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하면 당연히 발리~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발리에서 생긴 일'이라는 드라마로도 인기 몰이를 했었고 한 때 신혼여행지로도 각광을 받았던(지금도 많이들 가시는) 섬이죠.
사실 제가 이번 여행을 가게 된 이유는 단순합니다. 첫째는 남아있던 대체 휴무일이 12월에 집중되면서 일주일 정도의 시간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고 둘째는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여행했던 곳을 가보고 싶었거든요.
여행 기간이야 충분했지만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영화를 보지도 않고 여행지를 고르고 예약하는 바람(대체 왜~)에 우붓이 있는 발리로 가지 못하고 엉뚱한 롬복(도 아니고 길리)로 가게 되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사진을 누르면 커집니다)
지도에서 보시는 것처럼 발리 바로 오른쪽에 거의 비슷한 크기의 롬복섬이 있습니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발리는 힌두 문화 영향권이고 롬복은 이슬람 문화 영향권입니다. 분위기가 사뭇 다르죠.
롬복은 산스크리트어로 '끝이 없는 길'이라는 의미인데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린자니 화산이 있습니다. 란자니 화산은 휴화산이라 가끔씩 분출을 하곤 하는데 2015년 만 해도 7월에 1번, 11월 초에도 한 번 분출해서 발리, 롬복 공항이 4일 간 폐쇄되어 관광객들의 발이 묶인 적이 있죠. 제가 여행을 떠나기 불과 두 달 전의 일이라 꽤나 신경 쓰이던 생각이 납니다. 가루다 항공에 연락해서 현지 사정을 물어보기도 했었죠.
발리가 너무 많이 개발되어 요새는 발리에 비해 훨씬 조용하고 고즈넉한 롬복이 뜨는 분위기인데 제게는 롬복도 너무 크고, 시끄럽고, 개발된 섬입니다. 그래서 예전 케냐 여행 때 라무섬이라는 지상 천국(?)에서 보냈던 휴가를 잊지 못해 더 조용하고 사람의 발길이 조금이라도 덜 닿은 섬을 뒤졌습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길리 섬 3총사입니다.
(사진을 누르면 커집니다)
지도의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길리 뜨라왕안, 길리 메노, 길리 아이르가 길리 섬 3총사인데 그 중에서도 제가 갔던 길리 메노가 가장 작고 조용한 섬입니다.
길리는 사삭족 언어로 '작은 섬'이라는 뜻인데 섬 이름부터가 작은 섬이죠;;; 해안가를 따라 걸어서 한 바퀴 도는데 2시간 정도면 충분한 크기의 작은 섬입니다.
조용하고 외진 정도로 순위를 매겨보자면 발리>>>>>롬복>길리 뜨라왕안>>길리 아이르>>>>>>길리 메노 정도 됩니다.
지도에 표시된 곳이 제가 3일 동안 묵었던 Mahamaya Resort입니다.
원래는 롬복으로 가는 항공편이 없어서 발리로 간 뒤 배편으로 롬복으로 들어가곤 했는데 2010년에 가루다 인도네시아와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 에어에서 롬복으로 가는 항공편을 운항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한결 편하게 롬복으로 갈 수 있게 되었죠.
롬복에서 길리 섬 3총사로는 배로 들어가야 하고 퍼블릭 보트를 타는 곳을 제외하고는 선착장도 없어 리조트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고 해안가에 내려 찰방찰방 걸어 들어가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케냐의 라무섬 수준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래도 엇비슷하게 아름답고 조용한 섬에서 푹 쉬고 왔습니다. 스노클링하면서 거북이도 보고 왔으니 소원풀이도 제대로 하고 왔다고 볼 수 있죠.
인도네시아 여행기 시작합니다. 4박 6일의 일정인 만큼 빨랑 끝내고 못 다한 노르웨이 여행기도 마저 포스팅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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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경쟁 관계에 있는 두 거대 기업에 각각 산업 스파이로 고용된 전직 CIA요원과 MI6요원의 속고 속이는 한바탕 게임을 다룬 영화입니다.
요새 잘 나가는 클라이브 오웬과 오랜만에 스파이 역으로 활동을 재개한 줄리아 로버츠가 호흡을 맞췄습니다.
당대의 유명 배우를 두 축으로 한 데다 연기파 배우인 폴 지아매티와 톰 윌킨슨까지 배치했으니 탄탄한 시나리오만 확보하면 대박날 수 있었던 영화인데 말이죠.
그런데 토니 길로이가 헐리우드에서는 꽤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인데도 불구하고 감독을 한, 이 영화는 영 아닙니다.
우선 클라이브 오웬과 줄리아 로버츠의 러브러브 모드부터 영 몰입이 안 되요. 줄리아 로버츠가 워낙 체구가 큰데다 이목구비가 남성스럽잖아요. 개인적으로 프리티 우먼 이후로 줄리아 로버츠는 러브러브 모드 전환이 어렵다고 봅니다.
러브러브 모드는 주연 배우들의 코드 궁합이 중요하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건 중간 중간에 자꾸 과거로 워프하기 때문에 상당히 집중해서 봐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스파이 영화나 배신극은 그렇지 않아도 반전 코드가 숨겨져 있어 머리가 아픈데 자꾸 테이프를 돌려 감아 놓고는 관객보고 알아서 이어서 보라고 하면 짜증이 날 수 밖에 없죠. 몰입도가 많이 떨어집니다.
토니 길로이가 시나리오 작업을 하지 않고 감독을 하는 바람에 망한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토니 길로이는 2007년에도 마이클 클레이튼을 감독하면서 조지 클루니라는 굵직한 배우를 기용하고도 영화를 망쳤죠. 제가 좋아하는 틸타 스윈튼만 안 나왔어도 끝까지 안 봤을 영화입니다. 아직 리뷰도 못 올렸네요.
어쨌거나 클라이브 오웬과 줄리아 로버츠 각각의 매력도 제대로 못 살린 안타까운 영화입니다.
추천하기 어렵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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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씨네21
미국은 참 웃긴 나라입니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데 세계의 경찰이랍시고 제멋대로 들어가 싸움 붙이고, 보호의 댓가랍시고 자원을 수탈할 뿐 아니라 양쪽에 무기를 파는 짓도 서슴없이 합니다. 사실 미국의 역사는 침략 전쟁과 수탈의 역사라고 할 수 있지요. 뭐 아는 것이 그것 밖에 없으니 그럴법도 합니다.
CIA가 아프가니스탄의 무자헤딘을 비밀리에 지원해서 소련군을 격퇴시켰던 실화에 바탕을 둔 이 영화는 그런 미국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물론 정신차리고 잘 봐야 행간이 보입니다.
겉모습만 볼 때 이 영화는 미국의 속물 의원이 우연히 아프가니스탄의 참상을 보고 개과천선 한 뒤 엄청난 노력으로 막대한 예산을 따내고 그 예산으로 소련군에게 학살을 당하는 아프가니스탄의 무자헤딘에게 스팅어 등의 현대 무기를 제공함으로써 소련군을 몰아내고 자유를 수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10억불의 전쟁 예산을 승인하면서도 전후 복구를 위해 학교를 세우는 1백만 달러의 승인을 거부하는 미 하원(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도 구분을 못 하는 의원이 나옵니다)과 오로지 자신이 믿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며 이집트, 이스라엘,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주물럭거리면서 전쟁 놀음을 하는 미국의 린다 김을 보고 있노라면 "진정한 악의 축은 당신들이다. 당신들만 없어지면 훨씬 더 세상이 편안해질 것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톰 행크스, 줄리아 로버츠,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등 기라성 같은 연기파 배우들이 배역을 맡은데다 각본 또한 이미 검증받은 베스트셀러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줄거리는 탄탄합니다. 특히 CIA 요원 역을 맡은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연기가 발군입니다.
무엇을 보고자 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것이 보이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냉철한 현실 의식을 갖고 계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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