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 중 청렴한 것처럼 보여 지지했던 정치인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될 때,
평소 대중들에게 따뜻해 보이는 모습이라 좋아했던 연예인이 스탭에게 갑질한 게 밝혀져 구설수에 오를 때,
나를 도와줄 것이라고 믿고 의지했던 상담자가 그저 돈 때문에 나를 상담했다는 걸 우연히 알게되었을 때, 등등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믿음이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분노합니다. 하지만 그런 분노 감정에 몰입하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펴봐야 하는 건 대체 왜 분노하게 되었느냐입니다.
많은 경우 분노는 '욕구의 좌절' 때문에 생겨납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죠. 맛집에서 2시간 이상을 기다렸는데 바로 내 앞에서 재료 소진으로 오늘 영업이 끝났다면 일시적으로 분노가 치미는 건 이상한 게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욕구의 좌절은 다른 욕구의 추구로 쉽게 대체할 수 있습니다. 다른 맛집으로 바로 이동해서 먹고 싶었던 같은 종류의 음식을 먹게 되면 어느 정도는(완전하지는 않더라도) 해결되죠.
하지만 위에 제시한 예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다른 청렴한 정치인을 발굴해서 지지하거나 다른 연예인 팬카페에 가입하거나 상담자를 바꾼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요? 그건 욕구가 아닌 '기대'가 좌절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기대는 내 가치관과 신념이 투영되게 마련입니다. 정치인은 청렴해야만 하며, 연예인은 모든 대중에게 겸손하게 행동해야 하고, 상담자는 돈이 아닌 소명의식과 이타심에 의해 상담을 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 기대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내가 마음 속에서 만들어 낸 것입니다.
'기대를 버리고 비교하지 않는 방법'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세상은 공평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이 다 나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결국 내 마음이 만들어낸 지옥에서 살게 됩니다.
'관계는 기대 때문에 망하고 불행은 비교 때문에 느낀다' 포스팅에서 저는 세상 만사의 모든 고통이 거의 대부분 자신이 만들어 낸 기대 때문에 생긴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고백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건 결코 쉽지 않습니다. 내 고통은 내 기대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보다는 '너 때문이야!!'라고 남 탓하는게 훨씬 쉽거든요. 변화를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고요.
하지만 그렇게 남 탓만 하면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세상을 향해 기대하면 할수록 좌절되었을 때 더 큰 분노를 경험하게 되고 그 분노는 언젠가 지옥불처럼 나를 집어삼켜 영원한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게 만들 겁니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기대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합니다. 혼자서 안 되면 전문가든 누구든 도움을 받아서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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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관계 갈등 때문에 상담을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상대방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만이 대충 두 가지 중 하나로 나뉘어지더군요.
첫번째는 상대방이 (객관적이든 또는 주관적이든) 잘못된 행동을 해서 그것 때문에 직접적으로 감정이 폭발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시댁 식구들 앞에서 배우자가 자신의 흉을 본 것을 알게 되었다든지, 자녀가 게임을 하다 걸렸는데 훈계를 듣던 도중 적반하장격으로 나에게 욕을 했다든지 등등
이런 경우는 내담자가 상대방의 행동 때문에 받은 상처를 점검하고 개선이 필요하고 또 가능하면 동일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율하는 작업을 통해 재발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내담자를 더 괴롭히는 문제는 두 번째 경우입니다.
바로
상대방이 하지 않은 행동 때문에 폭발한 경우이죠.
예를 들어, 결혼 10주년 기념일인데 축하한다는 인사를 남편이 잊었다든지, 가족과 함께 하려고 어렵게 휴가를 냈는데 각자 일정이 있다고 가족 여행을 못 간다고 했다든지 등등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해하기 쉽지만 다음의 예는 과연 상대방이 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하기에 살짝 미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저녁 설거지를 하겠다고 해 놓고는 그냥 놔두고 출근하는 남편, 학원 다녀오는 길에 신신당부한 심부름을 까맣게 잊고 털레털레 집에 돌아온 아들, 약속에 늦지 않겠다고는 또 다시 늦은 친구 등등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고 이야기를 해놓고는 결국 지키지 않은 것이니 뭔가 나에게 나쁜 일을 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도 모두 하지 않은(일어나지 않은) 행동입니다.
하지 않은 행동을 비난하면 안 됩니다. 하지 않은 행동을 비난하는 건 상대방이 내 마음을 읽지 못했기 때문에, 내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않았기 때문에, 좌절된 내 기대 때문에 생긴 괴로움을 상대방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입니다.
표현 방법이 어떠하든 간에 그것은 결코 효과적이지 않으며 문제를 개선하지도 않고 오히려 상대방의 반발만 초래해 상황을 악화시키게 됩니다.
상대방이 하지 않은 행동 때문에 화가 난다면 오히려 자신에게 왜 그렇게 화가 나는지, 왜 그렇게 부정적인 감정에 압도되는지 진지하게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내면에는 좌절된 욕구와 기대가 숨어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걸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한 욕구와 기대는 근본적으로 스스로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에 의해 충족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니까요.
그러니 하지 않은 행동, 일어나지 않은 현상을 비난하는 걸 그만두세요. 스스로를 상하게 하는 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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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사별이나 상실을 경험한 사람을 만나는 상담자가 알고 있어야 하는 애도의 6단계입니다. 각 단계에 따라 상담자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내담자가 어떤 단계에 속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다만 죽음 연구의 대가였던 Ross 여사도 생전에 강조해서 말씀하셨듯이 모든 사람이 동일한 속도와 순서로 각 단계를 거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융통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겠습니다.
* 1단계 : 충격
상실의 초기에는 내담자가 일상적인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시기에 상실로 괴로워하는 사람은 항상 해 오던 아주 단순한 일상적인 일도 갑자기 어렵게 느껴지거나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상담자는 내담자가 지지받을 수 있는 가족, 친구와 연결됨으로써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 2단계 : 슬픔
충격이 지나간 뒤에는 심한 슬픔이 몰려온다. 이 단계의 특징은 극적인 정서적 표출이다. 내담자는 평소와 다른 슬픔을 격하게 표현하게 된다. 상담자는 이러한 내담자의 슬픔이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며 애도 과정에서 오히려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
* 3단계 : 외로움
슬픔 후에는 심한 외로움이 다가온다. 그런 고독은 평소와는 다른 신경과민, 수면장애, 식욕감퇴와 같은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 단계에서 상담자는 내담자가 최대한의 휴식과 안정을 취하면서, 유동식을 섭취하고, 어렵더라도 매일매일 약간의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4단계 : 분노와 죄의식
외로움 후에 내담자의 대부분이 상당히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이런 곤경과 좌절은 그들에게 강한 분노와 죄의식을 불러 일으킨다. 따라서 상담자는 이들이 가능한 한 긍정적이고, 건강하고, 좋은 생각과 감정을 갖도록 해서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상실을 통제하고 재구성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5단계 : 우울
내담자는 고인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종종 우울에 빠지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위기개입이 최적의 도움이 될 수 있다. 내담자의 상실 이야기를 들어주고, 진정한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 내담자에게 편안함과 안정을 가져다 줄 수 있다.
* 6단계 : 미래에 대한 재조명
5단계의 마지막 즈음에 내담자는 보통 마음의 평안을 느끼는데 이것은 슬픔의 마지막 단계이며, 미래에 대한 재조명을 하게 되는 시작 단계이다. 내담자는 6단계를 거치면서 위기 이전의 평형과 비슷한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 때 많은 사람이 새로운 희망을 갖고 새 출발을 하게 된다. '음주 운전에 반대하는 어머니 모임'과 같은 단체 활동이 슬픔을 긍정적이고, 지속적이며, 좋은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재조명하고 재구성한 좋은 예이다.
출처 : McKenna, S.(1999, September 28). Stages of grieving.(Third Age Home Page on the Internet at http://wwWithirdage.com/features/family/alone/). In Finding Support Online. by Sharon McKenna.에서 일부 내용을 첨삭 및 요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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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하려는 사람에게 심리적 고통은 끔찍한 생각, 통제할 수 없는 사고, 지독하게 고통스러운 감정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경험입니다.
그러므로 밀려드는 고통을 자신과 분리된 것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죠.
이를 위해 상담자가 활용할 수 있는 질문을 정리해 봤습니다.
* 우울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식으로 느낍니다. 하지만 이것은 진정한 당신이 아니죠, 그렇지 않습니까?
-> 이 질문은 이전의 긍정적인 자기를 찾아보도록 내담자를 자극합니다.
* 당신이 그렇게 기분이 안 좋을 때 정확하게 어디가 아픈건가요?
-> 이 질문은 고통을 분류하고 정리하여 좀 더 다룰 만한 것으로 만들어 줍니다. 많은 사람이 고통을 자신의 머리와 심장에, 때로는 신체 전체와 연관시킵니다. 그것에 이름을 붙이고 위치를 확인하는 언어를 공유한 뒤에만 고통을 관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 당신이 취한 상태에서만 자살을 생각한다면 술이 어떻게 당신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습니까?
-> 이 질문은 우울한 감정을 심화시키고 실패했다는 느낌을 증가시키는 술의 역할에 도전합니다.
* 당신이 최악이라고 느낄 때 누구의 이름이나 얼굴이 마음속에 떠오릅니까?
-> 이 질문은 내담자와 갈등 상태에 있는 사람의 명단을 만들 수 있게 해 주며, 생산적인 대인 관계를 시작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줍니다.
* 이번과 같은 고통을 지난번에 겪었을 때 결국 어떻게 되었습니까?
-> 이 질문은 이전에 위기에서 살아남은 적이 있다는 것을 회상하게 해 줍니다. 또한 환자 주변의 보호 요인, 예를 들면 친구나 목사, 상담자, 또 다른 자원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 아버지가 자살을 한 것이 당신도 그래야만 한다는 의미일까요?
-> 이 질문은 자살 내력을 물리칠 수 없다는 잘못된 결론에 도전합니다.
*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살펴 보았을 때 지금 당신이 생각하는 것을 정말로 믿어도 되는 걸까요?
-> 이 질문은 그가 모든 것을 제대로 생각하고 있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도록 돕습니다.
* 당신은 자신을 죽이고 싶을 만큼 화가 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모든 분노가 당신 자신 때문입니까?
-> 이 질문은 좌절의 외적 근원으로 초점을 다시 돌리고 자신을 범인으로 보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 이 모든 고통을 어머니(아버지, 연인, 남편, 아내 등)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온당한 일이라고 생각합니까? 그들이 정말로 의도적으로 그랬을까요?
-> 이 질문은 내담자가 다른 사람에게 종종 잘못된 귀인을 하는 동기에 대해 재고하도록 합니다.
* 당신이 겪고 있는 고통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을 때 당신만큼 비참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 자살을 하라고 충고하겠습니까?
-> 이 질문은 내담자가 고통받는 사람이 아니라 지혜로운 상담자 역할을 하도록 하여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보도록 돕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흥미롭고 치료적인 것일 수 있습니다.
출처 : '자살 심리치료의 실제'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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