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아마존
Applied Clinical Psychology 시리즈에서 나온 책으로 내용은 책 제목 그대로 임상 심리 인턴을 위한 지침들을 모아놓은 겁니다.
대표 저자인 Zammit와 Hull을 포함해 8명의 저자들이 공동 집필한 책이고 주된 내용은 선발 과정, 인턴십 과정의 세팅, 관련 전문가에 대한 소개 및 관계 맺기, 수련 과정 적응하기, 실습하기, DSM-IV를 이용해 진단하기, 심리평가하기, 심리치료하기, 차트 기록하고 심리평가보고서 작성하기, 정신약물학에 대한 기본적 이해 등입니다.
저야 수련을 다시 받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련을 앞두고 있거나 현재 수련 중인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이 있을까 하여 읽기 시작했으나 다 읽고 나서 1995년 발간된 책이란 건 알게 되었습니다(역시나 별 내용이 없더라니;;;). 20년이나 된 오래된 지식이라 별로 건질 건 없었습니다. 너무 구태의연한 내용들 뿐이에요.
게다가 그 당시 기준으로도 심리학과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인턴 과정 입문 지침서 정도의 책이라서 우리나라 대학원생 수준에서도 읽어보라고 추천하기 어려운 책입니다.
오히려 놀라운 건 지금도 여전히 이 책이 아마존에서 135불이라는 가히 엽기적인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는 점!!
그래도 다음과 같은 (당연한) 수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던 건 하나의 수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 APPIC 인턴십 프로그램의 요구 조건
1. 최소한 두 명 이상의 supervisor가 supervision을 제공해야 함.
2. 인턴 수련 과정 중 최소한 25% 이상의 시간이 직접 환자를 만나는 데 사용되어야 함.
3. 일주일에 각각 최소 2시간 이상의 면 대면 supervision과 seminar/case conference가 제공되어야 함.
4. 인턴십 프로그램은 최소 1,500시간, 24개월 연속으로 진행되어야 함.
5. 인턴에게는 급료가 제공되어야 함(무급 인턴 불허).
일부 조건만 가져왔지만 우리나라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과정에서는 저 조건이라도 모두 충족하는 수련 기관이 거의 없을 겁니다. 두 명 이상의 supervisor로부터 supervision을 받을 수 있는 기관 자체가 전무하니까요. 첫 번째 조건만 적용해도 우리나라 수련 기관의 99% 이상이 탈락할겁니다. 게다가 20년 전에도 미국에서는 불허했던 무급 수련생 제도를 떡하니 악용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니까요.
무엇보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지침서 자체가 아예 없죠. 임상심리학의 역사가 반 백년이 넘는데도 말이죠.
마음만 답답해진 독서였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혹시라도 책 내용을 궁금해 하실 분이 계실까 싶어 북 크로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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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전공자들에게는 굳이 이야기 할 필요 없어서 안 하지만 제가 상담자들을 만나는 자리(강의, 수퍼비전, 세미나 등)마다 매번 마르고 닳도록 말씀드리는 주제가 하나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 공부를 해야 하고 이제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게 뭐냐...
바로
정신병리학과 정신의학진단체계입니다. 둘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니 결국은 정신의학(더 깊게는 정신약물학까지)을 공부하라는 말이 되겠습니다.
제가 수련받던 당시와 달리 상담 분야에 계신 전문가들도 이제는 심리평가의 필요성과 유용성에 눈을 떴기 때문에 심리검사도구에 대해서는 공부하려 하고 활용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정신의학에 대해서는 그걸 꼭 배워야 하는지 의구심을 갖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상담과 임상이 어느 정도 분리되어 있어 증상이 심하고 진단을 받아서 약물 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는 병원에 가고, 심리적인 문제만 있고 그 정도 역시 심하지 않아 상담으로 충분히 치유가 가능한 '내담자'는 상담 기관으로 왔기 때문에 굳이 정신병리학이나 정신의학진단편람을 공부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상담의 수요가 폭증하여 상담자의 공급이 달리는 것과 맞물려 병원과 상담 기관의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고 있는데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는 것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많이 약해져서 약물 치료까지는 필요하지 않지만 대인 관계 갈등이나 부적응 등의 문제로 상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병원에 많이 갑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점점 임상심리학자에게 심리치료의 영역을 개방하는 추세입니다(제가 수련받던 당시만 해도 병원에서 임상심리학자가 할 수 있었던 건 의사가 리드하는 집단상담의 co-therapist로 들어가는 정도가 고작이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담 현장에는 점점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심한 '환자'군이 늘고 있습니다. 살기가 힘들어지고 사람들이 버틸 수 있는 정신력이 점점 더 고갈되어 그런 것인지, 상담의 대중화로 인해 그동안 대증 요법에만 기대던 사람들이 이제는 제대로 된 도움을 받기 위해 나오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상담만으로는 치유의 한계가 있는 사람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심리평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상담자들에게 물어보면 조현병(과거의 정신분열병)인 것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내담자가 너무나 많아져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심리평가를 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답을 자주 듣게 됩니다.
그만큼 정신병리적인 지식과 진단 기준을 알아야 사례 개념화를 할 수 있는 내담자의 수가 만만치 않게 많아졌다는 것이죠.
상담자가 정신의학을 공부해야 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이미 병원 등 다른 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들이 찾아올 경우 진단서, 의료 기록, 병력 청취 등을 통해 어떤 문제로 그동안 치료를 받아왔는지 알아야 하고 그러자면 정신병리학에 대한 지식이나 진단 기준 등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DSM과 같은 정신진단편람을 임상심리학자만 익혀야 하는 시대는 이미 가고 있습니다. 물론 상담가와 임상심리학자의 직능이 엄격히 구분되어 있는 일부 기관에서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그렇더라도 상당한 불편을 느낄테고 상담자가 직접 심리평가를 실시하고 진단편람에 의거해 진단까지 해야 하는 기관으로 옮길 수가 없을테니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는 위험 부담도 감수해야 할 겁니다.
임상심리학자들이 상담을 공부해야 하는 만큼 상담심리학자들이 심리평가, 정신의학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선생님들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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