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북 크로싱하는 책은 조직 심리학 및 조직 행동학의 거두인 Jeffrey Pfeffer의 '권력의 기술(Power : Why Some People Have It and Others Don't, 2010)'입니다.
조직 생활에서 왜 누구는 권력을 갖고 다른 누구는 권력을 갖지 못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분석하고 어떻게 권력을 가질 수 있는지 13가지 행동 전략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류의 책은 아니지만 대가의 저작답게 quality는 매우 높은 편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 책의
'소개글'을 참고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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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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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Jeffrey Pfeffer는 조직 심리학, 경영학 분야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수퍼스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네기멜론 대학을 졸업하고 스탠포드 대학에서 경영학 석,박사를 마친 뒤 UC 버클리에서는 경영학 교수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초빙교수를 역임했고 지금은 스탠포드 대학교 경영대학원 조직행동학 석좌 교수를 맡고 있습니다. 인재 경영의 거두로 조직 행동, 리더십, 인사관리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대학원 다닐 때 제프리 페퍼가 쓴 Organizational Theory를 이 갈면서 발제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 책은 한 페이지에 경영학 책 한 권이 요약되어 있다고 할 정도의 난도를 자랑하거든요. 졸업 전에 개정판이 나와서 다시 스터디를 했던 뼈아픈 기억도 있습니다요.
어쨌거나 그만큼 제프리 페퍼는 조직 심리학 전공자에게 애증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졸업 후에 전혀 다른 길로 접어들었음에도 지금도 그의 책은 한번쯤 관심을 갖고 읽어보게 됩니다.
사실 저는 Power에 대한 욕구가 눈꼽만큼도 없는데다 번역판 부제처럼 '조직에서 권력을 거머쥐기 위한 13가지 전략' 따위는 돈을 주고 익히라고 해도 사양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명색히 조직 심리학 전공자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조직을 나가기 전까지 상대방이 사용하는 기술에는 당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맘 잡고 읽었습니다.
제프리 페퍼는 서문에서부터 권력 추구는 인간의 기본적 충동이라며 권력에 대한 삐딱한 시선을 거두라며 충고하지만 됐고요. 그런 충동이 없는 저같은 인간도 있단 말씀~
제프리 페퍼가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조직 사회 구성원으로서 권력의 원리를 이해하고, 당면한 정치적 투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 이해해야 하는 몇 가지 원칙
* 세상은 공정하지 않다.
* 구태의연한 리더십 이론을 경계하라.
* 자기 보호를 위한 핑계를 버려라.
* 최고의 전략은 실행이다.
각 장의 제목이 바로 그가 제안하는 13가지 전략입니다.
1. 실력만으로는 부족하다.
: 자신의 성과가 돋보이도록 하라. 잘하는 것에 주력하라. 상사의 관심사를 직접 묻고 파악하라. 권력자들의 자존심을 살려주어라.
2. 권력자의 핵심 자질을 습득하라.
: 누구나 권력자의 자질을 개발할 수 있다. 자신을 날카로운 눈으로 평가하라. 권력 획득에 필요한 7가지 핵심 자질, 똑똑한 사람들이 빠지는 함정
3. 첫발을 들여놓은 곳이 미래 권력을 결정한다.
: 조직의 출세 코스는 따로 있다. 매의 눈으로 차별화된 곳을 포착하고 선택하라. 권력의 소재를 파악하라. 새로운 기회의 완벽한 영역을 택하라.
4. 둥근 돌이 아닌 모난 돌이 되라.
: 두려워 말고 대담하게 접근하라. 거침없이 과감하게 행동하라.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신경 쓰지 마라.
5. 조직 안팎의 자원을 장악하라.
: 자원을 확보한 권력을 스스로 강해진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
6.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디자인하라.
: 실제 이면의 네트워크까지 통제하라. 네트워킹 능력이 일의 성패를 좌우한다. 선순환의 고리를 구축하라. 인적 네트워크를 점검하고 개선하라. 모든 관계의 시작은 관심이다. 지위가 높은 사람들과 교제를 넓혀라.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이 오가는 길목을 지켜라. 조직 형태에 따라 접근 전략을 달리하라.
7. 자신 있게 말하고 대담하게 행동하라.
: 자신감 넘치는 행동의 원리. 세상을 당신 편으로 만드는 말의 기술
8. 좋은 이미지와 평판이 현실의 힘이다.
: 좋은 첫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단계별 전략. 구축하려는 이미지에 따라 전략을 세워라. 미디어를 이용하여 지명도를 높여라. 당신을 대신해 선전해줄 사람을 활용하라. 부정적 이미지를 역으로 이용하라. 스스로 세력을 강화하는 평판의 위력
9. 적과 여우처럼 싸우고 곰처럼 품어라.
: 반대파와의 파워 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기술. 수세를 공세의 기회로 만들라.
10. 모든 권력은 반드시 대가를 요구한다.
: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더 조심하라. 권력을 유지하려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때로는 냉혈한이 되어라. 권력의 혜택과 대가 사이에서 균형잡기
11. 어떻게 권력을 유지할 것인가.
: 자만하지 말고 자기 균형감각을 유지하라. 타인의 말을 쉽게 믿지 마라. 먼저 지치지 말고 인내심을 가져라. 피로를 관리하는 것도 경쟁력이다. 조직과 주변 환경 변화에 둔감해지지 마라.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려면 점잖게 떠나라.
12. 권력을 효과적으로 행사하기 위한 기술
: 모든 조직에는 우위를 향한 경쟁이 있다. 영향력과 정치력을 갖추기 위한 기술. 위계적 권위와 정치적 시스템을 활용하라.
13. 권력은 실천하는 자의 것이다.
: 나에게 맞는 환경을 선택하는 방법. 당신을 걸고 권력을 추구하라.
예전에 공부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즐겁게 읽었습니다만 역시나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내 편을 만든 뒤, 암살과 모략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줄타기를 하는 건 전혀 관심도 안 갈 뿐 아니라 역겹기만 하더군요.
그냥 오랜만에 제프리 페퍼와의 추억을 되짚어 볼 기회를 얻었다는 걸로 만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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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조직에서 업무 실적은 경력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대단한 실적을 냈어도 상사가 현재 직위에서 당신을 잃고 싶지 않다고 판단하게 되면 보다 높은 직책의 적임자로 봐주지 않는다. 이처럼 뛰어난 업무 능력이 반드시 승진이나 급여 인상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아니, 심지어 자리를 지키는 데에도 업무 능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이다. 간단히 말해 '기억된다'는 말과 '선택된다'는 말은 동의어다.
* 모든 차원에서 똑같이 잘하고, 또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자신이 잘하는 곳에서 잘하는 것을 꾸준히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 실적이 생각만큼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이유는 이것이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상사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어설픈 짐작보다는 상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가 무엇인지, 당신이 하는 일을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주기적으로 직접 묻고 확인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도움을 청하고 자문을 구하는 것 역시 권력자들과의 관계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된다.
* 사람들은 자신에게 긍정적인 정보를 찾고 부정적인 피드백은 피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과 업적을 과대평가한다. 이런 현상을 소위 평균 이상 효과(above average effect)라고 한다.
*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려면 다음과 같은 3가지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 1) 성격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2)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3) 권력 기반을 닦는 데 가장 중요한 자질을 파악하여, 그런 자질을 개발하는데 제한된 시간과 주의력을 집중시켜야 한다.
* 과거에 잘하고 못한 일을 따지기보다는 '앞으로 할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자기방어 성향을 고치는 좋은 방법이다. 개인적인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위해 바꾸어야 할 것에 초점을 맞추는 전향적인 태도는, 과거를 돌아보고 당시 좌절을 검토하고 약점을 고려하는 것보다 자신의 발전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
* 높은 지위에 오르고 놀라운 일을 해내는 사람을 구분 짓는 2가지 근본적인 요소는 바로 '의지(will)'와 '기술(skill)'이다. 의지를 구체화한 3가지 개인적 자질은 야망, 에너지, 초점이고 권력을 획득하는 데 필요한 4가지 기술은 자기 이해와 반성, 자신감, 공감적 이해, 갈등을 인정하는 능력이다.
* 직장 생활을 '어디에서 시작하느냐'하는 문제는, 얼마나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느냐 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얼마나 빨리 원하는 자리에 오를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 사람들은 성공하여 예전과 다른 식으로 일할 수 있는 자격을 얻고나면 남의 눈에 띌 수 있고, 대담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공해서 권력이 생기면 굳이 눈에 띄게 행동하고 경쟁에서 이기려 할 필요가 없다. 정작 자신을 차별화시켜야 할 때는 사회 초년병 시절로 첫 직위를 찾을 때다.
* 당신이 필요한 권력을 모두 갖고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규칙을 따라야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규칙을 따르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여전히 권력을 향해 가야 할 길이 멀다면, 흔히 말하는 관례적인 지혜와 '규칙을 따르라'는 권고는 전적으로 믿지 말고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 유능해 보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강인하거나, 심지어 야비하게 보이는 것이 좋다.
* 지금은 사람들이 당신을 반대할지 몰라도, 당신이 그들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곧 당신 편에 설 것이다.
*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평소 공손한 태도로 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기면 하면 된다. 지금 대단한 권력이 없다 해도 시간은 있을 것이다. 그 시간을 활용하며 중요한 행사를 찾아가 그 사람들을 친구로 만들어라.
* 사람들은 사소한 일은 하기 싫어하고, 관심을 잘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을 맡으면 권력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그런 일에는 도전자도 경쟁자도 별로 없다. 사소한 일도 주도권을 가지고 능숙하게 처리하다 보면 어느새 권력의 중요한 원천이 되기도 한다.
* 사회적 네트워크의 구축에 관한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밝힌 연구가 있다. 사람들은 때로 유능한 중개자와 관계를 맺고 있으면 당사자 못지않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믿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로널드 버트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혜택을 얻으려면 네트워크를 만들고 관리하는 일을 직접 행해야 한다.
* 느슨한 유대관계의 대형 네트워크는 혁신과 정보 탐색에 좋은 반면, 강한 유대의 작은 네트워크는 기존 지식을 향상시키고 암묵적 기술을 옮기는 데 더 적합하다.
* 회의를 하거나 사람들을 만날 때는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지고 현재 상황에 몰두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스마트 폰, 노트북 같은 것은 상대방 앞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 뚜렷한 힘을 갖고 있지 못할 때 상대방에게 분노를 드러내면 아주 효과가 있다. 서열이 비슷한 사람들에게 그런 전략이 더 잘 통한다.
* 어떤 자리에서든 힘을 보여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필요에 따라 상대방의 말을 자르는 것이다. 권력자들은 대개 남의 말을 자르는 특성이 있다.
* 맥스 앳킨슨은 말을 더욱 설득적이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몇 가지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1) '우리 대 그들'이라는 대립 구도를 연상시키는 말을 사용하라. 2)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잠깐 멈추고 조금 시간을 끌었다가 말을 이어가면 쉽게 동의를 얻어낼 수 있고 심지어 박수도 받을 수 있다. 3) 주제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거나, 일반적인 형식의 목록을 만들어 사용하라. 4) 대조되는 2가지를 비교하여 말하되, 각각에 대해 길이와 문법 구조가 비슷한 구절을 사용하려 설명하라. 대조법은 핵심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5) 원고나 메모는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 "확실히 알고 있는 내용을 메모없이 단 5분도 말할 수 없다면, 그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 첫인상의 빠른 형성과 그렇게 만들어진 인상이 오래가는 특성과 관련하여 염두에 두어야 할 2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다. 1) 어쩌다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했다면, 그래서 사람들이 당신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다른 곳을 찾아 떠나는 편이 낫다. 2) 어떤 정해진 장소에서 유리한 인상을 주려고 서성이기보다는 좋은 평판을 얻어내려는 노력이 결실을 거둘 때까지 계속 다양한 환경을 찾아다녀야 한다.
* 인내심은 언젠가는 이긴다. 상대방을 지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이 바위를 뚫는 것과 마찬가지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게임의 상황이 유리하게 바뀔 가능성은 언제든 있다.
* 반대 세력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권력을 향해 가는 도중에 만나게 될 사람들도 대부분 그들의 친구에게는 상을 주고, 적에게는 벌을 주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 당혹감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능한 빨리,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사태에 관한 입장을 분명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 반대 세력에 부딪혔을 때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는 충고는 귀담아듣지 않는 편이 좋다.
* 권력을 잡으려면 난처한 상황에서도 모든 것이 잘되어가고, 자신의 손아귀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는 인상을 줄 필요가 있다. 누구나 승자와 가까이하기를 원한다. 일이 잘 안 풀리고, 그래서 어느 때보다 도움이 절실한 바로 그 순간에 지원군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승리할 수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 권력을 잡고 유지하려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권력을 얻고자 한다면 개인적인 생활은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 당신은 당신 자신만 걱정하라. 그렇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만 취하면 된다.
*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의 일은 자신이 알아서 챙겨야 한다.
*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재능이나 동기때문이 아니라 장소를 잘못 골랐기 때문이다.
덧. 월덴 3에는 소개를 하지 않았지만 제프리 페퍼의 대표작인 '사람이 경쟁력이다'는 일반인이라도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그런데 왜 소개 포스팅을 안 했는지는 이해 불가~
덧2.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로 유명한 짐 콜린스가 이 책을 추천했던데 제프리 페퍼가 자신의 책을 가루가 되도록 깐 것을 알고도 그리한 것인지 궁금. 알고도 그랬다면 짐 콜린스는 그야말로 대인배~
덧3.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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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전공자들끼리 흔히 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전공이 자신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죠. 사회 심리학 전공자는 사회의 심리 현상에 끌리는 것이고, 범죄 심리학 전공자는 범죄자의 심리에 끌리는 것이죠. 조직 심리학 전공자는 조직 내의 심리 현상에 끌려야 맞겠지만 저는 그냥 점수에 맞춰 들어갔기 때문에 저같은 예외도 있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무작정 일반화는 금물). ^^;;;
또한 임상 심리 전공자들에게 회자되는 농담이 하나 있는데 바로 석사 학위 논문의 주제가 자신의 진짜 문제라는 겁니다. 강박 장애를 주제로 논문을 쓰는 사람은 완벽주의자이거나 평소 강박적이기 때문이고, 사회적 지지로 논문을 쓰는 사람은 사회적 지지를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고 등등. 이 역시 일반화 할 수는 없습니다만 제 대학원 생활을 돌이켜보면 선,후배, 동기의 논문 주제와 그들의 특성을 맞춰 봤을 때 의외로 싱크로율이 높습니다.
제가 앞에서 심리학계, 임상심리학계에서 회자되는 농담을 왜 구구절절히 이야기했냐 하면 그만큼 임상, 상담 분야에는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많이 섞여 있을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저처럼 임상, 상담 심리학이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호기심때문에 선택한 사람도 있지만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서 선택한 사람도 많거든요. 전문가가 되었다고 그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었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고 심하게는 병리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이 임상가가 되었을 경우 야기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자신이 만나는 환자/내담자의 치유를 위해 자신의 전문성을 온전히 쏟아부을 수가 없고 그로 인해 치유가 답보 상태에 이르거나 도리어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환자/내담자는 건강한 임상가를 찾아갈 수 있는 산술적 기회라도 있으니 환자/내담자를 신체적/정신적으로 가해하는 예외 경우가 아니라면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오히려 두 번째 경우인데요. 바로 그런 임상가가 학교에 남아 교수가 되거나 임상 현장에서 supervisor로 일하는 겁니다. 수련 과정이 철저한 도제 관계 시스템을 따르는 임상, 상담 심리학의 경우 그런 병리적인 임상가를 만나는 경우 전문가가 되어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한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추는 건 둘째치고 영혼과 마음의 상처를 입어 날개를 펴 보기도 전에 꺾이게 됩니다.
제 경험만해도 충분히 우수하고 재능있는 임상가들이 낮은 자존감으로 훨훨 날지 못하는 걸 지금까지 수도 없이 봤고 지금도 매일 보고 있습니다.
이는 임상, 상담 분야의 수련 과정에서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워낙 많으니 좋은 학교, 좋은 시험 성적, 좋은 스펙 등만 따지지 병리적인 사람을 걸러내는 건 별로 관심도 없고 설사 사전에 알고 있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러다보니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야 할 임상가들의 마음이 병들게 되고, 일단 전문가가 되고 난 뒤에는 전문가라는 타이틀에 갇혀 치유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각 지대에서 자신만의 힘든 싸움을 해야 합니다.
지도 교수나 supervisor에게 인신공격을 당했거나, 폭언을 들었거나, 자존심이 상하는 지적을 반복적으로 받고 있어서 우울하고 내 자신이 쓸모없게 느껴지고 자신이 가는 길이 후회되는 분이 있다면 제 말을 잘 들으세요.
당신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선,후배, 동료 세 사람에게 그 지도교수내지는 supervisor에 대한 의견을 물으세요. 세 명 모두 한 입으로 정말 훌륭한 분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당했던, 혹은 당하고 있는 것들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임상, 상담 현장에는 존경스러운 선배들도 물론 계시지만 실력과 인격 모두 형편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정신이 망가진 임상가의 수도 적지 않습니다. 그들을 골라낼 수 있는 눈이 길러질 때까지는 자신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세요. 그건 전문가가 되고 난 뒤에 해도 충분합니다.
수련 때는 어떻게 해도 시간이 가니 힘들더라도 중도에 그만두지만 말고 어떻게든 버텨서 전문가가 되라는 말을 들었던 저도 이렇게 밥 벌어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능력있는 전문가가 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진짜배기 전문가와 허당을 구분하는 눈은 확실히 생기니 염려하지 마시고요.
전문가가 되고 현장에 나와 자신만의 위치를 구축할 때까지는 주변 어느 누구의 말도 귀담아 듣지 말고 흘려듣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꼭 명심하세요.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덧. 내 지도교수는 정말 훌륭한 분이었다. 내 supervisor는 존경할 만한 임상가인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거냐고 하지 마세요. 그건 당신이 로또를 맞았기 때문이고 그 행운은 축하합니다만 그렇다고 그 사실이 이 바닥에 병적인 임상가가 없다는 걸 증명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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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패러디 한 듯 보이는 이 책은 미래학자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이 썼습니다.
최윤식 소장은 월덴 3에서 이미 소개드린 바 있는
'2030년 부의 미래지도(2009)'와
'부의 정석 : 한국인의 6가지 걱정에 답하다(2011)'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전자가 미래 세계의 경제 변화를 짚은 책이라면 후자는 미래 우리나라의 경제 변화를 짚은 책입니다. 둘 다 제가 읽은 경제서 중에서 상당히 높게 평가했던 책이죠.
'10년 뒤에도 살아남을 직장인을 위한 안내서'는 그러한 미래 쇼크에 대한 대비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목만 보면 직장인이 살아남기 위해 어떤 기술을 습득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침서 같지만 내용과 딱 들어맞지는 않습니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반부는 1. 혁신적으로 보기(이치에 의한 변화의 흐름을 통찰하여 정보를 보는 비법), 2. 혁신적으로 생각하기(생각하는 법을 다시 생각해서 정보를 가공하는 비법), 3. 혁신적으로 미래를 선택하기(미래를 선택하는 비법), 4. 혁신적으로 학습하기(지식을 쌓는 비법)를 통해 시각지능, 단계별 사고 기법, 심층요소들의 연관관계 보기, 인지과학의 접근법, 비즈니스 프로파일링, 생각의 다양화 기법, 시각적 조작법, 다양한 생각도구, 미래지도 그리기 등의 방법에 대해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후반부는 전반부의 방법들을 활용해 훈련함으로써 개인이 혁신적으로 일하는 방법, 조직이 혁신적으로 성과를 내는 방법, 마지막으로 혁신적으로 리드하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반부는 저자가 맡고 있는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에서 실시하고 있는 통찰, 창조, 혁신을 위한 훈련 기법에 대한 소개인 듯 싶고 후반부는 한 때 조직 심리학 분야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과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개념, Jeffrey Pfeffer의 '사람이 경쟁력이다', 전에 소개한
'회복 탄력성(Resilience)'등 경영학, 심리학, 조직 심리학 등에서 소개된 다양한 개념들을 개인과 조직에 적용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물론 도움이 되는 내용도 많았지만 전반부의 다양한 기법과 기술들이 너무 난해하고 이론적이라서 마음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제가 의심이 많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본인이 운영하는 연구소의 교육 과정에 등록하라는 낚시처럼 느껴져서 살짝 신경이 거슬리더군요.
후반부는 대부분 아는 내용이라서 읽기는 편했지만 새롭게 건진 내용이 별로 없었고요.
그래서 저자의 전작들을 상당히 호평했는데도 이 책은 생각보다 인상깊지 못해서 별 세 개로 평가했습니다.
제목에 낚이지 마시고 서점에서 대충이라도 훑어보고 본인에게 맞으면 구입하시는게 좋겠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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