니다. 인간이 갖고 있는 마음의 힘이 워낙 강력한 것이어서 그 마음의 힘을 집중하면 혼자만의 힘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믿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마음의 힘이 작동하기 위한 최초의 동력은 중독자 스스로 만들지 못합니다. 펌프로 물을 긷는 것과 비슷한데 최초의 마중물은 누군가 부어줘야 하는 것이죠.
다른 비유를 들면 도박 중독 치유가 어려운 이유는 자유 의지의 회로가 끊긴 상태라서 동력이 전달되지 못하고 그로 인해 회복의 엔진이 가동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만의 하나 확률로 그 회로가 우연히 연결될 수 있지만 그 터무니없는 확률만 믿고 손을 놓고 기다릴 수가 없고 무엇보다 그 연결된 회로가 다시 끊기지 않고 유지될 거라는 기대를 저는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왜냐하면 그 기다림의 과정에서 중독자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인 시간이 낭비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중독자가 혼자만의 힘으로 치유되고 회복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아무것도 베팅하지 않겠습니다. 그 베팅의 대가가 제 내담자의 소중한 인생이라면 더더욱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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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과 공급의 법칙에 따라 상담자의 공급이 수요 폭증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 상담 현장은 점차 단기 상담이 기본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도 이미 체계화된 상담 현장(대학, 청소년 등)에서는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죠.
단기 상담의 시간적 한계(내담자의 심리적 상태와 특성을 알아내기 위한 최소 회기 수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심리평가를 도입할 수 밖에 없고 심리평가의 실시 시기를 결정하는 상담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도 문제지만 임상 현장처럼 무조건 초기에 실시하는 routine system의 도입이 더 큰 문제입니다.
많은 대학의 학생상담센터에서 내담자가 방문하면 접수 시 선별심리평가(MMPI-2, SCT)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담자를 배정하는 시스템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때 기계적으로 MMPI-2에서 상승한 임상 척도가 많을수록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정해 supervisor급 상담자에게 배정하고 상승한 임상 척도가 별로 없으면 문제가 경미하다고 잘못 판정해 인턴 supervisee에게 배정합니다.
하지만 이는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나 통하는 판정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상담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정신장애로 진단받을 정도의 문제를 가진 내담자보다 기질/성격 상의 문제를 가진 내담자가 더 많이 방문하고 자아 동질성이 강한 성격 장애일수록 MMPI-2와 같은 구조화된 검사에서 심리적 불편감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순수하게 MMPI-2의 임상 척도만 높게 상승한 경우는 심리적 불편감을 적극적으로 호소하기 때문에 라포를 형성하는 것도 어렵지 않고 예후도 좋은 편입니다. 결코 지도 교수급 상담자의 능력이 뛰어나서 쉽게 호전되는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MMPI-2에서 별다른 척도 상승이 없는데 상담자가 강렬한 전이-역전이를 경험하거나 투사, 반동형성, 조종 등의 방어 기제에 노출됨으로써 정서적 소진을 경험하고 상담이 조기 종결되는 건 이 내담자가 기질/성격 상의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큰 것이지 인턴 선생님이 무능해서가 아닙니다.
그러니 선별심리평가를 routine하게 실시하는 시스템을 바꾸지 못하겠으면 최소한 선별심리평가에 TCI라도 추가하기 바랍니다. 적어도 상담자 배정이 반대로 되는 것만이라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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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산하의 기관 중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 가정폭력 등의 각종 폭력 생존자에게 상담 뿐 아니라 의료, 법률 등의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핵심 기관입니다.
폭력의 생존자들은 대개 사회적 약자인 여성, 아이들이기 때문에 해바라기 센터의 존재감이 남다를 수 밖에 없고 어찌 보면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많은 심리지원 기관 중 최전방에 위치한 곳입니다.
그런데 저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인데 해바라기센터 내 심리치료사 직군의 자격 요건이 너무도 허술하더군요. 임상심리직군과 왜 별개의 심리치료사 직군을 두었는지부터가 잘 이해되지 않지만 비교적 체계적인 수련 과정을 갖추고 있고 자격 요건도 까다로운 임상심리직군과 달리 심리치료사 직군은 심각한 폭력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 현장 역할과 동떨어진 사회복지학, 아동학, 여성학 등의 학위와 관련 기관에서의 경력(석사의 경우는 1년, 학사의 경우는 3년)만 갖고 일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사회복지학, 아동학, 여성학 전공을 폄훼하자는 것이 아니라 심리치료사 직군의 업무 특성 상 꼭 필요한 정신병리학, 임상심리학, 상담심리학 관련 전문 지식 습득 및 수련 과정이 없더라도 심리치료사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3년 간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 전문적인 수련을 거친 임상심리전문가라고 해도 해바라기 센터에서 심리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외상 치료에 대한 별도의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거의 경악할 정도의 안이한 채용 기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제대로 된 자격도 갖추지 않고 개업하여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재차 더 깊은 상처를 입히는 사이비 상담자들이 넘치는 판국에 국가 기관마저 이런 황당한 상황이라뇨. 절대로 안 될 일입니다.
다행히 사명감이 투철한 현장 전문가 선생님 한 분이 앞장서서 잘못된 제도 개선을 위한 국민청원을 시작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한 청원 내용을 읽어보시고 그 뜻에 동참하는 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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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 3종 세트가 심리검사의 실시,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해석 상담이라는 말씀은 여러 차례 드린 바 있습니다.
임상, 상담 전공을 막론하고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건 어떻게든 배우려고 합니다. 현장에서 필요하고 또 유용하니까요.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은 임상 전공자의 경우는 피할 수 없는 요구 사항이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무조건 열심히, 잘 할 수 있도록 익혀야 합니다. 하지만 상담 전공자의 경우는 심리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고 반드시 요구되는 절차가 아닌 만큼 소홀히 할 수 있으나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심리검사 결과를 통합하는 실력이 늘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해야 할 겁니다.
정작 문제는 해석 상담인데 임상 전공자가 있는 병원에서는 그 역할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하기 때문에 해석 상담을 하지 않지만 상담 현장에서는 심리평가를 실시하지 않으면 모를까 일단 심리평가를 실시했다면 어떤 형태로든 해석 상담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가능하면 내담자에게 정보를 주지 말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보니 해석 상담을 할 때 내담자에게 어느 수준까지 정보를 줘야 하는지 제게 많이들 질문하시더군요.
원칙부터 말씀드리면 심리검사를 통해 알아낸 정보는 (결국은) 하나도 남김없이 몽땅 수검자에게 알리고 줘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건 수검자의 것이기 때문이죠.
중요한 건 내담자에게 건네지는 정보의 수준이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건 '전달하는 방법'과 '타이밍'입니다.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청소년 내담자의 심리평가를 실시했는데 지능이 75로 측정되었습니다. 지능이 낮다는 걸 알게 되면 내담자가 너무 실망하거나 심하면 상담을 종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지능 이야기는 하고 싶어하지 않는 상담자가 많은데 학교 부적응의 원인이 낮은 지능이라면 이 정보가 가장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경계선 지능이라는 걸 어떻게 전달하느냐와 언제 전달할 것이냐입니다. 내담자도 자신의 머리가 좋지 않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으나 부모의 기대가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해도 안 되는 공부를 꾸역꾸역 하고 있다면 빨리 해석 상담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의 기대 수준을 낮추고 제도화된 교육이 아닌, 청소년이 하고 싶은 적성과 진로를 한시라도 빨리 찾는 것이 낫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내담자에게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을 것인지를 정하기 위해 고민하지 말고 이 정보들을 언제, 어떻게 (필요하다면 나눠서) 전달해야 내담자에게 도움이 될 지를 고민하는 게 상담자가 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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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 파트도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상담심리학 전공의 임상가들이 특히 빠지기 쉬운 함정 중 하나로 과거 치료력을 그대로 신뢰하는 게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상담이나 심리평가를 받으러 내방한 내담자가 과거에 진단을 받았거나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다면 그 진단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이죠. 하지만 막상 심리평가를 실시해보면 과거의 그 진단이라는 것과 얼토당토 않게 다른 결과를 받아들고 당황하기 일쑤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과거에 아무리 유명한 병원에서, 이름난 의사에게 진단을 받았든 말든 간에 일단 모든 진단은 의심해야 합니다.
진단을 받았거나 치료(외래, 입원, 약물 치료를 막론하고)를 받은 병력이 있는 내담자를 보게 되면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그 진단이나 치료의 근거가 무엇인가
문진이나 BDI 등 false positive error 확률이 높은 자기 보고형 검사 결과가 그 근거라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 기존 진단은 머릿속에서 싹 지우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진단을 받은 지 오래 지난 환자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맨 처음 진단이 틀렸을 경우 환자가 여기저기 병원을 옮겨다니며 진료를 받을 때 나중에 환자를 문진한 의사가 기존 진단을 뒤집고 전혀 새로운 진단을 내리는 건 결코 쉽지 않습니다. 기존 진단이 옳다는 전제 하에 약을 바꾸거나 증량하는 등의 수정 조치를 취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을 때는 첫 진단을 잘 받는 것이 아주 중요하죠.
2.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하였고 그것에 근거해 진단이 내려진 경우
일단 기존 진단을 신뢰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은 갖춰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다음의 두 가지를 체크해야 합니다.
1. 심리평가보고서 사본 확보. 2.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한 임상가의 전문성 확인. 심리평가보고서에 기인해 진단을 내렸다는 건 전해들었지만 내용을 볼 수 없다면 아무 소용 없습니다. 반드시 심리평가보고서를 손에 넣어야 합니다. 또한 제대로 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임상가가 작성한 보고서라면 이 역시 믿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그런 임상가가 심리평가를 잘 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그 희박한 가능성에 내 내담자를 맡길 수는 없으니까요.
3. (종합)심리평가보고서의 내용이 미심쩍은 경우
내담자 또는 보호자에게 이야기 해 심리평가 원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원자료를 복사해 오라고만 하면 절대로 제대로 된 자료를 가져오지 못합니다. 심리평가 원자료를 선뜻 내주는 병원이나 기관은 하나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MMPI-2의 결과지 1번에서 6번까지, 문장완성검사 앞, 뒷면 사본, 로샤 검사의 반응 기록지와 반응 영역 기록지, 구조적 요약지 등등 필요한
원자료 목록을 정확하게 적어서 그대로 의무 기록 복사를 해 오라고 주문해야 합니다. 병원의 원무과나 의무기록과로 직접 간다고 해도 어차피 정신건강의학과의 담당의나 심리평가를 실시한 임상가에게 연락이 가기 때문에 그들과 직접 통화해서 검사 원자료를 보려고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제대로 된 기관이나 임상가라면 취지를 이해하고 복사해 줄 겁니다. 만약 내규, 원칙, 규정 등을 내세우면서 복사 안 해주려고 버티면 고발하는 등의 조치(엄밀하게는 친고죄로 고소하는 것이며 의무기록 복사를 거부하는 의료인은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의거 자격정지 15일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 됩니다(그런 일은 가능한 한 있으면 안 되겠지만요).
간혹 심리평가를 실시한 기관이 폐업을 했거나 기간이 오래되어 파기를 했거나 아니면 망실된 경우도 꽤 많은데 그럴 경우는 결국 심리평가를 다시 실시해야 합니다.
단계적으로 살펴보라고 말씀은 드렸지만 제 경우는 예전에 Big 5에 속하는 종합병원에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supervisor가 supervision한 심리평가보고서에서 떡 하니 Paranoid SPR로 진단받은 환자가 미심쩍어 다시 평가해봤더니 Malingering이어서 큰 충격을 받은 이후 어떤 기관에서 어떤 전문가가 실시한 심리평가보고서도 거의 믿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실시하고 제 눈으로 확인한 검사 결과만 믿습니다.
그러니 상담자 선생님들은, 특히 심리평가에 약하다고 자인하는 선생님들일수록 항상 회의주의적인 자세를 굳건히 유지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엄한 내담자에게 낙인을 찍지 않을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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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수검자를 이러저러하다고 기술한 뒤에는 두 가지 방법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검사 sign을 근거로 대지 않고 그냥 마무리하는 방법이죠. 보통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비롯한 관련 전문가에게 보여주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이런 방식으로 작성합니다. 즉, 관련 근거는 보고서를 작성한 평가자의 머릿속에만 있는 겁니다. 물론 나중에 어떤 경로로든 보고서의 내용에 대한 근거를 요구받으면 원자료에서 찾아서 제시할 수 있어야겠죠.
심리평가보고서가 수검자에게 노출되었을 때 보고서에 기록된 검사 sign을 기초로 추후 평가에서 수검자가 반응 조작을 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때문에 일부러 검사 sign을 감추는 식으로 작성하는 평가자도 있습니다. 특히 이차적인 이득이 평가에 중요한 고려 사항인 장면(병역 문제, 법적 다툼이 벌어지는 상황 등)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이 민감할 수 있는데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저는 그다지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평가자들이 기술 근거에 해당하는 검사 sign을 모조리 제시하는 것이 아닌데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full battery에 포함된 모든 심리검사도구의 검사 sign들의 복잡한 역동 관계를 심리검사도구의 비전문가인 일반인이 알아차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심리평가에 익숙하고 경험이 풍부한 평가자라고 해도 심한 우울증 환자처럼 보이게끔 검사 sign을 편향적으로 왜곡할 수는 있지만 반대로 완전히 정상처럼 보이게끔 조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죠. 그만큼 심리평가 결과를 조작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항상 매 문구마다 이를 지지하는 검사 sign을 함께 쓰는 두 번째 마무리 방식을 권고하는 편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첫째, evidence-based approach에 입각한 보고서 작성법 연습이 절로 되며, 둘째, 제대로 된 formulation이 되었는지 추후 점검해 볼 수 있으며, 셋째, 재평가를 실시하는 다른 평가자에게 중요한 근거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수검자에게 득이 됩니다.
이 방법은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각 문구마다 해당 문구를 지지하는 검사 sign을 괄호 안에 넣거나 문장에 자연스럽게 넣어서 기술하면 됩니다. 다만 여러 검사에서 다양한 검사 sign을 찾았다 치더라도 이를 모두 나열하기 보다는 핵심적인 몇 개의 검사 sign만 선별해서 제시하는 것이 좋은데 이 때 가능하면 구조화된 검사(예, MMPI-2)에서 한 개, 비구조화된 검사(예, HTP)에서 한 개씩 찾는 연습을 하는 게 좋습니다.
또한 문장을 완성한 뒤 검사 sign들을 한꺼번에 나열하지 말고 조금 지저분하게 보이더라도 각 문구마다 함께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 한꺼번에 나열하면 어떤 검사 sign을 어떤 문구를 쓰는 근거로 사용하였는지 알아보기 어렵거든요. 게다가 한꺼번에 나열하는 방식으로 보고서를 써 버릇하면 정확한 근거를 찾기보다는 뭉뚱그려 대충 넘어가려는 나쁜 습관이 들 위험성도 있습니다.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검사 sign을 제시하는 방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보고서의 각 문구마다 대응하는 정확한 검사 sign을 찾아서 함께 제시할 것
2. 많은 sign들을 찾았어도 구조화된 검사와 비구조화된 검사에서 각기 한 개 정도의 핵심 sign만 제시할 것
3. 문장 끝에 한꺼번에 나열하지 말고 각 문구마다 일 대일 대응이 되도록 제시하도록 연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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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창순 선생님이 2012년에 낸 책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들 중 글솜씨가 좋은 분들이 많이 계신데 원조급까지는 아니어도 초기에 유명세를 탄 분들 중 하나가 아닌가 싶은데요.
글솜씨로 유명세를 탄 분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 중 하나는 자신의 임상 경험으로부터 우러나온 내공이 글타래로 충분히 쌓이기 전에 출판사의 등떠밀기에 휘말려 비슷비슷한 종류의 책을 계속 내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맨 처음 인기몰이를 했던 책은 참 좋지만 그 다음부터는 그 밥에 그 나물 같은 비슷한 내용이 계속 반복되는거지요. 외국의 임상가도 이 문제를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제가 극찬을 했던
'당신이 나를 위한 바로 그 사람인가요?(1992)'를 쓴 바바라 드 엔젤리스도
'지금의 고난은 내게 어떤 의미인가(2005)'같은 너무나 평범한 책을 후속작으로 내기도 하니까요.
소설가라면 창의력이 고갈되었음을 느낄 때 절필을 선언하고 자신만의 세계로 침잠하지만 임상가는 임상 현장을 떠나는 순간부터 오히려 내공을 더 잃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계속 일을 놓을 수가 없는거지요.
서두가 길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양창순 선생님도 글을 마구 쏟아내는 수준입니다. 개정판을 포함한다고 해도
* 때로는 내 안에, 때로는 내 밖에 있는 나(2001년 11월)
* 나? vs 나!(2003년 1월)
* 당신 자신이 되라(2005년 6월)
* 마인드 포스(2007년 9월)
* 나는 왜 사랑을 못하나(2008년 7월)
* 내 인생, 이 정도면 괜찮아(2008년 10월)
* CEO, 마음을 읽다(2010년 7월)
* 엄마에게(2010년 9월)
* 미운오리새끼 날다(2011년 2월)
*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2012년 7월)
* 당신 참 괜찮은 사람이야(2012년 11월)
* 정신과 전문의 양창순의 심리학 테라피(2013년 8월)
* 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2014년 7월)
보시는 것처럼 2000년도 초에는 2년에 1권 정도로 책이 나왔습니다(개인적으로 이것도 너무 빠르다고 생각하지만) 그런데 2008년 '나는 왜 사랑을 못하나'부터 시작해서는 거의 1년에 2권 꼴로 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모든 책을 제가 다 읽어본 건 아니지만 아무리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고 해도 인간에게는 시간의 한계가 엄연히 존재하고 임상가가 경험할 수 있는 임상 현장에도 제약이 존재합니다. 그러니 결국 사골 곰탕 우려내듯이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하고 할 수 밖에 없는거지요.
이 책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가 바로 그런 책의 대표격입니다. 현장의 임상가에게 영감을 주는 책도 아니고, 심리 장애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일반인들이 어디서나 집어들고 아무 곳에서나 쉽게 읽다가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집어던질 수 있는 그냥 달달한 pop psychology 에세이 수준이 되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내용의 흐름도 일관되지 않아서 저는
웨인 다이어의 '행복한 이기주의자'와 비슷한 내용을 기대하고 읽었는데 읽다보니 대체 누구를 대상으로 쓴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더군요.
게다가 제가 읽다가 깜짝 놀란 부분이 있는데 TCI의 기질과 성격을 섞어서 '7가지 성격의 보편적 유형들'이라고 소개하면서 처음의 네 개는 기질의 영향을 좀 더 많이 받는 성격 유형이고 뒤의 셋은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더 발전이 가능한 성격 유형이라는 식으로 잘못 설명하기까지 하더군요. 저는 이를 자신의 이야기를 할 것이 없기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빌려오다 발을 헛딛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제가 제일 싫어하는 패턴인 맨 마지막에 예의 성격 장애나 특이한 정신과적 증상을 빌어 심리적 문제를 설명하려는 시도를 했더군요. 이 책에 등장하는 내용으로는 '자살 본능', '가면 우울', '가짜 철학적 경향(심리학에는 자기 충족적 예언이라는 훨씬 더 정확한 개념이 있습니다만), '강박장애와 편집증', '공황장애', '환절기 마음병', '따돌림', '열등감과 죄책감', '거부불안' 등이 있는데 아무런 공통점도 없고 그냥 생각나는대로 소개한 것처럼 보여서 더욱 씁쓸합니다.
나름 기대하고 집어든 책인데 실망감이 너무 커서 우울해질 지경이더군요. 책의 뒷편에는 전 대법원장인 고려대 석좌교수, 전 삼성 에버랜드 사장,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 기업의 대표이사 등의 화려한 추천사가 난무하지만 정작 임상가의 추천사는 하나도 없다는 게 이 책이 어디를 지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아무에게도 추천할 수 없는 책입니다. 그래서 '월덴지기가 인상깊게 읽은 구절'도 없습니다.
덧. 이 책은 직장 자료실에서 빌려 읽은 책이라서 북 크로싱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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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국립나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홍창희 선생님이 강윤석 선생님과 함께 한국 임상심리학회지(2013, Vol. 32, No. 4, 875-885)에 publish한 '지적장애아동 평가를 위한 전반적 기능평가척도(C-GAS)의 신뢰도' 논문의 요약입니다.
이 논문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연구대상 : 2012년 4~12월 사이에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한 6~16세의 31명 아동 중에서 선별한 10명(남 4, 여 6)의 사례 자료
* 평정자 : 국립정신병원에서 수련 중인 레지던트 선생님 3명, 정신보건임상심리사 2급 자격자 3명
* 측정 도구 : 아동용 전반적 기능평가척도(C-GAS)
* 분석 방법 : 급내상관분석(intraclass correlation)
* 연구 결과
1, 급내상관계수는 .784(p<.001)로 신뢰도가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남
2. C-GAS와 K-WISC-III의 상관계수도 .85(p<.01)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남
-> 임상 현장에서 지적 장애 1급이나 2급에 해당하는 아동들의 지적 능력 측정에 있어 GAF, GAS 대신 C-GAS를 사용할 수 있을 것임.
* 월덴지기의 comment
1. 본 연구에서 사용된 C-GAS는 Shaffer 등의 1983년 척도를 임상심리학 박사 1명과 연구자가 번안하여 사용했다고 하는데 모든 척도의 국내 표준화 및 타당화에서 가장 기본이면서도 소홀히 다뤄지는게 번안 과정임. 그런데 이 연구에서는 C-GAS 척도가 제대로 된 번안 과정을 거쳤는지 정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음.
2. 대상의 지능 및 각 평정자에 의한 사례 개별 측정치를 제시한 표 2를 보면 눈으로 보기에도 6번 평정자가 다른 평정자와 상이한 평정을 하면서도 동시에 대부분의 사례를 일관되게 높게 평정하는 걸 볼 수 있는데(평정자 변인) 문제는 10개의 사례 중 8개가 지적 장애에 해당하는 경우인데도 그렇다는 것. 또한 지적 장애가 없는 두 사례의 경우에도 다른 평정자와 차이가 많이 나게끔 낮게 평정한 평정자가 있음. 이 6명의 평정자가 전원 심리학 석사 이상의 학력 소유자인데다 C-GAS 평정 교육을 이수하고 예시 사례 2개를 평정한 뒤 피드백까지 받은 상태에서 연구 사례를 평정한 것을 고려할 때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분명히 제시되지 않고 있음.
3. 본 연구의 제한점에서도 연구자가 설명했지만 평정자와 피평정자 모두 무선 처치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음. 연구자들은 표본집단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연구 절차를 생략할만큼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 이해가 가지 않음. 빨리 논문을 publish해야 할 다른 이유라도 있었던 것임?
4. 부록으로 실려 있는 C-GAS의 내용을 살펴봤는데 과연 지적 장애 아동의 인지, 정서, 행동 영역을 제대로 분류하고 있는지 심히 의심스러운 내용이 많이 섞여 있음. '좀도둑질 같은 간헐적인 또는 단발적인 반사회적 행위', '강박적인 의식', '명백히 치명적인 자살시도' 등이 무분별하게 보일 정도로 흩어져 있어 오히려 사회성숙도 검사의 하위 문항들이 더 안정적으로 보일 지경임.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도 개념적으로 내용 이해가 되지 않는 이런 척도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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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F척도는 전반적 평가척도(GAS)를 변경하여 제작된 것
* C-GAS는 임상가의 평정척도로 평정 대상의 기능 수준은 GAS와 동일하게 설계되었으나, 그 적용대상은 4~16세임.
* C-GAS는 단일척도로서 1점에서 100점까지의 평정이 가능하며, 70점을 초과하면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함.
* 급내상관분석은 동일 연구대상을 측정한 결과의 재현성(reproducibility)을 평가하는데 사용하는 분석법
* 신뢰도를 산출하는 방법들 중 Cronbach's alpha는 일관성을 추론하는 근거가 되지만 일치도를 추론할 수는 없음. 이에 반해 급내상관은 분산분석모형을 적용하고 다수의 평정자들이 평정한 결과에 대한 일관성과 일치도를 평가하게 해 줌(김지윤 등,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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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거창합니다만 그리 대단한 내용은 아니고 선별평가도구로 많이 사용하는 MMPI-2의 D, RC2 척도를 활용해 우울 관련 장애를 개념적으로 구분하는 방법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예전에 MMPI를 사용하던 시절에는 흔히 2-7-0 또는 2-7 code tyep이 전형적인 우울 장애 프로파일이었습니다. 물론 요새도 이 code type 양상이 분명하면 우울 장애를 고려하기는 합니다만 요새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유행하는 진단은 Mixed Anxiety and Depressive Disorder입니다. 아무래도 7번 척도의 상승을 무시하기는 힘드니까요.
하지만 불안까지 함께 고려하면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지기 때문에 오늘은 임상 척도 D, 재구성 임상 척도 RC2 딱 두 개만 갖고 우울 장애와 관련된 진단 가설을 설정하는 걸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원래 임상 척도의 재구성 임상 척도 모두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해석 기준 점수는 65T이나 편의 상 즉각적인 심리치료 또는 약물 치료를 요하는 수준의 개념적 진단 기준인 70T로 설명하겠습니다.
D 척도 상승 : Depressed Mood 상승
RC2 척도 상승 : Positive Emotion 하강
경우의 수는 크게 3가지입니다.
* D 척도 70T 이하, RC2 척도 70T 이상
* D 척도 70T 이상, RC2 척도 70T 이하
* D 척도 70T 이상, RC2 척도 70T 이상
1. D 척도 70T 이하, RC2 척도 70T 이상 -> 기분 부전 장애(Dysthymic Disorder) 고려
depressed mood는 별로 보고되지 않고 positive emotion만 낮은 경우입니다. 상담이나 구조화된 면담에서 내담자가 '사는 재미가 별로 없고 웃을 일도 별로 없다'고 보고하는 것이 전형적인 양상입니다. 우울해 죽을 지경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즐거운 일도 없는 상태가 꽤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작은 스트레스에도 취약할 수 있습니다.
2. D 척도 70T 이상, RC2 척도 70T 이하 -> 우울 장애(Depressive Disorder) 고려
1번 경우와 반대로 depressed mood는 높은 수준인데 positive emotion가 하강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수검자가 우울감을 느끼고 있고 cognitive triad에 해당하는 문제도 보고하는데 그래도 삶의 즐거움이 완전히 소실되지는 않아 buffer 역할을 어느 정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경우는 약물 치료가 필요한 수준인지 알아보기 위해 D척도의 하위 척도에서 D2 정신운동지체 소척도가 어느 정도 상승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로샤 같은 투사법 검사를 추가로 실시하는 게 좋습니다. emotional support를 제공하는 가족 및 주변 사람들이 많을수록 우울에서 빠져나오는게 쉬워집니다.
3. D 척도 70T 이상, RC2 척도 70T 이상 -> Double Depression(Major Depressive Disorder) 고려
depressed mood도 높은 수준이고 positive emotion까지 하강한 경우로 예후가 가장 좋지 않습니다. 대개는 기분부전 장애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오다 발병 시점 앞뒤로 강력한 stressor를 만나 한번 더 추락한 형국입니다. 그래서 double depression이라고 하는거죠. depressive해지기 오래 전부터 긍정적인 정서도 고갈되어 온데다 이러한 긍정적 정서의 고갈이 주변의 지지 체계 부족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작 심각한 우울이 찾아왔을 때 도움을 받을 곳이 아무데도 없습니다.
이 경우는 대개 응급실을 통해 종합병원급의 보호 병동에 입원하는 경우가 많으며 자살 위험성도 높기 때문에 주의 관찰을 요합니다.
DSM-5 기준으로는 Persistent Depressive Disorder가 가장 부합하는 진단명입니다.
덧. 우울 장애의 임상적 진단이 이렇게 쉽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정확한 변별 진단을 위해서는 D, RC2 척도의 조합만 믿지 마시고 다른 심리검사결과와 면담, 배경 정보, 치료력 등을 포괄적으로 함께 고려하셔야 합니다. 위의 내용에만 너무 의존하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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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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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메이트 출판사에서 보내주셔서 읽은 책입니다. 앞으로 심리학 뿐만 아니라 중독에 특화된 책을 많이 내려 한다는 말을 예전부터 들었는데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신 모양입니다.
이 책은 인천 참사랑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계신 하종은 선생님이 쓰셨습니다. 줄곧 알코올 중독 전문 병원에서 일을 하신 알코올 중독 '통'이라고 할 수 있죠.
저는 사실 도박 중독 분야에서 꽤 오래 일했지만 바로 인접한 분야인 알코올 중독에 대해서는 아주 기초적인 지식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습니다. 도박 중독은 행위 중독이고, 알코올 중독은 물질 중독이니 기전도 많이 다르고, 접근법도 많이 다르겠거니 저 편하게 생각하면서요. 그래서 도박 중독에 대한 강의를 할 때마다 도박 중독은 이래서 물질 중독과 다릅니다 라고 차이점을 강조하곤 했었지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대부분이 공통되고 차이점이라고 할 만한 게 거의 눈에 띄지 않더군요. 하종은 선생님이 제 책을 참고해서 쓰신 게 아닐텐데도 제 책과 판박이라고 할 정도로 유사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제 책이 먼저 나온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사실 컨셉이 같아서 그런지 제목도 거의 비슷합니다;;;;). 물론 제 책과 달리 이 책에는 다양한 사례가 많이 실려 있어서 생동감을 더합니다.
결국 중독은 커다란 한 그루의 나무에서 뻗어나간 각기 다른 나뭇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기존의 알코올 중독 서적과 달리 현장에서 오래 일한 임상가의 풍부한 식견이 담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꽉 차 있는데 쉽게 쓰여 있기까지 해 딱딱하지 않고 술술 잘 읽힙니다.
알코올 중독에 대해 궁금한 일반인들은 이 책으로 워밍업을 하셔도 좋을 것 같고, 알코올 중독 분야에서 일을 하려는 임상가들은 다른 개론서를 먼저 보시고 이 책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 책을 읽으시면 분위기까지 익히실 수 있을 겁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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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라는 단어는 중독자를 수동적인 위치에 남겨둔다. 나는 중독자가 회복의 길에 접어든 순간부터 그들을 회복자라고 바꿔 부른다. 회복의 길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들이 처한 현실 역시 변하기 때문이다.
* 완치는 몰라도 완전한 회복은 가능하다.
* 많은 전문가들은 알코올 중독이라는 병에 걸렸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순간이 회복의 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 사람의 마음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상처받지 않는 쪽으로 작용하려는 성질이 있다.
* 언제든지 술을 끊을 수 있기 때문에 술 문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술을 끊을 수가 없어서 술 문제를 부정하게 되는 것이다.
* 인정하려는 마음 없이 지식만 습득했을 때 우리의 마음은 '책을 읽어보니 나는 아직 괜찮아'라며 지식을 이용해 교묘히 문제를 회피하고 합리화해버린다.
* 밑바닥은 절망의 끝에 우연히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고 다져야 하는 회복의 전환점인 것이다.
* 애주가에게는 필름 끊김 현상이나 심한 주사 같은 중독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징후는 알코올 농도가 0.15 이상은 되어야 나타난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은데도 계속 술을 마실 수 있는 건 술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 "저 역시 언제든지 술을 끊거나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언제가 지금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 알코올 중독은 반복되는 과속 때문에 브레이크 장치가 파열된 상태와 같다.
* 반복되는 과음으로 인해 불운하게도 뇌가 의존성을 체득하고 술을 조절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되면 영원히 애주가로는 살 수 없다. 뇌는 한 번 손상을 받거나 변형되면 거의 회복되지 않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 술을 끊기 가장 좋은 최적의 시기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 알코올 중독의 유형
- 종일 음주형
- 저녁 폭음형
- 휴일 폭음형
- 단주 폭음 반복형
- 키친 드링커
* 중독자가 어떤 모습이든지 간에 그나마 현재가 가장 나은 상태다.
* 알코올 중독으로 진행할 특징은 다음과 같다. 술을 통해 근심 걱정을 덜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가 남들보다 더 강하게 나타난다. 반면 술을 마실 때 느끼는 고통이나 숙취 등 부정적인 효과는 약한 편이다.
* 위기 단계에서도 일시적으로 술을 끊거나, 덜 독한 술로 주종을 바꾸는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은 자신이 알코올 중독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자기 위안에 그친다.
* 중독자가 맞는 미래는 3가지 밖에 없다. 하나는 죽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병원에 격리되어 여생을 보내는 것이다. 마지막 하나는 술을 끊고 회복되는 것이다.
* 회복자의 표정이 나아질 수 있었던 비결은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이라도 더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 바로 그것이다.
* 알코올 중독에 걸렸다고 할지라도 술만 끊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 결코 그렇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술을 끊으면 그때부터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
* 변화의 첫 단계는 마음을 깨우는 것이다. 숙고 전 단계에 있는 중독자는 단지 자신의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이런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면 알코올 중독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 숙고 단계에서는 양가 감정이 중요한데 중독자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근본적인 질문으로는 "원래 나의 인생 목표와 가치관이 무엇이었는가?'와 같은 것들이 있다.
* 단주를 시작한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내가 어떤 행동을 실천하고 있는가'이다.
* 술을 끊은 이후의 삶이 술을 끊기 전보다 행복하지 않다면 이를 유지하는 것은 요원해진다. 술 없이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개발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 과거의 세월보다는 오늘 이 순간 술을 마시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만성화된 심한 중독자는 전체 알코올 중독자 중 9%
* 일단 알코올에 중독되면 치료 없이 의지만으로 이 병에서 벗어나는 것은 결단코 불가능하다.
* 중독성 사고는 어떻게 표현되는가?
- 시간 개념이 왜곡된다. : '오늘 하루만 생각하기'
- 중독성 사고는 부정(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 합리화(술을 마실 수 밖에 없는 핑계를 만들어내는 것), 투사(자신의 잘못을 제 3자에게 전가하는 것)로 구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술로 인해 마비된 감정과 혼란을 극복하는 것은 회복을 위한 중요한 과제다. 술이 노리는 표적은 결국 사람의 감정이다.
* 자신감을 회복하지 않는 한 중독성 사고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 밑바닥이란 모든 것을 잃는 재앙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밑바닥 경험은 중독자가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야겠다는 결심을 하도록 만드는 어떤 사건이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 중독성 사고는 단주 이후에도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력자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 중독성 사고를 극복하는 또 다른 방법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 알코올 중독 환자는 일반인보다 7배 정도 사망률이 높고, 평균 수명도 20년 가량 짧다. 세계적인 통계에 의하면 술은 질병과 신체장애를 유발하는 세 번째로 위험한 요인이다. 세계적으로는 매년 250만 명이 술 때문에 사망한다.
* 중독자들은 놀라울 정도로 술을 조절해서 마시는 '절주'의 가능성에 집착한다.
* 술이 없는 무인도에 가서 술을 안 마시거나, 몇 개월을 폐쇄 병동에 입원해서 술을 안 마시는 것은 진정한 회복이라고 볼 수 없다. 회복의 과정은 술 없이도 대인 관계를 맺고 스트레스를 풀며 감정을 처리하면서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것이다.
* 치료를 동반하지 않는 단주는 대개 일시적이고 아무런 의미가 없다.
* 회복의 과정에 참여하는 행위는 단주에 대한 확신과 동기를 유지하는 가장 쉬운 비법이다.
* 과거에는 알코올 중독을 치료할 때 '첫 잔을 마시는 순간 재발이 시작된다'라는 말이 자주 통용되었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치료를 포기하는 순간 재발이 시작된다'라는 말이 더 많이 사용된다.
* 중독자의 자살률은 일반인보다 100배 가량 높다.
* 감별 진단을 하기 위해 가장 널리 통용되는 방법은 한동안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 술로 인해 생기는 정신적 증상들은 대개 3~6주간 단주를 하면 거의 사라진다. 그러나 그 이상 술을 끊었는데도 우울증과 불안증이 지속되거나 오히려 악화된다면 별개의 치료가 필요하다.
* 술을 마시면 기분을 회복하게 해주는 물질인 세로토닌의 기능이 저하된다. 우울할 때 술을 마시면 자살률이 증가하고, 다른 물질을 남용하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 알코올에 중독된 환자 중 10~15%는 자살로 사망한다. 그리고 모든 자살의 25%는 술 때문에 일어난다.
* 공황장애 환자 중 36%, 강박장애 환자 중 33%, 공포증 환자 중 23%가 알코올과 관련된 장애를 겪는다.
* 불면증이 있는 사람들은 흔히 몇 시에 잠에 드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불면증에서 회복되는 방법은 일어나는 기상 시간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 이성은 주로 뇌의 신피질이 담당한다. 감정은 변연계가 맡는다. 술은 신피질을 마비시켜 변연계를 통제할 수 없게 만든다. 즉 술에 취하면 이성이 감정을 조절할 수 없게 된다.
* 감정적 성숙을 도모하는 사람이야말로 회복의 길에 안정적으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적어도 3가지 일에 대한 계획을 세우자. 여기서 3가지란 내가 꼭 해야 하는 일, 나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일, 내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다.
* 알코올 중독의 가장 치명적인 적은 분노다.
*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상황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 한국인 7~8명 중 1명(13.4%)은 알코올 사용 장애를 앓는다. 특히 남성의 경우에는 5명 중 1명(20.7%)꼴이다.
* 미국의 국가적 연구에 따르면 만성화된 심한 중독자는 전체 중독자 중 9% 밖에 되지 않는다.
* 회복의 비법 중 하나는 한시라도 일찍 시작하는 것이다.
* 미국의 대규모 공존질환조사에 따르면 여성 중독자의 2/3은 술 문제가 생기기 전에 우울증을 먼저 앓는다. 남성의 경우는 이와 반대로 술을 마시다 보니 생물학적, 심리적, 상황적 요인들 때문에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 여성이 관계에 목말라 있다는 것, 마음에 상처를 품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중요한 치료적 동기가 되었다.
* 미국의 국가적 연구에 따르면 만성화된 심한 중독자는 전체 중독자 중 8% 밖에 되지 않는다.
* 중독자의 자녀는 일반인에 비해 중독자가 될 확률이 4배 정도 높다.
* 청소년 시기에 술을 마신 사람은 어른이 된 뒤에 알코올 중독에 걸릴 확률이 정상 인구에 비해 5배 정도 높다. 그뿐만 아니라 습관성과 중독성을 체득하게 되어 게임이나 도박, 다른 약물에 중독될 위험도 높아진다.
* 인간의 뇌는 20대 초반까지 계속 성장한다. 특히 이성적인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은 사춘기 후반에 빠르게 성장한다. 청소년기에 전두엽의 대뇌피질(회백질)이 잘 발달해야 감정을 조절하고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이 때 술을 마시면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질풍노도의 시기와 같은 감정의 격변이 지속된다. 그 결과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이 그 사람의 인격으로 자리 잡는다.
* 일반적인 노인 치매는 기억력 장애나 언어장애부터 두드러지는데 반해, 알코올성 치매는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에도 심각한 문제가 초래된다. 화를 잘 내고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다. 기억 중추와 함께 사람의 성격, 감정, 행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이 특히 술로 인해 쉽게 손상받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 부모 중 한 사람이 알코올중독자일 경우 아들이 이를 물려받아 중독자가 될 확률은 보통 사람의 4배에 이른다.
* 한국인의 1/4 정도는 중독이 잘 되지 않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 차라리 아버지처럼 되어버리는 것을 선택하는 것을 공격자와의 동일시(identification with aggression)라고 한다.
* 중독자의 자녀가 아주 착하고 바른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 아이들은 성장해도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갈 수 없다. 특히 자신의 가정을 꾸릴 때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심한 경우에는 아버지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무의식적인 죄책감 대문에 자신도 모르게 중독자 성향이 있는 배우자와 결혼하는 반복강박(repetition compulsion)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 중독의 대물림을 끊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현재 중독자인 아버지가 회복하는 것이다.
* 술에 취해 하는 이야기는 오히려 진심과 거리가 멀다. 조절되지 않은 감정, 특히 분노는 술이 만들어낸 감정이지 본래의 마음은 아니다.
* 알코올 중독은 가족 때문에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중독은 가족병입니다.
* 술을 끊으려면 술로 인해 생기는 고통을 처절하게 경험해보아야 한다.
* 중독자가 술을 끊는 순간은 술을 마시는 고통이 술을 끊는 고통보다 더 크게 느껴질 때다.
* 공동의존을 겪고 있는 가족의 구체적 양상
- 순교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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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친구형
- 냉담자형
* 주변 사람들이 걱정해서 충고를 할 때 중독성이 강한 사람일수록 역으로 현실을 강하게 부정할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이때 주변 사람들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면 실타래가 꼬이기 시작한다.
* 중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현실을 직시하라는 것이다.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이유는 여전히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회복에 나서라는 것이다.
* 중독자가 아닌 나만을 위한 시간을 당당히 허락해야 한다. 나만을 위해 휴식을 취하고 취미 생활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외출을 하자. 나의 정서가 안정되어야 그 다음 노력을 할 수 있다.
* 중독자가 술을 마시는 것을 감시하느라 지치지 마십시오.
* 중독자가 술 마시는 이유를 찾아서 해결해준다고 해도 그는 다른 이유로 또 마신다. 중독자가 왜 술을 마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 확신하고 실천하라.
- 단주를 결정하라!
- 첫 잔을 피하자!
* 나는 술을 절대 마시지 않는 회복자입니다. 라는 말을 기꺼이 할 수 있어야 술을 거절할 수 있고 자신감을 가지고 사람들을 대할 수 있다.
* 누구나 한번쯤은 말로 감정을 표현하면서 마음이 진정되는 효과를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갈망감도 마찬가지다. 갈망감을 언어로 표현하다 보면 그 자체로 오래지 않아 갈망감이 누그러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고 이해를 받는 과정은 의사소통능력은 물론 관계와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 배고픔, 화, 외로움, 피곤함(HALT)은 흔히 갈망감을 불러 일으킨다.
* "한 잔 마신다고 큰일이야 나겠어? 오늘 같은 날 딱 한 잔만 마시라고!" 술을 거절할 때는 얼마나 빨리 "아니오!"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시간을 지체하거나 머뭇거리며 눈치를 보는 동안에 '한 잔쯤이야!'라는 생각이 빈틈을 파고든다. "아니오! 저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술을 권했을 때 내뱉는 첫 마디는 반드시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단호한 표현으로 시작해야 한다. 상대의 시선을 피하지 말고 직접적으로 마주보면서 명확하고 망설이지 않는 단호한 태도로 이야기한다.
* 재발을 경고하는 증상
- 술을 조절할 수 있다는 미련을 가진다.
- 스트레스가 늘어난다.
- 생활리듬이 깨진다.
- 우울해지거나 불안해진다.
- 금단 증상과 갈망감이 증가한다.
- 삶의 목표가 사라진다.
* 알코올 중독은 입원 치료 밖에 방법이 없다면서요? 가족, 심지어 중독자 본인마저도 알코올 중독의 치료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중독자는 치료 의지가 없기 때문에 강제로 입원을 시키는 수 밖에 없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다른 모든 병과 마찬가지로 알코올 중독의 치료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 병을 이겨내려는 마음가짐이다. 환자 스스로 통원 치료와 단주모임 참여를 병행하는 방법이 오히려 이상적인 치료에 가깝다.
* 항갈망제는 상당히 안전한 약에 속한다. 대부분의 부작용은 경미하다. 또한 의존성이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장기간 복용해도 몸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날트렉손과 아캄프로세이트는 약의 도움 없이 단주를 하는 사람들에 비해 단주에 성공할 확률이 2배 정도 높아진다. 날트렉손을먹으면 갈망감이 줄고 설사 술을마신다고 해도 과거와 같이 큰 즐거움을 느끼지는 못하게 된다. 이 약의 또 다른 장점은 하루 한 알만 먹으면 된다는 것이다. 대신 날트렉손을 과량 복용할 경우에는 간에 해로울 수도 있다. 그러나 원래 가지고 잇는 간질환이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 날트렉손이 폭음을 막는데 조금 더 효과가 있다면, 아캄프로세이트는 재발을 막고 단주를 유지하는데 강점이 있다. 신장을 통해 배설되기 때문에 간이 좋지 않아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 반면에 신장이 나쁜 사람들은 유의해서 처방받아야 한다.
* 10명 중 1~2명 만이 성공적으로 술을 끊는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사실이 있다. 이 1~2명은 정말 성공적으로 술을 끊더라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2년 이상 단주를 유지한 사람이 10년 간 단주를 유지하는 비율이 80%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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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6년 전 쯤에 포스팅한
'심리평가에서 건강한 심리적 자원을 찾아내는 것의 중요성'이라는 글에서 임상 심리 파트의 수련 과정이 수검자의 문제점을 골라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정작 현장에 투입되어 심리치료나 상담을 진행해야 할 때 꼭 필요한 장점과 건강한 심리적 자원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검자의 장점과 건강한 심리적 자원은 어떻게 찾아낼 수 있는 걸까요? 검사를 할 때마다 '이 수검자의 장점은 뭐지? 어떤 자원이 있는 걸까?'하고 고민만 하면 찾아낼 수 있는 걸까요?
물론 그런 조망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수련 과정이 문제점만 찾아내는 것에 온통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개인이 그런 마음만 먹는다고 그게 쉽게 되나요?
하지만 몇 가지 도움이 되는 실천 방법은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꼭 필요한 건 평가자가 수검자를 상담 또는 심리치료를 직접 하는 겁니다. 이것만큼 수검자의 장점 찾기에 도움이 되는 연습은 없습니다. 얼핏 보면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정작 심리치료/상담을 하려면 내담자의 장점과 자원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합니다. 치유 효과를 가져오는 건 바로 그거거든요. 그러니 자신이 평가한 수검자를 상담/심리치료를 한다고 하면 심리평가를 할 때도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하지만 이건 실질적으로는 좀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이, 심리평가를 담당하는 임상가가 심리치료와 상담까지 원 스탑으로 진행하는 기관이 많지 않죠. 오히려 요즘 추세는 분업화를 통해 상담자와 평가자, 사례관리자를 엄격히 구분하는 겁니다(물론 저는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반대합니다만).
그래서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평가자가 심리치료나 상담까지 진행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좀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자신이 심리평가만 실시하고 상담이나 심리치료는 다른 사람이 담당하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 경우는 최소한 평가자가 수검자에게 직접 해석 상담을 해야 합니다. 임상심리 파트의 수련 과정에서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해서 의뢰자(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회복지전문가, 정신보건전문간호사 등)에게 넘기고 난 뒤를 가르치지 않는데 수검자의 문제점으로 빼곡한 심리평가보고서를 들고 해석 상담을 하는 곤혹스러움을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다음부터는 저도 모르게 수검자의 장점과 심리적 자원을 찾을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정리해보면
평가자가 수검자에게 직접 해석 상담을 해야 하는 이유는 수검자의 장점과 심리적 자원을 찾기 위한 연습을 독려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상담 및 심리치료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더 좋지만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해석 상담만이라도 꼭 직접하도록 노력해보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도움이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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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전공자들에게는 굳이 이야기 할 필요 없어서 안 하지만 제가 상담자들을 만나는 자리(강의, 수퍼비전, 세미나 등)마다 매번 마르고 닳도록 말씀드리는 주제가 하나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 공부를 해야 하고 이제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게 뭐냐...
바로
정신병리학과 정신의학진단체계입니다. 둘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니 결국은 정신의학(더 깊게는 정신약물학까지)을 공부하라는 말이 되겠습니다.
제가 수련받던 당시와 달리 상담 분야에 계신 전문가들도 이제는 심리평가의 필요성과 유용성에 눈을 떴기 때문에 심리검사도구에 대해서는 공부하려 하고 활용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정신의학에 대해서는 그걸 꼭 배워야 하는지 의구심을 갖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상담과 임상이 어느 정도 분리되어 있어 증상이 심하고 진단을 받아서 약물 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는 병원에 가고, 심리적인 문제만 있고 그 정도 역시 심하지 않아 상담으로 충분히 치유가 가능한 '내담자'는 상담 기관으로 왔기 때문에 굳이 정신병리학이나 정신의학진단편람을 공부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상담의 수요가 폭증하여 상담자의 공급이 달리는 것과 맞물려 병원과 상담 기관의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고 있는데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는 것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많이 약해져서 약물 치료까지는 필요하지 않지만 대인 관계 갈등이나 부적응 등의 문제로 상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병원에 많이 갑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점점 임상심리학자에게 심리치료의 영역을 개방하는 추세입니다(제가 수련받던 당시만 해도 병원에서 임상심리학자가 할 수 있었던 건 의사가 리드하는 집단상담의 co-therapist로 들어가는 정도가 고작이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담 현장에는 점점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심한 '환자'군이 늘고 있습니다. 살기가 힘들어지고 사람들이 버틸 수 있는 정신력이 점점 더 고갈되어 그런 것인지, 상담의 대중화로 인해 그동안 대증 요법에만 기대던 사람들이 이제는 제대로 된 도움을 받기 위해 나오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상담만으로는 치유의 한계가 있는 사람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심리평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상담자들에게 물어보면 조현병(과거의 정신분열병)인 것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내담자가 너무나 많아져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심리평가를 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답을 자주 듣게 됩니다.
그만큼 정신병리적인 지식과 진단 기준을 알아야 사례 개념화를 할 수 있는 내담자의 수가 만만치 않게 많아졌다는 것이죠.
상담자가 정신의학을 공부해야 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이미 병원 등 다른 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들이 찾아올 경우 진단서, 의료 기록, 병력 청취 등을 통해 어떤 문제로 그동안 치료를 받아왔는지 알아야 하고 그러자면 정신병리학에 대한 지식이나 진단 기준 등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DSM과 같은 정신진단편람을 임상심리학자만 익혀야 하는 시대는 이미 가고 있습니다. 물론 상담가와 임상심리학자의 직능이 엄격히 구분되어 있는 일부 기관에서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그렇더라도 상당한 불편을 느낄테고 상담자가 직접 심리평가를 실시하고 진단편람에 의거해 진단까지 해야 하는 기관으로 옮길 수가 없을테니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는 위험 부담도 감수해야 할 겁니다.
임상심리학자들이 상담을 공부해야 하는 만큼 상담심리학자들이 심리평가, 정신의학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선생님들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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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수련을 받던 과거에도 그랬고 아마 지금도 여전히 대부분의 기관에서 그럴텐데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 실시하는 심리평가는 심리평가보고서 작성까지는 하지만 해석 상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많이 늘었다고는 해도 심리치료나 상담을 임상심리전문가/임상심리사가 담당하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임상가는 refer(스스로를 격하시키는 order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받은 수검자를 심리평가하고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한 뒤 이를 chart에 끼우는 걸로 심리평가 절차를 마무리합니다.
의사 선생님들이 충실한 해석 상담을 해 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일단 환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개개인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여력이 없고 무엇보다 심리평가보고서를 꼼꼼히 해석할 능력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심리평가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는 임상심리학자가 향정신성약물에 대해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대충 눈에 띄는 내용을 중심으로 설명할 수 밖에 없고 심리평가보고서를 아예 보여주지도 않는 병원이 태반입니다. 아니 오히려 심리평가보고서를 환자에게 보여주는 병원의 수가 훨씬 더 적을 겁니다.
최근에는 상담 현장의 심리평가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에 심리평가에 대한 관심도 높고 실시도 많이 하는데 병원 장면과 달리 해석 상담의 필요성과 유용성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인식하고 있지만 내담자를 전담하는 상담자와 심리평가만 실시하는 임상가가 구분되어 있지 않은(지나치게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는 것도 사실 문제입니다만) 기관의 경우 상담자가 지속 상담 중간에 여러가지 필요(정확한 진단을 위해, 상담이 벽에 부닥쳤다고 느껴 돌파구가 될 정보가 필요해서 등등)에 의해 심리평가를 실시하게 되는 경우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고 그냥 심리검사 자료만으로 상담에 활용하고 마는 걸 자주 봅니다.
심리평가보고서란 심리평가 결과를 관련 전문가들이 손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공통의 용어로 정리한 치료 기록의 일종인데 그걸 작성하지 않는다면 결국 원자료를 각자 필요할 때마다 알아서 해석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래서는 안 되죠.
정리하자면,
병원에서는 해석 상담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고,
상담 현장에서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러나 심리평가,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해석 상담은 한 세트로 이루어진 절차라서 어느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되고 소홀히 해서도 안 됩니다.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가(상담자이든 임상심리학자이든 간에)는 반드시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시고 가능한 한 심리평가를 실시한 임상가가 수검자에게 직접 해석 상담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기관에 따라 해석 상담만 담당하는 상담자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업무의 편의성을 위한 일종의 편법일 뿐 내담자를 위한 올바른 심리평가 실시 절차가 아닙니다.
워낙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가는 반드시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시고, 이를 바탕으로 손수 해석 상담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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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병원도 그렇지만 요새는 클리닉이나 상담 센터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게 바로 분노 폭발을 보이는 아동/청소년들입니다.
가볍게는 자주 짜증을 내는 것에서부터 temper tantrum, 욕설, 심하게는 부모를 때리는 것에 이르기까지 행동의 spectrum도 꽤 넓은 편입니다. 그대로 두면 더 심한 행동 문제로 발전할 지 몰라 두려운 부모가 데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예전에는 소아기 양극성 장애를 의심받았고 DSM-5가 나온 뒤로는 Disruptive Mood Dysregulation Disorder(DMDD)로 진단 받곤합니다.
DMDD는 우울 장애이니 분노 폭발을 보이는 아동/청소년을 소아기 우울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결론내리는 것이죠. 진단이야 어쨌든 그냥 항우울제만 먹여서는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분노 폭발을 보이는 역동이 생물학적 기전으로만 설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여러가지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영향이 더 크죠.
그래서 분노 폭발이 주 호소인 아동을 case formulation 할 때 점검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1. 지능(특히 언어성 지능)이 낮지 않은가
지적 제한, 특히 언어성 영역의 지체가 있어 의사 표현이 자유롭지 않은 아동/청소년의 경우 손쉽고 익숙한 행동화에 의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이 부적절한 방식으로 강화되면서 패턴화되면 분노 폭발처럼 보이는 것이죠.
2. 만성적인 욕구 좌절을 경험한 건 아닌가
불안정 애착 문제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는 PCRP입니다. 기질적으로 또는 환경적으로 충분한 욕구 만족 경험이 없고 반복적으로 기본적인 욕구가 좌절되고 이러한 문제가 만성화되었을 경우 분노가 내재화되어 있다가 관련 자극에 노출되면 표출되는 경우입니다. 대개는 욕구 좌절을 야기한 대상에 국한되지만 일반화된 경우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도 즉시적인 욕구 만족이 되지 않으면 쉽게 분노 폭발을 보이게 됩니다.
3. 비전형적인 ADHD는 아닌가
일반적으로 ADHD는 분노 폭발로 인해 야기되는 행동화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간혹 비전형적인 ADHD는 잦은 분노 폭발을 보일 수 있습니다. 충동성 문제와 더불어 당연히 주의 집중력, 과잉 행동 문제도 함께 나타납니다.
4. 간헐성 폭발성 장애는 아닌가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의심받지만 실제로는 가장 가능성이 낮은 경우가 바로 간헐성 폭발성 장애(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입니다. 이 진단은 성인의 경우에도 가장 마지막에 변별해야 하지만 아동/청소년의 경우에는 더욱 가능성이 작아서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만 그래도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앞에서 제시한 문제들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으면 한번쯤은 진단 기준을 고려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네 가지 점검 사항이 서로 배타적이 아니라는 겁니다. 즉 중복되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죠. 비전형적인 ADHD면서 동시에(또는 그렇기 때문에) 만성적인 욕구 좌절을 경험하게 되는 아동도 있을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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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이화여대 명예교수인 이근후 선생님이 쓰신 나이 듦의 지혜를 다루는 책입니다.
저는 못 읽어봤지만 20만 명에게 읽힌 '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의 저자 김선경이 이근후 선생님의 이야기를 엮어서 펴낸 책이죠.
저는 아직도 제가 한창 젊다고 생각하지만 요새 들어 제 윗선배들이 추하게 늙어가는 모습이 자꾸 눈에 걸리는 걸 보면 이미 저도 모르게 나이들고 있나 봅니다. 언제인지도 모르게 갑자기 노추가 되지 않기 위해 아름답게 늙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거든요.
이 책은 제목에 확 끌려서 구매했는데 특히 '재미'라는 단어에 꽂혔습니다. 월덴 3를 자주 방문하는 분들이라면 익히 아시겠지만 제게 가장 중요한 가치관 중의 하나가 '재미'거든요. 아무리 있어 보여도, 아무리 남들 보기에 근사해도, 제아무리 많은 돈을 벌 수 있어도 저는 재미가 없으면 극구 피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 인근 분야에서 50년 이상을 일하신 노 임상가가 들려주는 재미있게 나이듦의 비결이 대체 뭔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서평을 보면 저자의 가족들이 부럽다, 며느리가 부럽다, 가족애가 부럽다는 내용이 많은데 저는 그런 건 별로 궁금하지 않았어요. 단지 재미있게 나이듦 하나만 봤습니다.
그리고 읽기를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선택한 인생길이 제가 원하는 길이 맞다는, 모르긴 몰라도 재미는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재미있게 나이들고 싶은 분들이라면 한번쯤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닫기
* 러셀은 말했다. "재미의 세계가 넓으면 넓을수록 행복의 기회가 많아지며, 운명의 지배를 덜 당하게 된다"고.
* 나이 들어 좋은 점은 딱 하나, 더 이상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다는 점이다. 자존심을 세워 주는 그럴 듯한 자리라도 나는 명예보다는 즐거움, 책임보다는 재미를 택하면서 살기로 했다.
* 인생은 어느 시기건 그에 알맞은, 그때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그것을 충분히 느끼며 산다면 성공한 인생이다.
* 소위 고부갈등은 서로에게 싫다, 좋다는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데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 소로가 말했다. "사랑은 솔직하고 정직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성립한다"
* 아들딸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알고 싶은데, 도통 말을 안 한다고 원망하지 말고 10퍼센트에서 출발해 보라. 우선 중요한 것은 말을 거는 것이다.
* 긴 노년의 시간을 잘 보내고 싶다면 막연한 바람이나 환상을 떨쳐 버리고, 시간을 편안히 보내겠다는 생각 대신 시간을 마음껏 쓰겠다고 생각하라.
* 자유로움은 구할 때까지 어렵지, 한번 실천하고 나면 무척 쉽고 행복하고 시원하다. 나를 옭아매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핑계 대지 말고 한번 실천해 보고 벗어나 보고 깨트려 보라. 생각보다 간단하고 쉽다.
* 존 러스킨은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무엇으로 채워가는 것이다.
* 부모가 자식에게 남겨줄 수 있는 최고의 재산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부모는 정말로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았다'고 느끼는 것이다.
* 나이 들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지혜는 '받아들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덧. 이 책은 e-book으로 읽었기에 북 크로싱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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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뭔가 거창해보이지만 사실 별 거 아닙니다.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현장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건지에 대한 개인적인 예측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예전에는 심각한 정신병리적 문제로 진단이 필요한 수검자(환자)는 정신건강의학과의 임상심리실을 방문하여 심리평가를 받았습니다. 상대적으로 학교나 민간 상담센터에는 그렇게 심한 문제를 가진 수검자가 별로 오지 않았지요. 그래서 병원만큼 심리평가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더랬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심리학의 발전(질적인 발전까지 견인하지는 못하고 있지만)과 홍보의 영향(시대의 추세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으로 일반인들의 심리학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다양한 심리적 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져서 심리적 문제가 생겼을 때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기 이전에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의 수가 많이 늘었습니다. 특히 어떤 증상때문이 아니라 대인 관계 갈등 문제나 직무 부적응 등 사회 생활 전반에 걸친 다양한 문제로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수도 많이 늘었죠.
다른 한편에서는 팍팍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게 되면서 예전보다 정신과적 문제를 겪는 사람의 수 자체가 많아졌습니다. 수요 자체가 폭증하게 된 것이죠. 이 수요를 병원에서 모두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상담 센터를 방문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상담 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 심리학자들에게 심리평가 능력이 요구되고 실제로 심리평가를 실시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심리평가에 대한 강의나 supervision을 원하는 개별 상담자와 기관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제가 supervision을 할 때 접하는 케이스도 예전에는 주로 연애 실패, 학교 부적응, 부모-자녀 관계 등의 다소 mild한 문제에서 요새는 강박 장애, 섭식 장애, 성격 장애, 심지어는 조현병까지 스펙트럼이 많이 넓어지고 다양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새 입버릇처럼 상담자들에게 DSM 진단 체계와 정신병리학을 공부하라고 신신당부를 하곤 합니다.
이와 반대로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는 진단을 내리기에 애매한 문제를 가진 수검자의 수가 늘고 있습니다. 호소하는 증상만 보면 뭔가 변별 진단을 내려야 할 것 같아서 종합심리평가를 해 보면 검사 sign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호소하는 증상만큼 심한 수준이 아닌 경우가 많아진 거지요. 그러나 여전히 의사들은 진단을 선호(그래야 약물 치료를 편하게 할 수 있으니)하기 때문에 진단 없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임상 심리학자들은 혼란에 빠지는거지요. 게다가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심리치료나 상담을 본인이 직접 하지 않는 병원 임상가들이 많다 보니 진단을 내리지 못할 때 어떤 제언을 해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 현장에 계시는 분들은 심리평가 실시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병리학 공부와 함께 DSM 진단 체계에 익숙해지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임상 현장에 계시는 분들은 더 이상 변별 진단에만 치중하는 심리평가 의존에서 벗어나 심리치료와 상담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러한 치료적 목표에 따른 제언을 심리평가보고서에 작성하는 연습을 지금부터라도 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case formulation을 하는 틀이 지금과 다르게 바뀌는 것이죠.
사실 이건 예측이라고 할 것도 없이 이미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이고 이러한 추세는 점점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상담 심리학회에서 상담심리전문가 수련 과정 중 5년차 이상의 임상심리전문가에게 심리평가 supervision 받는 것을 허용하기 시작했고 임상 심리학회에서 치료 기법에 대한 워크샵을 대대적으로 열고 전문가의 치료 사례 회의를 강화하는 게 무엇을 시사하는지 아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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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병욱 선생님이 쓰신 '프로이트, 인생에 답하다(2012)'를 북 크로싱합니다.
지금까지 정신분석을 다루었던 많은 책들처럼 수많은 전문용어가 난무하지 않고 '무의식',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반복 강박' 정도의 개념만으로 우리네 인생의 많은 어려움들을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기존의 칼럼들을 모아서 쓴 책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호흡이 짧아서 듬성듬성 읽기에는 편합니다만 대체로 연결성이 있는 책을 더 좋아라하는 제 독서 습관 상 선호하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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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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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병욱 선생님이 쓰신 책입니다. 잘은 몰라도 한국정신분석학회 회장까지 역임하신 분이니 정신분석에는 일가견이 있으실테고 그렇다면 정신분석에 대해 잘 풀어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당연할텐데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실망스러운 책이었습니다. 실망한 이유에 대해서는 뒤에서 말씀드리기로 하고 일단은 이 책의 장점부터...
사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은 책의 맨 앞장에 출판사에서 덧붙여 놓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다음과 같은 말이 총정리한다고 봐도 됩니다.
"정신분석의 목적은 거창한 것이 아니고 다만 현실적인 불행을 자신의 내면적인 갈등의 영향을 받아서 지나치게 불행한 것으로 경험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신분석을 다루었던 많은 책들처럼 수많은 전문용어를 난사하면서 머리 아프게 하지 않고 '무의식',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반복 강박' 정도의 개념만 갖고 인생 어려움의 원인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모든 문제의 원인 규명이 깔끔하게 떨어져서인지 몰라도 인터넷 서점의 리뷰들은 대체로 호평 일색입니다. 실제로 이병욱 선생님이 글을 쉽게 쓰시는데다 글 읽는 맛도 괜찮아서 책장도 술술 잘 넘어갑니다.
자, 그럼 저는 왜 실망했을까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제 기준으로도 별로 새롭게 공부가 되는 내용이 별로 없는 것도 실망스러웠지만(그래서 나중에 다시 보려고 챙겨둔 내용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가장 실망스러운 점은 내용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는 겁니다. 아마도 정신분석에 대한 칼럼들을 모아 두었다가 책으로 엮으신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칼럼 분량의 토막글들이 서로 연결되지 못하고 따로 놉니다.
칼럼을 읽듯이 쉬는 틈틈이 펼쳐서 짧게 읽기는 좋지만 저처럼 뭔가 기승전결의 흐름이 있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래도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정신의학, 심리학, 임상/상담 전공자들께는 추천하지 못하겠습니다. 일반인들이 공부 부담없이 편하게 읽기에는 괜찮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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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이트의 정신 결정론(psychic determinism)
* 프로이트의 반복 강박(repetition compulsion) 개념
* 성숙한 자아의 형성이 바로 정신분석이 지향하는 목표다
* 프로이트는 초자아의 기능을 이드의 충동을 억제하는 차원에서 주로 언급했지만, 오히려 초자아가 이드를 충동질해 잔혹한 행동을 저지르게끔 유도하기도 한다. 초자아에 심각한 왜곡이 생길 경우 특히 그렇다. 이때 무력해진 자아가 하는 일은 자신이 저지른 부도덕한 행위를 적절하게 합리화시키는 것이다.
* 인간의 잔혹행위들에 대해 프로이트의 자아심리학이 설명해줄 수 있는 부분은 실제로 많지 않다. 그러한 부분은 오히려 대상관계이론이 답해줄 수 있다.
*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컴플렉스(complex)란 억압된 욕구를 중심으로 무의식 안에 결집된 관념들의 복합체를 가리킨다. 그래서 정신분석에서는 열등감이 아니라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 더욱 중점을 두어 인간의 내면을 탐색한다.
* 영국의 저명한 정신분석학자 도날드 위니콧은 유아기에 형성되는 이행기 환상 및 공간에 대한 이론을 통해 성인기의 심리현상을 설명하고자 했다. 그는 인간의 종교, 예술, 과학적 영감의 원천으로 이행기 현상에 주목하고 이 모든 현상들이 엄마와 떨어져 홀로 남겨진다는 불안을 해소하는 대용물, 다시 말해 이행기 대상(transitional object)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 프로이트는 금욕을 요구하는 종교 자체를 신경증적인 현상으로 간주
덧. 이 책은 소울메이트 출판사에서 선물로 보내주셔서 감사히 읽었습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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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상담 불문하고 최소한 supervisor라면 이 정도의 역할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1. 정확한 지식 전달
임상가들이 수련 과정에서 반드시 익혀야 할 지식과 정보를 그동안 학회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었다면 이미 현장 supervisor들의 애로사항이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 분명합니다만 제가 10년 이상 학회를 지켜본 결과 난망한 일이므로 어쩔 수 없이 각개격파, 구명도생하셔야 합니다. 문제는 수련 현장에 따른 차이가 꽤 크다는 것인데 그나마 많은 환자가 몰리고 정신건강의학과 수련 과정과 접점이 많아 최신 지식을 업데이트할 수 밖에 없는 종합병원급 기관은 일이 많아서 힘들어 죽을지언정 실력은 늘 수 밖에 없습니다. supervisor도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이 자기계발을 해야 하니까요(물론 그런 기관에서도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시간만 죽이고 앉아 있는 무능한 supervisor도 있습니다만 그건 개인적인 문제이니 여기에서는 논외로 하고요). 예를 들어 최근에 DSM-5가 출시되었는데 번역판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눈치만 보는 건 supervisor의 자세가 아닙니다. DSM-5는 도입 시점이 문제이지 DSM-IV를 계속 쓸 수는 없을테니까요. 그러니 당장 원판을 구입해서 읽고 정리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북 세미나 한답시고 엄한 레지던트 선생님들에게 번역, 정리 맡기는 짓 하지 마시고요.
supervision을 할 때에도 reference가 있는 지식과 자신의 체험에 기반한 지식을 구분해서 전달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자신이 전문가가 되기 이전에 윗 supervisor에게 배웠던 지식만 알음알음 끌어모아서 울궈먹을 수 있거든요. 제가 최근에 제 supervisee 선생님들께 reference를 자주 물어보는데 제대로 답변하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근거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연습이 안 되어 있다는 거지요. 그러니 supervisor들께서는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고 그 지식이 항상 업데이트되어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는 걸 아셔야 합니다.
2. 동기 부여
첫 번째 역할로 말씀드린 정확한 지식 전달보다 더 중요한 것이 동기 부여이며, 동기 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정확한 지식 전달도 요원한 일이 되고 맙니다. 임상, 상담 현장의 일이 재미있고, 호기심이 샘솟으며,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공부하는 게 즐거워야 계속 하고 싶고 그래야 정확한 지식을 습득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마련이니까요. 게다가 그렇지 않아도 힘든 수련 과정에서 동기마저 충천하지 않다면 수련 과정을 버티는 것은 물론이고 전문가가 되고 나서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회의에 빠지거나 쉽게 질려서 무력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대개의 경우 supervisee 선생님들에게 동기 부여가 잘 안 되는 건 supervisor 스스로가 동기 부여가 안 되기 때문이고 자신이 하는 일이 재미 없거나 무료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함정에 빠진 supervisor라면 이 문제부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supervisee들까지 함정에 빠뜨려 공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만 더 첨언하자면 가능하면 동기 부여는 사명감보다는 흥미 유발과 재미 찾기로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생각에 우리나라 임상, 상담 현장은 사명감과 소명 의식만 너무 강조한 나머지 내담자/피검자의 문제를 다룰 때 진지해지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임상가들에게 엄숙주의를 강요하다보니 그렇지 않아도 도제식 수련제도 때문에 힘든 수련 레지던트들에게 복종과 충성을 강요하는 이상한 교조주의로 흐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3. 핵우산 기능
이건 다른 직능 영역과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곳에서 일하는 supervisor에게만 해당됩니다만 개업 상담센터나 대학 교수가 아닌 이상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지 않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supervisor에게 해당된다고 해도 맞을 겁니다. 특히 의사 선생님들과 일을 하거나 지시를 받아야 하는 기관의 선생님들은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이런 기관에 속한 supervisor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핵우산 기능합니다. 여러 직종이나 직능의 전문가들이 함께 일하는 기관에서는 어쩔 수 없이 충돌하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의사전달과정이 모호하거나 명령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때로는 똥물이 튀는 것이 싫어서 희생양을 찾아서 떠넘기는 일도 생기게 되고, 업무 진행 상 약한 부서나 조직에 압력을 행사하는 일은 다반사죠. 그런데 그럴 때 자기 하나 살자고 미사일이 날아오는데 옆으로 비켜서거나 의사를 비롯한 다른 직능 전문가의 뒤에 숨는 일만큼은 절대로 하면 안 됩니다. 앞으로 나서서 나 하나만 믿고 의지하는 supervisee들을 위해 산화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뭐 그런다고 supervisor가 잘려나가는 일이 얼마나 되겠어요? 엄살 부리지 마시고요). 유능한 중재자가 못 된다면 최소한 싸움닭이 되는 것 만큼은 피하면 안 됩니다.
수련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수련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여론조사하면 supervisor가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자기만 내빼거나 쏟아지는 압력을 몸으로 막아내기는 커녕 완장찬 마름처럼 되려 횡포를 부릴 때가 당당히 1위가 될거라는데 제 금쪽같은 돈 500원을 걸겠습니다.
존경받는 supervisor가 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실력과 성품을 겸비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고 동기를 부여하려고 애쓰며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아랫사람들의 안위를 책임지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꼭 필요한 supervisor의 역할이고요.
오늘도 현장에서 외롭게 고군분투하고 계신 수많은 supervisor 선생님들 힘 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혼자가 아닙니다. 장래의 동반자가 될 supervisee 선생님들이 모두 잠재적인 우군이니까요. 그들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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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호출을 해서 가보니 ADHD가 의심되니 검사를 받아보라는 말을 들은 엄마가 있습니다. 황망한 마음에 아이를 정신건강의학과에 데려갑니다. 그랬더니 별 검사도 안 하고 ADHD로 진단을 내리고는 당장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겁을 줍니다. 약물 치료는 따르지 않지만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똑같다는 걸 증명하려고 애를 들볶기 시작하고 아이는 점점 더 피폐해져 갑니다. 그제서야 엄마는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걸 받아들이고 아이의 편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자 아이가 극적으로 좋아집니다. 이 엄마는
'약물치료를 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 좋은 결과를 볼 수 있게 되었는지를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야기하려(11p)'고 이 책을 썼습니다. 그리고 ADHD는 사실 없다고 주장합니다.
자, 여기까지 읽었을 때 임상가라면 누구나 해봐야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 아이가 정말 ADHD가 맞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내린 답은 '아니다'였습니다. 사실 진단도 필요없는 아이지만 굳이 진단을 내릴 정도의 문제라고 한다면 Adjustment Disorder 정도가 아닐까 싶더군요. 예민한 담임 선생님의 오지랖으로 인해 ADHD 치료 시스템에 잘못 들어간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시스템의 문제를 알게 된 엄마는 너무 많이 나갑니다. 바로 ADHD가 사실 없다는 주장이죠. 그리고 그러한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의 책에 근거하여 논지를 전개해 나갑니다. 이 책의 문제는 바로 이것입니다.
서두에서는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걸 받아들이고 아이의 편이 되려고 노력했다고 썼지만 여전히 ADHD가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서 못 벗어난 듯 보입니다. 그래서 ADHD는 없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한 편으로는 ADHD가 재능이라고 주장합니다. ADHD를 부정하면서 동시에 인정하는 모순에 빠지는 것이죠.
자신이 실제로는 ADHD가 아닌데도 ADHD라고 믿고 ADHD 틀 안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다보니 점점 안드로메다로 가는 책으로 예전에 소개한
'리틀 몬스터 : 대학교수가 된 ADHD 소년(The Littel Monster, 2004)' 같은 형편없는 책도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은 그 책에 비하면 곰씹어 봐야 할 구절이 많은 책입니다만....
물론 제가 볼 때에도 최근 임상 현장에서 ADHD가 아닌 아동들을 ADHD로 과잉 진단하는 문제는 여간 심각한 수준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ADHD가 없다는 일부 전문가의 주장을 제대로 검증하지도 않고 비전문가가 책으로 내놓는 건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진짜 ADHD는 주의 집중력의 문제가 너무 심각해 자신의 지적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며 이로 인해 청소년이 되어 우울증에 걸리기도 합니다. 본인의 의지로는 행동을 통제할 수 없어 자꾸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스스로 호소하는 주관적인 고통감도 큽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학교 시스템의 문제로만 치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좋은 내용과 생각해 볼 점이 많은 책입니다만 자칫하면 진짜 ADHD의 치료 시기를 늦추고 근거없는 대안 요법에만 의지함으로써 아이의 고통을 연장시킬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추천드리기 어렵겠습니다. 다만 현장 임상가들에게는 경각심을 줄 수 있는 책이니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ADHD에 대한 주장 말고 교육 철학과 가치관을 다룬 내용은 읽어볼 만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가 ADHD가 아닌가 의심이 되는 부모님이 계시다면 며칠 전에 포스팅한
'내 아이가 ADHD라고?'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덧. 이 책은 e-book으로 읽어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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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이 자신의 아이가 ADHD가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 건 학교에서 집단으로 실시한 정서 행동 평가 결과가 그렇다는 통보를 받거나 예민한 담임 선생님이 면담을 요청해 ADHD가 의심되니 평가를 받아보라고 권유를 하는 두 가지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두 가지 모두 별로 믿을만한 정보가 아닙니다. 간혹 ADHD 아동을 다룬 경험이 많은 선생님의 관찰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선생님의 수가 그리 많지 않고 설사 경험이 많은 선생님이라고 해도 착석 불가능과 같은 두드러진 행동 상의 특징이 아닌 ADHD 증상에 대한 변별 정확도는 많이 떨어집니다. 정서 행동 평가 결과의 경우는 정확도가 더 떨어져서 허위 긍정 오류(False Positive Error)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제 경험 상 정서 행동 평가에서 ADHD 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관심군 이상으로 분류되어 종합심리평가를 비롯한 재평가를 받은 아동/청소년의 절반 이상은 별다른 문제가 없더군요. 앞의 두 경우만으로 내 아이가 ADHD라고 섣불리 결론을 내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확실하게 확인하고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까요? 저라면 이렇게 하겠습니다.
1. 정신건강의학과가 아닌 아동/청소년을 전문으로 상담/심리치료하는 상담센터를 찾습니다.
ADHD를 전문으로 보는 소아/청소년 클리닉의 수는 굉장히 적으며(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소아/청소년 전문 클리닉이라고 해도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을 제.대.로. 전공한 전문의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이나 클리닉을 방문하실 때에는 소아/청소년 Fellow를 어느 종합병원에서 했는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또한 소아/청소년 Fellow 과정을 정식으로 이수했다고 해도 그것이 ADHD 전문가라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Big 5에 속하는 대학병원급 종합병원이라고 해도 워낙 다양한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밀려들기 때문에 ADHD에 특화된 수련을 받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물론 아주 전형적인 ADHD 아동을 변별하는 기술은 분명히 뛰어나겠지만 그 정도의 아동이라면 전문화된 심리평가 도구로도 충분히 변별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갈 필요가 없습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상당히 많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제대로 된 평가 없이 문진만으로 ADHD로 진단하고 일단 약물 치료를 시작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ADHD 문제만큼은 정신건강의학과 우선 방문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2. 아동/청소년을 전문으로 상담/심리치료하는 상담센터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정확한 진단을 위한 평가입니다. 다음과 같은 조합으로 구성된 심리평가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 부모용 선별검사도구(KPRC, K-CBCL 등) + 종합심리평가 + 전문화된 주의력 검사 도구(CAT, ADS 등의 전문화된 CPT)
CPT 도구의 경우 기계 자체의 비용이 비싸 보유한 전문기관 자체도 그리 많지 않지만 이 검사 도구의 경험적 정확도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주의력 영역의 문제를 세부적으로 보여주는 장점은 있어도 주의력의 문제가 있는지의 여부만 알려줄 뿐 ADHD와 다른 정서장애로 인한 주의력 문제를 정확하게 변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CPT 결과만으로는 ADHD를 변별하지 못합니다. 물론 결과지에는 떡하니 ADHD라고 인쇄되어 나갑니다만....
그래서 CPT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부모용 선별검사도구와 종합심리평가를 함께 실시하는 겁니다. 셋 중에서 하나만 빼라면 저는 CPT를 빼라고 할 정도로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만 아시기 바랍니다. 그러니 CPT 실시 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면 빼도 무방하겠습니다. 오히려
ADHD 검사 경험이 많은 임상심리학자가 실시하는 구조화된 면담이 CPT보다 정확도가 높은 편입니다.
3. 심리평가 결과 R/O이 붙지 않은 ADHD, combined type으로 진단이 내려졌다면 해석 상담에서 임상가에게 약물 치료가 병행되어야 할 것인지 꼭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다행히 약물 치료가 병행되어야 하는 전형적인 ADHD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약물 치료없이 심리치료만으로 호전될 수 있는 아동/청소년이라면 굳이 약물 치료를 병행할 필요가 없습니다. 약물 치료는 꼭 적용해야 하는 경우에만 제한해서 사용해야하니까요.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건 내 자녀가 ADHD인지는 학교의 정서 행동 평가 결과나 선생님의 감이 아니라 경험많은 임상심리학자가 실시한 심리평가 결과에 의해서만 확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ADHD로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그것이 꼭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ADHD가 아동/청소년에게 나타나는 심리 장애 중 비교적 흔한 장애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해도 지금처럼 너도나도 ADHD로 진단받는 수준은 결코 아닙니다. 또한 모든 ADHD에게 약물 치료가 효과적인 것도 아니고요. 그러니 지나친 두려움을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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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긍정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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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 임상심리학자가 개인 심리치료(아직까지는 구조화된 접근에 국한되기는 하지만)를 담당하고 있고 그 수요가 너무 빨리 늘어나 과부하까지 걸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물론 Big 5에 해당하는 대형 병원 이야기입니다만 예전에
'임상심리전문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라는 글에서 미래를 바꾸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두 가지 중 하나로 '심리치료 분야의 강화'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제 생각 이상으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도 있어서 좀 놀랐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수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현재는 CBT 수가를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밖에 없고 또한 치료 권한이 의사에게만 있기 때문에 담당 의사의 코사인이 들어가야 하는 등의 제약은 있지만 심리치료를 담당하는 임상심리학자의 수는 점점 늘어날 것이 분명합니다.
사실 오늘 드리려고 하는 말씀은 임상심리 분야가 아닌 상담심리 분야의 이야기입니다. 임상은 심리치료 분야로 확장하게 되고 상담은 심리평가 분야를 확대하게 되어 결국은 한 곳에서 만난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임상심리 분야의 상황을 이야기한 것이지요.
오늘 드리려고 하는 말씀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상담심리 분야에서 심리치료/상담을 하고 계신 상담심리학자들께서는 좀 더 공격적으로 심리평가를 배우고, 현장에 적용하고, 전문화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또 그럴 수 밖에 없는 타당한 이유도 있습니다.
이미 대학교의 학생생활상담연구소의 경우 재학생의 상담 회기 제한을 하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상담에 대한 수요가 너무 많아져서 공급을 초과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장기 상담을 제공할 수가 없는 것이죠.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바뀌기 어려울 겁니다.
고액의 비용을 내지 않는 이상 모든 상담 현장에서 단기 상담을 하는 경향성이 강화되면 상담 프로토콜이 구조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짧은 시간 안에 내담자의 문제를 파악하고 상담 목표를 설정하고 치료 계획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초기에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Full Battery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MMPI-2와 SCT에 한 두 가지의 질문지가 추가되는 형태의 screening battery는 routine하게 실시될 겁니다.
그러니 예전처럼 심리평가는 안 해도 되고 상담만 잘 하면 된다는 식의 태도로는 금방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담심리학자들에게 심리평가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될 것인데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넘는 분들에게는 오히려 큰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임상심리학자만큼 로샤 검사를 잘 해석하는 상담심리학자라면 어떨까요? 기본적인 치료 기술과 경험에 평가 능력까지 갖춘다면 그야말로 날개를 단 것이 될 겁니다.
저는 임상심리학자로 훈련을 받았고 상담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게 잘 보입니다. 임상심리학자가 심리치료/상담을 잘 해야 하는 것처럼 상담심리학자가 심리평가에 익숙해져야 하는 시대가 이미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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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피검자는 대개 종합심리평가를 받게 됩니다. 게다가 정신건강의학과에는 수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임상심리학자가 어떤 검사를 실시할 지 선택할 수 있는 재량권이 거의 없죠.
하지만 상담 현장에서는 종합심리평가를 곧바로 실시해야 할 만큼 severe한 피검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개는 MMPI-2 + SCT 조합으로 된 선별 평가(screening evaluation)를 하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그런데 MMPI-2와 SCT로 평가를 해 보니 뭔가 문제는 있어 보이는데 그렇다고 종합심리평가를 받으라고 정신건강의학과로 refer할 정도는 아닌 것 같고 게다가 평가를 받은 곳에서 곧바로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기로 예정되어 있는 내담자라면 추가적인 투사법 검사를 실시해서 구조화된 자기 보고형 검사에서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문제를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그럴 때 상담자들이 최근에 많이 추가하는 도구는 HTP입니다. 미술치료사와 함께 일하는 기관도 많은데다 검사 도구에 대한 정보, 사례집 등을 구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고 검사를 실시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경우 가능하면 HTP보다는 로샤를 실시하도록 권하는 편입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HTP와 로샤 모두 무의식 영역을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검사 도구이기는 하지만 방어의 차원에서 보면 로샤보다는 HTP가 방어에 더 취약합니다. HTP가 대중 매체를 통해 더 많이 노출되기도 했고(대중 매체 노출의 부작용) 검사 자극 자체가 이미 익숙한 것(집, 나무, 사람 그리기)이기 때문입니다. 로샤의 경우는 피검자들이 보기에는 거의 무의미한 그림이기 때문에 방어하는 것이 훨씬 어렵죠. HTP는 평가자가 뭘 알고 싶어하는지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또 inquiry하는 과정에서 로샤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자의 의도가 노출될 위험성이 더 큽니다.
둘째. 상담자들이 HTP에 비해 로샤를 기피하는 이유는 로샤 검사의 결과를 해석하는 것이 훨씬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신역동적인 해석법도 익혀야 하고 무엇보다 Exner 방식으로 structural summary를 구성하여 해석하는 지표들을 익히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은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강점으로 작용하여 10장의 카드만 갖고 간단히 실시할 수 있으면서도 구조화된 방식의 해석과 정신역동적인 방식의 해석 둘 다 가능하기 때문에 피검자로부터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끌어낼 수가 있지요.
게다가 큰 문제는 아니지만
부가적으로 상담 현장에서 심리평가를 받는 내담자의 경우 로샤를 실시하는 것보다 HTP를 실시하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개인적으로 HTP는 상담을 하면서 상담 기법의 하나로 활용하고 심리평가에서는 HTP 대신 로샤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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