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임상가 중 상담을 주 업무로 하는 상담자는 주로 MMPI-2/A, TCI/JTCI, SCT, HTP(+KFD) 조합으로 심리평가를 하곤 합니다. 반드시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해야 하는 수검자가 많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지능 검사나 로르샤하 검사 등이 워낙 난도가 있고 heavy한 검사라서 선뜻 도입해 사용하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맨날 네 개의 검사만으로 routine하게 진행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 같기도 하고 내담자에게 좀 더 도움을 주기 위해 해 볼 수 있는 검사 도구가 없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림 검사 대신 TAT를 실시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구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제가 늘 말씀드리듯이 심리검사를 실시할 때는 반드시 그 심리검사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 분명한 목적과 가설이 있어야 하고 그림 검사와 TAT는 평가 영역이 겹치기도 하지만 당연히 차이나는 부분이 존재하므로 TAT를 실시하면 좋은, 또는 실시를 권하지 않는 이유를 잘 알고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제가 TAT 실시를 권하는 또는 주의해야 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관계 역동이 중요한 수검자에게 적합함
: 로르샤하 검사와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로르샤하와 TAT 모두 깊은 무의식을 들여다본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로르샤하가 수검자 개인의 정서 조절, 지각 등을 살펴보는 것에 비해 TAT는 관계 역동을 좀 더 잘 보여줍니다. 따라서 대인 관계 역동을 살펴보는 게 중요한 수검자에게 실시하면 좋습니다. 특히 성격 장애 수검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검사이죠.
2. 언어 능력이 뛰어난 수검자가 유리함
: 대부분의 심리검사 도구가 수검자의 언어 능력을 요구하기는 하지만 TAT는 그림 카드를 보고 스토리를 만들어내면서 자신의 역동을 투사하기 때문에 언어 능력이 뛰어난 수검자에게 실시할 때 더욱 풍부한 역동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적 제한이 있거나 언어적 능력이 부족한 수검자로부터는 원하는 만큼의 반응 내용을 얻어내기 쉽지 않으므로 실시 여부를 잘 따져 봐야 합니다.
3. 자기 개방이 잘 되지 않는 기질의 수검자가 불리함
: 수검자가 TCI 사회적 민감성이 낮은 LHL, MHL, LLL, LML 등의 기질 유형인 경우 자기 개방을 어려워하므로 자신의 역동을 카드에 투사해서 드러내는 TAT 검사에서 방어적인 태도로 임할 수 있습니다. 사실 방어라기보다는 자신을 드러내는 걸 꺼리거나 어색해 하는 것에 가깝지만 어쨌거나 평가자 입장에서는 내용 자체가 풍부하지 않으므로 해석하기 쉽지 않습니다.
상담자 입장에서는 언어적 기술을 많이 사용하는 검사 도구인만큼 로르샤하에 비해 상대적으로 만만해 보일 수 있지만 의외로 실시가 용이한 수검자 군이 넓지 않으며 해석 노하우가 쌓이는데 오히려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으니 충분히 고민하고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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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완성검사는 종합심리평가에 포함된 심리검사 도구 중 가장 홀대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종합심리평가가 국내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지 몇 십년이나 지났는데 최근에 와서야 표준화된 버전이 나왔을 정도니까요. 그런 실정이니만큼 공부를 하려고 해도 참고할 만한 자료가 거의 없습니다.
문장완성검사도 실전에서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을 미니 강의안으로 만들까 고민하던 차에 학지사에서 이 책이 나왔다기에 참고하려고 구입해서 읽어 봤습니다.
이 책은 서울 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이우경 선생님이 쓰신 것인데 인싸이트와 손을 잡고 본인이 개발한 문장완성검사를 소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문장완성검사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보다는 새로 나온 문장완성검사의 지침서나 메뉴얼 같은 느낌의 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목차도,
Part I. 문장완성검사의 이론적 배경
1장. 검사의 역사 및 발달
2장. 검사의 특징
3장. 이론적 근거
4장. 검사의 종류 및 채점 체계
5장. 심리측정적 특징
Part II. 인싸이트 문장완성검사의 개발과 적용
6장. 인싸이트 문장완성검사의 개발 개요
7장. 인싸이트 문장완성검사의 유형과 특징
8장. 인싸이트 문장완성검사의 실시와 채점
9장. 인싸이트 문장완성검사의 분석 및 해석
10장. 인싸이트 문장완성검사의 사례
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두 개의 파트 중 하나가 온전히 새로 개발한 문장완성검사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Part I은 문장완성검사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문장완성검사에 대한 감을 잡기 위해 한번쯤 읽어보면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래와 같은 내용인데,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문장완성검사에서 긍정적인 자기 개념과 자기 평가 내용을 더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적 장애가 아니라 방어적인 응답 경향을 보이는 수검자들이 긍정적인 내용을 보고하는 경우가 더 많죠.
특히 문장완성검사의 장점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았는 데 1) 다른 투사검사에 비해 검사 실시와 해석에 걸리는 시간이 더 짧다, 2) 수검자가 검사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자유롭게 반응할 수 있다, 3) 실시나 해석에 특별한 훈련이 요구되지 않는다, 4) 문항 반응 내용 분석만으로도 정신병리 선별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처럼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습니다.
이 책과 별개로 이번에 개발된 인사이트의 문장완성검사는 어떠냐 하면, 꽤 괜찮은 편입니다. 성인용, 청소년용, 아동용 3개의 버젼으로 나왔으며 문항의 내용이 현장에서 임상가들이 필요한 내용을 잘 담아낸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도 내용 및 주제 분석을 위한 '분류표'를 제공하는 점은 실망스럽고요(이와 관련해서는 '문장완성검사의 내용을 타이핑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포스팅 참조).
또 한 가지 실망스러운 점은 저자인 이우경 선생님이 임상심리전문가이고 그동안 계속 병원 장면에서 일을 하셔서 그런지 해석을 위해 정신병리적 지식이 필요하거나 임상 쪽 전문가여야 한다는 식으로 임상 편향적인 주장을 계속 하시는 겁니다. 사실 임상에서는 문장완성검사를 별로 중요한 검사 취급도 안 하거든요. 그저 관례적으로 종합심리평가에 포함시킨 것 뿐이죠. 임상 편향적인 시각으로 봐서인지 10장에서 각 장애 별 문장완성검사의 사례 분석한 걸 보면 우울증이라고 진단한 사례부터 제가 볼 때는 진단이 틀렸습니다. 전형적인 Delayed PTSD 같거든요. 4번의 ADHD 진단 아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볼 때는 기질 상의 취약성과 부모-자녀 관계 문제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미 ADHD로 가정하고 분석했더군요.
그래서 문장완성검사를 공부하기 위해서, 특히 문장완성검사에 익숙하지 않은 임상가들이 이 책을 읽는 걸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 책이 도움이 될 분들은 이미 문장완성검사에 어느 정도 숙달되어 있는데 이번에 출시된 인싸이트 문장완성검사를 도입하기 위해 지침서 형태로 살펴볼 분들 뿐입니다. 이 경우 Part II만 읽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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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완성검사를 사용한 연구(Rohde, 1957)에서는 1) 반응 속도, 2) 무응답 항목, 3) 문장완성의 길이, 즉 방어적 반응을 의미하는 긴 반응, 4) 수정을 하거나 내용을 바꾸는 것, 5) 사용된 언어의 강도, 정서적 언어 표현의 사용 혹은 강한 정서적인 색채 항목에서 성차를 비교하였으며 연구 결과 반응 속도나 무응답 항목 등에서는 성차가 뚜렷하지 않았지만 반응 내용에서는 성차가 드러났다.
* Sherman은 반응 내용(contents) 요인보다는 형식적인(formal) 요인이 감별 진단에 더 도움이 될 거라는 가설을 검증하였다. '형식적' 요인은 표현 행동, 즉 반응 양식, 태도를 의미하며, '내용' 요인은 문장완성검사 상에서 표현된 것이 무엇인지를 의미한다.
* 1인칭으로 시작되는 자극이 3인칭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반응을 유도한다. 3인칭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사용하였을 때의 장점은 아버지나 권위상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와 관련된 반응이 현저히 늘어난다는 점이다.
* 레빙거의 자아 발달 이론과 머레이의 욕구 이론 뿐만 아니라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 이론도 문장완성검사 해석에 적용이 가능하다.
* 심리치료 장면에 오래 남아 있는 사람은 문장완성검사 상에서 개인적 감정을 더 많이 드러내고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더 많이 개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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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임상가가 일부러 반응을 왜곡하려고 종합심리평가를 받아보는 일은 좀처럼 없지만 가끔 심리학 전공자이고 심리검사 수업을 들어 대부분 검사에 대한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나중에 종합심리평가를 받게 되는 경우는 가끔 있기 때문에 심리검사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전공자의 종합심리평가 profile은 대체로 어떻게 나오는지 정리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 MMPI-2 : 특별한 임상적인 문제가 있지 않다면 normal profile이 나오는 게 일반적입니다. MMPI-2/A를 알고 있는 임상가라면 문제를 감추려고 하면 방어 타당도 척도가 상승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방어 척도가 평균보다 낮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 TCI : 이분법 문항인 MMPI-2와 달리 TCI는 5점 likert 척도로 구성(성인용 TCI-RS의 경우)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하지 않고 중간에 몰아쓰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래서 기질, 성격 모두 Medium이 많이 나오게 되니 응답지의 반응 패턴을 확인해보는 게 좋습니다.
* 문장완성검사 : 문항의 의도와 해석 방향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기 때문에 지극히 방어적인 태도로 응답하므로 건질 내용이 거의 없을 정도로 교과서적인 평범한 내용 일색입니다.
* 지능 검사 : 전부는 아니더라도 정답을 많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지표에 비해 언어이해지표 점수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높게 상승하는 경우가 많고 그에 비해 시간 제한이 있는 지각추론과 작업기억 지표는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납니다. 처리속도 지표가 다른 지표에 비해 현저히 낮게 나타나는데 이는 처리속도는 반복 연습을 하지 않으면 다른 지표의 소검사에 비해 연습 효과가 적게 나타나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호쓰기와 동형찾기 소검사의 점수가 약점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처리속도에 속한 소검사 수행의 수행이 떨어지는 것이 것이 아니라 학습 효과에 의해 다른 지표 내 소검사 수행이 우수하게 나타나서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겁니다.
* BGT : 반응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신 line quality는 거의 완벽한 수준입니다. immediate recall 과제에서도 거의 대부분 회상하는 편이나 역시 일반적인 수검자에 비해 반응 시간이 더 걸리는 편입니다.
* 그림 검사 : 종합심리평가에 속한 검사 중 그나마 방어가 덜 되는 편이지만 기존에 나와 있는 해석집을 꼼곰히 공부했다면 당연히 반응 양상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그나마 방어가 덜 되는 편이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그림 검사의 구조적 해석은 내용이 매우 많기 때문에 한 두 번 읽었다고 검사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 로르샤하 검사 : C 반응이 없고 당연하겠지만 popular 반응이 많은 편입니다. 색깔을 반응해도 채점되지 않으며 영역을 구분하기 위해 동원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응 수가 많은 편이지만 질적 분석이 어려울 정도로 반응 내용이 평이한 경우가 많습니다. (2) 반응이 많아도 COP 채점이 어렵거나 반대로 COP 채점이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 경향을 보입니다. 또한 PER로 채점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묘한 주지화 설명이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inquiry에서 방어하기 위해 쓸데없는 첨언(noise)이 많거나 반대로 아주 단순한 형태 평범 반응으로 일관합니다.
당연히 위의 profile은 심리검사에 노출된 정도, 임상가의 지적 능력 수준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략적인 해석 방향만 참고하셔야 하며 설명드린 반응 패턴과 유사할 경우 심리학 전공자이거나 심리검사 도구에 대한 공부를 한 수검자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확인해 보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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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이나 상담 심리를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심리검사에 노출되기 전에 종합심리평가를 받아 보는 경험이 굉장히 소중하기 때문에 딱 한번의 검사가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심리학도는 오염되기 전에 심리평가를 받을 것' 포스팅 참조)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는 내담자의 경우에는 누구나 한 차례 이상의 심리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모든 등록 환자에게 최소한 1년에 한 번은 의무적(?)으로 심리평가를 받게 한다고 해 임상심리 분야에서 악명이 높은 메X스 신경정신과 같은 짓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현장에서 심리평가를 재실시하게 되는 일은 꽤 자주 있습니다.
가장 흔한 것이 상담/심리치료의 사전-사후 비교를 위해 실시하는 것이죠. 사전 평가에서 나타난 내담자의 심리적 문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증상의 완화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사후 재평가 결과와 비교하기 위해 재실시를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심리검사의 재실시 간격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요?
이는 검사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재실시를 결정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건 '학습효과'입니다. 수검자가 이전에 검사를 실시했던 걸 기억하고 있는 것까지는 크게 상관없지만 검사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면 이후 검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간격을 두고 실시해야 하는거죠. 이 때 기준으로 삼는 게 지능 검사입니다.
아직 K-WAIS-IV와 K-WISC-IV의 연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전 버젼을 기준으로 보면 언어성 영역의 소검사는 대략 1년, 동작성 영역의 소검사는 2년 동안 학습 효과가 나타나는 걸로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 지능 검사의 경우 학습 효과 없이 안전하게 재실시하려면 2년의 간격은 필요하다는거죠.
로샤나 TAT처럼 시각적 자극을 사용하는 투사법 검사는 재실시 간격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는 검사입니다. 검사 자극을 기억하기도 쉽지 않고 자신이 어떤 반응을 했는지 기억하는 건 더더욱 그렇거든요. 하지만 문장완성검사처럼 언어적 자극을 사용하는 투사법 검사는 상대적으로 수검자의 기억에 좀 더 오래 남기 때문에 충분한 간격을 두지 않으면 나중에 실시할 검사의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증상의 변화에 따른 재실시 간격입니다. TCI와 같은 기질/성격 검사는 재실시 간격이 커도 기질/성격 유형이 급격하게 바뀌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크게 상관없지만 MMPI-2/A와 같은 정서 상태 검사는 수검자의 정서 상태를 민감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좀 더 자주 실시해야 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종합심리평가의 경우 실시 목적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최소 2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실시하라고 권하는 편입니다. 만약
증상 또는 심리적 문제 변화의 사전-사후 비교가 유일한 실시 목적이라면 MMPI-2(또는 거기에 로샤 검사를 추가하는 형태)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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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본적으로
심리평가 실시의 타이밍과 검사도구의 선정을 평가자가 수검자와 상의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지만 현재의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상황이 개선될 것 같지 않아서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진단을 위한(엄밀하게 말하면 약물 치료를 위한) 심리평가의 조기 실시와 병원 수익 극대화를 위해 개발된 battery 체계는 그야말로 병원 장면에서나 필요한 것이고 정작 수검자의 사정(경제적이든 심리적이든)을 고려한 것이 아닌데 상담 장면에도 충분한 고민 없이 무분별하게 도입되고 있습니다.
그런 결과로 심리평가에 대해 문외한인 수검자가 이 검사를 받겠다고 '찍어오면' 평가자는 그대로 실시해야 하고, 불필요한 검사를 빼거나 꼭 필요한 검사를 추가하도록 검사 과정을 manage할 수 있는 권한도 시간도 없으며, 심한 경우는 심리평가를 받는 수검자와 검사를 실시하는 임상가, 심리평가를 의뢰하는 접수자가 아무런 의견 조정도 없이 기계적으로 심리평가를 실시하고 있고 이런 '엉터리' 심리평가의 수효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참으로 큰일입니다.
너무도 중요하기에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조직의 효율성을 우선하는 시스템은 절대로 수검자에게 도움을 줄 수 없습니다. 얼핏 보면 비효율적으로 보이더라도 전담 상담자가 수검자와 상의해 어떤 심리검사를 실시할 지, 언제 실시할 지를 신중하게 고려하는 게 정답입니다. 시스템에 의해 당사자인 수검자와 상담자가 배제되는 시스템은 그야말로 시스템을 위한 시스템일 뿐입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상담자가 심리평가의 실시 타이밍과 실시할 검사도구 선정의 권한을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어떤 심리검사도구의 조합이 수검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제안하려 합니다.
검사도구의 조합은 크게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선별심리평가와 종합심리평가가 그것입니다.
종합심리평가는 의뢰 사유가 주요 정신 장애의 변별 진단과 그에 수반되는 약물 치료까지 고려해야 할 때 주로 시행합니다. 주요우울장애, 조현병,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이 종합심리평가가 필요한 대표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별심리평가는 즉각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때 대략적인 심리상태를 살펴보고자 할 때 진행하며
일반적으로 MMPI-2/A, SCT 조합을 많이 사용하지만 저는 TCI/JCTI, MMPI-2/A, SCT 조합을 더 많이 사용하고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상담 현장에서는 기질/성격 상의 어려움을 가진 내담자가 많이 방문하는데 MMPI-2/A, SCT 조합만으로는 이를 감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굳이 빼야 한다면 차라리 선별심리평가에서 SCT를 빼는 게 낫습니다. 이건 이제부터 말씀드리려는 교차 검증의 중요성과도 관련이 있는데 간혹 본인에게 익숙한 문장완성검사나 그림 검사(HTP, KFD 등)만 단독으로 실시해도 되지 않냐고 물어보는 선생님이 계신데 그렇게 실시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문장완성검사는 반 투사 검사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수검자가 자신의 의도에 따라 응답 내용을 왜곡, 윤색, 조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림 검사는 어떨까요? 그림 검사 역시 로르샤하 검사처럼 중립적인 자극을 사용하는 완전 투사검사가 아니라는 약점도 있고 무엇보다 상당한 경험을 쌓지 않으면 구조적 해석이 쉽지 않다는 제한점이 있습니다. 또한 비구조화된 검사의 특성 상 평가자가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결과만 선별적으로 선택할 위험성도 있기에 문장완성검사나 그림 검사와 같은 투사법 검사는 반드시 MMPI-2/A와 같은 객관적인 검사와 함께 실시하고 의뢰 사유에 대한 교차 검증을 실시해야 합니다.
수검자가 실시 검사가 많아지는 것에 부담을 느껴 거부감을 표시한다면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TCI/JTCI, MMPI-2/A 조합을 먼저 실시하고 문장완성검사나 그림 검사는 차후에 다시 실시하거나 상담 회기를 활용하여 추가 실시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리면 투사법 검사만 단독으로 실시하지 마세요. 반드시 구조화된 검사 결과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이는 심리평가 초심자이든 충분한 경험을 쌓은 전문가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자만심에 의한 오해석은 오히려 심리평가 실시 경험이 많은 고수에게 더 흔히 일어난다는 걸 감안하면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가라면 누구든 주의해야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보고 신뢰도를 확인할 수 없는 TCI/JTCI도 충분한 검사 라포를 형성했다고 확신할 수 없는 한 단독 실시하지 않는 게 안전합니다. MMPI-2/A에서 K, S 척도 상승으로 방어적인 경향성이 나타난다면 TCI의 결과도 충분히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특히 성격 차원). 그러니 TCI/JTCI도 MMPI-2/A와 함께 실시하는 게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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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장면에서는 아직까지 TCI를 적극 도입/실시하는 곳이 많지 않지만 상담 장면에서는 TCI를 사용하는 곳이 계속 늘고 있고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병원 장면에서는 성격 장애를 제외하면 TCI를 실시하지 않더라도 변별 진단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심각한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기존의 종합심리평가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상담 장면에서는 아직까지도 특별히 진단을 내리기에는 충분치 않지만 그렇다고 그냥 상담만 하기에는 뭔가 찜찜한 내담자들이 많은데 설명이 어려운 영역을 TCI를 통해 가려낼 수 있어서 TCI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재 MMPI-2와 SCT로 구성되어 있는 선별심리평가 도구에 TCI를 routine하게 실시하도록 추가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예산 확보 문제도 그렇고 검사 도구가 추가되면 내담자에게 동의를 구하기도 한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MMPI-2와 SCT 조합을 MMPI-2, TCI 조합으로 갑자기 바꾸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고요(개인적으로는 처음부터 선별심리평가도구를 TCI, MMPI-2 조합으로 구성하는 걸 적극 추천합니다).
그래서 보통 접수 시 routine하게 MMPI-2와 SCT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종합심리평가를 비롯한 추가 검사 실시를 고려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TCI의 추가 실시를 고려해 봐야 하는 상황이란건 대체 어떤 걸까요?
개인적으로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TCI 추가 실시를 고려해 보라고 제안드립니다.
1. MMPI-2의 FBS 척도 단독 유의미 상승
: FBS 척도가 단독으로 상승(타당도 척도 중 혼자만 70T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했을 때의 의미는 이전에 한 포스팅(
'MMPI-2 FBS 척도의 이해')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임상 척도로 지지되는 문제로 인한 이차적인 이득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경우 어떤 임상 척도가 상승했냐와 상관없이 성격 상의 문제 및 이로 인한 대인 관계 갈등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TCI 결과를 살펴보는 것이 내담자의 문제를 이해하고 그에 따른 상담 목표를 설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2. 주 호소와 MMPI-2 임상 척도 양상이 맞지 않을 때
: 내담자가 주로 호소하는 증상과 MMPI-2 임상 척도가 서로 많이 어긋날 때 이러한 증상의 원인이 기질이나 성격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하나 서로 연관성이 별로 없고 결정적으로 MMPI-2에서 신체화 관련 척도의 상승이 두드러지지 않을 때, 이는 단순한 신체화 기제가 아닌 histrionic trait의 소유자가 보이는 관심 끌기 행동의 일환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TCI를 통해 어떤 기질과 성격 유형의 소유자인지 확인하는 것이 이 간극을 설명하게끔 도와주기도 합니다.
당연히 두 조건 각각을 충족하는 것보다 두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경우가 TCI 추가 실시로 도움을 얻을 확률이 커지겠죠.
둘 다 중요한 조건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FBS 척도가 단독 상승했을 때 TCI를 추가 실시하는 것이 더 유용했다는 것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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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보고서에는 행동 관찰(Behavioral Observation)이라는 내용 영역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수검자의 관찰된 행동을 통해 수검자의 모습을 좀 더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 작성하는거지요.
행동 관찰 영역에 기술되는 수검자의 행동은 종합심리평가를 기준으로 크게 '검사 전 대기실에서 보인 행동', '검사 중 수검자가 보인 행동과 반응 태도', '검사 후 면담에서 보인 행동'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 중 검사 중 수검자가 보인 행동과 반응 태도가 제일 중요하고 분량도 가장 많죠.
행동 관찰 영역을 기술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표준화된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의뢰 사유에 연동하는 방식입니다.
표준화된 방식은 그야말로 수검자의 외양, 검사자를 대하는 태도, 검사 자극을 다루는 행동 방식, 검사 중 감정을 표출, 혹은 감추기 위해 동원되는 다양한 제스처와 얼굴 표정 등을 활용해 수검자의 이미지가 최대한 생생하게 떠오를 수 있도록 기술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키와 몸무게가 얼마이며, 어떤 옷을 입고 왔고 액세서리는 어떤 것을 착용했으며 위생 상태는 어떠한지, 검사자와 눈맞춤이 적절한지, 표정이 굳어 있지는 않은지, 손떨림이나 초조함, 불안을 드러내는 특징적인 행동은 없는지 등을 세밀하게 묘사하게 됩니다.
표준화된 방식은 수검자의 모습을 최대한 생생하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지극히 특징적인(때로는 이상한) 행동 특징들을 선별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즉 수검자가 호소하는 증상이나 문제와는 별 상관없는 두드러진 특징들이 검사자의 주관적인 선호에 따라 선별될 수 있다는 약점이 있는거죠. 그래서 화장이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진하다든가, 옷차림이 너무 선정적이라든가, 문신이 눈에 띈다든가, 특이한 곳에 피어싱을 했다든가, 땀이 많이 흘러 검사지가 젖었다든가(사실은 다한 증세일 수 있는데) 하는 내용이 주된 모습으로 강조될 수 있어 이후 제시되는 심리검사 결과와 상충되거나 뭔가 걸맞지 않는 생뚱맞은(혹은 지나치게 튀는) 모습으로 기술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을 사용할 수 있는데 바로 의뢰 사유와 연동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심리평가 의뢰 사유가 우울 장애를 변별하는 것인 수검자가 있다고 할 때, 우울 장애를 겪고 있는 수검자에게 기대되는 행동 특징들이 검사 중에 나타나는지, 혹은 전혀 반대되는 양상들이 나타나는지에 초점을 맞춰 기술하는 겁니다. 검사자와 눈 맞춤을 피하고 표정이 어두우며, 반응 속도가 전반적으로 느리고 필압도 약하고 심지어는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을 정도로 무기력하고 지친 모습이 관찰된다면 우울 장애를 지지하는 행동 관찰 결과가 될 수 있는거지요. 아니면 정 반대로 기운차게 검사실에 입실하고 시종일관 만면에 미소를 띠며, 검사자가 검사 지시를 마치기도 전에 충동적으로 과제 수행을 시작하고, 반응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면 검사 의뢰 사유였던 우울 장애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기술되는거지요.
그래서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시 초심자는 표준화된 기술 방식으로 행동 관찰 영역을 작성하는 것을 먼저 연습할 수 있지만 수검자의 모습을 좀 더 생생하게 묘사하고 싶거나 심리검사 결과와 연동하여 작성하고 싶은 분이라면 의뢰 사유를 염두에 둔 기술 방식을 고려해 보시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더 드리자면, 행동 관찰의 기술은 종합심리평가보고서 작성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대면 검사를 하지 않는 선별심리평가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TCI/JTCI, MMPI-2/A, SCT 등 자기 보고형 검사처럼 활용할 수 있는 검사 도구를 주로 사용하는 선별심리평가에서도 검사지를 제공할 때 orientation을 하는 절차가 있고 질문지를 직접 수령하는 과정에서도 간략하게나마 면담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때 관찰한 내용을 행동 관찰 영역에 통합할 수 있습니다. 꼭 대면 검사에서 관찰한 행동 특징만을 사용하려고 고집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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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에 종합심리평가로는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TCI 사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
'과연 심리평가로 성격 장애를 진단할 수 있는가' 참조)
TCI라고 해서 성격 장애를 무조건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은 아닌 게
1) 기질 상의 취약성 존재, 2)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 약화 라는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성격 장애 진단을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TCI를 갖고도 성격 장애 진단은 쉽지 않은 겁니다.
기질의 취약성이야 타고 나는 것이고 일부 유전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 약화는 상담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TCI 성격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 LLL 유형 : 침울한
주관적인 고통감도 심하고 객관적인 심리평가 결과도 이를 지지하는 성격 유형입니다. 내담자가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고, 우울 장애나 기타 신경증적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만성적인 무기력, 자신감 부족, 에너지 저하 등의 증상이 공통적이고 매사에 성공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에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를 뿐 아니라 상담이 도움이 될거라는 기대조차도 부족해서 예후가 그리 좋지 않은 편입니다. 어떤 공존 장애를 고려하든 만성화된 상태에서 방문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탐색하는 게 좋습니다.
* LLM 유형 : 미성숙한
성별과 연령을 불문하고 정신적으로 덜 자란 느낌을 주는 내담자로 순진한 것과는 다른 미숙함이 특징적입니다. 기질 상의 취약성도 함께 갖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성장 과정에서 이러한 기질이 온전히 수용되지 못함으로써 자기 회의, 자기 비하 성향이 강해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볼 때 그다지 성취라고 할 만한 걸 이룬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LLM 유형으로 분류되는 내담자는 성장 과정에서 방임이나 학대 등의 애착 외상을 입은 적이 있는지, 지나치게 강압적이고 통제 지향적 부모에게서 양육된 것은 아닌지 부모-자녀 관계 문제 가능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LML 유형 : 모방하는
성인의 경우 이 유형으로 분류되는 내담자가 꽤 많습니다. 흔히 말하는 남 따라하기 유형인데 목적 의식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삶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고자 살아온 게 아니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여도 삶의 만족도가 낮은 것이 특징적입니다. 이 유형의 내담자도 LLM 유형처럼 지나치게 통제적인 가정 환경에서 성장했을 가능성이 큰데 진정한 어른이 되는데 꼭 필요한 선택과 책임 중 어느 것도 스스로 하려고 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결과에 대한 집착이 강하기 때문에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비난할 대상(주로 부모 등 significant others)을 찾아 외부 귀인하면서 자신의 약한 멘탈을 지키려고 합니다. HHH기질 유형(수동-공격적 유형)과의 조합이 가장 예후가 좋지 않으며 이럴 경우 조기 종결 가능성도 큽니다.
말씀드린 세 유형의 공통점은 자율성 차원이 매우 낮다는 겁니다.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의 특징 중 하나는 자율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죠. 거기에 연대감까지 낮으면 문제가 더 심각해집니다. LLL, LLM 유형이 대표적인 경우이죠. 자율성이 낮아도 연대감 수준이 어느 정도 높다면(Meduim level 이상이라면) 상담자와 rapport를 형성할 때까지는 버틸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성격 유형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주 만날 수 있는 성격 유형으로 LLH(비조직화된), LHM(복종적인), LHL(의존적인) 유형도 있습니다. 이 유형들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 두시는 게 좋은데 이들 유형은 LLH 유형을 제외하고는 그나마 연대감 수준이 높은 장점이 있어서 상담자가 본격적인 개입을 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상호 의존 문제를 염두에 두어야 하고 전이-역전이 분석이 필요한 내담자가 많습니다.
유형에 대한 숙지 이외에도 중요한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1.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들은 대부분 TCI의 자율성 차원이 낮기 때문에 자율성의 하위 차원 분석을 통해 어떻게 자율성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함.
2. 연대감 차원까지 낮다면 조기 종결 가능성이 커지며 내담자가 호소하는 증상의 심각도도 비례해서 올라가는 경향이 있으므로 각오를 단단히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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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 파트도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상담심리학 전공의 임상가들이 특히 빠지기 쉬운 함정 중 하나로 과거 치료력을 그대로 신뢰하는 게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상담이나 심리평가를 받으러 내방한 내담자가 과거에 진단을 받았거나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다면 그 진단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이죠. 하지만 막상 심리평가를 실시해보면 과거의 그 진단이라는 것과 얼토당토 않게 다른 결과를 받아들고 당황하기 일쑤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과거에 아무리 유명한 병원에서, 이름난 의사에게 진단을 받았든 말든 간에 일단 모든 진단은 의심해야 합니다.
진단을 받았거나 치료(외래, 입원, 약물 치료를 막론하고)를 받은 병력이 있는 내담자를 보게 되면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그 진단이나 치료의 근거가 무엇인가
문진이나 BDI 등 false positive error 확률이 높은 자기 보고형 검사 결과가 그 근거라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 기존 진단은 머릿속에서 싹 지우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진단을 받은 지 오래 지난 환자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맨 처음 진단이 틀렸을 경우 환자가 여기저기 병원을 옮겨다니며 진료를 받을 때 나중에 환자를 문진한 의사가 기존 진단을 뒤집고 전혀 새로운 진단을 내리는 건 결코 쉽지 않습니다. 기존 진단이 옳다는 전제 하에 약을 바꾸거나 증량하는 등의 수정 조치를 취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을 때는 첫 진단을 잘 받는 것이 아주 중요하죠.
2.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하였고 그것에 근거해 진단이 내려진 경우
일단 기존 진단을 신뢰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은 갖춰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다음의 두 가지를 체크해야 합니다.
1. 심리평가보고서 사본 확보. 2.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한 임상가의 전문성 확인. 심리평가보고서에 기인해 진단을 내렸다는 건 전해들었지만 내용을 볼 수 없다면 아무 소용 없습니다. 반드시 심리평가보고서를 손에 넣어야 합니다. 또한 제대로 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임상가가 작성한 보고서라면 이 역시 믿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그런 임상가가 심리평가를 잘 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그 희박한 가능성에 내 내담자를 맡길 수는 없으니까요.
3. (종합)심리평가보고서의 내용이 미심쩍은 경우
내담자 또는 보호자에게 이야기 해 심리평가 원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원자료를 복사해 오라고만 하면 절대로 제대로 된 자료를 가져오지 못합니다. 심리평가 원자료를 선뜻 내주는 병원이나 기관은 하나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MMPI-2의 결과지 1번에서 6번까지, 문장완성검사 앞, 뒷면 사본, 로샤 검사의 반응 기록지와 반응 영역 기록지, 구조적 요약지 등등 필요한
원자료 목록을 정확하게 적어서 그대로 의무 기록 복사를 해 오라고 주문해야 합니다. 병원의 원무과나 의무기록과로 직접 간다고 해도 어차피 정신건강의학과의 담당의나 심리평가를 실시한 임상가에게 연락이 가기 때문에 그들과 직접 통화해서 검사 원자료를 보려고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제대로 된 기관이나 임상가라면 취지를 이해하고 복사해 줄 겁니다. 만약 내규, 원칙, 규정 등을 내세우면서 복사 안 해주려고 버티면 고발하는 등의 조치(엄밀하게는 친고죄로 고소하는 것이며 의무기록 복사를 거부하는 의료인은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의거 자격정지 15일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 됩니다(그런 일은 가능한 한 있으면 안 되겠지만요).
간혹 심리평가를 실시한 기관이 폐업을 했거나 기간이 오래되어 파기를 했거나 아니면 망실된 경우도 꽤 많은데 그럴 경우는 결국 심리평가를 다시 실시해야 합니다.
단계적으로 살펴보라고 말씀은 드렸지만 제 경우는 예전에 Big 5에 속하는 종합병원에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supervisor가 supervision한 심리평가보고서에서 떡 하니 Paranoid SPR로 진단받은 환자가 미심쩍어 다시 평가해봤더니 Malingering이어서 큰 충격을 받은 이후 어떤 기관에서 어떤 전문가가 실시한 심리평가보고서도 거의 믿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실시하고 제 눈으로 확인한 검사 결과만 믿습니다.
그러니 상담자 선생님들은, 특히 심리평가에 약하다고 자인하는 선생님들일수록 항상 회의주의적인 자세를 굳건히 유지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엄한 내담자에게 낙인을 찍지 않을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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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선별심리평가의 심리검사도구 구성하기 : TCI/JTCI와 MMPI-2/A 조합'이라는 글에서 SCT보다는 TCI/JTCI를 더 추천한다고 말씀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TCI/JTCI의 장점을 중심으로 설명을 드렸는데요. 엄연히 SCT도 종합심리평가 도구 중 하나로 널리 사용되는 검사인데다 실제로 대부분의 임상, 상담 현장에서는 여전히 MMPI-2/A, SCT 조합으로 선별심리평가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왜 SCT를 추천하지 않는지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해 드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선별심리평가를 할 때 SCT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표준화된 검사가 아니기 때문
: MMPI-2/A는 정식으로 표준화되어 도입된 검사인데 그와 짝을 이루는 문장완성검사는 표준화된 검사가 아닙니다. 우후죽순 격으로 손으로 만들었는지 발로 만들었는지 모르게 남발되는 청소년용 문장완성검사 뿐 아니라 그나마 통일되어 사용되는 50문항의 성인용 버전과 33문항의 아동용 버전도 표준화된 것이 아닙니다. 50문항으로 구성된 성인용 버전마저도 가이던스에서 나온 것과 복사해서 사용되는 것의 문항 구성이 약간 다를 정도입니다. 검사 도구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표준화된 해석 방식 또한 없으니 해석자의 경험과 노하우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납니다.
-> 물론 한국심리주식회사에서 표준화한 Forer의 문장완성검사 2가 있습니다만 100문항이라는 터무니없는 문항 수도 그렇고 한국심리주식회사는 제가 신뢰하지 않는 회사이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습니다.
* 수검자의 의도에 따라 조작이 쉽기 때문
: 타당도 척도를 통해 보고 신뢰도를 검증할 수 있는 MMPI-2/A와 함께 실시하기는 하지만 문장완성검사의 내용을 보면 수검자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특정 영역의 문항 내용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습니다. 수검자가 전반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이고 싶거나 반대로 엄청 문제가 많은 것처럼 보이고 싶을 때에는 이러한 응답 경향성이 MMPI-2/A의 타당도 척도 분석을 통해 충분히 드러나겠지만 특정 영역에 대해서만 이런 의도를 갖고 있다면 타당도 척도에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정적인 내용을 물어보는 문항에 대해서만 "그런 거 없음"이라고 답했다면 L, K. S 척도가 상승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죠. 특히 MMPI-2/A 결과가 clear하지 않게 나온 경우에는 해석이 더 어렵습니다. 물론 TCI를 실시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MMPI-2/A 결과와 상반되게 나온 문장완성검사 결과를 얻은 평가자는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 반투사 검사이기 때문
: 두 번째 이유와도 관련이 있는데 문장완성검사가 선별심리평가에서 널리 사용되는 심리검사도구로 채택된 이유 중 하나는 MMPI-2/A와 SCT 모두 자기보고형검사이면서 동시에 MMPI-2/A가 구조화된 검사인 반면 SCT는 투사법 검사이기 때문에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있어서입니다. 하지만 문장완성검사는 엄밀히 따지면 로샤와 같은 완전투사검사가 아니라 특정한 내용에 대해서만 답을 요구하는 반투사 검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 번째 이유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문항의 의도가 수검자에 의해 읽힐 수 있고 당연히 방어 기제가 작동하게 됩니다. 그러니 그 방어 기제가 무엇인지를 읽지 못하는, SCT에 익숙하지 않은 평가자에 의해 오독될 위험성이 큰 것이죠.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저는 선별심리평가에서 SCT 사용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당장 저부터도 이미 MMPI-2/A, TCI/JTCI 조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직 현장에서는 MMPI-2/A, SCT 조합을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문장완성검사의 이러한 한계 때문에 점점 이를 대체하는 TCI와 같은 검사의 사용 빈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장에서 선별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가들께서는 SCT를 계속 사용하는 것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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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TCI는 임상 현장에서 잘 쓰이는 검사 도구가 아닙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수가 문제 때문인 것 같지만 그 외에도 워낙 병리적인 문제가 심각한 환자들이 많아 변별 진단이 더 급하고 진단이 내려진 뒤에도 임상심리학자들의 개입 여지가 적은 곳이다 보니 기질이나 성격 문제까지 살펴볼 필요가 없는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작년 여름에 포스팅한 글(
'TCI를 이용한 성격 장애 진단의 개념적 이해')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종합심리평가만으로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임상심리학자가 실질적으로 치료적 개입을 할 수 없는 병원 장면에서도 성격 장애 가능성을 확인한다는 면만 놓고 봐도 TCI의 활용 여지는 적지 않습니다.
임상 현장은 그렇다치고 상담 현장은 어떨까요?
현재도 상담 현장에서의 TCI 활용 가능성이 더 큽니다만 저는 앞으로 TCI는 상담 현장에서 MMPI-2/A 이상으로 상담자들이 선호하는 검사가 될 거라 예상합니다. 왜냐하면 상담자가 내담자의 문제를 파악하는 것 이상으로 상담을 위한 접점을 파악하는데 TCI가 아주 큰 도움을 주거든요. 그래서 TCI를 익혀두시는 건 굉장히 효율적인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상담 현장에서 TCI를 사용하면 좋은 상황에는 어떤 경우가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TCI 사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내담자가 호소하는 증상들이 애매 모호하여 DSM 체계에 의한 가설을 세울 수 없을 정도일 때'
뭔가 이런저런 심리적 고통감을 호소하고, 부적응적 양상을 보이며 행동 상의 문제도 드러내지만 딱히 어떤 장애로 진단하기에는 애매하다 싶고 굳이 변별 진단을 위한 가설을 세우자니 너무 많은 진단이 떠오르는 경우에 TCI 사용을 고려해 봄 직 합니다.
왜냐하면 이처럼 애매한 증상군은 기질이나 성격 역동에 의해 나타나는 문제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증상이 다양하고 심각해 보일수록 기질도 좋지 않고 성격의 조절 기능에도 문제가 있어 기질과 성격의 부적응적인 상호작용 때문에 이러한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물론
기질은 건강하지만 성격의 조절 기능에만 문제가 있거나 성격은 괜찮으나 취약한 기질을 소유하고 있어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기는 하지만 제 경험 상 증상이 애매할수록 둘 다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TCI를 실시해서
'TCI 활용 3단계 전략'에 따라 점검해 보면 내담자의 문제가 좀 더 명확하게 이해될 수도 있으니 한번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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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 검사는 왜 하는 걸까요?
신경심리평가처럼 특수한 목적이 있는 경우와 선별심리평가로 실시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종합심리평가를 위시한 대부분의 심리평가 배터리에는 대부분 지능 검사가 포함됩니다. 지적 장애 판정 등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능 검사를 실시해야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지능 검사가 심리평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은 대충이나마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 그 이유가 뭔지를 모르는 임상가가 의외로 많습니다. 의뢰가 되니 관습적으로 한다는 대답도;;;;
임상 심리학 분야에서는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 먹는 부담 충만한 검사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수가는 엄청 낮아서 제가 수련 받을 당시 실제 수가를 확인하고 충격을 받기도 했죠. 지금도 현실화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상담 심리학 분야, 특히 검사 도구의 선택권이 있는 상담 현장에서는 평가자와 내담자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되는 지능 검사를 굳이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특히 종합심리평가가 아닌 경우 배터리를 구성할 때 지능 검사를 굳이 포함시켜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이 될 수 있죠.
그렇다면 지능 검사를 실시해야 하는 상황은 무엇이고 왜 실시해야 하는 걸까요?
원론적인 말씀부터 드리자면, 수검자의 인지 기능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지능 검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너무 단순한가요?
인지 기능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상황을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1. 원인 탐색 상황 : 지적 제한 확인
: 지적 장애 판정을 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당연히 지능 지수(IQ)를 산출해야 하고(물론 DSM-5에서도 강조되고 있듯이 IQ의 중요성은 점차 감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검자가 호소하고 있는 증상이나 문제의 원인이 지적 제한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시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학교 부적응이 의심되는 아동/청소년의 경우 꼭 지능 검사를 실시할 것'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아동/청소년이 보이는 학교 부적응(왕따, 등교 거부, 성적 저하 등)의 이유가 낮은 인지적 능력 때문인지 확인하기 위해 지능 검사를 실시하는 겁니다.
2. 결과 탐색 상황 : 심리적 고통감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 확인
:
수검자가 호소하는 심리적 고통감이 변별 진단을 필요로 하는 상황인지, 그러한 심리적 장해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인지 기능의 양상과 수준을 통해 가늠하고자 할 때 지능 검사를 실시합니다. 다양한 인지 기능은 수검자가 경험하고 있는 심리적 고통감의 종류에 따라, 심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영향을 받게 되니까요.
예를 들어, 수행 불안이 높을 때 저하되는 소검사와 강박 행동이 심할 때 저하되는 소검사가 다르기 때문에(물론 겹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한 profile을 확인함으로써 진단의 근거와 장해의 심각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거지요.
단순하게 IQ만 알아보기 위해 routine하게 지능 검사를 실시했던 임상가라면 지능 검사를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정보에 대해 관심을 조금만 더 가지신다면 지능 검사를 실시하는 만큼의 수고를 보상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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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이라면 상담자가 심리평가를 실시해야 할 일이 생기면 같은 기관에서 일하는 임상심리사에게 넘기거나 외부 기관의 임상심리학자에게 refer했겠지만 앞으로는 그럴 수가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미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기 때문에 선별심리평가까지 그렇게 처리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미 MMPI-2/A, SCT 조합 또는 MMPI-2/A, TCI 조합의 선별심리평가는 대부분의 상담 현장에서 상담자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앞으로는 종합심리평가까지 상담자들이 해야 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상담에 도움이 될 정보를 끌어내기 위해 심리평가를 한 것 뿐이니 보고서 따위는 안 쓰고 그냥 말로 때울래'와 같은 접근이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원래 선별심리검사만 실시했어도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맞죠. 대충 말로 때우면 안 됩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심리평가에 응한 내담자를 기망하는 직무 태만 행위입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상담자가 심리평가보고서를 쓸 때 유의해야 할 점을 몇 가지 정리해 봤습니다. 이 중 몇몇은 별도의 포스팅으로 이미 소개한 바 있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각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1. Reason for Referrals(의뢰 사유) 작성 시 평가 의뢰 사유를 항상 염두에 둘 것
: 임상 전공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담 전공자들은 상담 의뢰 사유만 생각하기 때문에 심리평가 의뢰 사유를 별도로 상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기분이 너무 울적해서 아무 것도 하기 싫고 눈물만 나오는 문제로 내방한 것이 상담 의뢰 사유라면 우울 장애 변별이 평가 의뢰 사유라고 할 수 있겠죠. 아예
의뢰 사유 영역을 작성할 때 상담 의뢰 사유와 평가 의뢰 사유를 구분해서 작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관련 포스팅 :
'상담 의뢰 사유와 심리평가 의뢰 사유를 구분할 것 : 상담자용'
2. 검사 sign으로 지지되지 않는 내용은 (절대로) 쓰지 말 것
: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주의해야 하는 점 중 하나는 '소설처럼 (생동감있게) 쓰되 소설을 쓰지는 말 것'이라는 원칙입니다. 수검자를 생생하게 그려내는 것은 좋으나 사실이 아닌 평가자의 주관을 사실처럼 써서는 안 된다는 경고이죠. 소설이 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철저히 심리검사 sign에 의해 지지되는지를 검증하면서 써야 합니다. 즉 앞서 든 예에서처럼 '수검자는 현재 우울한 정서 상태'라고 쓰려면 우울하다는 걸 지지하는 검사 sign을 찾아내 연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보고서에 기술하는지의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물론 초심자는 개별 검사 sign을 일일이 보고서에 명기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검자를 묘사하는 어떤 내용을 보고서에 썼을 때 이를 지지하는 해당 검사 sign을 말할 수 없다면 그 문구는 빼야 합니다. 평가자의 지나친 과잉 해석에서 비롯된 잘못된 결론일 수 있으니까요. 명심하세요. 검사 sign으로 지지되지 않는 문구는 쓰지 않는 게 옳습니다. 그러니 상담 전공자는 임상 전공자보다 심리검사 도구와 검사 sign에 대한 공부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죠.
3. '빼는 방식'이 아닌 '넣는 방식'으로 쓸 것
: 상담 전공자가 심리평가보고서를 망치는 대표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각 심리검사 결과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추려냅니다. MMPI-2/A에서는 68 또는 70T가 넘는 지표, 로샤에서는 별이 뜬 지표, 지능 검사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는 지표와 소검사 등등. 그 다음에는 각각의 해석집을 뒤져서 내용을 스크랩한 뒤 보고서의 해당 영역에 붙여 넣습니다. 그 다음에 자신의 수검자에게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빼는 작업을 합니다. 문제는 일단 유의미한 결과라고 해서 몽땅 붙여 넣은 뒤에는 노력이 아깝게 여겨지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 내용이라고 빼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면 그냥 모두 살리는 방향으로 가게 되고 실제 수검자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내용의 보고서가 됩니다.
무엇보다 빼는 방식의 보고서는 군더더기가 많고 지저분하며 자칫하면 앞뒤가 모순된 내용이 들어갈 위험성도 있습니다. 그저 분량이 많아서 내용이 충실해 보이는 착시 효과만 있을 뿐입니다.
심리평가보고서는 넣는 방식으로 써야 합니다. 수검자를 기술할 내용을 하나 찾으면 해당되는 검사 sign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서 교차 검증을 해 보고 이를 통과한 내용만 넣어야 합니다. 당연히 이 방식은 처음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번거롭습니다. 다 써놓고 보면 분량이 적기 때문에 부실해 보이기도 하고 통 마음에 들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수검자에게 정확히 적용할 수 있는 핵심 내용만 들어가 있기 때문에 오류가 없고 심리치료나 상담을 할 때 시작점이 되는 핵심 문제가 담겨 있어서 곧바로 치료로 연결하기도 편합니다. 그러니 처음에는 좀 어렵더라도 처음부터 '빼는 방식'이 아닌 '넣는 방식'으로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 관련 포스팅 :
'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 : 빼지 말고 넣는 방식으로 쓸 것'
4. 상담이 이미 진행중인 내담자의 경우 상담 내용을 넣지 않도록 주의할 것
: 상담 현장도 점점 단기 상담으로 재편되면서 상담자에게 배정되기 이전부터 선별평가를 실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그래도 상담 도중에 추가적인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상담자가 평가자의 역할까지 수행해야 하는 거지요. 이 때 특히 주의해야 하는 건
상담 동안에 형성되었던 내담자에 대한 인상과 가설을 심리평가 동안에는 잠시 덮어둬야 한다는 겁니다. 이 개인적인 주관과 선입견의 영향력은 의외로 심리검사 해석에 자신이 없는 상담자의 눈을 흐리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마땅한 검사 sign을 찾지 못하는 경우 상담한 내용에서 그 근거를 가져와 보고서에 대신 넣는 것이죠. 보고서를 읽다가 관련 근거를 대지 못하는 어떤 내용이 적혀 있다면 상담 내용에서 가져온 것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하고 그런 경우 원칙적으로 빼야 합니다. 상담 내용으로 수검자의 모든 문제를 알아낼 수 있다면 우리는 애꿎은 내담자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강요한 꼴이 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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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초에
'학교 적응을 못하는 아동을 심리평가할 때 고려할 점'이라는 포스팅에서 학교 부적응을 보이는 아동/청소년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지적 제한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지적 제한에 의한 학교 부적응을 고려할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표준화된 지능 검사를 실시하는거지만 문제는 개인 지능 검사가 종합심리평가 내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기 때문에, 평가자에게 큰 부담을 준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지능 검사를 반드시 실시해야만 하는 아동/청소년을 사전에 선별할 수 있다면 현장 임상가의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아동/청소년 상담 현장에서 선별심리평가 도구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MMPI-A를 활용해 낮은 지능의 가능성을 예상함으로써 지능 검사를 실시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 때 사용하는 척도는 A-las 내용 척도와 IMM 보충 척도입니다.
* 1단계 : A-las 척도의 상승 + A-las1 척도의 상승
(모 척도는 최소 60T 이상, 소척도는 최소 65T 이상 상승 필요, 70T 이상이면 가능성 up!)
A-las 척도(낮은 포부)는 16문항으로 구성된 내용 척도로 관련 연구 결과 저조한 학업 수행 및 학교 활동 참가 회피의 가장 좋은 측정치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A-las 척도에는 두 개의 소척도가 포함되는데 A-las1(낮은 성취성)과 A-las2(주도성 결여)입니다. 당연히 둘 다 높다면 좀 더 확신을 갖고 수검자의 지적 제한을 예상할 수 있지만 둘 중 A-las1 척도가 좀 더 분명하게 지적 제한 문제를 드러내는 척도입니다. 즉,
A-las 모척도가 60T 이상 상승하고 A-las1 소척도가 65T 이상 상승하면 낮은 지능을 의심해야 합니다.
조금 극단적인 반례를 들면, A-las2(주도성 결여) 척도는 상승하는데 A-las1(낮은 성취성) 척도는 상승하지 않는 경우는 낮은 지능보다 학습 의지 박약이나 수동성, 학업에 대한 무관심, 목표 상실 등의 요인을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 2단계 : IMM 척도의 상승 (최소 65T 이상 상승, 70T 이상이면 가능성 up!)
IMM 척도(미성숙)는 1992년에 Archer, Pancoast 및 Gordon에 의해 개발된 척도로 총 43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척도 이름처럼 점수가 높을수록 수검자가 더 미성숙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령 증가와 부적인 상관을 보이기 때문에 연령이 증가할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바꿔 말하면 똑같은 점수일 경우 중학생에 비해 고등학생이 더 미성숙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IMM 척도에 포함된 문항들은 자신감의 결여, 통찰과 내성의 결여, 인지적 복합성의 결여, 자기 중심성, 적대감과 반사회적 태도와 같은 내용들을 포함하는데 연구 결과 남녀 모두에서 학업상의 어려움과 높은 관련을 보였습니다.
A-las 척도의 상승(+A-las1의 상승)만으로도 낮은 지능과 그에 따르는 낮은 학업 성취도, 학교 부적응 등을 고려할 수 있지만
IMM 척도까지 동반 상승한 경우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처 능력 및 경험의 부재까지 겹치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1단계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낮은 지능(ID보다 BIF나 BA가 더 문제)을 의심해야 하며 최소 생활기록부 점검과 발달력 탐색을 해야 하고 표준화된 지능 검사의 추가 실시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2단계에서까지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면 수검 아동/청소년이 스스로 이 문제에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심리평가와 별개로 해석상담과 부모교육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개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적 제한에 의한 학교 부적응이 야기되는 것이니 A-sch 내용 척도의 상승도 예상할 수 있지만 경험적으로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A-sch 내용 척도도 동반상승한다면 당연히 더욱 신뢰롭게 해석할 수 있지만 A-sch 척도가 상승하지 않는다고 해서 낮은 지능에 의해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없다고 말 할 수 없는 것이죠.
즉, 2단계 점검 과정을 통해서도 충분히 낮은 지능에 의한 성적 저하와 이에 따르는 학교 부적응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A-sch 척도의 상승까지는 고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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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현장 분위기가 단기 상담, 구조화된 상담 위주로 바뀌는 추세이기 때문에 덩달아 심리평가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물론 여건 상 종합심리평가를 하지는 못하고 MMPI-2/A, SCT 조합으로 구성한 선별심리평가 결과를 상담 전에 routine하게 실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담자를 배정받은 상담자는 자신과 상관없이 실시된 선별심리평가 결과를 손에 쥐고 상담을 시작하게 되는데 필요에 따라 추가적인 심리검사 실시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이 때 주로 활용하는 검사는 HTP이며 심리검사에 익숙한 상담자의 경우 로샤, TAT 등을 추가로 실시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로샤 검사의 경우 Exner 방식의 구조적 요약 해석에 익숙한 상담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반응과 inquiry에 입각한 내용 분석 결과를 중심으로 해석합니다.
문제는
비구조화된 검사 결과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가설을 설정, 검증, 채택/기각하는 과정 대신 배경 정보나 상담 내용 등과 일치하는 내용만 선택적으로 활용하게 되어 선별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이유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상담자가 맥락 정보를 다루는데 익숙해질 수 밖에 없는 훈련 과정 때문인데 선입견과 편향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구조화된 검사 활용에 치중할 필요가 있고 특히 구조화된 검사의 대표격인 MMPI-2/A의 결과 해석 공부에 주력해야 합니다.
투사법 검사를 공부하는 것, 특히 로샤의 구조적 요약 해석을 공부하는 건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그만큼 객관적인 검사의 결과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숙지하는 것도 상담자에게는 중요하다는 점을 아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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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완성검사는 종합심리평가(Full Battery) 뿐 아니라 선별심리평가를 할 때에도 MMPI-2/A와 조합으로 사용될 만큼 활용 빈도가 높은 심리검사도구입니다.
완전한 형태의 투사법 검사는 아니지만 자기 보고형 검사로 사용할 수 있어 대면 검사 시간과 평가자의 심리적 부담을 모두 줄여줄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널리 사용됩니다.
심리평가 대상에 따라 성인용, 청소년용, 아동용으로 나눌 수 있으며,
성인용은 '한국 가이던스'에서 나온 상업용 버전(50문항)과 50번째 문항이 '나의 능력은~'으로 시작되는 버전이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몇 가지 변형된 버전이 존재하지만 거의 이 두 가지 버전으로 통일된 상태이며 다른 버전의 성인용 문장완성검사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두 번째 버전은 월덴 3의 자료실에서도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성인용 문장완성검사를 다운로드 받으실 분은
클릭!
아동용 버전은 마지막 문항이 '내가 만일 동물로 변할 수 있다면~'으로 시작하는 33문항 버전이 가장 많이 사용되며 역시 이 버전으로 통일된 분위기입니다. 다른 버전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있다 하더라도 워낙 조악한 형태라 이 버전과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아동용 문장완성검사도 월덴 3 자료실에 있습니다. 아동용 문장완성검사를 다운로드 받으실 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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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청소년용 버전인데 33, 37, 38, 40, 42, 47, 50, 100문항에 이르기까지 변형된 버전이 다수 존재합니다. 그런데 하나같이 내용이 엉터리라서 문제입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제작자의 주관이 개입된 문항이 많고, 특정 반응을 유도하는 문항이 포함된 버전도 많습니다. 게다가 내용분석을 할 때 흔히 사용되는 네 가지 영역으로 분류하기 애매한 문항들이 섞여 있어서 평가자의 골머리를 썩게 만듭니다.
그래서 저는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청소년용 버전을 과감히 포기하고 초등학생까지는 아동용 버전을, 중학생 이후로는 성인용 버전을 사용합니다. 중학생에게 성인용 버전을 사용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건 '성'에 대해 묻는 2문항 정도인데 해당 사항이 없거나 불편한 건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고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거친 후 실시하게 하면 거부감 없이 작성합니다.
지적 장애가 의심되거나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해 성인용 버전을 사용하기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아동용 버전을 사용하면 됩니다.
청소년에게 딱 들어맞는 버전이 새롭게 나온다면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에 아동용과 성인용을 청소년에게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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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병원 장면에서는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변별 진단이 필요한 환자들이 많은데다 증상이 심각한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그렇죠.
그런데 상담 장면에서는 처음부터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할 정도의 심각한 내담자가 아직까지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죠(물론 앞으로는 점차 양상이 바뀔 겁니다).
이런 경우 종합심리평가 대신 선별심리평가를 먼저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종합심리평가의 나머지 검사를 실시하거나 선별심리평가만으로 검사를 종결하기도 합니다.
대개의 선별심리평가는 검사의 편이성과 비용, 양쪽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 보고형 검사도구를 주로 사용하죠.
지금까지는 MMPI-2/A, SCT가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도구였습니다. 둘 다 자기 보고형 검사라서 내담자가 집에서 미리 해 올 수가 있고 비용도 저렴한 편이니까요.
그런데 상담 장면에서는 임상적인 문제 뿐 아니라 대인 관계 갈등이나 역동적인 문제가 궁금한 경우가 많고 성격적인 양상을 살펴보고 싶은 내담자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선별심리평가 도구 중 하나로 TCI/JTCI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문장완성검사(SCT) 대신 TCI/JTCI와 MMPI-2/A 조합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둘 다 상용화된 검사 도구라서 내담자에게 검사 실시에 대한 orientation을 할 때도 편하고 둘 다 결과 프로파일이 산출되는데다, 무엇보다도 TCI/JTCI는 기질과 성격을, MMPI-2/A는 심리 상태를 보여주기 때문에 궁합이 잘 맞습니다.
문장완성검사도 내면의 역동을 잘 보여주는 검사이기는 하지만 네 가지 영역의 내용 분석 범주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해석 기준이 없는 반 투사검사라서 경험이 많고 내공이 쌓인 평가자가 아니라면 해석하는 것이 그리 녹록지 않죠.
그래서 TCI/JTCI와 MMPI-2/A를 선별심리평가에서 우선 활용하고 그 결과에 따라 문장완성검사를 포함한 나머지 검사를 추가하는 방식을 추천 드립니다.
몇 번만 사용해 보시면 제가 추천하는 이유를 금방 아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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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를 할 때 초기부터 가설을 설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다른 글에서 강조한 바 있습니다.
가설을 설정하지 않고 나중에 결과만 갖고 살펴보겠다고 무턱대고 심리검사부터 실시하면 나중에 훨씬 많은 시간이 낭비되는 것은 물론 원했던 충분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 길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수검자는 수검자대로, 검사자는 검사자대로 힘들게 비용과 시간을 들여 실시한 검사 결과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심리평가 과정에서 검증이 가능하도록 압축된 핵심 가설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자신이 상담을 해오던 내담자를 평가하거나 이전 치료력이 풍부한 내담자를 재평가 하게 되는 경우에는 배경 정보가 많기 때문에 초기 가설을 설정하는 것이 비교적 쉬운 편입니다. 하지만 배경 정보가 부족하거나 잘못된 배경 정보로 인한 오염을 우려해 blinded-interpretation을 선호하는 평가자(초심자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중급 이상의 평가자들만 이 방식으로 하세요)의 경우에는 가설을 설정하지 않고 검사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평가 내내 가설을 설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검사를 실시한 뒤에 가설을 설정하고 검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하는 걸까요? 이 때 중요한 건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순서입니다.
저도 그렇고 많은 평가자들이 종합심리평가의 경우 구조화된 검사를 먼저 실시하고 비구조화된 투사법 검사를 나중에 실시하는데 이 때 먼저 실시한 구조화된 검사(대표적으로 MMPI-2/A)로 가설을 설정하고 뒤에 실시한 비구조화 검사(대표적인 것으로 로샤) 결과로 이를 검증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MMPI-2에서 D, RC2, DEP 척도를 비롯해 모든 임상, 내용 소척도만 상승했다면 당연히 고려해야 할 가설은 Depressive Disorder 계열의 진단이죠. 아마도 Double Depression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겁니다. 자, 그렇다면 비구조화 검사에서는 어떤 검사 sign들을 기대해야 할까요? depressive mood와 low positive affect가 동시에 나와야 하겠지요. 로샤라면 C', Y 등과 함께 8, 9, 10번 카드를 비롯한 유채색 카드에서 밋밋한 F반응으로 일관하는 양상을 동시에 보였을 때 가설을 지지한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반대 방향으로 가설을 검증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비구조화된 검사 결과로 가설을 설정하고 구조화된 검사로 그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죠.
언뜻 생각하면 그래도 될 것 같지만 반대 방향으로 하면 대안 가설(alternative hypothesis)들이 너무 많아져서 이를 일일이 확인하느라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굉장히 비효율적이에요.
그러니 구조화된 검사 결과로 가설을 설정하고 비구조화된 검사 결과로 이를 검증하는 방식이 더 낫습니다.
* 포스팅 두 줄 요약
- 심리평가에서 가설을 설정/검증하는 시점은 심리검사 실시 전/후의 두 가지로 나뉨
- 후자의 경우 구조화된 검사 결과로 가설을 설정하고 비구조화된 검사 결과로 검증하는 방법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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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4일 경기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강의에서 사용했던 PPT입니다.
이날 강의는 8시간 Full-Day Workshop이었는데 오전 4시간에는 MMPI-2/A, SCT를 중심으로 한 심리평가의 해석 및 적용에 대해 다루었고,
오후 4시간 동안에는 심리평가의 실시 및 보고서 작성법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MMPI-2/A, SCT를 활용한 선별평가에 대해서는 그동안 월덴 3에서도 몇 차례 소개하고 다양한 버전의 자료도 올려드렸지만 심리검사 실시 및 심리평가보고서 작성에 대해 정리한 자료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심리평가의 이해
2. 심리검사의 실시(검사 전, 중, 후)
3.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4. 심리평가보고서의 내용
5. 해석 상담 및 보관, 제공
포함되어 있는 주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종합심리평가란
* 종합심리평가의 대안?
*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상담자가 명심할 점
* 정보 확인 : 검사 전
* 가설을 세우는 이유 : 검사 전
* 가설 설정 시 점검 사항 : 검사 전
* 그래도 가설 설정이 어렵다고? : 검사 전
* 검사 전 준비 : 검사 전
* 검사 전 준비물 : 검사 전
* 검사실 준비 : 검사 전
* 검사실의 물리적 환경 : 검사 전
* 검사실 집기 : 검사 전
* 검사 중 행동 관찰 : 검사 중(대면 검사)
* 검사 순서 : 검사 중(대면 검사)
* 부모가 아동/청소년을 관찰, 평정하는 검사
* MMPI-2/A의 직관적 이해
* 자살 위험성 평가
* S척도 상승의 의미
* SCT
* BGT
* 지능 검사
* HTP, KFD
* 로샤
* 검사 중 호칭 : 검사 중(대면 검사)
* 검사 후 면담 : 검사 후
* 면담 시 염두에 두어야 할 요점 : 검사 후
* '왜 지금 오셨나' 질문의 중요성 : 검사 후
*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목적
* 심리평가보고서 작성의 대원칙
* 심리평가보고서 작성의 세부 원칙
* 현장에 따른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 제공 대상에 따른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시 검사 sign 선별 단계
* 그래도 어렵다면 '의외성'에 주목하자
* 개인 정보
* 의뢰 사유(Reasons for Referral)
* 실시한 검사(Administered Tests)
* 행동 관찰(Behavioral Observation)
* 검사 결과 기술의 일반 원칙
* 인지 기능(Cognitive Functioning) 기술 순서
* 지각 & 사고
* 성격 & 정서(Personality & Emotion)
* 요약 및 제언(Summary & Recommendation)
* 작성자의 확인
* 해석 상담
* 심리평가, 보고서, 해석 상담은 한 세트
* 심리평가보고서의 제공
* 심리평가보고서의 전송
* 심리평가보고서 및 원자료의 보관
오전 강의와 연결하기 위해 자료의 앞부분이 살짝 중복됩니다만 중복되는 부분이 많지는 않습니다.
원래는 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만 다루려고 했습니다만 준비를 하다 보니 결국 검사 전, 중, 후에 챙겨야 할 내용 뿐 아니라 최종 결과물인 심리평가보고서의 제공, 전송, 자료 보관까지 다룰 수 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슬라이드의 양이 생각보다 많아졌습니다.
아래는 같은 날 오전 강의에서 사용했던 PPT자료입니다. MMPI-2/A와 SCT를 중심으로 한 심리평가 해석에 대한 자료는 몇 차례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이 자료가 가장 comprehensive한 겁니다. 임상심리평가에 대한 이론적인 소개나 심리평가의 활용 부분을 빼고 순수하게 MMPI-2/A, SCT에 대해서만 다룬 약식 버전을 원하는 분들은
'심리검사 결과의 해석 : MMPI-2/A & SCT를 중심으로(아동/청소년용)' 포스팅에 링크된 자료를 다운로드 받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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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종합심리평가에 포함된 6가지 검사 도구만으로는 성격장애를 진단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로샤와 TAT도 충분치 않다고 생각함)하기에 대안 중 하나로 TCI를 추천하곤 합니다.
Cloninger가 애시당초 자극 추구, 위험 회피, 사회적 민감성 기질 차원의 조합을 통해 전통적인 성격장애 진단 가능성을 타진했죠. 이 중에는 DSM 체계에 속하는 성격 장애가 5개(
반사회성, 연극성, 경계선, 분열성, 강박성)나 포함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TCI와 MMPI-2의 조합으로 진단하고, 또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TCI에서
반사회성 성격장애 기질 유형은 HLL 유형입니다.
자극추구 : High
위험회피 : Low
사회적민감성: Low
물론 HLL 기질은 모험가 타입도 포함하기 때문에 각 기질의 점수가 극단적으로 높을 때에 한해 반사회성 성격장애로 진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제 경험 상으로는 반사회성 성격장애이면서 점수가 높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더군요. 대개 극단적인 백분위값을 나타냅니다.
그렇다면 극단값을 갖는 HLL 기질 유형은 모두 반사회성 성격장애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 경험 상으로는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TCI 성격 유형은 다시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유형에 따라 나타나는 양상이 조금씩 다릅니다. 성격 차원도 자율성은 극단적으로 높고, 연대감은 극단적으로 낮은 것은 공통적이며 자기초월 차원의 차이에 따라 양상이 달리 나타납니다.
1. HLH 성격 유형 : 편집성(paranoid)
자율성 : High
연대감 : Low
자기초월 : High
HLH 성격 유형은 얼핏 보면 편집성 성격장애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처음 볼 때는 살짝 헷갈립니다. 상담을 요청하는 이유도 대부분은 관계사고나 피해의식 때문이며 심한 경우는 박해망상의 수준을 보이기도 합니다. 일이 잘못되면 관계사고의 대상인 사람에게 모든 원인을 귀인하고 책임을 돌려 탓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민원 제기, 법적 소송 등으로 물의를 일으킵니다. 특정 인물들이 나름의 비밀 결사를 만들어서 자신을 의도적으로 박해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 이유는 자신이 너무 공정하고 착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2. HLM 성격 유형 : 괴롭히는
자율성 : High
연대감 : Low
자기초월 : Medium
자기초월 차원에서 균형감을 잃지 않고 있어 겉보기에는 별로 문제없는 듯 보이지만 자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아랫사람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식이기 때문에 무차별적으로 밀어붙이면서도 일의 성공을 위해서라고 둘러대지만 정작 성공하고 나면 자신의 공헌만을 뻥튀기하고 다른 사람의 노력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승부욕이 매우 강해서 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며 동료, 후배, 부하 직원 할 것 없이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스타일입니다. 그래도 아래의 HLL 유형처럼 노골적으로 거만하지는 않습니다.
3. HLL 성격 유형 : 독재적인(Autocratic)
자율성 : High
연대감 : Low
자기초월 : Low
말 그대로 독재자의 면모를 보이는 유형입니다. 자기초월 차원이 극단적으로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지극히 속물적이며 자기 중심적이고 권위적인 특성을 많이 보입니다. 목적 의식이 분명하고 목표 지향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일이 잘 돌아갈 때는 자신의 행동을 효율적으로 통제함으로써 굉장히 능력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관대함이나 참을성이 거의 없고 실수를 잘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에 혹독히 처벌하는(그러면서도 자신은 절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입니다. 전형적인 화이트 컬러 반사회성 성격장애가 바로 이런 사람이죠.
그래서 상담 장면에서 만날 수 있는 경우 중에서는
HLL 기질 유형과 HLL 성격 유형 조합이 전형적인 반사회성 성격장애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MMPI-2에서는 어떨까요? 미안하지만 범죄자가 아닌 사회 적응이 어느 정도 가능한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경우 흔히 예상하듯이 Pd2(권위불화) 임상 소척도, ASP1(반사회적 태도), ASP2(반사회적 행동) 내용 소척도가 상승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 척도들이 노골적으로 상승한 사람들은 이미 범죄 경력이 있거나 아예 교도소에 있거나 하겠죠. 당연히 상담을 받으러 오지도 않을 겁니다.
오히려 예상 밖으로 상승하는 척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성격병리척도 중 AGGR 척도가 상승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고 특히 HLH 성격 유형인 경우 실제 행동화 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폭력을 휘두르지 않아도 신체적인 위협이나 협박을 흔히 사용합니다.
DISC 성격병리척도가 동반상승하면 더욱 위험.
HLL 성격 유형의 남성인 경우
GM, ES 보충척도가 동시 상승(70T 이상)한 경우 마초적 기질이 농후하고 굉장히 완고하며 고집 또한 세기 때문에 상담자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겉으로는 순응적으로 보이지만(특히 S척도 상승 시), insight가 없기 때문에 상담 진행에 애로가 많습니다.
함께 살펴본 것처럼 MMPI-2만 갖고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진단하려고 한다면 굉장히 좌절스러운 결과를 맞게 됩니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반사회성 관련 척도가 상승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진단은 TCI의 반사회성 기질과 HLH, HLM, HLL 성격 유형 조합으로 하고 MMPI-2를 통해서는 일상 생활에서 이들이 어떤 행동 양상을 보일지에 초점을 맞추어 formulation하는 것이 훨씬 나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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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항상 믿고 추천하는 D. K. Academy의 로샤 워크샵이 떴습니다~~~
얼마 전에 1년에 고작 1~2번에 불과한 금쪽같은 종합심리평가 워크샵이 성황리에 끝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올해가 가기 전에 또 한 번 유종의 미를 거두기라도 하듯 의욕이 활활 불타오르는 미니 워크샵 공지가 떴습니다.
D. K. Academy의 워크샵은 양보다 질을 우선시하는 밀착토론형 supervision식 워크샵이라 항상 정원이 번개같이 마감되곤 합니다.
오죽 했으면 D. K. Academy의 워크샵 정보를 조금이라도 먼저 알아내려고 [월덴통신] 구독자로 가입하는 선생님이 계실 정도랍니다(이 참에
월덴통신도 묻어가는 소개~).
어쨌거나 4주 동안 실시와 채점, 특히 많은 분들이 어려워하시는 inquiry를 꼼꼼히 살펴본다고 하니 그동안 로샤에 대한 갈증이 심했던 분들이라면 얼렁 달려가시기 바랍니다. 8명 내외로 선착순 마감된다고 하거든요;;;;
11월 8일부터 29일까지 4주에 걸쳐 매주 토요일 오전에 진행되는 워크샵입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링크를 클릭해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D. K. Academy의 로샤 미니 워크샵을 보시려면 클릭!~
제가 상담 분야에서 일하는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강의 할 때마다 매번 강조하는 게 로샤를 공부하시라는 거잖아요.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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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10/17 23:07
.
D.K.아카데미의 심리평가 워크샵 : 로샤 기초 워크샵을 엽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문의를 주셨는데 이제야 로샤 워크샵이 시작합니다. 올해 들어서는 D.K. 아카데미의 마지막 워크샵입니다. ..
임상심리학자의 경우 수련 과정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심리평가이고 실제 임상 장면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일도 심리평가지만 정작 심리평가와 관련된 전문성을 배양하는 것에 관심을 두는 임상가들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수련 과정에서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은 심리평가를 실시하느라 완전히 물려서 그렇기도 하고 또 다른 이유로는 낮은 수가(수검자가 내는 비용이 적다는 의미가 아니라 심리평가를 실시하기 위해 투입되는 자원 대비 수가가 낮다는 이야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러고보면 심리평가는 그야말로 월급값을 하는 도구로 전락해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종합심리평가를 구조화된 면담+질문지 묶음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저간의 사정을 이해는 하지만 저는 여러가지 이유로 이에 반대합니다.
평가자가 아무리 숙련되어 있다고 해도 수검자의 반응 속도와 어떻게 줄이든 검사에 걸리는 최소 시간을 고려하면 종합심리평가 한 케이스를 실시하는데 두 시간에서 세 시간은 걸리는 것이 기본입니다. 게다가 평가자도 사람인만큼 기계처럼 일을 할 수가 없으니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종합심리평가의 수는 3건을 넘기 어렵습니다(간혹 이 이상의 검사를 소화하는 수련 기관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노동 착취에 준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구조화된 면담+질문지 묶음으로 대체하면 구조화된 면담을 아무리 꼼꼼히 한다고 해도 최소한 두 배 이상의 수검자를 평가할 수 있을 겁니다. 수가를 낮춘다고 해도 병원 입장에서는 후자가 훨씬 이득이죠. 그래서 병원 측에서는 이런 변화를 대놓고는 아니어도 지지할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병원에 이득이 되는게 수검자에게도 이득일까요?
또한 아직까지 자기보고형 척도들은 연구용으로 개발된 것들이 많기 때문에 상용화되지 않았고 그래서 보험 수가 청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병원에서 요구하는 어느 정도 수준의 종합심리평가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왜냐하면 가격을 매기기 나름이니까요. 즉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질문지를 끼워넣어서 마음대로 책정한 가격을 수검자에게 청구하겠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구조화된 면담+질문지 묶음이 종합심리평가를 실질적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요? 질문지 묶음으로 대체하자는 쪽의 논리는 어차피 심리학자가 대학원 과정에 이르기까지 배웠던 연구 중심의 결과물이 척도들인데 현장으로 나오면서 종합심리평가만 사용하고 질문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니 연구가 잘 되어 있는 척도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활용하자는거지요. 얼핏 보면 옳은 말 같지만 상당히 많은 척도들은 임상 장면에서 개발된 것들이 아닙니다. 학교 장면에서 개발된 척도들이 많아서 임상 장면에 적용해도 좋은지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척도들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자기보고형척도들은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고 그것을 치료진과 평가자에게 솔직하게 오픈할 자세가 되어 있는 수검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심리평가를 받으러 오는 수검자의 상당수는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며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지 않은지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보고 신뢰도가 많이 떨어집니다. 그러니 자기보고형 척도 묶음으로 측정된 것이 수검자의 문제를 정확하게 반영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자신하지 못합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숙련하는데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굳이 종합심리평가를 익히는 건 시간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수검자를 평가하는데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종합심리평가가 무조건 최고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일례로 종합심리평가는 기질과 성격적인 부분을 평가하는데 약하기 때문에 TCI같은 도구를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 대안이 좀 더 철저히 종합심리평가 도구를 공부하고 관련 지식을 쌓고 그 틀 안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지 종합심리평가를 버리고 구조화된 면담과 질문지형 도구로 가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종합병원급의 대형 병원에 환자가 너무 몰려서 검사가 밀리니 수급 조절을 위해서, 임상심리학자의 업무 로딩을 줄이기 위해서, 병원의 현실적인 요구를 감당하기 위해서 등등 이유를 대자면 끝도 없겠지만 정작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근본적인 목적인 정확한 진단과 사례 개념화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우려스럽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치열한 고민없이 수검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대충 둘러대지 마세요.
종합병원급의 대형 병원에서 종합심리평가 도구의 유용성과 한계, 각 장애군에 대한 검사 profile DB 만들기, 심리검사 도구에 대한 최신 지견 등에 대해 얼마나 공부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제가 수련받던 2000년 대 초기 이후로 그런 워크샵이나 발표회를 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솔직히 현장에 종합심리평가를 도입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정작 종합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에 대한 책은 달랑 한 권 밖에 없지 않습니까? 이게 현재 임상현장의 현실이고 민낯입니다. 달을 손바닥으로 가린다고 달이 가려진답니까?
이익을 위해 무리한 검사 요구를 하는 병원에 맞서 싸우기 어려우니 좀 더 손쉬운 부담 전가의 대상으로 수검자를 희생양으로 선택한거라면 심리평가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자랑할 일이 아니라 도리어 부끄러워 해야 할 일입니다.
덧. 종합심리평가로 진단하거나 case formulation하기 어려운 장애가 분명히 있으니 그에 특화된 질문지를 활용해야 하지 않겠냐고 반박하는 분들이 계실텐데 정말 그런 장애가 얼마나 되는지 꼼꼼히 따져는 보고 이야기한 겁니까? 본인이 모르겠으니 그냥 손쉬운 대안에 주저앉은 건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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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몇 차례(가장 최근 것이
이것!) 추천한 적이 있는 심리평가 워크샵입니다.
동기이자 오랜 친구인 두 명의 임상심리전문가 선생님이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인 D. K. Academy에서 네 번째로 시작하는 종합심리평가 워크샵이죠.
임상, 상담 현장에 종합심리평가 워크샵이 몇 개나 개설되어 있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직까지 제가 마음 푹 놓고 추천 드릴 수 있는 수준의 워크샵은 D. K. Academy의 워크샵이 유일합니다.
그만큼 제가 이 분들을 잘 알기도 하고 그동안 충분히 실력이 검증된 워크샵이기에 추천하는 발걸음(?)도 가볍네요.
이분들이 진행하는 워크샵의 장점이라면 단순히 이론 중심, 강의 중심의 겉핥기식 워크샵이 아니라 실전 위주의 supervision형 워크샵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10회기에 걸쳐 진행되는데 각 회기가 3시간이 소요될만큼 밀도 있습니다. 결코 만만치 않은 일정이죠.
7월 21일부터 9월 29일까지 약 2개월 동안 진행되는데 선착순 8명만 받아서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워크샵이기 때문에 아마 금방 마감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두 분이 각자 운영하는 블로그의 소개 포스팅들(
마음이 배인 시간,
인생의 힘)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문의사항은 dkacademy3@gmail.com으로 하시면 됩니다.
자주 개설되는 워크샵이 아니므로(2014년에는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 종합심리평가를 제대로 한번 훑고 싶은 분이라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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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를 해야 하는 임상가라면 누구나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심리검사도구를 사용해 수검자의 심리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할겁니다.
그러자면 수많은 심리검사도구의 사용법을 숙지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러한 도구 중 적절한 것을 선별해서 사용할 줄 아는 법도 중요하겠습니다.
그런데 매뉴얼을 열심히 외운다고 해서, 또는 무조건 검사만 많이 한다고 해서 그런 능력이 절로 생기는 걸까요?
그런 의미에서 심리평가가 상시화된 병원 장면을 중심으로 어떤 순서로 심리검사도구를 활용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심리평가를 숙달할 수 있는지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순서가 심리평가를 익히는 데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적 장애 판정 -> 소아 발달 장애 평가 -> 소아 관련 장애 평가 -> 보호 병동 평가 -> 낮 병동 평가 -> 개방 병동 평가 -> 성인 외래 평가
1. 지적 장애 판정
: 지능 검사 도구는 평가자의 시간과 노력은 많이 요구하면서도 수가가 낮아 그리 대접받지 못하는 검사 중 하나지만 종합심리평가의 메인 검사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소홀히 할 수도 없는 검사죠. MMPI-2/A나 로샤와 달리 지능 검사는 따로 익히기가 쉽지 않은 검사이기 때문에 지적 장애 판정을 많이 하게 되면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익숙해 질 수 있습니다. 대개는 지능 검사 도구를 중심으로 사회 성숙도 검사까지만 하기도 하고 거기에 BGT 정도가 추가되거나 표준화된 지능 검사를 실시하기 어려운 경우 지능 추정 검사인 그림 어휘력 검사와 VMI를 대신 실시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되지 않죠. 지적 장애 판정 때문에 검사를 받으러 오는 수검자들은 대개 Mental Retardation인 경우가 많아 검사 결과를 실시하는 것도, 해석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2. 소아 발달 장애 평가
: 지능 검사 도구에 익숙해지고 Mental Retardation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그 다음은 말이 늦다고 방문하는 소아와 관련있는 장애를 변별하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개 Communication Disorder, 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 NOS, Mental Retardation을 변별하게 되는데 가능하면 지능 검사 뿐 아니라 Bayley-2와 같은 발달 검사 도구를 집중적으로 익히는 기회로 삼으면 좋습니다.
3. 소아 관련 장애 평가
: 발달 장애와 지적 장애의 변별에 익숙해지고 나면 영역을 조금 더 넓혀서 소아 Full Battery를 기본으로 해서 ADHD, Learning Disorder 등 다양한 장애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한 훈련을 쌓는 것이 좋습니다. 이 때 Continuous Performance Test처럼 주의력 전문 검사 도구나 기초 학습 기능 검사 등 특수 검사 등을 추가하는 연습을 하게 되죠. 이 때는 PCRP, Family Problem, Sibling Rivalry, Peer Relationship Problem 등 가정 및 학교에서 아동의 부적응을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 변인들까지 통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시야를 넓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욕심을 낸 김에 청소년 영역까지 넓혀서 Conduct Disorder, Adolescent Depression, Anxiety Disorder 계열의 장애까지 경험하면 더욱 좋겠지요.
4. 보호 병동 평가
: 소아/청소년 영역의 심리평가에 익숙해지고 난 뒤에는 보호 병동 입원이 필요한 환자군의 평가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된 장애군은 SPR Spectrum 장애와 Mood Disorder 군입니다. 보호 병동은 그야말로 외부의 사소한 스트레스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방어가 약해져 보호가 필요한 급성 환자들이 입원하는 곳이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두 영역에 속한 다양한 장애들의 주 증상들을 충분히 관찰하고 그것이 심리검사 sign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숙지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훈련장이죠.
5. 낮 병동 평가
: 조현병과 기분 장애 군에 익숙해지고 나면 그 중에서도 조현병 만성 장애 환자들을 볼 수 있는 낮 병동에서 수련을 받으면 좋습니다만 낮 병동까지 보유한 수련 기관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이 과정은 skip하실 수도 있습니다. 다만 증상이 완전 관해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성 증상보다 음성 증상이 주 증상일 경우 심리검사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익히는데는 꼭 필요한 환경이니 정신보건증진센터 등 만성 조현병 환자를 볼 수 있는 현장에서 일을 하실 생각이라면 가능한 한 경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6. 개방 병동 평가
: 보호 병동 수련까지 마치고 나면 심리평가가 주 업무인 병원 세팅에서 일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바탕은 마련된 셈입니다. 하지만 특정 장애만 다루는 클리닉이나 상담 센터에서 일하려면 이 정도의 수련 배경으로는 충분하지 않죠. 왜냐하면 다양한 Neurosis 환자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개방 병동은 자해, 타해 위험이 크지 않은 다양한 Neurosis 환자가 입원하는 병동인데 주로 화병, Pain Disorder, Conversion Disorder, Somatoform Disorder 등으로 진단되는 성인들이 많습니다. 보호 병동에 입원한 환자들만큼 증상이 dramatic하지 않기 때문에 심리검사 profile이 전형적이지 않으며 통합 해석이 상당히 어렵죠. 심리검사 결과 뿐 아니라 신체검사결과, 간호기록지, 이전 병력 등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설정한 가설을 검증하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세팅입니다.
7. 성인 외래 평가
: 성인 외래 환경은 초진 환자를 비롯해 퇴원 후 재진 환자, 거기에 성격 장애 환자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다양한 환자군이 존재하는 곳이며 요새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갈등 해결이나 스트레스 문제 때문에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진단 뿐 아니라 case formulation하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상담이나 심리치료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확한 평가가 특히 중요한 환경이죠. 게다가 재진 환자의 재평가와 다른 기관에서 치료받던 환자의 변별 평가까지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심리평가 환경의 총 집결판이자 '끝판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성인 외래에서 심리평가를 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면 신경심리평가와 같은 특수 평가를 제외한 Full Battery 평가에는 고수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앞에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이 순서는 제 나름의 경험과 생각에 따른 심리평가를 익히는 최적의 순서일 뿐입니다. 그러니 심리평가 숙련에 관심있는 임상가 선생님들은 자기 나름의 순서를 찾아내는 별도의 노력을 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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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분위기가 점차 달라지고 있지만 아직도 임상현장이라면 종합심리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상담 현장에서는 MMPI-2/A와 SCT를 갖고 일단 선별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담을 진행할 지, 병원 등에 의뢰해 종합심리평가를 추가로 실시할 지 결정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MMPI-2 결과 해석에서 자살 사고 척도(DEP4)만 유의미한 수준까지 상승하면 이 수검자의 자살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죠.
임상 척도, 재구성 임상 척도 뿐 아니라 DEP 내용 척도와 4개의 관련 소척도가 모두 상승했다면 해석이 그리 어렵지 않지만 간혹 임상 척도, 재구성 임상 척도, DEP 내용 척도, DEP4를 제외한 나머지 3척도 모두에서 의미있는 상승이 관찰되지 않을 때가 꽤 많습니다. 그러니까 자살 사고(Suicidal Ideation)를 반영하는 DEP4만 상승한거죠.
그런데 자살 사고 척도가 상승했다고 무조건 자살 위험성이 높아지는 건 아닙니다. 왜냐햐면 최근에 자살을 생각한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죽겠다고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죽고 싶을만큼 괴롭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자살 사고 척도가 상승한 수검자를 그냥 내비둬도 상관없냐 하면 그건 아니죠.
그래서 자살 사고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기준점 65T,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70T)까지 상승했을 때 함께 뜨면 자살 시도 가능성을 높이는 내용 소척도 몇 개를 정리해 봤습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각 소척도들이 포함된 내용 척도의 다른 소척도는 유의미하지 않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폭발적 행동(ANG1)은 의미있는 수준까지 상승해야 하고 성마름(ANG2)은 상승하지 않아야 조합 해석이 가능합니다.
* 폭발적 행동(ANG1)
* 염세적 신념(CYN1)
* 반사회적 행동(ASP2)
폭발적 행동(ANG1) 척도는 용어 그대로 폭발적 행동과 발끈하는 성질을 측정하기 때문에 함께 상승하면 충동적 자살 시도 위험성을 증가시킵니다. 손목을 긋는 등의 방식은 덜 위험하지만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달리는 차에 뛰어드는 등의 치명도(fatality)가 높은 방식을 택하는 경우 자살 성공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위험하죠.
염세적 신념(CYN1)은 사실 저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상승 조합입니다. 왜냐하면 이 척도가 측정하는 건 다른 사람을 이기적이라고 믿고 자신의 복리에만 관심이 있다는 내용이라서 오히려 자살 위험성을 낮출 것 같거든요. 하지만 경험적으로 CYN 내용 척도에서 대인적 의심(CYN2)가 의미없고 염세적 신념 척도만 상승했을 경우는 자살 위험성이 현저히 높아지는 걸 자주 봤기에 일단 주의하며 보자는 척도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척도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나 지지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상승 관계가 생기지 않았을까 추론하고 있습니다.
반사회적 행동(ASP2)은 반사회적 행동이나 법적 문제, 물질 남용 문제 유무를 측정하는 내용 소척도지만 경험적으로 이 척도 역시 상승하면 자살 시도 가능성을 증가시킵니다. 아마도 성을 잘 내고 충동적이고 쉽게 분개하는 특성을 측정하기 때문에 동반 상승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리해 보면 자살 사고(DEP4)척도가 의미있는 수준으로 상승하였을 때 폭발적 행동(ANG1), 염세적 신념(CYN1), 반사회적 행동(ASP2) 소척도가 모두 상승되어 있다면 충동적인 자살 시도 가능성을 염두에 두셔야 하고 좀 더 깊은 수준의 자살 위험성 평가를 하셔야 합니다.
이런 조합 해석 시 먼저 충족되어야 할 조건으로는,
1. 우울 장애 등 자살 위험성이 높은 전형적인 주요 장애가 아니어야 함
2. 위에서 언급한 4개의 내용 모척도와 다른 하위 내용 소척도가 모두 의미있는 수준으로 상승하지 않아야 함
덧. 이 포스팅은 내용 소척도만을 이용해 '비전형적인 자살 위험성'을 평가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기는 하지만 성격 병리 척도 중 DISC의 상승도 충동적인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척도이니 염두에 두고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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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에 한 포스팅(
'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TCI) 간단 요약')에서 살짝 말씀드린 것처럼 TCI는 Personality Problem이 있는 수검자를 변별할 때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2012년 8월에 종합심리평가로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건 굉장히 어렵고 또 주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
'과연 심리평가로 성격 장애를 진단할 수 있는가')을 쓴 적이 있는데 어찌 보면 TCI가 종합심리평가의 빈틈을 메우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질 유형과 성격 유형 구분을 위해서는 각각 기질 차원 중 3개(자극 추구, 위험 회피, 사회적 민감성), 성격 차원 중 3개(자율성, 연대감, 자기 초월)를 사용합니다. 3분 분할점을 채택하여 기질 유형과 성격 유형 모두 27개의 유형(3 X 3 X 3)으로 분류되죠.
3분 분할점의 T점수는 아래와 같습니다.
구분 T점수 범위 비율
High(높음) 55<T 30%
Medium(중간) 45<=T<=55 40%
Low(낮음) T<45 30%
이 3분 분할점에 따라 각각 27개의 기질 유형과 성격 유형이 나오고 그 중 전통적인 성격 장애 범주를 기질 유형에 따라 나누면,
자극 추구 위험 회피 사회적 민감성
반사회성(Antisocial) H L L
연극성(Histrionic) H L H
수동공격성(Passive-Aggressive) H H H
경계선(Borderline) H H L
강박성(Obsessional) L H L
분열성(Schizoid) L L L
안정된(Staid) L L H
수동의존성(Passive-Dependent) L H H
처럼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질 유형만 갖고 성격 장애를 진단할 수는 없고 성격의 성숙도(개인의 적응도, 성격 장애의 심각도)는 성격 척도 점수(자율성과 연대감)에 기초하여 판단합니다. 즉, 자율성 및 연대감 점수가 개인의 행동이 적응적인지 아닌지(혹은 성숙한지 미성숙한지)를 결정하고, 기질 유형이 개인의 행동 양식을 결정합니다. 따라서
TCI를 활용해 성격 문제를 평가할 때 먼저 성격 척도 중 자율성과 연대감 점수에 기초하여 개인의 성숙도와 성격 장애 가능성을 평가하고, 성격 장애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개인의 기질 유형을 통해 성격 장애의 하위 유형을 판단하게 됩니다.
해석 지침을 제시한다면
자율성 및 연대감의 백분위 점수가 모두 30점 미만이거나 자율성과 연대감의 합산(TCI 결과지에 SC로 표시) 백분위 점수가 30점 미만인 경우, 적응상의 어려움을 보이고 미성숙하여 성격 장애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합니다. 그 다음에 성격 장애의 구체적인 하위 유형은 기질 유형을 통해 판단하면 되고요.
그래서 성격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수검자에게는 선별 검사 도구로 TCI를 활용하여 일차 변별 진단을 해 보고 종합심리평가의 검사 도구를 활용해 내면의 역동을 기술하는 것이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출처 : '기질 및 성격검사 매뉴얼 by (주) 마음사랑'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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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임상심리전문가 최정윤 선생님이 쓰신 책입니다. 2002년에 1판이 나왔고 8년 만인 2010년에 2판인 이 책이 나왔습니다. 2판에는 지능 평가, 신경심리평가, 문장완성검사의 사례가 추가되었고 그 밖에 MMPI-2의 소개, 로샤 검사의 내용 분석 내용이 덧붙여졌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종합심리평가에 포함된 검사를 중심으로 임상가들이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검사들을 한 자리에서 다루면서도 꼭 알아야 할 핵심 정보만을 군더더기 없이 수록하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각 검사를 전문적으로 숙달하고 싶으면 좀 더 깊이 있는 서적을 봐야겠지만 이 책 한 권으로도 왠만한 내용은 커버가 가능할 정도로 정보가가 높습니다. 참고문헌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최정윤 선생님이 국내에 출판된 서적 뿐 아니라 외국의 전문서적까지 꼼꼼히 review해서 쓰셨기 때문에 국내 서적에는 없는 내용들도 많습니다.
예전과 달리 요새는 심리검사를 다루는 개론서들이 꽤 많이 시장에 나와 있어서 그게 그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저도 그랬어요~) 이 책은 확실히 다릅니다.
전문가 12년차에 들어가는 제가 봐도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는 교재입니다.
필독을 권하는 대상은 임상/상담 관련 대학원생과 수련 과정 1년차 선생님들이고 전문가인 분들도 한 권쯤 갖고 있으면 좋은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2006년에 소개드린 '임상심리검사의 이해'를 먼저 읽고 연이어 읽으면 더욱 효과적인 공부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추천합니다.
닫기
* 병전 지능과 수검자의 연령, 학력, 학교 성적, 직업 등을 함께 고려해 보았을 때, 현재 지능이 15점 이상 저하되어 있다면 현재 수검자에게 유의미한 지능 저하가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 소검사 분산 분석에서 유의미성의 기준은 평가치가 절대값 3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잡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된다(Kaufman, 1990).
* 지능 검사의 기본 지식 소검사 중 쉬운 문항에서 실패하면서 어려운 문항에서는 성공하는 경우는 기억의 인출 과정에서의 문제를 시사한다.
* 지능 검사의 기본 지식 소검사 중 주목할 만하게 낮은 점수를 설명할 다른 근거(낮은 교육수준, 문화적 경험의 박탈, 외국에서의 학습 경험 등)가 없고, 다른 언어성 검사들의 점수도 낮다면, 좌반구 손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
* 상태 불안, 즉 검사에 대한 불안은 만성적인 불안이나 성격적 특성보다 더 숫자 외우기에 영향을 미친다.
* 숫자 외우기 소검사 중 forward 과제 수행이 backward 과제 수행보다 5자리 이상 긴 것은 정상인에게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뇌손상의 신호일 수 있다. 젊은 성인의 경우 backward 과제에서 3자리까지만 성공한다면 그 자체로 뇌기능 장애의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 지능 검사 산수 소검사의 낮은 수행을 수학적 능력의 부족으로 해석하려면 단기 기억, 연속적 정보처리 능력 등 다른 행동적, 인지적 가설을 모두 검토한 뒤에 결론내려야 한다.
* 지능 검사의 이해 소검사는 다른 어떤 언어성 소검사보다도 좌반구 손상에 민감하다.
* 지능 검사의 공통성 소검사에서 수검자의 응답 내용은 그 양상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 구체적 개념 형성 : 사물의 구체적 특징에 따라 개념화
- 기능적 개념 형성 : 사물의 기능에 따라 개념화
- 추상적 개념 형성 : 범주에 따라 개념화
: 구체적보다는 기능적, 기능적보다는 추상적 개념이 상위 개념화임
* 지능 검사의 토막 짜기 소검사는 어떤 종류이든 간에 대뇌 손상에 취약하다. 특히 우반구의 후반부, 두정엽 후반부 손상에 매우 민감하다.
* MMPI의 증상척도 VS. 성격척도의 구분
- 증상척도 : 1, 2, 7, 8(현실에서 경험되는 고통에 따라 변화되기 쉬운 특성)
- 성격척도 : 3, 4, 5, 6, 9, 0(전형적인 방어기제를 반영)
* MMPI-2에서 F(B) 척도 점수가 유의미하게 상승(임상장면에서 110이상)했고 F(B) 척도가 F척도보다 적어도 30T이상 높을 경우 후반부의 수검 태도가 변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
* MBTI의 내향적, 외향적 태도의 구별에 대해 Jung은 개체의 주체(subject)와 객체(object)에 대한 태도에 따라서 구분할 수 있다고 보았다. 개인의 태도가 객체를 주체보다 중요시하면 외향적 태도를, 반대로 객체보다도 주체를 중요시하면 내향적 태도를 위한다고 본 것이다.
* BGT에서 도형들이 중첩(collision)되게 그리는 것은 수검자의 자아 기능에 큰 장애가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계획 능력의 빈약, 극단적인 충동성을 반영하기도 한다. 뇌기능 장애를 가지고 있는 환자의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 BGT에서 가장자리의 사용은 용지 가장자리에서 약 2cm 이내에 7개 이상의 도형이 배치될 때 판정하며 내재된 불안의 지표로 본다.
* BGT에서 용지의 회전은 제멋대로 하려는 경향을 시사하는 것으로 잠재적 혹은 외현적인 저항, 자기중심적인 경향이 있을 때 많이 나타난다.
* BGT에서 폐쇄 곤란(closure difficulty)은 A, 2, 4, 7, 8번 카드에서 주로 나타나며 적절한 대인 관계를 유지해 나가기가 곤란함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된 정서 문제를 반영할 수 있다.
* BGT에서 교차 곤란(crossing difficulty)은 6, 7번 카드에서 주로 나타나며 심리적 단절의 지표가 될 수 있고 강박증, 공포증 환자, 대인 관계의 곤란을 겪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 BGT에서 보속성(perseveration)은 자아 통제력의 저하나 현실 검증력의 저하로 해석할 수 있다.
* HTP에서 같은 주제를 반복해서 그리는 perseveration이 나타나는 경우 정신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 로샤 채점 시, a와 p가 동시 채점되는 것은 두 가지 이상의 대상이 운동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을 경우에 한한다. 만약, 한 대상이 능동과 수동의 두 가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경우라면 능동 반응만 채점한다(개가 앉아서 달을 보고 짖고 있는 반응에 대해서는 FMa로만 채점).
* 로샤 채점 시, 호수, 지도, 바닷속 풍경과 같이 원래 형태가 불분명한 대상에 대해 색채가 사용되는 경우도 흔히 CF로 채점된다. 많은 꽃들 같이 비교적 형태가 막연한 경우에도 CF로 채점되는 경우가 많다.
* 로샤 채점 시, 음영을 사용한 반응 중에서 재질이나 차원 반응이 아닌 경우 대부분 음영-확산 반응(Y)으로 채점된다. 따라서 음영이 반응 결정인으로 사용된 경우, T나 V로 채점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 후 여기서 제외되면 Y로 채점하는 것이 하나의 채점 요령이 될 수 있다.
* 로샤 채점 시, 매우 드물지만 한 반응 안에 동일한 결정인의 서로 다른 범주들이 채점될 수 있는 경우라면, 형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채점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빨간 모자를 쓴 곰들이 싸우고 있고, 아래에 있는 빨간 색들은 곰들의 몸에 묻은 피다'라고 반응한 경우 '빨간 모자'는 FC로 채점하지만, '아래에 있는 빨간 색은 곰에 묻은 피다'라는 반응은 CF로 채점한다. 여기서 FC와 CF는 둘 다 같은 색채 결정인에 들어간다. 이럴 때 CF로 채점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반응의 최종 채점 결과는 FMa.CF가 된다.
* 로샤 채점 시, 순수 F 반응이 혼합 반응(예; Ma.F)으로 채점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런 반응은 신경학적으로 손상을 입었거나 지능이 낮은 수검자들에게서 주로 발견되는 반응으로 자극이 입력되거나 조정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지각적 기능 장애가 있음을 가리키는 지표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채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 로샤 채점 시, 수검자의 반응 내용에 들어있는 대상이 여러 개이고 이들의 형태질이 서로 다른 경우 형태질을 따로따로 채점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반응에 대해서 하나로 결정하게 된다. 이때 형태질은 보다 수준이 낮은 대상의 형태질을 사용하는데 단, 이러한 규칙은 전체반응에서 중요한 대상일 경우에만 적용한다. 예를 들어 카드 III에서 '두 사람이 아래에 있는 폐를 잡아당기고 있다'는 반응에서 사람은 o반응이나 폐는 -반응이다. 그런에 폐는 이 반응에서 보이고 있는 동작의 초점이 되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이 반응의 형태질은 -로 채점하는 것이다.
* 로샤 채점 시, Na는 항상 Bt, Ls보다 우선시된다. 함께 있는 경우 Bt, Ls는 Na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Na로만 채점한다. 또한 Na는 나타나지 않고 Bt와 Ls만 동시에 나타난 경우에는 둘 중 하나만 채점한다. 이유는 소외 지표를 계산하는데 어느 한 요소가 지나친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 로샤 채점 시, CP는 무채색 영역에서 유채색을 지각하는 경우에 채점되는데 결정인을 채점할 때 반점에 유채색은 없으므로 색채 결정인(C, CF, FC)으로는 채점하지 않는다. 보통 수검자들이 반점의 음영 특징에 대해서 유채색으로 지각하게 되므로 음영 반응(Y, YF, FY)으로 채점한다. CP는 무기력한 감정을 보다 긍정적인 감정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로, 부인(denial)의 방어기제와 관련되어 있다.
* 로샤 특수 점수의 다중 채점 기준
- CONFAB으로 채점한 반응에 대해서는 ALOG를 추가 채점하지 않는다
- CONTAM으로 채점한 반응에 대해서는 어떤 특수 점수도 추가 채점하지 않는다.
- DV, DR / INCOM, FABCOM, CONTAM / ALOG 등의 다중 채점은 만약 반응이 독립적이며 개별적인 것으로 분리될 수 있다면 같이 채점한다. 반응이 중첩되는 경우라면 가중치(WSum6)가 높은 점수 하나만을 채점한다.
* 로샤 채점 시, EB는 개인의 반응 스타일을 나타내는 것으로, M 반응의 비율이 높은 사람은 기본적인 욕구 충족을 위해서 개인의 내적인 사고 활동을 활용하는 경향이 많은 반면, 색채 반응이 많은 사람들은 기본적인 욕구 충족을 위해서 외부 환경과의 상호 작용을 활용하려는 경향이 많다고 본다.
* FM과 m은 투사적인 사고 활동의 일종으로 FM반응은 욕구 충족이 좌절되는 상황에서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m반응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 두 변인은 내적인 욕구나 상황적인 자극에 의해 일어나는 내적인 사고 활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m과 Y변인은 상황적 불안에 대한 가장 좋은 지표로 알려져 있다.
* 정상 성인에서 P반응의 적정 범위는 5~8개로 볼 수 있다. 평균 이상의 P반응은 관습적으로 반응하려는 경향이 지나친 것으로 지나치게 경제적으로 반응하려는 시도를 반영하고 있을 수도 있고(high L일 경우), 지나치게 정확하게 잘 반응하려는 완벽주의적이거나 강박적인 경향을 반영할 수도 있다(high L이 아닌 경우).
* 평균적인 Zf는 9~13 범위에 속한다. 13이상의 Zf는 기대 이상으로 과도하게 정보처리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9이하의 Zf는 기대되는 이하로 정보처리 노력을 하고 있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 FD반응은 너무 많이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자신에 대해서 내성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V반응은 자기 검열과 관련하여 어떤 '초조한 정서'를 경험하고 있다는 의미로 생각된다. 만약 청소년이나 성인에게서 FD나 D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자기 검열 행동, 즉 자신에 대한 내성을 별로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서 미성숙하게 지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 통상적인 주제통각검사의 실시 순서
- 1~10번 카드는 첫 회기
- 11~20번 카드는 두 번째 회기에 시행
- 9~12개의 카드만으로 단축 검사를 실시할 수도 있다.
- 가장 유용한 카드로는
-> 성인용 : 1, 2, 3BM, 4, 6BM, 7BM, 8BM, 10, 12BM, 13MF, 18GF
-> 아동용 : 1, 2, 3BM, 4, 6BM, 7BM, 7GF, 8BM, 10, 12M, 13MF, 16, 18GF
덧. 책 내용에 비해 디자인이 정말 구려서 구매 의욕을 확 꺾네요. 시그마프레스는 제발 디자인에도 좀 신경을 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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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몇 번 말씀 드린 적이 있지만 최근 상담 현장의 추세는 단기 상담입니다. 상담에 대한 수요는 폭증하는데 비해 상담자의 공급은 굉장히 더딘 양상이기 때문에 이 추세는 쉽게 바뀌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개인적으로는 불만입니다만).
상담 현장이 단기 상담 위주로 돌아가게 되면 생기는 변화 중 하나가 심리평가의 강조입니다. 정해진 회기 내에 내담자의 문제를 최대한 빨리 파악하고 그에 따른 개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죠. 그러다보니 예전과 달리 모든 내담자를 심리평가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가 되고 있고 앞으로 더욱 그런 방향으로 갈 겁니다.
그렇다면 상담 과정을 통틀어 심리평가는 언제 실시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가장 이상적인 건 전담 상담자가 내담자와 상담을 진행하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타이밍에 실시하는 것이겠지만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미 그런 속 편한 소리나 하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기는 지났으니 이건 넘어가고요.
저는 종합심리평가와 선별 평가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초기 면담에서 내담자가 호소하는 증상의 종류와 심각도에 따라 선별 평가 실시 여부를 상담자가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건 여담이지만 저는 접수 면담과 정식 상담을 나누어 상담자를 따로 두는 사례 관리 체계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얼핏 보면 효율적일 것 같지만 나중에 추가로 투입되어야 하는 노력을 보면 별로 그렇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접수 면담에서 자신의 문제를 다 이야기한 내담자가 새로 배정받은 상담자에게 똑같은 이야기를 앵무새처럼 다시 해야 한다면 기분이 어떨지를 생각해보세요.
특수한 심리치료적 접근을 추가해야 하는 상황을 예외로 하면 상담은 한 명의 상담자가 첫 접수 상담부터 종결 상담까지 책임지는 방식이 가장 치유적이라고 믿습니다.
어쨌거나 제가 처음 만난 내담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예사롭지 않고 심각하다고 판단될 때, 저는 TCI, MMPI-2, SCT를 선별 평가 도구로 활용합니다. 그 결과를 보고 종합심리평가에 포함된 나머지 검사를 추가로 실시할 지, 선별 평가 결과를 해석 상담할 지 결정합니다.
이 절차를 간단히 도식화해서 보여드리자면,
접수 면담 -> 증상의 종류와 심각도에 따라 선별 평가 실시 여부 선택 -> 해석 상담 또는 종합심리평가 추가 실시 -> 결과에 따른 추가 상담 진행
저는 전체 상담 과정 중 심리평가를 비교적 초반에 실시하는 편입니다. 물론 상담을 진행하면서 사전-사후 평가 차원에서 종결을 앞두고 다시 평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 때도 종합심리평가보다는 선별 평가 도구를 활용합니다.
포스팅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심리평가 실시 시점은 담당 상담자가 판단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
2. 초기 면담(접수 면담)과 정식 상담은 한 사람의 상담자가 전담하는 것이 좋다.
3. 초기 면담 시 내담자가 호소하는 문제의 종류와 심각도에 따라 선별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보고 추가 검사를 실시할 지 해석 상담을 할 것인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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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심리평가 Battery의 다른 검사 결과와 MMPI-2 결과의 유기적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심리평가자가 MMPI-2만 갖고 해석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1. 해석 매뉴얼에 있는 해석 기준을 적용해 유의미한 척도를 일단 다 골라냅니다.
예; 임상 척도의 경우 모척도가 65T, 자척도가 65T 이상의 척도를 모두 골라냄
2. 그 다음에 측정 개념이 유사해 보이는 척도 별로 묶습니다.
예; 내용 척도의 ANX, 보충 척도의 A를 따로 모음.
3. 묶인 내용을 보고서에 기술하고 괄호 안에 검사 sign을 나열합니다.
예; 피검자는 자신의 주관적 고통감을 호소하고 있으며(F=70T), 주로 불안이 피검자가 경험하고 있는 심리적
불편감이다(ANX=68T, A=72T).
이런 해석법의 문제는 유기적인 해석이 되지 않기 때문에 피검자의 심리적 모습이 파편화된다는 것과 비전형적인 측면이 있는 피검자의 경우는 해석에 빠진 빈 자리를 평가자의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메울 위험성이 커진다는 점 입니다.
그래서 MMPI-2의 척도만을 갖고 formulation을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직관적 해석법을 소개합니다. MMPI-2와 SCT만 실시하는 선별평가에서 활용하면 좋겠지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다음의 개념을 머릿속에 넣고 있기만 하면 됩니다.
* 임상척도 = 집의 구조(뼈대, 벽, 기둥 등)
* 내용척도 = 가구(소파, 의자, 식탁, 협탁 등)
* 보충척도 = 소품과 인테리어(샹들리에, 포인트 벽지, 블라인드 등)
MMPI-2의 결과지를 해석할 때 임상척도는 집의 구조와 같은 피검자의 심리 구조로 보면 됩니다. 집의 구조를 볼 때 우리는 방이 몇 개 있고, 벽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고, 천정이 낮고 등등 이렇게 집의 대략적인 구조를 파악합니다. 마찬가지로 임상 척도를 해석할 때 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특성 불안 수준이 높은 편이고 내향적이거나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이다, 또는 기본적으로 우울한 성향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체화 증상을 통해 자신의 고통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대략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죠.
내용척도는 가구와 같습니다. 집에 아무런 가구가 없으면 여백미는 있겠지만 공간이 너무 많아 썰렁하고 휑할 수 있죠.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우울한 사람일까 하고 봤더니 자존감도 낮고 가족 문제도 있고 건강에 대한 염려도 있어서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이 도처에 깔려 있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는 피검자의 심리 내용으로 보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보충척도는 인테리어에 해당합니다. 없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적절한 인테리어가 집을 돋보이게 하고 사는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것처럼 보충척도는 해석에 빠져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피검자의 해석을 정교하게 만들어주는 액세서리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 사람은 책임감이 너무 강하고 여성적인 성역할에 경도되어 있어 지나치게 자신을 희생하는 덫에 빠져있을 수 있겠다, 또는 매사에 억압을 하다보니 술로 심적 불편감을 해소하려고 했을 수 있겠네. 분노와 적개심이 내재되어 있다보니 술을 마시면 간헐적으로 행동화 할 수 있을 것 같고 등등. 척도 이름 그대로 보충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냥 딱딱하고 건조하게 매뉴얼에 있는 해석 기준대로 유의미한 척도만 골라내서 조합하느라 고민하지 마시고 피검자의 심리 구조가 집과 같다고 상상하시고 임상, 내용, 보충 척도 해석을 적용하시면 formulation하는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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