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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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세상에 선을 보인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는 개봉되자마자 세계 각국의 영화팬 뿐 아니라 영화 평론가, 미래학자, 철학자에 이르기까지 각계 각층의 많은 사람들에게 지적 충격과 자극을 주었더랬죠.
이 책은 영화 매트릭스에 숨어 있는(또는 워쇼스키 형제가 의도적으로 숨겨놓은) 수많은 기호와 코드, 수사, 상징들에 대한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다양한 분석과 해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이들의 직업도 미디어 및 문화 비평가, 경제학자, 철학자, SF 소설가, 역사가, 영문학 교수, 소프트웨어 개발자, 종교학자, 발명가, 과학자, IT 기술자 등으로 매우 다양합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도 제목처럼 우리도 매트릭스 안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찰에서부터 현실이란 무엇이고 우리는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인공 지능, 매트릭스가 포스트모더니즘 사상을 성공적으로 접목시킨 영화라는 시각과 지적 허세에 불과하다는 비판, 매트릭스에 담긴 기독교적 수사, 불교와 매트릭스의 관계 등 흥미진진한 주제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매트릭스의 기술적 결함에 대해 기술자이자 철학자인 피터 로이드가 쓴 8장과 매트릭스에 신이 있는지에 대해 분석한 폴 폰테너의 11장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아마도 다른 분들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재미있다고 느끼는 부분이 저랑 다르겠지요.
이 책의 단점은 유기적인 연결을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니 매 장이 분절화된 느낌이고 난도가 조절되지 않아 어떤 장은 아주 쉬운데 비해 어떤 장은 읽기가 어려울 정도로 어렵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북 크로싱 신청하는 분들은 이 점을 감안하셔야겠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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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종교를 동시에 다룬 책 중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책입니다. 일단 강력 추천부터 하고 소개 시작합니다.
이 책은 2008년 4월부터 8월까지 인터넷 언론인 '프레시안'에 온라인으로 연재된 이메일 내용과 오프라인 대담을 엮은 서간집입니다.
세 명의 공동 저자가 등장하는데 각각의 프로필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신재식. 호남 신학 대학교 신학과 조직 신학 교수, 신학자, 진화론적 유신론자* 김윤성. 한신 대학교 종교 문화학과 교수, 종교학자, 불가지론자* 장대익. 동덕 여자 대학교 교양교직학부 교수. 과학 철학자, 절대적 무신론자
사실 이 세 분은 추천사를 쓴 김용준 한국학술협의회 이사장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고, 최재천 교수는 장대익 교수의 은사, 정진홍 교수가 신재식, 김윤성 교수의 은사라고 하니 그야말로 신학, 종교학, 과학 철학의 최전선에 선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목이 종교 전쟁이지만 오히려 내용은 종교 전쟁을 끝낼 대화의 시작에 가깝습니다. 이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4부까지는 세 저자가 주고받은 이메일을 정리한 것이고 5부는 태국에서 실제로 만난 세 사람의 대담을 정리한 것입니다.
1부에서는 장대익 교수가 '과학의 시대에 종교의 유통 기한이 끝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으로 종교를 향해 먼저 포문을 열고 2부에서는 종교를 해부하려는 과학의 시도에 대해 신재식 교수가 반격합니다. 3부에서는 장대익 교수가 미국에서 과학적 무신론의 두 거두인 에드워드 윌슨과 대니얼 데닛과 함께 한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소개하면서 종교가 과학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묻습니다. 4부에서는 '왜 한국 교회가 창조 과학에 열광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세 저자가 각각 한국의 창조 과학과 지적 설계 운동에 대한 경험담을 풀어놓습니다. 5부에서는 앞서 소개한 것처럼 태국 치앙마이에서 세 저자가 직접 만나 나눈 대담을 정리하고 종교의 미래에 대해 각자의 예측을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고요.
후기로 김윤성 교수가 프레시안에 연재되던 당시 받았던 질문에 답하는 글과 신재식 교수가 종교와 과학의 관계에 대해 좀 더 궁금해 하는 독자를 위해 다양한 책들을 추천한 것도 큰 선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별 생각없이 구매한 책인데 로또 맞았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내용이 훌륭한 책입니다만 세 저자의 균형비 만큼은 시비를 걸고 싶습니다.
사실 신재식 교수는 진화론적 유신론자라서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진화론을 수용하는 분이고 김윤성 교수도 종교학자이기는 하지만 가치 판단을 적용하지 않는 학문적 관점에서 종교를 바라보는 분이니 종교보다는 과학 쪽에 무게가 많이 실린 느낌입니다. 그래서 제게는 종교가 과도하게 공격받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절대적 무신론자인 장대익 교수보다 유신론자인 과학 철학자를 대척점에 세웠다면 좀 더 흥미로운 토론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추천사에서 최재천 교수가 비움, 귀 기울임, 받아들임을 이 책의 장점으로 언급했지만 저는 별로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장대익 교수는 지나치게 도킨스의 밈 이론에 경도된 나머지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신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종교는 없어져야 하고 없어질 수 밖에 없다는 자신의 견해를 조금이라도 수정하거나 다른 두 교수의 의견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는 듯 느껴졌습니다. 신학자인데도 진화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신재식 교수나 중도의 입장에서 균형감을 잃지 않았던 김윤성 교수에 비해 상당히 concrete하고 rigid하게 보이더군요. 특히 5부에서 그랬는데 약간은 떼를 쓰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해서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실제로 전체 내용을 읽어보면 장대익 교수가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인정하고 다른 두 교수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는 부분이 (제 기억으로는) 하나도 없습니다.
어쨌거나 종교(그 중에서도 개신교)와 과학의 애증 관계와 숨겨진 이야기들을 책 한 권으로 훑어볼 수 있어 행복한 독서였습니다.
과학과 종교 모두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필독서로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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