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뿐 아니라 아마존 같은 세계적인 대형 서점에서도 도박 중독 키워드로 검색을 해 보면 생각보다 읽을 만한 책이 별로 없다는 걸 알고 놀라게 됩니다.
국내 외 유수 언론들은 때만 되면 도박 중독의 폐해와 심각성에 대해 대서특필하지만 정작 도박 중독자와 가족 뿐 아니라 도박 중독 치료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이 참고할 만한 변변한 서적이 없습니다.
손목을 잘라도 발가락으로 도박을 할 만큼 도박 중독은 무서운 병이라는 말에 그러한 이유 중 하나가 숨어 있습니다. 도저히 치료가 안 되는 병이니 굳이 시간과 사회적 비용을 들여서 연구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맨날 도박 중독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피해가 얼마라고 추산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소리높이면서 시선끌기만 하지 도박 중독 분야에서 일하는 임상가의 실태에 대해, 국내 도박 중독 연구의 현황에 대해 제대로 취재 한번 하지 않습니다.
이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인데요. 미국의 경우 알코올을 비롯한 약물 중독의 피해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도박 중독까지 신경을 쓸 여력이 없습니다. 중독 관련 저널에 기고되는 논문의 수만 봐도 명약관화한데요. 그래서 중독 분야에서도 도박 중독은 찬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박 중독의 기전, 원인을 탐구하는 건 기초 중 기초인데도 그마저도 제대로 정리된 책이 별로 없는데 Mikal Aasved가 2002년에 내놓은 이 책이 바로 그것을 하고 있습니다.
3개의 part, 8개의 chapter로 구성된 이 책은 크게 정신역동적인 접근과 성격 이론에 따른 접근, 행동주의 심리학적 접근, 인지-행동 치료적 접근을 통해 도박 중독을 조명합니다.
정신역동적 접근에서는 우리에게는 좀 낯선 Hattingberg, Simmel, Stekel로부터 Freud와 Fenichel에 이르는 초기 정신분석학자가 도박중독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다룬 뒤, Bolen, Boyd, Fuller, Rosenthal, Newmark에 이르는 후기 정신분석학자의 입장 변화를 설명합니다.
성격 이론에 따른 접근에서는 power need와 dependency conflict를 중심으로 도박 중독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며 행동주의 심리학에서는 조건화와 강화 이론의 관점에서 도박 중독을 설명합니다.
인지-행동 치료적 접근에서는 도박자의 역설 등 비합리적 신념 체계와 아슬아슬함의 오류 등 다양한 인지 오류에 의해 도박 중독이 유지되는 기전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도박 중독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라면 거의 대부분의 내용이 낯설지는 않겠지만 역사적 흐름에 따라 도박 중독을 보는 임상적 관점의 변화를 한번에 정리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입니다.
또 원서인데도 불구하고 비교적 쉽게 쓰여 있고 단락이 짧게 구성되어 끊어 읽기를 하는데도 유리하죠.
도박 중독을 전문으로 하려고 생각 중이거나 이미 도박 중독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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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박에 대한 모든 정신분석적 접근의 정수는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강박적 도박 행동은 강렬한 열등감과 부적절감으로 인해 야기된 정신 질환의 증상이다"
* 성인기의 도박은 항문기적 욕망의 좌절로 인해 나타나는 아동기의 분노와 죄책감에 대처하는 부적응적인 방법이다. -Hattingberg
* 도박은 돈을 가지고 놀고 돈을 얻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에 항문기적-에로틱한 만족의 초기 나르시시즘적 추동의 승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 Hattingberg
* 후기 정신분석은 모든 중독을 성적 만족의 직,간접적 대체물로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Freudian은 도박을 대치된 자위 행동으로 본다.
* 도박자의 5가지 주된 방어 기제는 다음과 같다. omnipotence, splitting, idealization & devaluation, projection, denial - Rosenthal
* 정신분석적 접근에 대한 가장 주된 비판은 강박적 도박자들이 잃고자 하는 무의식적 소망에 의해 동기화된다는 가정에 초점이 맞춰진다. 또한 지나치게 선택적이라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다.
* 귀인 이론에 따르면 내부 귀인을 하는 도박자는 기술이 작용하는 도박을 선호하고 외부 귀인을 하는 도박자는 운이 작용하는 도박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래서 외부 귀인을 하는 도박자는 '초보자의 행운'처럼 초기에 돈을 따는 경험에 의해 좀 더 쉽게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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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거창하게 니코틴 중독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담배를 끊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도박 중독을 치료하면서 알코올이나 니코틴 중독과 같은 물질 중독이 병존하는 내담자를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저는 경험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합니다.
하나는
조건화(conditioning) 과정을 통해 흡연 행동 자체가 습관화된 흡연자입니다. 이들은 담배에 대한 강한 갈망을 느끼는 것이 아니어서 수중에 담배가 없으면 그냥 잊고 넘어가기도 하고 담배를 피울 수 없는 상황이면 그냥 참을만하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대개 담배를 피웠던 장면과 유사한 상황이 되면 흡연 욕구를 느끼는 사람들이죠. 예를 들어 식후, 화장실에 갈 때, 술 마실 때가 대표적인 상황입니다. 이들은 주로
탈조건화와 같은 행동 수정 기법을 통해 치료하며 굳이 약물 치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예후가 좋은 편입니다.
다른 유형은
매우 강한 신체적 갈망을 경험하는 흡연자입니다. 물론 이들도 흡연에 조건화되어 있기 때문에 과거에 경험한 흡연 유발 상황에 처하면 흡연 욕구가 증가하지만 그 정도가 습관화된 흡연자에 비해 매우 강하며 특별한 이유없이 강한 충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유형의 흡연자에게는 약물 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는데 대표적인 약물로는 부프로피온(Bupropione)이 있습니다.
부프로피온은 도파민 항진제로 FDA의 공인을 받은 금연치료제입니다. 우울증, ADHD 치료에 2차적으로 사용되는 약물이지만 주로 금연을 위한 치료제로 사용되죠. 임상적으로 30~40%의 환자에게 좋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한(?) 습관성 흡연자가 아닌, 주기적으로 강렬한 흡연 충동(urge)을 경험하는 흡연자는 약물 치료를 고려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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