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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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영화
최단 기간 1천만 관객을 돌파한 국내영화라고 하도 세몰이를 하길래 차라리 나중에 관객 좀 빠지면 보려고 했는데 9월에 개봉하는 신작 영화가 많아서 그냥 심야 영화로 보고 왔습니다.
누구는 60분이 넘는 전투장면에 초점을 맞추고 보고, 누구는 이순신 영웅화에 삐딱한 시선을 맞춰 보고, 누구는 이순신 장군처럼 앞으로 나서라면서 지가 나서야 할 자리에 부하들 밀어넣는 후안무치 뻘소리를 하면서 봤지만,
저는 영화에서도 나왔듯이 이순신 장군과 그의 휘하 병사들이 느끼는 두려움에 초점을 맞추고 봤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전투가 끝나고 이순신 장군이 토란 하나를 입에 넣으며 '먹으니 좋구나'하는 말을 하는 게 좋았습니다.
성웅 이순신이니, 구국의 영웅 이순신이니 하면서 피도 눈물도 없는 전쟁신처럼 묘사하는 것보다 이렇게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나았어요. 부하 장수와 병사들에게 두려움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도 구선(거북선)이 불타버렸을 때 절망에 소리치던 모습도 인간적이었고요.
절대적인 숫자의 열세는 맞지만 우리 화포의 우수성도 그렇고 판옥선과 일본 세키부네의 성능 차이도 그렇고 전투 상의 전력 면에서는 우리 쪽이 훨씬 위였기 때문에 사실 전투 장면은 좀 불만이었습니다. 임팩트 없이 길기만 했달까? 아무리 구선이 없다고 해도 이순신 장군 같은 전략가가 을둘목 회오리 하나만 믿고 도박을 했을 리도 없고. 전투 장면을 보면서 '전략이 대체 어디있지?'하는 생각만 들더군요. 전투 장면을 그렇게 오래 묘사할거였으면 좀 더 고증을 잘 하지 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캐릭터의 메인은 이순신 장군 역을 맡은 최민식일텐데 저는 계속 그 휘하 장수인 오타니 료헤이(준사 역), 이승준(안위 역), 이해영(송희립 역) 같은 굵직한 조연들의 표정만 떠오르더군요. 장수들의 비장감 넘치는 표정과 연기가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영화가 한산, 노량으로 이어지는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라던데 영화 마지막에 한산도에서 구선이 불을 뿜는 모습을 보여주는 걸 보면 2탄은 한산 대첩을 다룬 '한산'이 아닐까 싶네요. 조진웅(와키자카 역)과 한 판 붙는 모습을 보여줄 듯.
보는 사람마다 평이 극명하게 갈리는 영화인 것 같은데 추진력을 잃고 회오리로 빨려 들어가는 대장선을 백성들이 갈고리를 걸어 끌어내는 장면만큼은 손발이 오글거렸습니다. 결국 백성으로 향한 '충'이 보답을 받는다는 걸 보여주려는 건지 모르겠는데 '사족'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들더군요. 이런 장면들 때문에 감성팔이 영화라는 욕을 먹는 것 같더군요.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보느냐에 따라 평이 굉장히 심하게 갈릴 수 있겠지만 저는 꽤 즐겁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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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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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영화
2006년에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백윤식, 봉태규 주연의 그냥저냥 코미디를 감독한 경험이 유일한 김성훈 감독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감독이 각본까지 직접 썼다고 하는데 그 각본이 대박났습니다.
제 67회 칸 영화제의 혁신적인 영화를 발굴해 소개하는 의도로 설립된 '감독 주간(Director's Fortnight)'에 정식으로 초청되어 신선함과 재미를 인정받았습니다.
주연을 맡은 이선균과 조진웅 두 사람의 신들린 연기는 뭐 명불허전이지만 좀 심하게 말하자면 설사 연기력 쩌는 배우가 출연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치밀하면서도 정교한 줄거리가 백미입니다. 물 흐르듯이, 그러면서도 긴장감이 풀어질 심리적 여유를 주지 않고 완급을 잘 조절하면서 끝까지 몰아치는 박력이 있습니다.
게다가 C4 폭약 폭발 시연, 온도 조절 안 되는 샤워기 등 복선을 촘촘히 깔고 있으면서도 관객이 찾지 못할 만큼 골치 아프게 숨겨놓지 않아 좋습니다.
정체불명 목격자가 등장하기 전까지 시체를 숨기는 과정이 훨씬 더 긴박감이 넘치지만 대신 중반부 이후에는 과감하게 몰아치는 전개로 끝까지 흥미진진한 영화입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으면서도 새롭게 느껴지는 줄거리가 탄탄한 영화는 참 오랜만이네요.
제목이 좀 구태의연해서 볼까말까 살짝 주저했는데 SNS의 평을 믿고 보길 잘 했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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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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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영화
개인적으로 선입견이 좀 있어서리 박신양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평일 낮에 어르신을 모시고 보러갔죠. 물론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요. 포스팅하려고 찾아보니 의외로 평이 괜찮더군요. 다음 포털의 경우에는 톰 크루즈가 주연한 잭 리처보다도 높다는;;;
극장이 텅텅 빌거라 예상하고 갔는데 뜻밖에 거의 다 차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이 많이들 오셨더군요. 좌우, 앞이 모두 어르신으로 둘러 쌓였습니다. 어르신들은 영화 관람도 4,000 원만 내면 된다는군요. 모처럼 경건한 분위기에서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내용은 사실 뻔합니다. 반전도 없고요. 잘 나가는 건달에게 사고가 생겨서 운명이 바뀌었는데 하필 그 운명이 신내림을 받아야 하는 무당의 것이 되었으니까요. 거기에 귀신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신빨이 세다고 하니 귀신과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겠지요.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비교적 볼만한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박신양의 연기 변신이야 명불허전이었고 아역 배우인 윤송이 양의 연기가 특히 뛰어나더군요. 그 밖에도 엄지원, 김성균의 탄탄한 연기력도 발군이었습니다. 첫 영화 출연이라는 정혜영이 배역이 너무 평범한 바람에 연기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아쉽네요.
뻔할 뻔한 영화를 배우들의 연기가 살렸습니다.
덧. 검사로 특별 출연한 조진웅(제가 좋아하는 배우)과 박신양의 취조실 명장면과 박신양과 보스 자리를 두고 암투를 벌이는 2인자 역의 김정태가 마지막에 보여준 연기가 백미입니다. 눈여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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