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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는 정신장애 중에서도 주관적 고통감이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예후가 가장 좋다고 하죠. 아무래도 치료자가 하자는대로 성실히 따르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클 겁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유상우 선생님은 불안장애, 그 중에서도 공황장애라는 한 우물만 쭉 파신 분 같습니다. 약력을 보면 20년 이상을 공황장애 치료 분야에만 매진하신 것 같은데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집단 치료 경험도 많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애플리케이션까지 만들어서 보급하는 현장 전문가인데 책 내용이 의외로 부실하거든요.
공황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쓴 책이기 때문에 최대한 쉽게 썼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다양한 사례에 맞는 치료 과정을 충실히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본인의 프로그램을 상세히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공황장애의 진단 기준조차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습니다(공황발작 여부 확인 질문만 소개하고 있음). '우리가 미처 몰랐던 공황장애에 대한 진실'이라는 출판사의 소개글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심리학과 대학원 임상심리전공 1학기생이 발제한 내용보다도 부실합니다.
게다가 어찌된 일인지 비슷한 내용이 계속 반복해서 나옵니다. 이경규 씨가 자신의 공황장애를 커밍아웃하면서 일반인의 인식이 극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감사하다는 이야기가 제가 기억하는 것만 3번이 나옵니다. 이 책을 낸 소울메이트와 일을 같이 해 봐서 아는데 편집 담당자가 굉장히 꼼꼼하거든요. 중복되는 내용을 그대로 실을 리가 없는데 읽으면서 계속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추천사를 쓴 면면도 화려해서 권준수 서울의대 교수,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채정호 대한불안의학회 이사장, 김영신 예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세주 신촌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까지 총동원되었는데 과연 다들 이 책을 읽어보고 추천사를 써 준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얼마나 내용이 없으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핵심 내용은 다음의 몇 줄로 정리될 정도입니다.
* 공황장애는 약물치료(초기)와 인지행동치료(중기 이후) 두 가지 방법이 모두 매우 중요하다
* 약물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 없고 감량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서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 인지행동치료(+ 호흡훈련, 이완훈련 등)가 습관화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
저라면 공황장애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제가 10년도 더 전인 2006년에 소개한
'공황장애 : 공황, 그 숨막히는 공포'가 훨씬 더 낫습니다. 더 유용하고 더 얇기까지 합니다. :)
유상우 선생님은 2015년에 '불안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라는 다른 책도 내셨던데 저는 안 읽을 생각입니다.
닫기 * 공황장애 치료약물은 치료 초기에 증상을 완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약물치료는 일정 기간 이상(통상적으로는 1년 이상의 기간) 유지되어야 하고, 이 기간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한편 인지행동치료에서 다루는 호흡훈련, 이완훈련, 인지훈련은 치료 후기에 약물을 감량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꾸준히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훈련은 굉장히 중요하다.
* 공황장애 첫 발병 시기, 즉 호발 연령은 10대 중반에서 20대 중반 사이다.
* 공황장애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들을 잘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뇌를 혹사시킨다는 점이다.
* 공황장애 인지행동치료는 집단치료로 진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 일정 치료 기간 (통상적으로 2∼3개월) 동안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증상 호전 이후에도 최소한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유지치료 기간이 필요하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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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인 제임스 휘트니 힉스 박사가 쓴 책으로 정신 질환과 관련하여 일반인이 알아두면 좋은 증상 50가지를 선별하여 알파벳 순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Anger(분노)에서 시작하여 반사회적 행동, 불안, 섭식장애, 강박행동, 망상, 우울증, 해리, 공포, 환각, 충동성, 중독 상태, 학습 장애, 공황, 편집증, 자해, 스트레스, Trauma(외상)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대중매체를 통해 다소 익숙해진 내용도 있고 임상 현장에서 일하거나 수련을 받는 전문가들만 알고 있는 다소 낯선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매 주제의 구성은 동일한데 제목 바로 밑에 간략한 정의를 함께 소개하고 그 아래에 증상을 이해하기 쉽도록 예시를 제시합니다. 그 다음에 좀 더 상세하게 개념 설명을 한 뒤 치료 등 대처하는 법과 그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주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반적인 방법을 소개하는 순서를 따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이니만큼 각 증상이 대표하는 장애에 대한 약물 치료를 상세하게 설명한 점이 좋았습니다. 왜 그 약을 주로 사용하는지, 어떤 약물은 왜 사용에 주의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새롭게 알 수 있었거든요.
시도는 참 좋았습니다만 이 책의 아쉬운 점 하나는 저 같은 임상가가 보기에는 향정신성 약물 정보를 제외하면 새로운 정보가 별로 없고 또 일반인이 보기에는 생각보다 난도가 좀 있어서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볼 수 있는 책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야말로 타겟팅이 애매한 책 같습니다. 게다가 500 페이지가 넘는 책이기는 해도 양장본도 아닌데 책값이 무려 25,000원이나 하기 때문에 누구나 가볍게 사서 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점도 부담이 되는 책입니다.
저자도 그렇고 출판사도 일반인을 위한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제가 볼 때 이 책으로 가장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건 임상, 상담 심리학 전공 대학원생입니다. 그렇다고 필독서까지는 아니고 한번쯤 읽어보면 도움이 되는 수준입니다.
책값이 만만치 않은 만큼 일반인들은 구입을 신중히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닫기
* 분노와 과민함은 슬픔이나 감정적으로 자신이 연약함을 드러내는 것을 특히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임상적인 우울증의 징후로 볼 수 있다.
* 깨어나서 바로 불안을 느낀다면 아마도 알코올이나 니코틴, 또는 다른 약물의 금단 증상일 가능성이 크다.
* 불안을 완화해주는 치료 약물의 과다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알코올을 섭취했을 때와 매우 유사하다.
* 모든 항우울제는 거의 동일한 효과가 있지만 그 중 예외가 트라조돈(데시렐)인데, 트라조돈은 중증 우울증에는 그다지 효과가 없다.
* 해리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 이는 외상이 원인일 경우가 많다.
* 틱에 시달린다면 치료약물로 정신자극제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 틱은 불수의적인 움직임으로 정신자극제로 인해 악화될 수 있다.
* 커피 열 잔에 해당하는 카페인 용량은 confusion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클로자핀(클로자릴)은 정신분열병이 발병하기 이전처럼 분명하고 추상적인 사고능력을 할 수 있도록 회복시키는데 가장 효과적인 약이다.
* 인생의 후반기에 공황 증상이 시작되었다면 일차적으로 정신과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의학적인 질병을 더욱 의심해보아야 한다.
* 클로자핀은 지연성 운동장애(TD)를 초래하지 않는 유일한 향정신병 약물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이 약으로 치료한 여러 환자들이 갑작스럽게 사망했는데 감염에 대항하여 싸우는 백혈구의 수를 위험할 정도로 떨어뜨리는 경우가 드물게 있는(100명 당 1명)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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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정신과 의사인 Roger MacKinnon과 Robert Michels가 함께 쓴 'The Psychiatric Interview in Clinical Practice(1971)'의 번역판입니다.
2012년에 2판이 번역되어 출판되었기 때문에 굳이 1판을 어렵게 구하실 필요 없고 보고 싶은 분은 2판을 구해서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1판에 비해 장애군도 보강되었고 1판 당시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이메일 상담에 대한 내용도 추가되었습니다.
번역의 질은 그다지 우수한 편이 아닙니다만 거의 모든 용어 뒤에 원어를 병기했기 때문에 많이 거슬리는 수준은 아닙니다.
제목 그대로 임상 현장에서 정신과적 면담을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룬 책인데 이 책의 장점은 임상가라면 꼭 알아야 할 핵심적인 내용은 짚으면서도 너무 전문적이지 않아서 읽기가 편하다는 겁니다.
1부에서는 면담과 정신역동의 일반 원칙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고 2부에서는 강박성 성격 장애, 연극성 성격 장애, 공포증, 우울 장애, 정신분열병, 편집성 성격 장애, 반사회성 성격 장애, 인지기능장애 환자를 면담할 때 유념해야 할 주의 사항과 정신병리 및 정신역동, 방어기제, 면담 기법 등에 대해 꼼꼼히 다루고 있어서 꽤 유용합니다. 왜냐하면
각 장애의 역동과 면담 기법을 상세하게 연결하면서 풀어서 설명하는 (한글)책이 시중에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다분히 정신과 의사가 환자를 보는 시선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임상심리학자나 사회복지전문가, 간호전문가 등 유관 전문가의 경우는 각자의 직능에 따라 적당히 가감하면서 보셔야 합니다.
책 디자인만큼은 정말 심할 정도로 무신경한 하나의학사에서 출판되었기 때문에 읽으면서도 상당히 기분이 상합니다만 내용 만큼은 한 권 소장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참고하기를 권할 정도로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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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적인 상담이었는지 여부를 말해주는 한가지 지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내담자와 상담자가 서로 이해한다는 느낌을 공유하는 정도'일 것이다.
* '내담자를 이해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상담'이 '정신병리를 도출해내려는 상담'보다 훨씬 더 진단적으로 값진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
* 노련한 상담이란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건강한 측면을 드러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 내담자가 가학적인 태도로 상담자를 대하는 것을 그냥 묵인해버리는 상담자 또한 역전이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이다.
* "걱정 마세요, 다 잘 해결될 겁니다"와 같은 일반적인 안심시키기는 대부분의 내담자에게 효과가 없다. 내담자의 문제에 대한 specific formulation에 바탕을 둔 이해의 형태로 지지를 해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 내담자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거나 혹은 부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 상담자는 항상 상담실에서의 행동에 대해 내담자에게 제한을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화가 난 내담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위협적인 태도로 상담자에게 다가온다면, 이때 "화가 많이 나신 것 같군요"라고 해석하면 안 된다. 목소리를 높여 "당장 앉으세요" 또는 "이렇게 저를 위협하시면 제가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자리에 앉으십시오"라고 말해야 한다.
* 종종 내담자의 증상은 중요한 인물(important figure)과의 동일시 문제를 보여준다. 그러므로 내담자에게 '아는 사람 중에 이와 비슷한 증상을 가진 사람이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 내담자가 상담에 많이 늦은 경우에 처음으로 늦었다면, 내담자가 자발적으로 늦은 이유를 설명할 때 상담자는 그 이유를 들어줄 수 있지만, "아,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 상담자가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내담자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것' 대신에 '상담자가 듣고 싶어하는 것'에 더 많이 신경을 쓰게 된다. 반면, 상담자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내담자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 힘들게 될 것이다.
* 내담자의 결혼 상태, 직업 등(프로이트의 일과 사랑)에 대해 알지 못한 채로 첫 상담을 끝내는 것은 좋지 못하다.
* 깊숙이 감추어져 있는 감정(deeper feeling)을 발견해내기 위한 목적의 모든 상담에서는 '내담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되는 기법이다.
* 구조화(formulation)는 주된 어려움에 대해서만 국한시켜야 한다.
* 정신역동적인 기본틀의 관점에서 보면, 행동은 가설적인 정신의 힘, 즉 동기나 충동, 그리고 이들을 조절, 억제, 분출시키는 심리적 과정의 산물의 산물로 간주된다.
< 강박성 성격 >
* 강박적인 사람에게는 '복종과 반항 사이의 갈등'이 문제가 된다. 이 때문에 두려움과 분노의 감정이 계속해서 교차된다.
* 강박적 인격에서 전통적으로 정의되어온 대부분의 성격적 경향들이 이러한 핵심 갈등으로부터 유래한다. 그의 정확함, 양심적임, 꼼꼼함, 정리 정연함, 그리고 확실함 등은 '권위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한 것들이다. 또 다른 일련의 강박적 경향들은 갈등의 분노 부분으로부터 유래된다. 단정치 못함, 태만, 고집스러움, 인색함 그리고 가학성 등은 반항적 분노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이제 이러한 경향들에는 상반된 면들이 포함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 강박성 환자의 면담 상황에서는 세 가지 핵심적인 문제들이 불가피하게 관여되는데 더러움, 시간, 그리고 돈이다.
* 강박성 환자에서 보이는 과장된 예절성은 자신의 극심한 적대적 충동을 통제하려는 의도에 의한 것이다.
* 강박성 환자는 상충되는 감정과 모든 진실한 감정들을 가능한 한 비밀로 하려한다. 이는 가장 특징적인 방어 기제 중 하나인 감정적 격리를 의미한다. 강박성 환자에서의 사고는 동기와 감정을 인식하지 않고 적응적 행동을 지연시키기 위한 것이다.
* 지루함은 환자의 사소한 것에의 몰두, 정확한 단어를 찾기 위한 노력, 관련이 없는 세부사항을 강조하는 것 등에 대한 흔한 반응이다. 의사가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환자가 성공적으로 감정을 회피하고 있으며 면담자는 이러한 방어적인 행동에 대해 효과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 강박성 환자는 미래의 행복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데에는 매우 능률적이지만, 마침내 그 시기가 왔을 땐, 행복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긴장을 풀지 못한다.
* 감정을 회피하고자 하는 필요에 의해, 환자는 회피적이고 의심이 많아지게 된다. 실제 감정은 종종 정반대의 가장된 표현 뒤로 숨는다.
* 그는 타인과의 감정적 접촉을 최소화시키는 방법을 통해 자신의 두려움과 분노를 회피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쏟는다.
* 모든 강박성 환자들은 어느 정도는 편집증적이다.
* 사랑과 애정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강박성 환자들은 대신에 존경과 안정감을 추구한다.
* 자기 주장성과 공격성의 억제에 뒤따르는 자기 존중감과 자존심의 감소로 인해 이들은 우울해진다.
* 의존성 만족이 포기된 상태에서는 타인으로부터 존경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부가되어, 강박성 환자는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주관적 느낌을 거짓으로 꾸며내게 된다.
* 남들에게 자신의 일을 맡기지 않으려 하는 모습에서 강박성 환자의 보상적 과대성이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 강박성 환자는 면담자에게 다가갈 때 역할을 역전시키려 한다. 이때에는 "오히려 당신이 저를 면담하려는 것을 보니 환자라는 역할을 받아들이기 어려우신가 보군요"라는 보편적인 언급을 해주며 공감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좋다.
* 강박성 환자의 면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진정한 감정적 접촉을 성립하는 것이다. 이를 성공시키는 데에는 면담자의 감정적 반응이 가장 훌륭한 지침이 된다.
* 강박성 환자는 면담에 오기는 하지만 면담자를 바라보지 않고, 본다 하더라도 슬쩍 엿보기만 한다.
* 강박성 환자는 동일한 목적 하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방어들을 사용한다. 면담자는 이런 모든 방어들을 해석해주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면 환자는 공격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 침묵은 감정적 라포를 피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강박성 환자는 심한 정신병 환자와 심한 우울증 환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환자들보다 긴 침묵을 훨씬 더 잘 견뎌낼 수 있다.
* 환자의 회피성을 수용해주어서는 안 되며, 대신 그의 자발적인 감정 과정에 대해 탐색해 보아야 한다. 치료자가 침묵을 깨는 경우에는 새로운 주제를 시작하기보다는 침묵의 의미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 환자가 흥정을 통해 통제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되는 두 가지 사항이 면담비와 면담시간이다. 강박성 환자는 '협잡꾼'이다. 면담비를 내려주게 되면 환자는 의사가 처음에 과잉청구를 했다고 느끼거나 또는 승리를 거두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증가하게 된다. 잦은 면담시간 변경 요청을 들어줌으로서 의사를 귀찮고 성가시게 만들도록 내버려두는 것 역시도 똑같이 파괴적인 것이다.
* 정신과 의사는 자신의 이야기에서 환자의 기술적인 용어는 일상적인 용어로 바꿔주어야 한다.
* 주지화를 사용하려는 환자의 경향은 의사가 생각이라는 단어가 포함되는 질문을 피함으로써 최소화될 수 있다. 또한 의사는 환자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질문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이런 질문은 주지화 방어의 의심하는 기제를 촉발시키기 때문이다.
* 느낌을 감추는 또 다른 방법은 부정을 사용하는 것이다. 강박성 환자는 스스로에 대해 말을 할 때 긍정문보다는 부정문으로 이야기를 한다. 무의식에는 부정형이 없다는 것을 기억할 것.
* 흔히 발견되는 부정의 구체적인 형태는 "사실대로 말하면...", "제 진짜 감정은...", "솔직히 말씀드리면..."과 같은 서두어나 삽입구를 사용하는 것이다.
* 환자들은 분노를 통제하고 감추기 위해 다른 기법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환자는 매번 면담이 끝날 때마다 면담자와 악수를 나누는데, 이는 '친한 사이에서 작별인사'를 나누는 것이고 자신의 공격성이 면담 동안에 해가 되지는 않았다는 것을 확인받기 위한 것이다.
* 환자의 감정은 그가 겉으로 드러내는 것에 훨씬 못 미친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환자가 겉으로 보여주는 감정에 따라서 면담자가 행동을 보인다면, 그는 환자를 크게 오판하게 될 것이다.
* 모든 자발성은 강박적인 사람에게는 혼란스러운 것이다.
* 면담자는 자발성을 유도해내도록 노력해야 하며, 환자가 자발성을 보일 때마다 그 자발성을 쫓아가야 한다. 환자가 자발적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이 특정 질문에 대한 특정 대답에 비해 훨씬 더 중요한 것이다.
* 초심자들은 종종 규칙이나 표준 공식을 찾는다. 강박적 환자에게는 표준 공식을 피하는 것이 규칙이다.
* 면담자는 환자와 논쟁을 벌이거나 힘겨루기를 재창출하는 것에 공모해서는 안 된다.
* 환자가 노골적으로 화가 나서 의사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할 수도 있다. 이때는 "화가 나신 것 같군요"라고 말해선 안 된다. 대신 의사는 환자가 자신의 분노를 환기시킬 수 있도록 내버려둔 뒤, "제가 당신을 무시했다고 느끼시나보군요" 또는 "저에게 실망하셨나봐요"라고 말해야 한다. 이러한 반응은 환자의 분노는 정당하다는 식의 동의는 해 주지 않으면서 방어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환자의 분노감을 수용해주는 것이다.
* 환자의 분노에 대해 보복을 하는 것이 부적절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사과를 받아들이거나 또는 그의 죄책감을 용서해주는 것 역시도 똑같이 부적절한 것이다.
< 히스테리성 성격 >
* 히스테리와 강박성 성격은 동일 연속선 상의 반대편 양끝에 놓여있다.
* 이들의 언어에서는 최상급이 매우 많이 사용된다. 강조하는 말은 너무 많이 반복되다 못해 정형적으로까지 된다.
* 강박성 환자는 감정적 접촉을 회피하려하는데 반해, 히스테리성 환자는 사적인 관계를 끊임없이 추구한다. 감정적 접촉이 없다고 느껴지는 모든 관계에서 히스테리성 환자들은 실패감을 경험하며, 종종 상대방을 지루하고, 차가우며, 목석 같은 사람이라고 비난한다.
* 히스테리성 환자는 "왜 항상 저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불평하면서, 자신이 처한 곤경에 대한 책임을 부정한다.
* 의존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경우, 전형적으로 이들은 화를 내고 요구가 많아지며 강요적이 된다. 그러나 어떤 한 방법이 의존적 보호를 얻어내는 데에 성공적이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면, 이들은 즉시 그 방법을 포기하고서 갑자기 다른 접근법으로 바꿔버린다.
* 전형적으로 여성 히스테리 환자의 남편은 강한 수동-의존적 성향을 가진 강박적인 사람들이다.
* 히스테리성 성격 경향과 증상은 대부분의 다른 방어 양상들보다 이차 이득을 제공해주는 경우가 더 많다.
* 히스테리성 증상은 억압된 불안이 다시 깨어나는 것으로부터 자아를 방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 감정 폭발은 성적 느낌과 거절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극적인 감정 진열은 또한 공격적인 부모와의 동일시와 연관되어 있다. 연기를 하고 당시에 맞는 역할을 하려는 것은 진짜로 생활에 참여하게 될 때 초래될 수밖에 없는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 여자 히스테리의 전형적인 어머니는 경쟁적이고 차가우며 지나치게 논쟁적이거나 또는 미묘한 방식으로 분노를 표현한다. 이 어머니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에 화가 나 있으며, 남성적인 역할을 부러워하고 있다. 자기 딸에 대한 과잉보호나 제멋대로 내버려두는 것은 진정한 사랑을 줄 수 없는 자신의 무능력을 보상하기 위한 행동이다.
* 히스테리성 환자와의 첫 면담에서는 방어를 해석해주기보다는 각각의 상황에서 환자 자신은 무엇이라고 말했고 어떻게 행동했는지라는 단순한 질문만을 던지는 것이 좋다.
* 히스테리성 환자들은 자신의 감정 반응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
* 히스테리성 환자들은 치료자의 시간을 침범한다.
* 히스테리성 환자들은 끊임없이 면담자로 하여금 관대한 부모와 박탈적이고 처벌적인 부모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만듦으로써 면담자에게 죄책감을 유발시키곤 한다. 히스테리성 환자들은 이내, 직접적으로든 아니면 간접적으로든 특별 대우를 바라게 된다. 일반적으로 면담자는 이러한 요청들을 허락해주기보다는 그 밑에 깔려 있는 동기를 탐색해야 한다.
< 공포증 >
* 공포증 환자들은 의사에 대한 마술적인 기대를 빠르게 형성하며 이는 저항의 주된 요인이 된다.
* 방어로서 회피를 사용한다는 점이 공포증 환자의 핵심적인 특징이다. 상징화, 전치, 합리화 등은 회피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부수적인 방어들이다.
* 공포증 환자들은 대화를 보다 편안한 주제로 전환시키는 데에 귀재들이며, 따라서 면담자의 과제는 질문을 구조화하여 환자가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부터 달아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하는 경우, 회피 기제가 노골적인 형태로 드러나게 된다.
* 공포증 환자들은 종종 자신이 치료받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하며, 따라서 공포증 환자에게 정신과 의사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누가 알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 유용하다.
* 이차 이득을 확인하기 위해 "증상 때문에 하지 못하게 된 것은 무엇이 있나요?"라고 물을 수 있다.
* 공포증 환자의 첫 개입 목표는 환자에게 증상에 대한 통찰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신경증적 억제에 대한 인식을 넓혀주는 것이다.
* 투사는 대개 다른 방어 기제들이 완전히 분석되고 난 뒤에 해석되어진다.
< 우울증 >
* 대부분의 자살 행동들은 자기 파괴적인 목적과 의사소통적인 목적을 둘 다 가지고 있다.
* 환자의 자살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에 있어서 그의 일반적인 충동성은 중요한 요소가 된다.
* 우울한 환자들은 자신의 불행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를 원하며, 따라서 의사는 환자의 건강했던 상태를 조사하기 전에 먼저 환자에게 이런 불행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우울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이끌어낸 다음, 의사는 우울해지기 전에는 어떠셨습니까? 또는 예전의 당신은 어떠셨죠? 라고 물을 수 있다.
* 우울증 환자는 이미 다른 사람들과 의존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는 상태이며, 따라서 면담 초기에 이에 대해서 탐색하는 것이 유용하다. 이러한 관계의 붕괴는 우울증상의 흔한 유발인자이며, 이들이 보여왔던 관계 양상은 이 환자에서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이를 예측할 수 있게 해 준다.
< 정신분열병 >
* 다른 증상들과 마찬가지로 기이한 증상 역시도 추동의 표현에 대한 갈등을 해결하려는 부적응적인 시도이며, 이는 부분적인 만족을 제공해줌과 동시에 그 결과 건강한 기능들은 억제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증상은 환자의 정신병리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로 사용될 수도 있지만, 보다 중요하게는 자신의 사고와 감정에 대해 잠재적 통찰력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의미있는 의사소통적 행동인 것이다.
* 정신분열병 환자들은 다른 사람과 공생적 결합체로 통합되는 것에 대한 소망과 두려움을 모두 갖고 있다.
* 정신분열병 환자와 감정적 라포를 형성하는 일은 힘들다. 거절에 대한 강한 민감성 때문에 이들은 고립과 철수를 사용하여 자신을 보호하게 된다.
* 의사는 자신의 감정 반응을 드러내 보이거나, 환자의 욕구에 대해 상징적 만족을 제공해줌으로써, 환자에게 이해한다는 뜻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달해 줄 필요가 있다.
* 면담자는 대부분의 사회적 상황에서처럼, 이해하는 척 하며 지루함을 숨긴 채, 그 만남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환자의 이야기를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솔직히 말해줘야 한다. 환자를 꾸짖는 투의 말이나 이해가 안되는 것은 환자 때문이다 라는 의미의 언급을 피함으로써 면담자는 환자를 지지해줄 수 있다.
* 환자가 면담자의 개방형 질문에 모호하게만 대답하는 경우엔, 정신과 의사를 만나보기로 결정한 것은 환자의 생각이었는지를 묻는 것이 유용한다. 자신의 생각이 아니었다고 대답한다면 면담자는 "그럼 그 사람은 왜 환자가 정신과의사를 만나봐야 한다고 생각했는지'를 조사해볼 수 있다.
* 환자의 눈을 통해 보이는 것과 같은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노력할 때, 면담자는 더욱 성공적일 수 있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환자의 외로움, 고독감, 절망감 등을 공유해 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정신분열병 환자들은 정신과 의사에게 혼란감과 강한 좌절감을 유발시킨다. 이때에는 의사가 환자에게 지금 이러한 감정들이 느껴지는데, 당신도 그러한가 라고 묻는 것이 종종 도움이 된다.
< 편집증 >
* 면담자가 환자의 망상을 믿는다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가 파괴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도록 환자를 내버려두는 것은 좋은 일이 못되므로 면담자는 면담자의 재산이나 병원의 재산에 손해를 입히지 못하도록 환자를 중단시켜야 한다. 이러한 행동을 제지받지 않은 환자들은 나중에 정신병적인 상태에서 벗어났을 때 그 일에 대해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끼게 되며, 그 당시 필요했던 통제력을 가하지 않은 의사에게 당연히 화를 내게 된다.
* 편집증적인 사람들에게 정직과 봉사에 대한 강박적인 관심은 자신의 숨겨진 분노를 감추려는 얄팍한 위장수단이다.
* 편집증적인 사람들은 자신에게 없는 감정적으로 부족한 것들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특권과 만족에 더 많이 신경을 쓴다.
* 편집증 역시도 우울증에 대한 방어로 간주된다.
* 편집증적인 사람들의 가장 큰 즐거움은 자신의 성공보다 남들의 불행과 실패를 관찰하는 것이다.
* Freud는 편집증 환자에 의해 투사되는 기본 추동은 무의식적 동성애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 원초적 부정이 모든 편집증적인 사람들의 주된 방어이다. 이는 심하게 망상적인 환자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덜 심한 편집증 환자들은 반동 형성과 투사를 더 많이 사용한다.
* 대부분의 망상들이 비판적이거나 위협적이라는 점은 초자아가 투사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더욱이 편집증적 기제들은 종종 강한 죄책감에 의해 촉발되곤 한다.
* 모든 편집증 환자들에 의해 투사되는 기본 감정은 부적절하고 무가치한 자기상이다.
* 면담을 수행하는데 있어 환자의 불신과 적개심을 다루어주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가 된다. 환자의 적개심 그 깊은 이면에는 밀접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에 대한 소망과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다.
* 모든 초심자들은 논리를 사용하여 환자의 망상 체계를 반박하려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곧 드러난다. 대신 환자에게 이런 박해의 이유-사람들이 환자를 공격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에 대해 환자는 어떤 행동을 취해왔는지-를 묻는 것이 더 유용하다. 면담자는 망상에 동의하지도, 반박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러나 환자들은 대개 면담자의 관심을 무언의 동의로 받아들인다. 면담자가 일시적으로 환자의 믿음과 신뢰를 얻기 위한 기만적인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 이후 두 사람간의 관계를 위해 필수적이다.
* 면담자는 편집증 환자에게 언젠가는 치료자에게 의심이 들기 시작할 것이지만, 그것 때문에 관계를 끝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충고해 줄 수 있다.
* 면담자는 편집증 환자에게 위트나 유머를 피해야 하며 반어법과 비유법 또한 위험한데, 왜냐하면 사고 방식이 구체적이기 때문에 환자는 그 원래의 속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곤 하기 때문이다.
* 거짓된 대답이라도 해달라는 강압적인 압력에도 불구하고 위선된 대답을 해주지 않는 것이 환자를 더욱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다.
* 저를 분석하고 싶으면 그러셔도 됩니다. 하지만 제 동기에 대해 결론부터 내리기 전에 먼저 그 사건에 대한 제 생각과 느낌에 대해 알아보시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라고 덧붙인다.
< 정신병질자 >
* 정신병질적 행동의 일차적인 목표는 충동이 충족되지 않을 때 초래되는 긴장감을 피하고, 좌절이 임박했을 때 나타나는 불안을 피하며, 더욱이 자아가 좌절감을 느끼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다.
* 정신병질자들이 보이는 대인관계의 기본적인 양상은 비위를 맞추고 무언가를 얻어내며 착취적인 스타일이다.
* 정신병질자들은 대인 관계에서의 수동성을 두려워한다. 이들의 공격적 행동 중 많은 것들이 복종감을 피하기 위한 것이며 수동성을 느끼게 만드는 직접적인 또는 상징적인 위협에 의해 난폭한 범죄 행위가 촉발될 수 있다.
* 정신병질 환자들은 종종 비교적 구체적인 목표를 추구하며, 이를 얻어내는 일에 의사가 도움을 주길 바란다. 이런 모든 상황하에서 환자는 고통스러운 내적 감정 때문에 괴로움을 느끼고 있지만, 이러한 내적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의사를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들은 외부세계와의 싸움에 대한 도움만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치료자는 전이 대상이라기보다는 현실적인 인물로 지각되는 것이다.
* 면담자의 역할은 행동의 외적 표출 행동을 기저의 감정에 연결시켜주고 전치를 지적해주는 것이다.
* 병리적 행동에 기저하는 정신역동적 기제에 대한 지적 통찰은 정신병질 환자에게는 거의 가치가 없다고 볼 수 있다.
* 정신병질 환자들의 사고 과정은 조리 있고 적절하지만 이들의 감정 생활과 주요 대상 관계 양상은 신경증 환자보다는 정신분열병 환자에 가깝다. 추상적인 해석보다는 구체적인 행동이 더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치료자와는 현실적인 관계가 필요하다.
< 뇌 기질성 환자 >
* 만성 뇌 질환 환자에게는 그의 자존심을 유지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과거의 그의 성취와 능력에 대해 회상시키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 적개심, 위기감 그리고 의존감을 의사가 받아주는 것이 이러한 환자를 치료하는데 필수적이다. 기질성 환자가 지배권을 가질 기회는 제한되어 있다. 치료자에게 어느 정도 지배권을 행사하도록 해주는 것이 환자에게는 중요한 만족감을 제공해준다.
< 정신신체장애 >
* 정신신체장애 환자에게는 의존적 관계를 상실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흔히 중요한 요인이 된다.
* 부정은 이러한 모든 일련의 심리학적 사건들에 있어 가장 핵심적으로 가동되는 방어기제이다.
* 흔히 환자에게 아는 사람 중에 자신과 비슷한 질환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지를 묻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에 대한 대답이 자기 병에 대한 환자의 무의식적 태도를 드러내주며, 병의 근원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 의사는 당신의 병 때문에 할 수 없게 된 일은 무엇입니까? 또는 좋아진다면 지금 못하고 있는 일 중에서 당신은 무엇을 할 생각이십니까? 라고 물을 수 있다. 환자의 답변은 증상의 정신역동적 의미 및 이와 연관된 이차 이득에 관한 소재를 제공해 줄 수 있다.
* 증상의 핵심적 의미와 이차 이득, 양자를 탐구하는 데 있어서 환자의 질병에 대한 주요 가족들의 반응에 대해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자신의 질병에 대해 환자가 어떻게 이해하며 느끼고 있는가 하는 것은 중요한 사항이다. 여기에는 질병의 원인, 예후, 그리고 병으로 인해 초래된 제약 등에 대한 환자의 생각들이 포함된다.
* 내적 갈등을 갑자기 많이 인식하게 되는 것이 종종 방어 기제가 너무 빨리 붕괴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 환자들은 노출될 우려가 있는 대화 내용 자체보다는 자신의 사생활을 침범하는 것에 대한 의사의 태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 종종 전공의들은 경험이 없는 젊은 의사가 경험 많은 정신과 의사로부터 지도를 받는다는 사실에 환자들이 얼마나 많은 안심을 하는지 알게되면 깜짝 놀라곤 한다. 또 다른 경우에선 환자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이며, 이때 이 환자들은 자신의 경험이 미천하다는 점에 대한 치료자의 솔직하고 정직한 태도에 안도감을 느끼며 깊은 인상을 받곤 한다.
덧. 이 책은 소장하면서 두고두고 볼 책이기 때문에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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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사학이라는 분야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의학의 역사를 다루는 학문이죠. 이 책을 쓴 에드워드 쇼터가 의학의 사회적 변천과 추이를 탐구하는 대표적인 의학사학자입니다. 쇼터는 의학사 뿐 아니라 의사-환자의 관계 변화, 정신약리학의 역사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토론토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입니다.
이 책으로 캐나다 왕립협회의 제이슨 A. 헤나 메달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정신의학의 역사를 다룬 책입니다. 하지만 저자의 말마따나 직선적으로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의학의 흐름을 서술했음에도 불구하고 '광인의 수용소에서 프로작의 시대까지' 그리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습니다(저만 재미있을지도;;;;).
에드워드 쇼터는 이 책에서 18세기 말에서 20세기 말에 이르는 200여 년의 기간 동안 정신의학이 겪은 세 차례의 격변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첫 번째 격변기는 1세대 생물정신의학이 자가당착에 빠지던 19세기 말이며, 두 번째 격변기는 일대를 풍미하던 정신분석이 몰락하던 20세기 중반 이후, 마지막으로 세 번째 위기는 정신약물학의 발달로 인해 마음의 병이 신체적 질병과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신과의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되던 1990년 대입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부분은 '광기의 역사'에서 푸코가 주장했던 '대감금' 현상이 실제 상황과 동떨어진 것이었다는 반론을 당시 통계와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펼치는 곳이었습니다.
정신의학과 심리학(특히 임상심리학) 전공자라면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하는 책입니다. 심리학도가 심리학사를 당연히 공부하듯이 특히 임상심리학자라면 이 책을 꼭 읽으셔야 합니다.
총 655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책이며 주석만 해도 100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분량이지만 술술 읽힙니다(저를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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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세기 말 이전까지 정신과라는 것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 푸코는 정신의학이 국가권력에 의해 발명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가 통제가 강력했던 독일에서도 19세기까지는 정신과라는 단어조차 없었다.
* 1960년대 학계의 유행으로 회자되었던 바와 같이, 정신병자들은 자본주의에 저항해서 혹은 가부장제에 반기를 들거나 사회질서를 소란케 했다는 이유로 감금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실제 자료를 통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 미셀 푸코는 '광기와 문명'에서 17세기 광인들은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자로 예찬받았다고 기술했다. 푸코는 정신의학의 역사를 속죄주의로 편향되도록 몰아가는 데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친 저서이다. 본서의 저자인 쇼터는 푸코의 견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 1808년 레일은 새로운 전문분야를 칭하는 단어인 정신의학, 혹은 Psychiaterie라는 말을 만들었고, 1816년 Psychiatrie로 줄였다.
* 놀라운 것은 도덕치료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이 아니고, 이 치료 원칙이 가까운 장래에 수용소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리게 되었다는 데에 있다.
* 신경과학적 시각은 생물정신의학이라 불리게 되었고, 사회에 중점을 두는 시각은 질병의 '생물-정신-사회적' 모델을 낳기에 이르렀다.
* 중요한 것은 초기 정신과 의사들은 정신병이 기질적 원인일 것이라는 매우 직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환자의 고통이 너무나 강렬하고 환상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으리만큼 괴이한 데다 체질 또한 극심하게 변질되기 때문에 이를 뇌와 연관시키지 않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었던 것이다.
* 정신의학 탄생의 순간부터 유전론은 존재하고 있었다.
* 정신의학은 탄생 시초부터 신경과학이라는 한쪽 날개와, 정신사회적 관점이라는 다른쪽 날개로 비상을 시작했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쪽 날개의 힘이 약해지면서 균형을 잃고 19세기 내내 생물학적 정신의학기 득세를 하게 되었고, 이는 에밀 크레펠린의 시대로 이어지게 된다.
* 정신의학이 물려받은 유산의 핵심인 수용소 정신의학은 애초에는 선의로부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밀려오는 환자로 인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안고 있었다.
* 19세기에 수용소 환자가 급증하게 된 현상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기존의 환자가 '재배치된 결과'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로 환자가 증가하였다는 점이다.
* 18세기 이전 영국에는 수용소라는 것이 아예 없었고, 유럽 대륙도 19세기 이후에야 수용소가 만들어졌다.
* 수용소 입원이 증가한 이유 중 중요한 한 가지는 가족이 정신질환을 용인하기 어려워졌다는 데에 있다. 가정에서 치료하던 정신질환자들이 이에 수용소로 위임된 것이다.
* 19세기 동안 가장 두드러지게 증가한 정신질환은 신경매독이었다.
* 수용소 초만원 사태를 초래한 또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알코올 관련 환자의 급증에 의한 것이다.
* 정신분열증이 그동안 점진적으로 증가해 왔다 하더라도 그 근거는 잠정적인 것이다. 그러나 19세기 동안만큼은 확실히 증가했었음을 보여주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 1900년 즈음 정신과 의사의 지위는 맨 밑바닥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 정신의학의 과학적 기반을 마련하려던 초창기 시도는 수용소로 인해 난관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수용소 밖에 있던 정신과 의사들은 신경과학을 응용하여 환자 치료에 적용하려 했고, 이들이야말로 '1세대 생물정신의학자'라 불릴 수 있는 사람들이다. 1세대 생물정신의학도 실패하게 되는데, 정신질환의 생물학적 유전학적 뿌리를 드려내려던 야심찬 시도가 '퇴행성'이라는 도깨비 같은 이론으로 종말을 맞았던 것이다.
* 1세대 생물정신의학은 교육의 필요성과 과학에의 호기심이 동시에 작용하여 추진되었던 것이다.
* 그리징거는 1세대 생물정신의학의 대표적 인물로서 생물정신의학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일 뿐만 아니라, 교육과 연구에 매진하는 대학병원 정신과의 근대적 모델을 창립한 사람이다. 그리징거에 의하여 대학 정신의학이 수용소 정신의학의 한계를 극복하게 되었던 것이다.
* 마이네르트는 선구자였다. 1868년 그가 일깨운 것은 정신의학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새롭게 설정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증상을 분류하려는 집착에서 벗어나 정신질환의 근저에 있는 해부학적 원인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네르트의 과업은 1세대 생물정신의학이 마지막 단계에 와 있음을 뜻하는 신호였다. 즉, 해부학에 초점이 맞추어졌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1880년대 이후로 정신의학을 현미경으로 연구하려는 광적인 열풍이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대학들을 휩쓸었다.
* 영국 정신의학의 아킬레스건은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만 있고 과학 연구는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 미국 정신의학 발달의 특징은 교육과 연구가 분리되어 있는 형식이어서 유럽 대륙 모델과 정반대였다는 것이다.
* 19세기 정신과 의사들은 뇌에 관한 유전학과 생물학을 현대적으로 이해하고자 했던 선구자들이었다.
* 특정 질병 유전자는 다음 세대로 내려가면서 크기가 확장된다(삼핵산 반복 변이).
-> 삼핵산이 특정 염색체 상에서 반복 변이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fragile X syndrome, 헌팅턴 병, 근이양증 등이 여기에 속한다.
* 세대를 통해 가중되어 물려받음으로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유전적 운명이라는 의미의 퇴행이론은 정신의학 내부에서 비교적 빨리 소멸되었다. 벨 에폭 시대가 다가오자 퇴행이론은 정신과 의사들 사이에서 한물간 것으로 취급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1933년 이후부터 퇴행이론은 나치 이데올로기의 공식 얼굴이 되었다.
* 1세대 생물정신의학의 죽음은 실은 나치 출현 이전에 이미 임상분야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연구 결과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때 획기적인 것으로 여겼던 뇌해부학에 그저 단순히 흥미를 잃어갔던 것이다. 이제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은 질병을 횡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종적으로 설명하는 시각이었다. 이 새로운 종적 방식을 도입한 대표적인 인물이 에밀 크레펠린이다.
* 정신질환의 귀추를 지켜보는 것, 이 귀추에 근거해서 질병을 감별하는 것이 크레펠린주의적 대변혁의 본질이었다.
* 원인이 아니라, 예후라는 단어야말로 크레펠린을 이해하는 핵심 단어이다.
* 1899년 제 6판에서 크레펠린의 생각은 최종적인 형태에 달하여, 이것 이후에 우리 시대 국제정신의학의 권위적 지침이 된, 미국 정신의학회의 DSM의 질병 분류 근거가 되었다.
* 스스로를 크레펠린의 충실한 제자라고 자처하는 오이겐 블로일러가 조발성 치매 대신에 '정신분열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 '크레펠린주의'의 마지막 주안점은 모든 정신과적 판단은 '의학적 모델'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후세에 나타나 크레펠린 모델과 갈등하게 될 '생물-정신-사회적 모델'과의 뚜렷한 구분이 이때 그어진 셈이다.
* 영국 정신의학의 자랑거리가 환자를 묶지 않는다는 원칙이었다면, 프랑스 정신의학은 증상과 적용 기준에 근거해 세심하게 개인별로 적용하는 온천치료가 자랑거리였다.
* 1883년 이후부터 베르넹은 비 최면 암시의 효과에 대해 널리 알리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근대 의학적 정신치료가 시작된 시점이다.
* 분석의 바람이 휘몰아치자 정신의학계 내에서는 거대한 분쟁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는 정신의학이 오래전부터 심리학이 아니라 생물학을 지향해 왔기 때문이었다. 막판에 정신분석이 승리하게 된 이유는 프로이트 이론이 탄탄했었기 때문이 아니라 개인 의원들이 번성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 정신분석은 정신의학의 방향을 전환시키는 것으로, 정신병자로 꽉 찬 수용소라는 공간에서부터 일상 생활의 문제인 신경증으로의 전환을 의미했던 것이다.
* 중앙유럽 정신의학계에서 정신분석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세 방향으로부터 일어났다. 첫째, 의사-환자 관계에서 심리적 측면에 더 심세하게 반응하기 위해서, 둘째, 개원가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끝으로 공공의료 분야에서 정신분석을 도입하려 했던 이유는 치료에 조금이라도 희망을 가지기 위해서였다.
* 미국 정신분석에서 정통이라 함은 '자아 심리학'으로서, 프로이트가 1923년 처음으로 정신의 구조에 관해 고안한 이론이었다. 프로이트의 딸 안나가 자아 심리학의 기수가 되었다. 미국의 자아 심리학은 성에 초점을 맞춘 이드 심리학에서 벗어나 성인 환자의 사회적 적응 부담에 초점을 맞추었다.
*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미국은 역동 정신의학을 정신의학의 선도적 경향으로 가장 먼저 받아들였다. - 엘렌버거(1955)
* '정신분열증을 만드는 어머니'(가정에서 지배적이고 동시에 과보호적이며 기본적으로는 거부하는 어머니가 자식을 정신분열증으로 만든다는 이론으로, 이 이론을 필두로 하여 모든 정신질환과 성격장애, 심지어 동성애조차도 그 원인을 어머니 탓으로 돌리는 소위 엄마 사냥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라는 악명 높은 주제에 관한 프롬 라이히만의 저서가 1948년 출간되자, 미국의 어머니들은 근거 없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 정신분석가들이 정신의학계를 지배하려고 공들였던 노력에 비추어 볼 때 매우 모순적인 사실 하나는, 지난 100여 년간 정신의학의 지적 핵심에 자리잡고 있던 진단분류법을 멸시했다는 점이다.
* 쇼크요법은 정신의학이 신경학의 그늘을 벗어나는 시점을 나타내는 이정표로 이해된다.
* 정신의학 역사상 나라마다 자신의 뚜렷한 족적을 남겨 왔다. 독일은 1차 생물정신의학의 기반을 마련했고, 프랑스는 치료적 수용소를 열었다. 미국은 정신분석을 한껏 꽃피우게 했고, 나중에는 2차 생물정신의학 시대를 열었다. 영국이 전 세계에 내놓을 만한 것은, 정신질환의 기저에는 인간관계의 폐해가 깔려 있다는 이론이었다.
* 치료적 공동체는 한쪽 극단인 정신분석과 다른쪽 극단인 수용소 보호관리주의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려고자 했던 대안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 낮 병원 운동의 의의는 주요정신질환의 치료 장소를 수용소에서부터 지역사회로 옮기려 한 최초의 시도였다는 점이다.
* 클로르프로마진이 정신의학계에 일으킨 혁명은 페니실린이 의학계에 등장했을 때와 비교할 수 있다.
* 정신의학계 최초의 이중맹검 대조법이 1952년 모겐스 쇼우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 이미프라민은 정신의학 역사 상 첫 우울증 특효약으로 등장했다.
* 탈기관화는 반정신의학 운동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실은 이차 생물정신의학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 의사들은 치료할 수 없는 진단명보다는 치료 가능한 진단명을 붙이는 경향이 있다.
* 정신의학의 주된 관심사가 19세기에는 입원한 정신병 환자였고, 20세기 초에는 외래 신경증 환자였다면, 20세기말에 이르러서는 과거에는 병이라고 간주하지 않았던 상태 혹은 가정의가 보았어야 할 그러한 상태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던 것이다.
* 동성애자와 베트남 참전 군인의 전례가 심어준 것은 정신과적 진단은 조작이 가능하다는 인식이었다.
* 정신분석의 쇠락은 특히 "생물-심리-사회" 모델 분야에 혼란을 가중시켰는데, 이 분야는 그때까지도 심리 영역의 대부분을 프로이트 이론을 차용해 설명해 왔기 때문이었다. 프로이트 분석이 아니라면 다른 그 무엇으로 정신치료를 할 것인가? 대안적 정신치료로 대두된 다른 방식 거의 모두가 효과 면에서는 비슷비슷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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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임상 전공자는 심리평가, 상담 전공자는 상담에만 주력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시기에 수련을 받았던 전문가들은 자신의 identity가 무엇이냐에 따라 지금도 그것만 중요하다고 고집하기도 합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예전에는 정신 질환으로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정신과 병원을 찾았고, 대인 관계 갈등이나 진로 적성이 맞지 않아 고민하는 다소 경미한 문제(제가 써 놓고도 웃기기는 합니다.... 사람이 느끼는 주관적인 고통의 경중도를 따지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를 가진 사람은 상담소를 방문했더랬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경계가 점점 무의미한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심각한 정신 장애로 고통받는 사람도 상담센터를 방문하고 사람이 힘든 사람도 병원을 찾아 약을 달라면서도 심리치료까지 받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임상 전공자는 심리치료와 상담을 배워야 하고 상담 전공자는 심리평가를 익혀야 합니다.
그렇다면 제목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상담자에게 심리평가가 특히 도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가지가 있지만 상담자가 심리평가를 익히면 큰 메리트가 있습니다. 로샤 검사 하나만 봐도 그렇습니다. 임상 전공자가 로샤 검사를 잘 하는 건 큰 장점이 아닙니다. 임상 수련을 받았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누구나 다 하는거니까요. 하지만 상담 전공자는 다릅니다. 임상 전공만큼 로샤를 아는 건 엄청난 강점이 됩니다. 상담 전공자가 임상 전공자만큼 로샤를 익히고 다양한 내담자에게 로샤를 실시한 경험과 결과 profile을 10년 이상 정리해놓았다면 그 노하우는 아무도 넘어설 수 없습니다. 제가 상담자를 대상으로 한 심리평가 강의 때마다 강조하는거지만 그처럼 앞선 시각으로 준비한 상담자는 로샤만으로도 평생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상담자를 대상으로 한 로샤 강의나 워크샵, 사례집이나 워크북 인세로 말이죠.
누구나 잘하는 걸 나도 잘하는 건 별로 메리트가 없습니다. 남들은 따라잡을 수 없는 나만의 노하우가 있어야 하는 시대니까요.
심리평가를 잘 하면 상담자 본연의 업무인 상담을 하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임상 전공의 경우 앞으로는 달라지겠지만 아직까지는 자신이 평가한 수검자를 상담하거나 심리치료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평가 의뢰를 받으면 의뢰 사유에 맞게 심리평가를 실시(이것도 병원에서 의사가 정해놓은 수가 체계에 맞게 실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평가자의 자율성이란 게 거의 없죠)해서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한 뒤 넘기면 끝입니다. 그 뒤를 고민할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상담 전공의 경우는 자신이 심리평가하는 수검자가 곧 자신이 상담하는 내담자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즉 심리평가 결과를 곧바로 내담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심리평가를 잘하는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는 심리평가 도구를 선별해서 실시할 수도 있고 그 결과에 따라 내담자의 문제를 이해하고, 상담 목표를 설정하고,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할 지 여부도 결정할 수 있으며, 예후가 어떻게 될 지 까지도 예측하는 등 훨씬 더 긴 조망 하에서 내담자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충분한 상담 회기를 확보할 수 있었던 과거라면 굳이 심리평가를 실시하지 않더라도 상담을 통해 필요한 모든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겠지만 상담자의 공급 대비 내담자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추세를 보면 앞으로 대부분의 상담은 단기 상담 위주로 갈 수 밖에 없고 그렇다면 짧은 회기 내에 내담자를 파악하고 전체적인 상담의 틀을 구성해야 하고 그러자면 심리평가의 도움이 필수라고 할 수 있죠.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앞으로 심리평가를 모르는 상담자는 본연의 업무인 상담을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어려움을 느끼게 될 겁니다.
그러니 상담자는 심리평가를 익혀야 할 수 밖에 없고 어차피 익힐 수 밖에 없다면 제대로 배워서 상담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 상담을 잘 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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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프랑수아 를로르의 소설입니다. 원래 저자가 시리즈 물에 등장시킨 인물은 Hector인데 국내에는 꾸뻬씨로 번역되었죠.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을 시작으로 '꾸뻬 씨의 인생 여행', '꾸뻬 씨의 우정 여행', '꾸뻬 씨의 사랑 여행' 순으로 시리즈 물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전작인
'꾸뻬 씨의 행복 여행(2002)'을 아주 감명깊게 읽었기에 이 책도 기대를 많이 하고 봤는데 결론적으로 기대만 못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꾸뻬 씨가 아니라 꾸뻬 씨의 아들 꼬마 꾸뻬입니다. 공리주의자인 아빠와 칸트주의자인 엄마 밑에서 자라는 주인공 꼬마 꾸뻬가 죽음, 용서, 자격, 선택, 비밀, 사랑, 정의, 돈, 예술, 종교, 꿈, 차이점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가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가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아이의 관점에서 심각한 주제들을 다루는 걸 보니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은 아이처럼 보여서 마음이 영 편치 않았습니다. 등장하는 에피소드들도 문화적인 차이인지, 아님 투영된 저자의 가치관이 저랑 맞지 않아서 그런지 마음에 그다지 와 닿지 않고요.
물론 우리가 자라면서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중요한 삶의 교훈들이 많이 나와서 다시 한번 되새기는 의미는 있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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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할 때는 지금 내가 누구에게 말을 하고 있는지 늘 생각할 것
* 인생에 있어 늘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좋은 면을 볼 필요가 있다
* 삶에서 중요한 것은 존중받을 줄 아는 것이다.
꾸뻬 씨의 행복 여행 때문에 다른 시리즈를 읽고 싶었던 분이라면 별로 추천드리지 못하겠습니다. 저처럼 실망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아직 읽지 못한 '꾸뻬 씨의 우정 여행'과 '꾸뻬 씨의 사랑 여행'은 안 읽어도 될 것 같습니다.
덧. 이 책은 직장 자료실에서 대출해 읽은 책이어서 북 크로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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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이화여대 명예교수인 이근후 선생님이 쓰신 나이 듦의 지혜를 다루는 책입니다.
저는 못 읽어봤지만 20만 명에게 읽힌 '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의 저자 김선경이 이근후 선생님의 이야기를 엮어서 펴낸 책이죠.
저는 아직도 제가 한창 젊다고 생각하지만 요새 들어 제 윗선배들이 추하게 늙어가는 모습이 자꾸 눈에 걸리는 걸 보면 이미 저도 모르게 나이들고 있나 봅니다. 언제인지도 모르게 갑자기 노추가 되지 않기 위해 아름답게 늙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거든요.
이 책은 제목에 확 끌려서 구매했는데 특히 '재미'라는 단어에 꽂혔습니다. 월덴 3를 자주 방문하는 분들이라면 익히 아시겠지만 제게 가장 중요한 가치관 중의 하나가 '재미'거든요. 아무리 있어 보여도, 아무리 남들 보기에 근사해도, 제아무리 많은 돈을 벌 수 있어도 저는 재미가 없으면 극구 피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 인근 분야에서 50년 이상을 일하신 노 임상가가 들려주는 재미있게 나이듦의 비결이 대체 뭔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서평을 보면 저자의 가족들이 부럽다, 며느리가 부럽다, 가족애가 부럽다는 내용이 많은데 저는 그런 건 별로 궁금하지 않았어요. 단지 재미있게 나이듦 하나만 봤습니다.
그리고 읽기를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선택한 인생길이 제가 원하는 길이 맞다는, 모르긴 몰라도 재미는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재미있게 나이들고 싶은 분들이라면 한번쯤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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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셀은 말했다. "재미의 세계가 넓으면 넓을수록 행복의 기회가 많아지며, 운명의 지배를 덜 당하게 된다"고.
* 나이 들어 좋은 점은 딱 하나, 더 이상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다는 점이다. 자존심을 세워 주는 그럴 듯한 자리라도 나는 명예보다는 즐거움, 책임보다는 재미를 택하면서 살기로 했다.
* 인생은 어느 시기건 그에 알맞은, 그때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그것을 충분히 느끼며 산다면 성공한 인생이다.
* 소위 고부갈등은 서로에게 싫다, 좋다는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데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 소로가 말했다. "사랑은 솔직하고 정직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성립한다"
* 아들딸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알고 싶은데, 도통 말을 안 한다고 원망하지 말고 10퍼센트에서 출발해 보라. 우선 중요한 것은 말을 거는 것이다.
* 긴 노년의 시간을 잘 보내고 싶다면 막연한 바람이나 환상을 떨쳐 버리고, 시간을 편안히 보내겠다는 생각 대신 시간을 마음껏 쓰겠다고 생각하라.
* 자유로움은 구할 때까지 어렵지, 한번 실천하고 나면 무척 쉽고 행복하고 시원하다. 나를 옭아매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핑계 대지 말고 한번 실천해 보고 벗어나 보고 깨트려 보라. 생각보다 간단하고 쉽다.
* 존 러스킨은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무엇으로 채워가는 것이다.
* 부모가 자식에게 남겨줄 수 있는 최고의 재산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부모는 정말로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았다'고 느끼는 것이다.
* 나이 들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지혜는 '받아들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덧. 이 책은 e-book으로 읽었기에 북 크로싱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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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전문가 조영은 선생님이 작년에 내신 책입니다. 일반적인 임상심리전문가와 달리 상담실에서 마음 아픈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으시고 치유에 대한 관심도 많은 분이어서 그런지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공감도 잘 되었고요.
이 책에는 저자가 상담하면서 만난 22명의 이야기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 담겨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충분히 각색되어 있고요.
Part 1은 사랑하는데도 외로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애착 문제, 각종 성격 장애, 기분 장애를 다루고 있고요. Part 2는 집착과 중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쇼핑 중독, 알코올 중독, 게임 중독이 등장합니다. 도박 중독도 있었다면 저로서는 더 재미있게 읽었겠지만 도박 중독자는 일반적인 상담 장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문제라서 게임 중독으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Part 3에서는 불만족과 완벽함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인해 삶이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었습니다. 거식증, 강박적 성격, 신체 변형 장애와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고요. 마지막으로 Part 4에서는 분노와 두려움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화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전환 장애, 자살 문제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정신 병리 문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쉽게 썼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이해하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을 정도입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임상심리학자들은 대개 심리평가를 통한 정확한 진단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조영은 선생님은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평소 그러한 문제의 원인 탐색과 해결 방안 찾기까지 염두에 두고 계시는지 똑같은 병리 현상을 보는 시각이 좀 남다릅니다. 그게 일반인 독자에게 어필하지 않나 싶은데요.
아쉬웠던 점을 딱 하나만 이야기 해 보자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례들 중에는 사실 일반 상담 현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심각한 병리적 문제가 많아서 자가 치유가 쉽지 않고 대부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각 문제에 대해 개인이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범위와 당장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수준을 변별하는 일종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으면 실제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의사 결정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부록에 전문가를 찾는 방법,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리스트를 상세하게 소개하셨지만 이 책을 그냥 재미삼아 읽는 사람보다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고 싶어 읽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이 책을 읽는 정도로 자신의 문제를 이 참에 해결해야겠다고 결정하는 계기가 될 것 같지는 않거든요.
임상심리전문가의 입장에서 새로운 정보가 기대보다 많지 않아 별 3개로 평가했을 뿐 어차피 일반인을 대상으로 썼다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별 평가때문에 좋은 책이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이미 현장에서 일하고 계신 전문가들에게는 권하지 않지만 현재 수련 중이거나 수련 예정인 임상/상담 전공자와 일반인들은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부록의 '심리학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블로그 리스트'에 월덴 3도 올라 있어서 깜놀했습니다. 이 바닥이 좁다고는 해도 조영은 선생님도 제 블로그를 아시다니... ^^
소울메이트 출판사에서 선물로 주셔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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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정 애착 유형인 사람도 안정 애착 유형인 연인을 만나면 애착 유형이 바뀌기도 하고 안정되고 행복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는 양가형과 회피형의 만남이다.
* 건강한 사람은 상담이나 정신과 치료를 전혀 받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제 발로 상담가를 찾는 사람이다. -> 절대 동감!
* 질투 망상의 경우에는 낮은 자존감과 배우자에 대한 깊은 열등감이 기반이 된다.
* 온라인 게임 자체가 가진 중독성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게임 중독에 빠지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현실에서 좌절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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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소개한
'트라우마(Trauma and Recovery : The Aftermath of Violence, 1997)'라는 좋은 책을 쓴 Judith Lewis Herman의 책입니다. 1981년에 나온 책이니 '트라우마'보다 16년이나 앞선 책인데 반대 순서로 읽었네요.
사실 주디스 루이스 허먼이 이름을 알린 책은 트라우마가 아니라 바로 이 책입니다. 정신과 전문의인 그녀가 임상 장면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근친 성 학대 경험을 가진 여성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것에 충격을 받고 이 문제에 관한 책을 써보자고 결심한 것이 1975년이었고 이후 6년에 걸쳐 40명의 근친 성 학대 피해 여성에 대한 실제 임상 연구와 정신건강센터, 아동보호기관, 법 집행기관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근친 성 학대가 일어나는 가정의 복잡한 구조를 낱낱이 파헤친 결과가 바로 이 책입니다. 1981년에 초판이 발간된 이후 그동안 사회가 외면하고 감춰왔던 근친 성학대 문제가 수면으로 드러나면서 그야말로 미국 사회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죠.
이 소개 포스팅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는 근친 성 학대가 매우 드문 일 아닌가 하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 문제의 은밀한 성격과 사회가 이를 다루는 태도 때문에 드러나지 않고 있어서 그렇지 거의 흔하다고 말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임상/상담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은 근친 성 학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그래서 제가 여기에 소개하는 것이죠).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설문 조사 자료, 임상 자료, 인류학 문헌, 대중 잡지 그리고 포르노그래피 등에 근거한 현상을 현상학적으로 다루고 있고 2부에서는 피해자 및 그들의 치료자와 나눈 면담에 근거한 임상 연구 내용을 담았습니다. 3부에서는 본격적으로 근친 성 학대가 드러난 뒤의 위기 개입, 가족 치료, 사법 처리 등의 내용을 실었고 치유와 예방의 가능성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근친 성폭력에 대해서는 이 책 한권만 읽으면 될 정도로 내용이 충실합니다. 물론 이 책부터 시작해서 좀 더 깊이있는 독서를 해야겠지만요.
주디스 루이스 허먼은 아래에 함께 읽으면 좋은 책으로 소개한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 거짓 기억과 성추행 의혹의 진실(1994)'의 저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를 아주 강한 어조로 심하게 비난하고 있지만 저는 엘리자베스 로프터스가 근친 성폭력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로프터스는 학자의 입장에서 거짓 기억 증후군을 증명했던 것 뿐이죠. 다만 근친 성 학대 가해자와 이들을 옹호하는 세력들이 연구 결과를 법정과 언론에서 악용했기 때문에 로프터스가 욕을 먹는 겁니다. 저는 근친 성폭력과 거짓 기억 증후군 모두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임상가들은 어느 쪽에도 일방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도록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먼저 읽고
'트라우마의 치유(Coping with Trauma : Hope through Understanding, 2005)'를 읽은 뒤 마지막으로
'트라우마(Trauma and Recovery : The Aftermath of Violence, 1997)'를 읽는 순서를 권장합니다.
아동 성폭력 관련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 특히 해바라기 아동센터에서 근무하는 임상가들의 필독서라고 생각합니다.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
거짓말의 진화 : 자기 정당화의 심리학(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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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 거짓 기억과 성추행 의혹의 진실(1994)
닫기
* 아동의 성적인 '권리'에 대한 뚜쟁이의 관심은 아동이 공장에서 일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공장주의 관심과 똑같은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 거의 대부분의 증거는, 아동에게 성인, 특히 믿었던 가족, 친척과의 성적인 접촉이 장기간에 걸쳐 악영향을 끼칠지도 모르는 심각한 정신적 외상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 어머니의 부재라는 주제는 어떠한 형태로든 근친 성 학대 이야기의 배경에서 항상 발견된다.
* 사실 아버지의 의존 욕구는 어른에게 의존하고 싶어 하는 자녀의 욕구를 능가해 버린다. 왜냐하면 만일 어머니가 언제나 그래 왔듯이 아버지를 보살피지 못하면 그녀를 대신할 누군가 다른 여성을 찾는 일이 당연시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가장 흔하게는 맏딸이 선택된다. 이런 가정에서 누군가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역할을 아버지가 떠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은 절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 어머니가 부재 상태거나 어떠한 형태로든 무능한 경우, 딸들이 성적으로 희생될 위험이 아주 높다.
* 건강한 어머니와의 강한 친화 관계만이 최소한으로나마 성 학대로부터 딸을 보호할 수 있다.
* 생물학적 학설은 아버지와 딸 사이의 짝짓기에 대한 장벽이 어머니와 아들의 짝짓기에 대한 것보다 왜 더 약한지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심리학적 이론 역시 금기를 준수하는 일에서 드러나는 성별상의 차이를 이론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 어머니들은 자기 억제 능력이 훨씬 큰 반면, 아버지들은 성적인 착취 행동을 나타내는 경향이 더 큰 이유는 남성과 여성의 사회화의 심오한 차이를 낳은 노동의 성적 분화 때문이다.
* 강간, 아동 성추행, 그리고 근친 성 학대를 포함하여, 남성들에게 나타나는 모든 형태의 성적 착취 행동 경향은 가부장적 가족 내에서 이루어진 남성 사회화의 결과물로 이해할 수 있다.
* 어느 문화권에서든, 남성 우월주의의 정도가 크면 클수록, 노동의 성적 분화는 더욱 엄격하게 이루어지며, 아버지와 딸 사이의 근친상간 금기는 더 빈번하게 위반되는 것으로 보인다.
* 심리학적 관점에서 근친 성 학대를 보면 아버지와 아동이 혈연 관계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런 관계가 의존 상태에 놓인 아동에 대해 아버지 입장에 있는 힘을 가진 성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이다. 아버지가 아동에게 자신의 성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위를 가르치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숨기도록 한 바로 그 순간부터, 아버지와 아동의 유대는 이미 타락한 것이다.
* 근친 성 학대를 하는 아버지들의 가장 중요하고도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힘을 사용하여 가족들을 지배하려는 경향이다. 그런데도 많은 연구나 관찰자들에 의해 이러한 아버지들이 무력하고 의존적이며 심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들로 묘사되는데 이는 이들이 상황에 따라 자신의 상대적인 힘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모습을 보인다는 이야기.
* 아버지의 불만은 단조로우리만큼 너무 단순하다. 가정에서 응당 받아야 할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내가 충분한 사랑을 주지 않는다는 게 아버지들의 불만이다. 아내가 돌덩이처럼 무뚝뚝하고 냉정하며 성관계를 거부하고 사랑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불만은 어머니에게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꼈던 딸들에게는 충분히 그럴듯하게 보인다.
* 일반적인 성폭력과 달리 근친 성 학대에서는 가해자가 힘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힘을 사용할 필요 자체가 없다.
* 근친 성 학대 아버지들을 관찰한 일부 연구자들은 이들의 행동이 바로 충족되지 못한 의존적인 소망과 버림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기인한다고 강조한다.
* 많은 임상의들은 근친 사이에서 성 학대를 당한 아동에게서 불특정한 증상들이 관찰된다고 말하는데 피해 아동 상당수는 어렸을 때 강박적이고 의식적인 성 행동을 하여 식견이 있는 관찰자로 하여금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눈치 채게 하기도 한다.
* 어떤 사례에서도 근친 성 학대가 아버지에 의해 끝나는 일은 없었다.
* 근친 성 학대 피해자들의 가장 일반적인 불평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분리되었다는 감정이었다. 많은 피해 여성들은 자신이 '다르거'나, 다른 사람들에겐 평범해 보였지만 스스로는 결코 '평범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 근친 성 학대 피해 여성들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결코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기껏해야 냉담하고 믿을 수 없는 남성이나 가장 심하게는 노골적으로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남성에게 빠져드는 것 같다.
* 결혼한 피해 여성의 가장 평범한 호소는 남편이 자신을 가치 있게 평가하지 않거나 존중하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 근친 성 학대 피해자들 대부분은 남성들을 과대평가하거나 이상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들의 타인과의 성적인 친밀함을 추구하면서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느낄 수 있었던 특별한 무언가를 찾으려고 했다.
* 근친 성 학대 피해자들은 대부분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분노를 느꼈다. 이들은 어머니를 향한 쓰라린 고통을 극복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을 포함한 모든 여성을 존중할 수 있게 된다.
* 노골적인 근친 성 학대의 가장 효과적인 방패막은 아버지의 충동 조절이 아니라 어머니가 행사하는 사회적인 통제 정도이다.
* 세 가지 관점이 중요하며 모든 관련 전문가들이 이에 동의한다. 근친 성 학대 아버지의 힘을 제한하고 조절할 필요성. 어머니의 힘을 강화하고 촉진시킬 필요성. 모녀 관계를 회복할 필요성.
* 근친 성 학대 비밀의 폭로에 직면한 많은 어머니들이 필사적으로 딸의 호소를 부인하려 드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만약 그녀가 딸의 말을 믿는다면 얻을 것은 하나도 없고 반대로 모든 것을 잃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다면, 딸은 가족 내에서 엄청난 위험에 빠지게 된다.
* 성 학대를 신고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가장 심각한 폐해는 외부인이 아버지와 공모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외부인이 딸이나 어머니, 또는 가족 전체와 맺는 관계는 근친 성 학대 범죄가 알려지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암묵적으로 아버지를 보호하고 법률을 위반한다.
* 경험적으로 창안된 모든 체계들이 지닌 공통적 특징은 신속하고도 즉각적인 위기 개입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 비밀을 누설하고 나면, 딸은 상당한 재확인을 필요로 한다. 먼저 그녀의 말을 믿는다는 것, 둘째로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 셋째로 앞으로 성 학대로부터나, 비밀을 깼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자행할지도 모르는 앙갚음으로부터 보호될 것이라는 내용을 그녀가 확실하게 전달받을 필요가 있다.
* 여러 가지 이유에서 딸보다는 아버지가 집을 떠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딸을 집에서 분리하는 일은 딸에게 맞서 부모가 서로 결탁하는 경향을 강화시키는 반면, 아버지의 분리는 딸에게 어머니와 관계를 회복할 기회를 주고, 어머니에게는 스스로 기능할 기회를 제공한다.
* 근친 성 학대 피해자의 치료에서 이들이 가장 잘 배워야 하는 것은 자신을 주장하는 방법이다. 곧 다른 사람의 욕구나 감정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가능한 한 자신의 욕구를 말해서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작업은 구타, 학대, 통제, 지배, 순종, 굴복, 무력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내기 위한 것이다.
* 성 범죄자들을 치료하는데 비밀 유지는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치료자가 환자를 위해 어떤 일을 하도록 추천하기 전에, 반드시 그 일이 가족 전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먼저 평가하고 이해해야 한다.
* Murray Bowen과 Salvador Minuchin 같은 이론가가 개발한 전통적인 가족 치료는 근친 성폭행 범죄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이 학파의 치료적 개입은 남성의 지배성을 회복하려는 형태를 취하기 쉬운데 남성의 지배성은 근친 성폭행이 이루어지는 가정에서 전혀 회복할 필요가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 성 범죄자를 위한 가장 성공적인 치료 프로그램은 치료에 응하지 않으면 법적인 제재라는 채찍이 부가된 중독 치료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 근친 성 폭력 범죄자의 집단 치료에서 집단 내 잘 통제된 신체 접촉은 즉각적인 만족감을 줄 뿐만 아니라 아버지들에게 성적인 관계 밖에서도 애정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 성 학대 가해자 치료 집단은 치료자가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일 때, 곧 지도자의 권위가 명확하고, 선물의 규칙을 강화하며, 자비로운 가장의 역할을 충실히 할 때, 최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 가해자의 상태가 개선되는지를 평가하기에 적절한 사람은 가해자 자신이 아니라 그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이어야 한다.
* 어떤 경우든 아버지들은 다음 세 조건이 합치하지 않는 한 가족들로부터 다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첫째, 아버지는 법원의 감독을 받아야 한며, 둘쨰, 적절한 치료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셋째, 근친 성 학대 관계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수용하고 모든 가족이 보는 앞에서 딸에게 용서를 청하는 차원까지 도달해야 한다. 이 세 조건은 적어도 딸에게 최소한의 심리적 편안과 안전감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
* 부모의 재결합을 결코 치료의 최종 지점이나 성공의 규준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가족 관계 회복을 나타내는 가장 의미 있는 지표는 어머니-딸 관계의 건강성이다.
* 이론상으로 아동 성 학대에 대한 처벌은 매우 엄격하지만 실제로 처벌은 거의 그렇게 집행되지 않는다.
* 구타나 강간과 같은 반복적인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는 여성들에게는 혹시 성 학대 경험이 없었는지 질문해야 한다. 알코올이나 마약 의존 증세를 지닌 여성이나 사춘기에 남다른 방황이나 가출 경험을 지닌 여성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어머니가 오랫동안 병석에 계셨거나 집에 계시지 않았던 여성, 아주 어린 시절부터 어른처럼 가족들을 보살펴야 했던 경험이 있는 여성들에게도 그런 질문이 있어야 한다. 이런 환경들이 아동기 성 학대 경험과 너무 빈번하게 연관되어있기 때문에 이런 사례의 환자들에게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은 치료자의 직무 태만이다.
* 여성 치료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환자가 공유하지 못하는 데도 가해자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일이다. 이런 실수는 피해자와 자신의 극단적인 동일시로부터 나온다. 이는 거의 대부분 피해자로부터 매우 방어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근친 성 학대 피해자들은 자주 아버지보다 어머니에 대해 더 큰 분노를 느끼며, 때로는 그녀의 인생에서 아버지를 보살핌과 애정의 유일한 원천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치료자가 아버지에게 분노를 표출하면, 환자는 치료자가 그녀로부터 매우 소중하고 특별한 관계를 빼앗으려 애를 쓴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피해자는 치료자가 악의나 질투심에 사로잡혔다고 생각하며, 이것은 곧바로 모든 여성이 잠재적인 라이벌이라는 그녀의 신념을 확인시킨다.
* 치료에 도움이 되는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데 장애가 되는 주요한 요인은 환자로 하여금 맨 처음 도움을 찾도록 만든 것과 똑같은 문제, 곧 수치심과 전혀 희망이 없다는 감정 그리고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가 배신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 환자가 치료자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그 일에 관하여 털어놓을 수 있을 때까지 그 문제는 일반적으로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여겨질 수 없다.
* 근친 성 학대가 일어난 가정에서 치유는 어머니-딸 사이의 유대 회복으로부터 시작하듯이, 근친 성 학대의 예방은 궁극적으로 딸이 절대로 근친 성 학대 비밀을 지켜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지점으로까지 어머니와 딸의 관계가 강화될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있다.
덧. 이 책은 나중에 저도 참고할 부분이 많을 것 같아 새 책으로 북 크로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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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인 크리스토프 앙드레가 쓴 책입니다. 현재 프랑스에서 심리학과 관련해서 가장 유명한 작가라고 하네요.
이미 심리학 서적 소개 포스팅에서 몇 차례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저는 심리학자가 아닌 사람이 심리학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이나 비슷한 거 아니냐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심리학자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정신의학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떠든다면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뭐 그렇다고 심리학자들이 심리학에 대해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만...
그래도 최소한 심리학에 대해 정통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하면 괜찮겠는데 지금까지 그런 책을 읽어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정신과 의사라면 다른 사람들보다 기대 수준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실망도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책의 특징은 저자가 신경증 환자를 오랫동안 치료해 온 인지 행동 전문가이기 때문에 낮은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깨달음이나 통찰, 받아들임 같은 접근법이 아닌 구체적인 기술을 익히고 연습해서 조금씩 자존감을 높이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는 겁니다. 시중에 쏟아져 나오는 힐링을 표방한 어설픈 책들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 입니다. 자존감에 대해 새롭게 주는 정보가 없습니다.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입니다. 번역자도 공을 들여 열심히 번역한 것 같은데 말이죠.
가장 큰 문제는 자존감이 낮다 높다의 차원 뿐 아니라 강하다 약하다의 차원까지 도입하는 바람에 기존 패러다임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혼란을 준다는 겁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과 자존감은 높지만 약한 사람들을 대비하는데 별로 설득력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후자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쨌거나 자존감에 대해 잘 모르는 분이 보기에는 좀 난해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내용이라서 차라리 선안남 선생님의
'행복을 부르는 자존감의 힘(2011)'을 읽으시는 것이 좋겠고, 자존감 개념에 어느 정도 익숙한 분들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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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설적이지만, 좋은 자존감을 지닌 사람들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도와달라는 말도 잘한다. 도움을 청하는 것이 자신을 깎아내리는 행동이라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 '더 이상 자신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라는 가장 중요한 관문이 남아 있다. 자연스럽게 자신을 잊어야 자존감이 발전한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자신을 긍정하기, 나를 잊고 다른 것과 다른 사람들, 삶에 관심을 쏟기 등.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이런 '헛된 반항'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이가 쓰면 던져버려라. 길을 가다 가시 덤불이 나오면 피해 가라. 그것으로 족하니라. '왜 이런게 있는 거야?'라는 말은 할 필요가 없다."
* 자신을 존중하지 않으면 자기주장을 할 수 없다.
* 다수를 따라가려는 노력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 좀 더 자주 나타난다.
* 자존감이 약한 사람들은 남들 앞에서 자신을 농담의 대상으로 삼지 못한다.
* 시기는 우리가 갖지 않은 것, 우리가 갖고 싶은 것을 가진 사람들을 대할 때 드는 기분 나쁜 감정이다. 한편, 질투는 이미 가진 것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감정이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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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stening to Prozac(1993)'을 쓴 정신과 의사 Peter D. Kramer의 '우울증에 반대한다(Against Depression, 2005)'를 북 크로싱합니다.
우울증을 낭만화하여 우울을 감수성과 창조성의 원천으로 미화하는 현상을 비판하고 우울증이 얼마나 치명적인 질병인지를 다양한 과학 분야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논증하는 책입니다.
흥미로운 내용도 많지만 관련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이 읽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책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dung님이 북 크로싱하는 책입니다. dung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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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든 생각은 '우울증이라는 병은 현대 사회가 만든 것일 뿐이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저자가 쉽사리 우울증의 낙인을 찍는 세태를 비판한 책이겠구나'였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우울을 감수성과 창조성의 원천으로 미화하는 현상을 비판하는 책이었습니다. 미국을 포함한 서양은 요즘도 그런가봅니다. 사실 처음에는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걸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걸 상당히 꺼리는 우리나라의 상황과 많이 달라서 좀 생경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자인 Peter D. Kramer 박사는 'Listening to Prozac(1993)'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정신과 의사로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 정도로 가볍게 치부하는 사회 일반의 오해와 편견이 우울증의 적극적인 치료를 막고 있다는 점에 분개해서 이 책을 쓴 것 같습니다.
우울 장애 전공인 저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사망률이 높은 질병인 우울증을 낭만화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면서 우울증이 얼마나 치명적인 질병인지를 의학, 생물학, 통계학 등 다양한 과학 분야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신경 세포 수준에서, 뇌기능에, 심장과 혈관에, 개인의 인지 영역에, 대인 관계 영역에서 인간을 얼마나 철저히 망가뜨리는지를 낱낱이 보여줍니다.
꽤 흥미로운 내용도 많아서 시간이 많이 걸리기는 했지만 저는 끝까지 읽었는데 관련 분야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운 책입니다. 단편적으로는 유용한 정보가 많지만 연결성이 떨어집니다. 자신의 환자 이야기를 했다가 갑자기 생물학 이야기를 하는 등 내용의 도약도 상당히 잦고요.
게다가 번역의 문제인지 저자의 문체 탓인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난해합니다. 인터넷 서점의 서평을 보면 단순히 제 독해력의 문제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울증에 관심있는 정신의학, 심리학 전공자들이라면 몰라도 일반인들께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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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자와 상담자는 취해야 하는 stance가 좀 다릅니다. 물론 경험과 내공이 쌓이면 두 정체성이 잘 통합되어 최적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그런 수준에 이를 때까지는 일단 상담을 할 때에는 상담자의 역할을, 심리평가를 할 때에는 심리평가자만의 역할을 구분하여 각각에 충실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런데 심리평가를 실시할 때 상담자의 역할을 수행하려는 분들이 있습니다.
임상심리학을 전공하고 주로 정신과 세팅에서 수련을 받는 임상심리전문가나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수련 레지던트 선생님들에게는 이런 문제가 덜 나타나는데 비해 현장에서 이미 상담 경험이 있거나 스스로 자신을 상담자로 규정하고 있는 임상가에게 이런 문제가 두드러집니다.
상담자의 입장에서 심리평가를 실시할 때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점은 공감과 경청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배경 정보와 피검자의 진술을 아무런 조건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비유를 하자면 상담자는 신부님이고 심리평가자는 탐정에 가깝습니다. 신부님은 고해성사를 통해 죄를 대속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말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지만 탐정은 실체적 진실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수집한 정보도 어디까지나 증거에 기반해서 제한적으로만 받아들입니다.
물론 심리평가를 받으려는 피검자는 대부분 자신에 대해 좀 더 이해하기를 원하고 심리평가를 통해 치유의 도움을 받고자 하지만 때로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이차적인 이득(secondary gain)이 존재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피검자의 말이나 이전 치료 기록, 배경 정보, 주변 인물의 관찰 결과들은 모두 어느 정도 오염되어 있을거라고 가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심리검사 sign으로 지지되지 않는 정보는 일단 보류하거나 심하게 충돌하는 경우는 과감하게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평가자가 피검자의 말을 회의하지 않고 무조건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심리평가 보고서가 소설인가?'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소설을 쓰게 됩니다.
피검자를 면담한 내용을 중심으로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거면 뭐하러 아까운 시간과 돈을 들여 심리평가를 실시합니까?
상담을 할 때에는 상담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심리평가를 실시할 때에는 심리평가자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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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신건강의학과 세팅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교과서로 꼽히는 '임상에서의 역동정신치료(Psychodynamic Psychiatry in Clinical Practice)'를 쓴 대가 Glen O. Gabbard 박사의 책입니다. 저는 아직 못 읽었지만 오늘 소개하는 이 책과 함께 읽으면 더욱 좋다고 역자께서 서문에서 추천하셨더군요.
Gabbard 박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아닌 임상심리학자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알아야 하는 대가 중 한 사람이죠. 이 책은 미국의 정신과 수련의가 반드시 획득해야 하는 다섯 개 정신치료 중 하나인 정신역동치료의 교과서로 저술된 책입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얇은 책이지만 '역동정신치료의 핵심 개념', '평가, 적응증, 정신역동의 공식화', '정신치료의 기본 요소', '치료적 중재', '치료 목표와 치료 행위', '저항 다루기', '역동정신치료 시 꿈과 판타지의 사용'. '역전이의 발견과 작업'. '훈습 과정과 종결', '지도감독의 이용', '장기 역동정신치료의 핵심 능력 평가' 등 역동정신치료를 위해 꼭 필요한 내용들을 아주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Gabbard 박사도 언급하고 있듯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깊이는 다소 부족하기 때문에 각 영역에 특화된 전문 서적으로 보강해야합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입문서에 가까운 책이니까요.
하지만 굳이 역동정신치료를 따르지 않는 임상가라고 해도 충분히 도움이 될 만큼 중요한 내용들을 정확하게 다루고 있어서 치료 이론적 접근의 차이와 상관없이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은 책입니다.
다만 미국에서 출판되는 치료 관련 서적은 각 장의 핵심 요약이 발군인 책이 많은데 이 책은 아쉽게도 요약 부분이 상당히 부실하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소장을 권하는 수준은 아닙니다만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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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현적인 것과 지지적인 것 중 어느 것을 치료에서 강조할 것인가 하는 것이 회기의 빈도를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표현적인 치료인 경우 좀 더 전이를 강조하며, 주당 2~3회 정도 회기를 갖는 반면, 지지적 치료의 경우 주 1회 미만을 갖는다. 회기의 수가 증가하면 전이는 강화되고, 그 전이의 해석이 핵심적인 치료 방법이 된다. 주 1회 미만의 빈도일 때는 회기 사이의 연속성이 방해받을 수 있고, 전이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에 장기 역동정신치료를 하기는 매우 어렵다. * 전이가 치료에 저항으로 작용할 때에만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은 유용한 지침이다. * 역동정신치료의 기본 전제는 감정, 전이, 지각 등에 대해 일정 부분은 액면 그대로를 믿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 있는 복잡한 양면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 가장 흔한 형태의 저항은 이야기가 한 회기에서 다음 회기로 이어지지 않고 마치 매번 새 회기를 시작하는 듯 보이는 것이다. * 프로이트는 꿈 내용을 두 가지 수준으로 구분하였다. 즉 명시적 내용(manifest content)은 꿈꾼 이가 자각하는 꿈의 표면적인 것이고, 잠재된 내용(latent content)은 무의식적인 소망과 생각들이다. 잠재된 내용은 꿈을 꾸는 사람이 잠에서 깨어나도록 위협할 수 있기에 꿈에서는 위장되어 나타난다. * 치료자가 꿈 해석에 접근하는 유용한 방식은 환자가 자신의 꿈에 대해 말하고 난 뒤에 환자에게 "그 꿈에 대해 생각할 때 어떤 느낌이 드나요?"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 투사적 동일시와 역전이 재연은 둘 다 비슷한 과정을 포함하지만 전자는 클라인(Klein) 학파와 대상관계이론에서 발생하였고 후자는 미국 자아심리학자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 투사적 동일시의 두 가지 단계 중 1단계는 정서 상태를 동반하는 자신 혹은 타인의 표상이 무의식적으로 자기 안에서 부인되고 상대에게 투사되며, 2단계에서 투사자가 상대로 하여금 투사된 것을 무의식적으로 경험하거나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여기서 첫 번째 단계는 전이, 두 번째 단계는 역전이로 간주된다. 그런데 정신치료적 상황이라면 세 번째 단계가 일어난다. 투사를 받는 치료자는 문제자아 또는 타인 표상을 받아들인 후 이를 포용(contain & tolerate)하고 투사된 내용을 잘 소화하여 다소 변화된 형태로 투사한 사람에게 다시 돌려주거나 환자에게 다시 받아들이도록(reintroject)한다. 이 과정을 통해 환자는 자기는 참기 어려운 심리 상태를 치료자가 감내하고 있는 것을 보고 배우게 된다. 환자가 투사된 내용을 다시 돌려받을 때 자아 표상 또는 타인 표상이 수정되고, 여기에 동반된 감정도 바뀌어 시간이 지나면서 환자의 내적 대상 관계의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 치료자는 '내가 내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자신과 환자 사이에 무엇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조심스럽게 살펴봐야 한다. 투사적 동일시일 수 있다. * 환자에게 치료자의 직접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환자와 딜레마를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다. 예를 들자면, "당신의 질문은 저를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군요. 만약 제가 당신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면 당신은 매우 상심하실 것이고, 만약 제가 그렇다고 하면 당신은 이 치료가 이전에 생각한 만큼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니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대답을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와 같이 반응할 수 있다. * 훈습 과정과 치료 종결을 결정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환자가 자신이 삶의 주체로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느끼고 있느냐는것이다. 내 삶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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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임상심리학회에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표준화된 심리평가보고서를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형식 면에서는 미국의 것을 차용해 그런대로 비슷한 report form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용 면에서는 그야말로 중구난방이라서 임상 현장마다 제각각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평가자가 어디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심리평가보고서의 기술 방향이 결정되는 경우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표적인 현장 두 곳을 중심으로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임상 현장에 따라 유의해야 할 부분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우선
가장 많은 심리평가보고서가 작성되는 병원 장면입니다. 대부분 정신과(요새는 정신 건강 의학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이거나 심리적 문제와 관련이 많은 과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병원 장면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은
심리평가 의뢰자가 거의 대부분 의사이다보니 의사의 진단적 임상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유, 무형의 압력을 느끼거나 최소한 진단을 붙여서 보고서를 내보내야한다는 강박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이 평가한 수검자가 자신에게 맡겨진다면 어떻게 치료나 상담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그런 방향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무리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치료에 방해가 된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되어 무조건 진단을 내리는 습관을 고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상담센터입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기관이고 국가와 voucher 협약을 맺은 곳도 많죠. 상대적으로 정신 건강 의학과에 비해
문제 행동이나 증상의 심각도가 가볍기 때문에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 하지만 반대로 모든 문제를 PCRP나 애착 문제로 귀인하려는 선입견을 갖기 쉽습니다. 게다가
평가를 하는 기관이 심리치료나 상담을 병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심리평가와 심리치료를 연동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작 필요한 문제 별 부모 교육이나 사회 기술 훈련, 의사소통 기술 훈련 등을 체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는 매우 드물며 센터에서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놀이치료나 미술치료만 기계적으로 의뢰합니다. 그러다보니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아이는 무조건 놀이치료?'라는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수검 아동/청소년의 문제와 상관없이 routine하게 센터에서 가용한 심리치료만 제공하는 것이죠.
따라서 상담센터에서 심리평가를 하는 임상가의 경우에는
오히려 정신과적 진단이 필요한 아동/청소년이 아닌지 좀 더 세심하게 진단 가설을 설정해야 하고
자신이 속한 기관에서 제공할 수 없는 치료적 기법이 필요하다면 수소문을 통해 연계망을 구성하는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당연히 심리평가를 위해 방문하는 아동/청소년의 문제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현황을 파악하여 필요한 심리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치료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양성해야겠지요.
심리평가 작성법에 대한 이해에 앞서 자신이 일하고 있는 현장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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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구달과 다이앤 포시의 뒤를 잇는 동물 트라우마 전문가인 G. A. 브래드쇼가 쓴 책입니다.
코끼리의 트라우마라는 다소 낯선 주제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생태학과 심리학, 신경과학, 동물행동학을 넘나들면서 인간과 너무나 닮은 코끼리가 처한 끔찍한 상황을 살펴봄으로써 역으로 인간의 폭력성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밀렵 과정에서 어미와 가족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아남은 아기 코끼리는 모두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으며 DSM의 PTSD 진단 기준과 정확히 들어맞는 증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코끼리라는 사실을 숨기고 정신과 전문의에게 증상을 문의하면 만장일치로 PTSD 진단을 받는다는 것이죠.
코끼리는 인간 외에 거울에 비친 자신을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몇 안 되는 동물 중 하나입니다. 코끼리는 확실한 자아 의식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인식인 행위감(Sense of agency)도 있으며 게다가 이러한 행위감이 일관성 있게 구체화 되어 있습니다. 또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으며 자신만의 일련의 경험 및 역사와 연속성에 대한 감각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습니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코끼리가 인간과 얼마나 닮은 점이 많은지를 알게 되어 놀랐습니다. 사실 코끼리라는 단어만 가리고 읽으면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을 느낄 정도입니다.
이 책은 동물원, 서커스 등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문화에 대해서도 불편한 잣대를 들이댑니다. 우리는 단순히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동물에게 아무런 심각성 없이 얼마나 많은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지요. 알든 모르든 우리는 모두 종 차별주의자들입니다.
이 책이 주는 불편함을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동물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거라고 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물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거나 특정 지역에서 다시 살게 하려는 지극히 이타적인 그 조치가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인간의 손을 떠나 무리로 다시 돌아간 동물들은 동종의 나이 많은 동물들에게서 어린 시절에 배워야 할 생존에 꼭 필요한 문화적인 기술을 배우지 못해 거부당하거나 생존 자체가 위협당하기도 하니까요.
코끼리를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살기 위해서 이제 변해야 할 때입니다. 너무 늦기 전에요.
모든 분들께 월덴지기가 추천드리는 책입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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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일까? 심리학, 좋은 남자를 말하다!'라는 띠지가 무색하게 저는 이 책을 심리학 서적이 아닌 일반 서적 범주로 분류합니다.
이 책을 출판한 원앤원북스는 심리학 분야의 책으로 특화된 '소울메이트'라는 출판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심리학 분야 책은 대부분 소울메이트에서 출판이 되겠지요. 그런데 이 책은 이상하게도 원앤원북스에서 출판이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도 이 책이 심리학 책이 아니라고 판단한걸까요?
사실 이 책은 지인에게 선물받지 않았으면 제가 읽을 일이 거의 없는 책입니다. 저는 평소 두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는 책은 읽지 않는데 그건 '정신과 의사'가 '심리학을 팔아서' 쓴 책입니다. 바로 하지현 선생의
'도시 심리학(2009)'을 읽은 뒤로 세운 독서 기준인데 그런 류의 책은 선물을 받았거나 소개를 부탁받은 경우에만 읽습니다.
게다가 이 책은 제가 아주 싫어하는 분야인 연애 상담을 다루고 있어서 더더욱 읽을 일이 없었을 책입니다. 연애 상담은 대부분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이야기만 듣고 그 자리에는 있지도 않은 사람과의 관계를 가정해 충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일쑤입니다. 그러니 연애 상담이라는 건 시작부터 제대로 된 상담이 되기가 어렵지요.
이 책이 빠진 함정이 바로 이겁니다.
이 책의 구성은 이렇습니다. 23개의 '나쁜 남자' 예시가 나오는데 각 예시마다 '약점은 있어도 콤플렉스는 없는 남자'와 같은 제목과 Q&A가 소개됩니다. 그 다음에 그런 남자와의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설명되고 그런 사람을 만나면 어떤 일들이 생기는지 제시됩니다. 그리고는 그 사람의 어린 시절이 어땠을 지에 대한 추론이 뒤를 잇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처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한 뒤 저자의 조언으로 끝을 맺는 방식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관계의 문제를 보지 못하고 남자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어차피 이런 사례를 정리해서 책으로 묶어 내려고 할 정도면 다양한 경우의 수를 저자는 모두 알고 있을테니 이런 상담을 의뢰한 여성의 성격과 둘 간의 역동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했으면 훨씬 더 나을 뻔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관계의 문제는 상호 작용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요. 예를 들어 '착취하는 남자'를 다룬 118p에서 저라면 상담을 의뢰한 여성들이 과거에 만났던 남성들이 어떠한 사람들이었는지도 다룰 겁니다. 착취하는 남자들은 희생적인 성향의 여성들에게 꼬이는 법이니까요. 단순히 착취하는 남자들에 대한 지식만 알려주는 것 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죠.
게다가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을 어릴 때 성장 과정에서 경험한 것으로만 설명하려고 하는데 접근법이 단편적인 것이야 책의 구성을 일관되게 유지하려다보니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원인 귀인을 과거에만 맞추다보니 현재의 해결 방법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결국은 받아주거나 헤어지라는 극단적인 조언에 이르고 맙니다.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두 가지 기준으로만 분류해 보시면 크게 벗어나는 조언이 없다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예를 한번 들어보죠. 융통성이 없는 남자와 함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176p)을 보면 1) 서로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2) 상대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과 내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을 파악해야 합니다, 3) 대화로 풀어보세요입니다. 2번은 그런대로 참신하다고 해도 1, 3번과 같은 조언이 과연 융통성 없는 남자와 사귀는 여성에게 도움이 될까요?
이 책의 유일한 장점은 우리가 일상 생활이나 임상 장면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이성 관계 문제를 정리해서 다루고 있다는 점 뿐입니다.
몇 차례 소개를 드린 적이 있지만 내용이 조금 무겁고 어렵기는 하지만 Barbara De Angelis의
'당신이 나를 위한 바로 그 사람인가요?'를 읽으시는 것이 훨씬 더 낫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남자의 문제 뿐 아니라 나 자신의 문제까지 관계 차원에서 성찰하고 싶은 여성분께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중독'을 권해 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보고 싶은 분들은 북 크로싱을 기다려주세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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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자의 블루 오션에 대해 포스팅을 한 적도 있습니다만 대부분 임상심리학자의 일터는 여전히 정신과 임상 현장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실상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다만 임상 현장이라고 해도 꼭 정신과여야 할 필요는 없죠. 저만 해도 수련받을 때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투석 환자를 manage하는 것과 관련하여 신장내과 의료진과 함께 일을 한 적도 있고 연구도 했거든요. 정신적 혹은 심리적 문제로 임상심리학자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관련 분야가 많습니다. 이 책은 그 중에서 소아과 의사와의 협진을 염두에 두고 쓴 책입니다.
그런데 이 책의 원문 제목을 보면 소아과 의사와 일을 하려는 임상심리학자를 대상으로 쓴 것 같은데 정작 번역된 책을 보면 임상심리학자와 일을 하고 싶어하는 소아과 의사를 대상으로 쓴 것 같은 뉘앙스를 풍깁니다. 제가 볼 때에는 전자 같습니다.
왜냐하면 중간중간에 소아과 의사들의 need를 잘 읽고 융통성있게 대처해야 한다는 대목이 자주 나오거든요. 예를 들자면 소아과 의사들은 임상심리학자의 Full Battery 보고서를 읽을 시간이 없을 뿐 아니라 지나치게 세세한 정보가 적합하지 않다는 내용 등이 여러 곳에서 등장합니다.
우리나라도 종합병원급의 병원이라면 이미 협진체계가 갖춰져 있어 정신과 의사에게 consult를 의뢰하는 것처럼 임상심리학자에게 심리평가를 의뢰하기도 합니다. 다만 심리평가보고서만 받아가고 땡이죠. team approach는 어림도 없습니다. 물로 우리나라처럼 유명무실한 team approach는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만...
어쨌거나 이 책의 저자는 병원에 소속된 상태에서 기존의 협진 체계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업을 하고 소아과 개업의와 공동 시스템을 구축해서 평가와 치료를 진행하는 시스템을 추천하고 있는데 방향 자체에는 동감하지만 미국과 달리 심리학자의 위상이 여전히 형편없는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상당히 요원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많은 실례들이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있는 미국의 것일 뿐 아니라 이미 16년이나 지난 낡은 내용들이라서 감을 잡는 것 이상의 정보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단점입니다.
그래서 번역은 깔끔하게 잘 되었지만 실제로 개업을 하고 정신과가 아닌 다른 과의 개업의들과 협진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임상심리학자들께도 그다지 추천하기 어려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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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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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임상 현장에서 소아/아동을 만나는 임상가를 염두에 두고는 별 3개로 평범하게 평가했지만 일반인 어머니들에게는 별 4개로 평가해도 충분한 좋은 책이라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너무나 당연하고 옳은 소리들 뿐이어서 이런 책이 2009년에야 소개되었다는 것이 더 놀라운데 2009년에 처음 나왔을 때는 '현명한 부모는 자신의 행복을 먼저 생각한다'라는 다소 진부한 이름이었는데 개정 증보판을 내면서 '나는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로 제목이 (잘) 바뀌었습니다. 홍보 효과를 위해 좀 더 강렬한 문구를 선택하는 출판사의 전략은 대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지만 이 책의 경우에는 이 제목이 훨씬 더 내용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어 훌륭한 전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머리말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하루에 스무 명이 넘게 아이들을 만난다면 근무 시간을 8시간으로 잡으면 한 아이에게 쓸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10분에서 최대 20분을 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심층적인 심리치료는 어림없는 일이죠. 물론 이것만 해도 소아 정신과의 현 실태를 감안하면 대단한 애정과 노력이기는 합니다. 어쨌거나 그럼에도 소아 청소년 정신의학 분야에서 16년을 한 길만 걸어왔고 특히 저자가 자신의 양육 문제에 대한 숙고와 고민을 임상 현장에 적용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이런 좋은 책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사실 단순합니다.
행복한 어머니가 행복한 아이를 만들 수 있으니 좋은 엄마 컴플렉스에서 벗어나라는 것이죠. 그래서 그런지 '절대 아이를 삶의 최우선으로 두지 마라', '희생이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려라'와 같은 다소 도발적인 소제목이 난무합니다만 개인적으로 100% 동감합니다. 저는 행복하지 않은 부모가 아이를 행복하게 양육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가거든요.
이 책의 장점은 참 쉽게 쓰여져 있어 읽기 편한 것 이외에도 자신이 어떤 유형의 엄마인지를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예를 제시하고 거기에 좋은 엄마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실제 행동 지침도 제공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후반부에는 아직 아이를 갖지 않은 예비 엄마들에게 도움이 되는 자상한 조언이 많습니다. 결혼 뿐 아니라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필수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고 항상 생각해왔던 제게 이 책은 상당히 반가운 응원군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장의 임상가보다는 예비 엄마나 자녀 양육 때문에 힘들어 하는 엄마들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덧.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은 대부분 높게 평가할 정도의 quality가 보장되는 경우가 드문데 이 책은 시비를 걸기 어려울 정도로 내용이 좋습니다. 이 책의 내용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임상가라면 문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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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에 소개드린 정신과 전문의 이무석 선생님의 책 '30년만의 휴식(2006)'을 북 크로싱합니다.
일반인들에게라면 모르겠지만 현장의 임상가에게는 개인적으로 별로 추천하는 책이 아닌데다 제가 일하는 기관의 자료실에서 빌려서 읽은거라서 북 크로싱을 안 했는데 블로그 이웃인 '혜란'님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북 크로싱을 중단하게 되시는 바람에 보관 중인 책을 제게 돌려 보내는 과정에서 이 책이 따라왔습니다.
제 뜻대로 하라고 하셔서 고민하다 저와 다른 시각에서 보실 분도 있을 것 같아서 북 크로싱합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부디 참고만 하세요. 모든 책은 나름의 가치를 갖고 있으니까요. 다른 분들께는 무한감동을 전할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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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자신이 심각한 우울증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스스로이건 주변 사람들에 의해서이건 간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신과를 방문할테고 월덴 3를 자주 방문하셔서
'내가 상담/심리치료를 받는다면',
'좋은 상담자/심리치료 전문가를 선택하는 방법'과 같은 글을 이미 읽어보신 분이라면 믿을 만한 심리학자를 찾아가 해결 방법을 함께 찾아볼 겁니다.
정신과를 찾아가면 대개는 보험 청구를 하는 정신과 약을 처방받아 먹게 될 터이고 심리학자를 찾아가면 대부분 보험 청구가 되지 않는 비급여 심리평가나 심리치료를 받게 될 겁니다. 어쨌거나 둘 다 비용을 지불하게 되죠.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정신과적인 혹은 심리적인 문제로 치료를 받게 되면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도박 중독은 어떨까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건전한 믿음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도박 중독 치료도 비용이 발생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만큼은 도박 중독 치료 비용이 전액 무료입니다. 비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도박 중독 치료를 제공하는 모든 기관(사감위와 같은 국가기관, 사행사업체에서 운영하는 전문치료기관과 이들과 연계된 모든 센터 포함)은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제약(예를 들어 병원 입원 치료를 3개월에 한정한다든가)을 둘 수는 있지만 도박자와 그 가족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기관은 절대로 없습니다.
만약 도박자와 그 가족에게 비용을 내게 하는 치료 기관이 있다면 그 기관은 도박중독만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도박 중독에 대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라면 위에서 이야기한 어느 기관과는 반드시 연계되어 있고 그 기관을 통해 지원을 받으면 별도의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걸 명심하세요. 우리나라에서 도박 중독 치료는 무료입니다. 그러니 일체 비용을 부담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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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에서 수가 문제로 많이 두들겨 맞는다고 요새 울상이지만 다른 과에 비해서는 아직도 멀었습니다. 그동안 비급여 수가로 잘 먹고 잘 살았지요.
약물 치료 부분은 제가 잘 모르니 심리평가 부분에서 환자/피검자를 등쳐먹는 대표적인 몇 가지 경우를 고발할까 합니다.
검사 비용을 일정 수준 맞춘다는 명목 하에 환자를 등쳐먹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전혀 엉뚱한 급여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검사 내용이 중복된 비급여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입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환자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무리하게 시킴으로써 환자의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고 그러면서도 그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아주 악랄한 짓입니다.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
첫째, 엉뚱한 급여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작년 4월에 포스팅 한
'전두엽 관리기능 검사(EXIT)를 모든 피검자에게 실시한다고?'에서 이미 말씀드렸는데 급여 검사이기는 하지만 그 환자에게는 불필요한 검사를 추가하는 것이지요. EXIT의 경우는 전두엽 기능을 측정하는 검사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전두엽 기능을 측정해야 하는 특정 장애가 의심되지 않는 한 실시해서는 안 됩니다. 환자들이야 심리검사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니 병원에서 해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하는 것으로 알고 비싼 검사비를 부담하지만 아는 사람이 보면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는 것이죠. K대 병원에서 이런 짓을 많이 하는데 거기에서 수련받고 갓 전문가가 된 supervisor가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 소문을 최근에 들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자기가 배운 그대로 검사 battery를 구성하고 있다면 무능한 supervisor일 것이고, 알면서도 그런다면 임상가로서의 자질이 없는 형편없는 인간이죠.
둘째, 내용이 중복된 비급여 검사를 추가하는 방법입니다. 주로 자기 보고형 질문지를 추가하는 방식을 씁니다. 자기 보고형 질문지는 초진을 보고 검사 예약을 한 뒤 집에서 작성해 오도록 미리 줄 수 있어 환자의 불평이나 의심을 줄이는 효과도 있죠. 착취당하는 것도 모르고 심리평가비가 비싼데 이것 저것 하게 해 준다고 좋아하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_-;;; 예를 들어 MMPI-2만으로도 충분한 것을 우울 관련 질문지인 BDI, CES-D, HAM-D 질문지를 몽땅 시키는 방법(이 검사지들이 급여 검사에 추가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수련받을 때에는 모두 비급여 항목이었습니다)을 씁니다. 게다가 구조화된 면담을 실시한다고 하면서 이마저도 몽땅 검사 비용에 포함시키는 곳도 있습니다. 이 방법은 연구를 많이 하는 종합병원급 병원에서 많이 사용하는데 제약 회사의 fund나 국책 과제의 연구비를 받는 연구를 수행하면서도 연구 자료는 자료대로 모으고 이 때 발생한 검사 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하는 파렴치한 짓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이 두 가지 방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병원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주 일반화된 방법이고 두 가지 방법을 한꺼번에 사용하는 정신과도 꽤 됩니다.
심리평가에 포함된 심리검사 도구의 수가가 현실화되지 않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힘을 합쳐 정부와 싸울 일이지 그게 귀찮고 힘들다고 병들고, 돈 없는 환자의 등을 칩니까?
덧. 조만간 월덴3에 심리평가에 포함된 검사 도구와 비용의 적절성을 익명으로 심사하는 신고 센터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병원과 임상심리학자들이 대오각성하지 않으면 소비자인 환자/피검자를 통해 단매를 치겠습니다. 나중에 손해배상 청구소송 당하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정신차리기 바랍니다.
덧2. 최근에 제가 자꾸 정신과와 임상심리학계의 실태를 고발하는 포스팅을 하는데 이니셜로 표시할 때 정신차리기 바랍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점점 표시하는 강도를 올릴 예정이니까요. 이미 법적 자문을 위한 변호사도 확보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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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스팅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고 객관적인 실상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읽는 분이 각자 현명하게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제 생각의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다른 과는 모르겠지만 정신과는 종합병원과 로컬병원의 차이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정신과는 다른 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비나 기구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에 우월함을 가르는 것은 치료진의 전문성입니다.
그렇다면 로컬병원에 비해 훨씬 많은 임상 경험과 다양한 환자군이 몰리는 종합병원 치료진의 전문성이 더 우수할 것 같지만 별로 그렇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시스템의 취약성이 모든 장점을 다 상쇄시켜버리기 때문입니다.
시스템의 취약성이란 무엇이냐.
종합병원은 시스템상의 문제로 환자를 깊이있게 볼 수 없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종합병원은 로컬병원보다도 더 짧은 시간에 환자를 진료해야 하며 그러다 보니 의사가 문진 실력을 발휘할 시간 자체가 없어 환자의 주관적인 보고에 의존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진단을 내릴 때에도 구체적인 진단보다는 좀 더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진단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안전 지향으로 갈 수 밖에 없죠.
심리평가는 더 말할 것도 없는 것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면담도 해야 피검자에 대한 충분한 formulation이 될텐데 워낙 검사 대상자가 밀려 있어 정해진 시간 내에 검사를 해치우듯이 해야 합니다. 그러니 피검자에 대한 고민을 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저 routine하게 검사를 실시하고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한 후 잊어버릴 수 밖에 없습니다. 충분한 면담을 하고 정보를 모을 시간이 없으니 의사의 진단을 그대로 따르고 싶은 유혹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죠.
그래서 제가 만약 정신과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오히려 특화된 분야의 전문가가 운영하는 로컬병원을 찾을 겁니다. 물론 정신과 의사 뿐 아니라 임상심리학자의 면면도 살펴봐야겠지만요.
덧. 제가 supervision하는 선생님들이 대학병원 또는 대학병원급 종합병원에서 실시한 심리평가보고서를 의무 기록으로 들고 오는 일이 많이 늘었는데 과거에 비해 어이 없을 정도로 환자의 문제를 엉뚱하게 짚은 보고서가 늘고 있습니다. 터무니 없는 진단도 많아졌고요. 그만큼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으로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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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인터넷 방송 프로그램 중에
'아지트'라고 있습니다. 이여영(이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른 책을 통해 소개하겠습니다) 프리랜서 기자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인데 내용이 생각보다 알찹니다. 고정 시청자도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도서평론가가 나와 2010년 출판계의 트랜드를 소개하는 걸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이 분의 책 취향이 마음에 들어 방송 중에 추천한 책을 몇 권 wish list에 넣어 두었다가 나중에 구입했습니다.
책을 손에 넣은 날 이 책의 뒷면에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를 쓴 김혜남 선생의 추천글이 눈에 들어오길래 순간 '아뿔싸~' 했습니다만 때는 늦었지요.
일단 심리학도의 입장에서 총평을 하자면 내용이 상당히 어거지스럽습니다. 사회 심리학 개론을 배운 심리학도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cognitive dissonance', 'attribution theory', 'compliance' 등 아주 기초적인 개념을 차용했지만 도시인의 심리(솔직히 그냥 현대인이지 도시인으로 특정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를 설명하기 위해 억지로 꿰어맞춘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 1장. 소통의 부재에 묶인 내용들을 들여다보면 '소통이 아닌 통보의 커뮤니케이션', '가성 친밀감', '타자에 대한 거부감', '잊을 수 없는 대양감', '열등감과 공격성'이라는 거창한 부제를 달아놨지만 그냥 personal space를 확보하려는 심리로 설명하면 해결되는 문제들입니다. 굳이 전문용어를 동원할 필요가 없거든요.
2장에서는 personalization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사람들이 스타벅스도 좋아하지만 믹스 커피를 받아들이는게 취향을 숨기고 소통을 선택하는거라고 설명했던데 그건 선택의 여지가 믹스 커피 밖에 없을 때라는 제한 조건이 필요하지요. 그럼 커피 대신 현미녹차를 달라고 하는 사람들은 소통을 거부한 건가요?
솔직히 말해서 블로그나 여성잡지에 기고한 칼럼들을 모아놓은 것 같습니다. 나름 '소통의 부재', '자아의 두 얼굴', '욕망의 가속도', '관계의 소용돌이'라는 거창한 구분으로 묶었지만 내용의 연결성이 거의 없습니다.
차라리 그냥 에세이로 내놓았으면 재미있는 시각이네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자신의 설명만이 옳은 양 심리학 개념들을 동원해 호도하는 것을 보면 심리학도의 입장에서 참 화가 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을 하나라도 준 이유는 그래도 글솜씨는 좀 있어서 읽으면서 지루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화입마라든가, 청룡도와 장팔사모라든가 하는 가벼운 비유는 오히려 글의 무게감을 떨어뜨려 거부감만 줍니다.
이 책을 읽은 감상 세 줄 요약
1. 정신과 의사들은 이제 제발 심리학은 그냥 내버려두고 정신의학을 팔아먹기 바람2. 심리학자들도 좀 각성할 필요가 있음. 대체 글 잘 쓰는 심리학자들은 다 뭐하고 있는건지...3. 앞으로 정신과 의사가 쓴 "~심리학"류는 절대로 보지 않을 것임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를 읽고 '이건 좀 아니다'라고 생각했던 분들에게는 비추천인 책입니다.
'나는 재미있었는데' 하시는 분들은 한번 try해 보심도...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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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을 조금 보태서 우리나라 정신과에서 임상심리학자가 하는 일의 90% 이상은 심리평가를 실시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상황이 점차 나아질거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속도가 만족스러운 것은 아닐 겁니다.
임상 현장에 따라 사회복지전문가나 간호사가 의뢰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특히 정신과에서 심리평가를 의뢰하는 사람은 거의가 정신과 의사입니다. 치료 권한과 대부분의 책임 소재가 모두 의사에게 있으니 이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아마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심리학자라면 적어도 한 두번쯤은 다른 전문가가 쓴, 그야말로 형편없는 심리평가 보고서를 접할텐데, 그럴때면 이런 보고서를 쓰는 사람이 어떻게 잘리지 않고 계속 일을 할 수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다른 임상심리학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심리평가 보고서를 보는 축에 속하는데 의외로 형편없는 보고서가 아주 많습니다. 대체 어떤 수련을 받았는지 짐작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도 꽤 많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엉터리 임상심리학자가 퇴출되지 않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바로 심리평가를 의뢰한 정신과 의사가 심리평가 보고서를 꼼꼼히 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 말이 의심스러우면 친한 의사 선생님께 심리평가 보고서를 모두 읽는지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그게 어렵다면 제출한 보고서를 나중에라도 확인해 보시면 제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금방 아실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들은 심리평가 보고서를 꼼꼼히 읽어보지 않습니다. 사실 그럴 시간도 없고요. 대부분은 심리평가 보고서 중에서 Summary & Recommendation만 읽습니다. 그것도 요약 부분 중에서 지능 지수와 진단에 필요한 특정 결과 부분만 (밑줄치면서) 읽습니다.
제가 작성한 종합심리평가보고서는 A4 기준으로 대개 3장을 넘지 않는 적은 양인데도 그렇습니다. 그러니 6~7장이나 되는 보고서를 읽을리가 만무하지요. 제가 supervision 하면서도 그런 보고서를 보면 한숨부터 나오는걸요.
이건 임상심리학자들의 책임도 있는 것이 개업 의사들(특히 소아정신과)이 요구하는대로 visual에만 신경 쓴 나머지 표만 화려하게 집어넣고 양을 늘리는데만 급급했기 때문에 아무도 읽고 싶어하지 않는 보고서가 된 것이죠. 의사들만 탓할 것도 아닙니다.
사정이 이러니 의사가 원하는 진단에 맞는 용어만 몇 개 넣어서 써 주면 별다른 문제 없이 일 할 수 있는 것이죠. 실력이 없어도 들통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보통 심리평가를 실시하기 전에 의뢰자에게 의뢰 사유를 꼼꼼히 물어보고 뭘 알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최대한 반영해서 보고서를 쓸테니 요약 및 제언만 읽지 말고 전체 보고서를 다 읽어달라고 합니다.
보고서 전체를 꼼꼼히 읽으면 어느 정도는 엉터리 formulation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일부 문구는 그럴싸하게 포장할 수 있어도 실력이 없으면 보고서의 전체 내용을 논리적 빈틈 없이 formulation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의뢰자가 심리평가 보고서를 꼼꼼히 읽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실력없는 엉터리 임상심리학자들이 하루빨리 퇴출되어 심리평가를 받는 사람들의 권익을 더 이상 침해하지 않게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의뢰 사유를 꼼꼼히 확인하고 그 의뢰 사유를 보고서에 반영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며, 보고서를 전부 읽어달라고 요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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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우 임상 현장에서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이유는 정신과적 장애의 진단을 위해서입니다. 특히 정신과 병원에서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이유는 수가 발생 + 진단 이외의 것을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물론 상담 도중 내담자의 심리 상태를 좀 더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심리평가를 실시하기도 하지만 절대 빈도로만 본다면 앞에 설명한 이유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런데 과연 정신과적 진단을 위해서는 심리평가를 꼭 실시해야 하는 걸까요?
DSM-IV-TR에 있는 장애 중 상당수는 심리평가를 통해 진단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Sleep Disorder 범주에 속하는 Sleep Walking Disorder를 심리평가 결과만으로 진단할 수 있을까요? 어떤 검사 sign이 이런 장애의 진단을 위한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까요?
대표적인 행위 중독인 게임 중독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게임 중독은 DSM 진단 기준을 따르지도 않습니다만...
중독은 대부분 금단 증상과 내성, 자제력의 손상을 주된 진단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굳이 심리평가를 실시하지 않아도 문진과 간단한 약식 평가 도구를 이용하면 쉽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게임 중독이 의심되는 아동에게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이유는 엄밀히 말하자면 진단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underlying한 문제가 있는 지 살펴보기 위해서, 상담 또는 심리치료를 할 때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죠.
underlying한 문제가 있는지의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게임에 중독된 아동도 게임의 짜릿함과 흥분 그 자체를 즐기는 action gamer와 우울증, 관계 갈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게임을 이용하는 escape gamer로 나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치료적 접근 방법이 달라지겠지요.
그러니 단순히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이유는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라고만 단정짓지 말아야 합니다. 병원 장면에서 수련을 받는 레지던트 선생님들에게 이 문제가 특히 많이 나타나는데
'심리 검사 도구는 만능이 아니다'라는 글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심리평가는 만능이 아닐 뿐 아니라 정신과적 진단만을 위해 최적화된 방법도 아니므로 심리평가를 하면 당연히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위험합니다.
정작 피검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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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신건강과 관련된 현장의 실태는 이렇습니다.
정신과 의사들 이외의 관련 분야 전문가들에게 심리치료를 허락하지 않는 현행 의료법에 발목이 묶여 있는 동안 정작 의사들은 약물 치료에만 의존함으로써 오히려 심리치료 및 상담 영역은 퇴보하는 추세입니다. 이런 작금의 실태에 대한 정신의학계 원로들의 개탄과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자성의 목소리로 인해 변화의 낌새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과연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회의적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정작 중요한 내담자의 권리와 사생활 보호, 상담자의 윤리관, 가치관 문제 등이 소홀하게 취급될 수 밖에 없습니다. 5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임상 심리학회만 하더라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session이 한번도 없었으며 최근에서야 겨우 치료자의 직접 윤리에 대해 routine한 교육 과정을 개설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윤리 문제가 적절히 다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현장에서 일을 하는 임상가들은 나름대로 고민을 하고 필요한 지침서를 읽어야 하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척박한 우리나라 임상 윤리 분야의 황무지에 내리는 단비와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사실 제대로 된 윤리 관련 서적이 전무합니다).
심리치료 분야에 발 좀 담궜다는 분이라면 한번쯤은 접했을, 그 유명한 Corey 부부가 쓴 이 책은 2007년에 발행된 7판입니다. 그걸 서경현, 정성진 두 분이 번역을 했고요.
그래도 2년 밖에(?) 지나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간이기 때문에 최근에 쟁점이 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윤리적 문제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종류의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이와 역전이 문제 뿐 아니라 상담자의 가치관, 종교관 문제, 다문화적 관점과 다양성의 문제, 비밀 보장 및 사생활 보호 문제, 다중관계 문제, 치료자의 자격과 수련 문제, supervision 문제, 연구와 관련된 윤리적 쟁점, 부부 및 가족 치료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 집단 상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 문제 등 현장에서 심리치료와 상담을 하는 임상가가 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윤리 문제를 망라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전개 방식이 참 마음에 드는데 우선 각 장의 맨 처음에 Likert 형 척도를 이용한 자기 점검 문항이 제시됩니다. 이 문항에 나름대로 답을 하면서 앞으로 소개될 내용의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일종의 예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주 유용합니다. 또한 중간 중간에 윤리적 딜레마를 이해하기 쉽도록 사례를 배치하고 있는데 이 사례 제시가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라면 무릎을 칠 정도로 안성맞춤입니다. 그리고 말미에는 각 장의 내용 요약과 함께 role playing을 통해 그 장에서 다룬 내용을 실습할 수 있도록 '추천 활동'을 소개해 놓아서 차근차근 읽어나가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윤리 문제에 대한 맥을 잡을 수 있는 책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다소 생소한 의료관리체계(managed care system)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보 공개 문제와 다문화적 관점을 다룬 부분은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와 닿지는 않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미리 숙지하시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읽는데 극복해야 하는 문제는 600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과 25,000 원이라는, 학생들은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책값 뿐입니다.
소장까지는 권장하지 않지만 현장에서 심리치료나 상담을 담당하는 전문가라면 반드시 최소한 한 번은 읽어보셔야 하는 책입니다. 빌려서라도 꼭 읽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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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월덴 3의 새 책 북 크로싱은 그 유명한 어빈 얄롬의 최신작 'Staring at the Sun(2008)'입니다.
일찌기 죽음에 대해 말 한 사상가는 많지만 임상 현장에서 수십 년 간 심리치료를 해 온 치료자는 죽음과 죽음에 대한 불안,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런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게다가 그 사람이 실존치료의 대가인 얄롬이라면...
이 책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보다 냉정하게 보다 용기있게'의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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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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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눈이 멀까봐, 아니면 최소한 시력이라도 나빠질까봐 해를 정면으로 쳐다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쳐다보지 않는다고 해서 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죠.
죽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해를 직시하지 않듯이 죽음을 직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죽음은 언제나 우리의 곁에 있으며 이 세상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예정된 운명이죠.
올해 76세가 된 얄롬이 시의적절(?)하게 죽음에 대한 책을 2008년에 내놨습니다. 죽음이라기보다는 죽음의 불안에 대한 책이라고 해야 옳겠네요.
얄롬은 수십 년 간의 상담과 심리치료를 통해 상당히 많은 심리적 문제의 기저에는 죽음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죽음에 대한 불안을 극복해야만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그러니 실존치료의 선구자인 얄롬으로서는 죽음에 대한 불안을 다루는 것이 매우 중요한 작업이었겠지요. 그 결과로 이 책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얄롬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잘 살지 못했던 인생 사이에는 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죽음에 온전히 직면하게 되고 그 두려움을 잘 극복하면 오히려 삶의 의미를 깨닫고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얄롬의 말마따나 죽음의 실체는 우리를 파괴하지만 죽음에 대한 생각은 우리를 구원하는 거지요.
얄롬은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죽음에 대한 의견을 상당히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에피쿠로스가 생각하는 세 가지 쟁점은 바로 이것입니다. '영혼은 죽는다', '죽음은 결국 無이다', '태어나기 전의 암흑세계와 죽은 후의 암흑세계는 상호대칭이다'
에피쿠로스의 주장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과 상반되는 것으로
사람이 죽게 되면 태어나기 이전의 단계와 똑같이 전원 스위치를 내린 것처럼 된다는 것이죠. 신앙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얄롬은 무신론자입니다)이지만 상당히 간명하기는 합니다. 또 솔깃하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이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맞서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 의미있는 삶을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얄롬은 '파급효과'를 제시합니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자신의 어떤 부분(어떤 것이든 가능합니다. 창의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저는 제가 월덴 3를 운영하는 것도 파급효과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을 남에게 주었을 때 그것이 인간의 유한성, 일시성, 무의미성을 불평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것이죠. 이것은 이름을 남기려는 사람들의 명예욕과는 좀 다릅니다. 이해가 되지 않으시면 책을 읽어보세요. ^^;;;
닫기
* 죽음에서 정확히 무엇이 두려운가요?
* 새로운 후회를 쌓지 않으려면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당신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만 할까요?(앞으로 1년이나 5년 후의 삶을 상상하면서 그 시기에 새로이 축적되어 있을 후회를 생각해 보라고 한다)
* 단지 옆에 있어 준다는 것이 죽음에 직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베풀어 줄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이다.
닫기
* 환자가 기분 좋아할 때의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 기분 나빠할 때의 이유를 이해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 꿈에 대한 느낌은 어땠어요? 이것은 언제나 꿈에 대한 나의 첫 번째 질문이다. 이런 질문이 그 꿈의 전체 또는 일부분과 관련되는 감정을 찾아내는 데 특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 치료적인 행동이 치료적인 언어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 아이디어는 치료적인 동맹이 견고할 때만 유효적절하다.
이 책의 단점은 이혜성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번역 실력입니다.
전에도 지적을 했지만 여전히 문제가 좀 있습니다. 위에서 제가 인용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잘 살지 못했던 인생 사이에는 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를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로 번역을 해 놓은 것이 대표적인 번역 문제입니다. 이런 기본적인 실수가 여전히 발견됩니다. 참 아쉽습니다.
또 하나의 단점은 양장본도 아닌데 가격이 14,000원이나 한다는 점입니다. 얄롬이 워낙 대가이다보니 로열티가 엄청 붙는가 봅니다. 그래도 이 책은 비싼 가격을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실존치료적인 접근을 활용하는 모든 상담자와 현장의 임상가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덧. 이 책은 새 책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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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롬,
어빈 얄롬,
정신과,
죽음,
죽음에 대한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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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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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냉정하게 보다 용기있게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어빈D. 얄롬 (시그마프레스, 2008년) 상세보기 카테고리가 인문으로 빠져 있네요. 음 -_-; 알맹이 내용은 치유적 관계 맺기에 관한 이야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