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모님들의 특징 중 하나는 '기승전 공부'입니다. 어떠한 문제로 왔든 상담을 하다 보면 공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부모용 설문지만 봐도 주 호소나 증상에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쓰지 않는 부모가 없을 정도지요. 그래서 ADHD, 우울 장애, 불안 장애, 틱 장애 등 아동/청소년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도 공부를 열심히(사실은 잘)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당부가 꼭 따라 붙습니다. 이 정도 되면 부모님들이 공부 중독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심리평가를 하고 난 뒤 해석 상담을 할 때 거의 모든 부모님들이 (오로지) 관심을 두는 부분은 우리 아이의 지능(IQ)이 얼마인지입니다. 기준은 또 엄청나게 높아서 부모님들이 그나마 안심하는 지능의 마지노 선은 120입니다. 이 밑에 해당하는 지능을 이야기하면 표정이 어두워지고 간혹 90대로 나오기라도 하면 평균 수준의 지극히 정상적인 지능인데도 불구하고 노골적으로 기분 나빠 합니다.
그래서 해석 상담을 진행하는 임상가들은 인지 기능 영역을 이야기할 때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데요. 어떻게 해야 불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오해를 사지 않는 해석 상담이 가능한지 정리해 봤습니다.
1. IQ에 대한 간략한 orientation을 우선적으로 제공할 것
: IQ의 평균이 100이고 표준 편차가 15라서 플러스/마이너스 1 표준 편차가 85~115에 해당하고 이 범위가 전체의 68%를 차지한다는 것, 부모님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120이라는 지능이 사실은 굉장히 드물다는 것(130이 상위 2%에 해당하니까요), 100이하의 지능도 통계적으로 지극히 정상적인 수준의 지적 능력이라는 것 등을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2. IQ보다 언어성/동작성 지능의 차이, 소검사 편차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할 것
: 전체 지능은 수검자의 대략적인 지적 수준을 보여주는 것 뿐 그보다 더 중요한 내용들이 많죠. 요즘은 Wechsler 지능 검사도 반구 국재화 이론을 공식적으로 포기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언어성, 동작성 지능의 유의미한 차이가 설명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언어성, 동작성 지능이라는 게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시기 때문에 그게 무엇인지, 그 차이가 유의미할 때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등을 설명할 필요가 있죠.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10~15개에 이르는 소검사 편차입니다. 동일한 지능(예를 들어 110)이라고 해도 소검사가 고른 분포를 보이는 것과 편차가 큰 것과는 해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실제 인지 기능을 발휘하는 면에서도 잠재력보다는 기능의 효율성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 강점과 약점이 되는 기능을 중심으로 해석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능이 높으냐 낮으냐 보다는 무엇이 강점이고 무엇이 보강해야 할 부분인지를 일러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교육적이니까요.
3. 아동/청소년의 호소 문제(chief complaint)와 인지 기능의 관계를 설명할 것
: 많은 부모님들이 IQ는 불변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 심리평가를 실시한 아동/청소년이 어떤 심리적 문제나 정신 장애로 고통을 받는 경우 그런 영향으로 인지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치료가 되면 어떤 부분이 회복되는지 등등을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불안 수준이 높은 아동/청소년의 경우 주의력 관련 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불안을 적절히 통제하게 되면 병전 수준으로 주의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짚어서 알려줄 수 있습니다.
부모를 대상으로 한 해석 상담은 education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고 특히 IQ가 불변이 아니라는 점, IQ보다는 언어성/동작성 기능의 차이, 그보다는 소검사 편차에 의한 인지 기능의 비효율성, 강점과 약점 분석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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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 이득(secondary gain)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쉽게 알아볼 수는 없지만 호소하는 증상이 궁극적으로 내담자에게 유,무형의 이득을 가져올 때 이러한 이득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흔히 이차 이득을 반드시 탐색해봐야 하는 장애로 신체화 장애를 들곤 합니다. 신체화 장애에서 주로 나타나는 이차 이득의 형태로는 참석하고 싶지 않은 모임 약속이 생길 때마다 두통이 생겨서 자리보전을 하고 누워있게 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두통은 너무나 괴롭기 때문에 의식적인 수준에서는 결코 원치 않으나 모임을 빠질 수 있다는 강렬한 이차 이득이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게 됩니다.
이처럼 이차 이득은 대부분 심리적인 거라서 겉으로 보기에는 상담자도 알아차리기 쉽지 않고 무의식적인 부분도 많아서 당사자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차 이득은 신체화 장애와 같은 특정한 문제에서만 나타나는가 하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씀드리면 저는 모든 심리적 문제에는 어떤 종류이든, 어떤 정도이든 이차 이득이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 그래서 내담자가 어떤 문제를 호소할 때 그 문제가 야기하는 고통의 정도와 부정적 영향 이면에 그로 인해 내담자가 얻게 되는 이차 이득이 무엇이 있는지를 항상 탐색합니다. 왜냐하면
내담자의 무의식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면서 동시에 해결하고 싶지 않은' 양가 갈등 상태인데 해결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차 이득과 관련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차 이득을 염두에 두고 탐색을 하다 보면 상담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찾아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상담자는 항상 내담자의 이차 이득이 무엇인지 염두에 두고 있는게 좋습니다.
그렇다면 이차 이득은 상담자만 관심을 가지면 충분하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내담자라도, 내담자가 아닌 누구라고 자신의 이차 이득을 스스로 탐색해 보는 게 유익한데 특히 뭔가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고 나름 노력해 봤지만 소용이 없으며, 어딘가 꼬여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어디에서부터 풀어야 할 지 모르겠다면 이런 상태로 인해 내가 얻는 이차 이득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자신이 인식하지 못했던 이차 이득이 자리잡고 무의식 속에서 자신을 조종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가져오려는 노력을 방해하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이제 본론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이차 이득이 있는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요? 의외로 간단합니다.
자신을 괴롭히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문제가 해결된다면 도리어 나에게 불리하게 되고 내가 손해보는 점이 무엇인지 꼬치꼬치 물어보는 것입니다. 뭔가 이상하죠? 문제가 해결된다면 좋아지는 점을 찾는 게 아닙니다. 그건 일차 이득과 관련있고요.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도리어 나빠지는 것, 그것이 바로 문제를 지속시키는 이차 이득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죠.
대학교를 졸업하고 5년 째 부모님의 지원을 받으며 고시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매년 목표하고 있는 시험날이 가까워 올 때마다 눈앞이 흐릿하고 집중이 되지 않는 증상이 시작됩니다. 병원에 가서 각종 검사를 해 봐도 모두 정상이고 아무 문제도 없다고 합니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죠. 이 문제로 매년 시험을 망쳤고 아무래도 올해도 그럴 것 같습니다. 대체 이 사람의 이차 이득은 무엇일까요?
눈앞이 흐릿하고 집중이 되지 않는 증상이 말끔히 사라진다면 이 사람이 나빠지는 건 무엇일까요?
시험에 합격하든 불합격하든 독립을 해야 하고 더 이상 부모님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고시 공부를 하는 동안 다른 친구나 동료들이 사회에 진출해 이미 적응한 상태이고 자신은 이제서야 뒤쳐진 상태에서 그들을 따라가야 한다는 초조함과 직면해야 합니다. 혼자의 힘만으로 가정을 꾸려야 하며 본인의 능력으로 가정 부양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것이 이 사람의 이차 이득입니다.
가상의 예이기는 하지만 이런 이차 이득을 확인하지 못하고 증상에만 초점을 맞추면, 증상을 완화하려는 목적으로 상담이나 심리치료만 받으면 결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차 이득의 기저에 자리잡고 있는 두려움, 열등감 등까지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물어보세요. 이 문제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내가 볼 손해는 무엇인지, 나빠지는 면은, 악화되는 면은 무엇인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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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TCI는 임상 현장에서 잘 쓰이는 검사 도구가 아닙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수가 문제 때문인 것 같지만 그 외에도 워낙 병리적인 문제가 심각한 환자들이 많아 변별 진단이 더 급하고 진단이 내려진 뒤에도 임상심리학자들의 개입 여지가 적은 곳이다 보니 기질이나 성격 문제까지 살펴볼 필요가 없는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작년 여름에 포스팅한 글(
'TCI를 이용한 성격 장애 진단의 개념적 이해')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종합심리평가만으로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임상심리학자가 실질적으로 치료적 개입을 할 수 없는 병원 장면에서도 성격 장애 가능성을 확인한다는 면만 놓고 봐도 TCI의 활용 여지는 적지 않습니다.
임상 현장은 그렇다치고 상담 현장은 어떨까요?
현재도 상담 현장에서의 TCI 활용 가능성이 더 큽니다만 저는 앞으로 TCI는 상담 현장에서 MMPI-2/A 이상으로 상담자들이 선호하는 검사가 될 거라 예상합니다. 왜냐하면 상담자가 내담자의 문제를 파악하는 것 이상으로 상담을 위한 접점을 파악하는데 TCI가 아주 큰 도움을 주거든요. 그래서 TCI를 익혀두시는 건 굉장히 효율적인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상담 현장에서 TCI를 사용하면 좋은 상황에는 어떤 경우가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TCI 사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내담자가 호소하는 증상들이 애매 모호하여 DSM 체계에 의한 가설을 세울 수 없을 정도일 때'
뭔가 이런저런 심리적 고통감을 호소하고, 부적응적 양상을 보이며 행동 상의 문제도 드러내지만 딱히 어떤 장애로 진단하기에는 애매하다 싶고 굳이 변별 진단을 위한 가설을 세우자니 너무 많은 진단이 떠오르는 경우에 TCI 사용을 고려해 봄 직 합니다.
왜냐하면 이처럼 애매한 증상군은 기질이나 성격 역동에 의해 나타나는 문제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증상이 다양하고 심각해 보일수록 기질도 좋지 않고 성격의 조절 기능에도 문제가 있어 기질과 성격의 부적응적인 상호작용 때문에 이러한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물론
기질은 건강하지만 성격의 조절 기능에만 문제가 있거나 성격은 괜찮으나 취약한 기질을 소유하고 있어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기는 하지만 제 경험 상 증상이 애매할수록 둘 다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TCI를 실시해서
'TCI 활용 3단계 전략'에 따라 점검해 보면 내담자의 문제가 좀 더 명확하게 이해될 수도 있으니 한번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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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및 심리치료에서 저항(resistance)이라 함은 '치유 목적에 반하는 환자/내담자의 모든 행동을 통틀어 일컫는 용어입니다.
통찰 지향적(insight-oriented) 심리치료에서는 증상과 행동 양식에 대한 탐색을 하고 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불안이 초래됩니다. 이 때 내담자는 이러한 불안을 피하기 위해 저항하게 되죠.
저항은 모든 정신역동적 심리치료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데 일찌기 Freud는 이론적인 측면에서 이를 근원에 따라 5가지로 분류한 바 있습니다.
1. 억압 저항(repression resistance)
: 위협적인 충동(threatening impulse)을 의식 수준의 바깥에 머물게 함으로써 이를 회피하려는 자아의 시도에서 유래된 저항. 모든 증상 형성의 기초가 되며 내담자는 이를 통해 문제의 원인이 되는 갈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게 됨.
2. 전이 저항(transference resistance)
: 모든 유형의 전이 태도(transference attitude)로부터 발생될 수 있으며 내담자는 자신의 기본적인 갈등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단순히 상담자를 동일시 하려 하거나 반대로 경쟁적인 태도를 취하려 함. 상담자가 좋아하고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서만 말하거나 무조건 반대하는 식의 모습으로 나타남.
3. 이차적 이득 저항(secondary-gain resistance)
: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에 동반된 이차적 이득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것에서 기인하는 저항.
4. 초자아 저항(super-ego resistance)
: 스스로 처벌받고자 하는 내담자의 무의식적 욕구에 기이하는 저항. 내담자가 경험하는 증상이 분명 고통을 주지만 이를 없애는 걸 꺼려함. 우울한 내담자에게서 자주 발견됨.
5. 반복-강박 저항(repetition-compulsion resistance)
: 통찰을 획득하고 억압을 undoing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내담자가 여전히 부적응적인 행동 양식을 유지하려는 식으로 저항하는 것.
출처 : '임상 실제에서의 정신과적 면담(The Psychiatric Interview in clinical practice, 1st, 1971)'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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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지난 4월 27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재난심리 사전교육에 참석했을 때 공짜로 얻은 책입니다. 참석자에게 무료로 나눠주더군요.
2판을 새롭게 출판하면서 학지사에서 남은 1판 책을 재난심리 위원회에 기증했나 봅니다. 두 번째 페이지에 기증 도장이 찍혀 있더군요. 2판은 아직 못 읽어봤지만 이 책도 충분히 좋습니다.
저도 몰랐지만 이화여대에는 트라우마센터가 있었고 이 트라우마센터를 중심으로 그동안 국가적인 재난이 일어나면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피해자와 생존자를 돌보고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이 책은 2008년에 출판된 책이라서 그 노하우를 모두 담지는 못했던 것 같지만 서문에도 소개하고 있듯이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더 체계적으로 위기 개입을 하는 미국의 자료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내용이 참 좋습니다.
참고문헌을 빼면 140페이지도 채 되지 않는 적은 분량의 책인데도 핵심적인 내용을 모두 담고 있어서 이번 세월호 참사처럼 충분한 훈련없이 현장에 투입되어야 하는 임상가들이 field manual로 참고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Part 1. 심리적 응급처치에 대한 기초
1. 심리적 응급처치란 무엇인가
2. 급성 스트레스 반응
3. 심리적 응급처치의 원리 및 목표
Part 2. 심리적 응급처치의 일반적 지침
4. 심리요원이 갖추어야 할 자질과 기술
5. 현장에서의 일반적 행동지침
6. 심리요원의 자기관리 및 고려사항
Part 3. 심리적 응급처치의 실제
7. 단계에 따른 심리적 응급처치
8. 심리적 응급처치의 구체적 방법
Part 4. 심리적 응급처치에서의 선별 평가
9. 평가의 쟁점
10. 선별 평가의 실제
보시는 것처럼 심리적 응급처치의 이론과 실제를 모두 담아내고 있는데 물론 이 책만으로는 부족하고 나중에 소개드릴 '위기 개입'처럼 좀 더 comprehensive한 책을 연결해서 읽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어쨌거나 위기 개입과 심리적 응급처치(psychological first aid)에 관심있는 임상가라면 한 권쯤 갖고 계시면 좋은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현재 절판된 상태이고 2014년 1월에 제목이
'재난과 외상의 심리적 응급처치'로 살짝 바뀐 2판이 출판되었으니 이 책을 구입하시면 되겠습니다. 2판에는 1판의 저자인 권정혜, 안현의, 최윤경 선생님과 함께 새롭게 주혜선 선생님이 합류하셨는데 재난심리 사전교육 때 강의를 들어보니 이론과 경험이 모두 풍부하시더군요. 게다가 제가 지금까지 본 심리학자 중 최강 동안임;;;
닫기
* 초기 심리적 개입(Early Psychological Intervention: EPI)이란 재난 혹은 외상사건이 발생한 후 첫 4주 동안 제공되는 모든 종류의 심리적 개입을 지칭한다.
* 위기상태의 사람들은 대개 4~6주가 지나면 평형상태로 돌아온다. 따라서 이 시기의 개입은 내담자가 위기 이전의 기능을 회복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며 현실적으로 위기에 대한 반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이때에 삶에서의 주요 변화를 시도한다든지 성격변화를 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 인간재해는 자연재해보다 심리적 후유증이 더 만성적이고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다.
* 심리적 응급처치의 목표
- 심리적 안정을 찾게 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 단기적 기능을 개선한다.
* 초기 심리적 개입에서 생존자에게 심한 스트레스 사건 후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 알려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재난 후 반응단계
1. 충격단계 혹은 급성단계(0~48시간) : 사건이 일어난 직후의 단계
2. 구출단계 혹은 반응단계(0~1주) : 재난전문가에 따라서는 '영웅기', '밀월기', '환멸기'로 구분
3. 회복단계(1~4주)
4. 재통합단계(2주~2년)
* 재난 생존자의 경험
1. 죽음에 대한 각인
2. 생존자의 죄책감
- 자기비난에는 행동에 대한 비난과 성격에 대한 비난이 있다.
- 대개는 어떤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기보다, 자신이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더 느낀다.
- 자신의 성격이 어떠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더 부적응적이다.
3. 심리적 마비
4. 도움에 대한 갈등
5. 의미에 대한 추구
- 생존자는 재난을 설명하고 이것에 대한 숙달감을 얻기 위해 그들의 경험을 개념화하려는 노력을 한다. '개념화(formulation)'는 심리적 처리과정의 핵심과정이다. 왜 그 일이 일어났는지, 그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이것이 인생에 대해 무엇을 말해 주는지 등의 질문에 대해 나름대로 답을 찾게 된다.
* Caplan의 대처방법
- 스트레스가 되는 일을 바꾸는 것
- 상황에 대한 시각이나 관점을 바꾸는 것
- 스트레스 사건이 지나가거나 좀 덜 힘들어질 때까지 견디는 것
* 다음과 같은 부적응적인 반응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특별한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다.
- 상실을 경험하고도 상당 기간 동안 감정을 최소화하고 부정하는 것
- 술이나 마약을 하는 것
- 감정을 회피하기 위해 일에 파묻히는 것
- 주위 사람들에 대해 공격적인 반응을 지속적으로 보이는 것
* 재난 후 심리적 개입은 생존자의 고통이 지나치게 심하거나 자기 앞에 놓인 여러 과제나 도전을 감당하지 못할 만큼 기능이 저하되어 있을 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 심리적 응급처치의 원칙
- 근접성
- 즉시성
- 기대성
: 상담의 배경을 가진 심리요원은 생존자의 반응을 병리화하기 쉬운데, 이러한 태도는 오히려 스트레스 반응이 장기화되도록 이끈다
- 단순성
: 재난상황에서는 짧고 단순한 개입이 효과적이다. 생존자들은 혼란과 무력감을 느끼며, 주의나 사고의 폭이 상당히 좁아져 있다. 따라서 전문적 용어의 사용이나 심리치료적 기법의 사용은 적절하지 않다.
* 심리적 디브리핑
: 재난이 발생했을 때 생존자에게 정상적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생리적, 심리적, 행동적 반응에 대해 정보를 제공해 주는 서비스로써 대개 집단으로 행해진다. 교육적인 개입으로 생존자가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고, 다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주 목표로 한다. 심리적 디브리핑은 재난 발생 후 48시간에서 72시간 내에 행해지며, 15~20명 정도의 집단으로 실시한다. 다분히 인지적으로 지향된 절차이다.
-> 최근에는 단기적인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존자의 재적응에 부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어 생존자가 자발적으로 요청하는 때가 아니면 제공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 심리적 응급처치는 비정상적인 사건에 반응하는 정상인에 초점을 맞춘다는 측면에서 전통적인 심리치료와 다르다. 따라서 심리적 응급처치는 생존자들을 병적으로 보거나 환자 취급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비정상적인 사건에 대해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 심리요원의 전문성과 관련된 자질
: 생존자와 그 가족들의 목소리에 공감해 주고, 그들이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그 상황에서 능동적으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존재라고 힘을 실어 주는 것(empowering) 또한 일반적인 상담자의 자질인 동시에 심리요원의 필수 자질이다. 공감하는 것은 상대방의 감정과 내적 상태가 어떨 것인지를 '인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지, 결코 옳고 그름을 판단하거나 생존자의 분노와 행동에 동의를 해 주는 것이 아니다.
* 항상 모든 질문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 심리요원은 알고 있어야 한다. 즉, 단순히 궁금해서 물어본다거나 현재의 문제 해결에 당장 필요하지 않는 질문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질문의 적절성을 알 수 있는 기준은 '내가 방금 한 질문이 상대방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인가?' 하고 스스로 되물어보는 것이다.
* 과거의 감정보다는 현재 나타내고 있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은 오래전에 발생했던 일에 대하여 여전히 강한 감정을 나타낼 수는 있지만, 현재의 감정에 대해 공감해 주는 것이 문제 해결에 훨씬 효과적이다.
* 심리요원이 정확하지 못한 감정 공감을 하거나 상대방이 심리요원의 감정 공감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면, 사과하지 말고 대신 상대방에게 그가 느끼는 것에 대하여 좀 더 설명하도록 부탁하고, 다시 그 감정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재난현장에서는 심리요원이 생존자에게 중요한 지지대 역할을 하는 동시에 역할 모델이 되기 때문에 실수한 것에 대해 자책적인 표현을 하거나 부정적인 자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생존자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 현장에서의 기본 지침
- 생존자의 얘기를 들어 주는 동안, 간간이 생존자가 어떠한 자기보호 행동을 취해 왔는지를 찾아내어 그것을 강점으로 인정해 주는 것은 생존자로 하여금 무력감을 덜 느끼게 해 준다.
- 심리적 응급처치의 목적은 극심한 정서적 충격을 안정시키고, 당장 필요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적응적 회복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지, 절대로 충격적 경험 자체나 애도반응을 다루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 심리요원이 피해야 하는 행동들
- 생존자들이 현재 어떤 마음상태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 안다고 추측하지 말아야 한다. 생존자들을 병리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증상', '진단', '정신장애' 등과 같은 표현은 쓰지 않아야 한다.
- 무력한 상태에 있는 생존자들을 은연 중에 낮추어 대하거나, 생존자들의 실수나 장애, 약점, 무력함 등에 초점을 두지 말아야 한다.
- 모든 생존자들이 심리요원과 이야기하고 싶어 하거나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고 가정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심리요원과 대화를 나누지는 않더라도 심리요원이 현장에서 지지적이고 안정된 모습으로 오가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안심하고 스스로 대처능력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 상담자가 말하는 내용의 처음 3분의 1 정도의 내용이 가장 잘 기억되므로, 중요한 내용은 앞부분에 제시하는 것이 좋다.
* 심리요원의 소진 이유(James & Gilliland, 2001)
- 역할 모호성(role ambiguity)
- 역할 갈등(role conflict)
- 역할 과부하(role overload)
- 불합리성(inconsequentiality)
- 고립(isolation)
- 자율성(autonomy)
* 심리요원의 소진 단계
- 1단계 : 열정(enthusiasm)
- 2단계 : 침체(stagnation)
- 3단계 : 좌절(frustration)
- 4단계 : 무감각(apathy)
* 첫 접촉과 라포 형성
- 소개가 이루어진 이후 일차적으로 물어봐야 하는 것은 지금 당장 생존자나 가족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이다. 특히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경우가 최우선적 순위를 차지한다.
- 아동이나 청소년의 경우 대화를 시도하기 전에 먼저 부모나 다른 보호자에게 심리요원을 소개하고 아동/청소년과 이야기를 나누어도 되는지 허락을 구하는 것이 좋다.
* 가족이나 가까운 이가 사망한 피해자에 대한 특별한 주의
- 사람들마다 애도와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이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며 상대방이나 자신의 슬픔의 표현 방식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도 피하고, 다른 이들의 표현 방식을 존중해야 함을 설명한다.
- 곧바로 위로하려 들기보다는 상대방이 그 사실에 대해 먼저 반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매우 강한 정서적 반응이 나타날 것임을 미리 예상하되, 초기의 그와 같은 강한 정서적 반응은 대체로 시간이 지날수록 완화된다는 것을 이해한다.
- 심리요원은 단순히 사회적 지지 체계로부터 도움을 받을 것을 권유하기보다는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적극적 행동을 유도한다.
- 사망자의 유품이나 사체, 사진 등을 확인해야 하는 경우 가급적 가족구성원들이 소집단으로 함께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때 아동/청소년은 데리고 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지나치게 세부적이고 상세한 설명은 아니어도 사망자의 발견 상태에 대해 어느 정도는 객관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 심리요원이 가급적 피해야 하는 말들
- 지금 어떤 기분인지 알아요
- 아마도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에요
- 그분은 아마 지금 좋은 곳에 가 있을 거에요
- 그분의 삶이 거기까지였나 봅니다
- 적어도 숨이 빨리 끊어져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 다른 얘기를 하도록 하지요
- 이 일을 극복하도록 노력하셔야 해요
- 당신은 이 일을 극복할 만큼 강한 사람입니다
- 이런 큰 일은 우리를 강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 당신은 곧 나아지실 거에요
- 당신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셨어요
- 현재의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충분히 애도과정을 거치셔야 합니다
- 적어도 당신은 살았으니 다행이에요
- 그건 아마 신의 뜻이었을 겁니다
- 신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고난을 주십니다
* 심리요원이 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반응
- 슬퍼하고 있는 이에게 그런 반응들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 사망한 사람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사용한다(가급적 '망자'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말 것)
* 생존자나 가족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쇼크 반응
- 초점이 없는 멍한 눈빛
- 질문에 답변이 없거나 느림
- 행동에 지향점이 없음(의미 없거나 목적 없는 행동을 반복)
- 강한 정서적 반응(울음을 그칠 수 없음, 숨쉬기가 어려움, 몸을 앞뒤로 흔듦)
- 통제할 수 없는 강한 신체적 반응(부들부들 떨림)
- 미친 듯이 뭔가를 찾는 행동
- 위험한 행동의 시도(차도에 뛰어들기 등)
* 생존자가 혼자 있고 싶어하더라도 가족이나 이웃과 함께 있는 것이 예후가 훨씬 좋다
* 생존자가 극심한 심리적 반응을 보이면서 진정이 되지 않을 경우 사용하는 질문들
- 지금 제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저를 바로 쳐다보세요
- 당신 이름은 무엇인가요? 지금 여기는 어디지요?
- 우리가 방금 직전에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 지금 바로 눈앞에 보이는 것 몇 가지만 말해 보세요
- 지금 몸이 의자에 닿는 느낌에 집중해 보세요. 손바닥이 의자 손잡이에 닿을 때 촉감이 어떻습니까? 발이 바닥에 닿고 있는 그 느낌은 어떻습니까?
* 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
1단계 : 지금 나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생존자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털어놓는다면 그중에서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과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것을 분류하도록 한다.
2단계 :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구체적인 행동 계획 수립)
3단계 : 목표 달성을 위한 행동 개시.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의 달성 과정에 생존자들을 어떻게든 참여하게 함으로써 자신이 능동적인 의사결정자임을 경험하게 하는 것
* 평가의 중요성
- 생존자를 전체적인 맥락에서 전인적 존재로 보지 못하고 정서적 반응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빈번하다. 정서가 일단 안정되면 눈에 띠는 증상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치료가 조기에 종결되는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반응들이 뒤늦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심리요원은 정서적 측면 뿐만 아니라 신체적, 인지적, 행동적 영역까지 평가해야 한다.
* 생존자의 정서반응(Crow, 1977)
- 분노 : 폭력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음
- 불안이나 두려움 : 가장 전형적인 반응
- 슬픔 : 자살 사고에 주의
* 화가 난 생존자에게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이 더 효과적이다.
* 불안이 주된 정서 반응이라면 면담을 구조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면담의 구조가 불안을 감소시킴으로써 정보의 수집이 용이해질 수 있다.
* 생존자의 인지적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다면 외상적 사건이 있은 지 몇 년이 지난 뒤에라도 심리적 문제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 생존자가 외상적 사건에 어떤 의미를 부여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지적 반응이 생존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 인지적 반응은 크게 위협, 상실, 위반으로 구분할 수 있다. 생존자의 시간 개념은 인지적 반응과 관련이 있는데 위반은 현재, 위협은 미래, 그리고 상실은 과거와 관계가 있다.
* 평가 과정에서 반복되는 내용은 매우 중요하다. 생존자가 특정 인생 차원을 빈번하게 언급할수록 그 영역에서 고통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 생존자가 계속해서 자신의 감정이나 외상적 사건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때 유용한 전략은 타당화다. 생존자의 경험과 감정이 타당화되면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이해하려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 외상적 사건이나 위기에 대한 행동적 반응
- 접근(approach)
- 회피(avoidance)
- 부동(immobility)
* 자살 가능성이 의심될 때는 '지금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혹시 죽음이나 자살을 생각하고 있습니까?'라고 질문을 시작하라.
* 약물 치료는 회피, 부정, 정서마비 증상보다는 우울, 불안, 과민반응 등의 증상에 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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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를 할 때 검사 전에 수검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일별하다 보면 DSM의 여러 진단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딱히 어느 것 하나로 수렴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진단들을 떠올려서 비교하고 몇 개의 진단 가설로 정리한 뒤 심리평가를 통해 변별 진단을 하려고 시도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 상 위와 같은 경우는 심리검사 sign들도 기대만큼 전형적인 profile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심리평가를 마치고 나서도 어떤 진단을 내려야 할 지 분명한 그림이 떠오르지 않아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단계까지 평가자를 곤혹스럽게 만들게 됩니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평가자가 오로지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에만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수검자가
이런 저런 증상을 호소하는데 함께 묶이지도 않고 어떤 진단을 내려야 할 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변별 진단을 해야 하는 사례가 아니라 두서없이 보고되는 증상의 핵심을 찾아야 하는 문제일 가능성을 떠올려 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진을 할 가능성도 있고 이에 따라 치료 방향 설정도 잘못될 위험성이 있는데다 무엇보다 증상이 계속 변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무기력감, 시시때때로 엄습하는 걱정, 만성적인 짜증, 통제되지 않는 눈물, 수면 장해 및 피로감과 같은 증상들을 호소하는 수검자가 있다고 해보죠.
얼핏 스쳐 지나가는 생각으로도 우울 장애, 홧병, 불안 장애 등등의 진단들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증상들이 어느 하나의 진단으로 딱 묶여지지 않죠.
심리평가를 해도 구조화된 검사에서는 대부분의 임상 척도가 상승되어 있고 투사법 검사에서도 고통감이 두드러지는데 전형적인 양상이 아니라서 수검자가 힘들어 하는 건 분명한데 특정 진단을 내리기에는 결과 양상이 애매한 겁니다.
진단에만 집중해서 수검자를 case formulation하게 되면 이런 사례의 경우 증상이 계속 바뀌게 됩니다. 우울 장애처럼 보였던 증상은 어느새 사라지고 신체화 장애처럼 보이는 증상이 새로 등장하는 것이죠.
이럴 때는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서 이런 증상들을 만들어 내는 기저의 핵심 문제가 무엇일까에 초점을 맞추고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런 증상이 수검자에게 어떤 이차적 이득(secondary gain)을 가져다 주는 지를 포함해서요.
문제의 뿌리를 찾으려고 노력해야지 이파리나 꽃만 보면 오히려 핵심을 놓치게 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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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사들은 더 민감합니다. 고양이가 워낙 아픈 티를 잘 내지 않는 동물인데다 빨리 낌새를 못 채면 금방 위험해지는 질병도 많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죠.
그래서 고양이에 대해 다룬 좋은 책으로 예전에 소개한
'고양이 탐구 생활 : 고양이에 관한 잡다한 지식 사전(2007)'과
'내 고양이 오래 살게 하는 50가지 방법(2009)' 등이 이미 나와 있지만 병원에 데려가기 전에 증세와 병명으로 알아보는 고양이 질병에 대한 책도 읽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구입했습니다.
고양이가 보일 수 있는 흔한 증세로
1. 구토
2. 설사
3. 몸을 긁는다
4. 식욕부진
5. 움직이지 않는다
6. 배변 문제
7. 체중 저하
8. 복부팽만
9. 만지면 싫어한다
10. 몸의 응어리
11. 걸음걸이가 이상하다
12. 귀를 자주 긁는다
13. 눈곱이 낀다
14. 재채기가 잦다
15. 왕성한 식욕
16. 물을 많이 마신다
17. 상처가 낫지 않는다
18. 경련, 발작
19. 호흡곤란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3대 고양이 성인병과 노령병도 소개하고 있고요. 덤으로 '고양이를 기르는 방법에 따른 위험도 체크'와 부록으로 '고양이 행동학'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을 목록으로 잘 정리해서 제시한 것은 좋은데 이러한 증상을 유발하는 질병들이 너무 많아서 좀 혼란스럽더군요. 질병의 목록보다 예방이나 치료법에 대한 내용이 상대적으로 너무 적은 것도 좀 아쉬웠습니다.
저는 오히려 고양이를 기르는 환경에 대한 위험도 체크가 훨씬 유용하더군요. 살충제, 새집증후군, 아로마테라피도 중독에 취약한 고양이에게 주의해야 할 부분이라는 걸 새롭게 알았습니다.
집사라면 응급 상황에 도움이 되게끔 한 권쯤 소장하는 것도 고려해보세요.
닫기
*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는 고양이의 체중 X 80kcal이다.
* 고양이는 온도 변화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동물이다. 실내에서 기르기 때문에 온도 관리가 잘 되는 환경에서 사는 것처럼 보이는 고양이도 이른 봄이나 초가을처럼 일교차가 큰 시기에는 간질성 방광염(만성 방광염)이 잘 나타난다.
* 실 형태의 물질을 삼켜 폐쇄성 장폐색이 되면 고양이는 계속해서 심하게 구토를 하는데 실의 한쪽은 혀뿌리나 유문에 고정되어 있고 다른 한쪽은 장의 연동 운동으로 움직이려 하지만 움직이지 않고 장을 주름 모양으로 고정시키면 소화관에 천공(구멍)을 만들어 결국 고양이가 죽게 된다. 따라서 고양이 주변에 잘못해서 고양이가 먹을 수 있는 기호품(셀로판, 실, 비닐봉투)을 방치하면 안 된다. 특히 4개월에서 2~3세까지의 어린 고양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특히 더 주의해야 한다.
* 고양이는 중독이 잘 되는 동물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소염, 진통제로 많이 사용하는 약제이지만 고양이가 먹게 되면 적혈구를 파괴해 메트해모글로빈혈증, 하인츠 소체 용혈성 빈혈을 일으키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 고양이가 있는 집에서는 공기 정화기와 싸이클론형 청소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 방광염으로 소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에도 구토를 할 수 있다. 화장실에서 잔뇨감과 통증을 동반한 배변의 어려움 때문에 구토를 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 밭이라고 하면 언뜻 생각하기에 고양이에게 좋은 환경 같다. 그러나 계절에 따라 농약이나 제초제를 뿌리기 때문에 중독이 되기 쉬워 고양이에게 위험하다. 더욱이 밭은 흙을 파며 놀기 좋은 환경으로 고양이가 좋아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 피부에 붉은 뾰루지가 생겨서 조금 부풀어 올라 있고 마른 부스럼과 딱지가 생겼으면 고양이가 비교적 잘 걸리는 피부염이다. 고양이 속립성 피부염으로 불리는 이 염증은 벼룩에 물렸을 때의 교상과민증, 아토피, 알레르기 등이 원인이 되어 생긴다. 고양이는 앞발과 뒷발 외에도 혀와 이를 사용하여 몸속을 긁으니까 피부에 염증이 생기면 재빨리 발견하여 치료해주는 것이 좋다. 일단 긁기 시작하면 원래의 병변을 알 수 없게 되고 발톱과 입으로 핥고 깨물어서 세균에 의한 이차감염을 일으킨다. 이차감염을 일으키면 완치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다.
* 파파야나 망고 같은 과일은 고양이 피부에 닿으면 가려움증을 일으키므로 주의한다.
* 실내에서 화학물질 냄새가 날 때 사람이 맡을만한 정도여도 고양이를 실내에 두는 것은 위험하다. 사람은 냄새를 잘 느끼지 못해도 고양이는 접착제나 화학소재가 있는 환경에 노출되면 식욕부진을 일으킨다.
* 헤르페스바이러스는 감염력이 강해서 한 마리만 감염되어도 같은 공간에 있는 거의 모든 고양이가 감염된다. 다행히 백신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는 전염병이다.
* 침을 흘리는 것도 충치가 있는 고양이의 특징 중 하나이다. 충치가 있으면 고양이는 통증 때문에 그루밍을 제대로 못해서 털이 부스스해진다. 충치 때문에 식욕부진이 되었을 때 그대로 방치하면 굶어죽기도 한다.
* 고양이의 방광염은 일반적으로 비세균성이기 때문에 사람의 방광염처럼 세균 감염은 없다.
* 고양이가 비만으로 운동부족이면 결정이 생기는 경향이 있으므로 고양이의 적절한 체중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 물감은 고양이가 직접 핥지 않아도 몸에 묻으면 그것을 없애기 위해 묻은 것을 핥으므로 위험하다.
* 다뇨와 다갈은 고양이 당뇨병의 주요 증상이다.
* 고양이가 10세가 넘으면 암이 발생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고양이의 암은 진행이 빠르고 악성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고양이는 종양이나 암이 생기면 영양실조에 걸린다.
* 라디에이터(방열기)의 부동액으로 사용하는 에틸렌글리콜은 고양이가 좋아하는 달콤한 맛이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 고양이는 체중이 6kg이 넘으면 곧바로 운동량이 줄고 그러면서도 계속 먹기 때문에 체중이 계속 늘어난다. 비만은 당뇨병과 지방간을 불러오는 가장 큰 위험요소이기 때문에 체중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비만은 감염증에 대한 저항력을 떨어뜨리며, 수술할 때 마취의 위험성과 수술 자체의 위험도도 높인다.
* 고양이에게 비타민 B1이 결핍되면 티아민 결핍증이 생기는데 운동 실조와 함께 보행운동 실조와 선회운동이 나타날 수 있다.
* 유전적 질환으로 달팽이관의 변성이 있는데 털이 하얀 고양이에게 주로 관찰되는 질환이다. 고양이는 난청이 되어도 정상적인 운동과 행동을 할 수 있어 알아차리기 힘들다.
* 고양이의 귀 손질법 : 손가락에 탈지면등을 감아서 귀의 분비물을 닦아낸다. 고양이는 귓구멍이 가늘어서 면봉을 넣으면 이도에 상처가 날 수 있다. 귀의 지방은 저절로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면봉을 사용했다가 오히려 분비물을 안으로 밀어 넣을 수도 있다.
* 바퀴벌레나 파리같은 해충을 잡기 위해 사용하는 뿌리는 살충제는 간접적으로 고양이에게 살충제 중독을 일으킨다. 고양이가 살충제에 맞아 죽은 벌레를 먹거나 살충제를 뿌린 벽이나 바닥을 만져 중독된다.
* 고양이의 재채기는 대부분 비염 때문이다. 비염에 걸리면 코가 막히기 때문에 식욕도 떨어지게 된다.
* 눈물이 많이 분비되는 경우에 생각할 수 있는 질병은 결막염이다.
* 가정에서는 방향제나 향, 아로마테라피 같은 기화성 물질이 고양이의 결막을 자극할 수 있다.
* 과식은 질병을 가져오므로 고양이와 정신적 유대감을 쌓는 건 먹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는 것으로 쌓는 것이 좋다.
* 갑상선기능항진증은 특히 10세 이상의 고양이에게 많이 발병한다.
* 천식에 걸린 고양이는 몸을 낮추고 목을 앞으로 뺀 상태에서 캑캑하고 가볍게 기침을 하는데 아침에 기침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식욕은 평소와 다름없다.
* 고양이가 심장사상충에 감염될 확률은 개보다 낮은 편이지만 감염되면 급성으로 치명적인 호흡기 장애를 일으키며 호흡곤란, 청색증, 입과 콧구멍에서 거품 등이 생기며 사망한다.
* 새끼 고양이는 생후 4개월까지는 어미고양이 품에서 형제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좋다.
* 긴 끈모양의 물건을 고양이가 갖고 노는 것을 지켜보지 못하면 치워두는 것이 현명하다.
* 고양이의 3대 성인병으로는 당뇨병, 심부전, 지방간을 들 수 있다. 5세 이전에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5~10세 사이에 많이 발병한다.
* 8세부터 10세 이상의 고양이를 노령 고양이라고 한다. 고양이의 수명은 대체로 15세이므로 수명의 반이 지난 나이이다.
* 노령기 고양이의 신장 기능을 평가할 때는 인과 칼슘 측정을 반드시 포함시킨다.
* 1년이나 2년에 한 번씩 치아 관리를 하는데, 나이를 먹으면 치근이 밀려나거나 치주 포켓이 생겨서 그 부분에 '충치'가 생긴다. 포켓이 3mm이상이면 '발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포켓은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고 6개월에서 1년 이내에 충치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 치석을 제거하면 치아 표면에 상처가 많이 생기므로 반드시 폴리싱(광택내기)을 해줘야 한다. 치석만 제거하고 그대로 두면 치구가 잘 생겨 결과적으로 치석이 빨리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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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9일 충북청소년종합지원센터 강의에서 사용했던 PPT입니다.
상담 현장, 그 중에서도 아동 및 청소년 상담을 할 때 흔히 접할 수 있는 정신병리문제를 모아서 3시간 분량으로 만든 자료입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 ADHD* 소아/청소년 우울증* Delayed PTSD(성폭력 생존자)* 학교 부적응 문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ADHD
* 주 호소 문제의 변별
* ADHD 신화 : 허위 긍정의 오류
* 주의할 점 : 주의력 문제의 구분
* 진단
* 평가
* 평가도구
* 치료
2. 소아/청소년 우울증
* 증상
* 우울증의 구분
* 우울 사고 vs. 우울 정서
* 연령에 따른 차이
* 자살 위험성 평가
* 분노 폭발 : 열등감 내재 확인
3. Delayed PTSD(성폭력 생존자)
* PTSD의 진단 준거
* 왜 Delay되는가
* 변별 진단
* 여아의 자해
* 왜 말하지 못하는가
* 근친 성폭력
* 치유에 중요한 요인들
* 심리평가
* 치유의 3단계
* 치유 단계 별 주의할 점
* 상담의 point
* 성폭력에 대한 통념
4. 학교 부적응 문제
* 1단계 : MR, BIF, BA 배제
* 2단계 : Adjustment Disorder 배제
* 3단계 : 스트레스 요인이 집(PCRP 고려)
* 4단계 : 스트레스 요인이 학교(왕따 고려)
이전에 심리평가자가 아닌 상담자의 입장에서 정신병리적 문제를 다룰 때 고려해야 하는 실질적인 내용을 다룬 자료인
‘상담에서 만나는 정신병리문제’가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면 이 자료는 아동, 청소년 상담을 하는 상담자가 자주 만나는 네 가지 정신병리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필요한 분들은 얼마든지 내려 받아 사용하셔도 됩니다. 출처만 분명하게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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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
BIF,
Delayed PTSD,
MR,
PCRP,
PT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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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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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신체적인 손상의 의학적 치료와 달리 손상 부위가 어디인지 정확하게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에 상담을 잘 하고 있는지의 여부도 가늠하기 어려워서입니다.
그래서 많은 상담자들이 자신이 상담을 잘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며 자신없어 합니다.
그렇다면 상담이 잘 되고 있는지를 대체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내담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없어지고 있다면 상담이 잘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처럼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담자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증상 자체인 경우보다 이면에 자리잡은 다른 핵심 문제때문인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통 잠을 못자던 내담자가 어느 날부터 잠을 푹 자기 시작했다고 해서 상담자까지 덩달아 좋아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골몰하는 상담자일수록 시야가 좁아져 자신이 초점을 맞추는 내담자의 문제가 호전되느냐에만 신경을 쓰기 쉬운데 저는 오히려 내담자의 사소한 변화에 주목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매일 어두운 복장에 화장도 하지 않던 내담자의 옷차림이 점차 화사해지고, 매일 10분 전에 와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내담자가 상담에 조금씩 늦고, 늦은 이유를 상담자에게 설명하면서도 주눅들지 않고, 상담자의 말에 예예 하기만 하던 내담자가 자기 주장을 시작하고, 농담을 이해하고 함께 웃고, 한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친구에게 안부 전화를 하는 등의 사.소.한. 변화 말이죠.
변화의 방향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상담 초반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내담자의 사소해보이는, 그러나 결코 사소하지 않은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밭을 계속 갈아 엎고 비료를 줘 토질을 개선하면 먼지만 푸석푸석하게 일던 흙 색깔이 거무튀튀해지고 냄새도 달라지는 것처럼 상담의 효과는 처음에 주목했던 바로 그 문제가 아닌, 예상치 않았던 주변부에서부터 나타나게 됩니다.
땅이 지력을 얻으면 어떤 작물을 심든 잘 자랄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내담자의 문제를 수술해서 떼어낼 생각만 하지 말고 내담자 스스로 툭툭 털고 갈 수 있도록 힘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과 그 변화에 주목하면 상담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인지에 대한 이정표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일시적인 변화에 그칠 수 있으니 섣부른 단정은 하지 말고 그런 변화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지 지켜볼 필요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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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상처를 받든 간에 상처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프지만 부모에게서, 그것도 특히 어릴 때 받은 상처가 더 치명적인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사람이 어릴수록 상처를 받아 안을 수 있는 그릇의 크기도 작고, 마음의 힘도 강하지 못해 그릇이 깨지기 쉬우며 심리적 방패도 단단하지 못하고 말랑말랑해서 상처를 받으면 훨씬 더 깊이 패이고 상처가 깊게 마련입니다. 타격을 심하게 당하니 상처가 크고 깊어서 회복되는 시간도 어른에 비해 훨씬 오래 걸리고 심하게는 영영 회복이 되지 못할 수도 있죠.
둘째. 첫 번째 이유와도 상관이 있는데 받은 상처를 감당할 능력이 안 되니 살아남기 위해 무의식으로 상처를 억압하거나 부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심리적 상처라는 게 영영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계속 잠재되어 있는 상태에서 다양한 부작용을 만들어 내게 됩니다. 상처를 받은 당사자가 그 상처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증상들만 표면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본인도 그렇고 도움을 주려는 외부 사람들도 증상과 상처의 연결 고리를 찾는 것이 어렵고 그래서 어릴 나이에 받은 상처일수록 치유하기가 더 힘든 법이죠.
셋째. 특히 부모에게 받은 상처의 경우에는 자기 증오의 덫에 걸릴 수 있는데 부모가 자신을 학대, 방임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주는 말을 한 이유가 부모가 아닌 자신에게 있다고 내부 귀인하는 경우 자신을 미워하게 됩니다. '내가 오죽 나쁜 아이였으면 나를 낳아준 부모가 내게 그랬겠어'라고 부모가 준 상처를 정당화하고, 그럼으로써 벌을 받아 마땅한 자신을 스스로 학대하는 것이죠. 그래서 자신의 신체와 영혼을 함부로 대하는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반복합니다.
자기 파괴적인(self-destructive) 언행을 일삼는 내담자를 만나는 상담자는 반드시 내담자가 어릴 적에 큰 상처를 받았을 가능성을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하고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내담자도 마찬가지로 어릴 때의 경험을 안전한 상담 공간에서 탐색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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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덴 3에서도 몇 차례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심리평가를 실시할 때 검사가 끝난 뒤 원자료를 늘어놓고 뒤적거리면서 퍼즐 맞추듯이 case formulation하는 것만큼 비효과적이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상당히 많은 임상가들이 여전히 이런 방식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한 5년 쯤 전에 의뢰 사유를 확인하고 가설을 설정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을 드린 적(
'심리검사 전 필수 점검 사항 - 의뢰 사유 확인과 가설 설정' 참조)이 있었죠.
그런데도 여전히
수검자가 호소하는 문제를 바탕으로 진단 가설을 세우는 데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는 선생님들이 많더군요.
제가 볼 때 이 문제는
증상을 바탕으로 세운 '1차 가설'과 심리평가를 통해 검증해야 하는 '2차 가설(진단 가설)'을 혼동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고,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것 같아 밖에 나가는 것도 힘든 상태이며 어릴 때부터 그런 증상이 시작되었고 최근에는 누군가 내 욕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호소하는 20대 여성을 평가한다고 해보죠
증상을 바탕으로 한 1차 가설(증상을 보았을 때 평가자의 머리에 떠오르는 가설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Social Phobia :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면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고 피하게 된다(당황스럽다, 불안하다?).* Avoidant PD :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사람들을 피해 왔다(사람들이 나를 비난하는 것 같다)* SPR, prodromal stage : 밖에 나가지 않고 최근에 누군가 내 욕을 하는 느낌이 든다(social withdrawal, idea of reference or auditory hallucination).* Adjustment Disorder, chronic state : 어릴 때부터 그런 증상이 시작되었다(identifiable stressor?). * Delayed PTSD : 시선 공포가 있다(비난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 guilty feeling?)
등등
1차 가설은 수검자의 주 호소(chief complaint)를 통해 세우는 것으로 숫자가 많아도 상관 없고 틀려도 상관 없습니다. 오히려 가설을 많이 세울 수 있으면 더 좋습니다. 어차피 가설 검증 과정에서 배제될테니까요. 1차 가설 설정에서는 정확성보다는 가능한 한 많은 가설이 포함되는 것에 치중하세요.
그런데 심리검사 결과를 갖고 이 많은 1차 가설을 몽땅 검증하려고 하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뿐더러 검증 과정에서 실수를 하거나 해서 길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단을 내리기 위한 2차 가설로 추려낼 필요가 있습니다.
즉, 변별 진단을 위한 추가 정보를 수집하는 겁니다.
위의 보기로 다시 돌아가서
* Social Phobia의 경우 모든 사람에게 그런지 낯선 사람들에게만 그런지(대상의 일반화 가능성 확인)* Avoidant PD의 경우 창피나 거절을 당한 과거 경험과 그런 경험의 반복 여부(지속성)* SPR, prodramal stage의 경우 persecutory ideation, auditory hallucination 여부(사고 장애 유무 확인)* Adjustment Disorder, chronic state의 경우 가정 및 학교 생활에서의 부적응 유무(malfunctioning)* Delayed PTSD의 경우 sexual history 및 eating problem 확인
등을 추가 면담, chart 및 clinical history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1차 가설 중 몇 개가 탈락하게 되고 좀 더 가능성이 큰 소수의 진단 가설(2차 가설)로 추려지게 되죠.
이제 추려진 몇 개의 진단 가설을 드디어 심리검사 결과를 통해 검증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1차 가설을 검증하지 말고 일단 2차 가설로 한번 더 추려낸 뒤 심리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2차 가설만을 검증하시면 좀 더 효과적인 case formulation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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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이나 심리치료에서 내담자가 어떤 문제를 호소할 때 그것이 단순한 증상인지 아니면 성격적인 문제에 기반한 것인지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1933년에 Reich가 신경증을 '증상 신경증(symptom neuroses)'과 '성격 신경증(character neuroses)'으로 구분한 이후 상담자들은 순수한 신경증을 갖고 있는 사람과 신경증적 패턴이 성격에 스며들어 있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유용하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죠.
실제로 이러한 구분은 DSM체계에도 녹아들어 있어 주요 장애와 성격 장애로 구분을 하고 있죠.
이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5가지 질문이 도움이 됩니다.
1. 내담자의 문제는 그 촉발 요인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내담자가 기억하기로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것인가?2. 내담자의 문제는 극적으로 증가한 것인가, 아니면 점차적으로 악화되고 있는가?3. 내담자가 스스로 찾아왔는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방문했는가?4. 내담자의 문제는 자아 이질적(ego dystonic, 내담자 스스로 자신에게 문제가 있고 비합리적이라고 보는가 )인가, 아니면 자아 동질적(ego syntonic,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현재의 생활 환경에 대한 유일하고도 당연한 반응으로 보는가)인가?5. 자신의 문제에 대한 조망 능력(분석적 용어로는 '관찰 자아')이 있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상담자와 치료적 동맹을 맺을 수 있는가, 아니면 상담자를 잠재적으로 적대적인 외부인 혹은 마술적으로 자신을 구원해 줄 구원자로 보는가?
위에 열거한 질문 중 전자는 증상 문제를, 후자는 성격 문제를 가정할 수 있는 단서가 됩니다.
출처 : Nunberg, H. (1955).
Principles of psycho-analysis. New York: International Universities Press 중
재인용 : '정신분석적 진단 : 성격 구조의 이해(1994)'의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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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를 하거나 상담을 할 때 평가자나 상담자는 client의 주 호소가 뭔지 꼼꼼히 확인합니다. 그리고 확인된 증상에서부터 시작하죠. 접근 자체는 옳습니다.
그런데 정말 증상이 문제일까요?
예를 들어 누가 내 욕을 하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공부가 안 된다고 호소하는 대학생이 있다고 하죠. 누군가 내 욕을 하는 것 같다면 일차적으로 환청을 변별해야 하고 피해 사고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런 작업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런데 많은 임상가들이 client가 호소하는 증상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착각합니다. 위의 경우 누가 내 욕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없어지는 것이 문제의 해결이고 상담의 목표일까요? 그래서 내 욕을 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면 치료가 된 것일까요?
물론 그럴수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증상이 없어졌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지도가 영토가 아니듯 대개 증상은 원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떤 증상을 호소한다면 증상만 붙잡고 있을 것이 아니라 증상의 뿌리가 어딘지 찾아서 깊이 파들어가야 합니다. 누가 내 욕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내재된 열등감에 기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평가 불안때문인지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죠.
만약 증상을 문제의 원인으로 착각하고 상담이나 심리치료의 초점을 맞추면 원인이 그대로 남아 있는 한 그 증상은 운좋게 사라질지 몰라도 곧 새로운 증상이 또 나타나게 됩니다. 문제의 반복이죠.
그러니 어떤 증상이 있으면 그 증상을 없애기 위한 치료 기법을 단순하게 적용하기보다는 그 증상과 관련해서 깊고 넓게 탐색해야 합니다. 그래야 기껏 열심히 상담해놓고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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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pressive Disorder와 Adjustment Disorder with depressed mood의 구분은
피검자가 청소년인 경우 평가자가 상당히 자주 직면하게 되는 문제입니다.
제가 이 두 장애를 구분하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그리고 첫째 기준과 두 번째 기준은 서로 관계가 있습니다.
첫째, 2005년 초에 포스팅한
'우울증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에 썼듯이
'내인성 우울증'과 '반응성 우울증'의 구분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Adjustment Disorder는 진단 기준에서부터 확인 가능한 stressor가 존재해야 하니 Adjustment Disorder with depressed mood는 반응성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고 상대적으로 Depressive Disorder는 내인성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이죠. 물론 Depressive Disorder는 우울 장애를 통칭하는 진단이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내인성 우울증'과 '반응성 우울증'을 모두 포함할 수 있지만 편의 상 그렇게 구분하는 것이 이해하기 편합니다. 특히 그것이 부모-자녀 관계이든, 교우 관계이든, 학교 적응 문제이든 간에 청소년의 경우에는 심리적 불편감을 유발하는 stressor가 비교적 명확한 편이기 때문에 이 구분을 사용하게 되면 꼭 진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에 꽤 유용합니다.
둘째, Depressive Disorder는 depressive mood가 주 호소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울 장애의 진단 기준에 부합하는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고 정도도 두드러집니다. 그에 비해
Adjustment Disorder with depressed mood는 우울감보다는 짜증, 신체화 반응, 폭력적인 행동 또는 언어 사용, 주의 집중 문제 등이 오히려 두드러지고 심리검사를 해야만 내면에 깔려 있는 depressed mood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째 기준과 연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죠.
셋째, 약물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우울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Depressive Disorder 진단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그 보다 환경 개선이나 부모 교육, 심리치료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라면 Adjustment Disorder with depressed mood를 우선적으로 고려합니다. 당장 Depressive Disorder 진단이 나가면 심리평가를 의뢰한 의사는 일차적으로 약물 치료를 시작할겁니다. 하지만 Adjustment Disorder with depressed mood 진단이 나가면 약물을 처방하는데 조금 더 신중할 겁니다. 특히 위에서 이야기한 부모 교육, 심리치료 등을 summary & reccommendation에 상세히 기술해 준다면 더더욱 약물 치료에만 의존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임상적 진단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내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진단이 필요한데 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보다 굳이 진단이 필요하지 않은데 무리하게 진단을 해서 생기는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청소년의 경우에는 평가자가 Adjustment Disorder with depressed mood 진단을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행 DSM 체계가 완벽하지 않은 이상 사명감을 가진 임상가라면 단순히 진단 기준을 충족하느냐만 따지지 말고 문제 해결적인 차원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까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덧. 본 포스팅의 내용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경험에 기초한 것으로 명확한 reference가 없습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참고만 하셔야 합니다. 특별히 강조해서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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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문제는 없다'라는 글에서는 문제를 삶의 변화에 적응할 때 나타나는 일종의 불협화음으로 설명을 했습니다만 오늘은 모든 문제에는 나름의 (숨겨진)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임상 장면, 특히 병원에서 수련을 받는 임상심리전문가들의 가장 큰 문제는 심리평가를 통해 '환자'의 '문제'를 찾아내고 심리치료를 통해 그 '문제'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겁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증상'이 곧 '문제'이며 그렇기 때문에 증상을 잡으면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믿는 것이죠.
이런 접근은 자칫하면 결과를 원인으로 착각해 엉뚱한 곳을 공격하는 우를 범하게 만듭니다. 특히 원인 치유적인 접근보다 증상 완화적인 접근을 선호하는 현대 의학이 지배하는 병원에서 수련을 받는 임상가들은 이런 접근에 자신이 경도되어 있지 않은 지 주의를 기울여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문제'는 그것을 '문제'라고 이름 붙이면서 부정적 영향력이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상담자는 내담자가 문제라고 지칭하는 그것이 가져오는 주관적 고통감에는 공감해야 하지만 그것을 진정 문제라고 불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문제'가 왜 나타났을까의 차원에서 꼭 생각을 해 봐야 합니다. 모든 문제에는 그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는데 그것의 보여지는 모습이 부정적이라고 해서 내담자가 원하지 않는데도 나타나는 증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에는 부정적인 모습이 보여도 내담자 본인에게는 중요한 어떤 존재 이유가 있을 수 있고 문제를 통해 그러한 이유나 목적을 대리 충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파괴적 관심끌기'가 있습니다.
'파괴적 관심을 추구하는 아동 다루는 법'이라는 글에서 소개한 것처럼 부적절한 행동을 통해 주 양육자의 관심을 끄는 것인데 제 3자의 눈으로 보면 그저 일탈 행동에 불과한 것이죠.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와 같은 TV 프로그램을 보면 개망나니처럼 보이는 아동의 행동이 단순한 '문제'가 아닌 정서적 욕구 충족을 위한 행동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이처럼 모든 '문제'는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고 그것이 부분적이든, 일시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내담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담의 목표는 내담자가 '문제'라고 보고하는 것의 존재 이유를 함께 찾고, 그 관계성을 내담자가 이해, 수용하고, 그 원래 이유를 위한 새로운, 그러면서도 건강한 대안을 찾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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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화를 이해하는 접근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증상'으로 이해하는 방법입니다. 즉, Somatization Disorder나 Hypochondriasis와 같은 신체화 관련 장애의 진단을 염두에 두고 접근하는 것입니다. 이 때 신체 증상은 피검자가 가장 많이 호소하는 문제이며 면담에서도 특정한 신체 증상이 부각됩니다. 이 경우 심리평가에서도 문장 완성 검사, MMPI, 로샤 검사 등에서 신체화 반응과 관련된 sign이 일관되게 관찰됩니다.
다른 하나는
대처 기제로 이해하는 방법입니다. 즉, 우울 장애나 적응 장애처럼 주된 문제는 따로 있지만 자신에게 주어지는 여러 가지 다양한 loading을 회피하기 위해 신체화를 사용하는 것(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입니다. 이 경우 신체화 증상이 주가 되는 신체화 장애와 달리 다양한 정서적 불편감이 주관적으로 보고 또는 객관적으로 관찰되며 신체화 증상은 부차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리평가에서도 MMPI에서는 SOD, HEA 등의 척도 상승이 관찰되지만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니며 문장 완성 검사에서는 오히려 대인 관계 갈등이나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 기술 등 신체 증상과 관련이 없는 문제들이 더 많이 나타나고 로샤 검사에서도 신체화 반응이 그리 두드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론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심리평가 보고서 작성을 위한 formulation에서 헷갈리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셔서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제 나름대로 정리를 해 본 것이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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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를 할 때 초진 기록지를 보거나 면담을 하다 보면 너무 많은 증상을 다양하게 보고해서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하는지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이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심리평가에서 더 자주 나타나는 문제인데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를 정신과에 대려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으나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 지금까지와는 달리 과거에 있었던 아주 사소한 문제까지 시시콜콜 보고하곤 합니다.
평가자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마냥 반가울 수 만은 없는 것이, 너무 많이 보고된 문제 행동과 증상은 피검자를 평가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 효율적으로 피검자를 평가하는 경험적인 방법을 몇 가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부모가 가장 먼저 보고하는 것이 아동의 주 문제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몸살 기운이 있어 병원에 가도 의사에게 가장 힘든 점을 먼저 말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ADHD라면 수업 시간에 돌아다녀 담임 선생님에게 계속 지적을 받는 문제를 먼저 보고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방법의 단점은 증상의 심각도가 높은 문제가 가장 먼저 보고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책상에 머리를 박는 행동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아동이 있다면 self-destructive한 행동이 가장 먼저 보고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합니다.
이럴 경우에는
다양한 증상을 주된 문제와 부차적인 문제로 구분하는 것이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증상을 하나씩 나무의 밑둥으로 보내고 다른 문제들이 이 밑둥에 위치한 문제로 인해 부차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아동에게 악몽을 자주 꾸는 문제와 매사에 걱정이 많은 문제가 있다면 매사에 걱정이 많은 문제가 주된 문제이고, 악몽을 자주 꾸는 문제가 부차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더 큽니다. 가지에 속한 모든 문제를 깔끔하게 설명하는 주된 문제를 찾아낸다면 그 문제에서부터 아동의 문제를 찾아나가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도 저도 안될때에는
각 증상에서 가능한 진단을 모두 찾아 나열한 뒤 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가장 가능성이 낮은(less likely) 진단부터 차례로 배제(rule out)하는 방법을 쓰면 됩니다.
어떤 이론적인 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험적으로 효율적인 case formulation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많이 보고된 증상과 문제의 홍수에 빠져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드는 경우에는 허우적거리면서 방황하는 것 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좀 더 구조화된 접근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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