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의 2대 증상(?)이 '거짓말'과 '무책임'이라는 건 이제 왠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주변 사람들 몰래 도박을 하기 위해, 도박을 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몰래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도박으로 인해 생긴 빚을 갚기 위해 도박 중독자는 다양한 거짓말을 합니다.
중독이 심할수록,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그 수법이 정교해져서 급기야는 거짓말을 하는 도박자 스스로도 속아넘어갈 정도의 경지에 이르기도 합니다.
그런 경지에 이르게 되면 나중에 도박 중독에서 회복되는 단계에서도 거짓말하는 버릇을 고치기 쉽지 않습니다. 몸에 밴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도박과 관련없는 일상생활에서도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게 되거든요. 흙탕물이 깊게 밴 청바지를 세탁해서 흙물을 빼는 것이 어려운 것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도박 중독자가 거짓말을 할 때 가족을 비롯한 지인들은 과연 그 거짓말에 속는 걸까요? 도박자는 그럴거라고 믿지만 사실 한 두 번은 몰라도 사람들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도박자가 하는 말의 내용은 그럴싸하지만 도박 충동에 사로잡힌 탐욕스러운 눈빛과 떨리는 음성, 흥분으로 번들거리는 안색,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러운 몸짓까지 모두 감출 수는 없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도박자가 전업 연기자가 아니라면요.
그럼에도 가족과 지인들은 거짓말에 속는 척 합니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상대방이 자신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꾸며낸다는 걸 인정하기 싫거든요. 차라리 자신이 속아서 나중에 땅을 치는 어리석은 바보가 되는 선택을 하는 게 더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진 자신의 감과 촉을 애써 무시하고 속아주는 겁니다.
그러니 자신의 양심과 그들의 마음에 그만 상처내시고 거짓의 세계로부터 돌아오세요. 거짓은 사랑을 이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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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는 대개 비슷한 경과를 거치지만 그렇다고 모두 똑같은 건 아닙니다. 성격 특성에 따른 차이도 있고 성장 배경의 차이, 경제적 차이도 영향을 미치며 무엇보다 어떤 도박에 중독되었느냐의 차이가 꽤 큽니다.
이전과 달리 제가 요새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도박 중독자들의 특성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 고학력
* 저연령
* 불법 도박
50대는 거의 보기 어렵고 40대도 흔치 않으며 경마, 경정, 경륜 등의 전통적인 도박에 중독된 도박자를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거의 대부분 불법 스포츠 토토와 인터넷 도박 중독자이며 간혹 주식(이나 비트코인) 중독자가 있는 정도이죠.
제목처럼
스포츠 토토 중독자에게 스포츠 경기를 멀리하라는 조언을 하는 건 도박 충동을 자극하는 환경을 피하는 '회피' 기법의 일환이어서 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원래 스포츠를 좋아하는데 도박 중독을 치료하느라고 그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 관전까지 하지 말라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며 볼멘 소리를 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얼핏 보면 베팅만 하지 않으면 경기 관전 정도는 괜찮은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스포츠 토토 중독자가 베팅하지 않으면서 스포츠 경기만 관람하겠다는 건 담배를 끊겠다면서 흡연자 옆에서 냄새만 맡고 있는 것이나, 경마 중독을 치료하겠다면서 경마공원에 가족들과 놀러가는 것과 비슷한 행동입니다. 의도야 어찌되었든 도박자의 몸 속에 자리잡고 있는 도박 충동은 도박자의 그런 의도를 알 리 없고 강하게 연합되어 있는 자극이 주어지는 순간 당연히 충동이 강해지기 때문에 다시금 도박에 손을 댈 가능성이 급격히 커지게 됩니다. 그러니 충동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한 그런 위험하기 짝이 없는 도박은 생각도 안 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도박 충동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란 건 없습니다.
그러면 '회피' 방법 이외에 다른 어떤 이유가 있어서 이 포스팅을 하느냐 하면, 바로 스포츠 토토라는 도박의 특성 때문입니다. 카지노의 슬럿 머신이나 룰렛, 성인오락실, 카드 등의 전통적인 확률 게임과 달리 스포츠 토토는 정보 분석을 통해 베팅하는 도박입니다. 물론 우연의 영향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정보를 더 많이 갖고 있다고 해서 베팅이 잘 되는 건 아니지만 문제는 도박자는 그렇게 믿고 있거든요. 스포츠 경기를 계속 관람하고 자신이 베팅하는 팀이나 경기에 대한 정보가 많을수록 돈을 딸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충동이 가라앉지 않습니다. 그러니
정보량을 줄여서 도박자의 베팅 자신감과 흥미 수준을 떨어뜨리기 위해 멀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꽤 오랫동안 스포츠 경기 자체를 멀리하면 나중에 다시 접하게 되었을 때 이미 선수도 많이 교체되어 선수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고, 경기의 흐름도 읽기 어렵기 때문에 자신감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대부분 도박자에게 도박 욕구가 감소하게 됩니다. 소위 말하는 감을 잃는 것이죠.
이게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만약 스포츠 토토에 중독된 도박자가 계시다면 더도 덜도 말고 눈 딱 감고 1년만 모든 스포츠 경기 정보를 멀리하고 지내보세요. 1년 뒤에 본인이 좋아하던 스포츠 경기를 다시 접해도 1년 전과 마찬가지로 도박 충동이 강해지는지를 보세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느낌이 사뭇 다를거에요.
이건 경마처럼 정보량이 베팅 욕구에 영향을 미치는 분석류의 도박에는 모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니 참고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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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탈도박 단계'라는 포스팅에서 저는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그만두는데 있어 밟아나가는 과정을 3개의 단계로 나누어 설명드린 적이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그 포스팅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데 그 때는 도박에 대한 도박자의 생각이 바뀌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오늘은 각 단계에서 도박자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고 삶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1단계 : 도박이 하고 싶지만 억지로 참는 단계
: 도박이 하고 싶다는 건 여전히 도박 충동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듯이 이 단계에 속한 도박자도 늘상 도박 충동에 시달리는 것이 아닙니다. 평소에는 도박 생각이 전혀 안 나다가도 느닷없이 강렬한 충동을 느끼기도 하고 항상 도박을 하고 싶다는 충동은 느끼지만 그렇게 강한 수준은 아니고 막상 도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불안정한 상태에서 지내고 있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이 단계에서는
도박 충동과 적극적으로 싸우는 것이 중요한 단계로 가만히 있으면 상류에서 오염 물질이 계속 흘러내려오는 상태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충동을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오염 물질을 퍼 내야)합니다.
도박 충동을 자극할 수 있는 시간, 사람, 장소를 적극적으로 피하고 관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 2단계 : 도박이 두려워서 차마 못하는 단계
: 도박 충동은 어느 정도 통제가 되고 특별한 상황이 아닌 한 도박을 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지는 않는 단계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도박과 관련된 자극에 접하게 되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1단계를 거치면서 도박을 계속 했을 때의 결과에 대해 잘 알게 되면서 두려움을 느끼고 참고 있는 단계이죠. 문제는 브레이크의 역할을 하는 그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사라져서 제동력이 계속 약해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도박 충동이 침투할 틈이 없도록 일상 생활을 촘촘하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삶의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개구멍이 뚫린 곳은 없는지 매사 확인하고 발견할 때마다 틀어막아야 합니다.
* 3단계 : 도박이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고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단계
: 2단계까지 무리없이 진행했다면 더 이상 도박에 관심을 두지 않고 도박으로 인해 야기되는 흥분과 짜릿함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아 특별한 사건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도박 충동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지 않는 비교적 안정된 단계입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혐오로부터도 자유로워지는 단계라고 할 수 있죠. 다만 그냥 마음놓고 잘 살면 되는 건 아니고
도박과 관련이 없다고 해도 삶의 목표와 방향, 속도를 평소에 자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박 중독으로부터 치유되는 과정은 처음에는 도박과 관련있는 것들을 챙기고 나중에는 도박과 언뜻 관련이 별로 없어보이는 것들까지 꼼꼼히 챙겨서 물 샐 틈없이 만드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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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아마존
제가 평소에도 자주 하는 말이지만 현재도 우리나라에는 도박 중독과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서적이 참 없습니다.
그나마 도박 중독자 본인이나 가족을 위해서는
'Behind the 8-Ball'도 있고
'제 책'도 있지만 정작 문제는 야전에서 뛰는 임상가를 위한 무기가 없다는 겁니다.
과거에 소개한
'Overcoming Pathological Gambling(2007)'이나
'Psychodynamics and Psychology of Gambling(2002)'는 별로 흡족한 수준이 아니어서 추천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국내의 현장 전문가들이 함께 쓴
'파스칼의 내기, 노름의 유혹'도 괜찮은 책이기는 하지만 도박, 도박 중독의 역사와 이론 개관 등 다루는 영역이 너무 넓어서 당장 도박 중독자와 가족을 만나는 분들이 지침서로 활용할 만한 실전 중심의 책이 없다는 건 큰 문제였죠.
언젠가는 제가 그런 책을 쓰고 싶기는 하지만 당장은 아니기에 그래도 추천드릴 만한 책을 찾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는 이 책이 비교적 괜찮은 편이라서 소개합니다.
Wiley 출판사의 중독 치료 시리즈로 나온 책인데 아래의 목차만 보셔도 얼마나 충실하게 도박 중독 문제를 다루었는지 대충은 아실 수 있습니다.
* Chapter 1. Conceptual Foundations of Gambling Disorders
* Chapter 2. Recognizing Gambling Disorders: Signs and Symptoms
* Chapter 3. Utilizing Optimal Professional Resources
* Chapter 4. Developing and Effective Treatment Plan
* Chapter 5. Recovery Theories, Programs, and Tools
* Chapter 6. Continuing Care: When and How Should Clients Be Discharged
* Chapter 7. Posttreatmenbt Recovery Management: Models and Protocols of Relapse Prevention
* Chapter 8. New Beginnings: Moving Beyond the Addiction
지금까지 소개한
다른 책에 비해 종결과 사후 관리에 대해 충실하게 다룬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거기에 매 chapter마다 퀴즈로 시작하고 말미에 핵심을 요약한 뒤 다시 퀴즈로 정리하는 등 자습하기에 적절한 구조로 되어 있고 핵심 용어만 따로 모아놓는 등 꽤 세심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도박 중독 상담자가 되고 싶은 대학원생 이상 수련자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고 현재 현장에서 상담을 하는 임상가들도 정리하는 차원에서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문화적 배경 차이를 빼도 90% 이상의 내용에 동의합니다.
덧. 이 책은 원서이므로 국민도서관에 북키핑 할 수 없어 개인적으로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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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좀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끼실 수 있는데 결론부터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도박을 하지 않으려는 모든 회피 시도에는 'Plan B'가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영업일을 하는 중독자가 있습니다. 일의 특성 상 외근이 많고 일정이 틀어지면 비는 시간이 많습니다. 때로는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적도 많고요. 무료하게 차 안에 앉아서 대기하다 보니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지고 당연히 도박에 빠져있던 과거를 회상하는 일도 늘어나길래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그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다운로드받은 영화를 봤다고 합니다.
위의 사례에서 도박으로 향하는 생각의 흐름을 끊기 위해 영화에 몰입하는 도박자의 회피 행동은 효과적입니다.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 받은 게 절대 잘한 건 아닙니다만 도박 회피의 효율성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충분할까요?
기다리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졌는데 준비한 영화가 모자라서 시간이 남는다면?
어제 늦게 들어가는 바람에 미리 다운로드 받은 영화를 스마트폰으로 미처 옮겨놓지 못했다면?
아침에 부랴부랴 서두르느라고 깜박 스마트폰을 놓고 나갔다면?
회피 전략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고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헛점이 많기 때문에 회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 한방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땅에 굴을 파고 사는 토끼는 여우와 같은 포식자의 난입을 피하기 위해 항상 여러 개의 퇴로를 뚫어놓는다고 합니다. 다른 여우가 그 중 하나를 찾아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그 굴 중 하나가 무너져서 막혀도 도망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토끼처럼
중독자도 도박을 회피하기 위해 단 하나의 회피 전략에만 의존하면 안 됩니다. 그건 너무 위험한 도박입니다. 항상 사용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몇 개의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하나가 가용하지 않으면 곧바로 다른 것을 꺼낼 수 있어야 합니다.
조금 다르지만 비슷할 수 있는 제 이야기를 해 드리죠. 저는 원래 기다리는 걸 굉장히 싫어했습니다. 정작 저도 약속 시간을 잘 못 맞추면서 말이죠. 누가 약속에 늦게 되면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을 드러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포켓와이파이와 결합된 태블릿 PC, 책 한 권 정도를 항상 휴대합니다. 그래서 스마트폰 배터리가 방전되어도, 포켓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 곳에서도 짜증을 낼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셋 중 하나는 어떻게든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더 이상 기다리는 걸 개의치 않습니다. 가끔 즐거워할 때도 있어요.
이와 마찬가지로 도박을 그만두려는 도박자는 도박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평소에 연습해 두면 더욱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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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당연히 중요하지 않은가 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텐데 월덴3를 자주 드나든 분이라면 제가 여기저기에서 누누이 목표 설정보다는 의미를 찾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변해왔다는 걸 떠올리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도박 중독 치유 분야에서만큼은 목표 설정이 아주 중요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도박을 그만 두려는 중독자가 있습니다. 매일 퇴근 후에 도박장에 들르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스포츠 센터에서 운동을 하겠다고 등록을 합니다. 도박장에 들르는 것과 스포츠 센터에서 운동을 하는 것은 동시에 할 수 없기 때문에 바람직한 대치 활동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할까요? 이 중독자는 도박장에 들르는 대신 스포츠 센터를 꾸준히 이용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구체적인 목표가 없기 때문입니다.
도박은 그 자체만으로 거의 무한대의 즐거움을 주는 끝판왕(경쟁 상대라고는 마약 정도 밖에 없는)입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기다릴 필요 없이 거의 즉각적인 흥분과 짜릿함을 줍니다. 이를 대치할 수 있는 활동은 사실 상 없습니다. 그러니 그냥 막연히 도박을 하지 않기 위해 어떤 취미나 여가 활동을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어림 없는거죠.
앞서
'도박 중독자를 위한 취미 선택 기준 총정리' 포스팅에서 머리보다 몸을 쓰고, 혼자보다 함께 하고, 동적인 것보다 정적인 것을 하고, 소비하는 것보다 생산적인 것을 하고, 이기적인 것보다 이타적인 취미가 더 좋다고 제안했지만 이 모든 기준을 모두 충족해도 도박만큼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최소한 도박과 비등한 수준으로 재미를 느끼려면 어느 정도 레벨에 도달해야 하는데 거기까지 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건 바로 그 초반의 재미없음에서 재미를 느끼는 단계까지 버티게 도와줍니다. 앞서 도박장에 가는 대신 스포츠 센터에서 운동을 하는 예를 들었는데 그저 도박을 안 하게 되고 건강에 좋고 정서 순화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막연한 이유로는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최소한 일주일에 3일은 가겠다, 그 3일은 월, 수, 금이다, 한 번에 반드시 2시간 이상 운동을 하겠고, 한 달에 체중을 2kg 감소시키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와 실천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가끔 달성하지 못할 목표를 세우면 실패하게 되고 그러면 자포자기해서 다시 도박에 빠지게 되지 않냐고 하는 분이 계신데 아무런 구체적인 목표 없이 100% 실패하는 것보다는 50%의 구체적인 실패가 훨씬 더 낫습니다. 구체적인 실패는 문제점을 보완해서 극복할 수 있으니까요. 전문가를 그걸 도와주기 위해 있는 사람입니다.
절반의 성공이라도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하게 되면 소위 말하는 성공하는 맛을 느끼게 됩니다. 체중이 감소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숨겨진 근육이 드러나게 되고 자신의 운동 습관에 만족하게 되고 더 큰 목표(식스팩을 만들거나 체지방 지수를 어디까지 낮추거나, 보디 빌딩 대회에 나가는 등)를 설정하게 됩니다. 이 때 쯤 되면 도박장에 가는 걸 대치하겠다는 근본적인 목표는 떠올릴 필요 자체가 없어집니다. 너무 자연스럽게 익숙해졌기 때문이죠.
그러니 중독자는 도박을 대치할 취미 활동을 하든, 상담을 받으러 가든, 일이나 집안 일을 하든 모든 활동에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계획을 세우는 버릇을 들여야 합니다. 그래야 도박과 맞상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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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상담도 그렇지만 도박 중독 치유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두 개의 축이라면 재정 문제와 관계 문제를 듭니다.
이 두 가지 핵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도박자 뿐 아니라 상담자도 빠지기 쉬운 함정은 상처를 치료하는 것만을 목표로 삼는 겁니다. 즉, 상담을 하기 이전에 (-)의 삶을 살았다면 상담을 통해 (0)의 삶으로 끌어올리려는 거지요.
3,000만 원의 빚이 있다면 그 빚을 다 갚는 것, 부끄러워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와 다시 연락할 수 있게 되는 것 등이 바로 '제로의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요? 진흙 구덩이 속에서 박박 기다가 구덩이 밖으로 올라와 한숨 돌렸다면 안도감이야 들겠지만 그걸로 충분할까요?
도박을 하던 삶과 도박을 그만둔 후의 삶의 모습이 별로 다를 바 없다면 우리는 대체 왜 도박을 그만둔 걸까요? 그 재미있는 도박을 그만둔 댓가가 더 이상 자신을 재정, 관계 면에서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거라면 만족하시겠어요?
그렇지 않습니다. 더 이상 위험하지 않은 삶을 살려고 도박을 그만둔 것이 아니죠. 거기에서 멈춰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상담을 하는 것이지 위험하지 않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요? 도박을 그만두었다고 갑자기 재산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소원해진 친구와 사이가 돈독해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 방법은
도박 이전에 누리던 소소한 삶의 즐거움부터 되찾는 것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아이와 같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가족들과 워터파크나 눈썰매장으로 놀러가고, 퇴근할 때 붕어빵 한 봉지를 사들고 가서 나눠먹고, 한 달에 한 번씩 친구들과 치맥 모임을 하고, 자전거나 등산 동호회에 다시 나가기 시작하고, 문화센터에서 기타를 배우고 등등. 큰 돈이 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찾아보면 참 많습니다.
만약 도박에 빠지기 이전에도 그런 사소한 행복을 경험한 적이 없다면 지금이야말로 인생의 참 의미를 되찾을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니 어서 빨리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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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은 중독자의 삶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병이나 그 중에서도 재정과 관계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이 특히 치명적이기 때문에 치유 과정에서 이 두 가지를 잘 다루는 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상담을 시작한 경우 도박 빚을 갚는 문제와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개선하는 문제 중 무엇이 더 시급하고 중요할까요?
도박자는 채권 추심 등 도박 빚에 의한 재정 압박을 직접 받기 때문에 도박 빚을 갚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그렇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 행동을 하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만). 관계 개선은 가족이니까, 친구니까 그 정도는 양해하고 기다려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계를 개선하는 건 뒤로 미루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둘 다 해결하는 것이 맞지만
굳이 우선 순위를 따지자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 급박한 문제입니다. 도박 빚을 갚는 건 뒤로 미뤄 생각해도 됩니다. 오히려 도박 빚은 치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상환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많으니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족, 친구, 지인과 소원해진 관계 개선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도박 중독으로 인해 생긴 상처가 아물기 전에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를 미루는 동안 시간이 흘러 상처가 아물고 나면 관계 개선을 위한 접점을 찾기 어렵게 됩니다. 차일피일 미루다 이런 어색하고 불편한 관계가 고착되면 상대방은 마음의 문을 닫게 됩니다. 더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그렇죠. 그러면 정말 관계를 회복하기 어려워집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죠. 죽마고우로부터 3000만 원을 빌려서 도박으로 탕진했습니다. 그 친구는 자신에게 빌려간 돈을 도박으로 탕진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죠. 중독자가 가족의 도움을 받아 정신을 차리고 상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3천만 원이라는 거금을 당장에 마련할 방법이 없습니다. 다행히 직장을 구했지만 빠듯한 월급을 아무리 열심히 모아도 3천만 원을 만들려면 몇 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이 돈을 빌려준 친구는 실망을 한 건지, 전화 한 통도 부담이 될까봐 자제하는 건지 연락을 해오지 않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락이 안 되는 걸 다행으로 여기고 열심히 돈을 모아서 3천 만원(거기에 이자까지 더해)을 만들어 연락을 해야 할까요 아님 당장 연락을 해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까요?
대부분의 도박자는 도저히 연락을 못하겠다고 합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도저히 먼저 연락할 용기를 못 내겠다는거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연락을 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진짜 친구라면 이들이 원하는 건 자신에게 빌려간 돈을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과와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니까요. 돈을 돌려받는 건 그 다음 문제입니다.
그러니 우선 순위를 바꾸세요. 돈을 갚는 건 평생의 과제로 생각해 뒤로 돌려도 괜찮습니다. 돈은 상처받지 않으며 우리를 기다려 줍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아닙니다. 관계 개선이 최우선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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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에 걸린 도박자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와 같아서 일단 시동이 걸리면 제동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동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상황은 도박자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크게는 두 가지 유형으로 묶을 수 있는데 하나는 돈을 따기 시작하면 행운의 여신이 자신에게 윙크한다고 착각해 이 참에 뽕을 뽑겠다고 달려드는 유형입니다.
다른 하나는 딸 때는 그래도 어느 정도 자제가 되기 때문에 일정 금액 이상 손을 털고 일어나 다음을 기약하기도 하지만 대신 일단 자신이 예상한 것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면 뚜껑이 열리기 때문에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는 식으로 끝장을 내려는 유형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따면 자제가 안 되는 도박자에 비해 잃으면 뚜껑이 열리는 중독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전자는 주로 돈을 딸 요량에 눈이 먼, 탐욕스러운 사람이 대부분인데 비해 후자에는 성질이 급하고 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승부 근성이 강한 도박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유형은 도박을 자제하기 위한 접근 방법도 다른데
따면 자제가 안 되는 도박자는 처음부터 소지 금액을 최소화하는 게 낫습니다. 이들은 일단 따기만 하면 끝까지 가서 다 잃기 때문에 많은 돈을 가져갈수록 손실액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잃으면 뚜껑이 열리는 도박자는 베팅 금액보다 도박의 접촉 빈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이들은 돈도 돈이지만 지는 것 자체를 더 못 참기 때문에 도박으로 승부를 해 봤자 백전 백패라는 걸 마음깊이 깨달을 때까지는 단도박 하는 것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끊는 것보다 줄이는 위주로 가는 게 나은데 이럴 때 베팅 금액을 줄이는 것보다는 도박과 접촉하는 빈도를 줄이는 게 낫습니다.
왜냐하면 도박은 확률적으로 따는 경우보다 잃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빈도를 줄이지 못하면 갈 때마다 뚜껑이 열려서 가져간 돈을 모두 탕진할 뿐 아니라 현금 서비스를 받거나 돈을 빌려서 채무 액수를 현저히 늘려놓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지 액수를 줄이는 건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도박의 노출 빈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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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이 어떤 병이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자신이 받은 훈련 베이스에 따라 입장이 갈립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임상심리학자의 생각이 똑같을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도박 중독이 치유가 매우 어려운 병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아마 같은 생각일 겁니다. 물론 왜 어렵냐는 이유에 대해서는 또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요.
저도 그랬지만 중독 분야에서 일하는 임상가라면 누구나 어떤 치료 방법이, 어떤 치유적 접근이 도박 중독에 가장 효과적인지를 찾기 위해 애쓴 경험이 다들 있을 겁니다. 저는 절충-통합적 접근으로 귀결했습니다만.
중독 치유에 대한 치료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면 특별히 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걸로 나옵니다. 그거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인데 충격적인 건 자발적 회복(spantaneous recovery)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나오거든요. 물론 이 자발적인 회복은 그냥 내버려두면 나아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문적인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사실 이 자발적인 회복을 믿지 않습니다. 인간이 갖고 있는 마음의 힘이 워낙 강력한 것이어서 그 마음의 힘을 집중하면 혼자만의 힘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믿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마음의 힘이 작동하기 위한 최초의 동력은 중독자 스스로 만들지 못합니다. 펌프로 물을 긷는 것과 비슷한데 최초의 마중물은 누군가 부어줘야 하는 것이죠.
다른 비유를 들면 도박 중독 치유가 어려운 이유는 자유 의지의 회로가 끊긴 상태라서 동력이 전달되지 못하고 그로 인해 회복의 엔진이 가동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만의 하나 확률로 그 회로가 우연히 연결될 수 있지만 그 터무니없는 확률만 믿고 손을 놓고 기다릴 수가 없고 무엇보다 그 연결된 회로가 다시 끊기지 않고 유지될 거라는 기대를 저는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왜냐하면 그 기다림의 과정에서 중독자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인 시간이 낭비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중독자가 혼자만의 힘으로 치유되고 회복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아무것도 베팅하지 않겠습니다. 그 베팅의 대가가 제 내담자의 소중한 인생이라면 더더욱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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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제가 상담하고 있는 내담자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나 들었습니다.
온라인 상에는 많지는 않지만 도박 중독자들이 치유를 위해 모이는 인터넷 카페 등의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도박 중독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하고, 실수한 분들은 더 이상 재발로 진행하지 않기 위해 회원들의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서로 격려하면서 탈도박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곳이죠.
도박 중독에 대응하는 전문 기관이 전무하던 때 이런 카페는 일종의 등대와 같은 구실을 했습니다. 배에 구멍이 난 조각배들이 난파하지 않고 항구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인터넷 카페가 대부분 대형 포털 사이트에 있는 것을 악용해 의도를 갖고 가입한 뒤 회원인 중독자들에게 자신의 사이트 이용을 유도하는 비밀 쪽지를 보내는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있다는 제보였습니다.
마음의 힘이 약한 도박자들은 이러한 유혹조차 이겨내기 어렵기 때문에 이 쪽지에 연결된 링크를 눌러서 다시 도박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처음에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고 곧 피가 거꾸로 치솟는 분노를 느꼈습니다. 어찌 인간이 이렇게까지 사악할 수가 있다는 말입니까.
이건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병원에 잠입해 환자들에게 술을 파는 것이나 마약을 끊기 위한 치료 공동체에 마약을 공수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는 악마나 할 법한 짓이죠.
이제는 그나마 의지할 곳이 부족해 인터넷 카페에서나 겨우 위안을 얻고 있는 중독자들에게 그곳마저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으니 조심하라고 경고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한 줌의 재산마저도 털어먹으려는 사악한 무리들이 중독자를 뒤쫓고 있으니 모쪼록 항상 경계하고 주의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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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가 도박자인 경우와 자녀가 도박자인 경우는 도박 중독 문제를 대하는 가족들의 마음이 좀 다릅니다. 아무리 사랑해도 배우자는 남이지만 자녀는 자신의 유전자가 섞인 내리사랑의 대상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상담자 입장에서도 배우자를 상담하는 것보다 부모님을 상담하는 것이 훨씬 더 힘든 일입니다.
당장 중독자의 치유 과정에서 가족이 맡아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입장을 구분해서 달리 대하는 것인데 이것부터 쉽지 않습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남편이 도박 중독자인 경우 아내가 남편과 중독자의 입장을 구분해서 대할 수 있도록 연습하라는 겁니다. 행동 수정 기법의 관점에서 보면 보상과 처벌을 분명히 구분해서 신호하라는 거지요.
그런데 부모님들은 아들과 중독자의 입장을 나눠 대하는 걸 상당히 어려워들하시죠. 그래서 몇 가지 상황에 따라 나눠서 정리해 봤습니다.
* 아침에 일어나지 않는 자녀를 깨우는 경우
- 학교 수업에 늦을까봐 깨우는 것 : 자녀를 대하는 자세
- 중독 상담에 늦을까봐 깨우는 것 : 중독자를 대하는 자세 => 깨우지 말 것. 치유의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함
* 자녀가 만 원만 달라고 하는 경우
: 이런 상황에서는 자녀로서 필요해서 달라고 하는 것인지 중독자로서 도박 자금이 필요해서 달라고 하는 지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줘서는 안 되고 우리가 부모로서 자녀에게 줄 수 있게끔 네가 우리를 도와달라고 하면서 완곡하게 거절할 것
부모 입장에서 상황에 따라 달리 대처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지만 자녀의 치유를 돕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극복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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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자가 도박에 중독됨으로써 가족에게 입히는 피해는 실로 다양하지만 그 중 치명타는 경제적인 손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 도박자와 재산을 분리하고 돈을 주지 않는다면 재정적으로 어려워지는 일 만큼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있겠죠.
하지만 도박 중독자에게는 그것이 빚을 갚기 위해서든, 다시 도박을 할 자금이 필요해서든 간에 어떻게 해서라도 가족에게 돈을 얻어내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온갖 치졸한 방법들을 사용합니다.
도박 중독 치료의 원칙에만 입각해서 말씀드리면 당연히 도박자에게 절대로 돈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게 자명한 사실입니다만 일이 언제나 그렇게 매끄럽게 돌아가지 않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많기 때문에 가족들이 대처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단계적으로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1단계. 도박 중독자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도박 중독자가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거짓말이 도박 중독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이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도박에 중독되었기 때문에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증상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도박자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가족으로부터 돈을 얻어내기 위해 어떠한 거짓말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이고 특히 돈과 관련되어 도박자가 하는 모든 말을 거짓말로 간주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겁니다. 때로 가족들이 설마 이런 것까지 거짓말을 하지는 않겠지 하고 생각하는 범위까지 훌쩍 넘어서는 것이 도박자의 거짓말입니다. 그러니 돈과 관련되어 있다면 도박 중독자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세요.
2단계. 그래도 최대한 돈은 주지 마라
절대로 돈을 주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봐도 도박자인 아들이 친구에게 돈을 빌렸는데 그 돈이 자취방 보증금이라서 이번 달 내에 안 갚으면 엄한 아들 친구가 길바닥에 나앉게 생긴 딱한 사정이라든지, 남편이 도박을 하느라 회사의 자금에 손을 댔는데 이걸 안 갚으면 횡령죄로 형사 고발하겠다고 회사 법무팀에서 강하게 압박하는 상황이라든지, 중독자인 부모가 생활비로 드린 돈을 몽땅 도박에 탕진해 당장 쌀이 떨어진 상황이 되었다든지 등등, 꽤나 많은 골치아픈 상황이 존재합니다. 물론 이처럼 정말 당장 지원이 필요한 절박한 상황이 벌어진 게 사실이라고 해도 최대한 돈만큼은 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버텨야 합니다. 마지막 예로 든 생활비를 탕진한 중독자 부모의 경우는 불편하더라도 매달 장을 봐서 생필품을 물건으로 배송하고 수도, 전기 요금은 자식들이 대신 내는 방식으로 바꿔서 수중에 직접 돈이 들어가지 않게 해야 합니다.
3단계. 꼭 줘야 한다면 증빙을 하도록 조치할 것
도박 자금으로 유용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고 도박자가 자신의 도박 행동의 결과를 책임지는 치료적 효과보다 돈을 융통하지 못할 때 받게 되는 불이익이 현저히 큰, 최후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가족이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할텐데 이 때도 반드시 증빙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앞에서 든 예에서 남편이 회사 자금에 손을 대서 사측에서 횡령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하는 경우 유용한 금액을 가족이 지원할 때는 반드시 회사가 이를 수령했는지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확인해야 합니다. 도박자를 배제하고 가족이 대신 나서는 것이 그 돈마저 도박으로 탕진할 위험은 방지할 수 있으나 도박자의 책임감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방법이 나은지는 여러가지 측면을 다각적으로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 유의할 점은 이 돈은 가족이 무상으로 도박자에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채권을 대신 인수하는 격이라서 도박자는 회사에게 갚아야 할 금액을 이제는 가족에게 갚아야 하는 것이죠. 그러니 당연히 정식으로 차용증을 써야 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도박자에게 돈을 주는 건 최대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입니다. 마약 중독자의 입에 마약을 털어넣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위험하죠. 하지만 정 어쩔 수 없이 돈을 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처럼 신중하게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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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에서 치유되었다는 건 어떤 걸까요?
많은 분들이 도박 중독에서 치유되고 난 뒤의 삶이란 다음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하고 이야기합니다.
도박 충동이 완전히 사라져 더 이상 도박 생각이 나지 않으며 심지어 다시 도박을 접하게 된다고 해도 이전과 달리 흥이 나지 않으며 도박에 무감각해지는, 마음의 평안을 얻은 상태를 떠올립니다. 상처가 완전히 아물어 흉터를 찾는 것도 어려운 그런 상태가 되기를 희망하는 것이죠. 도박에 의해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완전히 도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삶,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상태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도박 중독으로부터 치유된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삶이란 아래의 것과 더 비슷합니다.
평소에는 도박에 대한 생각이 거의 나지 않지만 도박 충동이 자극되는 상황, 다시 말하면 도박과 관련 있는 장소, 사람, 시간 자극을 우연히라도 접하게 되면 몸과 마음 어디선가 그 자극에 공명해 울렁거림을 느끼고 그 상황을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그 울렁거림이 점점 심해져 도박 중독으로 받은 마음의 상처가 욱신거리는 삶, 상처는 완전히 아물어 흉터조차도 잘 보이지 않지만 그 상처가 워낙 깊었기 때문에 비만 오면 고통으로 어디를 다쳤는지 대번에 느끼는 것, 그것이 도박 중독이 남긴 상처입니다.
저는 상담을 할 때 도박 중독에서 치유되는 건 목숨을 건지는 일이나 같기 때문에 손이나 발 하나 쯤은 자를 각오를 하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만큼 도박 중독이 치유되는 건 어려우니 각오를 단단히 하라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지요. 그런데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도박을 그만두기를 원하는 도박자가 너무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도박 중독에서 치유되는 과정도 고통스럽지만 한번 도박에 중독되면 치유되고 난 이후에도 그 때의 상처를 욱신거리는 고통과 함께 평생 되새기며 살아야 합니다.
그만큼 도박 중독은 병 자체도 무섭고 뒤끝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니 절대로 도박 중독을 우습게 보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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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가족들이 자신들이 불행해야 도박 중독자가 가족들의 불행을 야기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단도박 의지를 다지게 되는 것 아니냐고 묻습니다. 안타깝지만 아닙니다.
도박자가 가족의 마음을 이해하는 건 도박 충동에서 자유로워지는 단계에 이르러야 가능한데 이러한 깨달음은 아주 나중에야 오게 됩니다.
도박자가 재발하거나 계속 도박을 하는 상태, 즉 도박 충동의 영향력 하에 있는 상태에서는 시야가 극도로 좁아져서 도박 또는 도박과 관련 있는 자극이나 사람이 아니라면 그 무엇에도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터널 속에 들어간 것처럼 터널 밖의 세상에 대해서는 볼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죠. 그래서 가족이 불행 속에 머무르는 건 본인들만 고통스러울 뿐 대부분의 도박자에게는 아무런 효과를 미치지 못합니다.
물론
간혹 감이 예민한 도박자가 있어서 가족의 불행을 감지할 수 있지만 이들도 인간이라 고통스러운 것을 피하려는 마음이 작동하기 때문에 가족의 불행을 외면하고 도리어 도박으로 도망가려고 시도합니다. 그래서 가족이 불행을 가장하거나 실제로 불행을 노출한다고 해서 도박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사실 상 미미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반대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도박자가 무엇을 하든 가족들부터 행복해지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지요. 도박자가 도박을 끊기는 커녕 정신을 못차리고 더욱 더 도박에 빠지더라도 그와 상관없이 가족들은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몸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도박자가 도박을 계속 하면 할수록 도박 빚은 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고립되며, 일과 학업 등 자신에게 중요한 일들을 처리하지 못해 점점 더 고통의 늪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그에 반해 도박자를 제외한 가족들은 자신의 인생을 소중하게 여기고 화목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평안한 일상을 보내게 됩니다.
위로 올라가는 가족의 삶과 아래로 내려가는 도박자의 삶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간극이 벌어지고 언제든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수준 이상으로 벌어져 도박자가 그 때까지 애써 붙잡고 있던 자신만만함의 끈이 끊어지는 순간 도박자는 불안 초조해지고 드디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도박으로 쌓아 올린 강고한 벽에 균열이 생기는 것이지요.
일단 자그마한 실금이라도 생기면 아주 작은 압력에 의해서도 그 벽이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족들은 도박자가 부러워할 수 있는 행복한 삶을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도박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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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라도 일단 도박에 중독되게 되면 결과적으로 무책임한 행동을 하게 되는 건 맞습니다. '거짓말'과 '무책임'은 도박 중독의 증상이니까요.
하지만 모든 도박 중독자들이 하나같이 무책임한 사람들일까요? 글쎄요.
다른 측면에서 한번 생각해보죠.
많은 도박 중독자들의 재발 요인들을 추려내다보면 공통된 이유 몇 가지로 묶이게 되는데 그 중 하나는 일상생활을 하다가 조금 모자라는 돈을 도박으로 메우려다가 다시 도박에 빠지는 겁니다.
조금 모자라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도박 빚 이자가 조금 모자라거나, 자녀의 학원비가 조금 모자라거나, 갑자기 경조사가 생겼는데 축의금을 낼 돈이 조금 모자라거나.... 어쨌거나 현재 자신이 가진 것으로는 살짝 부족하지만 대박이 아니더라도 도박으로 한번만 따면 금방 메울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작은 모자람입니다.
만약 도박 중독자가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들이 맞다면 어떻게 할까요? 그냥 배를 째면 됩니다. 이번 달 이자쯤이야 다음 달로 넘기고,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학원비도 한 달 밀리게 하고, 축의금은 그냥 말로 때우면 될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도박으로 인해 가족에게 너무나 많은 피해를 주고 상처를 남겼는데 이것만큼은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해보고 싶은 책임감이 마음 한 구석에는 남아 있는거지요. 그 책임을 지는 방법이라는게 절대로 책임질 수 없게 만들고 더 깊은 구렁텅이로 밀어넣는 도박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작은 책임을 지려다가 더 무책임하게 될 수 있는 게 도박 중독입니다.
그러니
도박이라는 수단에 의지하지 않고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기까지는 사소한 무책임은 감내해야 합니다. 그래서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당해도 당분간은 참아야 합니다.
도박 중독은 무책임의 병이지만 치유 과정에서는 사소한 무책임도 필요한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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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하지 않고 그 돈으로 빚을 갚으려고만 해도 상당히 많은 문제가 해결됩니다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도박자들은 도박으로 빚을 갚겠다고 매달리다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되죠.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는 이유는 이미 여러 차례 설명을 드린 적이 있으니 오늘은 왜 도박으로 도박 빚을 갚을 수 없는지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원론적인 말씀부터 드리면, 확실성의 차이 때문입니다. 도박 빚은 도박을 해서 생긴 것이기 때문에 확실성 수준이 높습니다. 바꿔 말해 도박을 하지 않았다면 도박 빚 자체가 생겼을 리 없는거지요. 확률만 생각해도 도박을 계속 한다면 빚이 늘어날 확률이 큽니다. 하지만 도박 빚을 갚기 위해 하는 도박자가 매달리는 도박은 확실성 수준이 매우 낮습니다. 결과가 매우 불확실하죠. 도박으로 돈을 따기 위해서는(실제로는 불가능하지만) 운도 좋아야 하고, 충분한 판돈도 있어야 하며, 신체적/정신적 컨디션도 양호한 상태를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충동 조절도 잘 해야 하며 기대한 것보다 많은 돈을 초반에 땄을 때 멈출 수 있어야 하고, 예상보다 손실액이 컸을 때 흔들리지 않도록 감정 컨트롤도 잘 해야 하는 등 도박자가 통제해야 하는 불확실 변수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현실적인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간혹 지금은 버는 돈이 너무 적지만 1,000만 원이 생기게 되면 30%를 도박 빚을 갚는데 쓰겠다고 말하는 도박자가 있습니다(왜 1,000만 원 전액은 아닐까요?). 그런데 그 1,000만 원을 도박을 해서 마련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1,000만 원을 만들 수 있는 지가 불확실하고, 설사 1,000만 원을 만들었다고 해도 그 때 가서 그 중 30%를 뚝 떼어 빚을 갚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며 언젠가는 도박으로 1,000만 원을 딸 수 있을거라고 해도 자신이 빚을 갚아야 할 시점(내 편의에 맞추어 영원히 기다려주는 채권자는 없으니까요) 전에 딸 수 있을지도 불확실합니다.
도박은 불확실의 매력에 기대는 게임이고, 도박 빚은 확실이라는 재료로 만들어진 족쇄입니다.
불확실은 절대로 확실을 이기지 못합니다. 그래서 도박으로 도박 빚을 갚을 수 없는 겁니다.
그것이 냉혹한 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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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 상담을 하다보면 중독자의 원 가정에 다른 중독자가 있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자였거나 어머니가 도박 중독자였거나 하는 경우 말이죠. 유전적인 경향성이 밝혀진 물질 중독 말고도 다양한 중독 문제가 원가족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도박 중독자의 배우자 원가족에도 중독자 구성원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자였던 가정에서 자란 딸은 대체 왜 도박 중독자와 결혼하게 되는 걸까요?
이 무시무시한 중독의 대물림은 사실 타당한 심리적 이유가 많습니다.
첫째, 중독이 낯설지 않고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중독이냐에 따라 각기 고유한 특징은 있지만 그만큼 공통된 특징도 많기 때문에 알코올 중독자의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중독자에게 일종의 친밀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그래서 술만 안 마시면 된다고 생각하지 그 사람이 도박에 빠져 있을거라고는 생각 못하면서도 왠지 모를 익숙함을 쉽게 가까워지는것이죠.
둘째, 중독자를 피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지만 정작 중독자가 아닌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잘 모릅니다. 항상 가족 내의 중독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다른 가족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만 초점이 맞춰진 상태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들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그러러면 자신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이나 관습의 틀이 없습니다. 그래서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도통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일종의 외계인처럼 생경한거죠.
셋째, 상대방이 중독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도 자신은 다르다고 착각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딸이기 때문에 아버지의 술 문제를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했지만 이 사람은 내 배우자가 될 사람이니 비교적 평등한 관계에서 시작할 뿐 아니라,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하니 내가 노력하기만 하면 무력했던 엄마와 달리 자신은 얼마든지 중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죠.
이런 이유들로 인해 중독은 대물림되어 계속 아래로 흘러가게 됩니다.
중독적인 관계의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 중독자의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은 자신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진단해서 어떤 부분에 취약점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꼭 한 번은 반드시 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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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상담자가 도박중독치료의 종결 시점을 가늠할 수 있도록 활용해 볼 수 있는 질문에 대해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염두에 두고 생각해 보라는 것이었지요.
"당신이 도박중독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아는 모든 사람이 당신만 남겨두고 보름 동안 해외 여행을 간 사이 아무도 모르는 공돈 1천만 원(액수는 중독자에 따라 변경 가능합니다)이 생겼다면 그동안 그 돈으로 도박을 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또
2011년에는 상담을 종결할 때에는 도박자가 상담자와 합의한 후 정상 종결했는지 가족들이 꼭 확인해야 한다는 포스팅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만큼 도박중독치료를 언제 종결해야 하는가가 중요하기도 하고 상담자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주제이기도 해서 그렇습니다.
아직까지 저도 정확하게 언제, 무엇을 보고 상담을 종결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종결해서 안 되는 상황만큼은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상담자가 전혀 종결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도 도박자가 '먼저', '자신만만하게' 종결을 이야기하는 상황입니다.
도박 중독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깨달은 도박자는 절대로 먼저 상담을 끝내자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담자가 종결을 생각해보자고 이야기를 꺼낼 때 자신은 아직 멀었다고 손사레를 치며 상담자를 설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게다가 자신의 자제력과 조절 능력을 과신하지 않는 이상 자신만만하게 이를 이야기꺼내는 도박자는 없습니다.
그러니 도박자가 먼저 상담 종결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통제력에 대해 자신있어 한다면 상담자는 종결을 미루고 재발 예방의 측면에서 도박자와 그 문제에 대해 더욱 깊은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다.
그 도박자는 아직 상담을 종결할 때가 되지 않은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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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충동을 통제하는 힘을 기르는 것은 단도박 유지 뿐 아니라 재발 예방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치유 과제입니다.
바꿔 말하면 도박 충동을 통제할 수 없으면서 도박 중독을 치유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게다가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원인이 도박자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각 중독자에게 중요한 원인을 찾고 그 원인에 맞춘 조절 방법을 익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 중에서 특히 중요한 두 가지가 바로 '가족 갈등(부부 갈등)'과 '재정적 어려움'인데 이 두 가지 원인에 의해 야기되는 도박 충동을 다루는 방법은 조금 다릅니다.
예를 들어 아내가 신세 한탄을 하면서 도박 중독자인 남편의 과거 행동을 탓할 때와 수입이 일정치 않아 이자 납부가 늦어져서 전화로 채권 추심을 당하는 경우를 비교해 보죠.
어느 것이 더 강한 도박 충동을 야기하느냐를 구분하는 것보다 충동을 통제하기 위한 접근법이 다르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상황에 대한 통제 권한이 자신에게 없어 노력에 의해 바뀌기 힘든 상황일수록 대체로 충동이 잘 줄어들지 않습니다. 위의 예에서는 배우자와 말싸움하는 상황보다 빚 독촉을 받는 상황이 도박자의 통제 권한이 더 적습니다. 부인의 마음을 달래주거나 대화로 감정이 더 격화되는 건 충분히 막을 수 있지만 이자를 내지 않는 이상 빚 독촉을 피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통제력(controllability)은 도박 중독자에게 특히 중요한 문제로 이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마저도 어떻게든 해 보겠다고 매달리다가 높아진 도박 충동을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금 도박에 손을 대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
도박 충동을 야기하는 원인 중 객관적인 상황 자체를 바꿀 수 없는 경우에는 수용(acceptance)과 내려놓기 혹은 바라보기 같은 기법을 활용하도록 guide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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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를 상담하다보면 이제는 도박 생각이 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도박자를 간혹 만나게 됩니다.
그동안 목감기가 심해서 병원에 다녔는데 더 이상 목이 아프지 않으니 이제는 병원에 다닐 필요가 없다는 논리와 비슷합니다. 얼핏 들으면 맞는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더 이상 도박 생각이 나지 않으면 도박 중독이 치료된 걸까요?
사실은 도박 생각이 계속 나는데도 상담을 받기 싫어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거짓말하는 도박자는 제외하고 정말로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 도박자만 생각해보죠.
왜 도박 생각이 나지 않을까요?
도박 빚을 갚느라고 온통 신경을 쓰다보니 도박 생각을 할 겨를이 없을수도 있고, 도박 충동이 잠시 가라앉아서 일시적으로 도박 생각이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 도박자는 앞으로도 도박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상담 초기에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도박자가 훨씬 더 위험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더 큰 쓰나미가 몰려오기 전에 바다의 수심이 더욱 얕아지는 것과 비슷한데요. 그걸 앞으로 쓰나미가 오지 않을거라고 착각하면 안 됩니다. 도박 생각이 나지 않아서 도박을 하고 싶은 충동과 싸울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동시에 앞으로 몰려올 도박 충동을 어떻게 이겨낼지 자신을 연마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가 암에 걸렸을 때 다행히 수술로 종양을 잘 제거했다고 해서 이제는 더 이상 암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의사는 없습니다. 당연히 앞으로도 재발하거나 전이되지 않는지 주기적으로 검사하면서 평소 건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할 겁니다. 즉 암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죠.
도박 중독으로 인해 엄청난 재정적인 손실과 도박 빚까지 생기고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과 관계 갈등까지 경험했다면 당연히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도박 문제에 대해 계속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밤낮으로 도박 문제만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를 자초할 필요까지는 없어도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어야죠.
도박 생각이 나지 않으니 이제는 더 이상 도박 중독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자신만만해 하는 도박자에게 낙관적인 미래는 없습니다.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이 때야말로 심기일전하여 도박 중독과 싸울 기술을 익힐 시간임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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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처음에는 배신감에 치를 떨다가 시간이 지나면 도박자를 믿지 못하는 고통때문에 힘들어지는 것과 비교해 도박자는 잃어버린 돈에 대한 아쉬움과 집착에서 벗어나게 되면 상대적으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치료에 임하곤 합니다.
숨겨둔 빚을 모두 공개하고, 상담을 시작하고, 그동안 미뤄 두었던 일이나 여가 생활을 챙기고, 소홀했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하면서 금단 증상이 심하지 않은 도박자는 의외로 빨리 안정된 모습을 찾기도 하지요.
그래서 가끔은 가족들이 너무 빨리 편안해진 도박자를 원망하고 잘 먹고 잘 자고 얼굴빛이 좋아지는 것까지 타박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빨리 좋아지는 도박자가 주로 가족들에게 섭섭함을 토로하는 데 자신의 치유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거지요. 나름 열심히 노력하는데 왜 맨날 볼멘 소리나 하고 도박을 한다고 의심이나 하는지 모르겠다면서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이렇게 물을 수 있겠습니다. 도박을 자제하고 계신 것을 제외하고 가족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기울이셨나요?
재정 관리 능력을 배양하고 현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가계부나 현금 출납부를 쓰고 계신가요? 가족의 의심병을 고치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갈 때 누구를 만나서 무엇을 할 예정이고 언제 귀가할 것인지 가족이 물어보기 전에 꼬박꼬박 이야기하고 계신가요? 나태해진 자신을 추스르고 도박에 빠졌던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취미, 운동, 학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가요? 아니면 그동안 상처받은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집에 오면 설거지, 빨래, 청소 등의 집안일을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하고 계신가요?
도박자는 문득 문득 치밀어 오르는 도박 충동의 유혹과 맞서 싸우는 것만으로도 버겁다고 항변할 지 모르지만 도박을 하지 않는 건 가족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정작 눈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의심병에서 벗어날 때까지는 도박을 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지요.
그러니 눈에 보이지 않는 단도박이 아닌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행동을 기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위에서 나열한 자구 노력이 없다면 가족이 무엇을 보고 도박자가 '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어림없는 소리입니다.
나도 힘들다는 하소연은 상담자에게 하세요. 그 고통을 함께 나누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바로 상담자가 하는 일입니다. 가족은 믿고 있던 당신에게 뒤통수를, 그것도 연거푸 얻어맞고 영혼에까지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는 변화의 징표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가족들이 원하는 것을 주세요.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도박 충동과 싸우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 노력도 그 싸움만큼 중요합니다. 그러니 노력하셔야 합니다. 그런 노력이 쌓여서 치유의 기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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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도박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중독자가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도박을 끊을 수 있다"입니다.
물론 이 말을 하는 도박자는 도박을 그만둘 생각을 하지 않으므로 바닥을 치기 전까지는 도박을 끊을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그런데 위의 말 뒤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도박을 끊을 수 있다. 나는 가족을, 직장을, 건강을, 인생을 잃지 않았다"처럼요.
도박 중독은 현재 자신이 어떤 상태에 있든 결국은 똑같은 상태에 이르게 된다는데 그 무서움이 있습니다.
그러니 항상 '아직은'이라는 말을 넣어서 다시 말해보세요. 이렇게요.
"나는 아직은 가족을, 직장을, 건강을, 인생을 잃지 않았다"라고요.
섬뜩하지 않습니까?
지금이라도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아직은'이 '아뿔싸'가 될겁니다.
지금 당장 방향을 돌려야 합니다. 후회는 아무리 빨리 해도 늦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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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1990년에 처음 출판되고 1993년에 개정되었으니 세상에 나온 지 벌써 20년이 넘은 이 책은 알코올 문제로 고통받는 중독자와 그 가족을 위한 회복 지침서로 상당히 잘 알려진 책입니다.
하나의학사에서 나온 책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판형도, 제본도, 디자인도 모두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지만 내용만큼은 괜찮습니다.
천주의 성 요한 알코올 치료센터에서 일하는 정신과 전문의, 간호사, 상담자 등 현장의 임상가들이 함께 이 책을 썼는데 저자가 여럿인데도 입말처럼 자연스럽게 읽히고, 아래의 목차를 보면 짐작하시겠지만 알코올 문제로 고통받는 중독자와 가족이 꼭 알아야 할 핵심적인 내용을 작은 책에 알차게 담고 있습니다.
물론 치료자를 위해서는
'온전한 마음(Staying Sober, 2002)'과 같은 좋은 책이 있고 알코올 중독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한잔만 더(Dying for a Drink, 2003)'와 같은 책도 있지만 이 책은 알코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으로 용기를 내는 중독자와 가족을 위한 입문서로 괜찮은 책입니다.
단점은 출판된 지 오래된 책이니만큼 당연히 알코올 문제에 대한 최신 정보가 부족하다는 걸 들 수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꼭 필요한 내용은 모두 수록되어 있습니다.
* 이 책의 목차1. 술의 역사2. 알코올 중독이란 무엇인가3. 알코올 중독이 신체와 정신기능에 미치는 영향4. 알코올 중독이 가족과 친구 그리고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5. 알코올 중독 환자의 가족을 위하여6. 당신은 알코올 중독 환자인가7. 술을 어떻게 끊는가8. 건강한 몸과 건전한 마음으로9. 회복에 이르는 길10. 알코올 중독 환자 사례11. 재발을 예방하는 방법12. 회복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의문점
13. 여성 알코올 중독 환자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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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이 치유되면 도박 충동은 어떻게 될까요?
상담 초기에 대부분의 도박자들이 원하는 건 도박 충동이 완전히 없어져서 도박 생각 자체가 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사람들 앞에 서기만 하면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식은땀이 나고 앞이 캄캄해지는 발표 불안을 고치고 싶어 전문적인 도움을 찾은 사람이 원하는 것도 불안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지만 정작 상담자는 불안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견디고 발표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도박 중독이 치유된다고 해도 도박 충동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습니다. 내면 깊은 곳 어디엔가 잠재되어 있고 도박자가 방심하고 마음을 푹 놓고 있으면 언제든 올라오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박 중독을 평생 관리가 필요한 병이라고 하는 것이죠.
도박 중독이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고 하면 도박자 뿐 아니라 가족들도 절망스러운 표정을 짓곤 하는데 저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 10년 전 쯤에 급성인후염에 걸려 응급실에 실려갔던 적이 있습니다. 고열에 탈진으로 굉장히 고생을 했지요. 그 때 담당 의사가 한번 급성인후염에 걸린 사람은 언제든 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컨디션에 신경을 많이 쓰고 매사에 무리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 이후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서 현재는 그 때보다 훨씬 더 건강합니다.
이처럼 도박 충동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도박 충동이 어디엔가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도박을 멀리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제 2의 인생을 알차고 보람되게 살기 위해 신경쓰는 사람은 오히려 도박에 중독된 적이 없는 사람들보다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박 중독이 치유되면 충동은 어떻게 될까요?
물론 어디엔가 잠자코 숨죽이고 있겠지요. 다만 도박자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관심이 별로 없어지기 때문에 일상 생활을 하면서도 도박에 대한 생각 자체가 나지 않게 됩니다. 상담자가 도박 충동에 대해 물어보면 그때서야 생활하면서 문득 도박에 대해 생각했던 경험을 보고하게 됩니다. 그만큼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지는 수준으로 감소되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 너무 전전긍긍할 필요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열심히 살면 됩니다. 그게 도박 중독 치유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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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도박 중독자들이 도박을 혼자서 합니다. 도박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이 좋지 않다보니 드러내놓고 도박을 할 수 없기 때문인 경우가 가장 많지만 간혹 분석을 요하는 종류의 도박을 하는 도박자는 혼자서 도박을 하는 것을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마, 경정, 경륜처럼 분석을 요하는 도박에서도 도박장에서 만나 안면을 트고 함께 도박 친구가 되는 경우도 왕왕 있고 요새는 스포츠 토토처럼 분석이 필요한 도박도 불법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거나 함께 어울려 베팅하는 것을 선호하는 젊은 도박자가 늘면서 베팅을 함께 즐기는 도박자의 수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주변에 함께 베팅을 하는 도박자가 있으면 당연히 도박을 그만두고자 할 때 도박을 하고 싶다는 충동을 더 느끼게 됩니다. 도박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도박자에게 자꾸 도박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정보를 주겠다거나 혹은 달라며 조르는 경우가 많고 심하게는 같이 베팅하자고, 돈도 빌려줄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유혹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 도박자가 주변에 있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은 이제 도박을 그만할 것이고 치료도 받고 있다고 open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고백을 우습게 생각하거나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도박 친구들이 꽤 많기 때문에 아래와 같은 3단계 전략으로 단계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 1단계 : 자신의 상태를 분명하게 이야기할 것
: 이제 도박을 못하게 되었다고 하면 상대방은 도박을 하고 싶은데 장애물 때문에 못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몰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돈을 빌려주는 등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을 도와주려고만 합니다. 그러니 도박 때문에 인생이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으니 이제 더 이상은 도박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자신의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 2단계 : 엄살을 부릴 것
: 1단계에서 자신의 탈도박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는데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함께 도박을 하자고 설득하는 도박자에게는 도박 때문에 마누라에게 이혼당하게 생겼다든가, 개인 회생에 들어갈지도 모르는 위험한 재산 상태라든가, 회사에서 짤릴지도 모르겠다는 식으로 한숨을 쉬면서 내 인생이 망했다는 엄살을 부리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는 도박을 권하는 주변 도박자에게
죄책감을 야기하는 방법입니다.
* 3단계 : 도박을 끊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사정할 것
: 2단계에서 충분히 엄살을 떨었는데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거라든가 통제력을 잃지 않게끔 자신이 곁에서 잘 챙겨주겠다든가, 지금에 와서 네가 발을 빼면 나는 누구에게 정보를 얻느냐며 떼를 쓴다든가 하는 도박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마지막 3단계인 사정하기 전략을 사용해야 합니다. 오히려 내 도박 스타일을 네가 잘 아니 내가 도박을 끊을 수 있도록 나 좀 도와달라고 사정하는 것이죠. 거기에
덧붙여서 너도 함께 끊자고 설득하면 더욱 좋습니다.
이 정도까지 하면 대개는 뻘쭘해서 떨어져 나가게 마련인데 그럼에도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도박자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정신줄을 놓은 도박자이고 이런 도박자는 대개 도박을 끊으려는 사람보다 상태가 더 심각한 중증 중독자이죠. 3단계 전략까지 통하지 않는 도박자는 현재로서는 희망이 별로 없습니다. 물귀신 작전을 쓰는 도박자를 떼어놓으려면 전화번호부터 바꾸고 연락을 끊고 다시 보지 않을 생각까지 하셔야 합니다. 안타깝지만 내가 먼저 살아야 도울 수 있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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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중독자와 가족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족에게 도박은 가정을 파탄시킨 주범이요, 악의 축이요, 상종 못할 끔찍한 존재입니다. 도박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고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이야기하는 가족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도박자는 가족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재산 상의 피해를 입히고, 가족과 갈등을 야기하는 등 많은 피해를 주었지만 그래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었고, 무료하고 심심할 때 시간을 때울 수 있었으며, 가끔 따기도 할 때에는 짜릿함을 선사하고, 흥미진진한 스릴감을 맛보게도 해 주는 고마운 역할도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도박자에게 도박은 '나쁜 친구'와 같습니다. 영화 '친구'를 보면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친구들이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원수처럼 되어가는 과정이 나옵니다. 그래도 한 때 그들은 의리로 뭉친 절친이었지요.
도박도 비슷합니다. 도박은 계속 가까이 하면 결국 자신의 인생을 파멸로 몰아넣지만 그래도 과거를 회상해 보면 애증이 교차하는 존재인 것이죠.
그런데
가족이 워낙 도박을 미워하니 그런 마음을 입 밖으로 차마 털어놓지 못할 뿐입니다.
그러니 가족이 '로미오와 줄리엣'을 강제로 갈라놓듯이 무조건 도박을 끊을 것을 요구하면 도박자는 머리를 끄덕이기는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양가 갈등에 시달리게 되는 겁니다.
도박자의 이런 마음을 읽어주고 도박의 '득'과 '실'을 분명하게 구분해서 수용, 인지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자면
주변 사람들부터 도박이 한 때 도박자에게 위안이 되는 존재였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도박자가 도박과 함께 하던 당시에는 즐거웠을 지 몰라도 더 이상 어울리게 되면 인생을 파멸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절교할 수 있도록 곁에서 기다려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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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여대에서 12월 19일(토)에 열린 건강심리학회 제3차 학술발표대회 중 오전 워크샵
을만 듣고 왔습니다. 오후에 상담이 주르륵 있었기 때문에 오전 워크샵만 후딱 다녀오려고 했으나 덕성여대가 워낙 서울의 변방에 있는지라 왔다갔다하는데만 근 3시간이나 걸리더군요. 2시간 강의를 들으러 3시간 이동이라... ㅠ.ㅠ
호연 심리상담센터에 있다가 강남대 교육대학원 교수로 가신 안귀여루 선생님의 발표였는데 솔직히 이 워크샵에 참석하기 전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제가 알기로 안귀여루 선생님이 현장에서 중독자를 보신 적이 없다고 알고 있어서 그냥 뻔한 스트레스 관리 이야기만 듣다 오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거든요.
하지만 그건 제 기우였습니다. 강의 초반에 본인이 중독자 가족을 만난 적이 없어서 새롭게 공부한 내용만 갖고 이야기한다고 강조하셨을 때까지만 해도 처음부터 너무 방어막을 치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상당히 깊이 있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내용은 주로 알코올 중독자 가족을 위한 스트레스 관리에 대한 것이었는데 가정폭력 가정의 구성원을 다룬 경험 중 공통적인 부분을 잘 뽑아내 matching을 하셨기 때문에 중독자 가족을 경험한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이해가 잘 되는 명쾌한 강의였습니다.
다만 제목을 '중독자 가족을 위한 스트레스 관리'가 아닌 '중독자 가족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으로 바꾸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흔히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생각할 수 있는 이완 요법, 운동, 명상 뿐 아니라 인지적 재구성, 자기 주장 훈련, 문제 해결 기술에다 지역 사회 자원 활용 등 치료 전반에 활용되는 모든 기법들이 망라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비록 제가 주로 만나는 도박자의 가족들에게 fit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여러가지로 적용할 만한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초반에 문제의 이해를 위한 education을 강조한 점이나, 효과적이지 않은 enabling behavior의 교정, confrontation을 위한 자기 주장 훈련의 필요성과 실제 응용 방법, 분노와 배신감의 하부에 자리잡은 역기능적 신념을 CBT에서 다루는 부분이라든가, 상담자에게 유머의 중요성을 강조한 부분 등은 아주 유용했습니다.
안귀여루 선생님은 짐작도 못하셨겠지만 저는 도박 중독자의 가족에게 활용할 수 있는 많은 TIP 들을 얻었고 제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사용하고 있던 기술들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_ _)
확실히 현장에서 직접 내담자를 만난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는 강의에서도 내공이 느껴집니다. 게다가 수강생들에게도 그 기가 확실히 전달되는 것 같네요.
호감도 상승입니다. 안귀여루 선생님의 강의는 앞으로도 그리 고민하지 않고 선택해서 듣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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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에 대한 정보나 유혹하는 환경에 접하는 것은 도박자에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간혹 '나는 이제 충분히 강한 자제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자극에는 끄덕없다'고 자신만만해하는 도박자가 있습니다만
'빨리 좋아진 도박 중독자가 더 쉽게 도박에 다시 빠지는 이유'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만심이야말로 재발의 지름길이죠.
이처럼 자만한 나머지 자신이 알아서 도박에 대한 정보나 유혹하는 사람, 장소 등의 자극에 접하는 것 말고도 우연히라도 접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설명을 드리자면 이렇습니다.
도박에 중독되는 것은 남자들이 열심히 근육 운동을 해서 '갑빠'와 '초컬릿 복근'을 만든 것과 비슷합니다. 운동을 게을리하면 근육이 풀리고 지방이 쌓여 언제 근육질이었냐 싶게 다시 밋밋한 몸으로 돌아가지만 마음을 다잡고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 운동을 처음 하는 사람과 달리 빠르게 근육이 다시 붙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도박을 안 해서 연결고리가 많이 끊어져도 도박에 대한 정보나 유혹하는 환경에 접하는 것은 작은 접점일지라도 도박을 했던 당시의 기억을 불러 일으켜 도박을 할 수 있는 몸 가짐, 마음 가짐으로 빠르게 회복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박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 도박을 불러 일으키는 아주 사소한 단서조차도 도박을 하지 않으려는 중독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청산가리가 양이 많아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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