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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개인적으로 인터뷰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그래도 평론집보다야 낫지만). interviewee뿐 아니라 interviewer의 성향과 가치관에 따라서도 너무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승호씨의 가치관 중립 노력은 높이 사는 편이지만 그동안 나온 인터뷰집의 대상을 보자니 공지영, 박원순, 이어령, 신성일 등등 이더군요. 대부분 제 흥미를 끌지 않는 사람들이었습니다.
2010년에 김규항 선생을 인터뷰한 책이 나온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김규항 지지자('빠'가 아닙니다. 김규항 선생의 기준에 따르면...)라고 할 수 있는 제가 지금까지 애써 찾아 읽지 않은 이유도 그래서였습니다.
이제와서 읽고 보니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나는 왜 불온한가 : B급 좌파 김규항, 진보의 거처를 묻다(2005)'와
'예수전(2009)', 그리고
'B급 좌파 : 세 번째 이야기(2010)'까지 모두 읽은 분들이 총정리 차원에서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그런 의도로 기획된 책은 아니겠지만 시리즈물의 완결판처럼 그동안 앞의 책들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빠진 조각들도 주섬주섬 맞추고 무심결에 가졌던 궁금증도 스르륵 해결하게 되는 대단원의 막에 해당하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7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1장. B급 좌파, 김규항이 그리는 세상2장. 문화로 우리 사회 엿보기3장. 김규항과 <그 페미니즘>4장. 한국 사회의 진보를 묻는다5장. '촛불'과 '추모' 앞에서6장. 예수에게 묻는 이 시대의 진보7장. 내일을 위한 진보와 미래세대 교육
제목만 보더라도 앞에서 제가 소개한 책들에서 다룬 내용들이 인터뷰의 형식을 빌어 아주 명쾌하게 정리되어 있음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지승호씨가 쓴 들어가는 말에 '김규항이 끊임없이 우리 스스로부터 반성하자고, 회심하자고 말한다. 사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이 변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두 번 끄덕끄덕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이내 부아가 치민다. 그러다가도 차분히 그의 글을 읽고, 그의 얘기를 듣고 나면 분노에 앞서 우리부터 변해야 한다는 얘기에 수긍하게 된다'고 썼는데 정확한 핵심 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혁명과 영성의 조화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핵심은 제가 매일 마음으로 제 자신에게 외치는 구호 '나부터 잘하자'라고 생각해요. 나도 잘 못하면서 남이 어쩌니 저쩌니 그러는 거 결코 세상을 바꿀 수 없는 공허한 부메랑이죠.
저도 김규항 선생처럼 '한줌의 지배계급이 차지하던 것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남보다 잘 먹고 잘 사는 일 자체를 부끄러워하는 세상'을 꿈꾸고 싶습니다. 아직까지는 잘 안 됩니다만 계속 노력해야죠.
덧. 멋모르고 샀는데 제가 보이코트하는 문학동네 계열의 출판사인 '알마'에서 나온 책이네요. 아 놔~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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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계 경제학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를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인터뷰한 내용을 대담 형식으로 정리한 책입니다. 11월 19일에 출판되었으니 정말 따끈따끈한 책이죠. 원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구매하려고 노리고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이 책을 엉겁결에 구매하게 되었는데 참 잘 샀다는 생각이 든 책입니다.
경제하면 머리부터 가로젓는 사람들에게 어려운 경제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것이 경제학자의 일이라는 장하준 교수는 자신을 '성장주의자'로 규정합니다. 진보와 보수 양쪽 모두에게 불편한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그는 "너는 누구의 편이냐?"는 질문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상식으로 알고 있던 것들을 뒤집어 보고 정말 그게 맞는지 같이 한번 살펴보자고 꼬드깁니다. 자신의 말이 모두 맞다고 억지쓰지 않으며 좀 더 다양한 시각을 통해 눈을 넓혀보자고 설득하는 그의 말이 이 책을 읽으면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장하준 교수의 주장이 모두 마음으로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대타협'을 주장하는 그의 실용주의적인 설득은 충분히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새 이미 익숙하게 된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용어가 입안의 모래처럼 껄끄럽고 부담스럽게 느껴지게 된 것만 해도 이 책을 통해 얻은 소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거기에 '시장 만능주의 이데올로기의 허구', '오히려 더 좌파적인 미국의 복지정책', '우리가 자유경제로 착각하는 박정희의 계획경제' 등은 짭짤한 덤입니다.
저같은 경제학의 문외한도 술술 읽을 수 있을만큼 쉬운 책이고 내용도 알찹니다.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의 단점은 두 번의 대면 인터뷰와 한 번의 국제전화 인터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있어서 그런지 앞 부분에 나왔던 이야기가 뒷 부분에도 몇 차례 반복해서 나오는 것인데 강조를 위해 일부러 그렇게 배치한 것 같지는 않은데 조금 거슬리더군요. 그것만 무시한다면 참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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